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7
전치 12주.
은하가 받은 진단결과였다.
신서영이 응급처치를 해주기는 했어도, 그녀는 캐스터이지 서포터가 아니었다.
퉁퉁 부어오른 얼굴은 기본이요, 거의 작살이 난 손이며, 총상을 입은 다리까지.
그녀가 치료해줄 수 있는 선을 벗어났다.
무엇보다 체내 마나가 심각한 상태였다.
모든 생명체는 태어날 때부터 제각기 다른 체내 마나를 지니고 태어난다.
이는 신체의 성장으로도 크게 변하지 않은 요소였다.
그런데 그는 포션을 과다복용해가며 체내 마나를 회복한 데다, 마나회로를 폭사시키기까지 했다.
마나 폭주를 일으키지 않은 것만으로도 용했다.
어찌 보면 전치 12주라는 이름의 입원은 가벼운 수준이었다.
“…엄마 말 안 들을 거니?”
“오빠. 아프지 마.”
어머니는 은애를 데리고 매일 같이 그가 입원한 병실에 들렀다. 그러고는 하루에 한 번은 기본으로 그를 혼내고는 했다.
“…잘못했습니다.”
퇴근시간이 지나면 아버지도 찾아오리라.
그때도 손이 발이 되도록 잘못했다고 빌어야 할 터였다.
“엄마는 은하 네가 무리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알겠지?”
“응.”
어머니는 병실을 떠날 때면 그런 말을 남기고는 했다.
그때마다 은하는 가족들에게 걱정을 끼치는 것이 미안했다.
그러면서도 자신의 행복을 지키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하겠노라는 고집을 꺾지 못했다.
어머니도, 아버지도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부모님은 누누이 위험한 일을 하지 말라는 말을 빠뜨리지 않았다.
가족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이 동시에 드는 일이었다.
“누나는 이따가 오겠고.”
하루라도 빠지지 않고 병실을 방문하는 건 부모님만이 아니었다.
은아도 학교가 끝날 때면 병문안을 와서는, 수다를 떨고 가기 바빴다. 병문안을 온 사람들이 선물해준 먹을거리를 넣어둔 냉장고를 자신의 것처럼 사용하고는 했다.
한가하네.
병실에는 그밖에 없었다.
1인실이었다.
그는 지금 앨리스병원에 입원해 있었다.
신서영의 배려도, 선녀정부의 배려도 아니었다.
“…우리나라 매스컴이 사실을 있는 그대로 내보내는 건 아닌가 보네. 모르고 봤으면, 진짜 그런 줄 알고 믿었겠다.”
은하는 무료해진 나머지 연합뉴스를 보고 있었다.
뉴스에서는 마나편재로 인해 앨리스호텔이 적색던전(Red Dungeon)으로 변모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앨리스호텔에 숙박하고 있던 사람들은 사전에 대피를 했기 때문에, 민간인의 희생은 없었다고 한다.
다만, 앨리스호텔에 숙박하기로 예정되어 있던 이탈리아 대사와 플레이어들이 적색던전을 공략하러 뛰어들었다가, 이탈리아 대사 알버트 발렌타인을 남기고 전원이 사망했다는 보도가 있었다.
적색던전은 이들의 희생으로 빠르게 소멸했다는 내용이었다.
은하는 이 사건의 진의를 몰랐더라면 감쪽같이 속을 뻔했다.
어쩌면 회귀 전에도 이탈리아 대사들과 브루노의 사건이 있었을지도 모른다.
다만, 그때도 이런 식으로 진실을 왜곡했을 수도 있었다.
필시 한국과 이탈리아 사이의 모종의 거래가 오고갔으리라.
회귀 전에도, 회귀 후에도.
은하는 이번 사건으로 한-이 회담의 결과가 전생과는 크게 달라졌다는 것을 파악했다.
“…미래는 어떻게 되려나.”
이 사건으로 미래는 어떻게 변하는 것일까.
생각하려니 머리가 지끈거렸다.
그는 음악이라도 듣기 위해 채널을 돌리려 했다.
“대장! 우리 왔어!”
음악을 들으려 했지, 소음을 들으려 하지는 않았다.
은하는 학교가 끝날 때마다 틈틈이 놀러오는 친구들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와! 롤케이크가 있네! 대장, 이거 내가 먹어도 되지?”
여기 병실 냉장고를 자기 집 냉장고처럼 생각하는 사람 추가.
은하는 허락도 받지 않고 롤케이크를 꺼내 먹는 은혁을 보고는 어이가 없었다.
퇴원하는 대로 그를 굴리고 굴려, 눈물을 아주 쏙 빼놓겠다고 다짐했다.
“자, 이건 이번 주 숙제.”
“…꼭 해야 해?”
“1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교에도 나오지 않으니 숙제라도 해야지.”
서나는 가방에서 다량의 과제물을 꺼냈다.
3달가량을 입원하는 나머지, 1학기가 끝날 때까지 학교를 가지 않는 은하를 위한 특단의 조치였다.
침대 옆 서랍에 숙제를 넣은 은하는 담임의 배려에 한숨을 쉬었다.
이미 서랍 속에는 며칠 전에 받은 숙제가 아직 하지도 않은 채로 쌓여 있었다.
“그러게 누가 여기서 꿀 빨래?”
“야, 나 다친 거 안 보여? 네가 입원을 해봐야 알지, 아무것도 안 하고 얼마나 심심한….”
“그럼 거기 옆에 있는 게임기는 뭔데?”
드라마를 보는 눈썰미를 일상생활에서도 사용하는 민지였다.
할 말이 없어진 은하는 딴청을 피웠다.
“흥! 내가 인심 썼다. 기다려봐.”
“너 뭐하려고 과도를 들어?”
“왜. 사과 깎아주려 그런다.”
오랜만에 꼬투리를 잡은 그녀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반면 은하는,
“은혁아, 쟤 칼 좀 뺏어라. 나 이러다 여름방학 내내 입원해있게 생겼다.”
“알았어, 대장. 대장의 건강은 내가 지킬게. 야, 김민지. 당장 그 칼 안 내려놔?”
“왜 이래. 사과 깎는 게 뭐 대수라고.”
“칼! 칼! 왜 칼을 들이밀고 그래!”
아수라장이었다.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가해서 무료하다고 생각했던 순간이 너무나 그리웠다.
은하는 칼을 두고 다투는 두 사람을 멀리하기로 했다.
그녀가 깎아주겠다는 사과도 먹을 생각이 없었다.
“자. 이거 아빠가 가져다주래.”
“매번 미안해. 잘 마실게.”
“아빠가 그 말 들으면 꼭 말하래. 어차피 돈 받고 파는 거니까 너무 미안해하지 말라고.”
정석훈 아저씨 당신은 무엇.
은하는 하양이 건넨 텀블러를 받았다.
빨대가 꽂힌 텀블러에는 앨리스그룹을 뜻하는 모노클을 쓰고, 태엽시계를 지닌 토끼의 실루엣이 그려져 있었다.
현재 정석훈의 프리미엄 포션 중 하나인 커피우유였다.
바나나우유나 에스프레소에 비하면 체력과 마나를 회복하는 양이 적지만, 커피우유는 체력과 마나를 동시에 회복할 수 있었다.
텀블러 외에도 병실 냉장고에는 커다란 통에 커피우유가 들어 있었다.
망가진 신체와 꼬일 대로 꼬인 체내 마나를 회복하기 위해서였다.
퇴원을 하고도 당분간은 커피우유를 달고 살아야하는 모양이었다.
“…가끔은 다른 것도 마시고 싶지만.”
“그럼 아빠한테 말해볼까?”
“아니, 됐어. 커피우유만으로도 감지덕지지. 아저씨한테 꼭 고맙다고 전해줘.”
“응!”
은하는 커피우유를 들이켰다.
옆에서 하양은 분홍리본을 쫑긋거리며 학교에서 있었던 일을 재잘거렸다.
“자. 다 됐어. 어때?”
그때 은혁과 옥신각신하고 있던 민지가 사과를 담은 접시를 내밀었다.
“…이거, 모양이 왜 이래.”
“너구리야. 토끼를 깎는 방법으로 어레인지를 해봤어. 어때? 귀엽지?”
식욕이 확 떨어지는데.
어찌 보면 기술이었다.
은하는 사과를 흉포한 짐승처럼 만들어낸 민지를 보고는 감탄했다.
게다가 과실채로 껍질을 깎아서, 한 입에 들어갈 크기도 얼마 되지 않았다.
“자, 은혁아 이건 네가 먹어라.”
“에에~!”
“왜. 막지 못한 네 잘못이지.”
“그, 그래도 이건 민지가 대장을 위해 깎은 건데….”
“내가 아까 먹으려고 남겨두었던 롤케이크가 어디 갔지. 누가 몰래 먹은 것 같은데, 아무래도 단단히 교육을….”
“응, 사과는 내가 처리할게. 대장, 나는 대장을 위해서라면 죽을 수도 있어.”
“야, 최은혁. 누가 너보고 먹으라고 그랬어? 먹기 싫으면 먹지 마!”
“어? 정말? 안 먹어도 돼?”
“그런다고 정말 안 먹을 거야? 너 정말 웃기는 애다. 됐어, 먹지 마 그럼!”
“나한테 어쩌라는 거야!”
은하는 은혁과 민지에게서 눈을 떼기로 했다. 두 사람을 상대했다가는 커피우유로 회복한 체력이 금세 떨어질 것만 같았다.
그러다 냉장고에서 배를 꺼내던 서나와 눈이 마주쳤다.
“나 배 먹어도 되지? 은하 너도 먹을래?”
“…너도 민지처럼 너구리를 만들려는 건 아니지?”
“잘 봐.”
미간을 모으며 짐짓 엄한 표정을 짓는 서나.
자리에 앉은 그녀는 꼬리를 이리저리 흔들면서, 차분한 손놀림으로 과도를 다뤘다.
“우와~! 서나야, 너 정말 예쁘게 깎는다.”
“교회에서 동생들 간식 챙겨주다 보니 늘었어.”
“나도 다음에 알려줘.”
“그럼 다 같이 우리아빠 카페에서 해볼래? 나도 예쁘게 깎아보고 싶어.”
“…음, 폐만 안 된다면.”
서나는 민지와 하양이 감탄할 정도로 배를 예쁘게 깎았다.
어느새 접시 위에는 토끼처럼 생긴 배가 하나, 둘 올라가고 있었다.
서나 말로는 토끼가 아니라 여우라지만, 그냥 먹으면 그만이었다.
☆
“은하 보스! 잘 지냈어?”
은아가 돌아가고 저녁 무렵에 찾아온 사람은 줄리에타였다.
그녀 역시 하루도 빠지지 않고 찾아오는 사람들 중 한 명이었다.
“근데 누나, 제발 보스라고 그만 부르라니까요.”
가족들이 얼마나 이상하게 쳐다보는데.
사실 그녀의 성격을 알고 있는 부모님은 이제 그러려니 넘어가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창피한 건 창피했다.
“은하 보스는 은하 보스인데 뭘. 남자라면 당당히 가슴을 펼 줄 알아야지!”
“하아, 됐어요.”
“해피니스에서 케이크를 사왔어. 여기 케이크 좋아하지?”
좋아하다마다요.
은하는 정석훈이 만든 것이라면 무엇이든 좋았다.
그녀는 이런 식으로 병문안을 올 때마다 먹을 것을 사오고는 했다.
오죽하면 어머니가 냉장고에 넣어두고 가는 것보다, 그녀가 가져오는 게 더 많을 정도였다.
“그런데 브루노 아저씨는요?”
브루노가 보이지 않았다.
은하는 1주일도 되지 않아 상처를 완치하고 퇴원한 브루노가 보이지 않으니 이상했다.
그가 요새 임신한 그녀를 걱정해서는 어디든 졸졸 따라다녔기 때문이다.
“오늘은 조금 볼일이 있대.”
“그래요?”
“그건 그렇고 은하 보스. 짜잔!”
“응? 이게 뭐예요?”
은하는 케이크를 먹고 있다 줄리에타가 핸드백에서 꺼낸 종이를 보고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주민등록표였다.
“거기 이름 좀 봐봐.”
“이름?”
뭐지?
은하는 그녀가 손가락으로 짚어주는 부분으로 시선을 옮겼고,
그만 입 안에 있던 케이크를 잘못 삼키고 말았다.
[노 줄리에타] [노 브루노.]“…이게 뭐예요.”
무서운 기세로 물어보는 은하.
“뭐긴. 이제부터 새 삶을 살기로 했으니, 성을 바꾼 거지.
한국에서 바꾸는 거라 성도 한국식으로 지어야 했고, 이왕 하는 김에 은하 보스의 성을 따야겠다 싶어서!”
줄리에타가 태연하게 받아넘겼다. 명랑하게 웃기까지 하면서.
“앞으로는 노 줄리에타, 노 브루노라고 불러줘!”
“No─!!”
여전히 한가해질 틈이 없는 나날이었다.
☆
“자네 왔나.”
읽고 있던 책을 덮은 노인이 서재로 들어온 브루노를 맞이했다.
앨리스그룹의 회장, 민준식.
그는 현재 그룹경영에서 물러나 있었지만, 여전히 앨리스그룹의 회장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었다.
“어르신. 덕분에 신세를 졌습니다.”
탁상 앞에 선 브루노가 깊이 고개를 숙였다.
지금까지 그에게 진 빚이 상당했다.
이탈리아에서 무작정 도망쳤을 때, 그에게 머무를 수 있는 집을 제공해준 사람도 바로 그였다.
그에게는 단순한 여흥에 불과한 일이었겠으나, 당시 말도 통하지 않는 타국에서 살아가야 했던 브루노에게는 말로 다할 수 없을 정도로 고마운 일이었다.
더군다나 그는 이번 사건에서도 많은 도움을 주었다. 사건에 휘말린 그나 줄리에타, 은하를 선녀정부로부터 보호해줬을 뿐만 아니라, 함부로 손을 대지 못하도록 으름장을 놓기까지 했다.
“선녀님이 자네들의 정체를 궁금해 하느라, 얼버무리느라 얼마나 힘들었는지.”
“면목이 없습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포션 값으로 퉁 치는 걸로 끝냈네만.”
민준식이 껄껄 웃으며 말했음에도, 브루노는 그가 입은 손해가 웃음으로 얼버무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앨리스호텔은 적색던전의 소멸이라는 명목을 갖추기 위해 철거되었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앨리스호텔에 대한 비판적인 이야기를 늘어놓고 있었다.
마나편재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하는 자연재해에 불과한 일이었지만, 사람 마음이 그리 쉽지는 않은 법이었다.
지금도 앨리스호텔에 대한 매출은 급감하고 있을 터.
“어차피 호텔로는 새벽그룹과 YH그룹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왕 이럴 바에, 호텔사업에서 철수하고 제약사업에 더 투자하면 되지.”
경영에서 물러났지만, 그는 여전히 사업가였다. 어차피 장사도 되지 않던 사업에서 물러나고, 신종포션으로 매출이 폭등하고 있는 제약사업에 투자할 생각이었다.
그럼에도 브루노는 죄송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사과도 여러 번 하면 그 가치가 떨어지는 법.
그는 면목이 없다는 태도로 고개만 숙였다.
“그래도 조심하게나. 선녀님이 자네들에게 흥미를 가진 것 같으니.
말로는 조사하지 않겠다고 말해도, 그분이 그럴 분이 아니시지.”
선녀가 주시하고 있다.
브루노는 그것을 되새기기로 했다.
그도, 아마 은하도 선녀정부와 얽히고 싶지는 않을 터였다.
한가롭고 행복한 삶만을 원했다.
“그나저나 자네, 이제 할 일도 없으면 내 전속 플레이어가 되는 건 어떤가?”
불쑥 브루노에게 제안하는 민준식.
브루노가 고개를 들었다.
며칠 전, 그는 다니던 회사로부터 퇴사통보를 받았다. 무단으로 조퇴한 데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말도 하지 않고 회사에 나오지도 않았으니 당연한 조치였다.
현재 그는 무직이었다.
그래도 민준식의 제안을 거절해야 했다.
“죄송합니다.”
“요즘 이탈리아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은 건 자네도 알고 있지? 일자리 찾기가 영 쉽지는 않을 텐데만.”
“죄송합니다.”
일자리를 찾아야하기는 했다.
다만 누군가의 전속 플레이어가 될 생각은 없었다.
은하에게 자신의 목숨을 바치기로 했으니까.
“자네가 싫다면 어쩔 수 없지만, 내 전속 플레이어만 되어달라는 뜻이 아니야. 책 속에 파묻혀 사는 늙은이가 위험할 일이 얼마나 있겠나.”
“그 말씀은?”
“내 호위를 하지 않을 때에는 그 아이들을 지켜주게나.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말이야. 자네에게는 어려운 일도 아니지 않나.”
입을 다문 브루노가 민준식을 바라보았다.
대체 무슨 의도일까.
60년이 넘는 세월을 보낸 그는 얼굴에 어떠한 감정도 내비치지 않았다.
브루노는 세상이 한 번 멸망한 와당에도 앨리스그룹을 대한민국 재계서열 8위에 올려놓은 사람의 눈을 읽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빤히 쳐다보지 말게나. 뚫어지겠네.”
“네.”
“아무 의도도 없네. 다만, 얼마 남지 않은 늙은이의 삶에 들어온 아이들이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고 싶을 뿐이야.”
감상에 젖은 목소리로 말하는 민준식. 모노클을 닦은 그는 브루노가 자신의 제안을 받아들이기를 기다렸다.
“─알겠습니다.”
“고맙네.”
브루노는 제안을 받아들였다.
민준식이 그만 가보라며 손을 휘저었다.
다시금 고개를 숙인 그가 서재를 나섰다.
복도가 삐걱거리는 소리가 더 이상 들리지 않았을 때쯤.
민준식은 탁상 위에 있던 책에 손을 얹었다.
“나도 참 늙었나 보네. 이 나이에 들어서 감상에 젖어서는─.
─그렇지 않소, 당신?”
책 표지를 쓰다듬었다.
이제는 세상에 없는 사람에게 말을 건네며.
모노클을 쓰고, 태엽시계를 쥔 토끼의 실루엣을.
리라이프 플레이어 0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