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11
기프트를 사용하지 못하고, 마법의 위력이 절감되는 10층.
회귀 전, 9층까지 꾸역꾸역 내려온 공략대는 능력이 봉인되는 상황에 크게 당황하고 말았다.
흑색던전에 참가할 만한 실력자면 기프트에 대한 의존이나 활용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어.
그런데 기프트를 사용할 수 없는 제약을 받게 되면 당황할 만도 해.
그들로서는 처음으로 겪는 상황에 우왕좌왕할 수밖에 없었다.
더욱이 10층에 도사리는 몬스터가 워낙 강해서, 기프트를 쓰지 않고 상대하기 골치 아프기도 했다.
그로 인해 7층 이후 속도가 붙던 공략은 다시 더뎌졌다.
문제는 거기에서 끝나지 않았다.
이미 10층에 내려올 때까지 서로 반목하고, 화해하기를 반복했었지.
그런 상황에서 기프트를 봉인당해 실력이 격감한 사람들은 적들에게 표적이 돼버렸고.
누가 선녀정부의 적이냐.
혹은 누가 변절했느냐.
1층에서 일어난 사건은 공략대를 적과 아군으로 구분하지 못하도록 만들었다.
선녀정부의 적이 된 사람들 중에는 살기 위해 은하에게 붙기도 했고, 은하의 편이었던 사람들은 1층에서 증오심을 품고 돌아서기도 했다.
결국 파악하지 못한 적들과 함께 10층 공략에 임해야 했다.
그 결과─.
‘─누가…, 가연이를 죽인 거야…. 어떤 새끼가 말도 못 하는 애를 이런 꼴로 만든 거냐고─!!!’
손가연은 잔인하게 죽고 말았다.
범인은 알 수 없었다.
아니, 짐작은 갔지만 증거가 없어 그들을 죽이지 못했다.
그놈들은 여기에는 없구나.
이번 삶에는 죽었는지, 살았는지 잘 모르겠네.
이름도 기억나지 않고.
얼굴만 어렴풋이 기억나는 놈들.
은하는 공략대원들의 얼굴을 훑고, 마침 근처에 있던 손가연을 찾았다.
그러고는 그녀의 머리에 손을 탁 얹었다.
「?」
손가연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마스크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갑자기 그가 머리에 손을 얹으니 의아해한 것이다.
「클랜로드?」
“그냥. 너는 여기 있는 동안에는 꼭 누구랑 같이 다니라고.”
「왜요?」
“여기는 흑색던전이니까. 갑자기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르는 상황에서, 너 혼자서는 주변에 알리기 힘들 수 있잖아.”
「말, 때문에요?」
“뭐, 그것도 있고. 특히 이 층에서 너는 기프트를 사용하지 못하잖아. 그러니까 조심하라고.” “말…. 이제 좀, 가능한데….”
손가연이 마스크를 살짝 내렸다.
그러고는 쭈뼛거리며 말했다.
이에 은하는 발음이 뚜렷하지 않은 목소리를 듣고 그녀의 머리를 헝클어뜨렸다.
이번 삶에서 손가연은 어쩐 일인지 띄엄띄엄 말을 할 수 있게 됐다.
칠마를 쓰러뜨리고 난 후부터였다.
태희랑 애들 덕분이겠지.
자신은 아무것도 한 게 없었다.
하지만 은하는 그녀가 이번 삶에서 말을 하게 된 계기를 어느 정도는 짐작할 수 있었다.
온태희와 선미예.
그리고 판도라 클랜원들.
그들이 자신이 챙겨주지 못한 만큼 그녀를 챙겨준 덕분이리라.
그럼에도 마냥 안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조심하라면 조심하라고. 혹시 모르는 일이잖아.” 「…제가 여기서 죽나요? 아니지, 죽었던 건가요?」
“몰라. 안 말해줄 거야.”
「그냥 알려주지. 나빴어.」
“어쨌든. 얌전히 내 말이나 들어. 이번 층에서 라라는 네가 꼭 데리고 다니고.”
「…네, 알겠어요. 걱정해줘서 감사합니다.」
헝클어진 머리를 정리하는 손가연.
살며시 미간을 모은 그녀가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라라라♬”
“라라, 너도 잘 부탁한다.”
“라라라!”
한편 은하는 손가연의 가슴 속에서 날아오른 라라에게 말을 건넸다.
기프트는 사용할 수 없지만 환수는 별개에 해당했다.
혹시라도 손가연에게 회귀 전 같은 상황이 발생한다면, 그녀는 라라로 기프트를 대신하면 될 뿐이다.
뭐, 그럴 일이야 없겠지만.
다행히 자신이 걱정하는 일은 아마 일어나지 않으리라.
공략대원들의 사이가 좋았으니까.
그들은 노은하를 중심으로 탄탄한 지휘 관계를 구축하고 있었다.
☆
[10층 미션에 대해 알려드릴게요! 10층 어딘가에는 11층으로 향하는 문이 존재한답니다. 문이 출현하는 위치는 시간에 따라서 달라지고요. 그러니 여러분은 이 층에 존재하는 몬스터들을 모두 물리치든, 아니면 몬스터들을 피해서 출구를 찾으면 됩니다. 어때요? 이전 층들에 비해 참 쉽죠?]기프트를 사용하지 못한다.
던전 가이드가 꺼낸 설명은 그나마 공략대원들의 숨이 트이게 했다.
그럼에도 난이도는 여전했다.
왜냐하면─.
[─안심하기에는 이르죠. 이제부터 제3위계 몬스터들도 모습을 보이기 시작할 거거든요. 아, 이 층만 해도 17마리나 존재한답니다. 오버랭크가 없는 것만으로 다행이죠?]“”””…….””””
제3위계 몬스터가 출몰한다.
공략대원들은 얼어붙었다.
그나마 몬스터를 모두 죽여야 하는 조건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이윽고 그들은 내심 안도했다.
그래도 아직 안심하기에는 일렀다.
랜덤으로 출현하는 문을 찾는 게 상당히 어려운 일이야.
위험하기도 하고.
공략대원들이 착각하는 게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문이라는 개념과 던전 가이드가 말한 문이란 개념은 달랐다.
은하는 손을 들었다.
“던전 가이드.”
[네, 뭐죠?]“네가 말하는 문이 대체 뭐지?”
[문은 문이죠. 문 몰라요?]“그래서, 몰라서 묻는다. 문이란 게 종류가 다양하고, 추상적인 것까지 접근하면 무궁무진해지잖아?”
[…….]“여닫이문, 미닫이문…. 그리고 다른 곳으로 이어지는 통로나 입구도 어찌 보면 문이라 할 수 있을 텐데. 도대체 어떤 문을 말하는 거야?”
은하는 던전 가이드에게 따졌다.
공략대원들은 그가 하는 말을 듣고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이에 던전 가이드가 입을 찢었다.
[당신, 정말 짜증나네요.]“됐고, 묻는 말에나 대답해. 너는 던전 가이드인 만큼, 던전에 들어온 우리한테 솔직하게 말해야만 하는 의무가 있을 텐데?”
은하가 이죽거렸다.
던전 가이드는 혀를 툴툴 찼다.
던전 가이드의 존재 의의는 이곳에 발을 들인 존재에게 던전에 대해서 친절히 설명하는 것에 있었다.
거짓말은 용납되지 않았다.
의지로 이루어진 던전 가이드에게 거짓말이란 스스로를 부정하는 것과 다름없었다.
그렇기에 놈은 공략자들이 던전을 원활히 공략할 수 있도록, 최대한 질문에 응해줘야 했다.
은하의 질문은 놈이 답할 수 있는 영역에 속했다.
[자요. 이게 문이에요.]“”””…….””””
결국 던전 가이드는 이해하기 쉽게 문을 만들어냈다.
공략대원들의 눈이 크게 떠졌다.
그들이 생각한 문과 다른 것이다.
꼭 무언가의 목구멍처럼 생긴 듯, 검은 소용돌이처럼 생긴 아공간.
어둠이 내려앉은 공간에서는 다소 찾기가 어려울 듯했다.
[이렇게 생긴 문이 던전 어딘가에 숨어 있을 거예요. 여러분이 문을 어떤 개념으로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적어도 저는 이렇게 생각한답니다. 문 너머로 들어가면 다른 공간으로 이동하는 것. 그게 문이죠.]“”””…….””””
공략대원들은 혀를 내둘렀다.
잘못했다가는 오랜 시간을 보내며 문처럼 생긴 것을 찾을 뻔했다.
[그럼 제 의도하고 다르게 됐지만 무운을 빌게요! 지금부터 10층 미션을 시작하겠습니다!!]던전 가이드가 주위를 날아다니며 요란하게 빛의 가루를 뿌렸다.
그것으로 미션이 시작되었다.
공략대원들이 긴장했다.
그런 한편으로 그들은 은하의 말을 기다렸다.
“서나야, 내 말 전해줘.”
“응, 알았어.”
몬스터들의 기척이 가까워진다.
던전 가이드가 미션을 개시하면서, 공략대원들이 말하는 소리와 냄새를 기민하게 포착한 몬스터들이 움직인 것이다.
“다음 층으로 이동하는 문은 아마 몬스터들의 입 안에 있을 가능성이 높아.” “뭐?”
“아까 봤지? 그건 아공간이 아니라 목구멍이야.” “그렇다는 말은….”
진서나의 목소리가 낮아졌다.
은하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가 그녀가 염려하는 말을 입에 담았다.
“공략대원들에게 몬스터의 입 안을 유심히 살펴보라고 전해. 가능하면 무작정 죽이려 하지 말고, 몬스터의 입 안에 문이 있는지 보라고.” “…….”
“만약 문이 있는 몬스터를 죽이면, 문은 다른 몬스터에게 이동할 거야. 그러니 가능하면 처음 발견하자마자 끝내야지.”
이전 삶에서 공략대는 문을 찾느라 무의미한 시간과 체력을 소모했다.
그러다 그들은 몬스터의 입속에서 문을 발견하고 허탈감에 빠졌었다.
그때를 기억하고 있었기에, 은하는 던전 가이드가 의도적으로 얼버무린 말에 현혹되지 않은 것이다.
그때, 10층을 완료하고 난 이후에 던전 가이드가 말했었지.
문이 랜덤으로 생기는 위치는 바로 층에 있는 몬스터의 입속이라고.
이에 은하는 이번 삶에서도 문이 몬스터의 입속에 있다고 짐작했다.
흑색던전에는 규칙이 있었다.
던전 가이드는 자신의 흥미를 위해 던전을 멋대로 개변할 수 없다.
그렇기에 그가 기억하는 공략법은 이번 삶에서도 적용될 것이다.
그가 두 자루의 검을 쥐었다.
“아쉽네. 이십오의 기프트만 쓰면, 아까 던전 가이드가 문을 보였을 때 기프트로 추적하면 됐을 텐데.”
은하는 나직이 읊조렸다.
이십오의 기프트 는 필시 문을 찾는 데 도움이 되었을 것이다.
기프트를 쓸 수 없으니 아쉬웠다.
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처음부터 알고 있던 일이다.
은하는 진서나에게 말을 전했다.
“전원 전투 준비.”
[전원 전투 준비.]“지금부터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몬스터를 유인하고, 놈들의 입속에 숨어 있을 문을 찾는다.”
[문은 몬스터의 입 안에 있습니다. 그러니 토벌보다 제압에 우선하여, 진형이 흐트러지지 않는 정도에서 몬스터들을 유인해주기 바랍니다. 입구가 발견되지 않은 몬스터들은 별도로 다른 장소로 옮겨, 녀석들을 토벌하기로 합니다.]곳곳에서 몬스터가 포효했다.
진서나는 빠르게 상황을 전달하고, 정하양은 빠르게 작전을 수립했다.
곧이어 전투가 시작되었다.
☆
[정하양 네비게이터의 전언입니다. 해당 몬스터의 외형으로 보았을 때, 척삭동물문에 속하는 걸로 확인되며 절단된 부위를 순식간에 회복하는 능력을 보이는 것을 파악했습니다. 이에 저는 해당 몬스터를 아홀로틀, 속칭 우파루파 계열의 아종이라고 판단하고 있습니다. 지금 시간부로 해당 몬스터를 제4위계 어비스 아홀로틀(Abyss Axolotl)이라 명명하겠습니다!! 이상 진서나 텔레파시스트였습니다.]고된 전투의 연속이었다.
정글과도 같은 지형.
그러나 낮이 존재하지 않는 곳에는 수많은 몬스터들이 살고 있었다.
공략대원들은 몬스터들을 유인해, 놈들의 입안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토벌을 진행했다.
몬스터의 입 안에 있는 문은 계속 위치가 바뀐다.
그러니 몬스터들의 수를 줄이면서, 목구멍에 문을 담고 있는 몬스터를 마주칠 확률을 높이는 것이다.
그것이 영 쉽지 않았다.
“이쪽은 꽝인 건가.”
은하는 거대한 도마뱀 몬스터들을 눈앞에 두고 혀를 찼다.
좀처럼 문을 찾을 수 없었다.
벌써 3일이 흘렀다.
습지에 가까운 지형에서 싸우자니 시간이 지날수록 지쳐 갔다.
밀림 지역 특성상 몬스터들이 숨을 장소가 워낙에 많기도 했다.
더욱이─.
“─엄청난 재생력이네. 이게 벌써 몇 번째야?”
그들이 3일째 마주한 몬스터들이 워낙 까다로웠다.
공격을 받으면 얼마 지나지 않아서 상처를 수복하는 어비스 아홀로틀.
유남훈은 반투명하고, 검은 피부로 몸이 뒤덮여 있는 놈들을 상대하며 혀를 찼다.
저놈들은 그냥 죽여서는 안 돼.
몸속에 있는 핵석을 노려야 해.
은하는 늪지대에서 올라온 놈들을 육지로 유인하며 생각했다.
회귀 전에 싸워본 경험이 있었다.
놈들은 재생력이 뛰어난 것 외에 주의해야 할 정도는 아니었다.
제4위계 중에 약한 편에 속하는 놈들이었다.
“배수빈, 봉구래, 손가연.”
이미 놈들의 입에 문이 없다는 건 확인해뒀다.
더 이상 놈들에게 볼일이 없었다.
그가 후방에 대기한 클랜원들에게 신호했다.
산신령의 눈
배수빈이 아티펙트를 발동했다.
그녀가 창처럼 생긴 붉은 지팡이를 크게 휘둘렀다.
산신령의 눈을 통해 놈들의 마석을 타깃으로 지정한다.
마법의 위력이 떨어진다고 해도, 정통으로 맞으면 몬스터들도 필시 버티지 못할 것이다.
게다가 놈들의 몸은 반투명해서, 피부 속으로 푸른빛이 엿보였다.
봉구래, 손가연 등 스나이퍼들이 놈들의 마석을 조준했다.
───!!
배수빈의 마법을 시작으로.
스나이퍼들이 방아쇠를 당겼다.
그들의 공격이 놈들의 피부를 뚫고 마석을 꿰뚫었다.
[어비스 아홀로틀의 소멸을 확인. 45초 뒤, 2군이 눈에 들어옵니다!!]쉴 틈이 없었다.
레인저들이 빠르게 몸을 움직여서 바닥에 떨어진 마석과 스킬석들을 수거했다.
그사이 공략대는 다른 방향을 향해 몸을 틀었다.
정찰을 나간 공략대원들이 새로이 몬스터들을 유인해오고 있었다.
“진짜 끝도 없이 나타나네.”
“벌써 지친 거냐?”
“지치기는, 무슨!!”
진파랑이 혀를 찼다.
목민호가 시비를 걸자, 진파랑이 흥 소리를 내며 대꾸했다.
은하는 그들을 정면으로 내세우며 다가오는 몬스터들을 확인했다.
그러던 그때였다.
[템페스트클랜에서 보낸 연락이야. 문을 찾았대.] [어떤 몬스터인데?] [보라색 하마 같은 몬스터.]마침내 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은하는 진서나에게 연락을 받고는 무리 속에 있는 몬스터를 찾았다.
보라색과 분홍색이 뒤섞인 몬스터.
하마처럼 생긴 몬스터가 뒤뚱뒤뚱 가장 뒤편에서 걸어오고 있었다.
이내 공략대원들은 소식을 듣고는 환호성을 질렀다.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들은 녀석의 입 안에 있는 문을 볼 수 있었다.
혀 너머로, 거대한 아공간이 뚫려 있던 것이다.
[정하양 네비게이터의 전언입니다. 문을 가진 몬스터의 존재를 확인. 해당 몬스터는 제3위계 송곳 하마의 아종으로 추정됩니다. 아직 자세한 정보가 확인되지 않았으나, 제3위계 몬스터일 가능성에 주의해주세요. 임시적으로 제3위계 심연의 하마로 명명하도록 하겠습니다.]놈이 걸음을 내디딜 때마다 지면이 쿵쿵 흔들렸다.
그리고 그 소리에 맞춰─.
─키르륵!!
“”””…….””””
좌우에서 추가로 나타난 몬스터들.
공략대원들의 얼굴이 구겨졌다.
내뿜는 기세로 보아서는 제3위계가 틀림없었다.
“제3위계 몬스터가 세 마리라….”
공략대원들의 피로는 극에 달했다.
간신히 한 마리, 최대 두 마리까지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다.
게다가 저들이 거느린 군단까지도 상대해야 했다.
은하는 순식간에 전세가 기울면서 눈살을 찌푸렸다.
[어떻게 할 거야?]진서나가 판단을 구해왔다.
은하는 생각에 잠겼다.
후퇴하는 게 답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후퇴하게 된다면, 처음부터 다시 문을 가진 몬스터를 찾아 나서야 할 것이다.
[그대로 진행해야지.] […알았어.]고민은 오래지 않았다.
은하는 결론을 내렸다.
진서나는 은하에게 반대하지 않고, 공략대원들에게 전파했다.
“…최대한 사용하지 않으려 했는데 여기서는 어쩔 수 없네.”
은하는 앞으로 나아갔다.
그의 몸이 불길로 뒤덮였다.
신화 현현
리바이벌
기프트를 사용하지 못하더라도.
그에게는 신화가 남아 있었다.
은하는 자신의 의지를 퍼뜨렸다.
불씨가 차츰 세상을 뒤덮었다.
어느새 몬스터들은 불꽃의 세상에 들어서 있었다.
화르륵!
은하는 황혼검을 휘둘렀다.
세상을 뒤덮은 불길이 흔들린다.
달려들던 몬스터들이 주춤한다.
좌우로 불꽃의 장벽이 솟구치고, 정면에 하나의 길이 만들어진다.
문을 지닌 몬스터는 그 길 끝에 서 있었다.
“창진 형, 이십오.” “응, 은하야.” “예압.”
“저놈의 입을 벌리도록 해. 나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아.”
은하의 명령이 떨어진 그 즉시.
한창진과 이십오가 몬스터를 향해 길을 뛰었다.
그 뒤를 공략대원들이 따랐다.
던전에서 사용해서 그런가?
신화를 사용하는 게 부담이 크네.
한창진과 이십오가 그림자를 밟아 몬스터의 움직임을 막는다.
공략대원들이 몬스터를 공격하면서 입을 벌리게 한다.
헌터, 가디언들이 입을 벌린 놈이 입을 다물지 못하게 만든다.
은하는 좌우 불길에서 몬스터들이 뛰쳐나오지 못하게 막았다.
그러는 한편 신화를 현현하는 게 부담이 되었다.
의지가 그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그거야 당연하죠! 당신의 지식을 빌려서 말하자면, 이 던전의 의지는 당신 게 아니니까요. 여기는 저희가 주인인걸요? 게다가 저희는 당신이 바깥세상에서 어떤 신화를 달성했는지 궁금하지도 않고요.]“닥쳐.”
[치, 말해줘도 탈이야.]던전 가이드가 튀어나왔다.
녀석이 재잘재잘 떠들어댔다.
한순간 집중력이 흐트러진 은하는 짜증 어린 표정을 드러냈다.
[그 힘을 선보일 수 있는 조건은 그 힘의 매개가 되는 의지가 주위에 모여 있을 때라고 할 수 있겠네요. 대단한 힘이기는 하지만 저희한테는 통하지 않을걸요? 더군다나 그 힘, 아직 완성되지 않은 것 같은데요.]“큭….”
[완전한 듯 보이면서 불완전하다니 신기한 힘이네.]자신의 신화는 불완전하다.
백서진에 이어 던전 가이드에게도 그 말을 들은 은하는 분개했다.
“그런 건, 나도 알고 있거든?”
자신의 신화는 아직 불완전하다.
은하 역시 알고 있었다.
자신은 아직 신화의 핵심이 되는 중대한 무언가를 찾지 못했다.
그런데 그걸 던전 가이드에게 대뜸 지적을 당하자 화가 난 것이다.
화르륵!
은하는 신화의 출력을 높였다.
진홍의 불길이 몬스터들을 태우며 일대를 불바다로 만들었다.
덕분에 공략대원들이 쉽사리 문에 뛰어들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다.
그만큼 대가가 찾아왔다.
“……!!”
신화가 그를 물어뜯는다.
기프트를 사용할 수 없는 상황에서 신화를 현현했으니 고스란히 대가에 노출될 수밖에 없었다.
은하는 가슴을 부여잡았다.
불길의 기세가 급격히 약해진다.
던전 가이드가 조롱한다.
은하는 가슴에서 손을 떼었다.
불길의 기세가 약해지며, 좌우에서 몬스터들이 길로 침입하고 있었다.
놈들이 은하를 노려보았다.
한편 한창진과 이십오는 가까스로 하마의 움직임을 봉했다.
그들도 이대로 계속 시간을 끌기는 힘든 상태였다.
환수변환
라이거 체인
은하는 발끝에 힘을 주었다.
그 즉시 있는 힘껏 뛰었다.
공중에서 한 번 더 뛰어오른 그가 지면을 밟듯 허공을 밟았다.
그의 발이 빛을 머금었다.
뇌보
신화는 아직 사라지지 않았다.
신화의 힘을 사용해 마법의 위력을 최대치로 높인다.
은하는 곧장 이십오가 마크해놓은 위치로 이동할 수 있었다.
“휴, 안 늦어서 다행이네요. 진짜 하마터면 주인님 놓고 갈 뻔했어요. 자, 들어갑시다.”
“은하야, 너….”
“미안, 부축 좀 해줘.”
“주인님!”
너무 무리했다.
은하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
한창진과 이십오는 깜짝 놀라서는 그를 부축했다.
“시간이 얼마 없어.”
“주인님, 바로 뛰어들 겁니다!?”
“…부탁해.”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세 사람은 쫓아오는 몬스터를 피해 하마의 입속으로 뛰어들었다.
검은 아공간이 그들을 빨아들였다.
[흠, 10층 완료했습니다. 그런데 당신도 이제 힘에 부치나 보네요? 그래서야 과연 최심부에서 기다리는 저희를 상대할 수 있겠어요?]하마가 입을 닫는다.
던전 가이드는 자신을 두려워하는 몬스터들 주위를 날아다니며 키득 웃음을 흘렸다.
[그나저나 조금 의외기는 했네요. 바깥세상에서 쌓은 신화는 여기에서 통하지 않을 텐데, 어떻게 그만한 화력이 나온 걸까요? 이 던전에서 신화를 쌓기라도 했나…. 근데 처음 입장한 거 아니었나? 이상하네.]뭐, 아무렴 어때요.
어차피 공략하지 못할 텐데.
던전 가이드는 별거 아닌 것으로 치부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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