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04
이날, 판도라 클랜원들은 국립중앙박물관으로 떠났다.
유물을 얻으러 떠나는 클랜원들의 얼굴은 한결같이 밝았다.
“백련아, 바빠?”
“아, 은애 언니. 안녕하세요.”
마침 문 앞에서 클랜원들을 마주친 은애는 그들을 배웅해주었다.
그리고 이제는 일과가 된 것처럼 하백련을 만나러 갔다.
하백련은 카페에서 책을 읽으면서 에어컨 바람을 쐬고 있다.
“나랑 같이 꽃에 물 주러 갈 백련이 구하는데….”
“저요! 제가 같이 갈게요!”
노은애가 장난스럽게 말했다.
그러자 하백련이 책을 덮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
그들은 서로 얼굴을 보고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얼마 전부터 두 사람은 클랜에서 기르고 있는 꽃에 물을 주게 되면서 상당히 가까워졌다.
“요새는 저녁에도 주고 있어? 요즘 그 애가 계속 물을 달라 하더라고.” “네! 언니 말대로 하고 있어요.”
“와, 정말? 그럼 이제 내가 없어도 혼자 잘할 수 있을 것 같은데?”
노은애와 하백련은 손을 잡고서는 두런두런 대화를 나누었다.
실없는 이야기였다.
그것만으로도 두 사람은 좋다면서 저희끼리 새된 소리를 냈다.
그리고 최근에 한서현의 전속에서 하백련의 호위사를 맡은 공백기는 멀리서 뒤따라갔다.
“백련이 쟤가 꽤 낯을 가리던데, 은애한테는 낯을 안 가리네?”
공백기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그들을 따라서 노은하의 집무실로 들어갔다.
두 사람이 신경을 써서 관리하는 꽃이 있었기 때문이다.
“와, 하루 사이에 많이 자랐네?”
“요즘에는 쑥쑥 자라는 것 같아요. 아저씨도 제가 물 주는 것을 보면서 신기해 했어요.”
“이건 그냥 꽃이 아니니까. 이제 곧 태어날 준비를 하기 위해서 물을 많이 필요로 하는 걸 거야.”
채광이 잘 드는 위치.
그곳에는 아직 꽃을 피우지 않은 꽃봉오리가 하나 있었다.
일전에 은애가 은하에게 건네받은 씨앗이 무럭무럭 자란 것이다.
“언제 태어나는데요?”
“오늘, 내일이면 태어날 것 같은데, 일단 물을 줘봐야 알 것 같은데?”
“제가 물뿌리개에 물 채워놨어요!”
“아, 정말? 고마워! 그럼 백련이 네가 직접 주는 것은 어때? 얘도 그래 주면 좋아할 거야.”
“음, 네, 그럴게요.”
꽃의 성장 상태를 확인하고.
은애는 입가에 미소를 머금었다.
이제 곧, 태어날 것 같다.
그렇다면 이 기쁜 일로 하백련을 깜짝 놀라게 하고 싶었다.
은애는 장난스러운 얼굴을 하고는 하백련에게 물뿌리개를 건넸다.
그러자 물뿌리개를 받은 하백련이 평소처럼 꽃에 물을 주었다.
이윽고─.
“─어, 언니!!”
“이제 태어날 거야. 잘 봐.”
커다란 꽃봉오리의 입이 열렸다.
반짝이는 가루가 뿜어져 나왔다.
하백련은 갑작스러운 광경에 놀라 뒤로 물러났다.
은애는 뒤에서 그녀를 받쳐주면서, 꽃봉오리가 완전히 열리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후아암.”
그리고 마침내.
꽃봉오리가 열렸다.
두 사람은 홀린 듯이 붉은 꽃을 바라보았다.
꽃 위에 웬 작은 여자애가 한 명 앉아 있었다.
“라라!!”
이내 몽롱한 얼굴로 하품을 하던 여자애가 두 사람을 발견했다.
그 아이가 등에서 날개를 펼쳐서, 하백련의 품으로 날아갔다.
“언니, 이건….” “백련이, 여동생 생겼네? 축하해!”
“네?”
“라라! 라라라♬”
얼떨결에 아이를 받은 하백련.
노은애는 당황하는 그녀를 보고는 씩 웃어주었다.
요정처럼 생긴, 손바닥만 한 아이는 하백련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
국립중앙박물관 보물고가 열렸다.
당연하게도 가장 먼저 입장하기로 결정된 클랜은 판도라클랜이었다.
괴시니 토벌.
크림슨, 코발트 나이트 토벌.
매구 퇴각.
구제.
군대의 포격 저지 등.
판도라클랜이 의정부 탈환전에서 가장 많은 공훈을 세웠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느 클랜도 이의를 표하지 않고 그들에게 차례를 넘겼을 정도다.
“아쉽다. 그 애들도 살아 있었으면 여기에 올 수 있었을 텐데….”
판도라 클랜원들은 신이 났다.
그런 한편 정하양이 쓸쓸한 어조로 말하는 것처럼, 그들은 마냥 신나게 있을 수 없었다.
의정부에서 4명이 사망했다.
선녀정부는 그들의 공을 감안해서, 그들에게도 훈장을 내려주었다.
사실상 죽은 사람은 보물을 받을 수 없으니 명예 훈장과 다름없었다.
다만 그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선녀정부로부터 훈장 등급에 합당한 보상을 받게 될 터였다.
그런데도 가족 같은 인연이 없는 사람은…. 그 사람의 유언에 따라서 처리해줘야지.
판도라클랜에서는 죽은 클랜원들의 유서를 보관하고 있었다.
판도라클랜은 선녀정부와 사망한 클랜원 가족들의 중개자가 되어서, 보상 절차를 깨끗이 마무리해야 할 책임을 가지고 있었다.
한서현과 행정원들의 소관이었다.
지금도 그들은 유가족들을 위해서, 사망자들의 유언을 존중하기 위해서 일하는 중이었다.
한편 클랜원들의 죽음을 기억하는 사람들은 너무 순수하게 좋아할 수 없었던 것이다.
“국립중앙박물관에 어서 오십시오. 또다시 여러분의 안내를 맡게 되어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여러분 같은 영웅들이 있어, 국가에 무궁한….”
이내 은하와 클랜원들은 안내원을 만났다.
보물을 얻은 적이 있는 클랜원들은 안내원의 칭찬 섞인 설명에도 크게 감흥을 느끼지 않았다.
다만 처음으로 보물고에 입장하는 클랜원들은 무언가 감개무량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판도라클랜이 받을 보물은 화랑, 충무, 을지 등급에 해당하는 보물들입니다. 여러분은 각 공훈에 따라서 그룹을 만들어주면 감사하겠습니다.”
선녀정부가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의 보상 기준으로 내세운 사항은 주로 군단장의 토벌과 관련되어 있었다.
군단장의 토벌에 직접 관여한 경우 충무 등급이 주어졌다.
이때, 간접적으로 관여한 경우에는 화랑 등급이 주어졌다.
인헌 등급의 기준은 애매했다.
군단장을 토벌할 수 있도록 돕거나 탈환대에 나름의 도움을 준 경우에 주어졌기 때문이다.
한편 충무 등급보다 한 단계 높은 을지 등급의 경우─.
“─군단장을 둘 이상 쓰러뜨리거나 탈환대에 그만한 공을 세운 경우에 을지 등급을 부여하기로 했습니다. 판도라클랜에서 을지 등급이 주어진 사람은 20명입니다. 이번에도 역시 신기록을 달성했네요. 축하합니다. 여러분은 머지않아 한국의 역사에 이름을 올리게 될 겁니다. 정말로 부럽네요.”
그러했다.
판도라클랜의 공이 워낙에 컸다.
그러다 보니 클랜에 은하를 비롯해 을지 등급의 업적을 세운 사람들이 20명이나 나오게 되었다.
한 클랜에서 을지 등급의 수여자가 20명이 나온 것은 판도라클랜이 처음이었다.
역사에 기록될 것이라는 안내원의 말도 단순한 겉치레가 아니었다.
“그럼 지금부터 보물고로 내려가겠습니다. 을지 등급 수여자들은 저를 따라오시면 됩니다.”
“”””…….””””
여하튼.
은하를 비롯해 을지 등급 훈장을 받은 사람들은 안내원을 따라갔다.
그때, 은하는 카에데를 불렀다.
“잠깐, 호우야.” “그 이름으로 부르지 말랬지. 만약 역사서에 그 이름으로 적히게 되면 가만 안 둘 줄 알아. 왜.”
“뭘 고를지는 생각해봤어?”
을지 등급의 공을 세운 카에데.
그녀가 뚱한 얼굴로 대꾸했다.
의정부에서 매구와 전투를 벌이다 활이 부서지고 만 카에데의 어깨는 텅 비어 있었다.
그래서 그런 것인지 아니나 다를까 그녀가 답했다.
“할아버지의 활을 대신할 새로운 활을 찾을 생각이야. 그것을 사용해 새로운 활을 만들려고.”
“앞으로 오래 써야 하는 무기니까 잘 골라.”
“걱정하지 않아도 잘 고를 거야.”
회귀 전, 온태양의 파티는 제2위계 몬스터 매구를 토벌하고 을지 등급 훈장을 받았다.
그때, 호시미야 카에데는 미래에 의 상징으로 손꼽히는 활을 얻게 된다.
그녀가 의정부에서 얻은 전리품과 을지 등급의 보물이 더해져 강력한 활이 탄생하는 것이다.
내가 굳이 말하지 않아도….
호우가 알아서 잘하겠지.
기분 탓인지 모르지만.
국립중앙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보물은 사람을 끌어당기는 무언가가 있었다.
마치 지금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보물임을 알려주는 듯이.
그러니 은하는 괜히 조언하지 않고 카에데의 감을 믿기로 했다.
☆
“─여기에서부터 각자 흩어지자. 다 같이 둘러보다가는 하루가 쫄딱 지나가 버리겠어.”
을지 등급 보물고.
보물고에 들어온 은하는 뒤따라온 클랜원들에게 이야기했다.
클랜원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애초 그들은 보물고에 입장하고서 홀린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보물고를 떠도는 기운이 사람들의 마음을 쏙 빼놓은 것이다.
“은하 넌 뭘 고를지 생각해놨어?”
“생각해놓은 게 하나 있어.”
“저번에 그거?”
“응, 그거. 기대해.”
그때 정하양이 물었다.
은하가 어떤 보물을 고를 생각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이에 은하가 기대하란 말로 답하자 류연화만 홀로 아는 척을 해왔다.
“뭐야? 왜 둘만 알고 있는 거야?”
“저번에 같이 여기 들어왔었거든.”
그러자 정하양이 볼을 부풀렸다.
그녀가 샐쭉한 얼굴을 하고 은하와 류연화를 번갈아 보았다.
류연화는 겸연쩍어했다.
덧붙여 노은아는 한숨을 쉬었다.
은하는 괜히 켕기는 기분이었다.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하양이한테 찔리는지 모르겠네.
은하가 할 수 있는 일은 정하양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것이었다.
쓴웃음을 지은 그가 입을 열었다.
“여기에 칠성참요검이란 게 있어. 그걸로 새로운 검을 만들려고.”
“어디에 있는지는 알아? 나도 같이 찾아줄까?”
“위치는 기억하고 있어서 괜찮아. 그리고 여기에 들어오자마자─.”
정하양이 가까이 다가왔다.
은하는 그녀의 허리에 손을 두르며 한편으로 시선을 향했다.
맑은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날 부르고 있는 것 같거든.”
“”””…….””””
“그러니 여기에서 흩어지자. 나도 그만 가볼게.”
은하는 정하양의 허리를 두른 손을 풀었다.
마치 자신을 향해 손짓하는 기운을 따라기기로 했다.
“이따 엘리베이터 앞에서 모이자.”
이윽고 그 말을 남기고.
은하는 청량한 기운을 좇았다.
눈에 힘을 주면 대기 중에 떠도는 마나를 확인할 수 있었다.
그중에서 하나의 마나가 은하에게 다르게 보이고 있었다.
신기해.
아티펙트가 나를 부르고 있다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각이었다.
자신이 검을 부르고 있는 것인지.
아니면 검이 자신을 부르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다만 멀리서도 알 수 있을 정도로, 자신과 검의 궁합이 딱 맞는다는 걸 짐작할 수 있었다.
이윽고─.
────!!
시리게 피는 겨울이 반응했다.
환원의 목걸이도 같이 반응했다.
이전과 다르게 무기를 소지하고서 보물고에 들어온 은하는 처음 겪는 현상을 목격했다.
디바이스와 아티펙트가 강렬하게 호응하고 있어.
칼집이 미약하게 진동했다.
목걸이가 징 소리를 내며 울었다.
그 순간, 은하의 몸은 거의 저절로 칠성참요검의 앞으로 다가가고 있었다.
그리고 마침내─.
────!!
칠성참요검의 앞에 다다랐다.
유리관에 들어 있는 검이 부들부들 진동하고 있었다.
마치 벽에 고정되지만 않았다면, 은하에게 달려오기라도 할 듯했다.
나하고, 잘 맞아.
몇 년 전에 들어왔을 때는 이러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었다.
그때 은하는 끌림을 느꼈었으나, 칠성참요검은 마치 은하를 시험하듯 가만히 바라보기만 했었다.
그런데 입장이 역전됐다.
칠성참요검이 은하를 향해서 마치 구애의 손길을 보내오고 있었다.
뭐 때문에 이러는 거지?
내가 전보다 더 강해져서?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아티펙트의 마음을 알 수 있을까.
은하는 칠성참요검 밑에 붙어 있는 설명문을 읽었다.
아티펙트의 성능을 알 수 없지만, 검에 대한 전설이 적혀 있었다.
『칠성참요검(七星斬妖劍, 을지)
태산노군은 천존 중 한 명이다. 전설에 따르면, 위 검은 태산노군이 소운성에게 내린 것으로 전해진다. 칼날에는 다음과 같은 글귀가 있다. ‘북두칠성의 기운으로 삿된 기운을 베어내는 검, 일곱의 마를 참하는 힘을 선사할지어다.’』
천존의 힘이 깃들었다는 검.
하지만 은하는 믿지 않았다.
어디까지나 국격을 높이기 위해서 덧붙인 설명에 지나지 않으리라.
그보다 은하는 ‘칠성참요검’이라는 검의 이름 자체에 주목했다.
이름 그대로 대단한 검이었지.
마법을 발동하면 검이 별빛이 되어 주위를 휩쓸던 검이었는데….
칠성참요검은 마법을 베는 섭리와 마나로 이루어진 존재를 베는 것에 탁월한 절삭력을 가지고 있었다.
웬만한 보호마법은 파훼해버리면서 방어력을 무시하는 공격을 가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도 했다.
어디 그뿐인가.
회귀 전, 온태양의 발언에 따르면 칠성참요검은 단 한 번의 공격으로 일곱 번의 공격을 가한 것과 같은 데미지를 준다고 했었다.
그런 검을 재료로 석가여래좌상, 척사다뉴조문경이 더해져 만들어진 구국의 검은─.
─그냥 대단했지.
나라를 구한다고 해도 믿을 정도로 실로 대단한 검이었다.
마법을 베어내는 것은 물론.
보호마법을 파훼해버리고.
디버프 자체를 무효화시키고.
아군의 사기를 증가시키며.
입자 단위로 변한 검이 휘몰아치며 일대를 휩쓸고, 1번의 공격이 거의 7번에 맞먹을 정도와 같은 공격력을 자랑했었다.
그 모든 게 겨우 하나의 마법으로 압축되어 있었다.
“─이 검밖에 없어. 새로운 검은 이 검을 재료로 해서 만들어야 해.”
그러니 은하는 많고 많은 보물 중 칠성참요검에만 시선이 갔다.
선택에 망설임은 없었다.
은하는 칠성참요검을 선택했다.
☆
그 시각.
을지 등급 보물고에 들어온 판도라 클랜원들의 상황은 비슷했다.
클랜원들은 각자 흩어져서 보물을 찾으러 나섰다.
클랜원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특정한 보물에게서 끌림을 느끼는 클랜원들이 있었는가 하면, 별다른 끌림을 느끼지 못하는 클랜원들도 있었다.
이전에 보물고에 들어온 적이 있는 클랜원들은 전원이 끌림을 느꼈다.
안내원이 설명하기를─.
“─저는 인간이란 가능성을 지닌 존재라 생각합니다. 바라기만 하면 무엇이든 될 수 있는 존재라고요. 하지만 나이를 먹고, 성장함에 따라 현실이란 벽에 부딪히면서 천천히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줄여나가죠.”
동시에 그동안 자신이 걸어온 길이 지금 자신에게 가장 맞는 가능성을 제시해주기도 한답니다.
나이를 먹은 안내원은 허허 웃으며 그렇게 설명했다.
“그러니 끌림을 느끼게 됐다는 건 여러분이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이제는 확고한 미래가 생긴 거라고 말할 수도 있겠네요. 여기에 보관된 보물들은 여러분의 확고한 가능성에 끌리고 있는 거겠고요.”
좋은 게 좋은 거라고.
클랜원들은 좋게 생각하기로 했다.
실제로 클랜원들은 25살이 되면서 자신이 어떤 플레이어가 되고 싶고, 또 될 수 있을지 깨달았다.
그러니 지금 자신이 가장 바라는 모습으로 이끌어줄 수 있는 끌림은 나쁜 것이 아니었다.
여하튼 클랜원들은 자신을 부르는 보물들의 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중에는 보물의 끌림을 거부하는 아리엘 같은 괴짜도 있었다.
“─오! 이 물병이 날 부르고 있어! 이걸로 술을 만들어 먹으라는 뜻이 분….”
“노은하한테 혼날 생각하지 말고, 제대로 된 거나 고르지 그래.”
“으으, 카에데가 횡포를 부린다!! 너무해! 분명 끌림이 느껴진다니까? 이건 데스티니인 게….”
“노은하가 너한테만 추천한 대로 삼지창이나 찾아보지 그래.”
“으으….”
아리엘.
제2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새로운 이명을 얻게 된 아리엘은 지나가다 언뜻 눈에 든 보물에 탐을 냈다.
그녀가 분홍 머리칼이 흔들리도록 위아래로 방방 뛰었다.
물론, 그녀는 호시미야 카에데와 차은우 같은 클랜원들에 의해 금세 진압되고 말았다.
“은하는 내가 못 미더웠던 걸까…. 다른 애들은 알아서 고르라 했는데, 나만 콕 집어주고 너무해. 그리고 그 창에 끌림을 느끼고 있는 내가 너무 밉다. 아, 아리엘 인생.”
아리엘은 금세 체념해야 했다.
얼른 회식이나 했으면 좋겠다.
이슬이나 펑펑 마시게.
아리엘은 고개를 푹 숙이고 자신이 끌림을 느낀 삼지창을 선택했다.
마지막까지 그녀의 선택을 확인한 카에데는 자리를 떠났다.
그녀도 끌림을 느끼고 있었다.
이곳 어딘가인데….
카에데는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어느덧 그녀는 보물고에서 가장 구석에 있는 곳에 도착할 수 있었다.
활들이 전시되어 있었다.
“…….”
플레이어들은 활을 꺼려했다.
사용하기 불편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런지 그녀가 찾고 있던 활들은 구석진 곳에 떨어져 있었다.
그리고 그 활들이 기운을 내뿜으며 그녀를 부르고 있었다.
“─이거다.”
수많은 활에 끌림을 느낀 그녀는 순간 당황했다.
이내 정신을 차린 그녀는 자신에게 가장 강한 끌림을 느끼는 활에게로 다가갔다.
낡고 붉은 가죽으로 마감 처리가 된 활이었다.
『천궁(天弓, 을지)
고려 제일의 신궁이 사용한 것으로 추정되는 활. 전승에 따르면 다음과 같은 말이 전해진다. ‘천 근의 힘을 가진 자만이 시위를 당길 수 있다. 마음만 먹으면 능히 하늘에 떠 있는 태양과 달, 별마저 맞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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