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64
아마겟돈이 소멸했다고 하나.
재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살아남은 칠마가 하나 있었다.
최종 결전에서 마몬은 토벌됐지만, 릴리스는 도망쳐버리고 말았다.
[속보] 강현철, 마몬 토벌! [속보] 십이좌 총은주 사망그리고 그날, 총은주는 릴리스의 마법에 당해서 사망했다.
그녀와 함께 릴리스 토벌에 참가한 삼라클랜의 중추는 대다수가 사망에 이르고 말았다.
이 일로 삼라클랜이 크나큰 타격을 입어버린 것은 당연지사.
그러지 않아도 삼라그룹은 작년, 남해 웨이브 사태 이후로 하락세에 접어들어 있었다.
삼라클랜을 통해 이미지를 회복할 기회를 노리고 있던 그룹은 이제는 재기불능 상태가 되고 만 것이다.
[속보] 십이좌 선기준 중상 [속보] 동해 클랜로드, 병원으로 이송 중 사망…한편 동해클랜도 피해를 보았다.
다행히 은 살아남았다 하나, 동해 클랜로드 김성민은 릴리스에게 공격당해 사망하고 말았다.
이 일로 인해 동해클랜의 명예가 실추되고 말았고, 이때를 노려서 KK클랜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였다.
선기준의 경우, 일각에서 그를 욕하는 사람들이 나타났다.
그들은 가디언인 그가 클랜로드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을 맹비난했다.
수면 아래에서 번지던 문제는 점점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급기야 의 십이좌 자질을 의심하는 목소리가 커져만 갔다.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큰 재앙은 한 명의 초인이 등장하여 끝났지만, 아직 우리는 재앙 속에 있습니다. 그러니 매일 안전에 유념하며….]임가을은 언론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녀는 이날 아마겟돈을 쓰러뜨린 노은하에 대한 찬사를 입에 담았다.
노은하를 군주라 칭하지 않았지만, 노은하가 다른 플레이어들과 별개란 의미를 강조하기 위해서 초인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다.
그것만으로도 노은하의 지지도는 더욱 탄탄해졌다.
“이제 2대 선녀님이 올라가시고, 노은하가 십이좌로 남아 있는다면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라도 이상하지 않겠구만.”
정치적 식견이 있는 사람들은 모두 그런 생각을 했다.
한때는 그럴지도 모른다는 의심은 이제 확신으로 바뀌고 있었다.
하지만 반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임가을도 이제는 포기해야 했다.
자신이 무엇을 한들, 노은하보다 더 많은 위광을 얻지 못한다.
괜히 자신의 위광을 높이려 하다 국정을 망칠 수 있었다.
결국 임가을은 민심이 바라고 있는 흐름을 거스를 수 없었다.
내가 선녀 자리에서 내려간다면, 이 나라는 노은하가 중심이 되어서 바뀌게 되겠지.
기자들의 질문은 받지 않고.
임가을은 청와대로 돌아가는 내내 그런 생각에 잠겼다.
그녀가 물러나고 다음에 오르게 될 하백련은 나이가 어렸다.
이렇다 할 만한 업적도 없었으니, 누군가가 든든한 배경이 되어주면서 그녀에게 실적을 쌓아주어야 했다.
결국 그녀는 휘둘릴 수밖에 없는 입장에 놓여 있었다.
“그 애가, 지금 하고 있는 것처럼 백련이를 잘 대해주면 좋을 텐데.”
시대와 민심을 거스를 수 없다.
임가을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래도 아직 머나먼 미래였다.
그러니 그녀는 그때까지 하백련이 선녀로 취임할 날을 위해서 주위를 정리하는 것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렇기 때문에─.
─반드시 릴리스를 토벌해야 해. 그래야 이 재앙을 끝낼 수 있어.
임가을은 릴리스를 토벌하기 위해 전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명해, 그녀를 찾게 했다.
그로부터 며칠이 흘러, 임가을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에 책상 위에 웬 편지가 있는 것을 발견했다.
그녀는 의아해하며 편지를 펼쳤다.
이내 그녀의 얼굴이 굳어졌다.
「안녕하세요, 선녀님. 이런 식으로 쪽지를 보내 죄송합니다. 제 이름은 송윤서로, 부끄럽습니다만 란 이명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다름이 아니라 이렇게 편지를 보낸 이유는….」
편지에는 릴리스가 숨어 있는 곳이 적혀 있었다.
임가을은 즉각 플레이어들을 보내, 편지의 진위 여부를 확인했다.
확인 결과, 릴리스는 정말 그곳에 숨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
최근에 법이 하나 제정되었다.
사람들은 떠올리기도 힘들 정도로 굉장히 긴 법을 ‘릴리스 특별법’이라 부르고는 했다.
법의 요지는 다음과 같았다.
하나, 어떠한 이유로든 릴리스의 테러에 당한 사람들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하나,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할 시, 필히 배우자와 테러를 당한 사람의 동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한쪽에서 요구하는 이혼은 무효로 한다.
하나, 위의 추가 조항이다. 또한 이혼 신고는 릴리스의 테러 일부터 3년 후에 할 수 있다.
하나, 위의 추가 조항이다. 또한 테러에 당한 사람의 정신이 안정한 상태에 있어야 한다.
하나, 릴리스의 테러로 태어나는 아이에 대한 지침은 다음과 같다.
낙태는 다음과 같은……….
릴리스의 테러로 인하여 일어나는 모든 문제는 국가와 국민들이 각자 짊어진다는 요지였다.
그러다 보니 전아협 대표 진서나는 연일 회의에 불려 다니고는 했다.
릴리스의 테러로 인하여 태어나는 아이는 반드시 아인이었다.
그들이 태어나서 버려지지 않게끔, 차별받고 자라지 않게끔 해야 했다.
필시 많은 아인들이 태어나는 것이 예상되어 있다 보니, 각고의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
정부도 이 아이들을 무시 못 해.
이 아이들이 자라서 어른이 되면, 아인들의 거대한 이해집단을 이루게 될 테니까.
그러니 그 애들이 사회에 불만을 품지 않게 대처해야 해.
그것은 진서나의 바람이기도 했다.
아마도 미래에 태어나는 아인들은 제도적인 이유로, 정서적인 이유로 손가락질을 당하게 될 것이다.
만약 자신이 그것을 방치한다면, 아인의 권리는 크게 떨어질 터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잠도 줄여가면서 미래에 태어날 아인들을 지킬 만한 해결책을 구상했다.
이때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 등이 많은 도움을 주었다.
그런 한편으로─.
“─몸은 이제 어떠세요?”
“서나 왔니?”
그녀는 틈틈이 자신의 친어머니의 병문안을 가고는 했다.
사실 어머니는 경상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아바돈의 테러에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가던 것을 보고 정신적인 충격에 시달리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병원에서 요양하면서 안정을 취하고 있던 것이다.
“일하느라 힘들 텐데 이렇게 자주 오지 않아도 돼.”
“전에는 클랜회관에서 살지 말고, 얼굴 좀 보이라고 하지 않았어요?” “그거랑 이거랑 다르잖니.”
아바돈의 테러 이후.
진서나는 어머니를 조금 친밀하게 대할 수 있게 됐다.
그녀는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하며 어머니가 심심하지 않게 했다.
어머니는 진서나의 변화를 반갑게 받아들였다.
“서나야.” “네, 어머니.”
“그때처럼 다시 말해주지 않을래?” “그때요? 그때가 언제….”
그때 어머니가 물었다.
진서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머니가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엄마, 라고. 불러주면 안 될까?”
“…….”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던 호칭.
그러나 아바돈으로부터 어머니를 지켜낼 때 무의식적으로 뱉은 호칭.
진서나는 멈칫했다.
이내 그녀가 굳은 얼굴을 풀었다.
“네, 엄마. 그럴게요.”
먼 길을 돌아오기는 했지만.
아직 가야 할 길도 많았지만.
차근차근 나아가다 보면 언젠가는 다른 가족들이 그런 것처럼 사이가 가까워질지 모른다.
진서나는 이제 순리에 몸을 맡겨, 어머니의 사랑에 응하기로 했다.
☆
11월.
정하양의 출산도 이제 2개월 정도 남았다.
은하의 성화를 이기지 못한 그녀는 결국 앨리스병원에서 요양을 하게 되었다.
“언니는 괜찮아요?”
“나? 나는 아직 괜찮지. 배도 많이 안 부풀었잖아.”
한서현, 정하양, 이유정.
하백련은 그녀들 중에서 이유정과 가장 많이 친했다.
그래서 정하양의 병문안을 다녀온 하백련은 곧장 이유정을 찾아가서는 그녀의 몸 상태를 걱정했다.
이 언니는 안 그래도 몸이 약한데, 하양 언니랑 같이 병원에 있는 편이 낫지 않을까?
하백련은 그렇게 생각했다.
사실 은하도 정하양에게 병원에서 요양할 것을 권유할 때, 그녀에게도 권유하기는 했다.
하지만 이유정은 거절했었다.
정하양이 클랜을 나가 있는 현재, 자신이라도 클랜에 남아 있겠다며 주장한 것이다.
그로 인해 은하나 주변 사람들은 그녀의 뜻을 꺾지 못했다.
“출산일도 아직 많이 남아 있으니, 내가 은하랑 서현 언니를 도와야지. 그래도 걱정해줘서 고마워.”
“에휴, 언니도 은근 일벌레예요.”
“그런가?”
눈이 보이지 않는 이유정은 특별히 클랜에서 하는 일이 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사람의 마음을 누그러뜨리는 것에 능했다.
클랜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그녀는 클랜원들을 침착하게 달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하백련도 그녀의 역할을 알았기에, 더는 뭐라고 말하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이유정의 옆에 앉아, 그녀의 배에 손을 얹었다.
“유성이 때도 신기하고, 하양 언니 배가 부풀었을 때도 신기했지만…. 사람 몸은 정말 신기하네요. 어떻게 이 작은 배에 아기가 들어있을 수 있지?”
“그러게, 나도 신기해. 내 뱃속에 은하랑 나를 닮은 생명이 들어있다는 게.”
이유정이 미소를 지었다.
하백련은 그녀를 올려다보았다.
이유정이 임신한 후로.
하백련은 그녀의 미소가 묘하게 어른스러워졌다는 것을 느꼈다.
그녀뿐만 아니었다.
서현 언니도, 하양 언니도 그랬지.
엄마가 되면 저렇게 웃을 수 있는 걸까.
한서현, 정하양도 지었던 미소.
자애롭고, 포근함이 들게 만드는 미소는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뭔가 싱숭생숭한 기분이 들게 했다.
어쩐지 묘하게 부러웠다.
그녀는 이유정과 같은 미소를 짓는 사람이 되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다.
그러던 그때, 하백련은 이유정의 표정이 순간 어두워지는 걸 놓치지 않았다.
“언니, 무슨 생각해요?”
“응?”
“얼굴이 무언가 걱정해 보이는 것 같아서요.”
“아, 티가 나는구나.”
이유정은 쓴웃음을 지었다.
그녀가 배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아이가 생겨서 좋지만, 한편으로 내 욕심이 아닌가 해서.” “욕심이요? 왜요?”
“나와 은하를 닮은 아이가 나오면 분명 기쁘겠지만, 이 아이가 나처럼 눈을 보지 못하는 상태로 태어나지 않을까 걱정이 되거든.”
“아….”
“병원에서는 그럴 일은 없을 거라 단언했지만, 그래도 좀 불안해서.”
이유정은 눈을 보지 못했다.
하백련은 뒤늦게 그것을 떠올리고 그녀의 걱정을 이해했다.
이 상황에서 해줄 수 있는 말은 하나밖에 없었다.
“괜찮아요. 언니는 왜 그런 것을 걱정하고 그래요?”
“맞아, 쓸데없는 걱정이기는 하지. 걱정해줘서 고마워.”
하백련은 단언하듯 입을 열었다.
이유정은 그녀의 위로를 받고 키득 웃음소리를 냈다.
“그리고 내 아이인데, 내 아이를 보지 못한다는 게 아쉽기는 해.”
“…….”
“은하를 만나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눈을 보지 못해도 잘 살 수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아, 미안해. 그만 약한 소리를 해버렸네.” “아니에요.”
이유정이 한숨을 쉬었다.
하백련은 그 말에는 제대로 답하지 못했다.
이에 그녀는 얼른 화제를 돌려서 기분을 전환하기로 했다.
“그러고 보니 언니, 태어날 아이의 이름은 생각해봤어요?”
“아버지가 지어주고 싶다는데…. 서현 언니 말로는 첫 아이는 무조건 은하한테 짓게 하는 게 나을 거라고 하더라고. 근데 은하가 지금….” “아, 지금 엄청 바쁘죠.” “천천히 생각해도 되는 일이니까, 나중에 은하하고 상의해보려고.”
이유정의 미소가 돌아온다.
하백련은 그녀와 대화를 나누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한편으로 하백련은 선녀의 교육을 받게 되면서 이 나라의 법이 지금 이 시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정하양, 이유정이 은연중 걱정하던 사항을 잊지 않았다.
‘나는 법적으로는 은하의 집에서 얹혀사는 것으로 되어 있으니까…. 그래서 아이는 그냥 내 이름 밑에 호적으로 올리거나, 서현 언니하고 은하 사이에 호적에 올려야 하거든. 그래서 고민 중이야. 어떻게 할지.’
‘…….’
정하양의 병문안을 갔을 때.
정하양은 이제 곧 태어날 아이가 건강하게 태어나기를 바라는 한편, 그 아이의 법적 절차를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었다.
이 나라에서는 원칙적으로 하렘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하렘은 성행하고 있었다.
몇십 년에 걸쳐 이 나라에 정착한 하렘은 이제 무시할 수 없는 흐름이 되어 있었다.
그래도 이제는 인정해야 해.
하양 언니랑 유정이 언니가 낳을 아이들이 법적으로 애매한 상태에 둘 수 없어.
하백련은 처음 하렘에 반대했다.
하지만 노은하와 어울리게 되고, 그의 아내들하고 친해지게 되면서 생각을 바꿀 수밖에 없었다.
이에 하백련은 기회를 엿보면서, 홀로 새로운 법을 구상하고 있었다.
그때 릴리스 특별법이 입법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지금밖에 기회가 없어.
릴리스 특별법으로 아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법이 마련되고, 제대로 된 차별금지 조항이 생기는 타이밍에 제출하는 거야.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하백련은 임가을을 찾았다.
릴리스 토벌 작전을 세우고 있던 임가을은 그녀를 반갑게 맞이했다.
두 사람은 이제는 이모와 조카처럼 서로 살갑게 대했다.
“그래서 백련이 네가 웬일이니?”
“선녀님한테 한 가지 제의 드릴 게 있어서요.” “제의?” “제가 법안을 하나 구상해왔는데, 선녀님의 의견을 듣고 싶어요.” “최근에는 과제도 내주지 않았는데 계속 혼자 공부하고 있었던 거구나. 훌륭하네. 그래서 어떤 거니?”
하백련은 그동안 공을 들여 구상한 법안을 임가을에게 내밀었다.
임가을은 그녀가 제출한 법을 보고 흠칫했다.
“다처다부제 허가 발의법? 백련아, 이건….”
“줄여서 하렘법이라 할 거예요.” “…….”
“다처다부제가 문제가 되긴 해도, 일정 조건을 제시하면 현대 사회에 알맞은 제도를 만들 수 있지 않을까요?” “다처다부제를 했다가는 그룹들이 정략결혼을 남발하게 될지도 몰라. 이건 좀….” “그러니 여러 제약을 거는 거예요. 남자가 하렘을 차리게 될 경우에는 일정 재산을 가지고 있는지 보고, 남자가 하렘원들에게 공평하지 않은 대우를 하게 될 경우에 법적 조치를 가하게 만드는….” “열심히 공부했구나….”
임가을은 당당하게 브리핑을 하는 하백련을 보고 중얼거렸다.
게다가 그녀가 구상한 법은 그렇게 나쁘지 않았다.
다듬을 필요가 있기는 해도 제법 현 사회에 알맞은 방법이었다.
문제는─.
“─국민 정서를 신경 써야 하고, 어둠의 눈치도 봐야겠구나. 어둠은 하렘이 법적인 보호를 받는 상황을 원하지 않을 거야. 그래야 어둠이 힘을 발휘할 수 있을 테니까.”
두 가지 문제가 있었다.
하나는 국민 정서.
다른 하나는 어둠의 이권 문제.
하백련의 법안을 발의하는 순간, 발의자는 정치 인생에서 큰 약점을 만들게 되리라.
“그래도 저는 하고 싶어요.”
“그 이유는 지극히 개인적이겠지. 선녀로서는 빵점이구나.” “그래도 상관없어요. 제가 꿈꾸는 선녀로서는 만점이니까요.” “네가 꿈꾸는 선녀가 뭔데?”
“제 사람을 지키는 선녀요.”
“지극히 이기적이더라도?”
“서현 언니가 저번에 말해줬는데, 사람은 그렇게 시작해서 울타리를 점점 넓혀나가게 되는 거래요.”
“그래서 최종적으로 국민들을 위한 선녀가 되겠다는 거구나? 네 주위의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것부터 하나하나 시작해서….”
“네.”
“흠….”
하백련의 눈에 흔들림은 없었다.
진심이다.
임가을은 생각에 잠겼다.
이윽고 그녀가 법안을 돌려주면서 말했다.
“후, 어디 한 번 기회를 살펴보자. 지금 당장은 무리고, 시간이 지나도 네 마음이 변함없으면 그때는 내가 밀어주도록 할게.”
“아…. 감사합니다! 선녀님!”
하렘법의 발의.
임가을은 논란의 소지가 될 법한 법안을 자신이 발의하기로 했다.
자신은 지금껏 많은 재앙을 겪으며 국민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상대적으로 비난에 무감각해졌다.
그러니 하렘법을 발의한다 한들, 이 이상 추락할 이미지도 없었고, 그리 욕먹을 거리도 안 되리라.
내가 선녀 자리에서 내려가게 되면 이 법안을 밀어붙여야지.
백련이가 선녀가 될 때, 이왕이면 깨끗하게 출발하는 게 낫잖아?
애 정치 인생에 오점을 만들어서, 힘들게 살게 할 수는 없지.
임가을은 쓴웃음을 지었다.
이윽고 하백련이 자리를 떠나고.
임가을은 조금 전에 보던 업무를 마저 보기로 했다.
“어디 보자…. 판도라 클랜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내보내는 거지?”
조만간 릴리스 토벌이 시작된다.
지긋지긋한 재앙도 끝나간다.
그녀는 문득 바람을 쐬고 싶었다.
창문을 연 그녀는 바람을 맞으며 아직 처리하지 못한, 산처럼 쌓인 서류를 살폈다.
바라건대─.
─내 임기에 일어나는 재앙은 이제 이것으로 끝이었으면 좋겠네.
더는 재앙이 일어나지 않기를.
임가을은 간절히 빌었다.
동대구 릴리스 토벌 작전
─참가 신청 명단─
판도라클랜
부문
이름
딜러
노은하
딜러
류연화
헌터
진파랑
텔레파시스트
김메리
스나이퍼
봉구래
캐스터
배수빈
리라이프 플레이어 8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