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797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이 종료했다.
사람들이 몇십 년 동안이나 바란 탈환이 성공적으로 완수됐다.
나아가 탈환대는 의정부뿐 아니라 경기 북부까지 평정하는 성과까지 거두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 플레이어들이 고생한 거네. 그러면 선녀는 대체 뭘 한 거야? 코쿤을 발동한 게 끝이야? 어이구.”
여론은, 몹시 좋지 않았다.
사람들은 의정부 탈환 성공이 아닌 다른 곳에 관심을 가졌다.
군대의 의정부 포격.
의정부에서 귀환한 플레이어들은 장벽 앞에서 기다리던 기자들에게 성난 어조로 이야기했다.
“─군대가!! 우리를 공격했습니다! 우리가 동료들을 희생하면서 탈환한 의정부를 파괴하려고 했다고요!!”
“그놈들이 공적에 욕심이 멀어서 저희 공적을 홀라당 빼가려 했다는 겁니다!”
“우리를 죽이고 은폐하려고 했어!!”
선녀정부의 언론 통제는 먹히지 않았다.
사람들은 의정부 탈환전의 향방을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던 차였다.
결국 그들이 감정에 겨워 성토하는 모습이 전국적으로 보도되었다.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그럼 선녀가 군대에게 명령해서 의정부를 파괴하라고 한 거야? 또 플레이어들까지 처리하라고 하고?” “완전 토사구팽이네. 플레이어들이 할 일은 다 끝났다고 생각한 건가? 그게 나랏님이 할 짓이야?”
“이래서 나랏놈들은 믿을 수 없어! 우리 같은 서민들을 잘 살게 만들 궁리는 하지 않고, 맨날 지들 먼저 잘 살 궁리만 하고 있지!”
“아니야, 걔네도 우리 신경 쓰잖아. 단, 지들 먼저 잘 산 다음에 우리를 신경 써주는 거지.”
서울 재앙 때보다 더 크게.
사람들은 선녀를 규탄했다.
직후에 객관적인 정황이 보도되며 군대의 포격은 선녀의 명령이 아닌 사령관의 쿠데타 모의였다는 것이 밝혀지고.
선녀가 플레이어들에게 고개 숙여 사과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며.
여론은 조금이나마 나아졌다.
“군대가 쿠데타를 벌였다고!? 그걸 지금 믿으란 소리야!?”
“그래, 좋아! 쿠데타였다고 쳐보자! 근데 군대가 쿠데타를 모의했는데, 정부 사람들은 한 명도 몰랐다고!? 지금 선녀는 제 밑에 있는 것들도 제대로 통제하지 못했다고 시인하는 꼴이나 다름없는 거라고!”
“하야해! 내려와! 그만둬!”
“군대는 더는 필요없다! 이 세상에 군대가 무슨 소용이 있냐! 치안은 경찰이 지키면 되는 거고, 몬스터는 플레이어들이 죽이면 되는데!!” “여러분!! 이런 일이 두 번 다시 일어나지 않게 군대를 해산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서민들 피 같은 세금으로 땅이나 파는 군대에다가 쏟아부을 필요가 있습니까!?”
“”””옳소!! 옳소!!””””
“몬스터로부터 지킬 힘은 우리가 스스로 가지고 있으면 되는 일이죠! 군대를 해산해야 합니다!”
“플레이어들에게 더 많은 권한을 맡겨라!!”
“민간인이 사병을 소유할 수 있게 허가하라!!”
난장판이었다.
온갖 사람들이 광화문에 나와서는 시위를 벌여댔다.
성난 사람들에 의해 무력 충돌이 벌어지기도 했다.
군대를 해산하라.
플레이어에게 더 많은 권한을.
시위를 벌이는 사람들은 두 가지 구호를 외쳐댔다.
그것이 민심이었다.
민심은 선녀정부도 어찌하지 못할 크기로 커져만 갔다.
한편 두 가지 구호에 비해 작지만, 꾸준히 나오는 구호가 하나 더 있었다.
을 이 나라의 군주로!!
노은하.
진홍의 혹은 가장 중요한.
그가 새로 얻은 이명이었다.
이번에 그가 세운 공이 컸다.
제3위계 오버랭크 괴시니 토벌.
같은 위계의 코발트 나이트 토벌.
방연지 구원.
마지막으로─.
“─판도라 클랜로드의 행보가 진짜 속시원하다니까!? 어떻게 거기에서 사령관의 목을 날려버리냐?”
“그 이후는 어떻고? 위에서 선녀를 내려다보면서 사령관의 목을 발치에 던져줬다며?”
” 전이 이었고,그 이전은 분명히 였지. 이명 그대로 아주 호쾌하구만.”
군대의 쿠데타를 모의한.
사령관의 즉결 처형.
그로 인해 은하는 이번 탈환전에서 이라는 이명을 손에 넣기도 했다.
노은하는 사람들과 플레이어들의 민심을 등에 업은 상태였다.
그 기세가 하늘을 찌를 정도였다.
☆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이 종료되고 며칠 뒤, 마나관리기구 본부.
이날 회의실에는 선녀를 비롯하여 고위급 관료들이 참석했다.
“”””…….””””
그리고 그들 맞은편에는 플레이어 대표들이 앉아 있었다.
노은하.
레귤러스 클랜로드 구연수.
명왕 클랜로드 대리 고은실 등.
이밖에 의정부 탈환전에서 소대를 지휘하는 권한을 가진 플레이어들이 모두 참석해 있었다.
신기한 건 마나관리기구 감시국장 선우화령도 그들과 나란히 앉아 있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은 잘잘못을 확실하게 따져야 합니다. 저는 플레이어들의 권익을 지키는 사람으로서 이 일을 절대 좌시할 수 없습니다.”
선우화령이 대뜸 말한 것처럼.
마나관리기구는 선녀의 방패이자, 검이었고.
동시에 플레이어들의 권익 수호에 앞장서는 깃발이었다.
그러니 선우화령이 참석한 이유는 그다지 이상한 일이 아니었다.
“군대의 포격으로 45명이나 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만약 가 사람들을 완치하는 마법을 발동하지 않았다면 피해는 이것보다 더 컸겠지요.”
“”””…….””””
이날, 마나관리기구 장관 백서진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명목적인 이유는 건강 악화였고.
실상은 마나관리기구의 장관까지 플레이어들의 편에 나설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마나관리기구의 이상적인 역할이란 선녀와 플레이어의 조율자였다.
하지만 사태는 너무나도 심각했고.
그렇다고 어느 한쪽에게 극단적인 지지를 표할 수 없었다.
따라서 백서진은 타협해야 했고, 선녀의 권위가 최대한 덜떨어지는 방침을 취한 것이다.
“선녀님, 계속 입을 다물지 마시고 어디 한번 말씀해보시죠.”
선우화령에게는 좋은 기회였다.
백서진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명분은 그에게 있었다.
그는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에서 어느 누구보다 열성적으로 선녀측 관료들에게 따졌다.
“”””…….””””
선녀나 선녀측 관료들이나.
어느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들로서는 그것이 최선이었다.
그들이 뭐라고 말한다 한들, 전부 변명이 될 것이 뻔했다.
더군다나 그들 자신도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듯한 심정이었다.
“선녀님.”
“…네.”
“보고에 따르면 포격을 지시했던 사령관이 선녀의 명령을 받았다고 증언했다고 합니다. 사령관 휘하의 장교급 지휘관들도 모두 그랬다고 했고요.”
“…….”
“정말, 모르시는 겁니까?”
“…죄송합니다.”
선우화령이 선녀 임가을을 지목해 비난조로 말했다.
임가을은 고개를 저었다.
며칠 사이, 그녀는 많이 수척해져 있었다.
이날 그녀는 화장도 하지 않았고, 누구에게도 굽히지 않을 거란 듯한 뜻이 깃든 붉은 옷도 입지 않았다.
그저 힘없는 지도자의 모습이었다.
그만큼 그녀의 권위가 밑바닥까지 떨어지고 만 것이다.
“지금 선녀님께서는 저희들 앞에서 무능함을 인정하신 겁니다. 정말로 모르시는 겁니까?”
“…저도 답할 수가 있다면 정말로 답하고 싶어요. 하지만 저는 정말, 몰랐던 일입니다. 저는 군대에 그런 명령을 내린 적이 없어요.”
“선녀님 전화 내역을 조사했더니, 군대가 회룡역으로 올라가기 전에 사령관에게 전화를 했더군요.” “…….”
“이때 명령하신 것 아닙니까?”
“그날 제가 사령관에게 통화한 건 오후쯤에 망월사역에 도착할 거라고 전하기 위해서였어요.”
“글쎄요.”
“…저를 못 믿는 건가요?”
“선녀님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요?”
“…….”
선우화령은 열심히 플레이어들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때마다 임가을은 마땅히 반박을 하지 못했다.
이후로도 선우화령은 사람들 중에 임가을을 콕 짚어 말을 걸었고.
임가을은 반박하지 못했으며.
그녀의 주위에 있던 관료들은 모두 책임을 지지 않기 위해서 임가을의 처지를 모른 척했다.
바로 그때─.
“─그만하시죠, 좀.”
“”””…….””””
그동안 잠자코 입을 다물고 있던 은하가 선우화령의 말을 끊었다.
좌중의 시선이 그에게 향했다.
그가 심기가 불편한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제가 사령관에게서 들었습니다. 선녀님의 명령을 받았다는 건 단지 군인들을 움직이기 위한 명분이었다고요.”
“”””…….””””
“사령관 자신이 꾸민 짓이라고요. 그런데 선녀님께서 하지 않은 일을 왜 선녀님 탓으로 돌리려고 하는지 잘 모르겠네요.”
“판도라 클랜로드. 그게 정말 말이 된다 생각하는 겁니까? 쿠데타라면 사전에 준비한 흔적이 나왔어야죠. 그런데 사령관의 집을 수색해서도 나오는 건 하나도 없었습니다. 당시 정황을 보면 군대의 포격은 급조된 일이었다고 추측할 수 있습니다.”
“급조된 쿠데타였나 보죠. 그리고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세요. 도대체 선녀님께서 의정부 포격을 지시할 이유가 어디에 있다는 거죠?”
“그것도 상식적인 일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판도라 클랜로드에게도 잘못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한테 잘못이요? 뭔데요.”
“왜 사령관을 죽였습니까. 덕분에 수사를 제대로 벌이지 못하게 되지 않았습니까. 감정에 겨워 몸을 맡겨, 일을 그르쳐버린 판도라 클랜로드도 사실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걸 알고 있으세요.”
그러자 선우화령이 대꾸했다.
은하는 그의 말을 들으며 손으로 테이블을 두드렸다.
어느 누구도 두 사람의 대화에는 끼어들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
지금 이 자리에서 가장 힘을 가진 사람이 바로─.
“─감시국장님이 물을 수 있어요? 사법권이 감시국장님에게 있나요?”
“…….”
“그렇게 말할 생각이었으면 제가 사령관을 죽였을 때 말을 했어야죠.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묵인했으면서 왜 이제 와서 딴소리세요?”
“”””…….””””
노은하.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 중 누구도 그의 말에 거역하지 못했다.
그에게 민심이 따랐고.
플레이어들의 지지가 있었으며.
쿠데타를 진압했다는 명분까지도 가지고 있었다.
선우화령도 그에게 뭐라 항의할 수 없는 입장이었다.
그렇기에─.
“─선녀님.”
“…네, 판도라 클랜로드.”
이 회의의 향방을 결정짓는 것은 선녀가 아니었다.
노은하였다.
은하는 그녀를 불렀고.
그녀가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군대를 해산해주세요. 더 이상, 군대는 필요하지 않아요. 사람들이 모두 바라고 있어요.” “…네. 군대를, 해산할게요. 잘못된 명령으로 인해 피해를 본 군인들과 플레이어들에게 충분한 보상도 같이 하겠습니다.”
임가을은 거절할 수 없었다.
그녀는 은하의 의견을 받아들였다.
이후로도 회의는 은하의 말에 따라 이루어졌다.
이날 회의를 기점으로, 임가을과 노은하의 권력 구도가 바뀌었다.
“”””…….””””
한편, 군대가 해산되었다.
소식을 들은 사람들은 환호했다.
당시 군대가 해산된 이후로 처음 있는 일이었다.
그때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고.
그때를 모르는 사람들은 신시대의 개막을 반겼다.
군대의 해산을 기점으로, 각지에서 군주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나타나, 군웅할거의 시대가 개막했다는 것도 모르는 채로.
그러나 그때와 다른 것은 오로지 한 명의 군주를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는 것이다.
☆
군대를 해산시킨다.
이보다 나은 방법은 없었다.
나라꼴이 미쳐 돌아가고 있었다.
민심이 그것을 바라고 있었다.
이게 최선이었다.
거기서 더 가만히 있었다가는 괜히 임가을이 군대에게 지시를 내렸다는 덤터기를 쓸 수 있었을 거야.
군대를 해산시키지 않았다면 아마 임가을 정치 인생에 평생의 오점을 남기게 됐을 테고.
그래서 은하는 임가을에게 군대를 해산시켜 달라고 부탁했고.
임가을은 승낙했다.
두 사람은 그것밖에는 방법이 없다 생각한 것이다.
“그런데 설마 군대를 해산시키란 소리를 내가 하게 될 줄이야….”
한편으로 은하는 씁쓸했다.
회귀 전에는 선우화령이 선녀에게 대표로 꺼낸 말이었다.
그런데 설마 이번 삶에는 자신이 선녀를 압박하는 위치에서 말하게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그럼에도 자신이 해야 했다.
그래야 군대를 해산시키는 선에서 끝낼 수 있었으니까.
만약 선우화령이 대표로 말했다면, 그는 선녀에게 이보다 더한 책임을 요구했을 것이다.
“…머리 아파. 요새 이것 때문에 제대로 잠도 자지 못했네.”
이내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의정부에서 돌아오고 나서 제대로 쉬지도 못하고 돌아다니고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은하를 찾았으며.
의정부 탈환전에 대한 보상 분배도 따져야 하는 실정이었다.
이외에도 신경 쓸 게 한두 개가 아니었다.
예를 들어─.
─민지아 특무국장이 사망했다니. 이것도 어떻게 회귀 전이랑 똑같이 흘러가는 거지?
일이 좋게 좋게 풀리는 것 같으면 안 좋게 흘러가네.
마나관리기구 특무국장 민지아.
임가을이 일곱 국장들 중에 가장 신임하던 국장이 사망했다.
포탄에 맞아 죽었다고 한다.
시체를 모두 찾지도 못했다.
운도 지지리도 없었다.
여하튼 민지아의 공석을 채워야 할 상황이었다.
특무국장은 굳이 따지면 공격수야. 마나관리기구에서 가장 강한 이들이 배치되는 부서지.
마나관리기구에서 영향력이 강한 부서는 정보국, 감시국, 통제국이라 할 수 있었지만.
특무국을 무시할 수 없었다.
특수 임무에 파견되는 그들은 거의 마나관리기구의 강자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임가을로서는 새로운 특무국장으로 확실하게 자신의 편이 되는 사람을 선출해야 했다.
그것도 참 문제야.
지금 상황에서 어느 누가 선녀에게 확실한 지지를 표방하겠어.
은하는 혀를 찼다.
마나관리기구가 흔들리고 있었다.
백서진파와 선우화령파.
그렇게 양분되고 있었다.
배가 흔들리고 있으니, 사람들이 어느 쪽에 붙을 건지 머리를 굴리고 있는 것이다.
선녀에 대한 충성심은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누구를 새로 뽑기가 어려웠다.
실제로 이전 삶에서 특무국장이 된 사람은 선녀에게 그렇게 호의적이지 않았다.
“대체, 왜 이렇게 된 거지.”
은하는 마나관리기구를 나섰다.
한숨만 푹 나왔다.
군대의 포격도 결국에는 사령관의 쿠데타라는 결론으로 맺어졌다.
사건이 미결로 종료된 것이다.
그러니 가슴이 답답했다.
누군가 사령관을 세뇌했어.
정신에 간섭하는 솜씨가 장난이 아닌 사람이야.
은하는 기억을 떠올렸다.
의정부에서 서울로 돌아오고 나서.
은하는 사령관처럼 정신이 붕괴한 군인들을 조사했다.
그들의 정신은 단서조차 발견하지 못할 정도로 부서져 있었다.
주범은 세뇌마법에 일가견이 있는 실력의 소유자인 셈이다.
지금까지 그런 사람은─.
─아마겟돈인가.
딱 한 사람밖에 알지 못했다.
아마겟돈.
마도학의 극의에 도달한 마인.
그 녀석이 군대에 몰래 침입해서 사령관을 세뇌시켰다. 그렇게 해서 포격을 지시하게 했다….
아주 작은 가능성.
하지만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래서 더더욱 답답했다.
이게 정말 아마겟돈의 일이라면─.
─회귀 전에도 아마겟돈과 구마는 훨씬 전부터 활동했었다는 거구나.
이전 삶에서.
자신은 오랫동안 한 사람의 술수에 휘말렸다는 꼴이 된다.
그것도 모르고 죽었다.
그것이 너무 분했다.
한편으로 은하는 생각했다.
“─어쩌면, 과 아마겟돈이 연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네….”
선우화령의 행동이 수상했다.
그의 행동은 도를 넘어섰다.
게다가 은하는 이전 삶에서 그가 하백련의 정적 중 한 명이 되었다는 기억을 가지고 있었다.
만약 자신의 예상대로, 선우화령이 아마겟돈과 한패라고 한다면─.
─어둠은 그놈에게 장악당했다고 생각해야 할지도 몰라.
어둠에 흘러들어 가는 정보는 모두 아마겟돈에게 감시당하고 있는 건지 모를 일이야.
생각하고 싶지 않은 가정.
하지만 정황은 그럴 공산이 크다고 말하고 있었다.
은하는 손을 세게 쥐었다.
“…….”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5년.
그동안 많은 고민을 했다.
아무래도 이제 결단을 내려야 하는 때가 온 것 같다.
☆
그날 밤.
은하는 목욕을 마치고 자신의 방에 들어갔다.
용산구와 중구 사이에 있는 집.
3층으로 되어 있는 집에서 사는 사람들은 기본적으로 혼자서 방을 사용하고 있었다.
이유는, 말할 필요가 없었다.
“이 일이 언제 잘 해결될는지…. 오늘은 일찍 자야겠다. 머리를 써서 너무 피곤해.”
아내들과 번갈아가며 자고 있다.
하지만 오늘 같은 날은 힘들었다.
아니, 오늘뿐만 아니었다.
의정부에서 돌아오고 나서 은하는 거의 혼자 방을 쓰고 있었다.
생각해야 할 일이 많았기 때문이고 늦게 귀가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은하는 혼자 자겠다는 말을 하고,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왔니?”
“아, 왔어? 많이 피곤하지?”
“너희가 왜….”
한서현, 이유정이 있었다.
두 사람이 잠옷 차림으로 은하를 맞이하고 있었다.
방에 들어온 은하는 멍하니 서서 눈을 깜빡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두 명의 아내는 손으로 침대를 톡톡 쳤다.
“너 오면 다리라도 주물러주려고. 요새 바쁘게 일해서 피곤하잖니.”
“응, 맞아. 이리 와, 은하야. 우리가 주물러줄게. 주무르고 나면 피로가 어느 정도 풀릴 거야.”
“그동안 너랑 같이 있지 못했으니, 이런 식으로도 같이 시간을 보내야 부부라 할 수 있지 않겠니?”
“…….”
정하양은 없었다.
듣자하니 의정부에서 자신과 함께 시간을 보낸 이유로 당분간 은하와 자는 것을 포기했다고 한다.
한서현이 무슨 술수를 쓴 것이다.
이유정은 얼떨결에 편승한 것이고.
여하튼 은하는 침대에 누웠다.
“어때? 좋니?”
“아, 좋아. 시원하네.”
“어디 뭉친 곳이 있으면 말해줘. 내가 주물러줄게.”
“아, 그럼 올라가서 등 좀 밟아줄 수 있어?”
“응? 등? 나 무거운데….”
“넌 하나도 안 무거워. 무거운 건 유정이 네가 아니….”
“그래? 무거운 사람이 누군데?”
“…내 아내들 중에 무거운 사람은 한 명도 없거든. 괜찮아.”
두 아내의 마사지를 받으며.
은하는 피로를 풀 수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이 마사지를 마치고 물러나지 않았다.
마치 보상이라도 받겠다는 듯─.
“─너 힘들게는 안 할 거야. 그냥 손만 잡고 자자.”
“응, 나도 그러고 싶어. 그래도…, 괜찮을까?”
“…정말 손만 잡고 자자.”
두 사람이 양옆에서 달라붙었다.
은하는 얼떨결에 두 사람에게 팔을 내주게 되었다.
그리고 정말 손만 잡고 잤다.
그게 진실인지 거짓인지는 오로지 세 사람만이 아는 법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7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