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12
제2위계 몬스터 매구.
이 나라에서 역사상 가장 강하리란 몬스터가 토벌되었다.
토벌의 주축이 된 사람들의 이름은 세상에 익히 알려져 있었다.
그들 중에서 세상 사람들이 가장 많이 언급한 이름이 하나 있었다.
노은하.
역사상 유례없고, 아마 다시 없을 최강의 플레이어.
노은하의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
그가 아카데미에 재학할 당시에는 그의 실력에 의문을 품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가 6년이란 시간을 보내 세상에 모습을 드러냈을 때, 또한 그가 서울 재앙과 반혼제 테러에서 제 실력을 입증했을 때.
세상 사람들은 그제야 그의 실력을 믿어 의심치 않게 되었다.
그리고 다시 그가 실력을 발휘해, 아니, 신위라고 할 수도 있는 힘을 선보여, 매구를 쓰러뜨렸을 때.
사람들의 생각은 다시금 바뀌었다.
“만약 이 나라에 이름을 남길 만한 위대한 플레이어들이 누구냐고 하면 당장 떠오르는 건 , , 같은 살아있는 신화라 할 수 있지.”
“그려면 그 다음에 오는 사람은? ? 아니면 십이좌?”
“옛날이었으면 그랬을지도 모르지. 하지만 이제는 노은하가 있잖아.”
“”””을 군주로!!””””
“”””은하신, 만세! 만세! 만만세!!””””
세 명의 살아있는 신화.
사람들에게 멸망한 세상을 재건한 그들은 절대 폄훼할 수 없는 존재라 할 수 있었다.
그런 그들 밑에는 놀라울 정도의 업적을 세운 사람들이 포진했다.
하지만 그들의 서열은 때에 따라서 변동되고는 했다.
그런데 노은하가 이번에 해낸 일로 그가 살아있는 신화 바로 밑자리에 고정적인 자리를 만들게 되었다.
“노은하는 진짜…. 대단하지. 그냥 말로 표현할 수가 없어. 그 사람이 정말 사람이냐? 나는 괴물이라 해도 믿을 것 같다.”
“차라리 신이라고 해라. 이번 일로 은하신도만 알던 이란 이명이 정착했다더라.”
“어디 만 정착했다나? 이번 일로 얻은 이명이 몇 개야? 니, 이니, , , …. 거기에 또 에, …. 궁금해서 알아보다가 세는 걸 포기했다, 난.”
“은근히 이 이명도 알아주던데?”
“뭐? 어떤 거?”
“뭐냐면 <우주 뿌…."
"아니야. 그 이름은 단군일보에서 의 진가를 낮추기 위해서 만든 이명이라잖아.” “나는 잘 어울리는 것 같던데…. 직관적이라서 얼마나 좋냐?”
“혹시 너 단군일보 사람이냐?”
“허, 이명 하나 잘못 말했다고 날 이상한 사람으로 몰고 가네.”
사람들이 떠들어대는 것과 같이.
10대 중앙종합일간지를 비롯해서 여러 언론에서 수도 없이 노은하의 이명을 쏟아냈다.
그로 인해 여러 이명이 혼재하면서 언론사마다 노은하의 이름 옆에다 서로 다른 이명을 붙이는 진풍경이 벌어지고는 했다.
판도라클랜에서 노은하의 이명을 확정하지 않아 비롯된 일이었다.
이 일이 불과 매구를 쓰러뜨리고 3일 만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아무튼 노은하가 노은하한 거지.”
“요새 그 말도 자주 돌아다니더라. 정확히 무슨 뜻이야?”
“나도 몰라. 다들 쓰던데?”
“승산이 없는 싸움에서도 기어코 판세를 뒤집어 승리한다. 은하신교 사람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던데?”
“아, 그런 깊은 뜻이.”
노은하의 위명이 울려 퍼지며.
살아있는 신화는 저물어갔고.
노은하와 같은 세대 플레이어들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그중에서도 노은하는 사람들에게 이전 살아있는 신화들이 그러했듯 절대 불가침 영역으로 취급되었다.
누구도 그의 위상에 흠집을 내면, 사람들은 그 사람을 가만두지 않고 대응했다.
일각에서는 그와 그의 클랜원들을 ‘판도라의 신화’라고 부르기도 했다.
당연히 신화의 첫 번째 장을 맡은 사람은 노은하였다.
“나도 은하신교에나 들어갈까?”
“왜?” “그냥, 재미있어 보이잖아.”
“가서 솔로가 돼서 죽겠다.”
“은하신의 또 다른 이명 모르냐? 하렘왕이라는 이명. 거기 들어가면 하렘왕의 가호를 받아 연애도 많이 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르지.”
“또 다른 이명은 모르냐?”
“무슨 이명?”
“최예장하는 왕.”
“…….”
“그래도 거기 들어갈 가치가 있긴 할 거야. 여러 그룹이 지원해줘서 재정이 아주 빵빵하다던데? 취업도 알선해주고, 밥도 주고, 교육해주고, 인성까지 길러주고. 나쁘지 않지.”
노은하의 업적이 알려진 지 3일.
불과 3일 만에 사람들의 은하신교 입도 문의가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은연중 사이비 종교로 취급되었던 종교가 마침내 멸망을 딛고 일어난 세상에서 대중적인 종교로 자리를 잡게 된 것이다.
그로부터 하루가 지나─.
“─이 귀환했다!!”
매구를 토벌하러 간 플레이어들이 의정부에서 귀환했다.
마나관리기구의 통제에도 불구하고 장벽 앞에서 기다리던 사람들은 곧 노은하를 보고 열광했다.
그들이 박수 갈채를 보냈다.
정하양이 끄는 휠체어에 타고 있던 노은하는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감사합니다. 이렇게 축하해주니 살아 돌아온 보람이 있네요. 전부 여러분이 응원해주신 덕분입니다. 응원에 보답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최선을 다해서 싸우겠습니다.”
그날, 은하가 몰려든 인파를 향해 꺼낸 말은 두고두고 회자되었다.
은하신교의 성경에는 다음과 같은 말이 실리게 되었다고 한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되.
나는 이 땅에 영광을 전하는 자. 나는 다만 검을 휘두를 뿐이니, 이 모든 영광은 내가 아니라 그대들의 몫일지어다.
그러니 우리는 앞으로도 맡은 바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야 한다. 인생을 살기 위해서 결단코 투쟁 의식을 잊어서는 아니 된다.
그러자 주님의 말씀을 깨달은 사람들은 다음과 같이 말했도다.
“오, 진홍의 신이시여. 제가 죽을 때까지 평생 동안 섬길 신은 당신밖에 없나이다. 당신은 저의 불이요, 빛, 희망이며 그리고 마지막으로 저의 영광이십니다.”
성녀는 말한다.
이 땅에 사는 모든 사람들에게 주님의 영광이 있으라.』
☆
매구를 죽인 것으로 잃어버린 팔을 복원할 수 있었다.
다행히 엘릭서는 사용하지 않았다.
더욱이 이번 전투를 위해서 구한 엘릭서는 상태가 심한 클랜원들에게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 한편─.
“─몸에 힘이 안 들어가….”
“삐삐….”
“깡….”
팔을 복원했다고 할지라도.
반동은 어찌할 수 없었다.
의 힘을 쓴 데다, 프리시스 메모리에게 반동이 심한 마법을 몇 번이고 받았으니 그렇게 될 만도 했다.
또 의식마법을 사용하지 않았던가.
게다가 만 쓴 게 아니라, 까지 썼으니….
무엇보다 기프트 부담이 심각했다.
원래부터 기프트를 사용하고 나면 탈력감이 찾아오고는 했는데 이번엔 특히 더했다.
에서 로.
꼭, 기프트가 한 번 바뀜에 따라서 새로 발동한 것으로 여겨진 듯했다.
그로 인해 은하는 3일이 지나고도 마법도 사용하지 못하고 있었다.
밥도 다른 사람이 먹여줘야 했다.
그리고 이동할 때는 휠체어를 타고 이동해야 했다.
“삐삐….”
“깡….”
“알았어. 너희도 도와줘서 이길 수 있었던 거야. 인터뷰에서 너희들을 언급하지 않았다고 삐지지 마.”
그런데 어디 노은하뿐이었던가.
클랜원들도 알게 모르게 적지 않은 반동을 받았다.
환수들은 더더욱 그랬다.
어깨와 무릎 위에 앉은 불닭이와 깡이가 유독 기운이 없었다.
그들도 탈력감을 느끼고 움직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그들도 제대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그건 대체 뭐였던 걸까.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네.
그러는 한편 은하의 생각은 이따금 자신의 기프트로 향했다.
이번 일로 밝혀졌다.
자신의 기프트가 온태양하고 같은 기프트였다는 것이 말이다.
, .
공통적인 효과는 마나를 소모하며 끝도 없이 강해진다는 것과 세뇌에 내성을 가진다는 것 정도.
아마도 그것이 본질이리라.
그리고 무언가가 발동 조건이 되어 효과가 미묘하게 달라진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은 미래를 보는 힘을.
는 동료들의 기프트를 자유자재로 사용할 수 있는 힘을.
다만 그런 차이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다는 것은─.
─어쩌면 도 그것들하고 같은 기프트였을 확률이 높아.
학습하는 힘을 지닌 .
두 개의 기프트뿐만 아니라.
이전 삶에서 은하가 사용한 기프트 도 본질이 같은 것이다.
은하는 이제 확신할 수 있었다.
무슨 기프트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트리거에 따라서 기프트의 효과를 세 가지로 바꿀 수 있어.
어쩌면 밝혀지지 않은 다른 효과가 숨겨져 있을지도 모르고.
그럼 뭐가 트리거가 되는 거지?
발동 조건만 알 수 있다면.
그렇게 되면 상황에 따라 기프트를 선택할 수 있을 것이다.
은하는 그런 생각으로 며칠 동안 흥분을 참지 못하고 있었다.
당장 기프트를 발동하고 싶었다.
하지만 몸이 따라주지 않다 보니 그는 휠체어에서 꼼짝하지 못했다.
게다가 주위 사람들이 그가 검을 잡으려고만 해도 따가운 눈초리로 쳐다보고는 했다.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너 또 기프트를 시험해볼 생각을 하고 있지?”
“…아닌데.”
“거짓말. 내가 모를 줄 알아?”
선녀정부에서 준비해준 차를 타고 선녀 임가을을 만나러 가던 중.
정하양이 은하의 간호를 책임지며 그를 따라나섰다.
은하의 옆에 찰싹 달라붙어 있던 그녀는 그의 마음을 알아차리고는 이렇게 주의를 주고는 했다.
결국 은하는 생각하는 것조차도 포기해야 했다.
정하양과 결혼한 지 어언 4년.
그녀는 그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꿰차고 있었다.
“아, 거의 도착했다. 은하야, 이제 내릴 준비하자. 챙길 건 챙겼어?”
“여기에 있어.”
잠시 후, 차가 서행했다.
고개를 들어 전방을 살핀 정하양이 은하에게 말했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챙길 것이라고는 무릎 위에 놓인 전리품밖에 없었다.
마석과 스킬석.
매구에게서 나온 것이었다.
규정에 따르면 전리품은 탈환대의 대표를 맡은 제니스클랜이 보관하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제니스 클랜로드 지용현이 은하에게 권한을 맡겼다.
그럴 만도 하지.
다른 클랜들이 기여했던 것보다도 우리 클랜이 기여한 바가 크니까.
판도라클랜이 탈환대에서 다음가는 지휘권을 가지고 있기도 했고.
은하를 비롯해 판도라 클랜원들의 공적이 상당했다.
만약 조금 전에 인터뷰를 할 때, 매구의 전리품을 지용현이나 그밖에 다른 사람이 갖고 있었다면 폭동이 일어났을지도 몰랐다.
“선녀님께서 뭐라고 할 것 같아?”
“음, 일단 수고했다 말씀하시겠지. 그리고 공훈을 세운 대가로 무엇을 원하는지 묻지 않을까?”
“그럼 뭘 받을지 생각해놔야겠네.”
이윽고 차가 멈춰 섰다.
청와대에 도착했다.
정하양은 자신의 생각을 논하고는 문을 열려고 했다.
그때, 입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경호원들이 문을 열어주었다.
칼 같은 동작이었다.
“─청와대 경호실장입니다. 이번에 큰 공훈을 세우셨다고 들었습니다. 님과 님을 이렇게 환영합니다.”
“”…….””
청와대 경호실장을 비롯해.
사람들이 예를 갖춰 인사했다.
은하가 매구를 쓰러뜨리게 되면서, 선녀정부는 더더욱 은하의 위상을 무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
청와대 본관, 선녀의 집무실.
청량한 기운이 감돌고 있었다.
대기에 녹아 있는 마나의 농도가 무척이나 청량했다.
은하는 이유를 모르지 않았다.
의 힘인 거구나.
마나는 편재하기 마련이다.
하지만 의 성질을 지니는 마나는 마나를 편산시킨다.
아마도 선녀가 가장 오래 생활하는 공간이다 보니 그녀가 무의식적으로 흘리는 마나가 곳곳에 깔려 있는 것 같았다.
“어서 오렴. 지금 세상 사람들이 너를 얼마나 추앙하고 있는지 알고 있니?”
경호실장이 직접 휠체어를 끌고서 은하를 임가을에게 안내해주었다.
청와대 내부를 둘러보던 은하는 곧 임가을을 만날 수 있었다.
그녀는 은하를 보자마자 제 일처럼 기쁘게 축하를 건넸다.
은하의 명성이 높아진 것과 함께 매구 토벌전을 지시한 선녀정부의 위세도 높아졌기 때문이다.
게다가 경기 북부 공략 작업까지 수월하게 진행되고 있기도 했다.
“아니요. 의정부에서 돌아오자마자 바로 선녀님을 만나러 오는 거라서 잘 모르겠네요.”
“나중에 너희 클랜의 행정관에게 물어보도록 해. 솔직히 나한테 그리 반가운 상황은 아니지.”
“그런데도 절 이렇게 환영해요?”
“그러면? 내가 위협을 해야 할까? 잠재적인 적이 될지 모른다고 해도, 아직 협력할 부분이 무궁무진한데 그래서는 안 되는 법이지. 그리고 네가 내 적이 될 거란 보장도 아직 없고 말이야.”
“아직 없는 게 아니라 아마 평생 그럴 일은 없을 거예요.”
“그래, 나도 그랬으면 좋겠네.”
제2차 의정부 탈환전 이후로.
은하와 임가을의 관계는 이제 서로 대등해지게 되었다.
임가을이 은하를 이전처럼 섣불리 대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그들은 다투지 않았다.
비록 견제는 할지언정 두 사람의 관계는 양호한 편이었다.
임가을이 은하를 부른 이유 또한 그것과 무관하지 않았다.
서로 대등해진 두 사람은 이제는 원하는 것을 주고받는 사이가 됐다.
“그게 매구에게서 나온 스킬석과 마석인 거구나.”
“네, 맞아요.”
“스킬석은 어떤 효과가 있다니?”
“자세히 조사할 여건이 되지 않아 파악된 게 없어요.”
은하는 임가을의 책상 위로 매구의 전리품을 올려놓았다.
임가을이 호기심을 보였다.
특히나 그녀는 제2위계 몬스터의 스킬석에 눈을 빛냈다.
어느 누가 그러지 않겠는가.
매구가 존재하기 전까지 한국에서 가장 위험한 몬스터는 제3위계 오버랭크였다.
매구는 한국에서 가장 위계가 높은 몬스터였다.
그러니 궁금할 만도 했다.
이건 나도 잘 모르겠네.
온태양이 흡수했다는 건 알아도, 이게 무슨 효과인지는 확인한 적이 없었으니까.
사실 은하는 매구의 스킬석이 어떤 섭리를 담고 있을지 몰랐다.
이전 삶에서 온태양이 스킬석으로 무엇을 했는지 들어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온태양이 최대한 말을 아낀 데다, 그의 전투에서 특이할 사항이 전혀 나오지 않았었다.
일각에서는 온태양이 흡수를 해도 사용하는 방법을 모른다는 소리까지 나올 정도였었다.
툭
이내 은하는 스킬석을 건드렸다.
아주 적은 양의 마나를 발현했다.
마나 회로가 불타는 듯했다.
은하는 따끔한 아픔을 참아내면서 스킬석을 반짝이게 했다.
아주 짧은 시간이었지만.
스킬석이 그를 주인으로 인정했다.
“흠, 적성이 맞나 보구나.”
“네, 그래서 제가 가져가려고요.”
“다른 클랜들이 허락한대니?”
“템페스트클랜이 불만인 듯했지만, 저번에 엘릭서를 빌려준 것 때문에 크게 뭐라고 안 하던데요?”
은하는 스킬석을 가져갔다.
그녀는 그다지 개의치 않아 했다.
어차피 목적은 따로 있었다.
그리고 그녀의 속마음을 읽듯─.
“─이건 선녀님께 드릴게요.”
“그래, 고마워. 경기 북부에 설치할 코쿤의 재료로 쓰면 되겠네.”
은하는 매구의 마석을 내밀었다.
임가을은 흡족하게 여겼다.
마석이 아깝지만 어쩔 수 없었다.
매구를 토벌한 사람들 또한 적절한 보상을 받아야 했다.
하지만 마석을 나눌 수는 없었으니 마석을 판매한 돈으로 사람들에게 나눠주는 게 나았다.
그래서 은하는 선녀정부에 마석을 팔기로 한 것이다.
“비싸게 쳐 주세요.”
“아무렴. 제2위계의 마석인 만큼, 비싼 값으로 보답해줄게.”
이것으로 전리품 분배가 끝났다.
그러나 선녀가 전리품을 분배하러 은하를 불렀을 리 없었다.
아니나 다를까.
임가을의 어조가 바뀌었다.
“자, 그럼 정부 차원에서 공헌에 합당한 보상을 내려줘야 하는데….”
“…….”
“작년에도 한 번 받기는 했지만, 을지 등급의 훈장을 주면 되려나? 역사서에 을지 등급을 1번도 아닌 3번이나 받아간 사람으로 네 이름이 올라가게 되겠네.”
원래라면 고위급 관료들을 부르고, 탈환전에 참가한 지휘관들을 불러 회의해야 했다.
하지만 은하의 위상이 높아졌기에.
임가을은 이전과 달리 통보식으로 결정지을 수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그의 의견을 구하러 부른 것이다.
“규정에 따르면 을지 등급 훈장은 제2위계 몬스터 토벌에 직접적으로 관여해야만 받을 수 있어. 아니면 제3위계 몬스터를 2마리 이상이나 토벌하든가.”
임가을이 판단의 근거를 열거했다.
은하도 알고 있는 바였다.
자신이 을지 등급 훈장을 받으리란 예상은 할 수 있었다.
“음…. 딱히 좋아 보이는 얼굴은 아닌 것 같네.”
“이미 두 번이나 보물을 받았으니 보물빨이 떨어질 수밖에 없긴 하죠. 그러니 좋기는 좋아도, 저보다 아마 클랜원들이 더 좋아하겠어요.”
“직접적으로 토벌에 관여한 경우만 을지 등급 훈장을 내릴 수가 있어. 그러니 나중에 공문이 나가게 되면 이름을 올려도 적당히 올리도록 해. 괜히 클랜원들 전원에게 주겠다고 그러려고 하지 말고.”
“네, 알고 있어요. 그런데 선녀님, 태극 등급 보물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 건가요?”
“을지 등급을 두 번이나 받으니까 보는 눈이 엄청 높아졌나 보구나. 정 태극 등급 훈장을 받고 싶다면, 제1위계 몬스터를 죽이든가 아니면 제2위계 몬스터 2마리 이상 죽이면 되는데. 아니면 저기 철원에 있다는 흑색던전이나 공략하고 오거나.”
“태극 등급 훈장을 받는 것은 아예 꿈도 꾸지 말라는 거네요.”
“국가의 역사가 반영된 보물이니까 함부로 나누어줄 수 없는 법이지.” “그러면 말이에요.”
“응?”
은하는 말을 끌었다.
임가을의 말이 맞았다.
이때, 은하는 욕심이 났다.
을지 등급 보물을 다시 얻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았다.
끌리는 보물들이 몇 개 있긴 했다.
하지만 그는 매구를 쓰러뜨리면서 더욱 높은 곳을 바라볼 수가 있게 되었다.
이전 삶에서 아무도 얻지 못했던 태극 등급의 보물을 얻고 싶었다.
“─제 공훈, 킵 해주세요.”
“뭐? 여기가 무슨 바니? 남은 술을 킵이나 하게?”
명예욕 그리고 성장 욕심.
은하는 더욱 강해지고 싶었다.
아직 아무도 밟지 않은 길을 걸어 새로운 길을 개척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생각 끝에 결론을 내렸다.
앞으로 몇 년 후에 마인들이 나와 기승을 부리게 될 거야.
그놈들을 막게 되면 태극 등급의 훈장을 받을 수 있을 거야.
무엇보다 은하는 자신이 태극 등급 보물을 받을 수 있으리라 확신하고 있었다.
자신은 미래를 알고 있었다.
그러니 이번에 세운 공훈을 더해서 몇 년 뒤에 있을 재앙을 해결하면서 태극 등급 보물을 받아낸다.
어찌 보면 장대한 꿈이었다.
“참…. 너 정말 괴짜구나.”
그런 은하를 보며.
임가을은 혀를 내둘렀다.
괴짜가 따로 없었다.
어느 누구도 공을 세우고 그 공을 다음 공을 세울 때까지 미루겠다고 말할 리 없었다.
그녀는 한숨을 쉬었다.
“그래, 네가 그렇게 할 생각이라면 그렇게 하렴. 내가 널 막을 명분도, 권력도 없으니까.”
“감사합니다.”
“근데 너희 클랜원들은 어떻게 할 생각이니? 똑같이 미룰 거야?”
“그랬다가는 애들한테 얻어맞죠. 걔네한테는 정당하게 보상해주세요.”
그리하여 은하는 스킬석을 받고, 공훈을 뒤로 미뤘다.
또 하나, 역사서에 이름을 남기는 업적을 달성하게 된 셈이다.
물론, 대외적으로 은하의 의도는 순수하게 포장될 것이다.
진정으로 국가의 미래를 생각하는, 순수한 의도를 가진 영웅으로서.
이 일이 공식적으로 알려지게 되며 사람들은 그의 이름을 더욱 드높이 찬양하게 됐다고 한다.
☆
은하의 인기가 계속 치솟고 있다.
.
이제는 그런 이명까지 떠돌고 있을 정도였다.
그런 상황에서─.
“─그거 들었어? 노은하 놈이 지금 마나를 제대로 쓰지도 못하는 몸이 됐다면서?”
“몸을 완전히 회복하려면 시간이 꽤 걸린다는 것 같더군. 하긴, 놈이 멀쩡할 리 없지. 제2위계 몬스터를 쓰러뜨렸으니 말이야.”
“노은하 외 다른 클랜원들은?”
“다들 비슷하다지? 그래서 당분간 클랜 일을 줄이고, 클랜원들 치료에 전담한다는 것 같던데.”
“그런 상황에서 노은하는 계속해서 회의에 나가고 있다지? 경기 북부는 아직 완전히 공략한 게 아니니까.”
“그 몸으로?”
“어.”
그으래?
선망받는 인물일수록 더욱더.
많은 질투와 시기가 따르는 법.
더욱이 노은하가 어떤 인물인가.
오만방자한 인물이 아니었던가.
지난 몇 년간.
그의 횡포에 당한 사람들은 속으로 칼을 갈고 있었다.
그렇기에─.
“─노은하를 죽일 기회가 이때밖에 없다는 거군.”
리라이프 플레이어 8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