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35
노유성이 태어나면서.
정하양의 아이에 대한 열망은 더욱 커져만 갔다.
유성이 정말 귀엽다.
저 애가 크면 은하를 닮은 부분이 더 늘어나는 거겠지?
물론 노유성은 한서현의 아이이며, 자신과 이유정의 아이이기도 했다.
세 사람은 서로 낳게 될 아이를 자기 자식처럼 돌보자고 약속했다.
애초 굳이 약속을 하지 않더라도 정하양은 노유성을 보는 순간 되레 없던 모성애가 솟아났었다.
그럼에도 정하양은 자신을 꼭 닮은 아이를 낳고 싶었다.
은하랑 서현 언니가 사이가 무척 좋아진 것 같아.
아이를 낳고 싶은 이유는 많았다.
가장 큰 이유는 아이가 귀여웠고, 자신하고 은하를 닮은 아이를 보고 싶었다는 것이고.
은하가 임신한 한서현을 살뜰하게 보살피는 모습에 질투가 났었고.
두 사람이 노유성을 돌보는 것이 너무 잘 어울렸기 때문이다.
이외에 복합적인 이유로 정하양은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열망을 계속 불태우고 있었다.
그로 인해 은하는 죽어나갔다.
그리하여─.
“─축하드려요. 임신하셨어요.” “정말요? 정말 제가 임신했나요? 입덧이나 그런 건 느끼지 못했는데 확실한 건가요?”
“…여기 아기집 보이시죠? 보니까 임신 6주가 된 것 같네요. 입덧은 개인 차이가 있기도 하고, 어쩌면 슬슬 하게 될지도 몰라요.” “와….”
드디어, 마침내.
정하양은 그동안 바라왔던 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아침에 테스트기로 확인을 해보고 혹시나 해서 산부인과에 들렀는데, 정말 임신하게 된 것이다.
“정말, 임신한 거구나….”
그녀는 제 배를 어루만졌다.
이 안에 새로운 생명이 있다는 게 신비롭기만 했다.
입가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
정하양이 임신했다.
은하는 소식을 듣고 기뻐했다.
“어쩐지 깡이 녀석이 요즘 들어서 하양이 곁에 있나 했더니…. 그래서 그랬던 거구만?” “깡!” “좋아, 잘했어. 앞으로도 애들 좀 잘 지켜주라.”
정하양은 산부인과를 들리고 나서 클랜회관으로 오고 있다고 한다.
은하는 그녀가 오는 것을 기다리며 깡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기특한 녀석이었다.
깡이는 마치 수호신을 자처하듯이 아내들의 임신을 알아차린 건 물론, 노유성의 곁에서 떠나지 않고 항시 그를 지키고 있었다.
“삐삐삐 빠빠빠 뿌뿌뿌!” “라라라♪”
“그래, 너희도 고맙다.”
불닭이와 라라가 있기도 했다.
은하는 그들의 머리를 쓰다듬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옆방으로 가보기로 했다.
노유성에게도 알려주고 싶었다.
“유성아, 아빠 왔다.”
“애 자니까 조용히 하렴.”
“아, 서현아. 이야기 들었지?” “하양이가 임신했다는 거? 그동안 날 계속 부러워하던데, 이제 마냥 부러워하지 않게 되겠지.” “응?”
“아이를 돌보는 것도 일이란 걸…. 유성이 아빠는 모르겠지.”
“언제나 고마워.”
“말로만.”
“어깨라도 주물러줄까?”
“됐네요.”
노유성은 곤히 자고 있었다.
은하는 어쩔 수 없이 한서현에게 선회했다.
그녀의 뒤로 돌아가 어깨를 주물러주었다.
“유성이도 이제 동생이 생기겠네.”
“그래서 조금 걱정이 되기도 하네.”
“뭐가?”
“네 마음이 유성이에게서 떠나서, 하양이 아이에게 갈까 봐. 어릴 때 부모 사랑을 많이 받아야 할 텐데, 앞으로 계속 동생들이 생기게 되면 우선순위가 밀려날 거 아니니.”
“그러지 않게 노력해야지. 그래도 그러지는 않을 것 같은데? 유성이는 첫 애니까….”
“그러면 첫째랑 막내 사이에 끼는 아이들이 불쌍해지겠네. 잘해.”
“그럴게. 네가 잘 잡아줘.” “나만 믿으렴.”
두 사람은 까르르 웃었다.
그때, 두 사람의 웃음소리를 듣고 노유성이 울음을 터뜨렸다.
“미안, 깼어?”
“아부부!”
은하는 유성이를 안아올렸다.
노유성이 땡깡을 부렸다.
그럼에도 은하는 능숙하게 아이를 어르고 달랬다.
“아부부. 빠, 빠.”
“그래, 아빠다.”
이제는 길 줄도 알고, 어느 정도 아빠와 엄마를 부를 줄도 알았다.
그는 환원의 목걸이를 잡아당겨서 노는 노유성을 보고 피식 웃었다.
“유성아, 너 동생 생겼다?” “빠?”
“빠빠?”
“…불닭이 넌 저리로 가고.” “뿌뿌….”
“뿌우.”
은하는 어깨로 불닭이를 쳐냈다.
불닭이가 샐쭉해하며 한서현의 어깨로 날아갔다.
이내 은하는 노유성을 요람 안에 내려주었다.
“이제 하양이 왔겠다. 나는 그만 마중 나가 있을게.”
“그래, 하양이한테 고맙다는 말은 꼭 잊지 말고. 앞으로 배가 나오면 더 힘들어질 테니까.”
“당연하지.”
은하는 한서현의 집무실을 나섰다.
1층으로 내려갔다.
때마침 정하양이 뛰어오고 있었다.
“은하야!”
정하양이 은하를 보자마자 그에게 뛰어왔다.
은하는 두 팔을 벌리며 뛰어드는 그녀를 받아냈다.
“이제부터는 몸 조심해. 병원에서 초음파 사진은 받아왔어?”
“응! 이것 봐봐, 이게 아기집이래. 엄청 조그맣지?”
“안 그래도 조그만 애 뱃속에 이리 조그만 애가 들어있다는 거네.” “뭐어?”
정하양이 도끼 눈을 떴다.
은하는 그마저도 좋았다.
그녀의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정하양도 결국 얼굴을 풀었다.
“얼른 태어났으면 좋겠다.” “아직 배도 안 부풀었어.”
“그러니까. 얼마나 기다려야 할까? 아이는 아들일까, 딸일까? 유성이는 아들이었으니까 딸이었으면 좋겠다. 그치?”
“건강하게만 태어나면 좋겠어, 난.” “태어나면 네가 이름 지어줘야 해. 알았지?” “잘 생각해놓고 있을게.”
정하양이 기쁜 얼굴로 떠든다.
이윽고 클랜원들이 몰려들어서는 기쁜 소식을 전해들었다.
그들이 정하양의 임신을 축하했다.
바로 그때였다.
“은하야.” “왜?”
클랜원들이 정하양을 축복할 때.
한창진이 조용히 다가왔다.
은하는 가벼운 일이 아니란 것을 직감했다.
그가 정하양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되물었다.
“말할 게 있어.”
“…그쪽 일이구나.” “그래. 기쁜 일이 생겼는데, 이렇게 어두운 소식을 전해서 미안하다.”
“아니야. 일단 집무실로 올라가자.”
한창진의 어조가 심상치 않았다.
은하는 정하양에게 손을 흔들고는 한창진과 집무실로 올라갔다.
한편 정하양을 축복하는 자리에는 이유정도 있었다.
“좋겠다….”
정하양을 축복해주며.
이유정은 괜히 제 배를 문질렀다.
☆
판도라 클랜회관, 은하의 집무실.
은하는 한창진하고 마주앉아서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 그랬단 말이지….”
이천서가 배신했다.
사정을 들은 은하는 깊은 한숨을 흘렸다.
“이천서 이 녀석…. 다른 클랜의 관계자들하고 알고 지내는 것까지는 그러려니 하고 있었는데…. 결국엔 선을 넘어버렸구나.”
“삼라클랜에서 강하게 꼬드기더라. 삼라그룹이 대놓고 나올 정도라면 상황이 안 좋기는 한가 봐.”
“후….”
이천서의 동향은 주시하고 있었다.
판도라클랜을 창설하기 이전부터 삼라클랜과 연을 트지 않았던가.
그 후로도 이천서는 기회가 되면 다른 클랜 관계자들을 만나오면서 이곳저곳에 발을 걸치고 있었다.
그래, 거기까지는 허용해야지.
조건 좋은 데에서 부르면 가는 게 나쁜 건 아니지.
은하는 그것을 용인했다.
판도라클랜에 마음이 떠난 이들을 자신의 이기심으로 붙잡고 있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매구를 토벌한 후로는 이천서가 좋게 클랜을 탈퇴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천서의 마음이 진즉 떠났다는 건 이미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하나─.
“─그래도 이건 아니지.”
클랜의 기밀을 빼돌리고.
클랜 신입들을 회유하려 하다니.
이천서는 가만히 나가려 하지 않고 판도라클랜의 인재와 정보를 가지고 나가려 하고 있었다.
상도덕에 어긋나기도 했고, 애초 기밀 유출은 위반 사항이었다.
“이천서의 혓바닥에 넘어간 놈들은 얼마나 되는데?”
“지금 파악 중이기는 한데…. 일단 작년이랑 올해 들어온 신입들 중에 절반은 넘어갈 것 같더라.” “최소 10명 이상이라는 건가.”
은하는 팔걸이를 두드렸다.
그러고는 한창진이 이름을 열거한 클랜원들의 얼굴을 떠올렸다.
기억이 가물가물했다.
어쩔 수 없었다.
판도라클랜은 S급 클랜이 되면서 클랜의 규모가 대폭 확대되었다.
현재 클랜에는 100명이 조금 넘는 클랜원들이 입단해 있었다.
사람이 많아지니까 문제구나.
내 통제력에 벗어나기도 하는 데다 이천서 같은 미꾸라지가 아랫물을 흐리기도 하니….
은하는 자책했다.
서브로드들에게 맡기기는 했다지만 그들도 클랜원들의 생활을 깊숙이 파악하지 못했다.
그러다 보니 용인하고 만 것이다.
무엇보다 이천서는 이제는 8년 차 간부였다.
그가 설마 이런 식으로 배신해서, 클랜원들을 빼갈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어떻게 할 거야?”
“…….”
한창진이 물었다.
은하는 답하지 않았다.
생각이 많아졌다.
이럴 때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이천서를 조용히 내쳐야 하나.
아니면─.
은하는 생각을 마쳤다.
그가 침묵을 깨고 입을 열었다.
“배신자는 쳐내야지.”
“…….”
자신이 많이 변했다고 하나.
칼 같은 성정은 변하지 않았다.
평소에 억누르고 있었을 뿐이다.
은하의 눈이 번뜩였다.
꼭 서슬 퍼런 칼날 같았다.
“인생은 칼날을 걷는 것과 같다고? 천서 그놈이 그렇게 말했다고?”
“…….”
“잘 알고 있네. 내가 잘 키웠어.”
이천서의 말이 맞았다.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른다.
인프라로 가득한 세상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안전에 찌들어서 모른다.
삶이 얼마나 위험한지 말이다.
하루하루가 생존의 연속이다.
사람은 서슬 퍼런 칼 위를 걸으며 가까스로 하루를 연명하는 것이다.
이천서의 비유는 적절했다.
그렇기 때문에─.
─그걸 알면 얌전히 있었어야지.
은하는 이천서의 도박 같은 모험을 안타깝게 여겼다.
자신이 칼날 위에 있다고 알았으면 조용히 나갈 것이지, 어찌하여 엄한 클랜을 들쑤신다는 말인가.
“창진 형.”
“어, 은하야.”
“조만간에 던전 좀 알아놔.” “…알았다.”
신입들은 갱생의 여지가 있겠으나.
이천서나 이미 그의 성품에 물든 클랜원들에게 내릴 운명은 하나밖에 없었다.
“최대한 아무도 모르고, 조용하게. 알았지?”
아카데미를 졸업하고 8년.
이 자리에 오르게 되면서 더 이상 순수한 우정으로는 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다.
은하는 그것을 씁쓸하게 여기며, 칼을 갈기로 했다.
☆
아무도 모르고, 조용하게.
은하는 앞으로 자신이 벌일 숙청을 클랜원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천서를 용서해줄 만큼 위인도 아니었다.
최대한 애들이 모르게 해야 해.
괜히 애들 슬프게 할 필요는 없어.
한서현에게도 말하지 못한다.
이제 임신한 정하양에게는 더더욱.
이유정에게 말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녀들의 반응은 예상이 갔다.
필시 자신의 일인 것처럼 죄책감을 느끼게 되리라.
그리고 다른 클랜원들의 반응 또한 예상이 갔다.
두 가지였다.
내게 동조하거나, 반대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클랜로드들이 어째서 더러운 일을 도맡아하는 클랜원들을 따로 두는지 알 것 같았다.
오늘따라 술이 끌리네.
은아도 그렇고.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도 그렇고.
그들은 담배를 좋아하지 않았다.
그래서 은하는 이번 삶에는 담배를 입에 대지 않았다.
노유성까지 태어나니, 담배는 더욱 피울 수 없었다.
이제는 피우고 싶지도 않았다.
그렇기에 마음이 답답할 때면 그는 술을 마시고는 했다.
“퇴근 안 하고 여기서 뭐해?”
“그러는 너는 웬일이고?”
이 마음을 누구에게 말할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담아둬야 했다.
은하는 갑갑한 마음을 풀기 위해서 클랜회관에 있는 바를 찾았다.
이 시간에는 아무도 오지 않았다.
조용히 마실 수 있을 거란 생각에 오게 된 것이다.
그런데 바에는 먼저 온 사람이 있었다.
진서나였다.
“너도 한 잔 마시려고? 왜?”
“오늘따라 마시고 싶어서. 그러는 너는?” “일단 여기 옆에 앉아. 안 그래도 혼자 마시기 뭐했거든.”
진서나가 턱을 괸 채 손짓했다.
은하는 옆자리에 앉았다.
보아하니 은하가 오기도 이전부터 술을 마시고 있던 듯했다.
진서나의 얼굴이 빨갰다.
“이거 맛있어. 마셔봐.” “괜찮네. 얘랑 같은 걸로 주세요.”
“블루 문 말이군요. 알겠습니다.”
진서나가 자신의 잔을 건넸다.
신비한 색상의 칵테일이었다.
꼭 맑은 바다를 담은 것 같은 술.
한 입 맛을 본 은하는 바텐더에게 같은 술을 주문했다.
잠시 후, 바텐더는 칵테일을 두고 자리를 피했다.
“짠.”
“그래서 너는 왜 마시고 있는데? 저녁은?”
“소시지로 때우고 있는 중이지. 아, 이건 안 줄 거야.”
“갑자기 혼자 웬 술이래.” “네가 말할 말도 아니거든?”
왜 혼자 술을 마시러 왔는가.
그들은 서로 이유를 말하지 않고 술을 홀짝였다.
그러다 시간이 어느 정도 흐르자, 진서나가 삼각 귀를 푹 접었다.
그녀가 입을 뗐다.
“그냥…. 아까 하양이가 임신한 걸 축하하는데, 그러면서 부럽더라고.”
“왜?”
“나도 몰라. 그냥 부러웠어.”
“…….”
“내 친구가 행복한 건 좋은 일인데 순수하게 축하하지 못하는 내가 딱 그 자리에 있더라고. 그래서, 내가 정말 못나 보여서 여기 온 거야.”
나 정말 이기적이지?
진서나가 자조하듯 말했다.
은하는 그녀의 머리를 만지려다가 손을 거두었다.
진서나가 왼손 약지에 낀, 반지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천서뿐만 아니라….
우리들 사이가 많이 달라졌구나.
시간의 흐름이란 야속했다.
서로가 스스럼없이 놀던 친구들도 이제는 사회적 시선을 신경 쓰고, 이해관계를 따지게 되었다.
서로 재는 게 많아졌다.
그것이 어른이 된다는 것이리라.
어릴 적에는 마음껏 누리던 것들을 점점 손에서 내려놓게 된다.
은하는 최대한 밝게 말했다.
“부러우면 너도 결혼하든가.”
“그게 어떻게 내 마음대로 될까. 결혼이란 건 서로 가치관이 맞아야 하는 거잖아. 그럴 상황도, 준비도 되어야 하고 말이야.”
“그래서 지금은 아니라고?” “잘 모르겠어.”
진서나가 테이블에 엎드렸다.
그녀가 손가락으로 잔을 찌르면서 중얼거렸다.
“나는 KK제약의 직계지, 아인들의 우상이지…. 참 배경이 복잡하다고 생각하지 않아?” “…미안하게 됐다. 괜히 나 때문에 KK제약의 직계가 되고, 아인들의 대표가 된 셈이니까.” “그래, 실컷 미안해 해.” “…….”
“장난이야. 결국 내가 선택한 건데, 왜 너를 탓하겠어.”
“후회돼? 선택한 거.”
“음…, 조금. 근데 그때로 돌아가도 나는 같은 선택을 할 것 같아.” “…….”
“초등학생 때 다짐했었는걸. 나는 나한테 마음을 주지 않는 사람에게 마음을 주지 않겠다고. 내 사람만, 이기적으로 챙기겠다고 말이야.”
“나랑 비슷하네.”
“이게 누구 때문인데….”
“그래서?”
“그러니 시간을 되돌아간다 해도, 나는 KK제약 직계가 됐을 거라고. 전아협 대표도 그렇고…. 왜냐하면 그게 내가 가장 힘든 시기에 나를 끝까지 포기하지 않은 너희들한테 도움이 되는 일이니까 말이야.”
그러니 잘 들어, 노은하.
이 누나에게 감사해하라고.
진서나가 은하를 툭툭 쳐댔다.
“그래, 고맙다.” “그래서 너는 무슨 일인데?”
“안 알랴줌.” “치사하게 그런 게 어디 있어.” “그러는 지도 안 알려줬으면서.”
“…좋아, 그냥 술이나 마시자.”
“네가 쏘는 거다?” “이런 건 클랜로드가 쏘는 거지.”
“그래, 대신 적당히 마셔.”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들은 서로 술을 마시며 추억에 젖어 들었다.
☆
판도라클랜은 의정부 탈환전 이후 확고하게 체계가 잡히게 되었다.
현재 존재하는 기수는 모두 여덟.
이때, 판도라 클랜원들의 계층은 세 가지로 분류되었다.
1기 – 판도라클랜 창단원
2기 – 창단원들의 직계 후배
3기 – 이리야를 비롯한 클랜원들.
1, 2, 3기는 고생한 기간도 비슷해 거의 격 없이 지냈다.
서브로드, 간부들이 모두 포진해 있기도 했다.
이들은 판도라클랜의 주력으로서 통하고 있었다.
4기 – 무난한 기수
5기 – 온태희, 손가연의 기수
4기와 5기는 의정부 탈환전 이전, 마나교의 반혼제 테러 이후 들어온 클랜원들이었다.
3기가 워낙 쟁쟁한 사람들이 많고, 5기에서 손가연이 두각을 드러내며 4기는 별로 눈에 띄지 않았다.
하지만 4기는 지금에 이르기까지 별다른 문제를 일으키지 않았다.
블레이즈클랜 다음으로 문제아로서 알음알음 불리고 있는 판도라클랜의 예외 집단이라고 할 수 있었다.
여하튼 2개 기수는 1, 2, 3 기수를 선배 기수로서 떠받들었다.
이후 의정부 탈환전을 겪은 그들은 6, 7기 클랜원들을 선도해왔다.
6기 – 036&36기 유망주 기수
7기 – 선미예의 기수
8기 – 올해 입단한 막내 기수
6, 7, 8기는 기술할 게 없었다.
아직 그들은 판도라클랜에서 그리 큰 공훈을 세우지 않은 말단이었다.
예외적으로 노은애의 친구이면서, 십이좌 선기준의 딸이기도 한 선미예가 선배 기수들과 상당한 친분을 가지고 있을 뿐이었다.
어찌 됐든─.
“─ 선배님! 괜찮으시면 한 수 부탁드립니다!”
“은혁이 형! 안녕하세요!”
클랜의 계층이 나뉘게 되면서.
6, 7, 8기 입장에서 1, 2, 3기는 까마득한 선배로 보일 만했다.
그들은 특히 1기 클랜원들을 거의 신성시하고 있었다.
은하신교의 영향이 크기도 했고.
노은하와 함께 싸우는 클랜원들이라는 인상이 워낙 강했기 때문이다.
“그럴까? 근데 음…, 사람이 많네. 1:1로 대련을 하면 기다리는 사람도 많아질 테니까, 차라리 지하에 있는 던전이나 한 바퀴 둘러보고 올까?”
“아, 그것도 좋을 것 같아요! 제가 얼른 참가 신청서를 쓰고 올게요!”
그런 의미에서.
6, 7, 8기 클랜원들은 자신들에게 친근한 얼굴로 다가와준 최은혁이 고마울 지경이었다.
그들이 친근하게 여기는 1기들이 몇 명 있기는 했는데, 그중에서도 최은혁은 가장 인기가 높았다.
“무슨 일 있으면 나한테 말해줘! 내가 애들한테 잘 말해볼 테니까.”
최은혁 역시 자신을 잘 따르는 클랜원들이 싫지 않았다.
무엇보다 올해부터 서브로드가 된 그는 신입 클랜원들을 이끄는 일에 더욱 헌신적이었다.
☆
그로부터 며칠 후, 경기 북부 개발 회의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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