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10
이전 삶에서.
흑색던전으로 발을 들인 공략대는 던전 가이드가 내준 미션을 받고는 혼란을 겪었다.
처음에는 아무도 죽이려 하지 않고 서로를 경계하기만 했다.
그때, 던전 가이드가 개입했다.
[에이! 이러면 재미가 없잖아요!! 이제부터 제가 10분이 지날 때마다 무작위로 1명씩 죽여드릴게요.]던전 가이드는 그런 말을 하고는, 손가락으로 가리킨 것으로 순식간에 사람의 머리를 터뜨렸다.
그제야 위험성을 인지한 공략대는 서로 와해해 전투를 벌였다.
그나마 피아 구별이 쉬웠었지.
흑색던전 공략에 참가한 사람들 중 처음부터 우리를 죽이려고 참가한 사람들도 있었으니까.
그때, 은하에게 던전 가이드가 준 미션은 기회이기도 했다.
적들이 틈을 노려 죽이려고 했듯, 은하도 틈을 노려 그들을 죽였다.
물론, 전부 죽이지는 못했다.
그사이 던전 가이드가 지정한 만큼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아하하! 덕분에 재미있게 봤네요. 인원이 절반으로 줄었으니까 1층은 이것으로 마무리하도록 할게요!]“”””…….””””
[근데 여러분, 이렇게 서로 싸워서 다음부터는 어떻게 할 거예요? 이제 협력은 물 건너간 것 같은데.]던전 가이드는 흑색던전의 의지가 세계 의지처럼 모여 만들어진 의사 전달체였다.
가장 사악한 의지로 이뤄진 존재.
요정의 탈을 쓴 놈의 정체는 실상 악마에 가깝기만 했다.
[에라, 모르겠다! 그러면 2층으로 이동하도록 할게요! 2층의 미션을 완료하기 위한 방법을 알려드리자면 협력이랍니다.]2, 3층의 미션은 던전 디펜스라고 볼 수 있었다.
망루 위에 선 공략대원들은 성벽 아래로 몰려드는 몬스터들을 상대로 성을 방어해야 했다.
하지만 1층에서 서로 반목해 싸운 그들이 협력을 필요로 하는 미션을 제대로 치를 수 있을 리 없었다.
“네놈이 내 친구를 죽였어!!”
“너도 죽어!!”
공략대원들은 몬스터를 죽이는 척, 1층에서 원한을 품게 된 사람들에게 공격을 가했다.
결과적으로 공략대는 내부의 적과 외부의 적을 동시에 상대해야 했다.
[싸워라! 싸워라! 이기는 편이 곧 우리 편!!]그것은 던전 가이드가 바란 목적과 일맥상통했다.
던전 가이드는 처음부터 공략대가 반목하기를 바란 것이다.
1층에서 그들을 와해하게 만들고, 2, 3층에서 그들이 서로를 의심하며 협력 자체가 불가능하게 만든다.
그로 인해 공략대가 3층의 미션을 마쳤을 때는 인원이 대폭 줄어들어 있었다.
정신적으로도, 체력적으로도 그만 지칠 수밖에 없었다.
그런 상태에서 그들은 본격적으로 난이도 높은 미션을 수행해야 했다.
그렇게 둘 수는 없지.
그래서 은하는 1층에서부터 시작될 증오를 원천봉쇄한 것이다.
☆
2층에서도, 3층에서도.
공략대는 수월하게 미션을 완료해 한 명도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
던전 디펜스의 규모가 상당했지만, 공략대원들끼리 협력해서 상대하니 그리 어렵지 않았다.
[대단하네요! 2층도, 3층도 이렇게 깔끔하게 완료하리라고는 몰랐네요. 진짜, 당신은 정체가 뭔가요? 제가 당신 기억을 살짝 엿봐도 될까요?]“꺼져.”
[쳇, 쩨쩨하게.]모두 은하 덕분이었다.
은하는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듯 공략 방안을 제시했고, 앞으로 나서 강력한 몬스터들을 물리쳤다.
공략대원들은 그가 하는 말을 따라 싸웠을 뿐이다.
또한 어베니어의 역할이 컸다.
‘처음에는 주먹.’
한 차례 공중전이 펼쳐졌었다.
그때, 성벽 위에 오른 어베니어가 자신의 주먹을 감싸 쥐고 단신으로 놈들을 상대했다.
자이언트 블로우(Giant Blow)
그 순간, 성벽 위로 거인의 형상이 모습을 드러냈다.
어베니어가 공중을 향해 재빠르게 주먹을 내지르자, 거인이 그를 따라 주먹을 내질렀다.
한 방의 주먹에 대기가 폭발했고, 날갯짓하며 침공을 준비하던 놈들이 우수수 격추당했다.
주먹은 한 번에서 그치지 않았고, 놈들이 한 마리도 남지 않을 때까지 몇 번이고 이어졌다.
‘쟤…. 가디언 맞아?’
‘아니, 뭐 저런 놈이 다 있어?’
‘쟤가 올해 신입이라고? 미친….’
‘올해도 판도라가 판도라한 거지. 뭘 이제 와서 놀라고 그러냐, 미친.’
공중전에 대비하고 있던 배수빈과 다른 사람들은 그저 넋이 나간 채로 중얼거리기만 했다.
덕분에 공략대원들이 입은 피해는 아주 경미했다.
이걸로 2, 3층은 클리어했어.
이제 27층이나 남은 건가.
한편 은하는 남은 층을 헤아렸다.
회귀 전의 기억을 이용해 3층까지 빠르게 완료할 수 있었다.
하지만 4층부터 난이도가 오른다.
그때부터 제4위계들이 출몰한다.
다들 너무 지쳤어.
2, 3층을 거의 연속으로 막느라고 제대로 쉴 시간도 갖지 못했어.
은하는 공략대원들을 돌아보았다.
성벽 위.
바닥에 털썩 주저앉거나 드러누운 그들은 숨을 헐떡이기 바빴다.
은하 역시 워낙에 무리한 나머지, 전신에서 힘이 쭉 빠져 있었다.
이대로 다음 층으로 넘어갔다가는 공략대가 붕괴하게 될지도 몰랐다.
“던전 가이드.”
[넵!]체력을 회복해야 했다.
판단을 마친 은하는 던전 가이드를 불렀다.
공성 병기처럼 몬스터를 요격하다 탈진에 이르게 된 조아라를 보면서 깔깔거리던 요정이 날아왔다.
[다음 층으로 이동해드릴까요?]“아니. 일단 여기서 멈춰. 여기에서 휴식을 취할 거야.”
[아쉽네요. 아무 말도 안 했다면, 모른 척하고서 4층으로 보내버렸을 테니까요.]“”””…….””””
[그럼 떼거리로 죽어 나가는 것을 볼 수 있었을 텐데, 안타깝네요. 뭐, 아직 27층이나 남았으니까요. 지금 죽지 않았다고 해도, 더 심층으로 내려가면 죽어 나가게 되겠죠.]공략대원들이 고개를 들었다.
그들이 질색하는 표정을 지었다.
이제 그들도 던전 가이드의 본질이 어떠한지 깨닫고 있었다.
놈은 굳이 따지자면 악마였다.
순수함을 가장해 속이는 악마.
내가 쉬자고 말을 하지 않았으면, 저 녀석은 자기가 말했던 것과 같이 우리를 다짜고짜 다음 층으로 보내 죽게 만들었겠지.
은하는 나직이 한숨을 쉬었다.
회귀 전, 공략대는 쉬지도 못하고 계속되는 임무에 몸을 맡겨야 했다.
그들은 던전 가이드에게 부탁하면 쉴 수 있을 것이란 사실을 몰랐다.
그때 아주 우연히 누군가가 쉬자는 말을 꺼내지 않았다면, 최심부까지 쉬지도 않고 내려가야 했으리라.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이번 삶에서 은하는 냉큼 제동을 건 것이다.
[좋아요. 그럼 여러분의 시간으로 24시간을 드리도록 할게요. 그동안 3층에서 편히 쉬도록 하세요.]이윽고 던전 가이드가 공략대에게 휴식의 시간을 주었다.
하지만 공략대원들은 그 말을 듣고 긴장을 풀 수 없었다.
혹시 모를 일이었다.
그들의 시선이 은하에게 향했다.
“들었죠? 다들 24시간 동안 편안히 쉬도록 하세요. 이 층에는 더 이상 몬스터가 나오지 않을 테니까요. 그렇지?”
[흥! 너무 꼬치꼬치 캐묻고 그러면 하나도 재미없는데. 제가 거짓말을 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나 보네요. 네, 이 층에서 몬스터들은 더 이상 나오지 않을 겁니다.]“그러니 편히 쉬세요.”
은하의 명령이 떨어졌다.
그제야 공략대원들은 긴장을 풀고 뒤로 벌렁 드러누웠다.
“휴, 진짜 죽는 줄 알았네!”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공략대원들은 그제야 물을 마시며, 양옆에 있는 사람들과 떠들었다.
“은우야. 힘들겠지만 서포터들이랑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부상을 당한 사람들을 치료해줘.” “알았어. 그것만 하고 나도 얼른 쉬어야겠다.”
차은우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땀에 젖어 뺨에 들러붙은 머리칼을 떼어낸 그녀가 몸을 움직였다.
이내 그녀를 따라 이리야, 여우비, 다른 서포터들도 지원에 나섰다.
은하는 홀스터에서 포션을 꺼냈다.
…엄청 쓰네.
정석훈의 프리미엄 포션.
에스프레소 더블 샷.
그는 포션을 홀짝이며 바닥이 난 마나를 천천히 채웠다.
마인의 몸을 가져 다행이긴 하네.
마나를 펑펑 터뜨리며 싸우더라도 마나가 남아 있으니까.
체내 마나량이 늘어난 것으로 인해 기프트를 발동하는 횟수가 줄었다.
대신 전보다 더 과감하고 위협적인 공세를 펼칠 수 있게 됐다.
은하는 체내 마나량을 확인하고는 고개를 돌렸다.
“괜찮아?”
정하양이 살며시 손을 잡아왔다.
“얼굴 더러워진 것 봐.”
“그러는 하양이 너는?”
후방에서 전장을 지휘하던 그녀도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은하는 그녀의 이마에 묻은 재를 엄지손가락으로 닦아주었다.
정하양은 까치발을 서며, 행여나 그가 다치지 않았는지 살폈다.
“너 혼자서 무리하려고 하지 마. 다들 각오하고 들어온 거니까. 우리, 이제 네가 지켜줘야 할 만큼 약하지 않거든?”
“그래, 미안해.”
짐짓 엄한 어조로 말하는 정하양.
은하는 피식 웃었다.
그녀의 말이 맞았다.
은하가 회귀 전보다 강해졌듯이, 클랜원들도 회귀 전보다 강해졌다.
더는 은하의 보살핌을 받을 정도로 약하지 않았다.
하양이 말이 맞아.
흑색던전에 들어오고부터 나 혼자 다 하는 느낌이 강하기는 해.
어쩔 수 없는 일이기는 했다.
은하는 자신이 괜히 저들을 이곳에 끌어들인 것에 미안함을 느꼈다.
정하양은 그의 마음을 간파했다.
그녀가 따끔한 어조로 말했다.
“미안해하지 마.” “…….”
“은하 너만 은아 언니를 구하려고 여기에 들어온 게 아니니까.”
“…그러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자신과 클랜원들의 목표는 같았다.
괜히 자신이 다할 필요가 없다.
이내 그는 자신의 곁에 모여 있는 클랜원들을 돌아보았다.
그들도 재잘재잘 떠들고 있었다.
표정이 밝아서 보기 좋았다.
“”””…….””””
그때 클랜원들도 시선을 느끼고는 은하를 바라보았다.
그러자 그들이 뭐가 그리 웃긴지 깔깔거렸다.
“쟤, 저거 피 뒤집어쓴 것 봐. 진짜 좀 씻어라. 설마 마나가 아깝다고 세정마법을 쓰지 않는 건 아니지?”
“은하은하! 내가 마법으로 깨끗이 씻겨줄까? 말만 해! 그런 의미에서 쉬는 겸 소주 팩이나 하나….”
“얘들아! 파랑 형이 방금 트럭으로 들어갔어! 아무래도 보급품을 몰래 빼먹으려고 하나 봐!” “뭐라고!? 파랑 오빠! 지금 혼자서 뭘 먹으려고 하는 거야!? 나도 같이 먹어! 배고파 죽겠단 말이야!!”
배수빈, 아리엘, 강시형, 조아라.
네 사람을 시작으로 그들이 연신 떠들어댔다.
정신 사나운 이야기였다.
결국 은하는 어깨를 들썩였다.
“이제야 좀 긴장이 풀리냐?”
“그래, 임마.”
목민호가 다가와 비아냥거렸다.
은하는 시비조로 말을 거는 그에게 비슷한 어조로 답해주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애들은 한 명도 죽지 않았어. 이참에 클랜로드로서 한마디 해주는 게 어때?”
“한마디라….”
“”””…….””””
클랜원들이 말소리를 뚝 그쳤다.
은하는 할 말을 골랐다.
해줄 말이 별거 없었다.
“27층 남았어. 그러니 쉴 땐 쉬고, 싸울 때는 방심하지 말고 싸우자. 나라도 이 던전에 대해서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니까 언제든지 주의하고.”
“들었냐? 얘들아, 시간의 신님도 전지전능하지는 않단다.”
목민호가 뒤에 있는 클랜원들에게 들으란 듯이 이야기했다.
시간의 신.
클랜원들이 키득거렸다.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클랜원들은 자신의 정체에 대해서 구태여 추궁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들의 배려가 고마웠다.
그렇다고 마냥 그들의 배려를 받아 입을 다물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제는 자신을 기다려준 그들에게 말해도 되는 때이리라.
“이 던전을 공략하고 나가게 되면, 그때는 숨기지 않고 이야기해줄게. 내가 사실은 어떤 사람인지. 그러니 다들 멋대로 죽지 말라고.”
은하는 한 명씩 눈을 마주하고는, 자신의 진심을 전달하려 했다.
이제는 숨길 필요가 없는 이야기.
하지만 자신이 그동안 걸어온 길을 이야기하고, 그들이 받아들이려면 오랜 시간이 걸리리라.
이 상황에서는 말할 수 없었다.
클랜원들도 알고 있는 듯했다.
그렇기에 클랜원들은 밖에 나가서 이야기한다는 말을 받아들였다.
“주님이 회귀를 했든, 환생을 했든, 빙의를 했든 아무런 상관이 없어요. 주님은 주님인걸요. 오히려 그래서 더 주님에게 끌리는지도….”
“이리야 언니 사망 플래그 세운다! 다들 이리야 언니 입 막아!”
“조용해진다 싶으면, 시끄러워지고 정말 정신이 없네.”
여우비가 소리친다.
호시미야 카에데가 고개를 젓는다.
난장판이 따로 없다.
은하는 웃음을 터뜨렸다.
☆
24시간이 지났다.
던전 가이드는 그동안 공략대원들 주위를 날아다니며 쓸데없는 소리를 늘어놓았다.
물론, 전부 쓸모없지는 않았다.
던전 가이드가 꺼내는 이야기에는 흑색던전에 관해서 유용한 정보도 섞여 있었다.
공략대원들은 이제 던전 가이드를 어느 정도 다루는 법을 알게 됐다.
[자, 그럼 4층으로 이동했습니다! 4층 미션을 전달할게요.]공략대원들은 4층으로 소환됐다.
4층에 소환되자마자 그들은 감각을 곤두세웠다.
사방에서 고위계 몬스터의 기운이 느껴지고 있었다.
“다들 조심하도록 해. 말한 것처럼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위험한 놈들이 나오게 될 테니까.”
미궁으로 이루어진 세계.
은하는 저 멀리 어둠을 내다보며 공략대원들에게 주의했다.
던전 가이드는 설명을 계속했다.
[4층부터는 여러분의 지식으로는, 제4위계로 통하는 몬스터들이 등장한답니다.]3층까지 등장한 몬스터는 높아봤자 제5위계 오버랭크가 끝이었다.
하지만 4층부터는 다르다.
던전 가이드는 은하가 공략대에게 전한 정보를 되풀이했다.
[지금 이 층에 있는 몬스터 중에도 제4위계 그리고 오버랭크 위험도의 몬스터들이 서식하고 있죠. 그 수는 무려 100마리에 달한답니다!!]공략대원들은 아연실색했다.
은하의 이야기로 듣기는 했었지만, 제4위계 그리고 오버랭크 몬스터가 100마리나 존재한다는 게 놀랍기만 했다.
하지만 100마리가 다가 아니었다.
그 밑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의 수도 감안해야 했다.
공략대원들은 침을 삼켰다.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괜찮아요. 여러분은 이 층에 있는 몬스터들을 1마리도 남기지 않고 죽이면 됩니다. 별거 없죠?]“”””…….””””
말로는 쉬웠다.
공략대원들은 지형지물에 익숙한 몬스터들을 상대로 싸워야 했다.
그리고 몬스터들 중에 지능이 높은 몬스터가 있을 수 있었다.
그들이 무리를 이뤄 공격해 온다면 상대하기 까다로울 터였다.
크르르르
그러나 공략대원들이 준비가 됐든, 그러지 않았든 관계없이.
던전 가이드가 시작을 선언했다.
그러자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던 몬스터들이 몸을 일으켰다.
공략대원들은 주위에서 반짝이는 눈들을 발견했다.
“미친….”
누군가가 그런 소리를 내뱉었다.
몬스터들은 영악하게도 공략대가 소환된 지점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던전 가이드가 선언한 즉시 공략대를 기습한 것이다.
“가디언들은 정신 똑바로 차리고 방패를 들어!!!”
사람들이 황급히 외쳤다.
전투는 그렇게 갑작스레 시작되고, 진형도 제대로 이루지 못한 상태로 전개되었다.
☆
흑색던전 공략대의 사망자 0.
기록은 4층에서부터 깨졌다.
많은 사람이 죽었다.
공략대는 4층에서 야전을 벌이고, 한밤중에도 전투를 벌이며 놈들을 죽여야 했다.
그렇게 3일이 흘러서야, 녀석들을 모조리 소탕할 수 있었다.
[좋아요! 그럼 24시간 쉰 다음에 다음 층으로 가도록 할게요!!]던전 가이드는 신이 났다.
흑색던전에서 사망하는 사람들은 흑색던전의 자양분이 되어 사라지기 때문이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내려가야 했고, 죽은 사람들은 던전에 먹힐 운명에 놓여 있었다.
그것이 흑색던전의 순리였다.
[5층으로 이동합니다!!]던전을 공략할 때까지.
밖으로 나가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때쯤 공략대원들은 흑색던전에 발을 들인 자신의 선택을 후회했다.
그럼에도 그들은 나아가야 했다.
흑색던전은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임무를 완료한 층은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활성화된다.
결국 공략대원들에게는 최심부로 내려가는 것밖에 답이 없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꾸역꾸역 던전의 최심부로 내려갔다.
5층, 6층, 7층, 8층….
내려갈 때마다 사람 수가 줄었다.
9층에서는 끝내 판도라 클랜원이 1명 목숨을 잃고 말았다.
여명검으로도 어찌할 수 없었다.
“─네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어. 정말 고맙고, 미안하다.”
그럼에도 은하는 나아갔다.
사람들은 몬스터의 뱃속을 헤집어 인식표를 챙기고, 클랜원의 죽음에 명복을 빌었다.
그리하여 그들은 10층에 도착했다.
[10층에 오신 것을 환영해요! 이제 3분의 1까지 도달한 셈이군요.]“”””…….””””
시간이 한 달이 넘게 흐른 듯했다.
공략대원들은 이제야 3분의 1을 공략했을 뿐이다.
몸은 언제든 치료할 수 있었지만, 정신은 마법으로도 어찌하지 못하고 피폐해져 가기만 했다.
그런 상황에서 던전 가이드는 마치 비웃는 듯한 소리를 냈다.
[10층에 대해 설명하자면…. 음, 여러분의 지식으로 기프트라는 것을 사용하지 못하는 층입니다! 그리고 마법은 위력이 떨어지고요.]그 말에.
공략대원들의 얼굴이 멍해졌다.
[그런 상황에서 이번에는 얼마나 살아남을 수 있을까요?]이전 삶에서.
손가연이 죽은 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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