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84
회귀 전.
강릉에 출몰한 제3위계 오버랭크 바실리스크 두 마리는 플레이어들을 궤멸 직전까지 몰아갔다.
강현철, 이도진, 박혜림, 유수진.
이외 그들이 속한 클랜의 최정예 플레이어들은 죽지 않고 되살아나는 바실리스크에게 굴복하고 말았다.
“저런, 저런. 형세를 보아하니 내가 나설 필요까지는 없는 듯하구나.” “바실리스크만 해도 강력하니까요. 이 빌려준 아티펙트가 대단하기는 하군요.”
온태양의 몸을 차지한 아마겟돈.
그는 전투가 일어나는 장소로부터 조금 멀리 떨어져 있는 나무 위에서 끌끌 웃어댔다.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마스테마는 그의 곁을 지키고 있었다.
그가 품에 안은 수정구가 은은하게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실리스크의 세 번째 라이프 베슬이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이 일이 성공적으로 끝이 나면, 우리는 확고히 이 나라를 지배하는 존재로 발돋움할 수 있겠구나. 나는 진정으로 신적인 존재로 거듭나고, 서진이 그놈은 이 나라의 암묵적인 지배자가 되겠지.”
군주의 시대가 개막한 이래.
이 자리까지 오기에 너무나 오랜 시간이 흘렀다.
백서진과 아마겟돈.
처음 만났을 때부터 뜻이 통했던 그들은 마침내 이 자리까지 오게 된 것이다.
다만 예상치 못한 변수가 몇 개 있기도 했다.
“쯧, 이 몸을 얻게 된 것은 좋다만 검은 영 쓸모가 없구나.”
“구국의 성검이라 불리는 그 검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그렇지. 이 검이 나를 주인으로 인정하지 않으니 힘을 발휘할 수가 없구나. 그나마 내가 딜러가 아니라 캐스터라서 괜찮기는 한데….”
“하지만 온태양을 연기하기 위해서 딜러로 있을 필요가 있으니까요.” “그래, 그런 셈이지. 기회가 되면 새로운 상징이 될 검을 찾아야겠어. 이 검은 다른 녀석들한테 넘기든가 하고 말이야.”
아마겟돈은 허리에 찬 검을 툭툭 건드렸다.
검은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
자신을 주인으로 인정하지도 않아, 내장된 마법을 발동할 수 없게 된 구국의 성검.
그는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새로 검을 맞추기로 했다.
“그건 그렇고 아쉽기는 하구나.”
“뭐가 말입니까?” “되살아난 애들도 있기는 하지만, 그러지 못하고 죽은 애들도 많으니 말이다. 만약 그들이 살아 있었다면 이런 식으로 슬레이어들을 동원할 필요도 없었을 텐데….”
“벨페고르, 벨제뷔트, 릴리스, 아가레스를 말씀하시는 거군요.”
“그래.”
아마겟돈은 혀를 찼다.
아쉬울 따름이었다.
벨페고르는 에게 당하고 영혼채로 소멸해버리고 말았다.
벨제뷔트와 릴리스는 아마겟돈이 미처 손을 쓰기도 전에 당해버렸다.
그리고 아가레스는 마지막 순간에 부활하는 것을 바라지 않고, 아예 자살을 선택했다.
“아가레스만은 어떻게 건져볼 수 있었을 텐데, 아쉽구나.”
“어쩔 수 없죠. 아가레스가 원체 이런 일에는 맞지 않았으니까요.”
“그만한 힘을 사용할 수 있으면서 죄 없는 사람들이 상처입지 않기를 바란다니…. 나로서는 이해하기가 어려운 소리나 해댔었지.”
자신의 눈에 들 만한 힘을 지닌 마인이었음에도, 성품이 무척이나 유약했던 아가레스.
아마겟돈은 그녀를 잊기로 했다.
계획이 조금 틀어지기는 했다지만 결과는 변함이 없었다.
“드디어 끝났군요. 십이좌들 중의 한 명은 살려 보내야 할 것 같은데 누구를 살려 보내겠습니까?” “흠…. 가 낫겠구나.”
그로부터 얼마 후.
전투가 종료되었다.
아바돈은 식욕을 참지 못하고 덥석 강현철을 집어삼켰다.
사마엘은 이도진을 밟으며 낄낄댔고, 마몬은 팔이 뜯겨져나간 유수진을 보고 무언가 골똘히 고민하는 기색이었다.
그리고 박혜림은─.
“─저런 꼴을 당하면 제가 간섭해 정신을 파괴할 필요도 없겠군요.” “그래도 모르는 일이니라.”
☆
전투는 치열했다.
그나마 바실리스크가 소멸하면서 숨통이 트이게 됐을 뿐이다.
전세는 여전히 좋지 않았다.
슬레이어들은 지금까지 강현철과 이도진이 싸워온 부류와 달랐다.
그들은 사람을 죽이는 데 특화된 살수들이었다.
두 사람이 아무리 강자라고 한들, 수적인 우세함, 체력을 떨어뜨리는 전투 스타일, 기습, 독 공격 등에는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큭…!!” “현철아!!”
급기야 강현철은 덩치 큰 마인에게 빈틈을 내주고 말았다.
등 뒤에서 기습을 가한 마인 놈이 그의 어깨를 물어뜯은 것이다.
“질겨, 맛없어.”
우무우물, 퉤.
마인이 씹던 것을 내뱉었다.
그러다 고개를 갸웃거렸다.
“아니야, 다시 먹어봐야겠다. 원래 이런 건 두 번 먹어보면 다르다는 소리를 들었던 것 같아.”
“미친놈….”
마인이 땅바닥에 떨어진 것을 주워 제 입속에 넣었다.
뿌드득 뿌드득.
뼈가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마인이 그것을 꼴깍 삼켰다.
“응, 맛없어. 두 번 먹어볼 필요가 없었던 거였네.”
마인이 히죽 웃는다.
강현철은 분노했다.
그가 불길을 일으켰다.
도로 위를 달려나간 불길이 곧장 마인을 집어삼켰다.
반응이 있었다.
“아아앗!!! 뜨거워뜨거워뜨거워뜨거워…!!”
불길에 휩싸인 마인이 도로 위를 데굴데굴 구른다.
강현철은 마저 그 마인을 죽이려고 걸음을 옮기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화륵!
우걱우걱
마인이 별안간 입을 크게 벌리고는 불꽃을 빨아들였다.
놈이 볼 안에 한가득 들어간 불을 우물거렸다.
“꺼억, 잘 먹었다.”
이내 놈이 트림했다.
살집이 두툼한 손으로 자신의 배를 탁탁 토닥인다.
“시인선해.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맛있어. 이거 또 없어? 또 줘.”
“빌어먹을…. 뭐 저런 미친 새끼가 다 있어? 남의 불을 먹기나 하고, X같게….”
“안 줄 거야?”
“닥쳐!” “그럼…. 내가 알아서 먹어야겠다. 너를 먹으면 나도 , 가질 수 있는 거겠지?”
마인 할파스(Halphas).
아바돈의 인자로 만들어진 마인이 침을 질질 흘렸다.
☆
바실리스크가 소멸했다.
은하의 신호를 받은 플레이어들은 그 즉시 뒤도 돌아보지 않고 등을 돌렸다.
“달려라!! 한 사람이라도 살아남아 오늘 이 일을 알려라!!”
플레이어들이 목이 터져라 외쳤다.
누구 한 사람이라도 이곳을 벗어나 자신들의 상황을 세상 사람들에게 알려야 했다.
그래야 조금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 일이 세상에 알려지게 된다면 저들도 지금처럼 대놓고 공격하지 못할 것이다.
“후방은 우리가 지키고 있을 테니, 다들 뒤도 돌아보지 말고 뛰어!!”
다들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플레이어들은 필사적으로 뛰었다.
배수빈처럼 아직 힘이 남아 있는 플레이어들이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 가장 뒤에서 뒤따라가고 있었다.
은하 또한 마찬가지였다.
“배수빈, 카에데.” “”어.””
슬레이어들의 마법이 날아든다.
은하는 조금 전 황혼검으로 흡수한 마스테마의 보호마법을 전개했다.
이내 마법의 효과가 사라지자마자 측면에서 기습을 가하는 슬레이어의 옆구리를 베어냈다.
배수빈, 카에데도 은하를 따르면서 슬레이어들을 견제하고 있었다.
“배수빈, 힘이 얼마나 남아 있어?”
“…나도 이제 얼마 남지 않았어.”
배수빈의 얼굴이 어두웠다.
그녀가 초조해하고 있었다.
체내 마나는 얼마 남지 않았는데, 추격해오는 슬레이어들을 돌아보니 활로가 보이지 않는 것이다.
은하는 그녀의 불안을 읽었다.
“무모한 짓은 하지 말고, 마나가 다 떨어졌다 싶으면 파랑 형을 타고 냅다 줄행랑을 쳐. 네가 클랜원들을 잘 챙겨주고.”
“…알았어.”
한창진이 네 명의 슬레이어들하고 검을 주고받고 있다.
고개를 끄덕인 배수빈은 마법으로 한창진을 엄호했다.
슬레이어들이 깜짝 놀라 물러나고, 은하는 그때를 노려 네 명을 단숨에 공격했다.
블래스트 크로스
불길이 퍼진다.
직격당한 슬레이어들이 도로 아래 숲속으로 떨어진다.
하지만 추격해오는 슬레이어들은 화염마법에 내성을 가지게 됐는지 큰 피해를 입지 않은 듯했다.
“저놈들은 나랑 수빈이, 창진 형, 파랑 형, 민호가 막을 거야. 그러니 카에데 너는 얼른 이 자리를 벗어나 위기를 알려줘.”
진서나의 말에 따르면, 텔레파시가 먼 거리로 퍼지지 않는다는 듯했다.
필시 슬레이어들의 소행이리라.
그러니 직접 달려가서 전할 수밖에 방법이 없었다.
그중 발이 빠르고, 사람을 찾는데 두각을 드러내는 사람이 호시미야 카에데였다.
은하는 그녀에게 지시했다.
“연화 누나가 클랜원들을 데리고 여기 어딘가에 대기하고 있을 거야. 그러니 너는 연화 누나를….”
“우리 모르게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고 있었다는 거구나. 대체 어떻게 알았냐고 묻고 싶지만, 그런 것을 물어볼 때가 아니기는 하지. 알았어, 나는 이대로 이탈할게.”
“슬레이어들의 추격이 따라붙을 수 있어. 조심해.”
“너야말로 조심해. 다들 잘 데리고 돌아오도록 해. 이따 보자.”
별따기
카에데가 상공으로 화살을 쐈다.
그녀가 화살 궤적을 붙잡고 빠르게 하늘로 비상했다.
쉬이이익!!
그녀가 전선에서 이탈한다.
슬레이어들은 그것을 눈치채자마자 그녀를 격추시키려고 했다.
플레이어들을 노리던 마법이 돌연 상공으로 궤도를 수정했다.
“이것들이 어딜 감히….”
은하는 마법을 요격한 슬레이어를 아공간을 경유해 공격했다.
슬레이어가 죽었다.
하지만 마법은 이미 슬레이어의 손을 떠나 있었다.
주님께서 말씀하시되,
어느 누구도 내 사람을 건드릴 수 없노라고 하셨다.
때마침 이리야가 카에데를 노리던 마법을 막아냈다.
플레이어들과 선두를 달리고 있던 그녀가 낌새를 눈치챈 것이다.
이내 그녀가 플레이어들 전원에게 버프를 걸어주었다.
현재 싸울 수 있는 서포터는 은우, 이리야 두 명밖에 안 되는 건가.
은하는 냉정히 전력을 분석했다.
노은아는 을 사용한 대가로 체내 마나가 바닥이 나 있었다.
현재 그녀는 메이린에게 업힌 채로 마나를 회복하는 중이었다.
결국 차은우와 이리야.
서포터들의 지원은 두 명에게 달려 있는 셈이었다.
바로 그때였다.
“도망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나? 그랬다면 오산이다.”
선우화령.
그가 모습을 드러냈다.
검은 망토를 두른 그의 주변에서 공간이 변화하고 있었다.
그의 마나가 공간을 잠식해나간다.
은하는 그게 어떤 징조를 뜻하는지 알 수 있었다.
신화의 현현이다.
사람이 죽어서 떨어지는 구렁텅이.
바닥이 보이지 않는 그곳이야말로 일지어다.
선우화령이 비릿한 웃음을 지었다.
직후 슬레이어들을 감싸던 공간이 빠르게 전방으로 뻗어나가 어느새 은하가 달리는 공간까지 침범했다.
신화 현현
여림심연(如臨深淵)
세상이 개변했다.
새까맣게 물든 세상.
모든 지형지물이 사라졌다.
자신은 제대로 달리고 있는가.
어디로 달리고 있는 것인가.
플레이어들은 어둠 속을 달리면서 끝없이 의심해야 했다.
거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바닥이 사라졌다.
“”””……!!””””
끝없는 추락감.
그들은 떨어지는 것만 같은 감각에 정신이 아찔해졌다.
손발을 허우적댄다.
하지만 아무리 떨어진대도 바닥을 마주할 수 없었다.
그런 한편 과 슬레이어들은 바로 저 위에서 낄낄거리고 있었다.
“영원한 추락감을 경험해라. 필시 이 신화가 끝이 났을 때는 제아무리 강한 정신을 가지고 있는 존재라도 정신이 붕괴하고 말 것이다.”
이 껄껄 웃어댔다.
그의 말이 맞았다.
플레이어들은 추락하는 것만 같은 감각에 비명을 질러대고 있었다.
환수변환
피닉스의 날개
날개를 펼쳐도 떨어진다고?
은하 역시 마찬가지였다.
불꽃의 날개를 펼친 그는 그대로 중력을 거스르지 못하고서 아래로 떨어지고 있었다.
그 역시 정신이 아찔해졌다.
고소 공포증이 극대화된 세계.
인간은 누구나 높은 곳에서 떨어져 추락하는 것에 대한 공포를 가지고 있었다.
의 신화는 그것을 극대화해 공포를 느끼게 하는 것이다.
또한─.
“─바닥이 존재하지 않는 거라면,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지. 당연히 이런 것도.”
“”””……!!””””
세상이 다시 개변했다.
추락감이 줄어들었다.
그 순간, 숨이 막혀왔다.
물속에 빠진 듯한 고통.
헤엄쳐서 수면 위로 올라가려 해도 위아래가 구분되지 않는다.
발버둥쳐도 헤어나올 수 없다.
계속해서 가라앉는다.
“세상이 어둠으로 뒤덮여 있지만, 사실 바뀐 것은 없지. 너희는 그저 너희가 만드는 환상에 사로잡혀서 그렇게 느끼고 있을 뿐이다.”
그 말을 듣고.
은하는 기프트의 힘을 발휘해서는 세뇌에서 깨어나려고 했다.
하지만 기프트는 의 신화에 반응하지 않았다.
그의 신화가 우위에 있는 것이다.
으로 체력을 회복했다지만, 은하는 여전히 지쳐 있었다.
지금도 계속 지쳐가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기프트가 이 세계에서 발현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결국 신화에는 신화로.
그 방법밖에 없었다.
은하는 끝내 힘을 풀어헤쳤다.
신화 현현
리바이벌
두 번째로 발동한 신화.
신화의 격이 떨어진다.
몸에 가해지는 부담이 커진다.
마인의 몸으로도 어찌할 수 없다.
화르륵!
신화와 신화가 부딪친다.
두 신화의 격은 엇비슷했다.
의 신화는 그가 두 번째로 발동한 신화에 필적하는 것이다.
본래라면 은하의 신화에는 턱없이 미치지 못했을 신화였다.
“결국 연달아 신화를 현현하게 된 셈이구나.”
의 세계가 축소된다.
검은 세계가 슬레이어들을 감싸고, 불길의 세계가 플레이어들을 감싸며 충돌한다.
은하는 정신을 차린 플레이어들을 뒤로하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신화를 현현한 이상, 이 자리에서 은 반드시 물리쳐야 해.
기회는 지금밖에 없어.
백서진은 추격해오지 않고 있었다.
거드름을 피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그가 없는 이때를 노려서 이라도 죽여야 했다.
나중에 그들을 한꺼번에 죽이는 건 상당히 힘들 것이다.
“허허, 이 자리에서 제대로 한 판 붙어보자는 건가? 내가, 너 따위에게 질 거라고 생각하나?” “아마겟돈도 그렇게 말하다 나한테 뒈지고 말았지.”
이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은하는 코웃음으로 받아쳤다.
그의 웃음소리가 뚝 끊겼다.
“너에게는 당한 것이 많지. 너만은 내가 반드시 죽일 것이다.”
“그럴 수나 있을까.”
전력 차가 크기는 했다.
하지만 은하의 신화의 보호를 받는 사람들은 죽으면 부활하는 능력을 손에 넣게 된다.
그것을 감안하면 백서진이 없는, 과 슬레이어들을 어느 정도 감당할 수 있을 터였다.
더욱이─.
─한매류 특식
무한 소나기
진홍의 세계가 일순 흔들리고.
그 속에서 송곳처럼 생긴 거대한 얼음이 무수히 날아들었다.
“뭣…!?”
“이걸로 전세는 다시 뒤집혔네?”
무한히 쏟아지는 얼음 비가 급기야 의 세계를 침범했다.
갑작스러운 공격에 은 미처 말을 잇지 못했다.
어둠 속에서 푸르게 빛나는 얼음이 과감히 자신의 존재를 드러냈다.
☆
지원이 너무 늦었다.
후방에 숨어 있던 슬레이어들에게 습격을 당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은 잔챙이였다.
류연화는 창을 휘둘러 그들을 전부 얼음 속에 가둬버렸다.
그리고 깨달은 것이다.
필시 은하하고 판도라 클랜원들이 슬레이어들에게 습격을 받고 있는 것이라고.
“감히….”
류연화는 감정표현이 서툴렀다.
하지만 그녀는 기습을 당하고서는 격정적인 감정에 휩싸였다.
“내 남자한테 손을 대?”
자신의 남편, 노은하가 비겁하게 슬레이어들에게 기습을 당했다는 게 몹시 화가 났다.
만약 그에게 문제라도 생겼다가는 가만두지 않으리라.
그녀는 거칠게 몰아치는 눈 결정을 몸에 두르며 눈을 번뜩였다.
그녀가 입을 열었다.
“태희야.” “…네, 연화 언니.”
냉기가 깃든 목소리였다.
절로 움츠러들게 만드는 목소리.
온태희가 눈치를 보며 답했다.
“저기 있는 사람들의 정보를 찾아, 선녀정부에 보고하도록 해. 변절한 사람들이 얼마나 있는지, 선녀님께 알려드려야지.”
“네, 그렇게 할게요.”
감정은 격정적으로 타올랐으나.
동시에 머리는 냉정하게 돌아가며 전황을 분석하고 있었다.
류연화는 클랜원들에게 지시했다.
“지금부터 변절자들을 척살한다.”
쿵 하고.
류연화가 창으로 바닥을 찍었다.
그리하여 그녀가 의 세계에 선제공격을 가한 것이다.
신화를 현현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은하와 함께 위명을 높인 류연화는 사실 이미 신화를 체화했다고 하더라도 무방했다.
한매류 특식
무한 소나기
그녀의 마법이 의 세계에 너프되지 않고 온전히 발동됐다.
☆
그 시각, 유남훈, 여우비가 이끄는 파티도 현장에 도착할 수 있었다.
강릉시 클랜원들까지 더해지면서, 슬레이어와 플레이어들의 전력 차가 현저히 줄어들었다.
하지만 박혜림이 소속한 레귤러스클랜을 추격하는 놈들 중에 마인이 있기도 했다.
“우비 너는 뒤에서 지원을 부탁해. 마인은 내가 상대할 테니까.”
“조심해, 저게 마인이라면….”
“보니까 칠마보다 강한 것 같지는 않은걸? 괜찮아.”
“후, 알았어.”
유남훈.
그가 마인을 상대하러 나섰다.
바로 그때였다.
────────!!!!!!!!!!!!!
돌연.
하늘에서 무언가가 떨어졌다.
그 순간 굉음이 일었다.
지반이 처참히 갈라졌다.
지반이 무너진 것은 순식간이었고, 그 위에 있던 슬레이어들이 아래로 추락하고 말았다.
“저 사람은, 대체….”
유남훈은 멍하니 입을 벌렸다.
서서히 걷히는 연기 속에서 나타난 존재는 여성이었다.
머리에 뿔이 나고.
검은 정장을 입은 여성.
커리어우먼으로만 보이는 여성이 주먹으로 지면을 친 것으로 이만한 광경을 만들어낸 것이다.
마법도 쓰지 않은 것 같았는데….
그냥 괴력으로 이렇게 만들었다고?
무슨…. 잠깐, 빨간 눈?
한편 유남훈은 그녀를 경계했다.
여성의 눈이 붉었다.
그제야 그는 여성의 존재가 굉장히 이질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인이다.
그것도 저 앞에 있는 마인들하고 격이 다른 마인.
유남훈은 절로 긴장했다.
적이 새로 늘어난 것이다.
“…….”
하지만 그의 걱정과 다르게.
여성은 그에게 힐끗 눈길을 주고는 등을 돌려버렸다.
그러고는 시선을 그가 상대하려던 마인들에게로 향한 것이다.
그녀가 권투 자세를 취했다.
“사실 살생은 좋아하지 않지만…. 아무래도 당신들은 죽이는 것밖에 답이 없을 것 같군요.”
“맞아요, 주저할 필요도 없어요.”
또각또각.
이내 한 여성이 구두 소리를 내며 플레이어들의 후방에서 나타났다.
노란 선글라스를 낀 여성.
그녀가 권투 자세를 취한 여성의 말에 호응해주었다.
“마침 강릉에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겠네요. 뭔가 영 찜찜해서 강릉에 놀러 온 건데, 이런 식으로 얻어걸릴 줄이야. 운이 좋았네.”
마인, 헤르미트.
송윤서.
그들이 플레이어들에게 가세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8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