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17
“북부 개발을 위하여!”
“”””위하여!!””””
중간에 예기치 못한 일이 발생해 전황이 크게 흔들리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제2차 의정부 탈환전은 성공적으로 끝이 날 수 있었다.
판도라클랜에서 나온 사망자는 0.
클랜원들은 아무도 죽지 않은 채로 의정부를 탈환했다는 사실에 크게 기뻐하고 있었다.
…다행이다, 아무도 죽지 않아서.
성대하게 열린 회식 자리.
클랜원들은 아무 걱정없는 얼굴로 신나게 떠들며 술을 마셨다.
그들 사이에 끼어 있던 목민호는 말없이 술을 홀짝였다.
“얘들아! 목 뭐시기 서브로드가 또 혼자서 술 마시고 있다! 누가 가서 상대 좀 해줘라!”
“”””아하하하!!””””
“진파랑 저건….”
그때 저 멀리서 들려온 외침.
김민지에게 엉덩이를 얻어맞으며, 테이블 위에 오른 진파랑이 소리친 말이었다.
사람들은 테이블 위에서 뛰어노는 그를 보고 웃음을 터뜨렸다.
목민호도 기분이 좋아서, 진파랑의 장난을 넘어가주기로 했다.
그래, 다들 신 나게 놀아라.
보기 좋은 광경이다.
목민호는 술잔으로 입가를 가리고, 시선은 그들을 향하며 웃었다.
그러던 그때였다.
“서브로드, 옆에 앉아도 될까요?” “아…. 성환이냐. 그래, 앉아라.” “한 잔 따라드리겠습니다.”
“그래, 그럼 나도 따라줄게.”
판도라 클랜원 딜러 오성환.
노은하의 광신도 중 한 명인 그가 불쑥 옆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목민호는 그가 사람 좋은 얼굴로 말을 붙여오는 것에 피식 웃었다.
오성환이 잔에 술을 따라준다.
두 사람은 서로 건배하고, 단숨에 술을 넘겼다.
그 맛이 차갑고, 씁쓸했다.
씁쓸함 끝에는 미묘한 단맛이 섞여 있었다.
민호는 알딸딸하면서도 나른해지는 감각에 몸을 맡겼다.
“…미안하다.”
“생각이 났나 보네요.”
이내 그는 술이 빈 잔을 매만지며, 나직이 입을 열었다.
여기는 현실이 아닌 거구나.
마음만 먹으면 나른한 기분에 빠져 행복한 꿈을 꿀 수 있었음에도.
목민호는 그것을 거부했다.
전신으로 퍼진 씁쓸한 맛이 그에게 현실을 일깨워주었으니까.
이 세계는, 자신의 소망이 반영된 세상이었다.
“…….”
권위에는 의무와 책임이 따른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서브로드로서 자신의 목숨을 바꿔서라도 클랜원을 지킬 의무와 책임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는 모든 클랜원을 지킬 힘을 가지고 있지 않았다.
이상이란 너무 멀었고.
현실은 너무 잔혹했다.
“미안하다, 내가 약해서.”
“”””…….””””
자신의 선택과 판단으로 인해.
자신이 지켜줘야 할 많은 사람이 목숨을 잃고 말았다.
이에 그는 먼저 떠난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세계는, 자신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세상이었다.
자신이 밟고 온 죽음이, 사람들이 죽지 않은 세상.
이 세상에는 클랜원들이 있었고, 아카데미 학생 시절 자신을 위해서 목숨을 내던진 친구들도 있었다.
“정말…, 미안하다. 너희를 어떻게 볼 면목이 없어.”
목민호는 오랜만에 보는 이들에게 깊이 고개를 숙여 사과했다.
“그래도 고마워.”
그리고 감사를 표했다.
그들의 희생에 감사했고, 그들이 자신을 믿어 준 것에 감사했다.
마음 같아서는 저들과 웃고 떠들며 긴 이야기를 나누고 싶었다.
하지만 시간이 많지 않았다.
목민호는 고개를 들었다.
“너희에게 매를 맞든, 욕을 먹든. 책임은 다음에 와서 받을게. 지금 나한테는 달리 할 일이 있어.”
“그럴 필요 없어요. 저희들 중에 서브로드를 욕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으니까요.”
“…그러냐.”
사람들을 대표해서 말하는 오성환.
목민호는 생각지 못한 말을 듣고 굳은 얼굴을 풀 수 있었다.
그러자 사람들이 저마다 한마디씩 격려해주었다.
“나가는 길은 아시죠?” “그래.”
언제부터였을까.
아니, 처음부터였다.
목민호는 검을 쥐고 있었다.
그는 검을 뽑고, 자신의 뒤에 있는 공간으로 돌아섰다.
벽이 있다.
이 꿈의 벽이다.
기프트
더 월 브레이커
한때는 벽을 마주한 적이 있었다.
자신의 실력에 한계를 느끼면서, 그 자리에 주저앉을 뻔했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벽이 나오면 벤다. 부순다. 넘는다.
자신은 앞으로도 그런 삶을 살며 앞으로 나아갈 것이다.
목민호는 부서진 벽 너머에 있는 공간을 내다보았다.
어둠밖에 없었다.
그 어둠에 발을 들였다.
“서브로드.”
그때, 저 뒤에서 오성환이 불렀다.
목민호는 뒤에서 손을 흔들어주는 사람들을 눈에 담았다.
가장 앞에 있던 오성환이 말했다.
“클랜로드에게도 안부 전해주세요. 저희는 잘 지내고 있다고요.” “어, 그래.”
“그리고 혼자 현충원에 찾아와서 무거운 이야기 좀 하고 가지 말라고 부탁드려요. 이젠 재미있고 즐거운 이야기를 하러 와도 되잖아요?”
“…그놈이 그랬냐.”
“그분도 잘 안 말하잖아요.” “…그랬지. 알았어. 다음에는 걔랑 재미있는 이야기를 준비해서 갈게.”
“기다릴게요.”
목민호는 피식 웃었다.
판도라 클랜로드, 군주 노은하.
그도 자신처럼 혼자 짊어지려 하고 속내를 잘 말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겉으로는 태연한 척하고 있다지만, 필시 그도 클랜을 운영하면서 여러 고충을 안고 있으리라.
그 녀석은 정말이지…. 내가 옆에 있지 않으면 안 되겠군, 진짜.
목민호는 그의 속내를 가늠하고, 어둠 속으로 걸음을 옮겼다.
“꼭 이기세요.”
“거기서 지켜보고 있어.”
☆
탁 하고.
화살이 과녁 정중앙에 명중했다.
“후우.”
국궁을 쥔 손에 힘을 풀자, 국궁이 빙그르르 돌아간다.
활을 손에 건 호시미야 카에데는 그동안 참고 있던 숨을 내뱉었다.
짝짝짝
그때 박수 소리가 들렸다.
카에데는 소리가 들려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아….”
“훌륭하구나.”
익히 아는 얼굴이 서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그 얼굴을 기억하지 못할 리 없었다.
돌아가신 부모님을 대신해 자신의 부모 역할을 해주었던 할아버지.
카에데는 인자하게 웃는 얼굴을 한 할아버지를 보고 표정을 풀었다.
“얘야, 다음에는 저기 있는 과녁을 맞혀 보거라.”
“저기 있는 과녁이요?”
“좀 멀지만, 할 수 있을 거야.”
“…해볼게요.”
할아버지가 어깨 뒤를 가리켰다.
그녀는 할아버지가 손으로 가리킨, 저 멀리 놓인 과녁을 쳐다보았다.
너무 멀다.
중심점도 잘 보이지 않는다.
이래서는 정확도가 떨어진다.
맞힐 수 없다.
그래─.
─이 시절의 나는 맞히지 못했지.
카에데는 쓴웃음을 지었다.
기억이 선명했다.
그때는 할아버지에게 활을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이었다.
그제야 그녀는 자각했다.
“…그런 거군요.”
“뭐가 말이니?”
“아니에요.”
자신은 어린 날의 꿈을 꾸고 있다.
할아버지에게 실력을 인정받으러, 온갖 치기를 부렸던 날의 꿈을.
카에데는 그때의 모습으로 돌아간 자신을 한 차례 살피고, 할아버지를 올려다보았다.
할아버지는 별로 말이 없었다.
이내 그녀는 화살에 시위를 걸고, 과녁을 조준했다.
“마음의 눈으로 보거라. 궁술이란, 마법이란 그런 것이니까.”
귀가 닳도록 들었던 가르침.
카에데는 입가를 끌어올리고, 이내 힘껏 당긴 시위를 놓았다.
활시위가 부르르 떨렸다.
탁!
한편 화살은 과녁에 꽂혔다.
굳이 어느 곳에 꽂혔는지는 알아볼 필요도 없었다.
“다음에는 더 멀리 쏴보렴.”
“네.”
신기한 세상이다.
과녁이 자꾸자꾸 멀어진다.
그럼에도 카에데는 몇 번이고 과녁 정중앙에 화살을 꽂아 넣었다.
탁!
활시위를 당길 때마다.
그녀의 키가 점점 자라났다.
그렇게 어느새 그녀는, 의 모습으로 돌아와 있었다.
“자, 다음에는 저 위로 쏴보렴.”
“…….”
“너무 높니?”
카에데를 머리를 들었다.
새하얀 세상에 태양이 떠 있었다.
맞출 수 있을까.
카에데는 시위에 화살을 걸었다.
눈부신 빛을 조준한다.
초점이 흔들리고, 눈이 감긴다.
그녀는 마음을 차분히 가다듬고, 그동안 걸어온 길을 더듬었다.
많은 일을 겪었다.
많은 것을 얻었다.
그만큼 많이 강해졌다.
조디악
어느 순간, 그녀가 손에 쥔 국궁은 의 상징으로 변해 있었다.
황금빛을 머금은 화살.
그녀는 그 화살을 날려, 하늘에 뜬 태양을 떨어뜨렸다.
파직!
그런 소리가 났다.
태양의 조각이 후두둑 떨어진다.
떨어져 나간 곳에는 새까만 공간이 자리 잡고 있었다.
저 너머가 현실인 것이다.
“그거면 됐다.”
“할아버지가 잘 가르쳐줬으니까요.”
할아버지가 손뼉을 치고 있었다.
카에데는 할아버지의 칭찬을 받고 살그머니 고개를 저었다.
그러자 할아버지도 고개를 젓더니, 별안간 그녀를 품에 안았다.
“내가 가르쳐준 것은 별로 없단다.” “…….” “모두 네 손으로 이룩한 것들이야. 너는, 이제 나를 뛰어넘었구나.” “아….”
“네가 이라고 불리는 것이, 나는 정말 자랑스럽단다.”
그 말이 방아쇠가 되었다.
카에데는 참아왔던 눈물을 터뜨려, 할아버지의 품에서 엉엉 울었다.
감정의 둑이 무너졌다.
왜 자신을 놔두고 가버렸냐고.
혼자 사느라고 얼마나 힘들었는 줄 할아버지가 아느냐며.
그녀는 어린 시절로 돌아간 것처럼 서운함을 토로했다.
“그래, 미안하다. 얘야.”
할아버지는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그리고 꼭 안아주기만 했다.
그러더니─.
“─하지만 이제 혼자가 아니잖니. 네 곁에는, 이제 많이 있으니까.” “…네, 맞아요.” “아직도 이 나라 사람들이 싫니?” “저를 싫어하는 사람은 싫지만…. 저를 좋아해주는 사람은 좋아요.”
“그거면 됐단다. 그거면 됐어.”
할아버지의 말을 듣고.
카에데는 다시금 자신이 잊으려던 사람들을 떠올려냈다.
그녀는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울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녀는 할아버지의 어깨를 떠밀고, 품에서 벗어났다.
“그만 가봐야 해요. 그 애들이…, 친구들이 기다리고 있거든요.”
“그래, 어서 가보거라. 나가는 길은 어디인지 알고 있지?”
“네, 알고 있어요.”
카에데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내 그녀는 태양의 조각이 떨어진 하늘로 시선을 향했다.
저 너머다. 꿈의 끝이다.
그녀는 꿈의 끝을 향해, 손에 쥔 활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별 따기
활에서 쏘아진 화살이 솟구친다.
그 화살이 궤적을 만들고, 그녀는 재빨리 궤적을 붙잡았다.
그녀의 몸이 궤적을 따라 떠오르며 꿈의 세계에서 부상한다.
발밑에서 할아버지가 손을 흔들며 마지막 인사를 건네고 있었다.
“잘 있으렴.”
“할아버지도요.”
카에데는 화답했다.
그리고 꿈의 끝을 노려보았다.
어둠이 밀려들고, 그녀는 다시금 전투에 임할 준비를 했다.
☆
“자! 자! 너희는 왜 맨날 만나면 싸우기만 하는 거야? 으이구, 내가 진짜 못 살겠다니까….”
“아니, 아라야! 노은하 이 녀석이 글쎄….”
“나는 잘못한 거 없는데.”
얘네 또 시작이다.
조아라는 밥을 먹다 서로 다투는 두 사람의 모습에 한숨을 쉬었다.
온태양과 노은하.
두 사람은 고등아카데미에서 만나 졸업이 가까워지는 이때까지 계속 이런 상태였다.
뭐, 그만큼 친하다는 건가?
그래도 이 정도면 많이 나아졌다.
1학년 때만 해도 온태양은 연신 은하와 싸움을 벌이고는 했으니까.
그래놓고 맨날 지고 돌아오는 게 꼴사나웠던 것은 비밀이었다.
“우리 밥 먹을 때는 싸우지 말자! 너희가 애야? 자! 화해의 악수!” “”…….””
“화, 해, 의, 악, 수, 실, 시!” “”실시!!””
“진짜 너희 때문에 내가 편히 쉴 수 없다니까.”
조아라가 위협조로 으르렁거리자, 겁에 질린 온태양과 은하가 재빨리 손을 잡고 흔든다.
그녀는 그 모습을 보고 안심했다.
이내 세 사람은 웃음을 터뜨렸다.
“야, 노은하. 너도 아라가 무섭기는 한가 보지?” “그러는 지는 어떻고.”
“우이씨, 지금 내 욕하는 거야?”
아카데미의 삼 남매.
졸업을 앞둔 시점에서, 세 사람은 사람들에게 그렇게 불리고 있었다.
그만큼 그들의 사이가 돈독했다.
하긴 그럴 만도 하지.
얼마나 많은 일을 겪었는데….
제4위계 각군봉 사건도 그렇고.
세 사람은 3년 동안 온갖 사건과 사고에 휘말렸다.
그로 인해 사이가 가까워지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정말이지….”
바로 어제 겪은 일인 것처럼.
두 사람과 엮인 추억이 머릿속에서 생생하게 떠오른다.
하지만 조아라는 알고 있었다.
“이랬으면 좋았을 텐데….”
“”…….””
자신이 꿈을 꾸고 있다는 걸.
언젠가, 자신이 바랐던 꿈.
그 꿈이 환상이 되어 지금 자신을 현혹하고 있는 것이다.
환상마법에 대해 나름 지식이 있는 그녀는 금세 눈치챌 수 있었다.
그럼에도 이 꿈이 너무 달콤해서, 도저히 깨고 싶지 않았다.
“깨지 않아도 돼. 이 세계에서는 네가 바라는 대로 이루어질 거야.”
“태양아….”
조아라는 자신의 손을 잡아 오는 온태양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온태양의 얼굴이 한없이 진지했다.
아마도 아카데미 학생이었을 때는 그의 말에 넘어갔으리라.
“미안해, 그래도 가봐야 해.”
하지만 이제는 아니었다.
더는 시간을 지체할 수 없다.
조아라는 그때보다 많은 사람들을 친구로 두고 있었다.
그들과 즐거운 추억을 쌓았다.
과거에 얽매이고 있을 수 없었다.
“꼭 가야겠어?” “응.”
풍경이 일렁거리며 녹아내린다.
노은하가 사라진다.
어느새 새하얀 공간에는 자신하고 온태양 밖에 남아 있지 않았다.
그렇게 생각했을 때쯤─.
“─아….”
새로운 사람들이 나타났다.
온태양의 어머니.
도완준.
방연지.
그들이 자신을 보며 따뜻한 미소를 보내오고 있었다.
모두 반가운 얼굴이었다.
이내 그녀는 온태양이 붙잡고 있던 손을 놓았다.
“다들 깨워주러 와줘서 고마워요. 태양이 너도.”
“…….” “태양아.”
“알고 있어요, 엄마.”
푹 고개를 숙이는 온태양.
그러자 온태양의 어머니가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그제야 온태양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네 안에 내가 있을 자리가 없다는 게 씁쓸하기만 하네.” “그러게 있을 때 잘했어야지.” “미안하게 됐다. 내가 너무 어렸어. 너무 나만 생각했고.” “그러면 이제는 달라진 거야?”
“…네가 보기에는 어때?” “내가 봤을 때는 그대로인데, 뭘.” “소꿉친구한테 못 하는 말이 없네.”
“소꿉친구니까 그런 거지.”
다행이다.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온태양과 이전처럼 이야기를 나눈 조아라는 내심 안도했다.
온태양도 마찬가지인 듯했다.
그러더니 그가 머뭇거리며 살며시 입을 움직였다.
“아라야.” “왜?”
“…태희를 잘 부탁해.”
“…….”
“부탁할게.”
“…그걸 부탁이라고. 걱정하지 마. 내가 잘 챙겨줄 거야. 내가 없어도, 태희는 이제 잘 지내고 있지만.”
온태양답지 않은 부탁이다.
조아라는 의외의 모습을 발견하고 씩 웃어주었다.
그러고는 몸을 돌렸다.
“이제 가는 거냐.”
“조심해요.”
“네,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그리고 두 분이 행복한 것 같아서 정말로 보기 좋네요.”
“다 네 덕분이지. 고맙다.”
도완준.
방연지.
팔을 엮고 있는 그들이 그녀에게 무운을 빌었다.
조아라는 오랜만에 만난 그들에게 빙그레 웃으며 화답했다.
그러고는 홱 몸을 돌렸다.
“…안 되겠다. 갈 때는 가더라도, 기념으로 연주나 하고 가야겠어요!”
에라 모르겠다는 얼굴로.
조아라는 지금 이 순간을 잠시라도 즐기기로 했다.
그녀가 허공에 손을 휘저었다.
그녀의 손에 지휘봉이 나타났다.
이내 그녀는 자신이 그동안 일군 마법을 연주했다.
───♪
새하얀 세상이 흔들린다.
그녀의 상상대로 세상이 변화하며, 어느새 그들은 오케스트라의 무대에 올라와 있었다.
후회 없는 인생을 남기고 싶어.
지휘자의 자리에 서서.
조아라는 최대한 밝은 얼굴을 하고 사람들에게 노래를 선사했다.
서로 다른 음을 조율해, 인생에서 후회 없는 공연을 펼친다.
조율.
그것은 그녀가 바라던 꿈이었고, 이루지 못한 후회였다.
그때 내가 더 어른스러웠다면.
그때 내가 더 잘했더라면….
자신이 은하와 온태양을 연결하는 훌륭한 가교가 되었다면.
두 사람의 관계를 멋지게 조율하는 능력을 보여주었다면.
그랬다면 이 세계에서 보여준 것과 똑같은 미래가 펼쳐지지 않았을까.
후회만 하지 말자.
앞으로는 순간순간에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거야, 친구들이랑 같이.
하지만 이미 지나간 일이다.
돌이킬 수 없다.
돌이킬 수 없기에 나아간다.
후회를 밑거름으로, 다시는 그러한 후회를 저지르지 않으려 성찰한다.
그렇기에 이 노래는 저들을 위해, 또한 자신을 위해 바치는 음악이다.
조아라는 무너져 내리는 세상에서, 꿈에서 깰 때까지 환상을 지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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