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26
선력 22년 3월.
갤럭시 철강은 남해 깊은 곳에서 마나합금을 채굴하고, 삼라 해운은 그것을 운반하고 있었다.
그날 바다는 너무나 거칠었다.
“…요즘 몬스터들이 너무 많아진 느낌이 들지 않아?”
“작년 가을부터였나? 몬스터들이 자주 출몰하는 것 같기는 하지.”
화물선에 탄 사람들은 수면 위로 고개를 내민 몬스터들을 내려다보며 말을 주고받았다.
1년 중 대부분을 바다에서 보내는 그들에게 몬스터는 생소한 존재가 아니었다.
경험 많은 인부들 중에는 제7위계 몬스터를 해치우는 실력을 보이기도 했다.
물론, 그들이 몬스터와 싸우는 건 손에 꼽는 일이었고, 대부분 플레이어들이 놈들을 상대하고는 했다.
이날도 마찬가지였다.
바다에서 몬스터들이 나타났다.
플레이어들은 디바이스를 챙기고 화물선 아래로 떨어져 몬스터들과 전투를 벌였다.
전투가 벌어지는 동안에는 가급적 화물선을 운전하지 말아야 했다.
그러다 보니 사람들은 선박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기나 했다.
“남해가 마나 함유량이 풍부해서 몬스터들이 자주 출몰하긴 한다지만 이건 너무 자주 출몰하는데…. 이봐, 오늘만 해도 몇 번째지?”
“16번인가 그럴 겁니다.” “”””…….””””
“그렇게 많이 출몰했었나? 오늘은 왜 이러지?”
한 선원이 꺼낸 말에.
사람들은 당황했다.
16번.
아직 부산도 보이지 않고 있는데 16번이나 몬스터들을 마주했다니 심상치 않았다.
그들은 애써 불안을 삼키며 바다를 뚫어져라 노려보았다.
그때였다.
“─어어! 저기, 저기! 저거 뭐냐!?”
“…갑자기 소용돌이라고?”
사람들이 크게 소란을 쳤다.
플레이어들이 싸우고 있던 수면에 갑자기 소용돌이가 생긴 것이다.
그리고 탁한 수면에 무언가 형체가 올라오고 있었다.
선원들은 오랜 경험으로 그 형체가 몬스터라는 것을 알아보았으며.
또한 그 존재가 그들의 경험으로는 비교할 수 없는 힘을 품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콰콰콸
소용돌이 소리가 거칠었다.
바다가 크게 요동쳤다.
수면 위에서 몬스터들을 상대하던 플레이어들이 그만 균형을 잃고서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플레이어들이 순식간에 사망했다.
──!!
뒤이어 몬스터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냈다.
화물선 하나는 어렵지 않게 덮칠 크기의 문어였다.
콰콰콸
사람들은 넋이 나갔다.
저 거대한 괴물에게 그들이 어찌 대처할 수 있을 리 없었다.
그저 아 소리를 내는 사이.
몬스터는 화물선 하나를 옭아매고 바닷속으로 끌어들였다.
화물선 하나가 간단히 부서졌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다른 사람들이 놈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화물선들을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곳에 있는 화물선들 중 멀쩡한 화물선은 하나도 없었다.
[─속보입니다. 오늘 2시, 남해에서 제3위계 데몬퍼스(Demonpus)가 출몰했습니다. 이로 인해 부산항으로 귀항하던 화물선 11척이 파괴됐고, 생존자는…. 현재 파악 중입니다.] [추가로 들어온 소식입니다. 해당 몬스터는 자취를 감췄으며, 중국과 일본에도 심각한 피해를 입혔다고 합니다.]소식은 빠르게 알려졌다.
마침 중국의 불법 어선을 발견한 플레이어가 추포 과정에서 제3위계 몬스터의 기운을 감지한 것이다.
플레이어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동료들과 해당 장소로 이동했으며, 몬스터에 의해 화물선들이 부서진 처참한 광경을 마주했다.
생존자는 0명이었다.
다들 사망했거나, 실종됐다.
그럼에도 다행히 몬스터의 정체를 파악할 수 있었다.
부산에 위치한 클랜들이 합세해서 수사에 총력을 기울였으며, 때마침 중국과 일본에서도 같은 피해가 속출했기 때문이다.
[데몬퍼스의 등장으로 삼라 해운의 경제적 손실이 심각하다고 합니다. 일각에서는 삼라 해운이 너무 많은 화물을 적재해, 그것으로 몬스터의 시선을 끈 게 아닌가 하고…. 일단 삼라 해운이 규정을 따른 것인지도 확인해봐야 합니다.] [피해 보상만으로도 심각하겠군요. 삼라 해운과 연관돼 있는 기업체도 적자를 피하기는 힘들 겁니다.] [재난으로 인한 피해니 선녀정부와 하나그룹에서 도움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요.] [어느 정도 피해는 무마하겠지만, 정부와 하나그룹이 전부 감수하려고 하지 않을 겁니다. 특히 하나그룹은 자선단체가 아닌 기업입니다. 아마 자금을 원조해주는 대신 적지 않은 경영 간섭이 있을 겁니다.]시사 평론가들은 하나같이 어두운 전망을 입에 담았다.
애초 그들이 말하는 전망은 누구나 쉽게 예측할 수 있었다.
삼라 그룹에는 적신호가 켜졌고, 그동안 삼라 해운으로부터 마석을 공급받고 있던 갤럭시그룹도 마냥 무사할 수는 없었다.
한편 한국, 중국, 일본은 더 이상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 데몬퍼스를 합동 토벌하기로 결의했다.
☆
사태는 심각했다.
이때, 선녀정부와 사람들이 느끼는 감정은 크게 달랐다.
부산 이외 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단순히 세상을 떠난 사람들을 위해 슬퍼해 주었으나, 그들은 이번 일이 경제에 얼마나 큰 타격을 줄 것인지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면 선녀정부는 지척까지 다가온 위기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남해뿐만 아니라 서해, 동해 등. 바다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행위를 당분간 중단하라고 하세요. 그리고 각지에서 활동하는 클랜에 연락해 바다에 또 다른 이상 징후는 없는지 철저히 파악하라고 하세요.”
소식을 들은 임가을은 관료들에게 지시했다.
그동안 몇 번의 재앙을 겪게 된 그녀는 조금이라도 기미만 보이면 편집증적으로 대응하는 성격이 되어 있었다.
하지만 그녀의 조치는 적절했다.
다른 바다에서도 제3위계 몬스터가 출몰하지 말란 법이 없었다.
관료들은 그녀의 말을 신속히 따라 바다와 인접한 지역에서 활동하는 클랜들에게 공문을 하달했다.
“이번에 크게 피해를 본 기업체는 어디 어디죠?”
“삼라 해운의 피해가 제일 크고, 동해 해운도 적지 않은 피해를 입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외 피해 규모는 파악 중입니다.”
“그들도 자구책을 마련하기 위해서 정신이 없을 테죠. 일단 이번 일로 피해를 입은 기업들에 대한 조치는 나중 일로 미루죠. 가장 중요한 건 데몬퍼스의 토벌이니까요.”
금년 삼라그룹의 재계 순위는 7위.
내년에는 크게 떨어지게 되리라.
어쩌면 10위 밖으로 밀려날 수도 있었다.
삼라그룹의 핵심 사업체가 바다에 집중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삼라 해운의 초대형 선박이 11척이나 침몰해버리고 말았다.
그것만으로도 손실이 클 테건만, 11척을 가득 채울 화물까지 바다에 잠겨버리고 말았다.
피해액 추산이 어마어마하리라.
임가을은 조만간 삼라그룹에 의해 파생될 여파를 한편으로 접어두기로 했다.
“최대한 빠르게 데몬퍼스를 잡아 경제활동이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해야 합니다. 사무국장님, 중국하고 일본에서는 뭐라고 하던가요?”
바다에 서식하는 몬스터는 상당히 까다로운 존재였다.
비행형 몬스터들보다 무서운 점은 물속에 숨은 녀석들을 육안으로는 확인하기 어렵다는 것이었으며.
또한 플레이어가 전투를 치르기에 용이한 환경이 아니라는 것이었다.
수중전까지 생각하게 되면 상당히 난이도가 올라갈 거야.
수면보행으로 전투를 벌이는 것은 까다로운 마나 컨트롤을 요구했고, 물속에서 숨을 쉬면서 싸우는 것은 더욱 어려웠다.
게다가 마법을 사용할 때는 마법이 물속에서 움직이는 것까지 제대로 계산해야 했다.
따라서 데몬퍼스를 상대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았다.
녀석이 바다에서 출몰하기 때문에 피해 정도를 추산할 수 없어 대략 제3위계로 취급하고 있는 것이지, 실상은 오버랭크라고 해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그렇기 때문에 임가을로서는 놈을 한국 단독으로 쓰러뜨리고 싶지 않았다.
중국과 일본에서 지금까지 녀석의 존재를 감지하고 있었어도, 그동안 미미한 대응만 하고 있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겠지.
어떻게든 우리까지 끌어들여서는 전력 손실을 줄이려고 한 거야.
중국, 일본의 속셈이 훤히 보였다.
야비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만약 임가을이었다고 해도 그들처럼 행동했을 터였다.
여하튼 그녀는 그들과 힘을 합쳐서 데몬퍼스를 토벌할 수밖에 없었다.
“중국과 일본에서 몬스터 토벌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겠다고 했습니다. 중국에서는 팔방장군과 칠성장군을 각각 2명씩, 일본에서는 십이신장을 2명씩 파견하겠다고 했습니다.” “그 정도면 나쁘지 않네요. 그러면 저희도 수에 맞춰서 십이좌 두 명을 파견하도록 하죠.”
사무국장이 이야기했다.
임가을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국에 십이좌가 있다면, 중국에는팔방장군과 칠성장군, 일본에는 십이신장이 있었다.
한편 중국에 십이좌급 플레이어를 둘로 구분하는 이유는 의 기프트를 가진 사람이 두 명이나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항아는 쌍둥이였다.
천운이라 할 수 있는 기적 덕분에 다민족 국가가 지금까지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선녀님.” “네, 말씀하세요.”
“두 나라에서 추가로 연락하기로, 이참에 한중일 정상 회담까지 같이하는 것은 어떠냐고 하더군요.”
“정상 회담이요?”
“네. 한중일이 오랜만에 서로 모여 친분을 나누자는….”
“그거, 누가 먼저 제안한 건가요?” “…중국입니다.”
“땅만 거지같이 큰 나라 주제에…. 시대가 어느 때인데 아직도 큰형님 대접을 받고 싶은 걸까.” “”””…….””””
임가을은 대놓고 한숨을 쉬었다.
관료들도 내심 동감했다.
몬스터가 들끓는 세상에서 한국과 미국의 관계는 애매했다.
형식적으로 동맹국이기는 하지만, 두 나라 모두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 정보만 주고받고 있을 뿐이다.
그에 비해 한중일은 거리가 가까워 자주 관계를 맺고는 했다.
그리고 으레 중국이 한국과 일본을 지휘하려는 경향을 보였다.
한국과 일본의 입장으로서는 아주 속된 말로─.
“─꼴값 떨고 자빠졌군요.”
임가을의 그 말로 표현 가능했다.
한중일 모두 멸망을 한 번 겪고서 나라 안팎으로 위기를 겪었다.
한국은 그나마 덜했다.
한국은 빠르게 경기 북부를 포기해 남부를 지킬 수 있었다.
이후 군주들의 시대가 도래했지만, 지역 간의 갈등을 어찌어찌 잘 봉합했다.
그에 비해서 중국은─.
“─사람을 갈아 넣어서는 겨우겨우 몬스터들을 몰아내면 뭐해요, 결국 국토의 절반 이상이 황폐화가 돼서 몬스터랜드가 됐는데. 그러면서도 자존심은 세 가지고….”
“하지만 선녀님, 절반을 잃었어도 남은 절반의 땅도 엄청 거대합니다. 저희에 비해….”
“정보국장님은 누구 편인가요?”
“당연히 선녀님 편이죠.” “틀렸어요. 이 나라 편이여야죠.”
“허허….”
중국은 아예 인간을 방패로 삼아 멸망을 막아냈다.
하나의 당이 정국을 지배하고 있는 중국은 그 기간에 사람을 대상으로 수많은 실험을 저지르기도 했다.
덕분에 중국은 빠르게 몬스터에게 대항할 수 있는 힘을 손에 넣었지만 피해가 막심했다.
중국이라는 거대한 나라를 이루는 민족들의 민심은 끝도 없이 추락해 나라가 갈기갈기 찢어지기도 했다.
다행히 천운으로 항아들이 나타나 겨우겨우 민심을 달랜 것이다.
이후로 중국은 항아의 힘을 내세워 각 민족에게 복속을 강요했다.
코쿤의 힘은 반드시 필요했기에, 그들은 굴복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날 중국의 현실이었다.
그렇게 하면서 국가 개발이 빠르게 진척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항아 2명으로 중국 영토를 모두 회복하기는 어려워서 가까스로 현상 유지만 하고 있는 셈이지.
중국은 영토를 수복하기도 벅찼다.
그래서 한국과 일본에는 간섭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자존심을 챙기겠다면서 큰형님 노릇을 하는 것이다.
몬스터가 존재하는 세상에서 땅이 크다는 건 여러모로 문제야. 그나마 일본이 중국보다 덜한 수준이지.
일본도 문제가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다른 나라를 계속 헐뜯고 있을 수는 없었다.
임가을은 선녀로서 중국과 일본의 메시지에 답해줘야 했다.
“네, 한중일 정상 회의라니 좋네요. 중국의 정상은 항아가 아니라지만, 그냥 그렇다 치죠. 외교부 장관님은 두 나라에 저도 참석하겠다는 말을 전해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선녀님.”
“셋이, 아니지, 넷이 만나는 것도 꽤 오랜만이겠네요. 얼마나 됐죠?”
“4년 전이었습니다.”
“아, 그때군요. 그때 쌍둥이 항아랑 카구야한테 서울 재앙 운운을 듣고 화딱지가 났을 때네요.”
“”””…….””””
“이번에 만나면 무슨 대화를 할지 참 궁금하네요. 안 되겠다. 그들한테 자랑할 거리라도 만들어야겠네요.”
이내 임가을의 눈빛이 반짝였다.
4년 전의 기억이 떠올랐다.
그때 카구야하고 항아들이 얼마나 웃어댔던가.
임가을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제대로 반격하지도 못했다.
“어떻게 해야 하나….”
선녀, 카구야, 항아들의 만남.
이 만남은 단순히 정보를 교환하고 협력을 주고받기 위함도 있었지만, 자국의 위엄을 보여주는 자리이기도 했다.
그러니 사람을 데려가는 것 또한 공을 들여야 했다.
소수 인원으로 최대의 힘을 지니는 사람들을 데려가야 했다.
“십이좌는 과 를 파견하도록 하죠. 그리고 백련이도 같이 데려가는 건 어떨까요? 가서 우리한테는 너희는 아직 찾지 못한 후계자가 있다고 자랑해야죠.”
“…현명하신 판단입니다.”
와 라면 각국에서 파견할 플레이어들에게 지지 않을 터였다.
그리고 하백련을 데려가서 그녀가 국제 정세를 알게 도와주는 한편, 그녀를 이용해 카구야와 항아들에게 자랑할 수도 있을 터였다.
관료들은 그녀가 하는 말에 모두 동의를 표했다.
그녀의 의견이 괜찮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그녀가 정국을 완전하게 잡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한편 그녀가 입가를 끌어올렸다.
관료들은 그녀의 말에 주목했다.
뒤이어 그녀가 본심을 꺼냈다.
“─백련이를 데려가겠다고 한다면 덩달아 판도라 클랜로드도 올 테니, 얼마나 좋겠어요. 여차하면 판도라 클랜로드에게 맡기면 되는 일이고.”
이용할 수 있는 것은 이용한다.
임가을의 지론이었다.
기회가 되면 노은하의 힘을 보여줘 각국 정상들에게 말하는 것이다.
─판도라 클랜로드한테는 역시나 별거 아닌 상대였나 보네요. 정말, 우리나라에는 인재가 많아 다행이라 생각한답니다.
그리고 호호호 하고 웃으며 온갖 잘난 척은 다 하고 와야겠다.
관료들이 아연실색하든 말든.
임가을은 당분간 시간이 날 때마다 기분 나쁘게 웃는 법을 연습하기로 다짐했다.
이후 한중일 정상 회담이 열리는 장소는 제주도로 개최되었다.
☆
미래는 어김없이 찾아왔다.
남해에서 출몰한 몬스터로 인하여 해운 산업 전체에 비상이 걸렸다.
삼라그룹은 심각한 손실을 안고서 패닉 상태에 빠져 있다고 한다.
은하는 유도준과 전화 통화를 하며 자세한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오해인 그 누나가 눈에 불이 켜져 업계 전체를 쑤시고 있다더라. 아까 나한테도 전화를 하고 난리도 그런 난리가 없더라.]“그래서 어떻게 될 것 같아?”
[그 누나한테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솔직히 상황이 많이 힘들지. 지금 갤럭시에서도 최대한 손실을 피해서 삼라그룹과 관계를 끊을 수 있을지 각을 보고 있는 것 같던데, 뭘.]“최정훈이랑 오해인이 약혼했잖아. 그런데도 손절 각을 보고 있다고?”
[정략으로 맺어진 관계, 정략으로 끊어지게 된다. 이 바닥에 그런 말 도는 거 몰라?]“난 처음 듣는데.”
[아무튼 우리 쪽에서도 도와주고, 다른 그룹들도 대규모 위기에 손을 보태기는 할 거야.]“그렇게 해서 삼라그룹에 다시금 목줄을 채워놓겠다는 거지?”
[세상에 공짜 돈은 없는 법이지. 그래도 걔네는 빌리는 수밖에 없어. 데몬퍼스를 토벌하고 난 다음에는 정확한 사고 원인을 조사할 텐데, 거기서 조금이라도 규정에서 벗어난 모습이 드러나봐. 그럼 피해 보상은 피해 보상이고, 법적인 문제로까지 번지게 될 거야.]“그럴 가능성까지 있으려나.”
[그럴 가능성이 있으니 삼라그룹이 지금 패닉에 빠진 거지. 내 생각엔, 걔네 적재 기준 화물량을 어기고서 화물을 운반했을걸? 물 들어올 때, 노를 저으라고 너무 무리를 하다가 규정을 어겼을 거야.]유도준이 단언했다.
일리는 있었다.
삼라는 갤럭시와 동맹을 맺고서는 갤럭시그룹에서 내주는 일거리를 떠안았다.
그 과정에서 이익을 극대화하고자 사소한 규제쯤은 어기려 했으리라.
그리고 사소하다 싶은 규제는 이제 부메랑이 돼서 그들에게 날아가게 될 터였다.
회귀 전보다 사태가 더 커졌네.
화물선 11척이 침몰하다니….
삼라그룹이 아주 욕심을 부렸구만.
은하는 회귀 전을 떠올렸다.
한중일이 협력해서 죽인 몬스터는 한국에 큰 피해를 입히지 않았다.
동해그룹이 타격을 입기는 했지만, 국가의 도움을 받아서 어느 정도는 회복하기는 했다.
그런데 이번 삶에서는 삼라그룹이 갤럭시그룹과 동맹을 맺은 변수가 화근이 되어 큰 피해를 초래했다.
“금전이 형은 어때? 동해 해운은 괜찮대?”
[동해 해운도 이번에 피해를 봤지. 근데 삼라 해운만큼 보지 않았다는 모양이더라고. 금전이 형이 너한테 고맙다고 말 좀 전해달래. 네가 뭐 올해는 남해에서 화물을 운반할 때 적당히 운반하라고 했다면서?]“그냥…, 꿈자리가 뒤숭숭했거든.”
[아주 선무당이다, 선무당.]한편 동해그룹의 피해는 가벼웠다.
은하의 조언이 있었던 덕분이다.
은하는 유도준에게 이야기를 듣고 안심할 수 있었다.
어쨌든 나는 가만히 앉아 있으면서 갤럭시그룹과 삼라그룹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힐 수 있게 된 거네.
최정훈이 너무 유능했던 거지.
너무 유능해서 설마 이런 미래가 일어날 줄은 예상하지 못한 거지.
은하는 전화를 끊었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좋아하는 것이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으나.
어찌 됐든 갤럭시그룹, 삼라그룹의 영향력을 크게 꺾을 수 있었다.
아마도 삼라그룹은 이번 일로 인해 쉽게 일어나지 못하리라.
시리우스의 목줄에서 벗어났더니, 다시금 시리우스에게 목줄이 차이고 말 것이다.
가만히 앉아 코를 푼 격이었다.
은하는 가볍게 기지개를 켜고서는 한서현의 집무실로 향했다.
아이를 보기 위해서였다.
“왔니?”
“응. 유성이는 뭐해?”
“혼자 놀고 있어.”
한서현이 일을 하고 있었다.
은하는 그녀의 어깨를 주물러주고 요람에 다가갔다.
아이가 은하를 보고 크게 웃었다.
“아부부!”
“서현아, 얘가 지금 나한테 아빠라 부른 거 맞지?”
“아니야. 이제 발음을 조금 할 수 있게 됐을 뿐이야.”
“아니야, 아빠라고 했어.” “그럼 그렇게 생각하렴.”
유성이 아부부 소리를 내면서 입을 뻐끔거렸다.
은하는 유성을 번쩍 안아 들었다.
그러자 유성이 은하의 얼굴에 대고 아부부 소리를 냈다.
은하는 얼굴이 유성의 침 범벅이 돼버렸는데도 좋아했다.
그때, 한서현이 고개를 돌렸다.
“마침 얘기하려고 했는데 잘됐네. 조금 전에 공문이 내려왔어.”
“마나관리기구에서? 뭐라고?” “이번에 한중일 정상 회담을 할 때 백련이도 같이 데려가고 싶다더라. 국제 정세에 대한 이해력을 높이는 연습이 될 거라는데?” “명분은 그럴싸하네. 그래봤자 선녀님이 백련이를 자랑하려 데리고 가고 싶은 거겠지만.”
“특별한 일이 없고서는 거절하지 못할 것 같은데, 어떻게 할래?”
“데려가야지. 백련이가 각 나라의 정상들과 안면을 틀 수 있는 자리가 될 테니까.”
“그럼 간다고 말해놓을게.”
회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임가을은 하백련을 데리고 갔었다.
그리고 그녀는 그녀가 바랐던 대로 카구야와 항아들에게 자랑할 수가 있었다.
문제는 그 다음이었지.
무슨 일이 있던 것인지는 몰라도, 백련이가 뭐 때문에 울적해 했는데.
당시 은하도 같이 따라갔었다.
백련의 호위사로서 그녀를 따라가, 각 국가 대표 플레이어들의 전투를 지켜볼 수 있었다.
그러던 중 하백련은 정상들로부터 무슨 이야기를 들은 것인지 울적한 얼굴을 했었다.
‘아무것도 아니에요….’
은하는 궁금해서 물어보았다.
하지만 하백련도 임가을도 그에게 알려주려고 하지 않았다.
그로부터 그녀는 며칠이 지나서야 기운을 되찾을 수 있었다.
그때 백련이가 무슨 말을 들어서 그런 표정을 지었던 걸까.
은하는 생각에 빠졌다.
가능하면 이번에는 그녀가 울적한 얼굴을 짓지 않도록 하고 싶었다.
그때, 한서현이 말을 걸었다.
“그래서 누구를 데려가려고 하니? 공문에 보면 판도라클랜에서 적당히 인원을 데려오라는데.”
“백련이 호위를 부탁하는 거지?”
“응, 우리 임무는 호위뿐이야.”
“음, 누구를 데려가는 게 좋을까.”
각국의 정상들이 모이고.
그들을 호위하는 대표 플레이어가 모이는 자리였다.
하백련을 호위하는 플레이어들을 대충 선별할 수는 없었다.
은하는 턱을 매만졌다.
이윽고 그가 입을 열었다.
“바다에서 전투가 일어날 경우도 생각해야겠지. 일단 나랑, 아리엘, 배수빈, 차은우, 카에데, 쌍둥이 자매가 나을 것 같은데?”
“그 정도면 적당하겠네. 스케줄을 조정해볼게.”
“부탁할게.”
배수빈도 이전 삶과 달리 맥주병이 아니었다.
은하가 아카데미에 재학할 시기에 그녀를 곧잘 물에 빠뜨려서, 수영을 배우게 했기 때문이다.
수빈이 얘는 나한테 고마워해야지.
안 그랬으면 회귀 전처럼 일본과 중국의 플레이어들이 보는 앞에서 꼴사나운 모습이나 보여줬을걸?
안 데려가도 그만이었건만.
은하는 굳이 배수빈을 거론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