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15
제목: 인생이 너무 억울하다…
작성자: ekdldk1234
밤중에 술 먹고 글을 쓴다.
내가 어디서 하소연할 데가 없어서 여기까지 흘러들어오게 됐다.
나는 가난하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유복하다고 할 수는 없는 집안에서 태어났어.
그래도 나는 만족했다.
부모님은 나를 성공시키기 위해서 어떤 지원이든 아끼지 않았거든.
나도 부모님께 보답하고 싶었고, 나 같은 흙수저가 성공하기 위해서 이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어.
국어, 영어, 수학, 논술 등등….
어렸을 때부터 놀 시간도 포기하고 공부만 하면서 자랐다.
그만큼 공부한 값어치는 한 건지, 그래도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대학에 입학할 수 있었어.
그런데 대학에 가보니까 내가 정말 ㅂㅅ처럼 느껴지더라.
거기서 많은 사람을 만났어.
그리고 내가 그동안 피땀 흘려서 노력해 대학에 들어간 것과 다르게 편하게 들어온 애들도 알게 됐지.
부모 잘 만났다는 것만으로 별다른 노력도 하지 않고 들어온 애들이 꽤 많더라고.
특히 10대 재계그룹과 연을 가진 사람들은 그걸 당연하게 여기더라.
그래, 인정해.
태어났을 때부터 바꾸지도 못하고 그대로 결정되는 수저도 스펙이지.
나는 이해할 수 있어.
솔직히 내가 날 흙수저라고 해도, 진짜 흙수저인 사람들이 듣는다면 나도 잘난 것처럼 보이겠지.
세상에 나보다 못난 사람도 많아.
그나마 평타는 친다는 만족감으로 살 수 있어서 다행이야.
그렇게 생각할 때도 있었다.
근데 나보다도 못 사는 사람들이 나보다 노력도 하지 않고서 편하게 대학에 들어오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냐?
대학에는 여러 입학 전형이 있어.
그중에 몇 년 전부터인가 대학마다 아인과 외국인을 일정 비율로 뽑는 특별전형이 생겨났어.
매해 대학에 입학하는 인원이 대략 1000명이라고 가정할 때, 그중에서 아인과 외국인을 무조건 50명 이상 뽑게 된 거야.
지원하는 아인, 외국인들의 성적이 어떠하든 말이야.
나는 그렇게 해서 대학에 들어온 아인, 외국인들을 보게 됐다.
그때 내가 어떤 생각이 들었을까?
막 박탈감이 들더라.
나는 그러면 아인이랑 외국인으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을까?
10대 재계그룹의 직계, 방계들로 태어나고 싶지 않았겠냐고.
그래도 후자는 이해한다고 쳐.
하지만 평등과 인종의 다양화라는 같잖은 명목으로 순수 한국인들이 설 자리를 빼앗는 것은 너무하다고 생각하지 않냐고.
비단 대학에서만 그런 게 아니야.
언젠가부터 사회가 이렇게 됐어.
인종의 다양성, 차별 철폐 그리고 인간 평등.
사람들이 그렇게 말하면서 아인과 외국인을 영입하는 비율이 엄청나게 늘고 있어.
나는 그게 너무 마음에 안 들어.
나는 저렇게 노력했는데, 쟤네는 왜 혈통만으로 대우받는 거지?
그것도 순수 한국인보다도 열등한 혈통을 타고난 외국인 혼혈과 아인 놈들에게 말이야.
이러다 지하철에도 외국인 좌석과 아인 좌석이 만들어지기도 하겠다.
사회가 그렇게까지 가지 않겠지만, 그래도 돌아가는 걸 보면 무섭다.
십이좌의 자리도 외국인과 아인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잖아.
그들의 실력이 어떻든 간에 국민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순수 한국인을 더 우대해줘야 하는 거 아닌가?
모르겠다.
오늘도 순수 한국인으로서 상대적 박탈감을 당하는 일을 겪었거든.
그래서 이렇게 글을 쓴다.
잘 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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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백련의 일과는 빡빡했다.
올해로 14세.
중학교 1학년이 된 그녀가 감당할 일정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녀는 내색하지 않고,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꿋꿋하게 해내려고 했다.
“흠, 잘 배웠네. 교육계로 붙여준 선생님들이 잘 가르쳐주고 있는 모양인가 보구나.”
“네, 다들 친절하고 잘 가르쳐줘서 정말 좋아요!”
“그러니? 가장 좋아하는 선생님은 어떤 분이니?” “메모리 선생님이요!”
“마나를 다루는 부분에서만 유달리 성적이 좋은 이유가 있었구나.”
중학교 수업이 끝나면.
하백련은 청와대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녀의 교육계들로부터 교육을 받는다.
그러다 일주일에 한 번씩 임가을과 다과를 먹으며 그동안 그녀가 얻은 성과에 대해 이야기하고는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자주 청와대에 들리게 되면서 이제 선녀 임가을에게 경계심을 풀게 된 하백련은 활짝 웃으며 말했다.
한서현 언니보다 조금 더 무섭지만 그래도 친절한 언니.
그리고 때로는 엄혹한 언니.
그녀의 마음속에서 임가을은 그런 위치에 있었다.
그때, 임가을이 입을 열었다.
“이 정도 성과를 보여주었으니…. 그럼 이번에는 이 과제를 해보는 건 어떨까?”
“이번에는 어떤 과제인데요?”
“머리를 많이 굴려야 할 테지만, 그래도 고민하는 재미가 있을 거야. 만약 백련이 네가 선녀가 된다면, 선녀로서 국민을 위해 어떤 법안을 만들 것인지 생각해보는 거야.”
“음….”
“네가 어떤 선녀가 되고 싶은지, 찬찬히 생각해보고 그에 맞는 것을 만들어왔으면 좋겠어. 네 성격에야 그러지 않겠지만, 생각하기 싫다고 대충 만들어오려고 하지 말고.”
“안 그럴 거예요. 음…. 뭘 만들면 좋을지 잘 모르겠지만, 집에 가서 생각해볼게요.”
“그래, 그러렴. 오늘 즐거웠어.”
법안을 만들라.
임가을이 내준 과제는 간단하면서 무척이나 까다로웠다.
어떤 법안이 국민을 위한 것인지, 또 어떤 법안이 자신의 이상에 가장 부합할지 생각해야 했기 때문이다.
“음…. 뭐가 좋으려나.”
임가을과 다과회를 마치고.
공백기가 모는 차에 탄 하백련은 생각에 잠겼다.
“응?”
그러다 한편이 눈에 들어왔다.
광화문을 지날 때였다.
많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하백련은 호기심에 고개를 들어, 그들이 손에 쥔 피켓을 보았다.
『아인, 외국인 타도!』
『순수 한국인을 우대하라!』
“…순수 한국인? 그게 뭐지?”
사람들의 분위기가 험악했다.
그들이 들고 있는 메시지도 너무 극단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은 대체 무엇 때문에 불만을 품고 있는 것일까.
하백련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는 세상에는 이해할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언젠가 그녀가 다스리게 될 세상도 그럴 것이다.
☆
경기 북부 공략은 순조로웠다.
매구를 토벌한 십이좌들도 부상을 어느 정도 회복한 차였다.
이에 마나관리기구에서는 그들을 업무에 복귀시키려 하고 있었다.
“그럼 마녀님은 경기 북부로 가서 공략을 도우려는 거예요? 부럽네.”
“제 힘이 필요한 곳은 여기보다는 격전을 벌이고 있을 경기 북부일 테니까요. 근데 플레이어는 북부로 올라가고 싶은 건가요?”
“몸 쓰는 게 좋아서요. 서울시를 순찰하러 다니는 것보다는 차라리 의정부에 가서 몬스터랑 싸우는 게 성미에 맞죠. 후, 노은하 그 녀석이 반대만 하지 않았어도…. 젠장.”
서울 관리와 경기 북부 공략.
그게 서울로 귀환한 십이좌들에게 주어진 선택지였다.
이날 십이좌들은 회의에 참석해서 자신이 어느 곳에서 활동할 것인지 결정했다.
진파랑, 한창진은 서울이었다.
한창진은 어둠을 관리해야 했고, 진파랑은 판도라클랜의 반대에 의해 서울에 남아 있어야 했다.
그러다 보니 진파랑은 내일 바로 경기 북부로 떠난다는 프리시스 메모리를 부러워했다.
“판도라 클랜로드가 걱정이 돼서 그러는 거겠죠.”
“마녀님이 착각하고 있는 거예요. 노은하 그놈이 그럴 리가 없어요. 보나마나 날 부려먹으려고 서울에 남게 한 게 분명해.”
“하하….”
마나관리기구 회의를 마치고.
한창진은 볼일이 있어 헤어졌다.
그래서 진파랑은 프리시스 메모리와 건물을 나서고 있었다.
이윽고 그들은 1층 유리문 앞에서 발걸음을 멈췄다.
본부 밖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들어 있었다.
“기자들인가? 사람들이 뭐 저렇게 많이 모여 있지?”
“차림새를 보아하니 아마 기자들은 아닌 것 같네요. 대다수가 평범한 사람들로 보이는데요?”
“아, 그럼 그거일 수도 있겠네요. 하하, 저 사람들, 십이좌들을 보러 여기에 온 거구나? 하여간 이놈의 인기란….”
진파랑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내 크게 개의치 않기로 했다.
제3기 십이좌로 선발된 진파랑은 종종 이런 일을 겪고는 했다.
아마도 저 문 앞에 모인 사람들은 자신이나 다른 십이좌들을 보려고 찾아온 사람들일 것이다.
다시 말해, 팬이다.
진파랑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는 힘차게 걸음을 내디뎠다.
” 플레이어! 밖이 지금 좀 어수선해서 저기로 갔다가는 자칫 봉변을 당할 수도 있습니다. 저희가 뒷문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때 직원들이 황급히 다가왔다.
그들이 진파랑의 앞을 가로막았다.
진파랑은 코웃음을 쳤다.
“에이, 제가 저 사람에게 봉변을 당하겠어요? 절 보러 온 사람들한테 등을 돌릴 수는 없죠. 사인해주고, 악수해주면 되는 거 아닌가?”
” 플레이어, 그게 사실은 그런 상황이 아니라서….”
“걱정 마세요! 저 사람들은 그럴 사람이 아니에요.”
직원들의 배려도 모르는 채.
진파랑은 그들을 지나쳤다.
그 뒤를 불안하다는 듯이 프리시스 메모리가 따랐다.
결국 진파랑은 유리문을 나섰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제가 바로 진파랑입니다! 오늘 저를 이렇게 만나러 올 줄은 몰랐네요! 아닌가? 다른 사람들인가? 그래도 잘 왔…커헉…! 이게 뭐야!?”
“윽….”
퍽
유리문을 나선 진파랑이 두 팔을 하늘 높이 들어 올렸다.
그가 활짝 웃는 얼굴을 하자.
어디선가 달걀이 날아왔다.
하나가 아니었다.
한 사람이 던진 달걀을 시작으로 여럿이 우후죽순 던진 것이다.
“이 나쁜 새끼야! 그 자리가 어떤 자리인데 너 같은 혼혈 잡종이 감히 그 자리를 꿰차고 있어!?”
“아인도 외국인도 물러가라!!”
“”…….””
사람들이 분노에 차서 소리친다.
날달걀을 맞고서 꼴이 엉망이 된 진파랑과 프리시스 메모리는 멍하니 그들을 바라보았다.
이내 진파랑이 정신을 차렸다.
“이것들이….”
“하지 마세요, 플레이어. 괜히 일을 크게 만들 수 있어요.”
“…….”
빠득 하고.
진파랑은 이를 악물었다.
그가 흉흉한 기세를 발하며 모여든 사람들을 노려보았다.
“뭐, 뭐 어쩔 건데!? 때릴 거냐? 때려라, 이 아인 놈아!!”
“아이구! 아인이 순수 한국인들을 때린다! 드디어 본성을 드러내는 구나!”
그 기세에 겁을 먹으면서도.
사람들이 자꾸만 그를 자극했다.
☆
“후…, 드디어 됐네.”
몸도 거의 다 나았다.
그때쯤 은하는 매구의 스킬석을 완전히 흡수할 수 있었다.
손톱만큼 작게 남아 있던 스킬석이 그의 체내에 스며들었다.
그 순간, 은하는 자신의 몸에 깃든 섭리를 더듬을 수 있었다.
…무슨 섭리인 거지?
잘 이해가 되지 않네.
은하는 눈을 감았다.
아직 형체가 보이지 않는 섭리를 일일이 더듬으며 형체를 유추하려 했다.
그리고 눈을 떴을 때─.
“─이렇게 하는 건가.”
은하는 섭리를 다루는 방법을 대강 알 수 있었다.
햄퍼 웨이브를 사용하듯.
그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허공에 웬 조그마한 구체가 만들어졌다.
구체의 색이 붉었다.
마치 적색던전을 연상케 했다.
“던전을 만드는 능력인가? 아니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은하가 다시 손짓했다.
구체가 사라졌다.
그리고 다시 손짓을 하자 이번에는 원반 형태로 생겨났다.
“흠….”
이게 어떤 마법인가.
은하는 체내 마나를 발현했다.
원반에 마나를 침투시켜서 구조를 파악하기로 한 것이다.
그런데─.
“─마나가 들어가지 않네?”
자신의 체내 마나가 원반 속으로 침투하지 못하고 있었다.
다만 주위를 맴돌 뿐이었다.
그것은 마치 세계선이 분리되면서 마나가 침투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였다.
“이걸 뭐라 정의해야 하는 거지?”
적색던전 같은 것을 만들고.
공간을 만들고.
세계선을 분리하는 섭리.
은하는 그 섭리를 정의하기 위해서 한참 생각에 잠겼다.
바로 그때였다.
집무실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은하야! 얼른 TV 좀 봐봐! 지금 큰일 났어!]“TV 어디? 몇 번?”
노은아가 건 전화였다.
수화기 너머로 다급함이 실린 목소리가 전해졌다.
은하는 흠칫했다.
이내 몸을 튼 그는 은아가 알려준 TV 채널을 틀었다.
뉴스가 나왔다.
“…파랑 형?”
뉴스 영상에는 달걀 세례를 맞은 진파랑이 나오고 있었다.
은하의 눈빛이 바뀌었다.
저 형이 왜 저런 꼴로 있는 거야?
은하는 의아해했다.
동시에 화가 치밀었다.
사람들이 진파랑과 프리시스 메모리를 욕하고 있었다.
아인, 외국인 타도.
그들이 그것을 부르짖고 있었다.
“저것들을 그냥….”
은하는 이를 악물었다.
한편 머리 한구석에서는 냉정하게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다.
화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진파랑에게 달걀을 던지는 사람들은 모두 일반인이었다.
그들에게 힘을 사용할 수 없었다.
조심스럽게 대응해야 했다.
그렇기 때문에 은하는 저 상황에서 분노를 참지 못하고 있을 진파랑이 걱정되었다.
파랑이 형이 저기에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게 된다면, 이것보다 일이 더 커질 수가 있어.
이제 진파랑은 공인이었다.
제3기 십이좌.
그런 그가 일반인들에게 자칫하다 폭력이라도 행사하게 됐다가는 필시 사회적 뭇매를 맞게 될 것이다.
진파랑이 잘못했든, 아니든.
공인이 된 이상 진파랑은 행동에 조심해야 했다.
하지만 진파랑의 성미를 생각하면 그것이 가능할 리 없었다.
그런데─.
[─하하, 뭐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저한테 화가 많이 나신 듯하네요. 여러분들이 화를 내는 일이 없도록 앞으로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진짜, 진짜, 잘 부탁드립니다!]“…….”
은하의 예상과 다르게.
마나를 발현했던 진파랑이 자신이 언제 그랬냐는 듯이 태세를 전환했다.
그가 자신에게 달걀을 던진 사람들에게 넙죽 고개를 숙였다.
저 형이 웬일이지….
그런데도 여전히 사람들이 그에게 달걀을 던져대고 있었다.
은하는 그 광경을 보고는 할 말을 잃었다.
뉴스 화면이 바뀌었다.
[네, 진파랑 플레이어가 어른스럽게 잘 대처했네요.] [그러게요. 고개를 숙인 사람에게 계속 달걀을 던지는 모습을 보니까 솔직히 기분이 좋지 않네요.]뉴스데스크에 모인 사람들이 서로 이야기를 나눴다.
그들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은하도 파랑의 대처가 적절했다고 생각했다.
그래도 진파랑이 걱정이 되는 것은 변하지 않았다.
은하는 수화기를 들었다.
노은아에게 연락했다.
“어, 누나. 파랑 형 지금 어디에 있대? 클랜으로 오고 있는 거야?”
[클랜 회관으로 오고 있는 중이래. 지금 애들이랑 나가서 기다리고 있으려고.]“나도 같이 가.”
아무리 진파랑이라고 해도 자신을 대놓고 비난하는 사람들을 겪고서는 많이 주눅이 들었을 것이다.
그래서 은하도 진파랑을 마중 나가기로 했다.
전화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1층으로 내려갔다.
그때쯤에는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라운지에 모여 있었다.
그들도 걱정하는 기색이었다.
이윽고 진파랑이 도착했다.
“어, 뭐야? 너희들 왜 여기 나와서 이러고 있는 거야?”
“”””…….””””
머리부터 발끝까지.
달걀이며 밀가루며.
진파랑의 꼴이 말이 아니었다.
사람들은 진파랑의 모습을 보고서 태연해할 수가 없었다.
그런데 정작 진파랑은 평소와 같이 히히 웃고만 있었다.
“뭐야, 노은하도 나왔네? 혹시 날 걱정해줘서 나온 거냐?”
“파랑아, 꼴이 이게 뭐야. 이걸로 몸 좀 닦고, 얼른 샤워하러 올라가.”
“아, 고마워, 누나. 잘 쓸게!”
은하를 보며 웃는 진파랑.
은아가 그에게 수건을 건넸다.
진파랑은 노은아가 건넨 수건으로 머리를 대충 닦았다.
이내 그가 얼굴을 닦고서는 여전히 침중해 하는 클랜원들에게 씩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은하에게 시선을 향했다.
“야! 나, 잘했지?”
“…….”
“마음 같아서는 거기 있는 놈들을 싹 죽여 버리고 싶었는데, 예전에 아카데미에서 아인 운동을 벌였던 기억이 나더라고. 괜히 내가 잘못 대응했다가, 또 아인들한테 상황이 안 좋아질 수 있겠다고 생각했거든. 그리고 또 뭐냐, 클랜 이미지에도 보기 안 좋을 것 같고.”
히히히.
진파랑이 꼬리를 흔들며 말했다.
사람들에게 달걀을 맞으면서 많은 생각을 한 모양이다.
은하는 그 말을 듣고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말이 하나밖에 없었다.
“그래, 잘했어. 형이 오늘은 진짜 형 같다. 대견하네.”
“내가 너희보다 1살이나 더 많은데 어른스러워야지.”
진파랑이 킥킥거리고.
그제야 사람들도 얼굴을 풀었다.
그러는 한편─.
─왜 이런 일이 일어난 거지?
은하는 조용히 분노를 삭였다.
회귀 전에는 없던 일이었다.
☆
진파랑의 어른스러운 대처는 연신 사람들의 호응을 얻었다.
하지만 진파랑의 대처와 관계없이, 일부 사람들이 표출한 불만은 널리 퍼져만 갔다.
“그래, 그렇게 나와야지.”
“내가 이렇게 살아온 이유가 바로 저놈들 때문이었어!!”
방구석에 틀어박혀.
자신의 삶을 한탄했던 사람들.
그들은 9시 뉴스에서 진파랑, 프리시스 메모리가 달걀을 맞는 모습을 보며 쾌재를 불렀다.
모두, 저놈들 때문이다.
그들이 흥분했다.
갈등은 더욱 커져만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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