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55
임가을의 기지로 테러가 중단되고, 아마겟돈이 물러났다.
그 과정에서 여러 피해가 있었다.
사람들은 안심할 수 없었다.
그들은 불안에 떨었다.
“이제 다 끝났어! 님까지 녀석에게 이기지 못했는데 어떻게 이기라는 소리야!!”
“살아있는 신화가 지다니…. 이건 악몽이야! 이럴 수는 없어!”
“! 이 남아 있다고! 이 엘릭서를 마시고 싸우면 이길 수 있을지도 몰라!”
“은 어디에 있는 거야! 그 사람도 이랑 같이 싸우면 승산이 있을지도….” “너희도 봤잖아. 아마겟돈의 곁에 살아있는 신화들이 있던 걸….”
“”””…….””””
“두 사람이 힘을 합친다고 해도, 그걸 어떻게 이겨.”
살아있는 신화.
황진희의 사망.
그녀의 죽음은 그날 저녁 뉴스에서 대대적으로 보도되었다.
뒤늦게 소식을 들은 사람들에게는 충격적인 일이나 다름없었다.
[다음 소식입니다. 현재 토벌당한 마인은 총 넷으로…. 하나같이 전부 강한 힘을 지녔다고들 하죠. 사마엘, 아바돈, 벨제뷔트, 마스테마…. 먼저 영상을 시청하겠습니다.]선녀정부와 플레이어들은 이번에 크나큰 병력 손실을 보고 말았다.
그 결과, 칠마 넷을 토벌했다.
그나마 희소식이 사람들의 불안을 가라앉히기는 했다.
하지만 그들에게 아마겟돈은 결코 잊을 수 없는 존재로 다가왔다.
아마겟돈이 토벌되지 않는 이상, 상황은 나아지지 않는 것이다.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다!! 마인, 아니, 신인류에게 굴복해야 한다! 신인류를 신으로 받들자!”
“아마겟돈을 떠받든다고 하더라도 삶이 바뀌는 것은 없을 거야. 그냥 아마겟돈에게 항복하자.”
공포는 빠르게 전염되었다.
아마겟돈의 힘을 목격한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나왔다.
그들이 마인에게 굴종하자고 하는 소리는 사람들을 흔들었다.
“와아아!! 저것들을 물리쳐라!!”
“신인류에게 굴종하자! 우리들은 하등한 존재이다!!”
“아마겟돈을 경배하라!!”
마스테마의 테러로 인해, 인력이 부족한 상황에 부닥치게 된 경찰은 그들의 궐기를 막을 수 없었다.
하물며 경찰들은 세뇌에 걸렸을 때 무고한 시민을 총으로 쏴 죽이면서 민심을 잃어버렸다.
그들의 통제는 먹히지 않았다.
결국 임가을은 폭동이 일어난 지 이튿날 아침에 대국민 발표를 했다.
아마겟돈이 물러난 지 하루 뒤에 일어난 일이었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오늘 저는 중대한 이야기를 전하려고 합니다. 그러니 모두 이야기를 들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임가을은 국민들의 혼란을 막으러 아마겟돈과 거래한 내용을 천천히 말하려고 했었다.
사람들이 테러로 인해 세상을 떠난 와 플레이어, 일반 시민들을 애도할 시간을 가지기를 원했다.
하지만 사람들은 누군가의 죽음에 애도할 정도로 여유롭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상황이 조금 진정되고 꺼내려던 말을 전해야 했다.
[13일 뒤, 선녀정부는 여러분에게 강도 높은 이동 제한령을 내리려고 합니다. 해당 시간 동안에는 절대로 집 밖으로 나가지 못하는 제한령을 내릴 생각입니다.]임가을은 아마겟돈과 거래한 것을 이야기했다.
13일 뒤, 노은하하고 플레이어들이 아마겟돈과 생사결을 벌인다.
그러니 국민들은 집을 나가지 말고 그 대결을 지켜보기 바란다.
터무니없는 소리였다.
국가의 명운을 거는 싸움을 한다는 소식은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는 먹혔다.
반대로 생각하면 앞으로 13일간 테러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리고 마인에게 굴복할지 말지가 13일 뒤에 결정되는 것이다.
13일, 길지 않은 시간이었다.
사람들은 폭동을 중단했다.
폭동을 벌일 이유가 없었다.
시간이 알아서 해결해줄 것이다.
한편으로─.
“─그래, 판도라 클랜로드가 아직 남아 있었어.”
“판도라클랜은 제2위계 몬스터를 쓰러뜨리기도 했어! 그러니 녀석을 이길 수 있을 거야!”
“이 있다. 이라면 어떻게든 해줄 거야.”
사람들은 희망을 찾았다.
노은하.
거의 단신으로 아바돈을 쓰러뜨린 그가 아마겟돈을 쓰러뜨릴 것이다.
그제야 사람들은 불안감을 조금은 떨쳐낼 수 있었다.
“이 어떻게 이겨? 그놈도 아마겟돈한테는 못 당해. 가 목숨을 바쳐서 지켜준 거 못 봤어?”
“이 멍청아! 그때 은 격한 전투를 벌인 탓에 아마겟돈하고는 제대로 싸울 힘조차 없었을 거야. 혼자서 아바돈을 쓰러뜨리고 나서 아마겟돈까지 상대한다고? 야이씨, 넌 그게 가능할 것 같냐!?”
“의 힘은 인정하겠는데…. 몸이 그 지경으로 망가졌는데 과연 회복할 수 있을까?”
“엘릭서로 치료하면 나을 거야.”
아마겟돈의 공포에 떠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지만.
그보다 노은하의 힘을 굳게 믿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속보] 판도라 클랜로드 노은하, 엘릭서 복용 [속보] 판도라 클랜원 전원, 남은 13일 동안 폐관 수련에 들어갈 것직후 뉴스가 터져 나왔다.
S급 클랜들과 십이좌들이 13일간 훈련에 집중하겠다는 기사였다.
그중 사람들의 관심을 가장 끈 건 판도라클랜에 대한 소식이었다.
특히, 노은하가 엘릭서를 복용했다.
겨우 그것만으로 사람들은 공포를 뒤로할 수 있었다.
국가와 인류의 명운을 거는 싸움.
사람들은 13일간 불안을 억누르며, 평소와 다를 바 없는 일상을 살아가기로 했다.
“”””…….””””
신기하게도 13일간 범죄 발생률이 감소하는 현상이 일어났다.
치안이 좋지 않아졌는데도 범죄가 이전보다 더 일어나지 않는다는 건 상당히 희귀한 현상이었다.
그 현상이 지속되느냐 반전하느냐.
그것은 13일 이후의 결과에 따라 결정될 터였다.
진홍의 신에게 귀의하라.
진홍의 신을 믿고 의지하라.
물론 대형 마트나 식료품점 등에서 품귀 현상이 일어나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한편 몇 년 사이 세를 부풀려서는, 전국으로 뻗어 나간 은하신교에서 13일 연속 기도회를 열기로 했다.
노은하의 승리를 바라는 사람들은 자신이 하던 일을 모두 그만두고, 이동 제한령이 떨어지기 전에 냉큼 은하신교에 들어갔다.
그들은 13일 동안 계속 노은하의 승리를 기원할 예정이었다.
“자, 여러분. 같이 기도를 드려요. 진홍의 신께 오늘 하루도 행복하게 살 수 있게 해달라고 비는 겁니다.”
서울 동작구, 판도라 클랜회관.
이리야는 지하에 위치한 성당에서 기도를 올렸다.
이리야에게는 기도를 드리는 일이 폐관 수련에 들어간 것과 같았다.
사람들은 그녀를 보러 찾아가서는, 간절히 빌고 또 빌었다.
삼가 진홍의 신께 아룁니다.
최근 세상이 평화롭던 이유는 모두 진홍의 신이 굽어 살피어….
질서의 파괴를 상징하는 숫자 13.
하지만 13은 탄생 또한 의미했다.
기존의 질서가 파괴되고, 새로운 질서가 탄생한다는 뜻이다.
다만 그 질서를 이끌어갈 존재가 과연 누구를 뜻하는 것인지.
사람들은 확신하지 못했다.
그래서 그들은 기도할 뿐이었다.
자신이 믿는 존재가 새로운 질서의 주인이 되기를 말이다.
은하신께 귀의합니다.
진홍의 신께 간청합니다.
진홍의 군주에게 바랍니다.
은하신교는 해당 기간 동안 기존의 신도들보다 몇 배나 되는 신도들을 받아들였다.
☆
유례없는 재앙의 소식은 저 멀리 북방으로도 전해졌다.
“스승님이…. 작고하셨다고?”
“네, 그게…. 자세한 소식은 여기 신문으로 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은혁 선배.”
경기 북부, 의정부.
판도라 클랜원들을 이끌고서 한창 북방 개척에 매진하던 최은혁은 가 세상을 떠난 그날,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
최은혁은 후배 클랜원이 가져다준 스마트폰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눈동자가 크게 흔들렸다.
마인들의 출몰을 알고는 있었지만, 십이좌들과 판도라클랜이 어떻게든 잘 해결하리라 믿고 있었다.
그런데 피해가 막심했다.
판도라 클랜원들은 이번 일로 인해 11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벨제뷔트에게 세 명, 아바돈에게 여덟 명이 당한 것이다.
부상자는 그보다 훨씬 더 많았다.
은하도 어떻게 하지 못했다니….
그런 놈들이 아직도 셋이나 남아 있다는 건가.
최은혁은 이를 악물었다.
만약 자신이 칠마 토벌전에 참전해 클랜원들과 함께 싸웠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었을지 생각했다.
생각해봤자 무의미한 일이었다.
그러나 은하와 클랜원들이 당하고, 자신의 스승까지 당한 것으로 보아 적들은 만만치 않은 듯싶었다.
적들의 정보를 확인해야겠다.
최은혁은 곧장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최은혁? 무슨 일이야?]“어, 민지야. 상황이 어떻게 됐는지 알고 싶어서…. 그리고 스승님께서 어떻게 세상을 떠나게 되신 것인지 궁금하기도 하고….”
[나한테 묻지 말고 편히 서나한테 물어도 됐을 텐데. 서나도 저번에 아바돈이랑 싸우다 부상을 당해서 병원에 입원해 있어.]“뭐, 정말?”
[서나가 이야기를 안 했구나. 에휴, 아무튼 어떻게 된 거냐면….]김민지는 그가 궁금해하는 내용을 자세하게 알려주었다.
황진희의 조언도 말이다.
“그래, 스승님께서….”
최은혁은 고개를 푹 숙였다.
황진희가 이렇게 떠날 줄 몰랐다.
하지만 우울해 있어서는 안 됐다.
아직 칠마와의 전쟁은 끝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래서 2주 뒤에 결전을 벌인다는 소리지?”
[그래, 맞아. 그래서 몸이 괜찮은 애들은 지금 폐관수련에 들어갔고, 다른 애들도 몸이 낫는 대로 바로 폐관수련에 들어갈 예정이야. 나는 그 애들을 최대한 도울 거고.]그 상황에서 최은혁이 꺼낼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그가 각오를 다지듯 말했다.
“나도 서울로 내려갈게. 나도 가서 너희랑 같이 싸우고 싶어. 그렇게 하게 해줘.”
[후…. 나한테 전화를 했을 때부터 어째 그럴 것 같기는 했어. 우리야 당연히 환영이지. 내려올 거면 얼른 내려오도록 해. 해수 오빠도 지금 애들 디바이스를 수리해주느라 바삐 일하고 있거든. 너도 거기에서 꽤나 오래 있었으니 디바이스의 상태가 좋지 않을 거 아니야.]“맞아, 그럼 그것도 부탁할게.”
최은혁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후로 김민지와 근황을 주고받은 그가 전화를 끊었다.
몬스터들을 토벌한 그는 그 즉시 몸을 돌렸다.
“은혁 선배! 어디 가시는 거예요?” “회관으로 돌아가려고. 미안한데, 당분간 너희끼리 잘할 수 있지?”
곧장 서울로 내려가기로 했다.
최은혁은 의정부에 남은 클랜원들에게 안녕을 빌어주었다.
그리고 혼자가 됐을 때, 그의 눈은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워졌다.
☆
한편 그 시각, 판도라 클랜회관.
서울역에 있는 판도라 클랜회관은 8층 위로 건물이 날아가 버렸으며, 몬스터들의 공격으로 층 내 전체가 쑥대밭이 되고 말았다.
클랜회관은 가까스로 클랜원들을 수용하는 기능만 했을 뿐이다.
“크윽….”
임가을이 기지를 발휘한 덕에.
은하는 무사히 살아남았다.
하지만 반동은 어쩔 수 없었다.
오히려 안 그래도 약해진 신체에 더 큰 혹사를 가하고 나면서 몸이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도미니크와 클랜원들의 부축으로 클랜회관에 돌아온 은하는 침대에 드러누웠다.
은하가 아마겟돈을 마주한 사이, 일부 클랜원들이 한서현의 지휘로 클랜회관을 병동으로 만든 것이다.
이런, 젠장….
그때쯤 은하는 의식을 잃었다.
그동안 억지로 붙잡고 있던 의식이 긴장이 풀리면서 탁 끊긴 것이다.
이후로 은하는 치료를 받는 중에 띄엄띄엄 정신을 차렸다.
“안 돼요, 상태가 너무 심각해요. 마나회로 곳곳에 불순물이 잔류해 치료를 방해하고 있어요. 이 사람은 대체 어떻게 싸웠으면 이런 상태가 돼버린 거예요? 주님! 이건 심해도 너무 심한 거 아니에요?”
“제 마법으로도 소용이 없겠네요. 안타깝지만 제가 해줄 수 있는 것은 그리 없을 것 같아요.”
이리야.
그리고 .
은하는 두 사람이 자신을 치료하며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오빠, 괜찮아요? 몸이 이게 대체 뭐예요…. 상처가 왜 이리 많아….”
“우리를 지켜줘서 고마워. 유성아, 아빠한테 고맙다고 해야지.”
“빠! 빠빠! 빠….”
하백련이 훌쩍이는 소리도 들렸다.
한서현이 노유성을 데리고 찾아와 말을 걸기도 했다.
“미안해. 내가 힘이 없어서 미안해. 나는 맨날 너한테 보호만 받네….”
이유정이 찾아와 울기도 했다.
그녀는 한참을 울다가 마지막에는 고맙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나쁜 놈들. 우리가 없는 틈을 타 이러는 법이 어디 있어? 내 동생, 꼴이 이게 뭐야….”
“…….”
노은아와 류연화도 찾아왔다.
노은아는 울고 불며 화를 냈다.
류연화는 말없이 은하의 손을 꼭 잡았다.
얼른 일어나야 하는데….
그렇게 시간이 흘렀다.
이틀이 지났을 때, 은하는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 “아, 깼어? 어때? 몸은?”
정신이 들었을 때.
은하가 제일 먼저 눈에 담은 것은 정하양이었다.
정하양이 간호하는 차례인 듯했다.
그녀가 부드러운 얼굴을 하고서는 은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얼마나 지났어?”
“쓰러진 지 이틀째야. 만약 은하 네가 하루만 더 늦게 일어났다면, 엘릭서를 쓸 생각도 하고 있었어.”
정하양이 친절히 알려주었다.
그녀는 제 배를 쓰다듬고 있었다.
은하는 힘겹게 손을 뻗었다.
붕대로 칭칭 감긴 손을 움직여서, 그녀의 배에 손을 댔다.
“몸은 어때? 애는 괜찮대?” “치, 네 걱정을 해야지 일어나서 내 걱정부터 하는 거야?”
정하양이 흥 소리를 낸다.
하지만 그녀는 은하의 걱정을 받고 기분이 좋은 듯했다.
그녀가 은하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개며 말해주었다.
“무사해, 네 덕분이야. 배 속에 있는 아이는 건강하대.” “다행이네.”
“일어났으면 이제 다른 사람들을 불러오도록 할게. 다들, 너를 너무 보고 싶어 했거든.”
“아니야, 괜찮아. 어수선해져서는 이야기도 잘 못할 것 같으니까.”
자리에서 일어나려는 정하양.
은하는 그녀를 말렸다.
그녀가 도로 자리에 앉았다.
은하는 몸을 틀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클랜원들은? 다들 상태는 어때?”
아바돈이 클랜회관을 습격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당했다.
그리고 벨제뷔트와 싸우며 적잖은 피해가 발생했을 것이다.
“이번에 11명이 죽었어. 아바돈과 전투를 벌이다가 사망한 클랜원들이 8명, 벨제뷔트와 싸우다가 사망한 클랜원들이 3명이야.”
“그래….”
정하양이 어두운 얼굴로 말했다.
은하는 그녀의 보고를 듣는 한편 눈을 감았다.
그들의 죽음에 조의를 표했다.
이내 그가 눈을 떴다.
“은우는? 아마겟돈에게 공격당해서 민지가 가까스로 구하는 것까지는 봤는데….” “심장 근처를 다쳐서 많이 위급한 상태였어. 다행히 클랜회관에 있던 엘릭서로 치료할 수 있었어. 어제 눈을 떠서, 재활 치료는 필요 없다며 훈련에 들어갔어.”
“무리하기는…. 그래도 다행이네. 죽지 않아서.”
“응.”
“다른 이야기도 더 해줘.”
은하가 정신을 잃은 지 2일.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대외적으로 은하는 훈련에 들어가 결전을 준비하는 것으로 돼 있었다.
민심을 안정시키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가 사경을 헤매고 있다는 소식이라도 퍼졌다간, 민심이 크게 요동칠 수도 있었다.
수빈이가 마인이 됐다라….
전력이 증강해서 좋아해야 할까.
한편 은하는 배수빈에 대한 소식도 들을 수 있었다.
그녀가 벨제뷔트의 감염을 이겨내 살아남은 것을 기뻐하기로 했다.
“서나랑 가연이도 어제 퇴원해서 결전에 대비하기로 했어.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다쳤는데 편하게 있을 수 없다고 해서….”
“걔네도 조금만 더 쉬지….”
“내가 너한테 하고 싶은 말이야.”
“…미안.”
“어쩔 수 없지. 넌 내 남편이지만, 사람들의 영웅이기도 한걸.”
정하양이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은하의 머리를 쓸어주었다.
“그리고 은혁이도 서울로 내려와 폐관수련에 들어가 있어.”
“은혁이도?” “응, 이번에 우리가 당한 걸 보고 가만히 있으면 안 되겠다는 생각을 했나 봐. 그리고 님의 일도 있고….”
“그러겠네, 그럴 만도 하지. 그럼 나도 이대로 누워만 있을 수 없지. 나 좀…, 밖에 나가 애들을 불러서 날 훈련장에 데려다 줄래?” “이리야 언니 말로는 며칠 동안은 안정을 취해야 할 거래.”
“걱정 마, 내 몸은 튼튼해.”
은하는 피식 웃었다.
힘들게 상체를 일으켰다.
몸이 비명을 질러댔다.
그럼에도 은하는 억지로 웃으면서, 정하양을 안심시키려 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 모습이 그녀를 더 걱정하게 만들었다.
“이번에 그룹의 힘을 총동원해서 모은 엘릭서는 총 4개야. 앨리스, 루미너스, 하나그룹에서 건넨 거야. 나머지 하나는 예전에 시리우스가 우리한테 넘겨준 거고.” “…….”
“그중에서 은우나 상태가 위급한 사람들을 치료하느라 3개를 썼어. 이제 남은 건 1개밖에 없어.”
“잘했어. 나보다 더 사경을 헤매는 사람이 있겠지. 아, 브루노 아저씨 팔은?”
“…아직 치료하지 않았어.”
정하양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신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은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했다.
필시 정하양은 노은하의 아내로서 그에게 엘릭서를 사용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판도라클랜의 서브로드로서 엘릭서가 없으면 당장 죽을 수 있는 클랜원들을 살리는 것을 우선해야 했을 것이다.
“브루노 아저씨도 오늘 내일 하셔. 절단면에서 피부가 부패하는 병이 발병해서…. 그게, 절단을 하더라도 소용이 없대.”
“당장 브루노 아저씨한테 써.”
“브루노 아저씨는 너한테 쓰래….”
정하양이 고개를 푹 숙였다.
그녀의 어깨가 덜덜 떨렸다.
그녀의 선택에 따라서 한 사람이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니, 그렇지 않다.
마나회로가 망가지기는 했지만…. 나는 죽지는 않겠지.
은하의 몸은 멀쩡했다.
몸속이 뒤틀리기는 했지만 당장에 죽을 정도는 아니었다.
그래서 판도라 클랜원들은 은하를 엘릭서로 치료하지 않은 것이다.
그보다 상태가 더 위급한 사람에게 엘릭서를 사용한 것이다.
그리고 이제 1개만 남은 상태였다.
“하양아.”
“…어?”
“난 괜찮아.”
은하는 힘겹게 손을 뻗었다.
정하양의 볼을 잡아당겼다.
그러자 눈물이 떨어졌다.
은하는 그녀에게 입을 맞췄다.
그녀가 순순히 몸을 맡겼다.
“아마 브루노 아저씨 성격상, 나는 그냥 죽으면 되니 신경 쓰지 말고 나한테 쓰라고 했겠지. 그리고 정말 그렇게 해야…, 내가 아마겟돈하고 싸울 수도 있을 테니까.” “…….”
“그래도 괜찮아. 다 방법이 있어. 그러니까 브루노 아저씨한테 그걸 써주도록 해.” “그럼 넌, 어떻게 하고….”
은하는 정하양의 배에 손을 댔다.
붕대를 칭칭 감고 있어 막상 배를 만지는 실감이 들지 않았다.
그래도 상관없었다.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너도 알지? 내 방 침대 밑에…, 상자가 하나 있는 거.” “…혹시 그걸?” “응, 맞아. 그걸 사용하게. 그러니 네가 애들을 시켜서 그것을 여기로 가져와달라고 해줄래?”
“하지만 그건….”
황진희와 아마겟돈의 전투를 보며.
은하는 상대의 신화에서는 오로지 체내 마나를 발휘해 싸워야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하지만 체내 마나가 적은 그에게 체내 마나에 의지해서 싸우는 것은 너무나도 불리했다.
그럼에도 신화를 현현하지 못하면, 체내 마나에 의지해서 싸울 수밖에 없었다.
남은 시간이 얼마 없어.
잘 붙잡히지도 않는 것보다 차라리 나한테 익숙한 것에 더 집중하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자신의 신화를 찾으라고.
황진희는 말했었다.
하지만 시간이 부족했다.
은하는 신화의 열쇠를 찾는 것이 뜬구름 잡는다는 소리란 것을 아주 잘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니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자신의 체질을 개선하는 것이다.
이판사판이었다.
“괜찮아, 이길 자신 있어.”
“…….”
“애초 그걸 이기지도 못하면, 나는 아마겟돈에게 이기지 못할 거야. 아, 지금 배를 찬 건가? 맞지?”
“킥, 응, 맞아. 아가가 아빠 보고 열심히 하라고 하네.”
벨페고르의 내단을 먹는다.
내단의 힘을 이용해 자신의 심장이 그동안 가지고 있던 고질병을 개선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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