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887
전날 밤에 보도된 재계그룹 이외 권력자들의 비리는 꺼질 줄 모르고 활활 타올랐다.
[단독] 갤럭시그룹, 승계 과정에서 일부 편법이 있었던 걸로 알려져…. 금감원으로 내부 문건 투서 [칼럼] 시리우스그룹, 단군 마켓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부정…. [속보] 갤럭시 바이오, 분식회계. 시리우스 모직을 포함해 다른….탈법, 위법, 불법.
횡령, 배임, 탈세, 분식 회계 등.
이 나라가 멸망에서 재건한 이래 그들이 저지른 온갖 부정적인 이슈가 연이어 보도되었다.
[단독] 익명인 제보, “시리우스그룹 비서실장이 내 회사에 압박을….”익명인에 의한 제보.
사람들은 그 익명인이 누구인지 모르지 않았다.
이런 짓을 할 사람은 백서진밖에 없었다.
그들은 그걸 알면서도 쉴 새 없이 터져 나오는 이슈에 분노했다.
[속보] KK 타이어 직계, “서울대 부정 입학, 청탁이 있었다.” [속보] 삼라 해운, 주가 조작 의혹 [속보] YH그룹 최예장, 성기능…. [속보] 파인 드론 직계, 음주운전 뺑소니 뒤늦게 알려져….속보, 속보, 속보….
까도 까도 계속 나왔다.
그 소식을 접할 때마다 사람들은 이 나라에 정녕 청렴결백한 사람은 없는 것이냐며 화를 냈다.
그중에서 그들은 노은하의 아버지에게 크게 실망했다.
[칼럼] 의 아버지는 도대체 어떤 사람인가…. [칼럼] 사실상 시리우스의 2인자, 비서실장 노 모씨에 대해서….노은하.
사람들은 그가 아마겟돈을 이기고 구국의 영웅으로서 발돋움한 것을 제 일처럼 여기고 있었다.
노은하를 존경했다.
그만큼 그의 가족들에게 존경심을 품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어젯밤부터 쏟아진 소식이 그의 아버지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기 시작한 것이다.
“사람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 이제 보니 노은하 그놈도 아버지의 권력을 휘두르고 있었던 것 아냐!?” “이렇게 된 거, 해명해야지. 정말 의 아버지나 되는 사람이 부정한 짓을 하지 않았는지 철저하게 밝혀내야 하지 않겠어?” “일단 입장 발표를 기다리자. 그럼 알 수 있겠지. 그때까지 중립 기어 세게 박아놔라.” “흥! 입장 발표가 나오면 뭐하냐? 보나마나 뻔하지. 사실무근입니다. 아니면 죄송합니다. 옛날 일입니다. 앞으로 잘하겠습니다. 그런 말밖에 더하겠냐?”
백서진의 변절은 그들의 관심에서 어느새 벗어나 있었다.
토벌이 문제가 아니었다.
그들이 지금 가장 원하고 있는 건 노은하하고 그의 아버지의 입장 발표였다.
“”””…….””””
사람들이 눈초리를 세우는 가운데.
이틀이 지나도 그들은 입장 발표를 하지 않았다.
☆
각종 비리 사건이 사회를 혼란으로 빠뜨리고 있었다.
시리우스, 루미너스, 앨리스, 하나, 동해그룹 다섯 그룹의 후원을 받는 판도라클랜도 논란의 흐름 속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특히나 판도라클랜에 소속해 있는 사람들 중에는 재계그룹과 관계된 사람들이 많았다.
클랜원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운영을 중단하고, 회관 문을 걸어잠가야 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설마 이런 식으로 노려올 줄이야, 젠장.
다른 한편 은하는 돌아가는 상황에 제대로 대처할 수 없었다.
뻔하다.
백서진의 노림수다.
그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이런 식의 공격에 대해서는 면역이 없었다.
더욱이 백서진이 세상에 퍼뜨린 건 모두 진실이었다.
그걸 거짓이라 치부할 수도 없고, 모른 척 넘어갈 수도 없었다.
어느 쪽이든 최악의 수였다.
세상 사람들은 어둠에 의해 가려진 부정적인 일들에 대해서 소신 있는 처벌을 원할 테니까.
그래서 더더욱 문제였다.
나를 공격하는 게 아니라…. 설마 아버지를 공격하는 건가?
시리우그룹과 관련된 부정들.
그것들 상당수가 아버지하고 깊은 연결고리를 갖고 있었다.
아버지는 회장의 오른팔이었다.
그만큼 시리우스그룹의 일에 깊이 관련되어 있을 수밖에 없었다.
만약 소신 있는 처벌을 내린다면, 자신의 아버지는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은하는 백서진의 비겁한 짓거리에 피가 거꾸로 솟구치는 듯했다.
“더 이상 괜한 소문이 나오지 않게 막도록 해. 그것들이 터지기 전에 우리가 먼저 수거하도록 하고.”
“애들을 풀어서 그러는 중이에요. 투서된 것들을 역추적해서 송신지를 찾고 있는 중이기도 하고요.”
이에 그는 논란을 알아차리자마자 이십오를 만나러 갔다.
숭인동 깊은 곳에 있는 폐가.
그곳에서 접선한 이십오는 상당히 피로한 기색을 보이고 있었다.
눈 밑에 다크써클이 나 있었다.
그 역시 낌새를 채고는 즉각적으로 수사에 착수한 것이다.
“창진 형.”
“어, 은하야.”
“따라오는 사람은 없었지?”
“내가 알기로는 없었어.”
그때 은하는 한창진을 불렀다.
이내 그의 그림자 속에 숨어 있던 한창진이 모습을 드러냈다.
세 사람은 그대로 현 상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이번에 유출된 정보 중 상당수가 어둠이 보관하고 있던 거였어. 아마 스승…, 아니지, 그 사람은 어둠이 보관한 정보를 사본으로 만들어둔 모양이야.”
한창진과 이십오가 다루는 어둠은 성격이 각기 달랐다.
한창진은 위법과 탈법에 해당하는 어둠을 관리하고 있었고, 이십오는 위법과 불법에 해당하는 모든 것을 관리하고 있었다.
두 사람을 합쳐 은하의 어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은하는 한창진의 이야기를 듣고는 중요한 것을 짚고 넘어가기로 했다.
“백서진이 지금도 여전히 어둠을 들여다보고 있을 가능성은?”
“불가능한 건 아니야. 내가 어둠에 몸을 의탁한 사람들의 생각을 모두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그럴 가능성은 적을 거야.”
“왜 그렇게 생각하는데?”
“이번에 유출된 정보. 다 옛날에 어둠이 보관하고 있던 거였으니까. 그것만으로 확신하기는 힘들겠지만, 그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어. 내가 일부러 가짜 정보를 흘려서, 그것도 같이 유포되나 봤는데….”
“그 정도면 됐어. 일단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생각할게.”
은하는 한창진의 말을 잘랐다.
그가 하는 말을 믿기로 했다.
중요한 것은 백서진이 대체 어디에 잠적하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투서한 게 백서진이라면, 거기서 묻어나는 마나를 추적할 수 있겠지. 결과는 어떻게 됐어?”
“백서진이 보낸 것은 틀림없겠지만 휘하에 있는 놈들이 보냈을 확률이 꽤 높죠. 몇 개 확인해보니 투서한 사람들은 주거지가 일정하지 않은 걸인들이었어요. 마법에 당했는지 자기가 투서했는지도 모르더라고요.”
“창진 형, 백서진의 마나가 깃든 물건 중에 가지고 있는 거 있어? 아니면 어둠에서 보관하는 거나.”
“아니, 없어. 그 사람은 지난번에 자취를 감출 때 자신을 추적하는데 필요한 모든 흔적을 지웠었거든.”
은하는 눈살을 찌푸렸다.
백서진은 이렇게 될 상황을 가정해 오래전부터 계획한 것이리라.
이십오와 한창진의 정보망으로도 백서진을 찾는 것은 어려울 듯했다.
백서진의 위치를 찾을 수 있어야, 여론의 관심을 다시 어떻게 돌릴 수 있을 것 같은데….
이래서는 찾는 데 오랫동안 시간만 잡아먹게 생겼네.
백서진과 휘하 세력의 소탕 작전.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작전은 좀처럼 진행을 보이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백서진의 문건이 터지면서 십이좌를 새로 선출하기에 상황이 애매해지기도 했다.
어떻게든 백서진의 행적을 알아내, 국민 여론이 백서진에게 집중하도록 유도해야 했다.
“그럼 우선 둘 다 백서진의 행적을 파악하는 것을 제일 우선해서 움직여줘. 이십오 너는….”
“주인님 아버지와 관련된 정보는 어떻게든 빠르게 찾아내서, 언론에 나오는 것을 막아볼게요.”
“그래, 부탁해.”
“나는 전국에 흩어져 있는, 어둠과 관련된 장소를 물색해볼게. 어쩌면 그곳 중 어디에 있을지도 몰라.”
결국 그날 세 사람은 서로 의견을 나누는 것 외에는 큰 소득을 얻지 못했다.
☆
한편 은하는 회동이 끝나는 대로 시리우스 디바이스 본사를 찾았다.
아버지를 만나기 위해서였다.
전화로는 괜찮다고 했지만….
심적 부담이 클 게 분명해. 직접 얼굴이라도 보고 위로해줘야지.
아버지의 부정이 터지고 나서.
아버지는 가족들에게 폐가 될까, 회사에서 숙식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어머니나 은애가 심히 걱정하는 중이었다.
오죽하면 은하에게 전화를 걸어, 아버지를 만나고 와 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어, 은하 왔냐?”
아버지를 본 지 한참이나 됐다.
은하는 간만에 아버지를 만났다.
직원의 안내를 받아 비서실장실로 발을 들인 은하의 눈에 들어온 것은 퀭한 몰골을 한 아버지였다.
“…며칠 안 씻었어요?”
“한 이틀 씻지 않았나. 하고 있는 일이 워낙에 많아서 씻을 시간도 없었거든.”
“빠빠….”
“꾸….”
아버지가 어색하게 웃었다.
은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난장판이었다.
온갖 서류가 바닥에 흩어져 있고, 아버지의 책상 위에도 문서가 잔뜩 쌓여 있었다.
그동안 일을 하고 있었다는 것은 틀림없는 듯했다.
“윽, 냄새…. 담배까지 피웠어요? 바닥에 굴러다니는 병들은 뭐예요?”
“회장님과 술 마시고, 담배 피우고 놀았지. 아니지, 사돈이지. 사돈하고 서로 주거니 받거니 했다.” “장인어른이 진짜….”
방 안으로 발을 들일수록.
은하는 아버지가 며칠 동안 어떻게 살았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어머니를 배려해서 오래전에 끊은 담배를 피운 것도 모자라, 집무실에 담배 냄새가 밸 정도로 피어댔다.
술은 얼마나 마신 것인지 바닥에 술병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일단 환기부터 해요.”
은하는 창문을 열었다.
차가운 공기가 들어왔다.
그제야 살 것 같았다.
이내 그는 아버지의 몰골을 보고는 한숨을 쉬었다.
“엄마가 하도 걱정했는데, 이러니 걱정할 만하겠네요.”
“하하, 엄마한테는 비밀인 거 알고 있지?”
“이따 누나가 영상통화 건다는데 혼날 준비나 해요.”
“윽….”
은하는 의자를 끌어다 앉았다.
아버지가 억지로 웃는 게 보였다.
아마 아버지도 지금 처한 상황을 어떻게 해결하면 좋을지 해결책이 떠오르지 않는 것이리라.
그래서 얼굴에 근심이 어려 있다.
은하는 입을 열었다.
“백서진의 위치를 찾아내게 되면, 여론을 백서진을 토벌해야 한다는 방향으로 바꿀 수 있을 거예요.”
“…….”
“그사이 문제가 될 수 있는 것들은 빠르게 처리하세요. 아빠가 원하면, 제가 도와줄 사람을 붙여줄게요.”
“그걸 말하려고 온 거냐.”
“그리고….” “거기까지만 해라.”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은하가 말을 이을 필요도 없었다.
아버지는 이미 그가 하려는 말을 짐작하고 있었다.
“내 밑에 있는 사람을 잘라내서, 나 몰라라 도망치라는 것 아니냐.”
“…….”
“나도 생각해보지 않은 게 아니야. 이번 일이 터지면서 살아보겠다고 별의별 생각을 다 해봤지. 그런데 그래도 그렇게까지 하면서 아등바등 발버둥 치고 싶지는 않더라고.”
아버지가 양해를 구했다.
그가 담배에 불을 붙이고 창가로 이동했다.
이내 은하에게 연기가 가지 않게 창문 너머로 연기를 뱉어냈다.
“아마도 네 엄마도 옛날부터 내가 마냥 착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쯤은 알고 있었겠지. 그러다 이번 일로 내가 저지른 일들이 터지게 되면서 상심이 많이 클 거야. 권력을 써서 몇 사람 인생을 파탄 냈는데 상심이 크지 않을 리 없겠지.”
“…….”
“그러니 네가 엄마 좀 위로해줘라. 나는 지금 보기가 좀 그렇거든.”
“그럼 아빠는 어떻게 하려고요?”
“…생각 중이다, 어떻게 할지.”
“죗값이라도 치르려고요? 그렇게 몇십 년을 들어가 있으려고요?”
“…….”
“차라리 회장님의 명령이 있었다고 이실직고해서 죄를 경감시키는 것은 어때요.”
“너한테는 장인어른인데…. 어떻게 그럴 수가 있겠냐.”
은하도 진심은 아니었다.
그래서 꼬리를 자르라 한 것이다.
아버지가 처한 상황을 해결할 만한 방법이 그것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가슴이 답답했다.
그리고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지금 이 상황은 완전히 나 때문에 만들어진 거야.
백서진이 내 주변 사람을 공격해서 나를 정신적으로 몰아세우려고….
은하는 이를 악물었다.
자신의 일이라면 꼬리라도 자르든, 살기 위해서 무엇이든 하려고 했을 것이다.
하지만 자신의 일이 아니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아빠, 설마….”
이내 은하는 말을 잇지 못했다.
문득 한 가지 방법이 떠올랐다.
자신이나 가족들에게는 최악이라고 할 수 있는 가능성.
은하는 차마 말을 하지 못하고는 아버지의 표정을 살폈다.
아버지는 피식 웃었다.
“안 죽는다, 안 죽어. 죽을 생각은 추호도 없으니까 그런 얼굴은 하지 말아라.”
“정말인 거죠?” “그래, 죽어서 도망친다는 것만큼 창피한 일은 없는 법이니까. 내가 죗값을 치르게 될지라도, 그러지는 않을 테니 걱정하지 마라.”
“그럼 이제 어떻게 하게요?” “글쎄…. 계속 방법을 찾아봐야지. 회장님도, 주변 사람들도 이 일로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는 중이니까 기다려야지. 시리우스그룹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들이니까 기다리다 보면 방법이 나오기는 할 거다.” “…….”
“아니면 네 말대로 여론의 관심이 토벌전으로 향한 사이에 어떻게든 시간을 벌든가 해야지. 힘들면 뭐, 네 엄마 데리고 다른 나라로 떠날까 생각 중이다. 너한테 있는 혐의는 네가 알아서 처리하고.”
그러니 너무 걱정 마라며.
아버지는 몇 번이고 강조했다.
결국 은하는 아버지가 하는 말을 믿을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현 상황에 관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
“그럼 저는 가볼게요.”
“그래, 잘 가라.”
어느덧 밤이 되었다.
은하는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서, 불닭이의 힘을 사용해 클랜회관으로 날아가기로 했다.
지금도 건물 밑에서 기자들이 계속 죽치고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괜히 붙잡혔다가는 곤란했다.
아버지는 그를 배웅했다.
은하가 문을 나서려던 그때였다.
“은하야.”
“네, 왜요?”
아버지가 불렀다.
은하는 몸을 돌렸다.
안경을 쓴 아버지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냥 한 번 불러봤다, 이놈아.” “…갑자기 웬 장난이래. 가볼게요.” “그래, 잘 가라. 행복하고. 엄마랑 은아랑 은애. 내가 없는 동안에는 네가 지켜야 하는 거 알지?”
“당연하죠. 걱정하지 말아요. 제가 가족들이 걱정하지 않게 할게요.”
그때, 그 말을 의심했어야 했다.
☆
모두, 거짓말이다.
방법 같은 것은 없었다.
해외로 도피한다고 하더라도 과연 좋은 대접이나 받을 수 있을까.
태어나기를 이 나라에서 자라서, 인생의 절반을 넘게 보낸 나라인데 떠나는 것이 가능키나 할까.
자신은 살기 위해 그럴 수 있어도, 은하 엄마는 무슨 잘못이겠는가.
언어도, 문화도 다른 나라에서 잘 살 수 있겠느냐는 말이다.
“이거 참, 거짓말을 해서 미안하네. 나중에 이놈이 알게 된다면 충격이 클 텐데….”
은하를 보내고 난 뒤.
아버지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는 담뱃갑에 들어 있는 담배가 모두 떨어질 때까지 담배를 피웠다.
해가 떨어지고 어둠에 잠긴 밤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권불십년, 화무십일홍이라….”
권세는 십 년을 가지 못하고.
꽃은 언젠가 지기 마련이다.
아버지는 갤럭시그룹의 초대 회장 최윤한이 사석에서 즐겨 꺼냈다는 말을 입에 담았다.
그래서 뭐라고 그랬더라.
최윤한 회장이 그때가 되기 전까지 있는 힘껏 살아보라고 그랬던가.
그 말이 딱 맞는다고 생각했다.
아버지는 지금까지 자신이 걸어온 인생을 되돌아보았다.
천애 고아였다.
혼자 살기 위해 악바리가 되었고, 그러다 은하 엄마를 만나고, 지금 이 자리까지 오게 되었다.
돌이켜보면 즐거운 인생이었다.
“내 선에서 끝을 내야지. 만약에 내가 처벌을 받게 되면, 회장님이나 다른 사람들도 휘말리게 될 테지.”
세상에 깨끗한 사람은 없었고.
아버지는 자신이 깨끗한 사람이라 생각한 적이 추호도 없었다.
운이 나쁠 경우, 어쩌면 자신에게 이런 상황이 오리라고 예감했다.
그래서 아버지는 생각보다 덤덤히 자신이 처한 상황을 받아들이고 있었다.
드륵
서랍을 열었다.
호신용으로 보관하고 있던 권총.
설마 그 권총을 자신에게 겨누는 날이 오게 될 줄은 몰랐다.
“은하한테는 부끄러움 많은 인생을 산 사람이나 그런다고 말했었는데, 내가 그 입장이 됐구나.”
절로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은하에게 미안해졌다.
혹시나 은하가 자신에게 죄책감을 느끼지 않을까 싶었다.
어차피 언젠가 터질 일이었다.
죄책감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의 아들이 오늘 이날을 평생 후회하며 살까 걱정이 됐다.
“…그럴 일은 없겠지. 아니기만을 바라야겠지.”
이내 아버지는 웃었다.
괜찮다.
이제 은하의 주위에는 많은 사람이 포진해 있었다.
며느리들이 다독여줄 것이다.
아버지는 자신의 관자놀이에 총을 가져다 댔다.
“…….”
눈을 감았다.
손이 덜덜 떨렸다.
그래도 웃으려고 했다.
인생을 돌아보면서 즐거운 추억을 떠올렸다.
모두 가족과 관련된 기억.
그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자신은 이런 선택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이게 최선이었다.
그러니 은하야─.
“─가족들을 부탁한다.”
몇 번이고 돌이켜봐도.
행복한 인생이었다.
한이랄 것도 없었다.
아무래도 지금 이 자리는 자신이 죽을 자리가 맞는 듯했다.
“후회 없는 인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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