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10
잘려나간 팔은 복구할 수 있다.
다만 놈의 뱃속으로 사라진 팔은 복구할 수 없다.
“얼른 클랜로드를 지켜! 부상자는 뒤로 빠지고 시형이, 천서 너희가 전위를 막아!”
노은하의 팔이 잘려나갔다.
지지 않을 것만 같던 영웅의 팔이 잘려나간 것은 물론이요.
그 팔이 다진 고기처럼 놈의 입에 꿀꺽 삼켜지는 모습을 본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졌다.
판도라 클랜원들의 동요는 더욱더 말할 수 없었다.
의식마법까지 파훼당하다니….
심지어 판도라 클랜원들이 공들여 던전에 구현한 의식마법이 간단히 파훼당하기까지 했다.
매구는 그들의 마법을 비웃으며, 몸소 그들의 마법을 보여주었다.
그야말로 놈에게 농락당한 은하나 판도라 클랜원들은 상심한 감정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어디 이렇게 하는 건가?
인간은 정말 약하구나?
이런 별것도 아닌 마법을 가지고 여럿이서 의지를 하나로 모은다고?
매구는 그들이 기껏 지킨 의지마저 부숴버리겠다는 듯이 판도라클랜의 의식마법을 구현해냈다.
적색 던전이 요동치고.
세상이 불길로 뒤덮였다.
검붉은 불길이 사람들에게 디버프 효과를 부여했다.
그뿐만 아니라 그들의 모든 마법의 위력이 떨어지고, 마법을 발동하는 마나 소모를 크게 늘렸다.
싱겁구나. 나는 뭐 대단한 거라도 준비하는 줄 알았더니, 고작 이런 마법이나 준비하고 있었다니.
그러면 내게 저항하려는 짓거리는 여기에서 끝난 건가?
더 강한 거 없어?
“”””…….””””
매구가 히히거린다.
사람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사실 그들은 전투가 시작되자마자 전력을 쏟아부은 상황이었다.
그런데 이꼴이었다.
기껏 매구에게 상처를 입히더라도 적색던전이 녀석을 치료해주기까지 하고 있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사람이 죽었다.
그들의 죽음에서 애써 등을 돌린 사람들도 이제는 차츰 무너져가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백화요란
은하의 의지는 꺾이지 않았다.
검붉은 불꽃의 세상에서.
붉은 꽃잎이 휘날렸다.
그 꽃잎이 투지를 잃은 사람들의 마음을 어루만졌다.
“괜찮아, 누나, 이리야. 이 정도면 이제 됐어.”
“이제 됐기는…. 지혈만 한 거지, 팔은 붙이지도 못한단 말이야!”
“맞아요, 주님. 이건 엘릭서 없이 치료할 수 없는 수준이에요.”
“이 상황에서 엘릭서를 마실 때가 어디에 있어?”
비록 오른팔이 사라졌을지라도.
은하는 포기하지 않았다.
그가 노은아와 이리야의 만류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치료를 받다 말고 자리에서 일어나 백화요란을 쥐었다.
손이 없더라도─.
─이기어검
자신에게는 아직 마나가 있다.
비록 마나 소모가 크기는 하겠지만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다.
은하는 치료를 받느라 바닥에 놓은 잔월효성을 공중에 띄웠다.
쿵쿵쿵
적색던전이 요동치듯.
그의 심장이 쿵쾅거렸다.
조금 전, 오른팔이 잘려나간 후로 심장이 격렬하게 뛰고 있었다.
기프트
힘은 아직도 넘쳤다.
서포터들이 후방에서 체내 마나를 회복시켜주기만 한다면 강해질 수 있다.
더욱이─.
“─깡!”
팔이 없다면 만들면 된다.
였던 삶에 비해서.
로 살아가는 자신은 많은 힘을 길렀다.
그것으로 메우면 된다.
환수변환
라이거 블래스터
오른팔이 사라진 자리.
그곳에 블래스터가 나타났다.
은하는 왼손에 잔월효성을 쥐고, 매구를 노려보았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두 마리의 환수를 제어한다.
그것만으로도 엄청난 부담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야 했다.
사람들의 사기가 꺾이고 있었다.
그들의 사기를 증진시키기 위해서 자신이 건재하다는 걸 알려야 했다.
그러자 은하의 생각에 호응하듯─.
“─은하 너는 힘을 회복하고 있어. 그때까지 저 몬스터는 우리가 막고 있을 테니까.”
은하를 지키는 자세로.
류연화가 앞으로 걸어나왔다.
창을 수평으로 뻗은 그녀의 주위에 한기가 감돌고 있었다.
기백이 달라졌다.
그녀 이외에도 많은 플레이어들이 앞으로 나섰다.
“판도라 클랜로드에 비해서 그냥 어깨 하나만 잃은 거면 싸게 먹힌 거지. 야, 네 원수는 내가 갚아준다. 너는 일단 회복에 전념해.”
“던전이 회복을 도와준다고 해도, 회복이 불가능할 정도로 공격한다면 가망이 있겠지. 아니면 던전의 힘이 떨어질 때까지 죽인다거나. 어쨌든 저놈에게 데미지를 주기 위해서는 판도라 클랜로드의 힘이 필요하니, 거기서 힘을 회복하고 있어.”
강현철.
지용현.
두 사람이 다른 방향에서 매구를 포위하며 나아갔다.
류연화를 비롯해 두 사람의 기백도 남달랐다.
세 사람 모두 죽음을 각오하면서 방어를 도외시하고, 놈을 죽이는데 총력을 기울이려는 것이다.
또한─.
“─야! 이 형이 살아서 돌아왔다! 휴, 하마터면 요단강을 건널 뻔했네. 걱정 마! 이 형이 지켜줄 테니까!”
진파랑이 복귀한 것은 물론.
판도라 클랜원들도 앞으로 나섰다.
그들 역시 전력을 내뿜었다.
그야말로 공격 일변도.
서포터, 가디언, 레인저를 제외한 사람들이 방어하는 것을 포기했다.
그래, 살려면 발악해야지.
그래도 너희는 죽겠지만.
매구가 비웃듯 깔깔거렸다.
☆
프리시스 메모리.
그녀 역시 매구와 싸우고 있었다.
그녀는 후방에서 마법을 발동하여 전위에서 싸우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매구의 공격을 막아냈다.
필름 디스포설
쳇, 성가신 마법을 사용하는구나?
내 세계에서도 죽지 않고.
너는 뭐하는 인간이야?
노은하가 뒤로 물러나게 되고.
류연화, 강현철, 지용현을 중심으로 매구를 상대하게 되었을 때.
사실상 프리시스 메모리는 놈에게 상당히 성가신 적이 되고 있었다.
그녀의 마법은 시간을 되돌리거나, 멈추거나, 공격 자체를 차단해내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덕분에 매구의 공격은 막혔고.
기껏 성공한 공격은 무효가 되어서 아무런 타격도 주지 못했다.
공격 일변도로 움직이는 사람들의 피해가 심하지 않은 것은 전부 다 그녀가 있었기 때문이다.
익스트랙트
그러다 보니 매구는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두려고 하지 않았다.
상황에 따라서는 후방에 파고들어 그녀를 공격하려 하기도 했다.
하지만 프리시스 메모리도 순순히 놈에게 당해주지 않았다.
“아쉽네요. 조금만 더 빨랐더라면 절 잡을 수 있었을지도 몰랐는데.”
전투가 시작됐을 때부터 지금까지.
프리시스 메모리는 플레이어들을 소극적으로 지원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던전을 돌아다니며 자신이 다녀간 흔적을 만들었다.
그렇게 해서 흔적을 만든 그녀는 순간이동을 하듯 위치를 바꾸면서 매구의 공격을 피하고 있었다.
쳇! 진짜 짜증나게.
결국 매구는 그녀를 공격하는 걸 포기해야 했다.
대신 놈은 더욱 빠른 속도로 달려 플레이어들을 공격했다.
그러자 프리시스 메모리의 마법도 더욱 빠르게 완성되었다.
“난감하네요. 아무리 공격을 해도, 웬만한 공격으로는 별다른 타격도 주지 못하는 것 같은데….”
그녀가 나직이 중얼거렸다.
상황이 좋지 않았다.
플레이어들이 지난 전투를 답습해 만반의 준비를 기울이기는 했으나, 던전이 강하게 호응할 것은 완전히 예상외였다.
혹시 저번에 매구가 흡수한 제3위계 오버랭크 귀면 가오리의 스킬석 때문일까.
알 수 없었다.
다만 매구는 던전의 보스 중에서 던전이라는 세계를 가장 잘 다루고 있다는 것은 알겠다.
던전이라는 세계에서 놈은 완전히 신과 다름없는 위치에 있었다.
“결국 던전이라는 세계부터 어떻게 해결하지 않으면 쓰러뜨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소리일 텐데….”
프리시스 메모리는 생각에 잠겼다.
신을 죽이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녀가 아는 답은 하나였다.
그 신을 신좌에서 끌어내린다.
즉, 그 신이 군림하는 사상 혹은 세상으로부터 그 신을 분리해낸다.
아주 잠시나마 매구와 이 던전의 연결고리를 끊는 건 불가능한 일이 아니야.
하지만 매구는 인간이 아니었다.
놈은 괴물이었다.
신을 신좌에서 끌어내린다 한들, 쉬이 놈을 죽일 수는 없으리라.
인간이 괴물을 죽이기 위해서는, 그만한 힘과 병력이 필요했다.
혼자서는 이기지 못한다.
아니면─.
─괴물에 대적할 수 있는 존재는 같은 괴물밖에 없지.
그녀는 한편을 곁눈질했다.
노은하.
오른팔이 잘린 그가 서포터들에게 치료를 받고 있었다.
지금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에게 기대하고 있었다.
노은하밖에 없었다.
매구에게 강력한 딜량을 선사해서 놈의 육신을 무너뜨릴 적이 말이다.
그녀도 동감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아직은 손상된 육체를 복원하는 마법을 사용할 때가 아니야.
기회를 잘 봐야 해.
그녀는 때를 기다렸다.
그녀가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그의 상처를 회복할 수 있었다.
리커버리 리와인드.
해당 마법은 손상된 신체 부위를 일시적으로 복원하는 효과를 지니고 있었다.
단, 효과를 영구적으로 만들려면 신체가 손상되는 결과가 된 원인을 없애야 했다.
이 경우에는 매구였다.
노은하가 매구를 죽이기만 한다면 오른팔을 다시 재생할 수 있다.
그럼에도 그녀는 마법을 사용하길 주저하고 있었다.
이유는 간단했다.
마음 같아서는 바로 없어진 팔을 복원해주고 싶지만, 한 번 복원하면 판도라 클랜로드에게 마법을 중복해 사용할 수 없어.
팔은 복원했다.
그 후, 다른 신체 부위를 잃으면?
비록 그 결과는 다르다고 할지라도 대상자에게 중복되는 원인에 대해 결과를 없애는 마법은 단 한번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러니 함부로 사용할 수 없다.
게다가 노은하는 팔을 잃은 즉시 환수로 잃어버린 팔을 대체했다.
그녀가 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는 뜻이었다.
더욱이─.
─신체 상태를 하루 전으로 돌리는 턴 백 더 클락의 사용도 주의해서 사용해야 해.
체력과 마나를 하루 전의 상태로 되돌릴 수 있는 마법.
그 마법 역시 때를 가늠해야 했다.
두 가지 마법은 가장 중요한 때에 사용해야 하는 것이다.
“그러니 얼른 뭐라도 보여줬으면 좋겠는데….”
매구를 죽일 수 있느냐 없느냐.
그 선택은 온전히 노은하에게 달려 있으리라고.
그녀는 막연히 확신했다.
☆
플레이어들은 필사적이었다.
아직 희망을 포기하지 않았다.
이 있었고.
가 있었으며.
또 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언젠가부터 그들에게 정신적인 기둥으로 자리잡고 있는 이 있었다.
유성우
그러니 그들이 무너지지 않는 한.
플레이어들은 버틸 수 있었다.
또한 노은하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의 잠재력을 믿고 있었다.
노은하라면 이길 수 있을 거야.
막연한 믿음이었다.
아무런 근거도 없었다.
그럼에도 호시미야 카에데는 믿어 의심치 않았다.
그녀가 활 시위를 당겼다.
조디악(Zodiac)
헤파이스토스의 용광로로 만든 활.
카에데가 디바이스에 깃든 마법을 발동했다.
마나로 이루어진 화살이 생겨나고, 화살이 황금빛을 뿜었다.
화살 끝에 모인 바람이 나선형으로 맹렬하게 소용돌이쳤다.
씨이이이익!!
동시에 그녀의 주변으로 수십 개의 돌풍이 생겨났다.
시위에 걸린 화살과 비슷한 형태의 바람의 창.
그녀가 활 시위를 놓았다.
황금빛 돌풍이 류연화가 상대하던 매구에게 날아갔다.
이깟 화살 따…어…?
매구가 깔보듯 화살을 피했다.
그러자 화살이 방향을 선회했다.
마치 의지를 갖기라도 한 듯.
수십 개의 돌풍이 오로지 매구에게 달려들고 있었다.
난폭한 돌풍이 기어코 매구를 잡고 놈을 물어뜯었다.
크윽, 너도 참 짜증나는 놈이구나?
매구의 꼬리가 움직였다.
바람이 쉽사리 찢어졌다.
놈이 곧장 그녀에게 내달렸다.
막을 수 없었다.
놈의 속도가 너무나도 빨랐다.
카에데는 곧 방어자세를 취했다.
충돌을 피할 수 없었다.
그리고─.
─기프트
그녀는 감각을 곤두세웠다.
매구의 꼬리가 달려드는 그 즉시, 그녀는 미련 없이 활을 버리는 대신 톤파를 꺼냈다.
톤파로 꼬리를 스쳐보낸 카에데가 매구의 안면에 공격을 꽂아넣었다.
바람 난타
놈도 예상하지 못했으리라.
재빠르게 들어온 공격에 맞은 놈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이윽고 카에데는 한창진이 매구의 그림자를 붙잡고 있는 사이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그러고는 손을 움직였다.
조디악
은하가 이기어검을 부리듯.
카에데의 손을 떠난 활이 공중을 떠다니고 있었다.
그녀의 마나가 연결된 활 시위가 자동으로 당겨졌다.
황금빛 돌풍이 매구를 노렸다.
조금 전보다 돌풍의 수가 적었지만 조디악의 마법은 매구를 놓치지 않았다.
방어력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지정한 상대에게 무조건 데미지를 가하는 마법.
카에데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이게…!!
당연히 매구가 화가 났다.
한창진의 속박에서 벗어난 매구가 카에데를 향해 우직히 달려들었다.
[짝! 짝! 여우야, 여우야, 뭐하니? 나랑 물놀이 할래?]바로 그때였다.
텔레파시가 전달됐다.
매구의 움직임이 순간 변했다.
녀석이 측면에서 날아온 물줄기를 피했다.
물세례는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몇 차례의 물줄기가 놈을 공격하며 급기야 놈을 던전 끝으로 물러나게 했다.
“쳇, 한 대도 안 맞네.”
아리엘.
공중에 떠다니는 어항 속에 있던 그녀가 볼을 빠방 부풀렸다.
그러다 아무렴 상관없다는 얼굴로 삼지창을 신나게 휘둘렀다.
트리톤 스피어(Triton Spear)
자유자재로 물줄기를 다룰 수 있는 디바이스.
그녀가 본격적으로 전투에 가세해 전황에 변화를 일으켰다.
한매류 극의
역린
아리엘의 마법은 특히나 류연화의 마법과 잘 어울렸다.
흩뿌려진 물방울이 날카롭게 얼어 매구에게 쇄도했다.
놈은 굽이굽이 움직이는 물줄기를 읽어낼 수 없었다.
거기에 류연화의 힘이 변칙적으로 물줄기를 얼려버리기까지 했다.
그럼에도 매구는 궁지에 몰렸어도 태연함을 잃지 않았다.
나름 재미있는데?
그런데 어쩌지?
내 세계에 존재하는 한, 너희들은 점점 지쳐만 갈 텐데 말이야.
매구가 히죽였다.
반면 플레이어들의 얼굴에는 짙은 피로감이 드리우고 있었다.
어쩔 수 없었다.
놈이 던전에 피운 검붉은 불꽃이 플레이어들의 마나 순환을 방해하고 있었다.
대기 마나를 사용할 수 없다.
플레이어들은 순전히 자신의 마나로 놈과 싸워야 했다.
시간이 갈수록 전황은 그들에게 더욱 불리하게만 흘러갔다.
“─웃기지 마.”
하지만 설령 그렇다고 해도.
물러설 수 없었다.
좌절할 수 없었다.
포기하는 순간 기다리는 것은 오직 죽음뿐이었다.
그러니 아무리 실낱같은 희망이라도 지푸라기를 쥐듯 잡아야 했다.
블래스트 크로스
은하는 그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음’이란 없었다.
자신들에게 주어진 건 바로 지금, 이 순간밖에 없었다.
미래는 나중에 일어날 일이었다.
그 미래를 얻기 위해서는.
역설적이게도 오직 현재에 집중해 앞으로 나아가야 했다.
흠, 다 회복했어?
” 님.”
“네, 판도라 클랜로드.”
“제 팔을 복원해주세요.”
“그래도 괜찮겠어요? 만약 잘못해 다른 손상을 입게 되면….”
“그때는 그때 가서나 생각해야죠. 지금이 그럴 때가 아니잖아요. 지금 상황을 뒤집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해야죠.” “…맞는 말이네요. 네, 좋아요.”
리커버리 리와인드
은하는 깡이를 환원시켰다.
거대한 라이거가 그의 옆에 나타나 매구를 보며 으르렁거렸다.
그의 명령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매구를 물어뜯겠다는 듯이 말이다.
그때 사라진 오른팔이 생겨났다.
그래, 또 하려고?
어서 와봐.
이번에는 어떻게 발버둥칠 거냐?
오른손에는 백화요란.
왼손에는 잔월효성.
두 자루의 검신이 번뜩인다.
그것이 매구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쿵쿵쿵
은하는 전장으로 걸어나갔다.
플레이어들은 저도 모르게 그에게 길을 내주었다.
판도라 클랜원들이 어느새 그 뒤를 따르고 있었다.
쿵쿵쿵
심장이 크게 요동쳤다.
몸을 공명관처럼 울리는 소리는 곧 던전 전체로 퍼져나갔다.
쿵쿵쿵
한 사람으로는 불가능한 소리.
은하를 따라나선 사람들의 심장도 뛰고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너, 그사이에 또 강해진 거냐?
뭐야? 뭐야?
대체 뭘 깨달은 거야?
“닥쳐.”
환수들과 패스가 이어지듯.
그 순간, 은하는 클랜원들과 뭔가 이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유대감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은하는 그 감각에 집중했다.
요란하게 떠들어대는 놈의 사념을 묵살해버렸다.
그리하여 그는 클랜원들의 감정이 자신에게 흘러들어오는 감각에 몸을 맡겼다.
이것은─.
─기프트 <히…
아니.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이 아니다.
도 아니다.
이것은─.
─기프트
리라이프 플레이어 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