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19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
은하는 한창진, 이십오의 도움으로 그 배후를 밝혀낼 수 있었다.
우선, 전아연은 갤럭시그룹에게서 비밀리에 후원을 받고 있었다.
전아연을 움직인 건 최정훈이야. 무슨 이유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뒤에서 판도라클랜을 공격하고 있던 거야.
은하는 판도라클랜의 지지 기반이 어디에서 나오는지 모르지 않았다.
또한 아인 사회가 공격을 받으면서 진파랑도 피해를 입게 될 거란 것을 모르지 않았다.
그래서 최정훈의 수는 교묘했다.
그는 교묘하게 판도라클랜의 힘을 깎아내는 수를 낸 것이다.
최정훈이 판도라클랜에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힌 건 없어.
하지만 장기적으로 보게 된다면, 그건 또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최정훈은 어디까지 내다본 것일까.
은하는 그동안 조용히 활동해오던 최정훈의 행보에 위기를 느꼈다.
하지만 그의 관심은 최정훈이 아닌 또 하나의 배후에게로 돌아갔다.
한창진이 알아낸 것이다.
‘이 개입했어. 내 눈을 피해 움직이기 위해 어둠과 관련이 없는 사람들을 끌어들여서 이 짓을 벌인 거야.’
어둠이 개입했다.
아니, 이 개입했다.
한창진에게 그 소리를 들었을 때, 은하는 분노했다.
최정훈은 의 말이나 혹은 높게 쳐봤자 협력자에 불과했다.
이번 사태를 조장한 배후가 바로 선우화령인 것이다.
이에 은하는 전아연의 대표를 죽여 한 차례 자신의 분노를 풀었으며, 두 번째로 을 붙잡았다.
웜 홀
매구의 섭리는 참 유용했다.
세계선을 분리하고, 공간을 다루는 섭리는 그가 선우화령의 감지망을 벗어나게 해주었다.
또한 은 매구를 쓰러뜨리고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모른다.
은하는 그의 허를 찔러서, 재빨리 그를 공격했다.
“미쳤군요…. 정말 저를 죽이려고 하는 겁니까!?”
“어.”
은하는 검을 휘둘렀다.
그에게 한 번 공격당한 선우화령이 재빨리 자리를 피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웜 홀
은하가 허공에 검을 찌르자.
검의 일부가 허공에 파문을 일으켜 사라졌다.
그리고 사라진 일부가 선우화령이 자리를 피한 지점에서 출현했다.
“크윽…!”
선우화령이 기민하게 대처했다.
그가 전신을 대상으로 방벽을 치며 공격을 막아냈다.
그런 한편 그의 왼쪽 옆구리에서 피가 흐르고 있었다.
어둠에 숨어 기습을 노리고 있던 은하는 그의 상처가 훤히 보였다.
옷이 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바로 그때─.
─우보
선우화령이 진각을 밟았다.
백서진의 밑에 있던 그도 우보를 사용할 수 있던 것이다.
그의 신형이 사라졌다.
은하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가 손가락을 튕겼다.
격리 세계(隔離 世界)
설마 예상하지 못했겠는가.
사전에 은하는 주위 공간을 세계와 분리해놓은 상태였다.
다시 말해─.
“─어째서….”
“도망가고 싶으면 날 쓰러뜨려서 도망치든가.”
자신의 허가가 없는 한.
마음대로 마법이 미치는 공간 밖을 나설 수 없다.
은하는 근처에서 모습을 드러내고 망연자실해하는 노인을 보며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설마 널 상대하는데 준비도 없이 다짜고짜 공격했겠어?”
필시 이런 식으로 기습을 당할 줄 몰랐을 것이다.
자신이 대외적인 이미지를 버리고 암살자 같은 짓을 할 줄도.
하지만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이보다 적합한 보복이 없었다.
뒤에서 먼저 공격한 사람은 바로 선우화령이었다.
그렇기에 은하도 뒤에서 공격하는 똑같은 행동을 취한 것이다.
물론 선우화령과 달리 물리적으로.
그리고 은하는─.
─기습을 할 거면 확실히 해야지.
누군가를 죽이기로 다짐했을 때.
은하는 망설이지 않았다.
만반의 준비를 취했다.
지금 이 공간에 있는 것은 은하와 선우화령만이 아니었다.
기프트
은하의 발밑에서 이십오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기프트를 발동했다.
조금 전, 이 떨어뜨린 피로 그의 마나를 파악한 것이다.
“됐어요, 주인님. 이걸로 저 녀석이 도망친다고 해도 확실하게 추적할 수 있어요. 무조건 마법에 노출되는 마킹을 표시할 수도 있고요.” “표시해.”
“예압.”
이십오가 실실거리며 말했다.
그가 마법을 발동하자 선우화령의 몸 주위에 빛나는 표식이 생겨났다.
은하의 인비져블 트레커와 비슷한 효과를 지닌 마법이었다.
아니, 상위 호환이었다.
이십오의 기프트가 더해진 마법의 효과는 그만큼 뛰어났다.
“진짜 날 죽일 셈이로구나. 이렇게 준비까지 하다니…. 그래, 그 녀석이 네 어둠을 관리하는 놈인가.”
“알아서 뭐하게. 그리고 준비한 건 하나 더 있거든?”
“…뭐? 왜, 몸이….”
“거기 나왔네.”
천라지망
그림자 밟기
선우화령이 은하에게 집중한 사이 그의 그림자 속에 들어간 한창진도 모습을 드러냈다.
그가 선우화령의 그림자를 밟고, 마나의 실로 그를 옭아맸다.
“감시국장님, 얌전히 저희들 말을 따라주시죠.”
“한창진…. 지금 네가 뭘 하는지 망각하고 있는 것이냐. 너는 어둠을 관리해야 할 입장이지, 누군가에게 이렇게 이용당해서는 안…큭…!”
“그동안 사적으로 어둠을 이용했을 사람이 말할 게 아닌 것 같은데.”
“노, 은, 하….”
“이제야 날 이름으로 부르네. 그래, 사회에서 부르는 이름이 이곳에서 필요없다는 걸 잘 인지했네.”
당시.
살아있는 신화 백서진의 심복으로 잘 알려진 플레이어였다고 하나.
세월의 흐름은 이길 수 없었다.
노인은 늙었다.
그리고 기습이라는 상황이 완전히 노인의 허를 찔러버리고 말았다.
은하는 선우화령의 배에 다짜고짜 칼을 찔러넣었다.
이어서 발로 그의 무릎을 찼다.
선우화령이 억 소리를 내며 무릎을 보호하려고 했다.
“그래도 안심할 수 없는 법이니까, 다리 하나는 분질러놓고 시작하자.”
같은 곳을 몇 번이고 타격하며.
은하는 선우화령이 다리를 못 쓰게 만들었다.
이전 삶에서도 곽우혁의 다리도 분질러보았던 은하가 그것을 망설일 리 없었다.
☆
한창진은 하고 싶은 말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럼에도 그는 묵묵히 자신의 일에 전념했다.
그와 이십오가 선우화령을 완전히 속박해버렸다.
“네놈….”
“미안하게 됐어. 그래도 이해해줘. 널 너무 경계한 나머지, 이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거든.”
이중 삼중으로 결박된 선우화령.
은하는 다리까지 반대로 꺾이면서 도망칠 힘까지 잃어버린 선우화령을 내려다보았다.
쉽게 잡았다고 방심해서는 안 돼.
늙었어도 오랫동안 어둠의 실세로 살아온 사람이야.
이전 삶에서 의 무서움은 어둠이라는 정보력을 동원한 뛰어난 정치 수완에 있었다.
하지만 그는 살아있는 신화들하고 멸망한 세상을 재건하는데 일조한 플레이어였다.
은하는 그의 힘을 본 적이 없으나, 그것만으로도 방심해서는 안 되는 적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회귀 전에는 그토록 잡고 싶어도 잡지 못했던 적을 이렇게 쉽게 잡게 되다니….
솔직히 기분이 영 좋지 않았다.
그는 자신의 최대 적수였다.
이전 삶에서는 잡지 못했던 적.
그런데 그 적을 기습을 가하면서 이렇게 잡게 되었다는 게 허무하게 느껴지기만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하는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잊지 않았다.
“이 일을 꾸민 목적이 뭐야?”
“허허…. 그것을 알아내기 위해서 이런 수단을 취했다고? 내 생각보다 너무 과격하고 위험하구나, 넌.”
“말이나 해.”
“국민들에게 환호받는 영웅이 설마 아무렇지 않게 피를 보는 자였…큭! 네 이놈!! 네가 정말, 눈에 뵈는 게 없…커헉…!”
“다리가 부러졌으면 알 거 아니야. 하하호호 웃으며 말이나 주고받을 상황은 지나갔다는 걸 말이야.”
햄퍼 웨이브
은하는 손가락에 파문을 일으켜, 선우화령의 마나 회로를 자극했다.
공간을 다루는 섭리까지 얻게 되니 마법을 한결 편하게 다룰 수 있게 되었다.
“끄아아아아아아악!!!”
“이십오. 입.”
“넵.”
선우화령의 힘이 어떤지 모르지만, 거의 대부분의 플레이어들은 심장을 중심으로 퍼져 있는 회로를 부수면 힘을 발휘하지 못하게 된다.
그는 선우화령의 마나 회로 일부를 잡아뜯었다.
다짜고짜 영혼이 뜯기는 것 같은 고통에 노인이 울부짖었다.
이십오가 노인이 비명을 지르지 못하게 입을 틀어막았다.
“은하야, 이건 좀 심한….”
“형도 알 거 아니야. 어둠에 사는 사람이 무슨 짓을 저지를지 알 수 없다는 거.”
“…….” “알았으면 의 입을 벌려서 안에 자결용 독이라도 없는 것인지 확인해봐.”
“알았어.”
보다못한 한창진이 나섰다.
하지만 은하가 단호하게 말하자, 그는 반박하지 못했다.
결국 그가 선우화령의 입을 벌려서 내부를 살폈다.
아무것도 없었다.
은하는 다시 고문을 시작했다.
“어…, 끄어어….”
선우화령 입장에서는 아닌 밤중에 홍두깨 같은 일일 것이다.
설마 감시국장 자리에 있는 그가 힘도 없는 사람처럼 끌려다니면서 고문을 받게 될 줄 몰랐으리라.
그래도 어둠에 적을 둔 사람이라고 고문에 잘 버티고 있었다.
이쯤이면 공포에 이성이 마비되어 묻는 말에 순순히 답했을 것이다.
하지만 선우화령은 고통에 겨운 채 실실 쪼개기만 했다.
“…목적, 말인가.”
그의 눈이 흉흉하게 빛났다.
죽음을 앞에 두고도 그가 여전히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반증이었다.
그가 입안에 고인 피를 탁 뱉으며 답해주었다.
“네놈이, 균형을 어겼으니까.”
“내가? 무슨 균형을.”
역시 모르고 있구나 라는 듯이.
선우화령이 낄낄거렸다.
그가 박장대소했다.
그가 피를 쿨럭쿨럭 토했다.
“너는…, 너무 많은 힘을 가졌다. 그건 우리가 바라는 게 아니야.”
“우리가 아니라 당신이겠지.” “아니, 우리다.” “…….”
“너는 이 나라가 멸망에서 어떻게 딛고 일어났는지 아느냐.”
“…….”
“많은 걸 희생했다.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잃지 않기 위해서 세상에 균형을 만들기로 했다.”
“계속 해봐.”
“너는 사람이 힘을 가지면 어떻게 되는지 아느냐.”
그 사람은 지배자가 되려고 한다.
선우화령이 자문자답했다.
그가 말을 이었다.
“으로 인하여 이 나라는 수십 조각으로 나뉘어서 오랜 분란에 휩싸였다. 힘을 가진 사람들이 각지에서 궐기하여 자신이 이 나라의 지배자가 되려고 했다.” “…….”
“장담컨대…, 그들로 인해 발생한 피해가 몬스터들에 의해서 발생한 피해보다 더 컸을 것이다.”
“…….”
“저마다 군주를 자칭한 사람들이! 멸망 속에서 겨우 살아난 사람들을 전쟁통으로 밀어넣었다. 오랫동안 지속된 피해는 많은 희생은 물론, 사람들의 마음을 피폐하게 했지.”
은하도 아는 이야기였다.
하지만 그때 그 시대를 직접 겪은 선우화령의 말은 더 구체적이었다.
세상이 멸망하고 군주들이 나타나 오랫동안 분란이 있었다.
은하가 아는 것은 그게 전부였다.
멸망을 겪은 사람들이 가슴 아픈 역사로서, 되도록 말하지 않으려 한 이야기였다.
선우화령이 계속 말했다.
“그 시대를 살아갔을 우리가 과연 어떤 생각을 했을 것 같으냐. 그때, 우리는 이대로 가다가…, 이 나라에 사람들이 모두 없어지게 돼버릴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때 나타난 플레이어들이 멸망과 군주들의 시대에 종지부를 찍어낸 살아있는 신화들이었다고.
선우화령이 피를 흘리며 웃었다.
“…이로써 군주의 시대가 끝났다. 그럼에도 이 땅에는 플레이어들이 남아 있었지. 비록 살아있는 신화가 군주들을 쓰러뜨렸다고 하더라도, 그들 역시 힘을 가진 자들이었다. 언젠가 그들도 자신의 힘에 심취해 재앙을 일으킬지 모를 일이었지.”
“…….”
“그들은 서로가 서로를 견제했다. 자신들 중에 변절한 사람이 나올지 모른다며 걱정했기 때문이지.”
클랜 간의 균등한 전력 분배.
그 말도 그때 생겨난 것이다.
선우화령이 첨언했다.
“은 그 상황을 아주 현명히 대처했다. 그는 힘을 가진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이 나라 사람들이 힘을 합쳐 세상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지.”
“…….”
“그래서 의 기프트를 지닌 사람이 나타나기를 기다렸다. 바로 그 사람이 모든 힘을 견제하면서, 플레이어도 일반인도 아닌 중립적인 존재가 될 테니 말이다. 그 사람이 바로 철인(哲人)이었지! 선녀였다! 세상은 이렇게 흐르게 된 거다.”
“그래서 그거랑 네 목적이랑 대체 무슨 상관이 있는 건데.”
“그렇게 겨우 균형을 찾은 세상에, 네놈이라는 변수가 나온 거지.”
“…….”
“네놈의 힘을 봐라, 배경을 봐라! 너와 네가 이끄는 클랜 자체가 지금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네 녀석이 본의에 의해서든, 타의에 의해서든 군주가 되고 있다는 말이다. 나아가 너는 지금껏 나타난 어떤 군주보다 가장 위험한 소질을 보유하고 있다. 그래서!”
“그래서 우리 클랜을 공격했다고?”
선우화령은 답하지 않았다.
침묵이 곧 대답이었다.
은하는 코웃음을 쳤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였다.
“내가 위험해서 공격했다고?”
“그렇다.”
“내가 그렇게 되기 전부터 뒤에서 계속 술수를 써왔으면서 무슨.”
“무슨 소리냐.” “균형을 지키겠다는 사람이 어째서 선녀의 입지를 악화시키는 수단을 생각하려고 한 거냐고.”
“…끄아아악!!”
“이십오. 똑바로 잡아.”
“네, 주인님.”
“아니면 네가 그렇게 말한 것처럼 너도 힘에 잡아먹혀서 욕심에 몸을 맡기기라도 했나 보지?”
회귀 전에 선우화령은 어떤 자리에 있었던가.
그는 마나관리기구의 장관이었고, 제3기 십이좌 필두였으며, 1세대의 마지막 대표였다.
그런 사람이 선녀에게 등을 돌려, 독자적인 권력 기반을 마련했다.
선녀의 직위가 없었을 뿐, 사실상 선녀의 역할을 수행했다.
그랬던 사람이 자신 앞에서 감히 균형의 수호자를 논하고 있는 것이 어불성설이었다.
“네가 생각하는 균형이란 게 뭔지 참 궁금하네. 너희들이 추대해 뽑은 선녀는 왜 흔들려고 하는 거야?”
“그것 또한…, 균형이기 때문이지. 선녀의 힘이 강해도 위…커헉…!” “그럼 선녀의 힘이 약한데도 굳이 선녀의 힘을 약화하려는 건.”
“네가, 무슨 소리를 하는지 잘….”
격리 세계를 유지하기 위해 마나를 상당히 소모해야 했다.
계속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은하는 혀를 찼다.
선우화령에게서 알아내는 걸 그만 포기해야 했다.
대신 선우화령의 정신을 파괴하여 조금이라도 알아낼 수 있는 정보를 더 알아내기로 했다.
스티지안 아이
“후…. 세뇌마법인가.”
“그래.”
“내가 그딴 마법에 먹힐 것이라고 생각하는 거냐.”
“정신을 부수면 먹히겠지. 정보를 모두 얻지는 못할 테지만.”
“그렇게 되면 나는 정말 죽겠군.”
“잘 아네. 말했잖아. 죽일 거라고. 우리 사이가 이렇게 됐는데 어떻게 예전으로 돌아갈 수 있겠어.”
“허…, 그것도 맞는 말이지. 하지만 정말 날 죽일 수 있겠느냐.”
선우화령의 이마에 손을 댔다.
은하는 세뇌마법을 사용했다.
그때, 노인이 힘없이 비웃었다.
“너는, 날 죽이지 못해. 내 뒤에는 어둠이 있다. 감시국장이기도 하는 내가 이런 곳에서 변사를 당한다면, 추적을 피할 수 있을 것 같으냐.”
“…….” “절대, 절대 못한다. 네놈의 어둠이 아무리 대단하다 할지라도, 어둠은 반드시 네놈을 찾아낼 것이다.”
“그럴지도 모르지.”
“그때가 되면 어떻게 될 것 같냐. 네놈도 마찬가지다. 너희들은 에게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다. 백서진이 뒷방 늙은이 신세로 전락했다지만, 내가 죽었는데 가만히 있을까.” “…….” “그러니 넌 날 절대 죽이지 못해. 네놈이 백서진의 무서움을 안다면 날 절대….”
“나중에 백서진 선생님한테 알아서 잘 말하면 되지. 네가 배신자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선생님의 얼굴이 어떻게 될까.”
“배신자라니! 무슨 소….”
“배신자가 아니든 상관없어. 원래 죽은 사람은 말이 없는 법이니까. 근데, 배신자가 맞겠지.”
“너는…. 정말 위험하구나! 그렇게 진실을 왜곡해서, 정녕 군주라도 될 작정…이…ㄴ…어억….”
스티지안 아이
마나 회로를 망가뜨리면서.
선우화령의 마나 저항력이 급격히 낮아지게 되었다.
은하는 그의 정신을 파괴했다.
묻는 말에 답하는 인형으로 만들어 그나마 얻을 수 있는 정보라도 얻을 생각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어…어억…끄…ㄹ…끌끌….”
선우화령의 반응이 변했다.
정신이 붕괴하던 중에 그가 갑자기 고장 난 기계처럼 삐걱거렸다.
전에도 경험한 반응이었다.
이내 선우화령이 정신을 차렸다.
노인이 은하를 보고 끌끌거렸다.
“설마 이런 식으로 보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구나. 이건 내 계획에는 전혀 없던 일이었거늘. 끌끌.” “어쩐지 그럴 것 같더라니. 배후에 네가 있을 것 같았다.”
선우화령의 정신이 파괴되고.
그 몸에 대신 정신이 깃든 존재는 아마겟돈이었다.
은하는 노인의 존재를 깨닫고서도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어느 정도 예상했었다.
자신의 예상과 어긋난 부분은 단지 이 마인이 아니었다는 것뿐.
다만 그뿐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20(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