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45
서울 곳곳에서 일어난 테러에.
소식을 들은 임가을은 하던 일조차 모두 팽개치고 모든 장관과 그들의 휘하에 있는 관료들을 불러들였다.
다년간 재앙을 경험한 선녀정부는 발 빠르게 움직일 수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의 밑에 있는 관료들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들이 그녀의 손발이 되어 임무를 수행했다.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빠르게 파악하도록 하세요! 지금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는 테러는 우발적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작아요. 놈들은 계획적으로 일으키고 있는 겁니다.”
실시간으로 들어오는 정보는 아주 참담하기만 했다.
한 사람에 의해 일어나는 테러가 시간이 갈수록 확산하며 가늠하지 못할 만한 피해를 초래하고 있었다.
아니, 한 사람이라고 표현하기에는 어폐가 있었다.
“대체 지금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자들의 정체는 뭐인 거죠? 인간의 외형을 하고 있으면서, 인간하고는 다른 외형을 가지고 있다니….”
몬스터를 조종하고 있으니 그들은 군단장급 몬스터인 것인가.
그렇다면 마석을 품고 있는 건가.
선녀정부는 그들에 대해서 좀처럼 정보를 파악할 수 없었다.
그때 마침 스크린 화면이 바뀌며, 한 사람이 모습을 드러냈다.
제3기 십이좌 필두.
윤성진이었다.
[내 제자에게 들어온 이야기로는, 놈들은 마인이라고 하더군.]“마인이라고요?”
[너희도 들은 적은 있겠지? 편재를 완벽히 받아들인 인간이 변모한 존재에 대해서.]마나학에서 이론적으로나 존재하는 마인이란 소리에 자리에 앉아 있던 사람들이 술렁거렸다.
임가을도 마인의 존재를 알게 되고 놀람을 감추지 못했다.
” 님. 그럼 놈들의 약점을 알 수 있을까요?”
[정보가 부족해서 나도 모르겠군. 판도라클랜에서 보낸 정보가 실제로 맞을지도 알 수 없는 상황이니까.]“…이 보낸 정보일 테니, 어느 정도 맞기는 할 겁니다.”
임가을은 텀을 두고 말했다.
돌아가는 상황을 보아하니 아마도 노은하는 마인들의 존재에 대해서 알고 있었던 듯했다.
그걸 알고 있었으면 진작 나한테 귀띔이라도 해줬을 것이지.
물론, 임가을도 냉정하게 생각해서 은하의 판단을 이해할 수 있었다.
마인의 존재를 알고 있다고 해도.
그들에 대해 알고 있다고 해도.
갑작스레 민간인을 상대로 일어난 테러에 어떻게 대응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가 알려준 마인의 대처법도 이렇다 할 만큼 확실한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해도 임가을은 아쉬움에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마인들에 대한 정보를 클랜들에게 전파하도록 하세요. 그리고 놈들이 테러를 일으키는 목적이 무엇일지 궁리해주시고요.”
결국 그녀는 지금 일어나는 상황을 정리하는 것에 애를 쓰기로 했다.
본래 테러는 목적성을 지니고 하기 마련이었다.
특히 동시다발적으로 일으킬 만큼 계획적으로 움직이고 있는 놈들은 더더욱 어느 목적을 지니고 있을 게 틀림없었다.
현충원, 은행, 지하철, 경찰청, 콘서트, 백화점….
임가을은 한쪽 화면에 뜬 지도를 노려보며 손톱을 물어뜯었다.
여섯 곳은 모두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기에 충분한 장소였다.
하지만 나머지 한 곳은 의아하게 느껴지기만 할 따름이었다.
대체 제니스클랜은 왜….
일곱 번째 테러 장소, 제니스클랜.
혹시 제니스클랜에 원한이 있어서 테러를 일으킨 것일까 싶었다.
하지만 다른 여섯 곳의 장소하고 제니스클랜은 어떤 연관성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제니스클랜에 대한 상황을 자세히 알아봐주세요. 하필이면 왜 저기서 테러가 일어난 건지 이상하네요.”
임가을은 정보국장에게 지시했다.
뒤이어 하급 관료들이 여러 개의 스크린을 안고 회의실로 들어왔다.
그들이 새로 테러가 일어나는 곳을 중계하는 방송을 틀었다.
그중에 제니스클랜도 있었다.
“”””…….””””
지용현이 테러범으로 보이는 노인과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노인은 밀리지 않았다.
그것만으로도 노인이 범상치 않은 실력의 소유자임을 알 수 있었다.
[끌끌…. 어느새 많이도 모였구나. 어디 나를 막아보아라. 너희가 나를 막을 수 있다면, 우리는 모든 테러를 중단할 것이다.]지팡이를 한 번 휘두른 것만으로 S급 플레이어의 숨통을 끊은 노인은 자신이 서울 전역에 일어나고 있는 테러의 주모자라고 밝혔다.
“저자가 주모자라는 건가.”
임가을은 노인을 노려보았다.
자리에 있던 프로파일러들은 그가 하는 말에 주목했다.
“아무래도 과시욕이 강한 사람인 모양입니다. 어쩌면…, 저자가 지금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아무 이유가 없는 건지도 모릅니다.”
한 사람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임가을은 그 말을 조용히 되뇌이며 생각을 환기했다.
과시욕이 강한 사람인 것은 맞아.
근데 과연 아무 이유 없이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걸까?
느낌이 좋지 않아.
상황이 저 노인을 중심으로 흐르는 기분을 지울 수가 없어.
그녀는 속으로 고개를 저었다.
선녀의 경험이 말하고 있었다.
무슨 목적인지는 모르지만 저들의 테러는 선녀정부를 향하고 있다.
테러에 굴복하느냐, 마느냐.
선녀정부의 위신이 달려 있었다.
그러니 그녀는 저들에게 말려드는 느낌을 받으면서도 테러를 정리하려 초조해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노원구에서 들어오는 정보에 촉각을 세우도록 하세요. 어떻게든 기세를 잡아야 해요. 일단 주동자를 제압하기만 하면 흐름을 저희에게 돌릴 수 있…!”
그리고 그 말을 꺼냈을 때.
임가을은 불현듯 놈들이 획책하는 목적을 유추할 수 있었다.
노인이 지금 제니스클랜을 습격해 테러를 일으키고 있는 이유는─.
─ 때문이야.
십이좌 딜러 부문 중에서 선두로 뽑히고 있는 지용현.
노인의 목적은 바로 그를 쓰러뜨려 이 나라의 자신감을 꺾으려고 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여기서 이 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사람들이 더 큰 패닉에 빠지게 될 거야. 절대 그래서는 안 돼.
손발이 차가워졌다.
임가을은 회의실에 설치된 화면이 을 비추는 것을 보고 그만 망연자실해질 수밖에 없었다.
많은 방송에서 의 전투를 중계하고 있었다.
그들은 이 노인을 이겨, 이 혼란을 잠재울 것이라고 믿고서 국민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 지기라도 하면, 그때는 끝이다.
민심이 바닥으로 떨어지게 되리라.
“당장 제니스클랜 테러를 보도하는 방송을 멈추라고 하세요!”
“하지만 선녀님! 방송을 중단해도, SNS를 통해 계속 소식이 올라오는 중입니다!” “큭….”
임가을은 대뜸 소리쳤다.
그때는 너무 늦은 뒤였다.
사람들의 관심사는 에게 향해 있었다.
이 상황에서 방송을 중단할 경우, 괜히 더 사람들의 불안을 흔들 수가 있었다.
게다가 과 노인의 승패는 결국 정해지는 수밖에 없었다.
어떻게든 용현 오빠가 막아야 해.
부탁이에요, 제발. 힘내요.
결국 임가을이 할 수 있는 일은 각지에서 일어난 테러에 대처하며, 지용현을 응원하는 수밖에 없었다.
☆
노원구, 제니스 클랜회관.
상황은 좋지 않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었다.
“─고작 그것이 전부더냐. 이 나라제일의 검이라고 불리기에는 상당히 보잘것없는 솜씨로구나. 은 이 정도로 약하지 않았거늘.” “”””…….””””
노인과 지용현의 1:1 전투.
두 사람의 전투는 육안으로도 쫓기 힘들 정도로 속도감이 있었다.
제니스 클랜원들도 섣불리 그들의 전투에 끼어들 수 없었다.
그러다 두 사람이 공방을 주고받고 거리를 벌릴 때, 그사이를 노려서 기습을 가했다.
그래도 노인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들의 검을 막고, 죽였다.
반면 지용현은 힘에 부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이윽고 시간이 흘러서는 지용현이 명백하게 밀리고 있었다.
그의 몸은 상처투성이였던 반면, 노인은 상처 하나 없이 건재했다.
제왕검 8식
검룡승천
노인은 지용현이 마법을 발동하길 기다려주기까지 했다.
지면에서 검이 솟구쳤다.
노인은 사뿐히 움직여 피해냈다.
제왕검 7식
지면붕괴
지용현의 노림수였다.
지용현이 곧장 검을 내리쳤다.
칼끝에서 시작된 충격이 노인이 선 지면을 붕괴시켰다.
“호오.”
노인이 걸려들었다.
노인이 구덩이 속으로 빠진다.
제왕검 10식
도검광중
지용현은 망설이지 않았다.
그가 거대한 검을 만들어냈다.
상공에서 생겨난 검이 노인이 빠진 구덩이 속에 내리꽂혔다.
지상이 흔들렸다.
상공을 날아다니던 드론도 충격을 이기지 못할 정도였다.
추락하던 드론이 겨우 균형을 유지할 수 있게 되었을 때─.
“─커헉….”
지용현이 피를 토했다.
그가 상공에서 소환한 검이 되레 그의 복부를 찌른 것이다.
직전에 노인이 공간의 좌표를 바꿔 지용현을 공격한 것이다.
“나름 강한 것은 인정하마. 신화도 체화하지 못한 인간이 강하다 한들, 신인류에 미칠 수 없는 법이지만.”
노인은 여유로움을 과시했다.
지용현은 그럼에도 쓰러지지 않고 검을 쥐었다.
다른 손으로는 복부를 치료했다.
자신은 결코 쓰러져서는 안 됐다.
놈의 속셈은 내 패배야.
내가 얼마나 비참하게 패배해서, 사람들의 사기를 떨어뜨릴 것인지, 그것을 노리고 있는 거야.
노인이 말한 대로다.
은 이 나라의 검이었다.
노인은 그 검이 처참하게 꺾이며, 자신들의 세력이 강력하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다.
그렇기에 은 결코 놈에게 굴복해서는 안 됐다.
설사 죽는 한이 있더라도 추태를 보여서는 안 됐다.
어쩔 수 없군.
지용현은 자신의 죽음을 직감했다.
노인은 강적이었다.
힘을 가늠할 수 없다.
그러니 동귀어진의 자세라도 취해 노인을 쓰러뜨릴 각오를 해야 했다.
지용현은 숨을 골랐다.
“호오, 이번 공격에 네 모든 것을 걸려고 하는 생각인 거구나. 그래, 어디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려주마.”
노인의 목적이 자신의 패배라면.
노인은 자신이 전력을 다하는 것을 기다려줄 터였다.
아니나 다를까 노인이 즐거워하며 가만히 지켜보기나 했다.
그로 인해 지용현은 손에 쥔 검에 전력을 불어넣을 수 있었다.
쿠구구구
지면이 흔들린다.
대기가 요동친다.
하늘에 금이 간다.
하늘이 유리창처럼 깨져나가면서, 깨져나간 파편이 검이 된다.
어느새 하늘은 새까맣게 물들고, 수천의 칼날이 날아다니고 있었다.
제왕검 특식
도검난무
수천의 칼이 날을 세운다.
칼들이 섬뜩한 소리를 낸다.
이윽고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검격이 노인에게 쇄도했다.
지용현도 노인에게 달려들었다.
동귀어진의 자세로 임해야 해.
내가 여기에서 죽는 일이 있어도, 은 놈을 이기지 못한다는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된다.
자신은 이 나라 제일의 검이다.
명예를 알고, 선녀를 위하는 검은 결코 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 되고 굴복해서도 아니 된다.
노인이 와 이 아니라 자신을 찾아온 것은 그러한 이유가 있기 때문이리라.
────!!
공기를 찢어발기는 파열음.
노인의 마법을 피한 지용현은 점점 노인에게 다다르고 있었다.
그의 검이 푸른빛을 뿜었다.
제왕검 6식
신검합일(身劍合一)
나는 한 자루의 검이요.
이 검에 망설임은 없나니.
지용현의 몸이 빛이 되었다.
검과 하나가 된 그가 빛의 속도로 노인의 몸을 꿰뚫었다.
“훌륭한…, 공격이었다. 이건 제법, 대단하구나.”
그 순간, 새까만 세상이 울었다.
도검난무의 세상이 깨져나간다.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온다.
신체 절반이 사라진 노인은 이내 연기가 되어 사라진다.
지용현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그의 몸은 만신창이가 돼 있었다.
노인의 공격에 당한 것이다.
“─하지만 말했지 않느냐. 네 검은 내게 닿지 않는다고.”
“큭….”
그리고 죽었을 것이라고 생각하던 지용현의 눈앞에 나타났다.
대기 중에 흩어진 연기가 모여서는 노인의 형체를 취한 것이다.
노인은 이번에도 멀쩡했다.
“그래도 좋은 승부였다. 나의 힘은 너희들에게 똑똑히 전해졌을 테니, 너는 이제 필요가 없을 것 같구나.”
“…….”
아직이다.
끝나지 않았다.
지용현은 멀어지는 의식을 붙잡아 노인에게 대항하려고 했다.
“소용없다. 네가 쥔 검을 보거라. 이미 네 검은 부러지지 않았더냐. 명예로운 죽음을 당하고 싶다는 건 잘 알지만, 지금 네가 하려는 것은 구차하게 질질 끄는 죽음에 지나지 않느니라.”
비록 검이 없다고 하더라도.
이 의지가 부러지지 않는 한, 검은 변치 않고 존재한다.
지용현의 눈이 번쩍 떠졌다.
수중무검(手中無劍).
손에는 검이 없으나.
심중유검(心中有劍).
마음에는 검이 있으니.
마법이란 그런 것이다.
없는 것을 있게 만드는 힘.
그것이 의지요, 마법이다.
─제왕검 특식
무형검(無形劍)
평소에 검을 휘두르는 것처럼.
지용현은 부드러이 검을 휘둘렀다.
부러진 검이 노인의 앞을 가로질러 허공을 베어냈다.
“허, 참….”
“…….”
“인간은 죽음에 이르는 순간, 보다 높은 경지에 도달한다고 하더니…. 축하하마. 너는 지금 그 일격으로 신화의 문턱에 다다랐구나.” “…….”
“그래, 그런 건가. 너를 보고 있는 사람들이 간절한 마음으로 응원하여 일시적으로 신의 경지에 발을 들인 모양이구나. 하지만 안타깝구나.”
지용현의 검은 일대를 베어냈다.
아무런 기운도 없는 검이 일대를 방사형으로 초토화했다.
노인도 검격에 당해 짓이겨졌다.
하지만 그게 끝이었다.
“그건 나를 본떠 만든 인형이었다. 본체는 여기에 있지.”
공간이 흔들렸다.
아공간에서 나온 노인이 낄낄대며 말했다.
“그래도 잘했다, 인간이여.”
“…….”
“연구할 보람이 있는 놈이로구나. 원래는 네 오체를 갈기갈기 찢어서 제 집에서 남의 일처럼 보기나 하는 놈들에게 공포를 선사하려 했더니, 마음이 바뀌었다.”
결국, 베어내지 못했다.
지용현은 더는 움직일 수 없었다.
다만 칼집을 바닥에 꽂아서 몸을 지탱하는 것밖에 하지 못했다.
나는, 쓰러져서는 안 된다.
마지막 남은 의식이 고했다.
은 쓰러져서는 안 된다.
지용현의 의식은 끊어져 갔다.
그때, 목소리가 들렸다.
“─늦어서 죄송합니다.” “…….”
흐릿해지는 시야에 비치는 남자.
지용현은 남자의 얼굴을 확인했다.
이내 그는 미소를 지었다.
그가 검을 쥔 손을 움직였다.
손이 덜덜 떨렸다.
“이, 거를….”
“…….”
다 부러진 검.
의 상징.
지용현은 검을 건네주었다.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젠장….”
노은하.
그는 무릎 꿇은 자세로 숨을 거둔 지용현을 바닥에 눕혀주었다.
이제 편하게 눈을 감아도 된다.
그가 지고 있던 무게는 이제부터 자신이 들 것이기 때문이다.
노은하는 부러진 검을 쥐었다.
그의 시선이 아마겟돈에게 향했다.
“하하, 또 네가 방해하는구나. 한데 다 부러진 검으로 무엇을 할 수가 있다는 말이냐. 그 검에는 이제는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거늘.”
“닥쳐.”
노은하가 부러진 검을 쥔 이유는 명백했다.
의 유지를 계승한다.
그리하여 세상에 인간이 노인에게 지지 않았다는 뜻을 대변한다.
새로운 의 탄생이다.
아니─.
─화르륵!!
날이 부러진 검신에 불길이 일고, 세상에 불씨가 나부꼈다.
그를 중심으로 휘몰아치는 불길이 마치 붉은 연꽃이 피어오르는 듯한 모습을 연상케 했다.
“없으면, 만들면 돼.”
의 뒤를 잇는.
의 탄생이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