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07
회귀 전, 흑색던전을 공략하면서 알려진 내용은 다음과 같다.
하나, 흑색던전에 사는 몬스터들은 기존에 알려져 있는 몬스터와 궤를 달리한다.
놈들에게서 얻은 스킬석과 재료는 특별하고, 특수하며, 희귀하다.
워낙 터무니없는 놈들이 나오니까 그만한 것들이 나올 만도 하지.
달리 말하면, 흑색던전에 서식하는 몬스터가 그만큼 강대한 힘을 품고 있다는 뜻이 된다.
실제로 은하는 놈들의 강함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하나, 흑색던전에 입장하게 되면 던전을 공략하지 않고서는 밖으로 나갈 수 없다.
하나, 흑색던전에 입장하게 되면 던전 가이드가 공략자들을 최심부로 안내하는 역할을 맡는다.
한편 흑색던전은 황색, 적색던전과 차원이 다른 세계였다.
황색, 적색던전은 현실에 존재하는 세계를 던전으로 탈바꿈한다.
하지만 흑색던전에 발을 들이면, 그곳에서 다른 세계로 이동한다.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세계는 꼭 다른 차원에 온 것 같은 생각이 들게 만든다.
하나의 세계만 있는 게 아니야.
흑색던전 안에는 여러 개의 세계가 탑이나 미궁이란 형식으로 돼 있어.
은하의 기억으로, 은 총 30개의 세계로 이루어져 있었다.
각 세계는 클리어 조건이 달랐고, 사람들을 피폐하게 만들었었다.
하나, 흑색던전을 공략하게 되면 인근에 있는 지대에서 몬스터들이 출몰하는 빈도가 줄어든다.
하나, 가장 크게 공헌한 공략자는 어떤 소원이든 이룰 수 있다.
마지막으로 첫 번째 정보와 함께, 두 가지 정보가 회귀 전에 사람들이 흑색던전의 공략을 외쳤던 이유라고 할 수 있다.
지금보다 더 나은 세상.
그리고 몬스터가 없는 세상.
공략이 계기가 돼, 전 세계 사람들은 거주하는 국가에 흑색던전의 공략을 부르짖는다.
한국 역시 마찬가지였다.
결국 한국은 여론을 이기지 못하고 플레이어들이 비공식적으로 행하던 공략을 공식적으로 받아들인다.
그 시기가 회귀 전으로는 은하가 32살이었던 나이.
현재 시점으로 3년 후의 일이었다.
“을 공략하겠다고? 내가 지금 잘못 들은 거지?”
“아니요.”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이 시기에 경기 북부 개발은 아직 흑색던전이 있는 강원도 철원까지 미치지 못했다.
남유럽 연합이 을 본격적으로 공략을 시작하지도 않은 상황이다.
그것 역시 1~2년이 남았다.
그런 상황에서.
은하는 갑자기 임가을을 찾아가, 세계 최초로 흑색던전을 공략하겠다는 말을 꺼낸 것이다.
“죽으려고 환장했구나. 미쳤어.”
임가을이 어처구니가 없어하면서 그런 말을 꺼내는 것도 마냥 무리가 아니었다.
☆
한밤중이었다.
업무를 마치고 이제 편하게 쉬려던 임가을은 때아닌 방문을 맞이하고 심기가 상해 있었다.
그런데다 상대는 정말 뜬금없게도 흑색던전을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평소 그녀였다면 짜증이 나서라도 상대를 내쫓았을 것이다.
상대가 노은하만 아니었다면.
그것만으로도 임가을은 인내심을 발휘했다고 할 수 있다.
“너는 흑색던전을 공략한다는 게 얼마나 허무맹랑한 일인지 알고서 하는 말이니?”
임가을은 한숨을 쉬었다.
길게 말할 필요도 없었다.
당장 일본만 하더라도, 몇 번이고 가고시마에 위치한 흑색던전 하나를 공략하려고 했을 정도다.
당연히 공략은 처참히 실패했다.
생존자는 없었다.
이외에 중국이나 다른 나라에서도 흑색던전을 공략하며 같은 결과를 내놓았다.
국제 마나관리기구가 흑색던전을 인류가 현재로서는 공략하지 못하는 미지의 영역이라고 평하는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네, 을 공략하는 걸 허락해주세요.”
“미친놈….”
그런데 은하는 죽으러 가겠다는 듯 흑색던전을 공략하겠다고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임가을로서는 속이 터지기만 했다.
그녀가 그나마 진정하고 말했다.
“우리도 언젠가 을 공략할 생각이기는 했어. 그 던전을 공략해야 철원 위로도 올라갈 수가 있을 테니까.” “네, 그렇겠죠.”
“하지만 그보다 선결되어야 하는 과제가 있는 거 아니니? 지금으로선 경기 북부 개발도 완료되지 않았고, 강원도 철원도 탈환하지 못했는데, 다짜고짜 흑색던전부터 공략하자고? 그게 말이 되는 소리라고 하니?” “그러니 판도라클랜이 주축이 돼, 공략대를 편성하고 싶다는 거예요. 선녀님께서 인가만 해주시면 아마 다른 클랜도 흥미를 보일 게….”
“너 지금 공인이야. 십이좌 필두. 그것도 모르겠어?”
임가을이 지적했다.
은하도 모르지 않았다.
상상하기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만약 자신이 흑색던전을 공략하러 강원도 철원으로 떠나려고 한다면, 민심이 반발할지도 몰랐다.
국가를 위해 일해야 하는 영웅이 사적인 이익을 추구하려는 행동이 좋게 보일 리 없었다.
“그래도 상관없어요.” “…….”
“제게 흑색던전을 공략해야만 하는 이유가 생겼으니까요. 필요하다면 십이좌 필두 자리도 돌려놓을게요. 저희 클랜에 있는 십이좌들 일부도 남겨놓을 테고요.” “…….” “십이좌들의 자리를 내놓을 생각도 하고 있고요.”
“이 자리까지 올라왔는데, 갑자기 손에 쥔 것들을 놓아버리겠다고? 참, 환장할 노릇이구나. 그런데 네가 십이좌 필두가 된 배경에 대해서는 기억하고 있는 거니?” “…….”
“지금 네가 앉아 있는 그 자리는 원한다고 물러날 수가 있는 자리가 아니야.”
“…알고 있어요.”
“그런데도 하는 소리야?”
은하는 타의에 의해 필두가 됐다.
아버지와 자신의 죗값을 갚기 위해 십이좌 필두로서 국가에 헌신하기로 다짐한 것이다.
그러니 은하가 원한다고 필두에서 물러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그것은─.
“─제 누나도 저하고 같은 이유로 십이좌가 된 거잖아요.” “…….”
“그러니 누나도 멋대로 십이좌를 그만둘 수 없는 거 아닌가요?”
노은아도 마찬가지였다.
현재 세상 사람들이 노은아에 대해 깨닫게 된 지금, 십이좌의 자리는 하나가 공석이 된 상태로 있었다.
임가을도 자각하고 있었다.
그녀는 눈살을 찌푸렸다.
“그래서? 은아를 되돌리는 것하고 흑색던전의 공략이 관계있다는 말이 하고 싶은 거니?”
“네, 맞아요.”
“무슨 관계가 있는데?”
임가을이 질문했다.
은하는 그녀의 질문에 대답했다.
흑색던전을 공력하면 어떤 소원도 이루어질 수 있다는 소리에 그녀의 얼굴이 묘해졌다.
“네가 그걸 어떻게 아는데?” “…….”
흑색던전에 대한 정보는 세상에는 공개되어 있지 않았다.
생존자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임가을은 은하의 대답에 의문을 품었다.
은하는 대답하는 것을 망설였다.
“사실은….”
하지만 임가을의 허락을 받으려면 사실대로 말할 수밖에 없었다.
은하는 입을 열려고 했다.
그때, 임가을이 말을 막았다.
“아니, 됐어.” “…….”
“이제 와서 네 비밀을 아는 것도 그렇게 중요한 게 아니지. 여기까지 온 이상, 나도 네 정체가 무엇일지 대충 짐작이 가는 것이 있으니까. 지금 중요한 건 흑색던전을 공략해 소원을 빌 수 있다는 거 아니니?”
임가을의 배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임가을이 생각에 잠겼다.
이내 그녀가 입을 열었다.
“이탈리아에서 연락이 온 게 있어. 이제 한 일주일 됐나?”
“이탈리아요?”
갑작스러운 화제 전환이었다.
은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그녀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갑작스러운 화제는 아니었다.
“너는 모르겠지만, 지금으로부터 딱 20년 전, 한-이 회담이 있었어. 그때 이탈리아 측과 모종의 협상을 맺은 게 있거든.” “모종의 협상이요?”
은하는 되물었다.
처음 듣는 소리였다.
회귀 전에는 없던 일이다.
한-이 회담은 이탈리아에 고립된 한국인들을 데려오는 걸로 끝났다.
그리고 그들 대부분은 용산구에서 외국인들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한-이 회담에 그가 모르는 협상이 하나 더 있었다는 게 그저 놀랍기만 했다.
“뭐, 그때는 추가할 사항이 없어서 즉흥적으로 추가한 것에 불과했지. 그런데 그게 도움이 될지 모르겠네. 나중에 이탈리아가 공략을 하게 될 때, 우리나라에서도 곁다리를 끼게 해달란 거였어.”
“…….”
“그리고 이번에 온 연락은 내년쯤 공략을 할 예정인데, 한국에서도 참가할 의향이 있는지 물어보는 거였고.”
은하는 순간 할 말을 잃었다.
무언가가 나비 효과가 돼서 한국이 공략에 참가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의 공략이라면….
난이도는 에 비해서 그나마 쉬울지도 몰라.
은하는 머리를 굴렸다.
회귀 전, 은하는 의 공략집을 달달 외울 만큼 읽었었다.
게다가 그는 공략에 핵심이 되는 인재를 데리고 있기도 했다.
노 어베니어.
회귀 전, 란 이명으로 불린 어베니어는 공략에 크게 일조했었다.
또한 남유럽 연합이 모이는 만큼, 뛰어난 실력을 지닌 플레이어들이 꽤 많을 것이다.
물론, 문제가 있기도 했다.
공략집으로 읽은 거랑 내가 직접 에서 겪는 것은 많이 다를 거야.
그에 비해 은 일단 회귀 전에 최심부까지 가봤으니까 어느 정도 공략이 수월하겠고.
이외에도 문제는 더 있었다.
이탈리아로 가려면 최소 이주에서 한 달 가까이 시간이 걸린다.
이탈리아의 플레이어들과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내년 언제 한다는데요?” “정확한 일정은 모르겠고 아마도 내년 말쯤으로 생각 중이라던데.”
그래서는 너무 늦는다.
프리시스 메모리의 말에 따르면, 세계 의지는 호락호락하지 않다.
지금이야 노은아에 대해 기억해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잊고 말리라.
실제로 은하는 그녀에 대해 억지로 떠올리지 않으면 기억이 흐릿해지는 느낌을 받고 있었다.
그때까지 기다렸다간 어떻게 될지 알 수 없어.
보스 몬스터를 쓰러뜨릴 수 있을지 알 수 없겠지만, 그래도 철원으로 향하는 수밖에 없어.
은하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임가을도 강하게 부정하지 않았다.
속전속결.
노은아에 대해 기억하고 있을 때, 흑색던전을 공략하는 게 나았다.
“그래, 좋아. 그럼 하나만 묻자.” “네.”
“정말 자신할 수 있는 거니?”
“…….”
“공략할 수 있다고 자신해?”
긴 대화 끝에.
임가을은 결국 손을 들어주었다.
은하가 해야 할 말은 하나였다.
“네, 공략에 성공하겠습니다.”
“좋아, 허락할게. 대신 다른 클랜 십이좌는 공략대에 넣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명심해.” “그렇게 할게요. 감사합니다.”
그리하여.
은하는 판도라클랜을 주축으로 해 흑색던전 공략대를 편성할 수 있게 되었다.
☆
임가을의 허락을 받았다.
이제 은하가 해야 할 일은 세상에 흑색던전을 공략하겠다고 발표하며 공략대를 모집하는 것이다.
승산을 알 수 없는 공략이니까…. 아마 판도라클랜이 관할하는 지역 클랜들의 힘을 빌려야겠지.
선녀정부의 지원은 아주 적었다.
공략에 참가하는 클랜들이 알아서 해결해야 할 몫이었다.
달리 말하면 흑색던전에서 얻게 될 보상은 전적으로 공략대원들에게만 분배될 거라고 할 수 있었다.
“서현이한테 부탁해 재계그룹들의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해야겠네.”
최대한 빠른 시간 내에 공략대를 편성해야 한다.
은하는 해야 할 일을 되새기고는 청와대를 나서려고 했다.
바로 그때였다.
“아무래도 제가 본 미래는 틀림이 없었나 보네요.”
” 님.”
복도 저편에서 송윤서가 걸어왔다.
그녀는 이 시간에 은하를 만나고도 의아스럽지 않은 듯했다.
오히려 은하가 올 것이라고 예견한 얼굴이었다.
“아마도 흑색던전을 공략하겠다고 선녀님한테 말하고 오는 길이겠죠?” “네, 맞아요.”
“얼굴을 보아하니 선녀님께서 결국 허락했을 것 같고….”
송윤서는 말을 흐렸다.
그녀는 얼굴을 찡그렸다.
탐탁지 않아 하는 얼굴이었다.
“판도라 클랜로드는 제가 보는 게 반드시 이루어진다는 걸 아나요?”
“운명을 본다고 하셨죠? 네.”
“제가 예견한 미래는 이루어져요. 판도라 클랜로드가 지금까지 운명을 바꾸었다고 해도, 제 예언은 지금껏 빗나가지 않았죠. 일단 제가 본 건 반드시 일어났으니까요.”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것일까.
은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자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그동안 저는 판도라 클랜로드의 별을 읽을 수 없었어요. 근데 방금 판도라 클랜로드의 별을 볼 수 있게 되었죠.”
“…….” “당신의 운명을 보았다는 거예요, 처음으로.”
회귀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다.
그녀는 그가 에서 죽음을 맞이할 것이라 예언했었다.
그렇기에 은하는 송윤서가 자신의 운명을 보았다는 것을 놀라워하지 않았다.
“그래서요? 어떤 미래였는데요?”
설령 회귀 전과 같다고 해도.
은하는 반드시 흑색던전에 들어갈 생각이었다.
그리고 운명에 저항할 것이다.
회귀를 하고, 지금까지 그러했듯.
그러니 송윤서의 대답이 어떻든지 신경 쓰지 않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대답은 의외였다.
“당신이 흑색던전의 보스로 보이는 존재와 대적하고 있었죠. 거기에서 미래는 끝이 났어요.” “…….”
송윤서가 본 미래가 달랐다.
회귀 전에 그녀는 은하가 보스에게 죽음을 맞이한다고 예언했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대적하는 것에서 미래가 끝이 난 것이다.
그 말은 즉─.
“─판도라 클랜로드는 그게 무슨 의미인지 알겠죠?” “…….”
“당신의 선택에 따라 어떻게 될지 달라진다는 거예요. 이길 수도 있고, 질 수도 있다는 거죠.”
미래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승산이 있다는 소리였다.
“어차피 제가 뭐라고 말하더라도, 판도라 클랜로드는 반드시 던전에 들어가겠죠. 그러니 말해준 거예요. 던전 공략이 아무리 힘들다고 해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말라고요.”
“…감사합니다.”
“건투를 빌게요.”
송윤서가 은하를 지나친다.
은하는 그녀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윽고 그는 걸음을 내디뎠다.
성큼성큼 앞으로 나아간다.
☆
흑색던전을 공략한다.
은하에게 그 말을 들은 클랜원들은 저마다 훈련에 들어갔다.
벽해수의 공방도 소식을 듣자마자 흑색던전 공략에 대비하기로 했다.
“거기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 애들 디바이스와 아티펙트 정비에 실수가 없도록 해야지.”
벽해수는 공방에서 직급이 높은 사람들을 불러모았다.
미지의 던전에 대해 대비하기 위해 많은 가정을 늘어놓았다.
그중 몇 가지 제안이 눈에 띄었다.
“마나를 불어넣는 것으로 자동으로 수복되는 디바이스라….”
만들지 못할 것도 없었다.
여명검과 황혼검을 만들게 되면서 어느 정도 정보를 얻기도 했다.
디바이스에 심각한 파손만 없다면 자동으로 수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날부터 벽해수는 마에스트로들과 작업에 착수했다.
크레스터들도 분주하게 움직였다.
디바이스가 완전히 부서졌을 경우, 대체할 디바이스를 마련해야 했기 때문이다.
단기간에 상당한 성능을 자랑하는 디바이스를 여럿 구할 수는 없었다.
그러니 문장을 사용해서 부족분을 마련해야 했다.
“흠, 이걸로는 부족해….”
그래도 벽해수는 안심하지 못했다.
흑색던전의 보스의 힘이 어떠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최악의 경우, 이론으로나 존재하는 제1위계일 경우를 가정해야 했다.
마음만 먹으면 세계를 멸망시키는 힘을 지닌 몬스터.
그런 몬스터가 존재한다면, 과연 어떻게 대응하면 될 것인가.
떠오르는 수는 하나밖에 없었다.
밖에 없어.
이라면 제1위계라고 해도 대응할 수 있을 거야.
사실 장담할 수 없었다.
모순이었다.
제1위계가 강할지, 의 힘이 강할지 알 수 없었다.
하지만 비벼볼 만했다.
벽해수는 최악의 상황을 고려해, 이 흑색던전 공략의 열쇠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의 힘을 디바이스에 담는 기술이 있다면 좋을 텐데….”
벽해수는 끙 소리를 냈다.
현재까지 의 힘을 담아내는 기술은 만들어지지 않았다.
헤파이스토스의 용광로의 힘으로도 불가능한 일이었다.
마나를 편산시키는 의 힘이 다른 마나를 부정하기 때문이다.
효과를 부여해도 한시적이리라.
코쿤처럼 막대한 재료를 들이붓고, 오랜 시간을 투자할 수도 없고….
그리고 그걸 가지고 다니기 편하게 경량화할 수도 없으니, 원….
어떻게 방법이 없는 것일까.
벽해수는 매일 같이 궁리했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새로운 형식으로 만들어봤어.” “새로운 형식?” “직접 봐봐.”
크레스터 백현율.
웬일로 그가 졸음기가 없는 얼굴로 벽해수를 찾아왔다.
그러고는 디바이스를 내놓았다.
벽해수는 디바이스를 살폈다.
“무슨 문장을 새긴 건데?” “이쪽에는 화염, 반대쪽에는 바람. 칼날 양면에 문장을 새긴 거야.”
“뭐?”
그 즉시 벽해수는 칼날에 새겨진 문장을 확인했다.
이제 보니 문장이 서로 달랐다.
“한쪽 면만 활성화시키면 마법이 발동하지 않게 설계되어 있어. 이게 어떤 식으로 작동하냐면….” “…….”
백현율이 기름종이를 꺼냈다.
기름종이 두 장에는 제각기 다른 문장이 그려져 있었다.
그가 그 문장을 겹치자─.
“─하나의 마법이 완성되는 거지. 바람마법과 화염마법이 더해지면서 일반적인 파이어 토네이도를 상회한 고차원적인 마법이 만들어지겠고.”
백현율이 차분히 설명했다.
벽해수는 할 말을 잃었다.
그의 머릿속으로 온갖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의 힘을 하나의 문장으로 담는 것은 불가능해. 존재 자체가 성립할 수 없어.
하지만 성립할 수가 없는 존재를 두 개의 문장으로 나눈다면?
적어도 마법이 발동되기 전까지는 문장으로서 유효하지 않을까.
단 한 번밖에 사용하지 못하겠지만 을 발동할 수 있지 않을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쳤을 때, 그가 덥석 백현율을 껴안았다.
“이거다! 이거야! 이거라고!! 정말 잘했다, 현율아! 너는 정말 천재야! 이러면 가능하겠어! 가능하겠다고!!” “제발…. 땀 냄새 나니까 저리 가.”
벽해수는 면도도 하지 않은 턱으로 백현율의 얼굴에 비볐다.
백현율이 죽는 소리를 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9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