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29
크라켄이 출몰했다.
그동안 한국에서는 크라켄이 더는 출몰하지 않게 되면서, 몇 년 전에 위계가 한 단계 격하되었다.
하지만 그것은 위험성일 뿐이었지, 몬스터가 순수하게 지닌 힘까지는 포함되지 않았다.
게다가 놈이 출몰한 환경의 특성상 위험성은 더욱 커졌다.
움직이기도 힘든 한강에서 나타나, 대교를 부수던 크라켄이 아니었다.
“크라켄 외 제6위계 몬스터의 추가 발생이 확인! 개체 수는 총 23체로, 계속해서 증가 중!!”
당 소소가 소리쳤다.
그녀가 외친 소리는 배 위에 있던 통역관들이 각 나라 언어로 통역해, 텔레파시스트들에게 전달했다.
그러다 보니 통신 과정이 워낙에 복잡하고 길었다.
플레이어들의 대응도 늦어졌다.
설상가상으로─.
─푸후우욱!!
몇 번의 전투를 통해.
데몬퍼스는 플레이어들의 움직임이 통역관들의 영향을 받고 있는 것을 알아차렸다.
바닷속으로 들어간 놈이 그들이 탄 배를 부서뜨렸다.
서포터들의 보호마법을 받고 있던 배는 제2페이즈로 변한 녀석의 힘에 쉽사리 부서지고 말았다.
“通讯不畅!”
통신이 안 돼!
“もう話も通じないね…。”
이젠 말도 안 통하겠네….
그로 인해 한중일의 플레이어들이 의사소통에 난항을 겪었다.
원체 협력이 없었다고는 하더라도, 그들은 몬스터를 상대하면서 얻는 정보는 서로 교환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소한의 커뮤니케이션마저 봉쇄되니 정보 교류도 끊겼다.
결국 그들은 더욱 솔로 플레이에 집중해야 했다.
그것이 상황을 악화시켰다.
서로가 말이 통하지 않으니, 누가 어떤 녀석을 맡을지 의견도 제대로 정하지 못하고 있어.
게다가 지휘관도 정해두지 않고서 각 나라가 알아서 하기로 했으니….
사실상 제3위계 이상 몬스터가 둘.
데몬퍼스와 크라켄은 서로 협력해 플레이어들을 상대하고 있는 반면, 플레이어들은 어떤 놈을 상대할지도 정하지 못하고 있었다.
현재 전력으로 두 녀석을 상대해도 피해가 막심한 상황에서 혼선까지 겪고 있었다.
이도진은 크라켄의 공격을 피하며 혀를 찼다.
그가 빠르게 수면을 달렸다.
데몬퍼스는 전격에 내성이 있어도, 크라켄에게는 내성이 없어.
그러니 내가 크라켄을 상대하는 게 정답이긴 할 텐데….
그가 크라켄의 주위를 배회하면서 공격의 기회를 엿봤다.
공격은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의 는 바다에서 출몰하는 몬스터들에게 큰 타격을 주었다.
문제는 물이 닿은 사람들에게까지 데미지를 줄 수 있다는 것이었다.
를 컨트롤해 다른 사람들이 공격을 당하지 않도록 조절하는 게 가능하기는 해.
다만 그렇게 하면 마법의 공격을 줄이는 수밖에 없어.
서로 언어가 통할 때만 하더라도 이도진은 의 도움을 받아 전격의 피해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언어가 통하지 않게 되니, 그녀와 신호를 주고받는 게 상당히 어려워지고 말았다.
그나마 가 눈치가 좋아서 잘 따라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래도 안 돼.
크라켄을 상대하려면 지금보다도 더 많은 화력을 들이부어야 해.
그리고 도 지금 사람들을 제대로 보호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야.
한중일이 제각기 움직이고 있다.
데몬퍼스와 크라켄을 피해야 하니 진형은 무너질 수밖에 없었다.
운디네가 뿔뿔이 흩어져서 싸우는 사람들에게 보호마법을 걸어주기도 힘든 상황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판도라클랜에서 전파합니다! 현재 목표지점까지 남은 시간은 약 3분, 판도라 클랜로드가 이끄는 파티가 도착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뒤에서 한중일 후속 지원군이 가고 있는 중입니다! 도착 시각은 대략 15분! 이상 아리엘 텔레파시스트였습니다! 조금만 기다리세요!]이도진은 반가운 소식을 들을 수 있었다.
그의 눈이 이채를 띄웠다.
적은 피해로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승산이 보였다.
소식을 들은 한국의 플레이어들은 모두 같은 얼굴을 했다.
판도라 클랜로드가 지원을 온다면 전황이 다시 유리해질 거야. 놈들을 상대하는 데 숨통도 트일 거고.
노은하.
이도진은 그의 실력을 아주 높이 평가하고 있었다.
작년, 그가 매구를 쓰러뜨리면서 내심 경외하고 있기까지 했다.
그러니 노은하가 지원을 와준다면 무서울 게 없었다.
그리고 정확히 3분이 흘러─.
─플래티나 크로스
백금색의 빛이 번쩍였다.
현장에 있는 플레이어들을 배려한 공격의 위력은 작았다.
하지만 궤적은 데몬퍼스의 정신을 빼놓는 데 충분했다.
노련한 플레이어들이 그 틈을 노려 바닷속으로 숨으려 하는 녀석에게 공격을 가했다.
[판도라 클랜로드의 전언입니다! 지금부터 크라켄 토벌에 가세하도록 하겠습니다. 클랜원 중에 중국어와 일본어를 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니 빠르게 통신망을 복구하겠습니다. 그러니 플레이어는 통신이 복구되고 난 후에, 로 놈을 공격해주시기 바랍니다. 이상으로 아리엘 텔레파시스트였습니다!]증원이 온 것도 모자라.
커뮤니케이션 문제까지 해결됐다.
이도진은 한순간 머리 위를 지나친 은하와 시선이 마주쳤다.
두 사람이 고개를 끄덕였다.
정말이지 대단한 사람이야.
전황을 보지 않고서도 내가 힘을 완벽하게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상황까지 꿰뚫어 보고….
증원을 오면서 통역을 할 수 있는 플레이어들까지 데려오고….
내가 저 나이 때는 뭘 했더라?
이것이 재능의 격차인 것일까.
아니면 보는 시야가 다른 것일까.
이도진은 지금까지 재능과 실력의 격차를 느낀 적이 없었다.
그런데 노은하의 실력을 볼 때면, 자신이 그에 비해서 턱없이 모자란 느낌이 들고는 했다.
노은하는 열등감을 느끼지 못했던 우등생이 열등감을 느낄 만큼이나 규격 외의 존재였다.
☆
한중일의 커뮤니케이션이 혼선을 빚게 되고, 전투가 어려워진다.
회귀 전에 일어난 일을 알고 있던 은하는 자신이 출격할 것에 대비해 외국어가 가능한 클랜원들을 선별한 것이다.
회의실에 백련이만 남겨두고 온 게 마음에 걸리기는 해도 괜찮을 거야.
임가을도 있고, 이정현도 있으니까.
중국어가 가능한 메이 링, 린.
일본어가 가능한 호시미야 카에데.
은하는 세 사람을 이용해 빠르게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해결했다.
덕분에 한중일 플레이어들이 제법 정교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여기에 지휘까지 할 수만 있다면 금상첨화이기는 하겠지만…. 그건 나도 어쩔 수 없는 문제지.
한중일이 제대로 협력만 한다면야 사태를 빠르게 해결할 수 있으리라.
하지만 토벌 작전에 참가한 이들은 모두 자존심이 강했다.
자신의 나라가 아닌 다른 나라의 사람에게 지시를 받기 싫어했다.
그럼에도 다행인 점은 그들은 모두 국가 대표 플레이어로 통할 정도로 노련한 사람들이었다는 것이다.
통역이 원활하게 작동한 것만으로 그들은 서로에게 피해를 주지 않고 토벌 작전을 펼칠 수 있었다.
“문제는 문어랑 오징어 몬스터가 물속으로 들어가 버리면 우리한테 대응 수단이 마땅히 없다는 건데.”
한편 데몬퍼스와 크라켄도 가만히 당하지는 않았다.
놈들은 전투가 불리하게 흘러가자 플레이어들 입장에서는 제법 비겁한 공세를 취했다.
수면 위로 가급적 나오지 않고서는 바닷속에서 공격하는 것이다.
물론, 은하는 그것까지 고려하고서 클랜원들을 선별했다.
기프트
모드: 디바 세이렌
바닷속은 아리엘의 독무대였다.
인어로 변신한 그녀가 바닷속에서 기습을 노리는 몬스터들을 노렸다.
트리톤 스피어
디바이스의 힘까지 더해졌다.
그녀가 헤파이스토스의 용광로로 제작한 삼지창을 휘둘렀다.
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삼지창.
플레이어들이 서 있는 수면 아래로 거친 소용돌이가 맴돌았다.
그녀가 물속을 마구 휘젓고 있으니 몬스터들도 마음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러는 한편으로─.
─아리엘 방울
아리엘은 바닷물에 빠진 사람들을 구하는 것도 놓치지 않았다.
그녀가 입술에 댄 손을 떼어내자, 거대한 물방울이 생겨났다.
물방울은 그녀가 키스를 날려 보낸 방향으로 움직여서는 바닷속에 빠진 사람들을 보호했다.
물방울 안에 들어간 사람들은 곧 호흡 문제가 해결되고, 수면 위로 부상했다.
“하여간, 아리엘이 도움이 될 때가 다 있네. 부산과 제주도에 위치한 클랜들이 쟤한테 환장하겠어.”
은하는 피식 웃었다.
아리엘 혼자서 전황을 눈에 띄게 바꾸고 있었다.
이따금 물고기가 뛰어오르는 듯이,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내는 그녀는 무척이나 아름다웠다.
물방울이 햇살에 반짝이는 한편, 그녀도 같이 반짝이고 있었다.
“…。”
“.”
라고.
누가 알려주지 않았는데에도.
중국과 일본의 사람들은 언제부터 아리엘을 그렇게 부르고 있었다.
다른 나라 사람들의 눈에도 그녀가 인어공주처럼 보이는 것이다.
단연코 이 자리에서 가장 아름다운 사람은 일본의 도 아니고, 중국의 도 아닌, 한국의 라고 할 수 있었다.
그나저나 크라켄을 상대하는 것이 꽤 골치가 아프네.
물속에 들어가 버리면 내가 어떻게 상대할 수가 없잖아.
한편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조금 전 거하게 공격을 먹여줬더니 크라켄이 바닷속에 숨어서 모습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있었다.
“차라리 깡이를 데려올 걸 그랬나. 뇌격을 먹였으면 조금 전 공격으로 토벌할 수 있었을 텐데.”
피이이익!!
“뭐 이런 걸로 서운해하고 그래?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거지.” 피이이익!!
“알았다. 미안해, 됐지?”
불닭이가 시끄럽게 굴었다.
은하는 불닭이를 대충 다독여주며 생각에 잠겼다.
이놈을 어떻게 잡지?
아리엘이 유혹 계열 마법을 걸어도 꼼짝도 하지 않고 있는데….
크라켄을 끄집어내야 한다.
그런데 마땅한 방법이 없었다.
그렇다고 자신이 물속에 들어가서 놈과 싸울 수는 없었다.
검을 휘두르기 어려울 터였다.
“그나마 마법은 괜찮은데…. 아.”
그러다 생각이 번뜩였다.
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곧 배수빈을 찾을 수 있었다.
“수영을 잘하는지 보려 데려왔는데 이렇게 쓸 때가 있네.”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배수빈의 힘이 필요했다.
그가 그녀에게 날아갔다.
“수빈아.”
“왜?”
배수빈은 수면 위로 모습을 드러낸 몬스터들을 공격하기에 바빴다.
은하는 신경질적인 어조로 말하는 그녀를 보고 웃었다.
“네가 물속으로 들어가서 마법으로 크라켄을 유인해줬으면 좋겠어.”
“뭐? 지금 뭔 개소….”
“놈도 물속에서 폭발을 맞다 보면 짜증 나서 위로 올라오려고 하겠지. 아니면 폭발 소리가 너무 커서 아예 정신을 잃는다든가.”
“물속에 폭발을 일으키는 거라면 지금도 충분히 일으킬 수 있거든? 굳이 물속에 들어가지 않아도….”
“크라켄이 가까이 있으면 모를까, 놈이 깊숙이 숨어버렸는데 여기서 폭발을 일으켜봤자 효과가 있겠어? 됐고, 얼른 들어가. 그러면 아리엘이 널 크라켄이 있는 데까지 데려다줄 거야.”
“아니, 야, 이 미친놈아! 내 말을 좀 들…부르르!!”
대화할 시간이 없었다.
은하는 다짜고짜 배수빈을 바다에 빠뜨렸다.
배수빈이 수면 위로 올라오려 하자 은하는 그녀의 머리를 꾹 눌렀다.
결국 그녀가 팔다리를 허우적대며 바다에 빠지고 말았다.
ㄴ ㅗㅗㅗㅗㅗㅗㅗㅗ!!
으ㅡㅡㅡㅡㄴㄴㄴㄴ!!!!!
하아아아아아!!!!!!!
물속에서 괴상한 소리가 들렸다.
배수빈이 살아 있다는 소리였다.
은하는 안심했다.
“수빈이 네가 고생한다. 나중에 꼭 휴가 좀 챙겨줄게. 건투를 빌게.”
“그러면서 왜 웃고 있냐.”
“내가 언제?”
“악마보다 악마 같은 놈.”
카에데는 은하의 행동을 보고서는 질색했다.
그녀가 혹시나 자신도 배수빈처럼 물속으로 빠지는 것은 아닌진 냉큼 거리를 벌렸다.
“나도 빠뜨릴 생각이냐.”
“내가 널 왜 빠뜨려? 물속에서는 화살도 제대로 못 쏠 텐데.”
“그렇겠지.”
“근데 호우 너도 수영할 수 있지?”
“그건 왜 물어보는데?”
“못 해? 맥주병이야?”
“…아니야. 가까이 오지 마라.”
카에데가 방어 자세를 취했다.
은하는 결국 몸을 돌렸다.
때마침 물속에서 놀랄 만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콰콰콰콰콰콰쾅!!
배수빈이 폭발을 일으킨 것이다.
바다가 요란하게 흔들릴 만큼이나 마법을 발동했다.
보아하니 체내 마나를 때려 부어서 폭발을 일으키고 있는 듯했다.
곳곳에서 물기둥이 솟구쳤다.
“화가 단단히 났나 보네.”
은하는 남의 일처럼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이제 곧 올라올 크라켄을 기다렸다.
이 정도로 포격을 당했는데 놈이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케헥…! 노, 노은하, 이…, 개새…! 케헥, 쿨럭쿨럭! 야이씨! 넌 맨날 나한테 왜 이러는 거야!”
“고생했어. 크라켄은 오고 있지?” “죽여버리겠어! 그냥 너를 죽이고, 나도 따라 죽을래! 내가 이 나이에 이런 취급을 당해야 해!?”
“다 너 잘되라고 이러는 거야.”
“야, 이 꼰대야! 너 이리와!”
수면 위로 올라온 배수빈.
물에 홀딱 젖은 그녀가 표독스럽게 은하를 노려보았다.
안타깝게도 힘을 다 쓴 모양인지 은하를 죽일 힘은 없는 모양이었다.
은하는 한숨을 쉬었다.
그러고는 재킷을 벗었다.
“수고했어. 바닷물이 차가울 텐데, 내 옷이라도 걸치고 있어. 불닭이도 너한테 맡길게.”
“이게 병 주고, 약 주고야!”
은하는 배수빈의 어깨에 재킷을 걸쳐주었다.
피닉스의 날개도 해제했다.
배수빈의 머리에 불닭이를 얹고는 손가락을 튕겼다.
이제 불길이 그녀의 체온을 따뜻이 덥혀주리라.
그때쯤─.
─오고 있네.
은하는 크라켄의 기척을 느꼈다.
두 자루의 검을 쥔 은하는 녀석이 올라오는 방향으로 뒤를 돌았다.
이윽고 놈이 부상했다.
은하는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6살 때랑 지금이랑 다를 거다.”
자신이 얼마나 강해졌는지.
확인할 수 있는 몬스터.
놈은, 전투력 측정기였다.
은하는 입가를 끌어올렸다.
☆
팔방장군 중 한 명인 라오 첸은 데몬퍼스를 상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의 시선은 녀석이 아닌, 노은하에게로 향하고 있었다.
저놈은 뭐하는 녀석이지?
아니, 저만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십이좌가 아니라고?
한국은 보는 눈이 없는 것일까.
라오 첸은 지원군을 이끌고 등장해 기울어지던 전세를 역전시킨 은하의 실력에 감탄했다.
처음 호텔에서 만났을 때만 해도 단순히 강한 녀석이라고만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예상을 뛰어넘을 만큼 강대한 힘을 지니고 있었다.
“미친놈….”
그리고 놈은 정상이 아니었다.
자신의 클랜원을 바다에 빠뜨려서 몬스터를 유인해오게 했다.
그래서 더더욱 마음에 들었다.
라오 첸도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용할 수 있는 건 모두 이용한다.
멸망 후의 중국은 그런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대다수였고, 그중에서도 라오 첸은 더했다.
그는 노은하의 전투를 확인하고는 동질감을 느꼈다.
저놈은 나랑 같은 녀석이야!
강한 적과 싸우기 위해서는 무엇도 신경 쓰지 않는 놈이지.
라오 첸이 껄껄 웃었다.
당장에라도 노은하에게 달려들어서 자웅을 겨뤄보고 싶었다.
눈앞에 있는 데몬퍼스보다 저기서 크라켄을 상대하고 있는 노은하가 더 마음에 들었다.
“노은하라….”
라오 첸은 그의 이름을 읊조렸다.
그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 사람들도 한국인들이 외치는 이름을 기억하러 중얼거리고 있었다.
그만큼 크라켄을 압도하는 모습과 전황을 지휘하는 모습, 파티원들과 호흡을 맞추는 모습이 대단했다.
오죽하면 한국에는 노은하와 같은 사람이 너무 많아, 그가 십이좌로 뽑히지 않았느냐는 소리도 나왔다.
중국은 실력을 높게 친다.
팔방장군과 칠성장군은 중국에서 제일 강한 사람들만 될 수 있지.
한국이 특이한 경우에 속했다.
중국과 일본은 단순히 전투에 능한 플레이어들이 국가 대표가 되었다.
중국은 당국이 정권을 잡고 있고, 일본은 왕실의 권위를 내세우면서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권위를 침범할 여지를 차단했기 때문이다.
반면 한국은 선녀의 권위를 앞세워 다른 이해관계자들이 그녀의 권위를 침범하지 못하도록, 플레이어들끼리 서로 견제하는 구조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한국의 특수성에 대해서 잘 모르는 라오 첸으로서는 노은하의 실력이 아까울 뿐이었다.
중국에 왔다면 능히 팔방장군이나 칠성장군으로 뽑혔을 녀석이다.
거친 기운이 느껴졌다.
라오 첸은 데몬퍼스에게 등을 돌려 노은하를 찾았다.
역시나.
그가 마법을 발동하고 있었다.
수면 위에 선 그의 검들이 빛나며 크라켄을 덜덜 떨게 하고 있었다.
믿기지 않는 광경이었다.
놈이 노은하를 두려워하고는 아예 도망치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플레이어들이 녀석이 절대 도망치지 못하도록 잡고 있었다.
이윽고─.
─백화요란
잔월효성
두 자루의 검이 빛을 방출했다.
그가 손에 쥐고 있던 검들이 돌연 빛의 입자로 흩어졌다.
마치 밤하늘의 별과 같이 반짝이는 입자가 그의 주위를 아른거렸다.
신비로운 광경이었다.
“이것도 어디, 버텨봐.”
노은하가 신호했다.
그가 손으로 허공을 휘저었다.
명령을 받은 빛의 입자가 움직여, 크라켄에게 날아갔다.
“”””…….””””
가히 비현실적인 전투.
빛의 입자 하나하나가 검이 궤적을 긋는 것처럼 크라켄의 몸을 산산이 분해하고 있었다.
라오 첸을 비롯한 사람들은 그만 압도당하고 말았다.
어쩌면….
그 광경에서 눈을 못 떼며.
라온 첸은 생각했다.
저놈은 격이 달랐다.
자신보다 강한 게 틀림없었다.
아니, 어쩌면─.
─장군으로 발탁되는 것은 물론, 필두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겠군.
노은하는 라오 첸이 그동안 경험한 어떤 플레이어보다도 강할 것이다.
중국 최강?
팔방장군의 필두의 실력을 보았던 라오 첸은 떠오르는 의문을 쉽사리 부정할 수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싸우고 싶어지네.”
승부욕이 불타올랐다.
라오 첸은 더욱 그에게 끌렸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