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76
충청남도 천안시 인교.
사회적 파장을 일으킨 수감자들은 이날 천안시에서 경기도 화성시로 이송되고 있었다.
이송용 차량에 타고 있던 죄수들은 모두 21명이었고, 하나같이 과거에 상당한 실력을 보유하고 있던 자들이었다.
어디까지나 ‘과거’에 말이다.
“오랜만에 바깥바람을 쐬니 좋군.”
전 창해 클랜로드 길성준과 같이.
죄수들은 마나 회로가 단절되었다.
선녀정부에서 죄수의 탈옥 방지와 감옥 내에서 사건을 일으키지 않게 조치를 취한 것이다.
그로 인해 그들은 명성과 다르게 아무런 힘도 쓰지 못하고 있었다.
“이제 얼마나 남은 거지….”
또한 못해도 10년 이상이나 되는 복역 기간을 지니고 있는 죄수들의 정신은 점점 피폐해져 가고 있었다.
길성준 역시 마찬가지였다.
제1차 의정부 탈환전에서 멋대로 부대를 이끌고 회군한 그는 30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그로부터 대략 17년이 지났다.
처음 교도소에 들어갈 때만 해도 자신을 배신한 신서영에게 화나고, 선녀정부가 증오스럽기만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하루라도 빨리 나가는 날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물론 나가더라도 기다리는 사람은 없을 테지.
마나 회로가 단절된 채로 나가서, 이 나이 먹고 무슨 일을 하고 사냐.
한편으로 길성준은 회의적이었다.
17년이라는 시간은 그의 의지와 증오를 꺾어버리게 하는 데 충분한 시간이었다.
정신적으로 거세당했다.
그때만 해도 그런 줄 알았다.
바로 그때였다.
콰앙─!!
끼이익!!
이송 차량과 그 주위를 호위하던 차량들이 크게 흔들렸다.
어디선가 날아온 마법에 맞아서는 도로에서 이탈해, 굴러떨어지고 만 것이다.
“”””……!!””””
차량이 뒤집힌다.
수갑으로 손이 묶여 있던 죄수들은 차량이 굴러떨어지는 충격에 정신이 혼미해졌다.
“으….”
다행히 길성준은 정신을 차렸다.
의자에서 몸을 일으킨 그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몇몇 죄수들도 정신이 든 것인지 자리에서 일어나는 게 보였다.
그리고 그때─.
“─다행히 찾고 있던 사람은 여기 무사히 살아 있었군.” “”””……!!””””
아공간이 쩍 갈라졌다.
차량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 남자가 그들을 보고 씩 웃었다.
죄수들은 갑자기 나타난 그를 보고 크게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피어싱을 한 남자는 그들의 반응을 아무렇지 않게 받아들였다.
다만 그는 살며시 눈동자를 굴려, 일어서 있는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찾았을 뿐이다.
“이동혁, 안에 들어가 있느라 그간 수고했다. 오늘부터 너는 자유다.” “너는 누구지?”
남자가 한 죄수에게 말했다.
이동혁.
20년 전, 세상에 악명을 떨쳤던 슬레이어였다.
이름이 불린 그는 남자를 노려보며 입을 열었다.
남자의 대답은 간결했다.
“그분이 보내셨다.” “…그런가.”
“그래, 자, 받아라.”
“이건 뭐지?” “엘릭서라는 거다. 그것을 마시면 마나 회로를 치료할 수 있을 거다. 그분이 어찌어찌 공수했다더군.”
“감사하다고 전해줘. 아니지. 나도 이제 그분을 만나러 가는 건가?”
이동혁은 망설임이 없었다.
그는 남자가 건넨 엘릭서를 즉각 입으로 넘겼다.
그러고는 자신과 같은 수갑을 찬 경관의 머리에 유리병을 던졌다.
“너만 아니라 여기에 있는 놈들도 어딘가에 쓸 데가 있겠지. 너희도 선택해라. 이대로 우리를 따라갈지, 아니면 얌전히 여기에서 뒤따라오는 차량이 너희를 다시 잡아들이는 걸 그냥 기다릴지.”
“”””…….””””
남자가 죄수들에게 물었다.
죄수들의 답은 하나밖에 없었다.
탈옥할 기회가 찾아왔는데 어떻게 탈옥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응?”
그때였다.
남자의 눈이 이동혁의 근처에 있던 죄수에게로 향했다.
길성준이었다.
“낯이 익은 얼굴이었다고 했더니 창해 클랜로드 길성준이었군.”
“…나를 아는 거냐?” “모를 것도 없지. 기억에 따르면 너는 분명….”
남자는 기억을 뒤졌다.
이내 길성준에 대한 기억을 떠올린 남자의 눈이 이채를 띄었다.
“를 가지고 있었던가.” “……!!”
기프트 .
상대의 눈을 통해, 그 사람이 지닌 과거를 보는 기프트.
길성준은 남자가 자신이 지금까지 꽁꽁 감추고 있던 기프트를 들키자 당황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그, 그걸 어떻게….”
“왜? 그건 너 혼자서만 알고 있는 정보라고 생각했나? 하지만 혼자서 알 수 있는 게 가능할까?” “…….” “네가 술에 취해 말했다거나 혹은 기프트를 확인해준 사람이 말했거나 아는 방법은 다양하지.”
남자의 말을 통해.
길성준은 남자의 정체가 무엇인지 꿰뚫어 보았다.
“그런가, 너는….”
“그 힘, 지금도 사용할 수 있나?” “사용할 수 있다면?”
길성준이 흥정하듯 물었다.
남자는 입가를 씩 끌어올렸다.
“마침 잘됐네. 그분께서 그놈들의 과거를 확인해보고 싶어 했는데.” “그놈들?”
“노은하, 강현철, 이도진 외 몇 명. 나머지는 따라오면 알려주지.”
“……!” “왜 그러지?” “아니, 나도 궁금하던 차였거든.”
남자에게 노은하라는 이름을 듣고.
길성준은 오랜 수감 생활을 보내다 잃어버렸던 증오를 되찾았다.
신서영과 그때 같이 있던 덩치 큰 남자의 배후에 있던 꼬마.
지금쯤 성인이 되었으리라.
길성준은 낄낄거렸다.
“내 힘으로 노은하 그놈의 과거를 들춰보면 되는 건가?”
“좋은 결과를 얻어내면 그분께서 보답을 해주실 거다.”
“그분이 누구일지도 감이 오는군. 설마 이런 일을 벌이다니….”
그날, 누군가의 습격으로 다수의 사망자와 부상자가 발생했다.
범인은 특정할 수가 없었고.
호송 중이던 범죄자 21명 중 17명의 행방이 묘연해졌다.
“─당장 찾아내세요. 범인은 물론, 탈옥범들까지도요.”
사태는 사람들의 불안을 불러왔다.
선녀정부는 시급히 조치를 취하며, 전국에 있는 플레이어들에게 탈옥범 수색령을 내렸다.
☆
흉악한 죄수들이 탈옥했다.
이제야 평화를 되찾으려던 세상은 그들의 탈옥 소식에 불안에 떨었다.
그로 인해 선녀정부는 서울에 있는 클랜들과 플레이어들에게도 협조를 요청했을 정도다.
판도라클랜도 협조했다.
‘나도 수색에 참여하게 해줘.’
‘누나도요?’
그때, 올해 마법고문으로 부임한 신서영이 은하를 찾아왔다.
그녀는 굳은 얼굴을 하고 자신도 수색에 참여하게 해달라 부탁했다.
은하는 의문을 표했었다.
‘누나가 그 일에는 왜요?’
‘왜기는. 이번에 탈옥한 놈들 중에 내가 아는 놈이 있으니까 그렇지.’
‘아…. 길성준이요?’
‘그래, 길성준 그놈.’
창해 클랜로드 길성준.
그는 신서영과 깊은 연이 있었다.
그녀가 이라 불리던 때에는 길성준을 보좌하는 서브로드였으며, 그의 연인이기도 했다.
그러니 그녀가 거의 17년이 지나 옛 연인의 이름을 듣게 되니 무언가 감정의 변화를 느낀 것이리라.
‘찾아서 어떻게 하게요?’
이에 은하는 그녀의 마음을 한 번 확인하기로 했다.
그녀가 단순히 길성준을 붙잡으러 수색에 참여할 것 같지 않았다.
아니나 다를까 신서영이 단호하게 대답했었다.
‘내가 죽이게.’
‘…….’
‘만약의 경우 탈옥범들을 사살해도 된다는 명이 떨어졌어. 그럼 이참에 죽여버려도 되지 않겠어?’
‘누나, 사람이 확 변한 것 같은….’
‘그럼 너도 내 꼴을 당해봐.’
‘…….’
‘사람이 그토록 죽이고 싶어질걸? 나는 길성준 때문에 꽃다운 인생을 날려버리고 말았어. 그놈 때문에…. 혼기도 놓쳤고 말이야.’
신서영의 분노가 대단했다.
어쩐지 마지막 이유가 진심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그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가뜩이나 류연화와 결혼하게 되며 신서영의 심기를 자극하던 차였다.
대신 은하는 만약의 상황에 대비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진짜 죽일 거예요? 그러면 제가 문제가 되지 않게 처리….’
‘마음 같아선 진짜 죽이고 싶은데 그래도 정부의 체면을 세워주려면 생포하는 게 낫겠지. 그러니 죽도록 때려주기나 하려고.’
‘아하, 다행이네요.’
‘그리고 거세를 시킬 거야.’
‘네?’
‘자를 거라고.’
‘…….’
뭐를요?
은하는 눈치가 없지 않았다.
신서영이 다루는 바람은 날카로워, 금속조차 쉽게 자를 수 있었다.
은하는 상상하는 것을 포기했다.
‘알았어요. 그러면 애들이랑 같이 수색에 나가보도록 하세요. 때마침 잘됐네요. 올해 입단한 클랜원들을 실전에서 굴릴 기회이기도 하니까.’
‘그래, 내가 데리고 다니며 확실히 교육해줄게.’
결국 은하는 부탁을 받아들였다.
이후로 신서영은 사람들을 이끌고 전국을 뒤지는 수색에 나섰다.
그녀를 따라간 사람들의 말로는, 숨어 있는 범죄자들을 찾으려 하는 그녀가 악귀를 연상케 했다고 한다.
더욱이 클랜원들이 쓰러질 때까지 교육을 시켰다고.
우리 클랜에 들어오는 사람은 대체 왜 그런 식으로 변하는 거지?
이해할 수가 없네….
그때 보고를 들은 은하는 어처구니가 없어 했다.
그대로 신서영이 잘하리라 믿으며 임무 보고를 목민호에게 맡겼다.
그리고 은하는 류연화와 결혼식을 준비하는데 신경을 썼다고 한다.
“”””…….””””
그리하여 결혼식이 다가오고.
여전히 탈옥범들은 찾지 못했다.
☆
은하의 4번째 결혼식.
그와 류연화의 결혼식은 세 차례의 결혼식과 달리 화려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혼식에 참여한 사람들은 비교되지 않을 정도로 많았다.
“하, 노은하, 이 약아빠진 친구야. 유정이랑 결혼한 다음에 5년 동안 결혼 소식이 없었던 것은 지금까지 축의금을 모아두고 있으란 거였지? 그래, 옛다. 5년치 축의금, 내 절친 노은하를 위해 못 내놓을 것 없지.”
은하가 가 되고.
류연화가 이 되면서.
두 사람의 결혼은 가히 그 자체로 격이 높은 행사로 받아들여졌다.
사람들은 그 자리에 참석해 자신도 그들과 같은 격을 가지고 있노라고 세상에 말하고 싶어 했다.
그러다 보니 유도준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결혼식을 찾아왔다.
“도준아, 그거 아냐?”
“뭐?”
은하는 유도준의 축의금을 받으며 키득거렸다.
유도준이 의아해했다.
그러자 은하가 그의 귀에 속삭이며 알려주기를─.
“─좀 있으면 유성이 생일이다.” “…….” “유성이 줄 선물이나 준비해놔.” “젠장, 그것까지 신경을 써야 하냐. 나만 손해만 보는 것 같으니 이참에 나도 확 결혼해버려?”
“그럼 그러든가.”
“끙….”
유도준이 얼굴을 구겼다.
은하는 그를 계속 놀려댔다.
그 후로도 많은 사람들이 찾아와 은하와 인사를 나눴다.
선녀가 화환을 선물해주기도 했고, 십이좌들과 S급 클랜 관계자들까지 화환을 보내주기도 했다.
, 는 직접 결혼식을 보러 왔고.
그리고─.
“─네가 은하구나. TV에서 보던 모습과 달리 직접 보니 훤칠하군. 연화가 반할 만하겠어.” “”””……!!””””
전 남궁성운.
그가 검은색 도복을 차려 입고서는 결혼식장에 나타난 것이다.
사람들은 청주에 내려가 속세와는 거의 교류를 끊고 살던 그를 보고는 경악했다.
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오신다는 얘기는 못 들었는데.
다소 의외였다.
은하는 남궁성운을 보자마자 즉각 허리를 숙였다.
류연화에게 부모가 없다고 하지만, 사실상 그녀를 제자로 들여 키워준 남궁성운이 부모라고 할 수 있었다.
“장인어른. 인사가 늦어서 정말로 죄송합니다. 그러지 않아도 저희가 청주로 내려갈 생각이었는데….”
“허허, 허리 숙일 필요까지는 없네. 원래 영웅은 바쁜 법이니, 나 같은 노인네가 찾아오는 게 옳은 일이지. 그리고 전화로 연락하지 않았더냐. 그걸로 충분했다.”
남궁성운의 태도는 호의적이었다.
그가 은하에게 오른손을 내밀었다.
남궁성운에게 유일한 손이었다.
왼손은 오래전 제2위계 오버랭크 레비아탄을 토벌하는 과정에서 잃고 말았기 때문이다.
은하는 그의 손을 잡았다.
“창밖에 모르는 연화가 누구한테 마음을 줄지 궁금했는데, 그게 설마 라고 불리는 자였을 줄이야. 한때 라는 이명까지 가지고 있던 나로서는 너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모르겠구나.”
남궁성운이 껄껄 웃었다.
하지만 목소리는 가볍지 않았다.
말에 담긴 뜻이 묵직했다.
나아가 그가 손에 힘을 주었다.
은하는 그의 악력에 대항하지 않고 얌전히 받았다.
…대단하네.
일선에서 은퇴한 지 오래됐건만.
남궁성운의 악력은 무시 못했다.
그럼에도 은하는 꿋꿋이 견디면서 남궁성운의 시험을 통과하려 했다.
“그 아이가 남자에 눈이 멀었대도 신념을 배신할 아이는 아니지. 만약 그랬다면 이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도 않았을 테고 말이야. 필시 내가 모르는 부분을 네게서 발견해, 너와 같이 나아가기로 한 거겠지.”
“…….”
“그래도 하나 묻고 싶구나. 너는 로서 대체 뭘 하려는 거냐.”
남궁성운이 묻는다.
사람들이 식장에 들어가지 못하고 두 사람의 대화에 귀를 세운다.
은하는 그들의 시선을 무시하고는 남궁성운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눈동자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남궁성운의 물음은 벌써 몇 번이고 대답한 말이었다.
“어느 누구도 선녀님한테 거역하지 못하게 만들려고요.” “그리고 네가 뒤에 서겠다?” “그게 선녀님이 제 뜻을 펼치고, 선녀님을 지킬 수 있는 거라면요.”
“뻔뻔하고, 오만하고, 야망도 크군.”
심기가 불편하다는 듯한 어조.
하지만 그것도 잠시였다.
남궁성운이 손에서 힘을 풀었다.
“하지만 을 아내로 맞이할 남자라면 응당 그래야지. 그 태도는 정말 마음에 드는구나. 우리 연화, 앞으로 잘 부탁한다.”
“맡겨만 주세요. 제가 책임을 지고 행복하게 해줄게요.”
남궁성운이 기세를 거두었다.
은하도 화답했다.
두 사람은 이내 가볍게 포옹하며 친분을 나눴다.
그러던 그때였다.
“이거야 원, 싹수가 있는 놈인지 확인하려다가 시선에 꿰뚫리겠구만.”
“네?”
“저기, 내가 너를 겁박하려던 것을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이가 있구나.”
남궁성운이 쯧쯧 혀를 찼다.
포옹을 푼 은하는 고개를 돌려서는 그가 가리킨 방향을 찾았다.
하백련이 있었다.
그녀가 눈에 힘을 주고 서 있었다.
시선은 은하가 아닌 남궁성운에게 꽂혀 있었다.
“저렇게 쪼그만 아이한테 미움이나 받고, 이거 나도 늙었구만. 이러다 나중에 화를 입기 전에 얼른 가서 인사나 드려야겠어.”
남궁성운이 은하의 곁을 떠났다.
그가 하백련에게 다가갔다.
직후 주위 사람들이 놀라든 말든 그녀의 앞에서 고개를 숙였다.
“”””……!!””””
“…오래전 은거한 노인이 이제야 선녀님의 후계자를 뵙습니다. 저는 남궁성운이라고 합니다.”
남궁성운이 정중하게 인사한다.
하백련도 놀란 눈치였다.
이내 그녀는 자신을 치켜세워주는 남궁성운의 인사에 화답했다.
“선녀님의 후계자 하백련이 오늘날 이 나라가 있게 해준 님을 뵙습니다.”
하백련이 정중하게 고개를 숙인다.
그녀의 인사를 받은 남궁성운은 곧 입가에 시원한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도 저희는 선녀님의 충실한 검이 될 것을 약속드립니다.”
남궁성운의 충성은 가볍지 않았다.
그의 충성은 그를 따르는 사람들을 대표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었다.
하백련은 이 만남으로 충심이 강한 검들을 얻어낸 셈이다.
그녀가 임가을의 뒤를 이어 언젠가 2대 선녀가 되는 미래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
결혼식은 성황리에 끝이 났다.
안타깝게도 탈옥범들을 수색하는 임무를 맡은 사람들은 결혼식 도중 자리를 떠나야 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남아서는 은하와 류연화의 결혼을 축하했다.
“행복해?”
“응, 행복해.”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두 사람은 제주도로 떠났다.
4박 5일 동안 제주도에서 편하게 휴식을 취할 예정이었다.
호텔에 도착한 은하는 방에 들어온 류연화에게 물었다.
그녀가 미소를 지어 답했다.
“이리 와봐.”
그 미소가 사랑스러워.
침대에 걸터앉은 은하는 류연화를 끌어당겼다.
그녀가 반항하지 않고 다가왔다.
두 사람은 길게 입을 맞췄다.
그것으로도 부족해 다시 입을 맞춰 아쉬움을 달랬다.
그때쯤 류연화의 두 눈에는 뜨거운 열기가 담겼다.
은하는 이쯤에서 멈추기로 했다.
밤은 아직 길었다.
“그럼 이제 저녁이나 먹으러 가자. 많이 배고프지?”
“응, 배고프기는 한데, 저기….” “응?”
은하는 류연화의 손을 잡아끌고는 호텔 레스토랑으로 가려고 했다.
그런데 류연화가 손을 꼭 잡고서는 일어나지 않았다.
덩달아 침대에 도로 앉게 된 그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류연화가 겸연쩍어하면서 두 손을 무릎 사이에 끼우고 있었다.
그녀가 허리를 배배 꼰다.
뜨거운 시선이 은하에게 꽂힌다.
“못 참겠어.” “……!!”
털썩.
류연화가 은하를 자빠뜨렸다.
그녀가 그 위로 올라탄다.
은하는 열기를 토해내는 류연화를 멍하니 올려다보았다.
이내 웃음이 터졌다.
이 누나가 아주 볼꼴은 다 봤다고 이제는 부끄러워하지도 않는 건가?
류연화가 이렇게 적극적인 모습은 처음 보았다.
나쁘지 않았다.
은하는 그녀의 등에 손을 얹으며, 그 손을 천천히 아래로 쓸어내렸다.
“그래, 그래. 알았어, 이리 와.”
은하의 신호가 떨어지자마자.
류연화가 바짝 몸을 붙여 온다.
두 사람은 그대로 서로 부대끼며, 4박 5일을 보냈다고 한다.
눈 깜짝할 사이에 5일이 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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