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65
노은하.
은하는 이제 그런 이명으로 불리며 사람들의 찬양을 받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그도 새로운 이명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
“내가 라….”
이제 은하는 자신이 마음만 먹으면 이 나라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오를 수도 있었다.
선녀보다 위에 설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은하는 그럴 생각이 없었다.
군림하되, 군림하지 않는다.
지금의 상태로도 충분히 만족해.
굳이 선녀를 적으로 돌리면서까지 권좌에 도전할 필요는 없었다.
선녀가 자신의 눈치를 보기만 해도 충분한 일이었다.
이 나라에서 이제는 누구도 자신의 사람을 건드릴 수 없다는 것만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무엇보다─.
─임가을은 언젠가 선녀의 자리를 백련이한테 넘겨줄 수밖에 없어.
그리고 백련이가 선녀가 된다면, 백련이를 비호하는 나는 자연스럽게 백련이의 권력을 얻게 되겠지.
의도한 것은 아니었다지만.
아니, 한서현과 결혼하고부터 조금 야망을 품기로 했다지만.
은하는 하백련을 비호하게 되면서 무혈입성으로 선녀의 자리를 얻게 된 셈이다.
휘두를 생각은 없어.
사람들이 앞으로 백련이 뒤에 있는 나를 떠올리고 무서워하는 것만으로 충분해.
흔들려서는 안 됐다.
자신이 하백련을 선녀로 만들려는 이유는 권력을 휘두르기 위해서가 아니었다.
그래서는 회귀 전에 그녀를 앞세워 선녀정부를 괴뢰정부로 만들려 했던 사람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
그러니 군림하되, 군림하지 않는다.
다만 자신이 그녀의 뒤에 군림해, 그녀가 마음껏 뜻을 펼칠 수 있게 해준다.
그것이 의 야망이었다.
은하는 자신이 미래를 바꾸기로 한 마음을 잊지 않기로 했다.
“휴….”
그러는 한편으로 일이 고됐다.
칠마가 테러를 일으키게 되면서, 상당수의 클랜이 궤멸하고 말았다.
그중에 S급으로 분류되던 제니스, 삼라, 동해클랜도 있었다.
하필이면 세 개 클랜의 로드들이 세상을 떠나고 만 것이다.
설마 삼라하고 동해 클랜로드까지 사망해버리고 말다니….
동해클랜은 피해가 그나마 적지만.
제니스, 삼라클랜이 꽤 심각했다.
두 개 클랜 모두 클랜의 주축을 상당수 잃어버리고 말았다.
자연히 두 개 클랜과 연결돼 있는 갤럭시, 삼라그룹의 영향력도 크게 떨어졌다.
내 입장에서는 나쁘지 않지만….
그래도 이렇게 갑자기 궤멸하니까 사후 처리는 우리랑 다른 클랜들이 맡아야 하는 거잖아.
서울의 치안은 비교적 좋았다.
은하가 아마겟돈을 쓰러뜨리면서, 사람들의 마음에 여유가 생겼다.
하지만 도시의 치안을 담당해야 할 경찰과 의료 인력이 부족했다.
몬스터들이 계속 출몰하기도 했고.
그러니 플레이어들은 치안 담당과 몬스터 토벌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상황에 처해 있었다.
거기에 기능하지 못하는 클랜들의 역할까지 대신해야 했으니, 격무에 시달릴 수밖에.
특히 은하의 경우, 얼굴을 보이려 서울과 경기도를 돌아다녀야 했다.
내 얼굴 하나로 치안이 유지된다면 당연히 그렇게 해주는 게 맞는데….
그래도 힘든 건 힘드네.
벨페고르의 내단을 흡수했건만.
은하는 여전히 검을 쓰는 일 외에 다른 일에는 체력이 없었다.
“그런 데다가 툭하면 회의에 나가 사후대책에 대해 논해야 하고, 가끔 고위계 토벌도 나가야 하니, 원…. 가 돼서 좋을 것도 없네.”
이날도 일을 마치고 돌아온 은하는 집무실에서 서류 작업을 해야 했다.
클랜 내의 일손이 부족했다.
정하양은 병원에 입원하고 있으며, 아바돈이 클랜회관을 습격한 일로 많은 사람들이 부상을 입었다.
클랜로드라고 마냥 놀 수 없었다.
더군다나 은하는 릴리스를 토벌할 플레이어들도 선정해야 했다.
설마 가 릴리스가 숨어 있는 위치를 알려줬다니….
그 사람은 어디서 뭐하는 거야?
이틀 전, 임가을은 사람들을 모아 릴리스 토벌 작전에 대해 회의했다.
그녀는 거기에서 송윤서에게 받은 정보를 언급하며, 이번 작전을 가결했다.
은하로서는 모습도 드러내지 않고 정보만 전달해준 송윤서의 행방에 의문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임가을이 받았다는 편지를 보니까 서울에 있는 모양이던데.
한 번 찾아봐?
송윤서는 무슨 생각을 하는가.
오죽하면 은하는 이십오를 풀어서 그녀를 찾게 할까도 생각했다.
이내 생각을 접었지만.
송윤서는 이런 것에는 기민해서, 자신이 찾으려고 하는 순간 다시금 행방이 묘연해질 터였다.
일단 내버려두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며칠 후에 있을 릴리스 토벌 작전에 참가할 사람을 선출하는 것이었다.
릴리스 능력이 능력이다 보니….
한 클랜에서 우르르 전력을 보낼 수는 없지.
사람의 정욕을 자극하는 릴리스.
그녀를 토벌하는 것에는 각별하게 주의해야 했다.
이에 선녀정부는 릴리스 토벌에는 각 클랜에서 소수의 병력을 투입해 참전해달라고 요청했다.
삼라, 동해클랜의 사례가 있었다.
괜히 클랜원을 우르르 투입했다가 자칫 클랜이 몰락할 수도 있었다.
작전에 참가하는 클랜들도 당연히 그런 일은 바라지 않았다.
“최대 6명까지 인원을 보내달라니, 일단 우리는 6명까지 보내줘야겠지. 민심이 그걸 원하고 있으니까.”
한편 선녀정부는 작전에 참가하는 여성들에게 제한을 걸었다.
그 제한은 다음과 같았다.
여자는 작전 당일 반드시 피임약을 복용할 것.
릴리스의 능력은 여성에게는 가장 치명적이었다.
당장 그녀가 일으킨 테러로 인하여 원치 않는 아이를 가지고 마는 일이 허다했다.
이에 선녀정부에서는 예기치 않은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여성들에게 피임약을 먹으라고 권한 것이다.
그러다 보니 각 클랜의 여성들은 작전에 참가하는 것을 꺼려했다.
“이건 진짜 골치네, 골치….”
그렇다고 남성 클랜원들로 작전에 참가할 수는 없었다.
남성이든, 여성이든.
릴리스의 마법에 걸리면 어떻게든 정욕을 발산해야 했다.
그러지 않으면 미쳐서 죽는다.
그렇기에 선녀정부나 클랜들이나 작전에 참가하는 사람들의 성별을 하나로 통일하자고 말하지 못하고 있었다.
결국 클랜들은 클랜원들의 신청에 작전 투입 인원을 조정하기로 했다.
그래도 많이도 지원했네.
20명 가까이 지원하다니….
판도라클랜도 클랜원들의 의사에 맡기기로 했다.
한서현은 클랜원들에게 자세하게 작전에 대해 설명하고, 위험성 또한 알려주었다.
그리하여 지금 은하의 책상 위에는 릴리스 토벌 작전 참가에 희망하는 사람들의 명단이 적혀 있었다.
예상보다 많았다.
그만큼 클랜원들이 칠마의 테러로 마인들에게 깊은 원한을 품었다고 할 수 있었다.
“누나도 참가하겠다고 했네….”
그러나 그들을 모두 릴리스 토벌에 투입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위험은 최소화하는 게 좋았다.
노은아, 차은우, 이리야, 여우비.
은하는 서포터들의 신청서는 모두 제외하기로 했다.
서포터들의 지원이 필요하다지만, 다른 클랜 서포터의 도움을 받으면 될 뿐이야.
그리고 이번에는 가 있으니 지원은 걱정할 필요가 없어.
서포터는 더 필요 없어.
릴리스는 속전속결로 끝내야 했다.
서포터들보다는 차라리 캐스터가 훨씬 나았다.
더욱이 노은아가 있었다.
은하는 제 눈에 흙이 들어가더라도 절대 노은아를 보내고 싶지 않았다.
노은아의 의지를 꺾는 한이 있어도 막을 생각이었다.
“허, 한창진 이 자식…. 이 형까지 신청했네? 속셈을 품고 지원한 건 아니겠지?”
그러다가 은하는 한창진의 이름을 발견했다.
그의 눈에 살기가 깃들었다.
…죽일까.
은하는 진지하게 생각했다.
고민 끝에 그는 한창진의 신청서를 불에 태워버리는 것으로 끝을 냈다.
“설마 그림자 속에 있지는 않겠지? 내 허락 없이 그림자 속에 있었으면 그때는 가만 안 둔다.”
은하는 그림자를 노려보았다.
그림자는 반응이 없었다.
한창진은 없는 것 같았다.
만약 자신을 속이고 숨어 있다면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서포터보다는 캐스터가 낫지.
이럴 때는 아라보다 수빈이고.
그리고 수빈이가 마인이 됐으니, 릴리스의 마법에 어느 정도 저항할 수 있을 거야.
이내 은하는 배수빈을 선정했다.
이어서 진파랑, 김메리를 선정해서 텔레파시스트 문제를 해결했다.
두 사람을 선택한 데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기도 했다.
바보 형은 부정하지만….
이미 갈 데까지 갔으면서 거기서 부정할 게 뭐가 있어?
전위, 중위, 후위도 연결할 겸.
무엇보다 만약을 대비해 진파랑이 릴리스의 마법에 노출됐을 경우를 생각해야 했다.
천방지축 진파랑은 높은 확률로 걸려들 수밖에 없으리라.
그러니 김메리를 데려가기로 했다.
아마 메리도 그걸 알고서 이렇게 지원한 거겠지.
진파랑과 김메리.
최근 두 사람의 관계가 묘했다.
진파랑이 부끄러워하며 도망치면, 김메리가 시무룩해한다.
그러면 진파랑이 조심스레 다가와 김메리의 손을 잡는다.
그러면 김메리는 얼굴을 붉힌다.
이제는 나이도 있으면서 애들 같은 연애나 하고 있었다.
보는 사람들로서는 눈꼴이 시려, 고개를 돌리고 싶어 할 정도로.
“봉구래도 데려가는 편이 낫겠네. 최후방에서 자리를 잡게 될 테니, 릴리스의 마법에 노출될 일은 거의 없겠지.”
자신을 포함해서 4명.
은하는 추가로 봉구래를 더했다.
봉구래.
그의 힘이라면 릴리스의 움직임을 봉쇄할 수도 있을 터였다.
스나이퍼의 특성상 인내심도 꽤나 상당할 것 같으니까…. 마나 저항도 어느 정도 기대할 수 있겠지.
여러 가지 이유를 고려해서.
은하는 봉구래를 확정했다.
이제는 한 명만 남았다.
“음….”
릴리스를 속전속결로 해치우려면 화력이 필수 불가결했다.
그러니 딜러가 필요했다.
하지만 딜러는 릴리스의 마법에 노출될 가능성이 컸다.
심도 있게 고민해야 했다.
“차라리 민호하고 은우를 넣을까. 문제는 둘 다 서브로드라는 건데…. 둘 중 하나를 데려가기는 그렇고, 역시 연화 누나밖에 없나.”
그리고 긴 고민 끝에.
은하는 류연화를 선정했다.
목민호는 서브로드였다.
그는 토벌 작전에 참가할 은하의 업무를 대신해줘야 했다.
유남훈으로는 화력이 부족했다.
그리고 최은혁은─.
─부탁하면 들어주겠지만 은혁이가 지금 클랜에 남은 이유를 생각하면 부탁하기가 뭐하지.
아마겟돈을 토벌한 이후.
이란 이명을 얻은 최은혁은 은하에게 고개를 숙여 말했다.
‘이번 재앙이 모두 일단락이 되고, 의정부에 있는 애들의 계약 기간이 만료되면 클랜을 나가도록 할게.’
‘…그래, 알았어. 클랜을 나가고서 뭘 할지는 생각해봤어?’
‘스승님이 그러셨던 것처럼 나도 전국을 돌아다녀 볼까 하고. 그래서 힘들게 사는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살아가고 싶어.’
은하는 최은혁을 막지 못했다.
최은혁의 마음은 클랜을 떠났고, 그가 그럼에도 클랜에 남아 있는 건 일전에 자신이 한 말 때문이었다.
자신이 의정부에 있는 클랜원들을 책임지겠다던 말을 지키기 위해.
사실상 클랜을 탈퇴했다고 보는 게 무방했다.
그러니 은하는 편한 마음으로 그를 부릴 수가 없었다.
결국 한 명밖에 없었다.
류연화.
…괜찮겠지?
괜찮을 거야.
혹시 류연화가 잘못되면 어쩌나.
은하는 괜히 걱정했다.
하지만 그녀가 여성이라는 이유로 걱정하는 것은 이란 불리는 그녀에게 크나큰 실례이리라.
끝내 그는 류연화로 결정했다.
그러던 그때─.
“─클랜로드, 들어가도 될까요?”
“미예? 그래, 들어와.”
선미예가 문을 두드렸다.
은하는 흔쾌히 들어오라고 말했다.
☆
“무슨 할 말이 있어서 온 거야? 괜찮아, 편하게 말해봐.”
“저….”
판도라클랜 네비게이터 선미예.
은하는 그녀에게 자리를 권했다.
자리에 앉은 선미예는 선뜻 말을 꺼내지 못하고 있었다.
이내 그녀가 마음을 다잡았는지, 표정을 가꾸고 내뱉었다.
“당분간 클랜을 떠나 있고 싶은데, 그래도 될지 여쭈려고 왔어요.”
“휴가를 신청하겠다는 거지?”
“네, 좀 길게요….”
“이유를 물을 수 있을까?”
시국이 시국이었다.
클랜원들이 일에 치여 살고 있다.
그렇기에 은하는 선미예가 휴가를 청하고 싶다는 말에 내심 속사정이 있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선미예가 주저하며 말을 꺼냈다.
“아버지를 간호하고 싶어서요.” “아….”
“동해그룹에서 지원해주고 있지만, 제가 옆에 붙어 있는 게 나을 것 같아서요. 가뜩이나…. 지금 아버지 평판이 좋지 않잖아요.” “…그렇지.”
선미예가 쓴웃음을 지었다.
은하는 그제야 선기준이 처해 있는 상황을 깨달았다.
클랜로드를 죽게 한 가디언.
동해클랜을 궤멸시킨 가디언.
최근에 일각에서 피해의식이 있는 사람들이 해대는 소리였다.
가디언이 플레이어들 중에서 가장 평판을 신경 써야 하기는 하지.
아마도 선기준은 부상에서 깨어나 자신을 비난하는 소리를 접하고서 실의에 빠져 있으리라.
은하는 충분히 예상이 갔다.
내가 미안해지네.
나 때문에 십이좌가 된 거니까.
마냥 자신의 책임은 아니라지만.
은하는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선미예의 뜻대로 해주기로 했다.
“그래, 좋아. 얼마나 쉬어도 좋으니 미예 네가 옆에서 기준 아저씨를 잘 보살펴줘.” “아…. 정말 감사합니다.”
“기준 아저씨한테 안부나 전해줘. 요새 바빠서 병문안도 가지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버지도 이해할 거예요. 오빠가 엄청 바쁘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이 나라에 없을걸요?”
“그럼 다행이고.”
얼마나 걸릴지 모르겠지만.
은하는 클랜로드의 권한을 사용해 선미예의 장기 휴가를 승인했다.
이후 두 사람은 노은애를 화제로 이야기꽃을 피웠다.
☆
릴리스 토벌 작전이 곧 시작된다.
작전 전날, 은하는 아내들과 같이 잠을 청하기로 했다.
“이제 동대구로 내려가면 그쪽에서 사후 처리도 하고 그러느라 며칠간 보지 못할 거잖니. 그러니 이렇게 같이 잠이라도 자야지.”
“맞아. 혹시 불편한 건 아니지?”
“불편하기는…. 그래, 같이 자자.”
정하양은 병원에 입원해 있어서.
은하는 양팔에 한서현, 이유정을 껴안고 누웠다.
그러자 두 사람이 은하에게 살며시 장난을 쳐왔다.
그러고 보니 요즘에는 아내들이랑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이 적었지.
칠마들이 나타난 이후로.
은하는 거의 혼자서 잠을 잤다.
자신을 극한까지 몰아붙이다 보니 집에서 편히 쉴 시간이 없었다.
그러니 간만에 그녀들과 잠을 자니 편안한 기분이 들었다.
“조심해서 다녀와, 은하야.”
“응, 그럴게. 고마워.”
그때 이유정이 은하를 내려다보며 이야기했다.
은하는 손으로 그녀의 등을 훑으며 대답했다.
그러자 반대쪽에서 한서현이 같은 자세로 누운 채로 말을 걸었다.
“가서 릴리스의 마법에 걸리지는 않기만을 바랄게.”
“그럴 일은 없으니까 걱정 마.”
“기프트 때문에?” “뭐, 그렇지.”
한서현이 손가락으로 그의 가슴을 콕콕 찔렀다.
은하는 움츠러들며 답했다.
그녀가 걱정할 일은 없었다.
이전 삶에서 릴리스의 마법이 아예 통하지 않는다는 것은 입증했다.
그러자 한서현이 입을 열기를─.
“─하지만 다른 사람이 걸린다면 어쩔 수가 없겠지.”
그녀가 눈매를 좁히며 말했다.
이유정도 말을 보탰다.
“파랑 오빠나 메리는 모르겠지만, 연화 언니는 정말 괜찮을까? 만약에 잘못되면….”
“그렇게 되기 전에 내가 릴리스를 죽일 거야. 걱정하지 마.”
“”흠….””
의미심장한 소리를 흘리는 한서현 그리고 이유정.
그들은 행여나 류연화가 릴리스의 마법에 당할 것을 염려하고 있었다.
그리고 잘못하다 만약에라도─.
“─내가 그 누나가 잘못되지 않게 주의할 테니까, 걱정하지 않아도 돼. 연화 누나는 이야. 이 작전이 위험하다고 빼는 것은 연화 누나를 모욕하는 일이나 다름없다고.” “알지, 아는데….”
한서현이 말을 흘렸다.
이내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 내 남편이 알아서 잘하겠지. 부디 다치지 않기만 바랄게.” “일이 다 끝나면 전화해야 해, 꼭. 그래도 걱정되는 건 똑같으니까.”
두 사람이 신신당부했다.
은하는 두 사람의 걱정에 괜스레 기분이 좋아졌다.
이내 한서현이 손을 움직였다.
슬그머니 아래로 내려간다.
은하는 움찔했다.
“만약에 대비해서라도…. 차라리 다 빼놓는 게 좋으려나.” “…지금 뭘 하려는 거야. 하지 마, 사람 검도 못 들게 할 일 있어?”
“저기…. 그럼 나도 도와줄까? 그, 아이가 있기는 한데….”
“…아니야, 하지 마. 잠이나 자자. 우리 손만 잡고 잠이나 자자고.”
은하는 기겁했다.
그날, 은하는 두 사람의 손이 자칫 다른 곳으로 움직이지 않도록 힘껏 잡고 자야 했다.
그러다 보니 제대로 자지 못하고 날을 맞이했다.
☆
날이 밝았다.
릴리스 토벌 작전이 시작되었다.
플레이어들은 동대구에 내려가서, 릴리스가 잠복해 있는 적색던전에 침입했다.
“─가자.”
“”””응.””””
작전에 참가하는 십이좌는 넷.
강현철.
박혜림.
진파랑.
그리고 노은하.
은하는 클랜원들에게 신호를 내려 빠르게 적색던전을 공략해나갔다.
이제 곧 최심부에 진입한다.
그곳에 릴리스가 있으리라.
“다들 준비됐지? 연화 누나는?”
“나는 괜찮아. 약도 확실히 먹어서, 아무 걱정하지 않아도 돼.”
은하는 류연화를 신경 썼다.
릴리스와 전투가 시작되면 자신과 류연화, 강현철, 진파랑이 전위에서 전투를 벌이게 될 터였다.
이에 류연화는 걱정하지 말라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진입한다.”
류연화가 차갑게 굳은 얼굴을 풀고 포근한 미소를 짓는다.
은하는 피식 웃고는, 그녀에게서 고개를 돌렸다.
그 즉시, 토벌대는 움직였다.
그리하여 적색던전 최심부.
“─결국 여기까지 도달한 거구나. 여기가 내 죽을 자리가 되겠네.”
몬스터들이 교미를 벌이고 있었다.
릴리스의 마법에 당한 몬스터들은 끝도 없이 몬스터를 생산해냈다.
릴리스는 그곳에 있었다.
배가 부풀어 오른 몬스터의 배에 다리를 꼬아 앉아 있던 그녀가 이내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가만히 죽을 생각은 없어. 내가 살아있는 그 순간까지, 끝없이 정욕에 허덕이게 만들어줄게.”
전투가 시작되었다.
은하는 곧장 환수에게 명했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라이거 블래스터
불꽃의 날개를 휘두르고.
전격의 블래스터를 장비하고.
은하는 곧장 포격을 날렸다.
───!!!
처음부터 세게 나가기로 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6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