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00
제3기 십이좌 후보 선발이 끝났다.
마나관리기구는 B급 이상 클랜에서 추천한 선발자들의 자질 검사를 시행했다.
그들의 평가 요소는 대략 다음과 같았다고 할 수 있다.
1. 충분한 인성을 지녔는가.
2. 충분한 실력을 갖추었는가.
3. 국가에 대한 공훈이 있는가.
4. 유사시 대규모 병력을 가용하는 배경이나 명성을 가졌는가.
주요 조건은 위 4개였다.
마나관리기구는 후보자들의 조건을 철두철미하게 따졌다.
이어서 그들은 선별한 후보자들의 실력을 검사하기로 했다.
실력 검사는 각 부문마다 다르게 이루어질 예정이었다.
[─지금부터 제3기 십이좌 후보자 실력 평가를 실시하겠습니다. 네비게이터/텔레파시스트는….]그렇게 시간이 흘러.
중구 장충체육관.
실력 검사가 시작되었다.
체육관에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움직였다.
그들 중에는 진파랑도 있었다.
“파랑아, 정말 잘할 수 있지? 오늘 바보 같은 짓하고 그럼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걱정 마, 누나! 나 진파랑이라고! 내가 그것도 모를 것 같아!?”
징계를 한 번 받은 적도 있어서.
하마터면 진파랑은 인성 검사에서 탈락할 뻔했다.
다만 진파랑이 그동안 쌓은 공훈과 판도라클랜의 이름값이 있었기에.
진파랑은 당당히 후보에 올랐다.
서브로드로서 그를 쫓아온 은아가 조마조마한 얼굴을 할 만도 했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진파랑은 자신만만한 얼굴을 짓고 있었다.
그는 네비게이터/텔레파시스트를 지원하는 플레이어들을 확인했다.
역시 텔레파시스트는 많이 없구나.
어느 정도 예상하기는 했었지만.
아인들은 많이 보이지 않았다.
대다수 클랜이 떨어질 위험이 있는 텔레파시스트보다 네비게이터에게 힘을 실어준 것이다.
어찌 보면 실상은 마나관리기구가 구색을 맞추기 위해 텔레파시스트를 후보선상에 이름을 올린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네비게이터/텔레파시스트 부문이란 부분에서 알 수 있지 않은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니 형이 세상을 바꾸겠다면, 한 번 십이좌가 돼봐.’
나는 반드시 십이좌가 되겠다.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힘을 똑똑히 보여주겠다.
진파랑은 은하에게 다짐했었다.
“빙구 오빠, 진짜 잘할 수 있지? 오빠가 정말 잘할 수 있다고 해서 내가 서나가 아니라 오빠를 추천한 거야. 알았어?”
“알았어, 걱정 마.”
그때 김민지가 타박했다.
진파랑은 대수롭지 않다는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
김민지가 말을 저렇게 했다지만, 판도라클랜은 거의 만장일치를 이뤄 진파랑을 십이좌 후보로 추천했다.
진서나가 사양한 이유도 있었지만, 근본적으로 진파랑은 헌터 부문까지 겸용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헌터 겸 텔레파시스트.
판도라클랜은 헌터란 점을 내세워 십이좌 선발에서 이점을 가지려고 생각한 것이다.
여하튼─.
“─나는 이제 그만 간다! 이따가 보자!” “아! 파랑 오빠! 저, 클랜원들이랑 어제 같이 만든 거예요. 배고프면 이거 드세요.”
“오, 맛있어 보이네. 날 챙겨주는 사람은 역시 너밖에 없다. 고마워!”
“힘내세요, 오빠.”
“오빠 믿지? 좋은 결과 기대해.”
십이좌 선발이 시작되었다.
그는 김메리에게 도시락을 받고는 주책맞게 사라졌다.
☆
시간을 되돌려.
제3기 십이좌 후보 등록 기간.
“─서현아, 하양이하고 유정이 좀 불러줄래?”
“…그래, 알았어.”
하나를 얻기 위해서.
하나를 버려야 한다.
그러기 위해 각오해야 했다.
하지만 이제 자신은 혼자서 위험을 감수할 수 있는 몸이 아니었다.
아내들이 있었다.
이에 은하는 한서현에게 부탁해, 어느 날 밤에 아내들을 불러모았다.
“””…….”””
한밤중에 불려온 그녀들.
그녀들은 무언가를 직감했다.
각자 자리에 앉은 그녀들은 은하가 입을 열기를 기다렸다.
그리고 마침내─.
“─너희한테 사과해야 할 게 있어. 어쩌면 앞으로 우리가 힘들어질지도 몰라.”
“””…….”””
은하는 앞으로 자신이 하려는 일을 설명했다.
어쩌면 선녀정부를 적으로 돌려도 할 말이 없는 이야기.
그녀들은 그가 진지하게 하는 말에 토를 달지 않고 들었다.
그리고 그가 설명을 끝마치자─.
“─겨우 그것 때문에 부른 거니?”
한서현이 불쑥 물었다.
그녀와 정하양, 이유정이 부드러이 미소를 짓고 있었다.
하나도 무섭지 않다는 얼굴이었다.
그녀들이 한 명씩 입을 열었다.
“네 마음 가는 대로 해. 말했잖아. 지르는 건 네 일이고, 뒤치다꺼리는 내 일이라고. 우리 걱정하지 말고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래도 말해줘서 고마워. 음, 그럼 우리는 일이 좋지 않게 될 경우에 대비하고 있으면 되는 거지? 나도 여ㅂ…, 은하 너를 도와줄 방법을 찾아볼게.”
“너랑 결혼하기로 결심했을 때부터 어떤 일이 닥치든 다 감수하겠다고 다짐했는걸. 혼자 부담해야 할 일도 같이 부담하면 힘들지 않을 거야. 나는 언제나 널 응원할게.”
“……”
은하가 예상했던 바와 달리.
그녀들은 오히려 주저하고 있었던 은하의 등을 밀어주었다.
잠시 할 말을 잃고 있던 은하는 그대로 웃음을 터뜨렸다.
“─고마워, 정말.”
걱정했던 자신이 바보 같다.
동시에 그녀들에게 너무 고마웠다.
결혼하기를 잘했다.
은하는 속마음을 감추며 웃었고, 그길로 자신이 생각하고 있던 바를 실천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네가 전화를 다하고 웬일이냐. 혹시….]은하는 KK그룹의 직계 김건웅에게 전화를 걸었다.
그의 전화를 받았을 때.
김건웅은 직감한 듯했다.
그리고 은하는 그가 예상했던 대로 상당히 골치 아픈 부탁을 꺼냈다.
부탁이라기보다는 협박이었다.
“─내가 아카데미 던전에서 너를 구해줬던 거 기억하지?”
[…그래, 기억한다.]“이제 목숨값 좀 받아갈게.”
[너는 참…. 손해를 보지 않으려고 하는구나. 가장 비싼 시기에, 그것도 가장 비싸게 사용하겠다니….]“그게 목숨값 아니겠어?”
[그래, 내가 졌다.]일전에 김건웅을 구해준 답례.
7년이 지나서.
은하는 이제 그 답례를 받아가기로 했다.
김건웅은 거절하지 못했다.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안녕하세요. 오늘 저도 회의에 참여해도 될까요? 긴히 드리고 싶은 말이 있어서요.”
제3기 십이좌 후보 선발전이 열린 그날, 은하는 너무나 뻔뻔한 얼굴로 마나관리기구 회의에 참여했다.
“”””…….””””
선녀 임가을.
마나관리기구장관 백서진.
감시국장 선우화령.
이외 고위급 관료들.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다만 그들의 시선에 탐탁지 않은 기색이 실려 있었다.
당연했다.
관료도 아닌 은하가 멋대로 회의에 참석하겠다는 것은 월권이었다.
선녀정부의 권력을 침범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 허락하겠습니다.”
“”””…….””””
선녀 임가을을 비롯하여.
어느 누구도 제지할 수 없었다.
노은하의 위상은 이제 어느 누구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 있었다.
빠득
백서진도 그것을 알았기에.
그는 말없이 이를 악물었다.
☆
날이 선 기운이 쇄도했다.
이 회의에 참석한 고위급 관료들은 전장을 몇 번이고 경험한 노익장과 다름없었다.
그들의 기세가 날카로웠다.
은하는 저들이 어째서 그런 반응을 보이는지 모르지 않았다.
이건 월권이니까.
자신이 이 회의에 참석한 것은 곧 선녀정부에 대한 월권이자.
또한 도전이었다.
만약 자신을 군주라 부르는 소리가 나오지 않았다면, 단순히 치기 어린 행동으로 넘어갈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 은하의 위치는 결코 그럴 수 없는 높이에 있었다.
그걸 알면서도 은하는 막무가내로 마나관리기구 회의에 참석했다.
“지금부터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먼저….”
이날 회의 주제는 두 가지였다.
하나, 특무국장 선출안.
하나, 백서진의 대리자 선출안.
후보자들은 내정되어 있었다.
이 회의는 형식적으로 후보자들의 가부를 정하는 자리였다.
그렇기에 아직 회의를 뒤집을 만한 기회가 있었다.
“특무국장으로는 전에도 말했듯, 김성현 경기지부장을….”
“선녀님.”
“”””…….””””
은하는 대뜸 선녀의 말을 잘랐다.
선녀 임가을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녀의 얼굴에 불쾌함이 일었고, 관료들의 눈이 곤두섰다.
그럼에도 은하는 아랑곳하지 않고 말했다.
“제가 특무국장으로 선출하고 싶은 사람이 한 명 있는데요.”
“판도라 클랜로드, 어떻게 이렇게 무례하게 나올 수 있는 거요!? 지금 사람들이 당신을 떠받들고 있다고 이런 식으로 나와도 되는 거요!?”
한 관료가 대표로 화를 냈다.
은하는 관료의 언성을 무시했다.
은하의 시선은 어느 누구도 아닌, 선녀 임가을에게 못박혀 있었다.
임가을도 은하를 쳐다보고 있었다.
서로의 생각을 탐색하듯.
두 사람은 눈싸움을 벌였다.
이윽고 임가을이 냉담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 사람이 누구죠? 제가 알기로 김현성 경기지부장만큼 실력 있고, 마나관리기구 생리를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없는 걸로 아는데요.”
내가 모든 후보자를 찾아보았다.
지금 이게 최선이다.
임가을은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에 은하는 당당히 대꾸했다.
“경기도에 처박혀 있는 사람보다 마나관리기구 본부를 가까이 둬서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아는 관계자들은 많이 있잖아요.”
“”””…….””””
“그리고 충분한 실력도 있고.”
“그게 누구인가요?”
“지금 밖에 대기하고 있는데 안에 들어오라고 할까요?”
정말 궁금하다는 듯이.
임가을이 질문했다.
은하는 질문으로 대꾸했다.
그러자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손을 들어주었다.
“들어오라고 하세요.”
그녀의 명령이 떨어졌다.
직급이 가장 낮은 관료가 일어나 문을 열었다.
이내 문밖에서 들어온 사람은─.
“─선녀님 호위사만큼 조직에 대해 잘 알고 있고, 또 정부에 충성하는 사람이 따로 있을까요? 실력이라면 말할 것도 없고요.”
“하하, 이렇게 말도 없이 찾아와서 죄송합니다. 그래도 원래 이런 건 깜짝 등장이 제맛 아니겠습니까?”
“”””……!!””””
마나관리기구 소속이 아닌.
선녀 바로 밑에 있는 경호실 소속.
현재 하백련의 호위사를 맡고 있는 이정현이었다.
☆
호위사 이정현.
그는 호위사 박상진과 함께 그동안 임가을을 보필해온 사람이었다.
임가을의 왼팔과도 같은 사람.
“─이정현 호위사를 특무국장으로 앉히라는 말이군요?”
이정현을 보고 놀란 것도 잠시.
임가을이 그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차렷 자세로 서 있던 이정현은 괜히 뜨끔한 표정을 지었다.
“뺀질거리는 이정현 호위사를 대체 어떻게 구워삶았는지는 모르겠지만 특무국장으로 앉히라니….”
“선녀님. 제가 뺀질거리기는 해도 대놓고 말씀하시는 건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뺀질이는 가만히 있어요.”
“넵.”
임가을은 은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마치 은하의 속을 간파하려는 듯, 그녀의 시선이 한참 머물렀다.
은하는 그녀의 시선을 거리낌 없이 받아들였다.
설득하기 힘들기는 했지.
사실 이정현을 설득하기 힘들었다.
임가을이 말했던 것처럼 이정현은 일하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오죽하면 몇 년이 지나도록 아직도 하백련의 호위사를 맡아서 격무에서 벗어나 있으려고 할 정도였다.
그래도 어찌어찌 설득해냈다.
저 사람이 뺀질거리기는 하더라도 임가을에 대한 충성심은 높으니까.
그리고….
또한 하백련이 도움을 주었다.
이정현은 하백련에게 꼼짝하지 못했다.
‘─정현 오빠는 착하니까 아저씨 부탁을 들어주세요. 쓰레기 아저씨가 저렇게 무릎 꿇고 부탁하는데….’
‘나 무릎 안 꿇었는데.’
‘그럼 들어주지 마세요.’
‘…알았어, 꿇을게. 꿇는 거야….’
‘영웅이 그리 쉽게 무릎 꿇으려고 하면 어떡해요? 제가 보는 앞에서 무릎 꿇기만 해봐요?’
‘뭐 어쩌라는 거지….’
이전 삶에서도, 이번 삶에서도.
이정현은 하백련과 친했다.
그녀를 제 조카처럼 생각하는 그는 그녀의 부탁을 거절하지 못했다.
그가 지금 이 자리에 나오게 된 이유였다.
“흠….”
“일도 같이 해본 사람이 맞는다고, 선녀님하고 손발이 잘 맞아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런 의미에서 정말 좋은 인재라고 생각하는데 아닌가요?”
임가을이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은하는 말을 보탰다.
이내 그녀는 주위를 슥 둘러보고 관료들에게 화두를 던졌다.
“다들 어떻게 생각하세요?”
“”””…….””””
관료들은 즉각 대답하지 않았다.
그들이 눈을 감고 시선을 피하거나 생각에 잠겼다.
적극적으로 김현성을 밀고 있었던 사람들은 얼굴을 찌푸렸다.
선우화령조차 입을 다물고 답을 하지 않고 있었다.
반대할 만한 명분이 없겠지.
은하는 그들의 마음을 읽었다.
그간 그들은 특무국장의 적격으로 김현성밖에 없다고 이야기했었다.
실력은 물론이고.
조직의 생리에 대해 잘 안다고.
그런데 그들이 이야기한 자격보다 더 좋은 자격을 갖춘 사람이 나타난 것이다.
실력은 그동안 임가을과 백련이를 호위한 것만으로 증명이 가능하지.
조직에 대한 생리도 잘 알 거고, 경력도 어디 가서 부족하지 않아.
선녀정부의 출범과 함께한 이정현.
비록 마나관리기구 소속이 아니나, 임가을의 곁을 보좌하면서 조직을 깊숙이 이해하고 있었다.
이정현 만한 적임이 없었다.
결국 임가을은 회심의 미소를 짓고 결정했다.
“등잔 밑이 어둡다더니, 제가 이런 생각은 해보지 못했네요. 호위사를 특무국장으로 앉힌다니, 이것보다 더 적임인 제안이 있을까요?”
“하지만 선녀님, 좀 더 심도 있게 회의를 하고 결정하시는 게….”
“특무국장을 결정하겠다고 지금껏 회의를 질질 끌었는데 여기에서 더 질질 끌 수 있을까요? 특무국장을 확정하려던 이 회의에서 끝내는 게 낫지 않을까요?”
“”””…….””””
“그럼 이정현 호위사를 특무국장으로 임명하도록 하겠습니다.”
이정현에게 굳이 결격이 있다면.
현재 그가 하백련의 호위사를 맡고 있다는 것이다.
그가 특무국장이 되면, 하백련의 호위사가 사라지고 만다.
내가 그것도 생각 못 했을까?
하지만 은하는 그런 말이 나올 걸 예상하고 있었다.
이제는 이정현이 없어도 하백련을 지킬 수 있었다.
브루노를 호위사로 삼아도 됐고, 최근 2년 동안 하백련의 호위를 할 클랜원들을 고용하기도 했다.
그렇기에 반발은 크게 없었고─.
“─앞으로 특무국장으로서 국가에 헌신하도록 하겠습니다.”
결국 이정현이 특무국장이 되었다.
☆
“─그러면 이제는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야 되겠네요.”
회의는 이후로도 계속되었다.
관료들은 두 번째 주제로 넘어가자 선우화령을 곁눈질했다.
그는 엄숙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표정을 감추기 위해서다.
그것을 모르는 사람들이 없었다.
그야 두 번째 회의는─.
“─선우화령 감시국장의 마나관리기구 장관 겸 십이좌 필두 승인안에 반대하는 분들은 손을 들어주세요.”
이미 선우화령이 백서진의 역할을 대신하는 것이 결정되어 있었다.
형식상의 회의.
그렇기 때문에 임가을은 손을 드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반쯤 체념하고, 선우화령을 완전히 자신의 사람으로 끌어들이려 박수로 환영하려 했다.
그런데 그때─.
“─저요.”
“”””……!!””””
임가을이 잊고 있던 게 있었다.
이 자리에는 은하가 있었다.
손을 들어서는 안 되는 자리에.
그가 불쑥 손을 든 것이다.
이정현을 특무국장으로 만들면서 은하의 용건이 끝났다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실수였다.
“저요. 저, 반대합니다.”
그리고 임가을이 먼저 말한 이상.
손을 든 은하를 무시할 수 없었다.
아니, 무시하는 것은 가능했다.
임가을이나 다른 사람들은 은하를 아예 없는 사람처럼 여기고 그대로 밀어붙여도 됐다.
선녀정부의 힘이 강했다면 말이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네, 판도라 클랜로드. 반대하는 이유를 말해보세요.”
은하의 힘이 더 강했다.
임가을과 관료들은 국민적 영웅의 의견을 무시할 수 없었다.
“─보다 더 나은 후보자가 있으니까요.”
“”””…….””””
이에 은하는 태연하게 말했다.
사람들은 궁금해했다.
보다 더 나은 인재가 과연 있을 거라는 말인가.
그들의 눈이 그리 말하고 있었다.
“더 나은…, 사람이 있다고요?”
“네, 당연하죠.”
임가을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녀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러고는 그녀의 눈동자가 빠르게 움직였다.
“혹시 밖에 와 있나요?”
“아니요.”
“마나관리기구 사람이 아닌가요? 그런데 마나관리기구 장관은 반드시 마나관리기구에서 선출해야….”
“마나관리기구 소속인데요?”
“그 사람이 누구인데요?”
임가을이 따지듯 물었다.
그녀는 자신이 염두에 두지 않은 사람이 있다는 것에 놀란 듯했다.
“선녀님도 아주 잘 아는 사람이요.”
그리고 이제.
은하는 그녀의 의문을 풀어주기로 했다.
마침 회의실에 있던 빔 프로젝터가 작동한 것이다.
───.
빔 프로젝터가 갑작스레 작동하자.
사람들이 소스라쳤다.
뒤이어서 새하얀 벽면에 큼지막한 영상이 떠올랐다.
영상 속에 사람이 있었다.
“바로 저분이요.”
“저분은….”
“”””…….””””
화면에 가득 들어차 있는 책들.
그 속에 파묻혀 있는 듯한 남자.
남자의 외견은 많이 어려 보였다.
하지만 어조는 꼭 몇십 년이나 산 노인을 연상케 했다.
[─나를 멋대로 십이좌로 만들고, 또 멋대로 십이좌에서 빼버리고…. 내 입장은 하나도 고려하지 않는 건 여전하구나.]“”””…….””””
[그러니 나도 멋대로 하도록 하지. 십이좌 필두, 나도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닌가?]” 님보다 더 나은 십이좌 필두가 과연 있을까요?”
비록 살아있는 신화는 아니나.
문준, 남궁성운, 백서진과 함께.
이 나라를 재건해내는데 명실상부 지대한 공을 세운 플레이어.
플레이어 라이브러리의 관리자.
제1, 2기 십이좌.
윤성진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01(b)