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25
편재에 휩싸였다.
여성은 편재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손발을 허우적거렸다.
안 돼, 점점 빨려들고 있어….
하지만 허우적거릴수록 몸은 더욱 편재에서 헤어나오지 못했다.
마치 개미지옥에 빠지기라도 한 듯 편재는 발버둥치는 그녀를 잡아당기려 하고 있었다.
“……!!”
급기야 그녀는 더는 편재의 힘을 버티지 못했다.
심장이 쿵쾅쿵쾅 뛰었다.
마나 회로가 폭발할 것 같았다.
몸을 분해시키고, 영혼을 뜯어내어 새로 만드는 듯한 느낌.
‘나’라는 자아가 세상에서 사라졌다 다시 돌아오는 걸 반복하는 느낌이 헛구역질을 선사했다.
급기야 그녀는 고통을 이기지 못해 정신을 잃었다.
☆
“아….”
그녀는 정신을 차렸다.
눈을 떴을 때에는 차가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
“윽, 머리야….”
머리가 깨질 듯이 아팠다.
그녀는 자신이 왜 바닥에 쓰러져 있던 것인지 의문을 가졌다.
술을 너무 많이 마셨나?
아니, 술은 마시지 않았다.
그러면 쓰러지기 전에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그녀는 마지막 기억을 떠올리고자 용을 썼다.
그러다 깨달은 것이다.
“뿔…?”
머리에 뭔가가 돋아 있었다.
단단한 무언가가 길쭉하게 자라나 있었다.
끝이 뾰족했다.
손가락으로 그것의 형태를 더듬은 그녀는 자신의 머리에 뿔이 돋은 걸 발견했다.
이, 이게 왜 머리에 있는 거지?
뭐야? 대체 뭐야? 뭐냐고!!
그녀는 당황했다.
반쯤 패닉 상태에 빠진 그녀는 곧 직접 확인해보기로 했다.
핸드백을 뒤져서 스마트폰을 꺼낸 그녀가 카메라 렌즈를 자신에게로 돌렸다.
화면에 정말 뿔이 비치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건 뿔이 아니라 눈이었다.
“아, 뭐지…. 요새 너무 일을 해서 눈이 충혈된 건가? 눈이 왜 이렇게 빨갛지? 꼭 아인처럼…. 병원이라도 가야 하나, 하하…. 송곳니는 뭐야?”
누가, 정답을 알려줬으면 싶었다.
눈이 빨갛게 변해 있었고.
없던 송곳니가 자라났다.
머리에는 길쭉한 뿔이 돋아났고.
머리카락도 보라색이 되어 있었다.
“뭔가…, 뭔가 잘못됐어. 이럴 리가 없단 말…꺄악!”
현실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회피했다.
그러고 불안한 감정을 해소하고자 주먹으로 바닥을 팡팡 때렸다.
바닥에 균열이 일었다.
“…….”
바닥이 왜 이렇게 약하지?
그녀는 눈을 깜빡거렸다.
살며시 주먹을 쳤다.
균열이 더 벌어졌다.
이번에는 세게 주먹을 쳤다.
콰직!
바닥이 균열이 가며 패인 건 물론, 충격이 주변 건물에까지 전해졌다.
건물 외벽에 금이 갔다.
“아하하하….”
그제야 현실을 인정해야 했다.
자신은 편재에 휩싸여 살아남고, 그 대가로 몬스터가 된 것이다.
인간이 편재에 휩싸여 살아남으면 어떤 존재가 되는 것인지 관해서는 세상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런 존재가 공식적으로 관측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나마 템페스트 클랜로드와 같이 마나 폭주를 일으키다가 운이 좋아 인간으로 돌아온 경우가 있을 뿐이었다.
그런 그녀 역시 눈이 붉었다.
여하튼 여성은 현실을 받아들이고 엉엉 울었다.
이제 어떻게 살면 되는 거야?
이 모습으로 회사는 어떻게 가고, 뭘 하고 살라고.
차라리 아인이라도 됐다면 모를까.
꼬리도 없는 걸 보아하니 영락없이 몬스터였다.
인간형에 가까운 몬스터.
그래서 자아도 어느 정도 가지고 있는 것이리라.
이 몸으로 거리에라도 나갔다가는 플레이어들에게 토벌당하게 생겼다.
하루아침에 몬스터로 변한 그녀는 세상이 너무나 원망스러웠다.
이놈의 세상은 자신에게 왜 이리 매정하다는 말인가.
그때였다.
인기척이 느껴졌다.
“괜찮아요?”
“……!!”
뒤에서 누가 말을 걸어왔다.
그녀는 절로 몸을 움츠렸다.
큰일 났다, 들켰다.
그녀는 우왕좌왕했다.
얼른 도망쳐야 했다.
그런데 뒤에서 말을 걸어온 여성은 그녀의 낌새를 눈치채기라도 한 듯, 다정한 어조로 덧붙였다.
“무서운 사람이 아니니 괜찮아요. 그렇게 겁먹을 필요가 없어요.”
마치 다 안다는 듯이.
여성이 다가왔다.
그제야 그녀는 자신의 앞으로 온 여성을 올려다볼 수 있었다.
예쁜 사람이었다.
입고 있는 옷이 특색이 있었다.
그리고 무척 고풍스러웠다.
패션 센스가 있는 사람이었다.
그런 여성이 자신을 걱정해주면서, 네일 아트를 한 손으로 자신의 몸을 이리저리 살폈다.
“갑자기 별의 색이 변하고, 근처에 편재가 느껴져서 왔더니…. 이렇게 된 거였구나.”
여성이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양해를 구해왔다.
“편재를 느끼고 여기로 오고 있을 존재가 많을 거예요. 존재를 물리는 결계를 칠게요.” “네? 아, 네, 네….”
플레이어인 것일까.
여성이 능숙한 손길로 마법을 펼쳐 눈에 보이지 않는 결계를 만들었다.
그녀는 여성을 깜빡깜빡 바라보다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다 보니 미묘한 어감을 느끼지 못했다.
여성이 ‘존재’라고 말했다는 것을 말이다.
그때, 여성이 흠 소리를 냈다.
“마인이 된 거구나. 그래서 그런지 이 사람의 별은 이제 완전히 읽지 못하게 됐네. 편재의 기운에 가려서 읽지 못하게 됐으니…. 그래도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을 것 같은데.”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여성.
여성은 곧 무언가를 결심한 것인지 밝은 어조로 말했다.
“당신도 조금 전에 확인한 것처럼 지금 인간을 벗어난 상태예요.”
“그, 그럼 전 몬스터가 된 건가요?”
“몬스터가 된 상태는 아니에요. 음, 마나학에서는 이런 상태가 돼버린 사람을 마인이라고 하거든요. 지금 당신은 복권에 당첨될 확률보다도 더 낮은 확률로 마인이 된 거예요.”
“그럼 괜찮은 건가요? 이대로 그냥 집에 가도….” “하지만 모습이 이렇게 바뀌어서야 주변의 시선을 많이 받게 되지 않을까요? 아까 보니 지금 당신은 힘을 제대로 다루지 못하는 것 같고요.”
“아….”
“꽤나 눈에 띄는 외모로 변했으니, 마나관리기구에서 당신을 연구하려 할지도 모를 일이에요. 지금까지는 마인의 존재는 학문으로만 전해지고 있었으니까요.”
“실험체가 된다는 소리인가요?”
“비인간적인 연구는 하지 않겠지만 각종 연구에 동원되기는 하겠죠.”
“…….”
“안타깝지만 이제 평범한 생활을 영위하는 것은 힘들 거예요.”
여성이 슬픈 기색을 내비쳤다.
자신을 걱정해주는 여성의 시선에 그녀도 현실을 자각했다.
이런 모습으로 일반인처럼 살기가 힘들 터였다.
“음, 어떻게 해야 하지…. 차라리 판도라클랜으로 데려갈까. 아니야, 거기에 데려갔다가는 정체를 세상에 공개해야 하는 상황이 될지도 몰라. 이 사람은 필시─.”
─히든 카드가 될 수 있어.
한편 생각에 잠겨 있던 여성이 결론을 내렸다.
아직 그녀의 존재를 감지한 것은 자신뿐이었다.
그렇다면 그녀의 존재를 꽁꽁 감춰 적들의 허를 찌르는 수로 사용하는 것이다.
여성이 활짝 웃었다.
“혹시 가족은 있어요?”
“네? 아뇨. 저는 고아라서….”
“그럼 당신이 갑자기 사라지더라도 걱정할 사람은 크게 없는 거죠?”
“…네.”
“잘됐네요, 그럼. 조작해야 할 게 많지 않은 것 같으니까. 저랑 같이 전국 여행이나 떠나는 건 어때요?”
“네?”
“제 마법으로 당신의 힘과 외모를 일부 감출 수 있을 거예요. 그걸로 최대한 일반인으로 위장해서 저랑 여행이나 떠나자고요.”
“그런 마법이 있다면, 그냥 제가 평소처럼 회사에 다니게….”
“그건 안 돼요. 당신은 모르겠지만, 지금 당신에게 엄청 눈독을 들이는 별들이 7개나 있거든요. 제 마법이 어느 정도는 당신을 감춰주겠지만, 제가 옆에 없으면 마법도 언젠가는 효력을 잃게 될 거예요.”
“…….”
“그러니 앞으로 저랑 같이 다니며, 상황이 나아질 때까지 기다려봐요. 제가 봤을 때, 당신은 지금 그 힘도 다루는 방법을 알아야 할 것 같은데 제가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고요. 마침 저는 제 몸을 지킬 힘이 필요하던 참이기도 하고요. 어때요? 서로 나쁘지 않죠?”
“…그렇게 할게요.”
그녀는 고민했다.
하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또 그녀는 여성의 인상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사람 좋아 보이는 인상.
그녀는 자신의 감정이 따르는 대로 여성의 제안에 응하기로 했다.
그러자 여성이 흡족해했다.
“좋아요. 제 이름은 송윤서라 해요. 당신 이름은…. 아, 이제 그 이름을 사용하지 못할 거예요. 당신은 일단 죽은 사람으로 처리될 테니까요.” “…그런가요. 이렇게 됐을 때부터 왠지 그럴 것 같았어요.”
“바로 현실에 순응하는 게 좋네요. 기존에 가지고 있던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이름을 써야 할 텐데….”
“…….”
“헤르미트(Hermit), 어때요?”
“헤르미트요?” “타로 카드에서는 은둔자, 원래는 허밋(Hermit)인데, 여자 이름이니 헤르미트로 읽은 거죠.” “왜 은둔자란 이름으로….”
“그야 이제부터 은둔 생활을 해야 하니까요. 무엇보다 당신은 앞으로 중요한 변수가 될 테니까요.” “변수, 인가요.”
헤르미트.
그녀가 자신의 이름을 되뇌었다.
이윽고 그녀, 헤르미트가 답했다.
“네, 그렇게 할게요.”
“그럼 속성으로 힘을 봉인한 다음 이곳을 빠져나가기로 해요. 그들은 엄청 위험한 놈들이거든요. 제대로 봉인하는 건 이 자리를 빠져나가고, 추격을 피한 다음에 하죠.”
여성, 송윤서가 손을 내밀었다.
헤르미트는 그 손을 잡았다.
☆
경기도 용인시에서 거대한 규모의 편재가 감지되었다.
소식은 아마겟돈에게도 전해졌다.
곧장 용인시로 공간 이동을 하려던 노인은 혀를 쯧 찼다.
“에잉, 하필이면 좌표를 놓지 않은 장소에서 관측되다니…. 늦겠지만 인근 지역으로 넘어가서, 거기에서 직접 이동해야겠구나.”
“어쩔 수 없죠.”
“쳇, 가봤자 볼 것도 없겠네, 그럼. 우리가 갔을 때는 혼란은 이미 다 정리가 됐겠지.”
마스테마 그리고 사마엘.
두 사람의 반응은 사뭇 달랐지만, 아마겟돈은 신경 쓰지 않았다.
여하튼 그들은 용인시 옆에 있는 수원시로 이동해, 거기서 마법으로 용인시로 넘어갔다.
당연히 그들이 현장으로 갔을 때는 사건이 이미 끝나 있던 때였다.
건물과 건물 사이.
그곳에 플레이어가 다녀간 흔적을 찾을 수 있었다.
현장에는 움푹 팬 바닥과 외벽에 금이 간 건물만 있었을 뿐이다.
“아마겟돈 님.”
“그래, 알아냈느냐?”
“네, 수사에 참여한 클랜에 침투해 정보를 듣고 오는 길입니다.”
아마겟돈은 바닥을 유심히 살피다, 별안간 쩍 갈라진 공간에서 나타난 마스테마의 보고를 받았다.
“밤중에 제6위계 몬스터가 출몰해 난리를 피웠다고 합니다. 외진 곳에 출몰한 몬스터다 보니 인명 피해가 일어나기 전에 토벌됐다고 하고요.” “몬스터의 소행이라, 끌끌. 그래, 어떤 계열의 몬스터라던가?”
“레빗(Rabbit) 계열의 몬스터라고 들었습니다.”
우스운 이야기로다.
아마겟돈은 나직이 읊조렸다.
제법 그럴듯한 이야기이긴 했으나 그의 눈은 피할 수 없었다.
노인은 움푹 팬 바닥에서 일어나,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누군지 모르겠지만, 잘 꾸몄구나. 내가 느낀 편재에서 고작 제6위계 몬스터가 나왔을까. 그리고 현장을 자세히 살펴보면 누군가 마법으로 손을 댄 것이 보이는데….”
바닥에 팬 흔적은 몬스터가 아닌 인간의 소행이었다.
레빗 계열의 몬스터는 짐승형이다.
그런데 현장을 최대한 복원한 결과 움푹 팬 바닥에서 인간의 주먹 같은 형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군가 은폐한 것이다.
아마겟돈은 입가를 끌어올렸다.
“제법 실력 좋은 인간이 간섭해서 은폐한 모양이로구나. 이거야, 원. 내 힘으로도 찾기 힘들 정도로 아주 이중삼중 그 이상으로 은폐했구나.”
대체 누가 은폐한 것일까.
어떤 목적으로 은폐한 것일까.
아마겟돈은 생각했다.
하지만 적은 단서로 알 수 있는 내용은 없었다.
더욱이 은폐마법의 솜씨가 상당히 정교하고 복잡했다.
자신이 이 마법을 추적한다더라도, 그때쯤 마법의 주인은 다른 장소로 떠나 있을 가능성이 컸다.
“오랜 시간을 들인다면 못할 것도 없겠지만…. 애꿎은 시간을 낭비해 찾을 수도 없지. 어쩔 수 없구나. 이만 포기해야지.”
“저희의 존재를 아는 인간일까요?”
“아니, 아마 그건 아닐 거다. 만약 우리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면 진즉 내 감지망에 들어왔겠지.” “일 가능성은….”
“절대 없다. 그 꼬마였다면 아마도 도망치는 게 아니라 대적하는 것을 선택했을 테니까.”
“저희가 모르는 존재라는 거군요. 이번 일이 변수가 되지만 않는다면 좋겠군요.”
“그럴 리는 없을 게야. 내년이면 모든 준비가 끝날 테니까 말이다. 영원 제약의 연구소가 파괴됐지만, 신인류를 연구하는 실험은 계속해서 진행되고 있고.”
“반인반마들이지만 그 정도 숫자면 충분하겠죠. 영혼에 대한 연구 또한 진척을 보이고 있으니까요.” “그래.”
아마겟돈은 낄낄거렸다.
여기에서 태어났을 신인류에 대해 신경이 쓰이긴 했지만, 변수가 되지 않을 터였다.
기껏해야 조그만 변수에 불과했다.
노인의 계획은 실패를 겪었음에도 차곡차곡 완료되고 있었다.
그러니─.
“─내가 이 나라의 신이 되는 것도 정말 머지않았구나.”
노인은 자신과 신인류들이 1년 뒤 세상에 등장할 때를 고대했다.
세상 사람들에게 공포를 흩뿌려서, 신인류의 무서움을 각인시키겠다.
인간이라는 존재의 머리 위에 필히 신인류라는 존재를 올려두겠다.
그리하여 자신은 먹이 사슬의 가장 높은 곳에서 그들을 내려다보면서, 진정으로 전지전능한 신이 되겠다.
아마겟돈은 환희에 차올라 말했다.
한편으로는 아쉬워했다.
“쯧, 그나저나 안타깝구나. 한 명만 더 있어도 일을 벌이는 게 쉬웠을 테거늘….”
“어쩔 수 없죠. 저희 같은 존재는 웬만해서는 만들어지기 힘드니까요. 그렇다고 이전처럼 재앙을 일으켜서 운 좋게 얻어걸린 존재를 만들 수도 없잖습니까.” “그렇지. 사마엘이 있다고 하지만 대규모 편재를 일으키는 것도 꽤나 번거로운 작업이나 마찬가지니까. 이런, 갑자기 아쉬워지는구나. 필시 이 편재에서 태어났을 아이도 강한 힘을 품고 있었을 텐데….” “자연적으로 발생한 대규모 편재가 주위에 별다른 피해도 입히지 않고 깨끗이 갈무리된 상태는 꽤 드문데 말이죠. 아마 편재에 삼켜진 존재가 힘을 완벽히 흡수했다는 거겠죠.”
“그러고서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고 곧장 자리를 벗어났다라…. 아니면 누군가 은폐마법으로 존재의 도주를 도왔다라…. 에이, 아쉽구나.”
“그래서, 아마겟돈 님. 이 자리에서 언제까지 이러고 있을 겁니까? 그만 서울로 돌아가죠? 사람 적은 곳은 재미가 없으니까요.”
“그래, 그러자꾸나.”
만약에 신인류 프로젝트가 세상에 까발려지지 않았다면, 이런 식으로 조심스럽게 연구를 진행할 필요도 없었을 터였다.
덕분에 1년 안에 새로운 신인류가 태어날 가능성이 0%에 수렴했다.
더는 신인류를 동료로 맞이할 수 없을 것이다.
어쩔 수 없었다.
오랜 삶을 산 노인은 아쉬워하며 후회할 바에는 현실에 순응하면서 더 나은 길을 모색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일곱으로 일을 벌이는 수밖에. 계획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진다면야 세상 사람들은 우리를 일곱 신으로 떠받들게 되겠지.”
그때가 무척이나 기대되는구나.
노인은 세상 사람들이 자신들에게 경배하는 날을 바랐다.
☆
경기도 용인시에서 대규모 편재가 감지되었다는 소식은 서울에 있는 클랜들에게도 전해졌다.
클랜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제3위계 규모의 편재라고 하는데, 정작 편재 속에서 출몰한 몬스터가 제6위계밖에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인명 피해는 없었으며.
사건은 즉각 현장에 출동한 용인시 플레이어들에 의해 정리되었다.
“신기한 일이기는 하네. 감시국이 잘못 관측했는지도 모르겠네.”
은하도 소식을 전해들었다.
감상은 그뿐이었다.
감시국의 관측이 언제나 확실하게 맞는 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선우화령이 사망하게 되고, 감시국장이 새로 부임하기도 했다.
어쩌면 업무에 익숙지 않아 그만 실수한 것인지도 모를 일이다.
그렇기에 은하는 관심을 접고서는 아이를 보는 데 여념이 없었다.
“유성아, 아빠 왔다.”
“아우.”
은하는 요람 너머로 고개를 내밀어 노유성에게 인사했다.
노유성이 배시시 웃었다.
그러고는 주위를 날아다니고 있는 불닭이에게 흥미를 보였다.
노유성이 버둥거렸다.
“빠빠!”
“유성이가 너하고 놀고 싶다잖아. 유성이 형이 됐으면 놀아줘야지.”
“뿌뿌….”
은하는 공중을 날던 불닭이를 대뜸 손으로 잡아버렸다.
그러고는 노유성에게 주었다.
불닭이가 불만 어린 소리를 내면서 유성의 장난감이 되었다.
“주님의 아이라서 그런지 몸에서 성스러운 기운이 넘치네요.” “…그게 보여?” “제 눈에는 보여요.”
“아, 그래.”
“유성아, 누나 왔어.”
“아우!”
그때 이리야가 놀러왔다.
한서현의 집무실에 들어온 그녀가 유성을 보며 재롱을 부렸다.
유성은 까꿍 하는 그녀를 보고서는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이 아이는 은하신교의 상징으로서 신도들의 사랑을 받게 될 거예요.”
“내 애까지 끌어들이지 마시지.”
“그럼 저한테도 성….”
“그만. 아이 앞에서 뭐하는 짓이야. 저기 서현이 있는 거 안 보여?”
은하는 이리야의 입을 막았다.
그러고는 한쪽을 가리켰다.
퇴원한 한서현이 쉬엄쉬엄 업무를 보고 있었다.
그녀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향하고 있었다.
의미심장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현 언니도 허락하신다는데요?”
“나는 날 가만두지 않겠다는 걸로 보이거든? 근데 웬 언니? 네가 더 나이가 많잖아.”
“주님이랑 제일 먼저 결혼했으니까 언니죠. 나이가 무슨 상관인가요?” “아우!”
“아, 배고픈 거구나. 잠깐 기다려. 이상한 누나는 얼른 쫓아버리고서 우유 챙겨줄게.”
“아, 주님! 제가 직접 주고 싶은데 그러면 안 될까요? 유성아, 누나가 우유 먹여줄게. 이리와. 옳지.”
“아우!”
“주님, 젖병 좀 주세요.”
“…잘할 수 있지?”
“걱정 마세요. 마나교에 있었을 때, 아이한테 젖병을 먹인 적이 여러 번 있었거든요.”
옳지, 옳지, 착하네, 귀엽다.
이리야는 은하가 타온 젖병을 뺏어 유성에게 먹였다.
유성은 낯가림을 보이지 않고서는 얌전히 젖병을 받아들였다.
“그래도 애는 잘 돌보네.”
이리야가 노유성을 돌보는 솜씨가 제법이었다.
은하는 등을 토닥여 트림을 하고, 노유성을 잠재우는 이리야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그리하여 1년이 지나가고.
은하는 27세가 된다.
대한민국 10대 중앙 종합일간지는 국가지표를 발표했다.
선력 22년
번호
기업명
동일
01
시리우스
한도영
02
갤럭시
최태봉
03
루미너스
이정인
04
앨리스
정석훈
05
파인
장석영
06
하나
유도준
07
삼라
오만정
08
YH
최윤혜
09
동해
정보석
10
KK
김강호
선력 22년
─클랜 종합등급 S─
번호
클랜명
종합등급
01
제니스
S+
02
레귤러스
S+
03
판도라
S+
04
신라
S+
05
템페스트
S
06
명왕
S
07
블레이즈
S-
08
동해
S-
09
삼라
S-
선력 22년
─판도라클랜(S+) 플레이어─
번호
플레이어
종합등급
01
노은하
S+
02
노은아
S+
03
정하양
S+
04
목민호
S+
05
차은우
S+
06
브루노
B+
07
류연화
S+
08
한창진
S+
09
벽해수
S+
10
최은혁
S+
11
호시미야 카에데
S+
12
강시형
S-
번호
플레이어
종합등급
13
배수빈
S+
14
봉구래
S
15
유남훈
S-
16
진서나
S+
17
김민지
A+
18
아리엘
S-
19
여우비
A+
20
이리야
S+
21
이천서
S-
22
조아라
S+
23
진파랑
S+
:
:
:
:
:
:
28
김진규
A+
29
김메리
S-
:
:
:
:
:
:
번호
플레이어
종합등급
33
메이링
S-
34
메이린
S-
35
서담비
A+
:
:
:
:
:
:
39
손가연
S-
40
온태희
A
:
:
:
45
장태빈
A
46
천해원
A
:
:
:
:
:
:
55
홍슬기
A-
:
:
:
:
:
:
61
우준식
B+
:
:
:
리라이프 플레이어 8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