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43
은평구 하나은행 연신내점.
동해클랜 특별고문 정금전은 이날 업무차원으로 은행에 들렸다.
“그런데 너는 왜 따라오는 거야?”
“도련님이 지난번처럼 또 딴짓하지 않을지 감시하려고요.”
“얼씨구. 누나 내 비서 맞아? 아니, 비서면 비서답게 나를 보좌해야지 감시한다는 소리가 말이 돼?”
“감시도 비서의 업무입니다.”
정금전만 은행을 찾은 게 아니다.
비서 이세희도 따랐다.
사실 이제는 비서라고 표현하기가 애매했다.
노은하가 이유정과 결혼한 이후, 그녀와 할아버지의 등살에 못 이겨 결혼했기 때문이다.
“하여간…. 알아서 해.”
“그런데 도련님.”
“왜?”
“얼마 전에 소식을 전해들었는데, 루미너스그룹의 이유정 아가씨께서 임신했다고 하더군요.”
“또? 정 꼬맹이가 임신했다는 것을 들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노 꼬맹 그놈은 플레이어는 안 하고 허구한 날 밤일만 하는 건가. 어휴, 힘도 좋아.”
“그러게요. 어디 사는 도련님하고 굉장히 다르게요.”
“…….”
묘하게 찔리는 소리였다.
정금전은 이세희를 곁눈질했다.
그녀가 홱 시선을 피했다.
정금전은 부루퉁한 얼굴을 했다.
그러고는 자신의 순서를 기다리며자리에 앉았다.
그러자 그녀가 의문을 표했다.
“번호를 기다릴 필요가 있을까요? 어차피 저희 업무는 지점장이 나와 봐줄 텐데.”
“…저 사람들한테 미안하지 않아? 우리, 순서나 지키도록 하자고.”
“얼른 일을 끝마치고 클랜회관으로 돌아가는 게 싫은 거군요.” “…….”
“휴…. 좋아요. 가끔은 이렇게라도 쉬어줘야겠죠.”
다행히 이세희가 허락했다.
정금전은 안도의 한숨을 쉬고서는 돈가방을 꼭 끌어안았다.
안에는 자그마치 10억이나 되는 거금이 들어 있었다.
이세희가 수갑을 차서 가지고 있는 돈가방까지 합치면 20억이었다.
행여나 돈가방을 빼앗기지 않을지 각별히 주의해야 했다.
“현찰로 거래하지 않는 쪽이 훨씬 편했을 텐데요.”
“어쩔 수 없지. 지하시장 거래는 되도록 현금으로 하는 쪽이 뒤탈이 없으니까.”
최근 진행 중인 경기 북부 개발.
동해클랜은 북부를 개발하는 도중 다량의 아티펙트를 발견했다.
이에 동해클랜은 클랜이 쓸 것은 클랜원들에게 할당하고, 나머지는 지하 경매 시장에 팔아버렸다.
마켓 경매를 이용하는 것보다 훨씬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기 때문이다.
클랜들이 종종 취하는 수법이었다.
대신 거래 추적을 차단하기 위해서 현금으로 거래했다.
“클랜원들 보너스를 주고, 남는 건 파인페이지 캐시로 넣으면 되겠네. 캐시 뽑기를 해도 맨날 100캐시만 나오니, 원….”
“그냥 캐시를 지르세요.”
“이게 은근 묘미라니까.”
정금전은 히히덕거렸다.
마침 이야기도 나왔겠다, 정금전은 웹소설이나 보면서 차례가 오기를 기다리기로 했다.
요새 일이 너무 바빠 읽지 못하고 미뤄둔 작품이 꽤 많았다.
이 여유 시간을 이용해야겠다.
그가 작품을 고를 때였다.
이세희가 언짢은 듯 중얼거렸다.
“그동안 지점장을 직접 만나느라 모르고 있었는데, 은행 관리가 영 좋지 않군요.” “어? 무슨 소리야?”
“조금 전부터 느낀 건데, 주변에 날아다니는 파리가 많네요.”
“파리? 응?”
그제야 정금전도 깨달았다.
파리들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초파리도 아니다.
엄지손톱만한 파리들이 날아다니며 공기를 떠는 소리를 내고 있었다.
여기도, 저기도.
온통 파리가 보이고 있었다.
“진짜 왜 이러지? 음식물 쓰레기가 터지기라도 한 건가?”
“음식물 쓰레기가 터지더라도 이리 많지는 않을 텐데요. 안 되겠어요. 도련님, 여기는 나가죠. 이런 곳에 더는 못 있겠습니다.”
“후, 그래, 나가자. 유 꼬맹이한테 나중에 한소리 좀 해야지….”
여기가 쓰레기장도 아니고.
웬 파리가 이렇게 많을까.
정금전은 한숨을 쉬며 일어났다.
다른 지점을 찾아보기로 했다.
똥파리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는 은행에 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던 그때였다.
“저 사람이 원인인 것 같은데?”
“…유난히 저쪽에 많이 있군요.”
대기 번호가 하나 줄어들었다.
술집에서나 볼 것 같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직원에게 향했다.
빨간 드레스, 빨간 구두.
그리고 검은 선글라스.
여성은 또각또각 구두 소리를 내며 도도한 걸음걸이를 선보였다.
그러나 사람들의 시선이 향한 것은 여성의 미모 때문이 아니었다.
그 미모에서 깨어나게 해줄 만큼 주변에 똥파리들이 붕붕 날아다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화장실을 갔다가 뒤를 닦지 않고 나온 거 아니야?”
“도련님, 들리겠어요.”
“아니면 똥파리들이 좋아할 향수를 뿌리고 있다든가.”
“그냥 가요, 도련님.”
정금전은 투덜거렸다.
저 여성이 주범인 듯싶었다.
그는 저 여성이 대체 무슨 볼일로 은행을 방문한 것인지 엿들어보기나 했다.
“도련님, 신경은 끄고 가자니까요. 어쩐지 느낌이 좋지 않네요.”
“어허, 플래그 세우지 마. 그러다 누구 한 명 죽을 일 있게?” “도련님….”
“알았어, 간다, 가!”
이세희가 유난히 보챘다.
정금전은 어쩔 수 없이 여성에게서 몸을 돌릴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이야기가 드문드문 들려왔다.
“네, 손님. 무슨 일로….”
“돈이 필요해서 왔어요, 많이.”
“…네? 대출 업무라면 저쪽 창구를 이용해….”
“대출? 돈 빌리러 온 건 아닌데.”
“그럼 어쩐 일로….” “돈이 필요해서 왔다니까요? 제가 몇 번이나 말을 해야겠어요?”
저거 완전 미친 거 아니야?
대화가 뜬금없기만 했다.
정금전은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그가 걸음을 딱 멈췄다.
똥파리 떼를 몰고 다니는 여성의 얼굴이 몹시 궁금했다.
정금전은 뒤를 돌아, 창구에 기대 직원을 난처하게 하는 미친 여성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깨달았다.
여성이 인간이 아니란 것을.
“은, 행, 강, 도. 몰라요? 나 지금 그거 하려고 온 거예요. 그 돈으로 이따 패디나 하러 가게. 파란색으로 예쁘게 칠하려고요.”
“그, 그게 무슨….”
“아, 이 짓 그만할래. 이제부터는 내 마음대로 하면 되는 거 아닌가?”
수십, 수백 마리의 파리가 탄생해 주위를 가득 메웠다.
파리 떼가 창구 직원을 뒤덮더니, 순식간에 직원의 피를 빨아먹었다.
부부부붑
정금전은 비현실적인 광경을 보고 넋이 나가버렸다.
“뭐, 돈은 그냥 알아서 챙겨가지. 덤으로 파리 친구들도 만들어가고. 이제부터 벨제뷔트의 노예가 될 걸 영광으로 여기도록 하렴.”
☆
마포구, 루미너스 홀.
아티스트 가을 라이브 축제가 한창 벌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축제는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
음악 소리가 들린다.
그 소리에 맞춰 광란의 도가니가 펼쳐지고 있었다.
쿵짝, 쿵짝, 쿵짝.
사람들이 몸을 흔들어댔다.
곳곳에 땀방울이 흩날리고, 그것이 주변 사람들을 열광으로 물들였다.
무대 위에 있던 아티스트들은 힘껏 고성을 지르며 발광해댔다.
그러나 한 여성만은 이성을 놓고 감정에 충실한 분위기 속에도 전혀 흔들리지 않고 있었다.
“흐음….”
오히려 여성은 콧소리를 내고서는 객석에서 벌어지는 광경을 보면서 웃음을 흘렸다.
이성을 잃은 인간이란 짐승이다.
개다.
돼지다.
저기 개돼지가 얽혀 있노라.
겉으로는 고고한 척, 비싼 척하며, 허세를 부리던 인간들이 남녀노소 정욕을 분출하고 있구나.
여성은 키득거렸다.
“이 자리야말로 진정 귀천이 없는 세상이라고 할 수 있겠구나. 귀하게 태어난 사람, 천하게 태어난 사람이 오직 제 욕정을 풀기 위해 발광하고 있다니!”
심지어 인간 사회의 법도 여기에서 아무런 효력도 가지지 못했다.
부부끼리 온 사람이 다른 이성하고 눈이 맞아서 붙어먹고 있다.
법이 없고, 이성이 없다.
한 사람이 여러 사람에게 들러붙고 그 사람들 뒤로 또 여러 사람들이 달라붙어 있다.
흉측하기 그지없고, 참 더럽다.
크르르르!!
이윽고 그들의 감정 속에서 태어난 몬스터들이 인간들을 잡아먹는다.
혹은 인간들과 붙어먹는다.
인간들은 그게 뭐가 좋다는 것인지 쾌락에 빠져 있다.
남녀 가릴 것 없이 몬스터를 배에잉태하면서 말이다.
그때, 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 여성에게 다가왔다.
“여자…. 여자다….”
“불경한 놈이로구나. 정녕 나하고 붙어먹고 싶으면 몸이라도 만들고 찾아오든가.”
여성은 불쾌하다는 듯이 달려드는 남자를 걷어찼다.
그것이 끝이었다.
가벼운 발길질이었다.
남자의 머리가 날아갔다.
투둑
목이 날아간 남성이 쓰러진다.
인간들은 그것도 좋다며 남자에게 달려들었다.
남자의 몸이 갈기갈기 찢긴다.
정욕을 참지 못하는 인간들이 서로 남자를 차지하려고 하자 벌어진 참상이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노랫소리가 들렸다.
기프트
모드: 디바 세이렌
라이브 온!
─매일 아침마다
나를 보고 싶어지는
사람이 되는 마법♪
노랫소리를 들은 인간들의 동작이 순간 멈칫했다.
그들이 이성을 찾으려 한다.
여성은 고개를 돌렸다.
입구 문이 열리고, 플레이어들이 들어오고 있었다.
다섯 명.
그중 선두에 서 있는 분홍 머리 여성이 마이크로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어리석은 년들이구나. 이 열락에 직접 발을 담그려 하다니.”
칠마 릴리스.
그리고 라이브 축제에 늦게 참석한 5인조 아이돌 그룹 판도라 하츠.
그들이 기운을 발했다.
☆
종로구 서울지방경찰청.
곳곳에서 편재가 발생하고 있다는 신고를 받은 경찰들도 플레이어들을 도우려 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돕기는커녕 오히려 건물 밖으로 나가서는 눈에 보이는 사람들을 체포하기 바빴다.
방망이로 때리는 건 기본이었고, 심하면 총기를 사용하기도 했다.
꺄아아아아악!!
사람들이 놀라서 도망을 간다.
경찰들은 낄낄거리며 그들을 쫓아 서울 전역으로 퍼져나간다.
그들이 신호를 무시하고 차를 몰아 서울의 교통을 마비시킨다.
교통사고가 발생했다.
경찰들은 사고를 내고도 제 몸이 움직이는 한, 좀비처럼 움직여서는 테러를 일으켜댔다.
“다른 놈들은 생각이 없는 건지…. 테러를 일으킬 거라면 사회 기능에 영향을 주는 인프라를 파괴해야지, 제 욕심에 행동해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군. 하긴, 그렇기에 그놈들이 신인류가 된 거겠지만.”
칠마 마스테마.
인간을 타락시키는 악마의 이름을 가지고 있는 그가 혀를 찼다.
피어싱을 한 미청년은 경찰총장이 앉아 있던 자리에 몸을 맡겼다.
이미 경찰청 안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세뇌를 끝낸 뒤였다.
“몬스터는 토벌하면 되는 일이지. 하지만 인간은 어떻게 상대할 거냐. 서울 전역으로 흩어진 놈들을 잡을 인력은 과연 있을까?”
마스테마는 어깨를 으쓱였다.
앞으로 치안은 심각하게 악화되며, 장기적인 문제를 앓게 될 것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교통을 담당하는 경찰들도 여기에 있을 테니…. 교통을 마비시키러나 가야겠군.”
테러는 시작에 불과하다.
사마엘이 시끄럽게 씨불였듯, 그저 데뷔 날에 지나지 않는다.
자신들은 서울을 시작으로 전국에 테러를 일으킬 것이다.
☆
마몬이 나타났다.
그 말은 다른 마인들도 본격적으로 테러를 일으켰다는 뜻이 된다.
저 녀석만 생각할 게 아니야.
지금 서울 전역에서 구마의 테러가 일어나고 있을 거야.
은하는 혀를 찼다.
언젠가 터질 일이란 걸 알았지만, 막상 테러가 일어나자 많은 피해가 발생할 것이란 생각에 초조해졌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데몬 계열의 몬스터가 달려들었다.
놈들의 평균 위계는 제5위계.
인간보다 거대한 신체를 자랑하고, 마법에 정통하고, 공중전이 가능한 몬스터들은 상당히 까다로웠다.
더욱이 판데모니움의 힘이 더해져 위험성이 최소 반 단계 올라간다.
평균 제5위계 오버랭크.
놈들이 현충원 곳곳에 출몰하고, 그 숫자는 계속 늘어났다.
소닉 웨이브
공중으로 날아오른 은하는 재빨리 감지마법으로 몬스터들을 확인했다.
현재 나타난 놈들의 수는 26.
많이도 나타났네.
현충원에 있는 플레이어들이 함께 싸운다고 해도 힘들겠어.
늘어나는 숫자까지 고려하면 꽤나 전력이 부족했다.
게다가 은하는 저 아래에서 싸우는 플레이어들의 실력을 제대로 모르고 있었다.
하물며 일반인들도 있었다.
플레이어들은 그들을 보호하면서 싸워야 했다.
바로 그때였다.
쿠아아아아아!!!
새하얀 데몬이 상공에 있었다.
놈이 함성을 지르며 어떤 마법을 캐스팅하고 있었다.
두 손 위에서 만들어지는 구체.
마법의 정체는 파악할 수 없어도 저 구체가 떨어지면 일대가 처참히 부서질 것쯤은 알 수 있었다.
블랑코 데몬(Blanco Demon)인가.
성가신 놈이 튀어나왔네.
은하는 놈의 정체를 파악했다.
제4위계 블랑코 데몬이다.
은하는 곧장 놈에게 날아갔다.
햄퍼 웨이브
우선 놈의 마법부터 무산시킨다.
재밍이 먹혀들었다.
놈이 캐스팅에 실패했다.
어디 실패만 했을 뿐인가.
완성 직전에 있던 마법이 해제되자 그에 따른 반동이 놈을 덮쳤다.
녀석이 제대로 마법을 쓰지 못하고 고통 속에 몸을 웅크리고 있었다.
은하는 그때를 놓치지 않았다.
우보
블래스트 카운터
블레이즈 크래셔
은하는 가속했다.
놈의 마법이 무산되면서 대기 중에 흩어져버린 마나를 자극했다.
마나가 거센 폭발을 일으켰다.
놈이 폭발에 휘말렸다.
은하는 과감히 폭발 속에 들어가 블랑코 데몬을 베어냈다.
쿠오오….
녀석이 저항도 못하고 소멸한다.
은하는 재빨리 몸을 틀었다.
가장 위험한 데몬은 처리했다.
나머지는 플레이어들이 어찌어찌 대항하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사이 자신은 마몬을 상대한다.
판데모니움부터 어떻게 해야 해.
저게 있는 한 데몬 계열 몬스터가 계속 출몰하게 될 거야.
데몬 계열 몬스터는 출몰 과정에서 다량의 마나를 잡아먹는다.
그래서 그들은 무리를 짓지 않고 개인 단위로 움직인다.
판데모니움은 개인으로 움직이는 그들이 무리를 짓고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
그러니 환경부터 없애야 했다.
그 환경을 없애려면 이 사단을 낸 마몬을 죽여야 했고 말이다.
“쳇, 운도 지지리도 없군. 하필이면 저놈이 여기에 있었을 줄이야.”
그때쯤 마몬도 은하를 눈치챘다.
가면을 쓴 마법사가 허공을 향해 마법을 전개했다.
다중 캐스팅 그리고 8번의 영창.
여덟 종류의 마법진이 그의 주위를 가득 메웠다.
한 마법에 대응할 수 있다고 해도, 일곱 개의 마법이 그를 노리게 되는 형국이 된 것이다.
마법진의 숫자는 64개.
마몬이 낄낄 웃었다.
햄퍼 웨이브
하지만 마몬의 예상과 반대로.
은하를 중심으로 하여 생긴 파문이 마법진을 어그러뜨렸다.
마법진의 상당수가 무산되었다.
“큭…! 하지만 아직 남아 있다!!”
마법의 반동이 찾아온다.
마몬은 가까스로 반동을 떨쳐내고 나머지 마법을 가동했다.
마법진이 빛을 뿜으며 은하에게로 날아들었다.
웜 홀
은하는 피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막지도 않았다.
그의 눈앞에 아공간이 생겨나고, 그가 곧장 아공간으로 뛰어들었다.
그리고 은하는 어느새 마몬의 뒤에 나타나 있었다.
블래스트 크로스
인비져블 트래커
콰콰콰콰콰콰쾅!!!
근접거리에서 발동한 마법.
불길의 검격이 마몬을 불살랐다.
마몬이 불 속에서 비명을 질렀다.
마몬의 능력은 마법이야.
하지만 나는 마법에 상성을 가지는 예경의 섭리를 가지고 있어.
여기에 매구의 섭리까지 더해지며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은하가 마몬을 상대로 무식하게도 돌격을 감행한 이유였다.
웜 홀
블레이즈 크래셔
한편 좌표는 왕창 찍어놓았다.
은하는 아공간을 열었다.
불길에 집어삼킨 그를 공격하는 건 쉽지 않았다.
하지만 은하는 아공간을 이용해서, 그를 마음껏 공격할 수 있었다.
반대로 아무런 좌표도 찍지 못한 마몬은 방어밖에 하지 못했다.
“끄아아아아아악!!”
마몬이 비명을 지른다.
질긴 놈이었다.
과연 마인이었다.
처음에는 은하의 공격에 당해서는 큰 데미지를 입던 놈이 점점 내성을 지니기 시작했다.
마몬의 특성이었다.
한 번 당한 마법에 두 번째부터는 내성을 지니게 되는 것이다.
“네, 네 녀석…!!”
나아가 마몬이 마법을 파훼했다.
연이은 포격에서 벗어난 놈이 냉큼 거리를 벌렸다.
마법사의 복장은 불에 타 사라지고 맨몸이 드러났다.
인간의 몸이 아니었다.
마치 강철로 이루어진 듯한 피부.
악마의 날개를 펼쳐 날아오른 놈이 숨을 헐떡였다.
“쳇, 어쩔 수 없군. 판데모니움은 포기하는 수밖에.”
놈의 몸은 너덜너덜했다.
팔이 반쯤 떨어져 있었고, 조직이 공중에 흩어져 있었다.
마몬은 신체를 회복하면서 일대를 판데모니움으로 바꾼 힘을 체내로 환원할 수밖에 없었다.
판데모니움이 무너진다.
일대가 원래대로 돌아온다.
데몬 계열 몬스터가 힘을 잃고서는 뿔뿔이 도망치기 시작했다.
마몬도 몸을 돌렸다.
“오늘 일은 절대로 잊지 않겠다.”
마몬이 으르렁거렸다.
은하는 놈을 추격하지 않았다.
웜 홀
블래스트 크로스
아직 좌표가 남아 있었다.
은하는 아공간 속에 공격을 퍼부어 마몬을 공격했다.
“커헉…!!”
신체를 치료하던 마몬이 공중에서 균형을 잃고 떨어진다.
놈이 가까스로 날개에 힘을 줘서는 하늘 높이 날아오른다.
은하는 혀를 찼다.
“디바인 크림슨이었으면 모를까, 블래스트 크로스로는 안 되는 건가. 마음 같아서는 쫓고 싶지만 그래도 쫓을 수는 없고….”
마몬과 싸우다가 시간을 잡아먹게 생긴 상황이었다.
마몬 외에도 다른 마인들이 지금 테러를 일으키고 있을 터였다.
놈들의 테러부터 막아야 했다.
은하는 클랜회관에 연락을 보내서 서울의 상황을 알아보기로 했다.
그래도 지금의 내 힘으로 마인에게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건 확인했어.
한편 은하는 안도했다.
이전 삶에서는 수십의 플레이어가 마인 하나를 상대하기 위해 모여야 했다.
그런데 자신 혼자서 마몬을 상대로 압도했다는 것은 무척이나 고무적인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마몬이 나하고는 상성이 좋지 않아 이렇게 된 거겠지만.
여하튼 그는 다른 마인들의 테러를 막기로 했다.
사람들이 갑작스레 일어난 테러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으리라.
“서현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 때문이지? 마나관리기구에서 소집령이 떨어져 파랑 아주버니, 한창진 오빠가 각각 테러 현장에 투입된 상황이야. 다른 클랜원들도 투입됐고.]은하는 한서현에게 전화를 걸었다.
한서현은 즉각 은하가 궁금해하던 내용을 알려주었다.
은하의 예상대로였다.
사마엘, 아바돈, 릴리스, 벨제뷔트, 마스테마의 테러가 일어났다.
공교롭게도 그들의 테러 현장에는 판도라 클랜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이에 판도라클랜은 그들을 구하러 병력을 투입했다고 한다.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서나는 아바돈을, 아리엘과 이리야는 릴리스를, 가연이는 사마엘을 상대하고 있는 건가.
난감하네….
클랜원들이 상대하는 마인은 셋.
격퇴가 아닌 퇴각을 우선한다 해도 클랜원들을 세 개 현장에 보내기에 전력이 빠듯했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무리를 해서라도 마인들과 조우한 클랜원들을 구해야 했다.
[지금 막 연화 언니도 투입됐어. 임무를 포기하고 간다는 모양이야.]“…다행이네.”
이내 은하는 류연화의 파티가 곧장 현장으로 향하고 있다는 이야기에 안도했다.
한창진, 진파랑, 류연화.
세 사람이 전력을 나눠 투입된다면 어찌어찌 될 것 같기도 했다.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이니 얼른 다른 클랜에도 응원을 부탁해.”
[안 그래도 그러고 있어. 서울에 관할권을 가진 클랜들도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걱정하지 마.]“후…. 그래, 알았어. 근데 서현아, 다른 테러는 없었어?”
[다른 테러? 아니, 6개가 끝인데. 그중에 현충원 테러는 네가 있어서 무마됐다고 들었고.]이전 삶에서 테러를 일으킨 마인은 모두 9명이었다.
이번 삶에서는 벨페고르가 죽으며, 8명이 되었다고 가정하더라도.
여전히 2명이 부족했다.
아마겟돈과 아가레스.
작년에 마인들과 조우했던 것처럼 미래가 바뀌어서 아가레스는 없다고 가정하더라도 아마겟돈이 비어.
마인들의 수장 아마겟돈.
은하는 놈의 행보에 주목했다.
이전 삶에서 아마겟돈은 처음─.
바로 그때였다.
한서현의 목소리가 다급해졌다.
[지금 막 연락이 들어왔어. 새로운 테러가 노원구에서 관측됐다고 해. 정보에 따르면 지팡이를 짚고 있는 노인이라는데….]아마겟돈이다.
시기가 늦어지기는 했지만 녀석은 이번 삶에서도 같은 테러를 일으켰다.
“내가 거기로 갈게. 그쪽에다 얼른 연락을 넣어줘.”
[알았어, 무운을 빌게.]은하는 날개를 펼쳤다.
☆
노원구, 제니스 클랜회관.
아마겟돈은 지팡이를 짚은 상태로 회관 앞에 서 있었다.
노인은 사람들이 무심결에 공포를 느낄 만큼 거센 기운을 내뿜었다.
“남의 앞마당에서 기세를 뿌리다니 네놈은 누구냐. 혹시 테러를 일으킨 놈들과 연관된 놈들인가.”
“”””…….””””
이것은 명백한 도전이었다.
제니스 클랜원들은 기세를 느끼고 무기를 챙겨 들고 나섰다.
제니스 클랜로드, 십이좌 지용현 역시 마찬가지였다.
꺼림칙한 기운을 느낀 그는 상대를 허투루 볼 수 없음을 직감했다.
“끌끌.”
노인은 자신을 원형으로 둘러싸는 클랜원들을 보고 웃었다.
“이거, 이거…. 국내에서 제일가는 클랜이라는 것치고는 플레이어들의 실력은 볼 게 없어 보이는구나. 좀, 실망이야.”
“…꺼…억…컥………….”
“”””……!!””””
노인이 지팡이로 바닥을 두드렸다.
그러자 사람이 한 명 쓰러졌다.
제 목을 부여잡은 남자가 쓰러져서 허우적거렸다.
남자가 그대로 절명했다.
“영혼을 살짝 건드렸을 뿐이거늘, 이런 걸로 죽어버리다니….”
플레이어들이 놀란 가운데.
노인은 혀를 쯧쯧 찼다.
“어어억….”
이윽고 쓰러진 남자가 일어났다.
사령술이다.
영혼을 조종하는 마법.
마나학의 금기를 목격한 사람들의 얼굴에 경계심이 서렸다.
지용현은 그 광경을 보고는 앞으로 나섰다.
“찾아온 목적이 뭐지.”
“상대의 기량을 파악하고 섣부르게 상대할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은 꽤나 좋은 선택이지. 성운이 그 녀석이 잘 가르치기는 했구나.”
“…성운이? 스승님을 아는….”
“그것이 무슨 상관이더냐. 어차피 나는 네 적이란 상황은 변하지 않는 사실인데 말이야.” “…….” “찾아온 목적이 뭐냐고 물었더냐? 이 나라에서 제일 강하다는 클랜의 전력이 어떤지 확인하려고 온 거지. 무엇보다 자네를 보고 싶었거든.”
노인이 입가를 쭉 찢었다.
더욱 짙어진 기운이 클랜원들의 숨을 꺼트리기 시작했다.
“이란 이명에는 여러 가지 의미가 담겨 있지. , , 이 있다고 하나, 그래도 의 명맥을 잇고 있는 자네는 이 나라 사람들의 상징이야. 어쩌면 자긍심이라 해야 할지도 모르지.”
“…….”
“그러니 세상 사람들에게 똑똑히 보여줄 수 있다는 거지. 신인류가 얼마나 강한 존재인지 말이야. 무엇보다도─.”
─자네들의 죽음이 세상 사람들의 사기를 크게 떨어뜨릴 것이라네.
아마겟돈이 끌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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