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20
자신의 신화는 불완전하다.
일찍이 백서진에게 그 말을 들은 은하도 내심 인정하는 바였다.
아마겟돈의 신화를 쓰러뜨리고.
백서진의 신화를 전수받았음에도.
그는 자신이 어딘가 불완전하다는 기분을 느꼈다.
아직 내 신화는 완전하지 않아.
부활은 날 정의할 수 있는 완전한 사상이 아니야.
신화를 반영한 사상.
황진희의 신화를 반영하는 사상은 권선징악, 악의 징벌이었다.
또한 아마겟돈의 신화를 반영하는 사상은 영혼이었으며, 백서진의 사상은 통제였다.
그들은 수십 년에 걸쳐서 완전하게 자신을 정의할 수 있는 사상을 찾은 것이다.
그렇다면 자신을 표현할 수 있는 완전한 사상이란 무엇인가.
은하는 끝없이 고민했고, 결국에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나는 회귀자다.
돌이켜보면, 답은 이미 찾았었다.
그럼에도 그는 그 답을 철저하게 감추려고만 했다.
자신을 표현해야 하는 사상에 그만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넣지 않으려 억지를 부리고 있던 것이다.
바보 같다니까, 나도.
아득바득 회귀 전에 있던 과거를 남에게 말하지 않으려 했으니까.
자신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저 앞에 있는 보스 몬스터가 아닌, 자신의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살까 두려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지금에 이르러 그 불안은 싹 사라져 있었다.
노은아가 이 세상에서 사라지고, 흑색던전 최심부까지 도달한 과정이 그를 솔직하게 만들었다.
어디 그뿐인가.
“마지막까지 너한테 도움만 받네.”
꿈속에서.
은하는 이유정을 만났다.
그때 그녀가 뭐라고 말했던가.
‘네가 무슨 말을 꺼내더라도, 이제 다들 너를 무서워하지 않을 거야. 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
한 걸음만 내디디면 됐다.
그런데도 은하는 내딛지 못했다.
그때 이유정이 말해주지 않았다면, 은하는 솔직해지지 못했으리라.
그녀가 등을 밀어줬기에.
은하는 불완전한 신화를 완전하게 현현시킬 수 있었다.
신화 현현
리라이프
회귀, 자신을 정의하는 사상.
마침내 답을 내놓은 은하의 신화는 본연의 모습을 찾아갔다.
[던전이 반응하고 있다고!?]은하는 던전 가이드가 깜짝 놀라서 말하는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놀랄 만도 할 것이다.
본래 신화는 그 신화가 기반이 된 지역이 아니고서는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
특히나 세계선이 다른 던전에서는 신화는 다소 불완전해진다.
던전은 그 신화를 형성하는 업적을 인지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은하의 신화는 달랐다.
[이게 어떻게…. 던전에서 업적을 쌓지 않고서는 불가능할 텐데….]리라이프는 흑색던전에서 완전하게 기능하고 있었다.
은하가 굳이 출력을 높이지 않아도 흑색던전과 대등한 격으로 성장하고 있었다.
그야 당연했다.
“말했잖아, 회귀했다고.”
[설마, 당신….]“그래, 네가 생각하는 대로야.”
[처음이 아니었던 거야. 이 던전에 이미 한번 발을 들였던 거군요!]리라이프의 근본이 되는 업적.
은하가 회귀하게 된 원인.
그곳이 바로 이곳이었다.
의 최심부.
회귀 전, 은하는 이곳에서 죽으며 회귀와 부활의 신화를 손에 넣었다.
처음부터 나는 신화를 사용할 수가 있었던 거야.
그것도 모르고, 예경을 물리치며 신화를 얻었다고 생각했던 거지.
은하는 쓴웃음을 지었다.
신화는 처음부터 가까이 있었다.
그것을 이제야 발견했다.
심연을 마주하고서야 심연에 대해 깨닫게 된 것이다.
“그럼 이제부터 제대로 가볼까.”
은하는 신화에 힘을 불어넣었다.
불꽃이 세를 부풀린다.
전격이 거세게 꿈틀거린다.
어둠이 신화 밑바닥을 채운다.
그가 세 쌍의 날개를 활짝 펼치자 신화가 그에 맞춰 박동한다.
우주를 집어삼킬 듯이 커진 불이 흑색던전의 세계를 불태운다.
“이걸로 너와 내 격이 비슷해졌네. 강하기는 진짜 강하구나. 아마 네가 에 있는 보스보다도 강한 거겠지.”
상대보다 배로 강해지는 힘이라니.
은하는 혀를 내둘렀다.
의 보스 몬스터가 꽤나 강한 것은 알고 있었음에도, 이렇게 강할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아마 녀석은 흑색던전의 보스 중 가장 강할 것이다.
그래봤자─.
“─인간도 아닌 괴물이 강해봤자, 결국 인간에게 쓰러질 뿐이지.”
[저희와 격이 비슷해졌다고 당신이 뭐 대단한 거라도 된 것 같나요? 안 됐지만 소용없어요. 보아하니까 회귀 전에도 저희를 죽이지 못한 것 같은데, 그래서 이길 수 있겠어요? 불가능해요. 질 거예요.]“불가능하다라….”
던전 가이드의 말을 듣고.
은하는 절로 웃음이 나왔다.
불가능하다, 질 거다.
그 말은─.
“─지금까지 수도 없이 들어봤어. 그리고 여기까지 왔지.”
자신이 언제나 부정해온 말이다.
그리고 이번에도 부정할 것이다.
이 삶을 불태워서라도, 반드시.
☆
공격이 쏟아진다.
흑색던전의 주인이 그동안 받아낸 공격을 배로 돌려주었다.
공략대원들은 공격을 피하지 않고 우직하게 놈을 향해 날아들었다.
곧, 온갖 마법이 그들을 덮쳤다.
“소용없어, 내 신화 앞에서는.”
은하는 리라이프의 힘을 발휘했다.
그가 팔을 휘두른 것만으로.
날아드는 공격이 모두 사라진다.
시간을 되돌린 것이다.
녀석이 발동한 모든 마법은 그대로 시간을 회귀해 원점으로 돌아갔다.
어디 그뿐인가.
녀석이 받아낸 공격 또한 원점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그런다고 이길 것 같아요!?]자신의 신화 속에서.
시간과 죽음은 자유롭지 않다.
시간은 그가 원하는 대로 돌아가고 죽음은 그의 허가 없이 부정당한다.
아무도 다치지 않고.
아무도 죽지 않는다.
은하는 녀석을 향해 날았다.
게헨나 블래스트
배수빈이 붉은 지팡이를 휘두른다.
그녀가 길을 열어주었다.
수백의 불꽃의 날개가 검은 우주의 수백 갈래의 궤적을 만든다.
그들이 만드는 궤적을 지난 은하는 놈을 향해 거리를 좁혔다.
[당신이 시간을 되돌린다고 해도, 어차피 당신만 죽으면 끝나겠죠!]이때부터 놈은 은하를 최우선으로 공격해야 하는 적으로 지정했다.
공략대원들이 놈에게 가한 공격이 쇄도한다.
은하는 날아드는 마법을 회귀시켜, 놈의 공격을 무산시켰다.
[이이익! 그럼 이런 건 어떤가요! 저희의 힘도 되돌릴 수 있을까요!?]놈의 움직임이 변했다.
일순 붉은 눈이 번뜩였다.
놈이 손을 휘젓자, 등 뒤로 무수히 많은 마법진이 나타났다.
이내 세상을 떠돌던 어둠을 쥐어, 두 자루의 검을 만들어냈다.
───!!
흑색던전이 포격을 개시한다.
놈이 칼을 내리치자 폭풍이 불며 기류를 어지럽힌다.
신화로도 막을 수 없다.
공격에 휘말린 사람들을 되살리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
은하는 이를 악물었다.
눈앞이 어지럽다.
불꽃의 날개를 빠르게 움직인 그가 쇄도해오는 마법을 피해낸다.
타격을 받는 순간 신화를 발동해 데미지 자체를 무효화한다.
공격을 맞아 밀려나도 나아간다.
어떻게든 닿아야 해!!
남은 거리가 멀게만 느껴졌다.
실제로 거리는 멀어지고 있었다.
놈이 무슨 수작을 부렸는지 세계가 확장되고 있었다.
은하는 가속했다.
어떻게든 쏟아지는 공격을 피해, 놈에게 검을 꽂아 넣으려고 했다.
심장이 크게 뛰었다.
기프트
이 상황에서 가장 필요한 기프트.
를 발동한 은하의 감각이 무서울 정도로 예민해졌다.
온몸의 감각이 세계를 지각했다.
본능이 몇 배로 각성했다.
더닝 블레이드
피할 수 없는 것은 막아서 재빨리 신화로 환원시킨다.
또는 황혼검으로 베거나 흡수한다.
두 자루의 검이 찬란하게 빛난다.
흑색던전의 포격을 막고도 건재한 검이 별빛의 바다에 선을 긋는다.
두 줄기 선이 우주를 가로지르고, 놈을 공격한다.
그사이 은하는 포격을 헤쳐 나와, 놈에게 도달해 있었다.
기프트
신화를 현현해 몸 상태를 돌리고, 재빨리 기프트를 교체한다.
동료들과 패스가 이어지고 심장이 온몸을 뜨겁게 달군다.
기프트
동료들의 기프트가 공명한다.
정하양의 기프트 으로 다른 사람들의 기프트를 잇는다.
차은우의 기프트 .
한창진의 기프트 .
강시형의 기프트 .
배수빈의 기프트 .
조아라의 기프트 .
카에데의 기프트 .
손가연의 기프트 .
그리고 어베니어의 기프트 과 봉구래의 기프트 까지.
으로 연결한 9개의 기프트가 세계에 영향을 미친다.
신화가 급격하게 성장한다.
[당신…. 대체 정체가 뭐죠? 아니, 기프트가 갑자기 바뀌다니….]“나? 회귀자.”
신화가 확장된다.
신화의 격이 더욱 커진다.
마침내 은하의 신화는 흑색던전과 격이 대등해졌다.
아니, 그보다 훨씬 웃돌았다.
[말도 안 돼….]던전 가이드가 현실을 부정한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인간의 한계는 정해져 있다.
하지만 은하는, 그를 따르고 있는 사람들은 끝을 모를 정도로 빠르게 강해지고 있었다.
“세상에 불가능한 건 없어.”
반면 은하는 확신에 차서 말했다.
자신에게 불가능한 것은 없었다.
그가 황혼검에 힘을 불어넣었다.
기프트
목민호의 기프트가 더해진다.
보유자의 의지에 따라 어떠한 것도 벨 수 있는 힘.
은하는 붉은 눈을 번뜩이는 놈에게 황혼검을 휘둘렀다.
───────!!!!!!!!!!!!!
빛이 번쩍였다.
새하얀 궤적이 우주를 갈랐다.
궤적에서 뿜어진 빛이 또 한 번 우주를 뒤덮는다.
시야를 멀게 할 것만 같은 빛이 녀석을 집어삼킨다.
──────!!!!!!!
공략대는 빛에 삼켜져 괴로워하는 놈의 비명을 들을 수 있었다.
놈이 산산이 찢어진다.
마나의 입자가 되어 사라진다.
우리는 공포.
우리는 절망.
이해할 수 없는 무언가.
하지만 놈은 죽지 않았다.
마나의 입자가 되어 사라진 놈이 저 멀리 있는 우주에서, 은하에서 다시 육신을 만들기 시작했다.
[이 세상에 마나가 존재하는 한! 저희는 절대 죽지 않아요! 저희는 던전의 마나로 이루어져 있으니까요! 그만 포기하세요!]은하는 답하지 않았다.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
몇 번을 물어도 답은 변함없었다.
반드시 쓰러뜨린다, 죽인다.
기프트
놈이 공격을 배로 돌려준다.
은하는 그대로 돌진했다.
의 본능에 몸을 맡긴다.
더닝 블레이드
두 자루의 검이 교차한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친 검격이 놈의 공격을 베어내고 흡수한다.
하지만 완전히 흡수하지 못한 힘이 그를 사방에서 옥죈다.
조금이라도 방심했다가는 에너지에 집어삼켜질 것만 같다.
할 수 있어.
은하는 이를 악물었다.
정신이 날아가지 않도록 붙잡았다.
확신은 꺾이지 않았다.
포격을 튕겨내며 돌격한다.
마침내 포격을 갈라냈다.
눈앞에 은하수가 펼쳐져 있었다.
놈은 그곳에 있었다.
기프트
[미친…!! 그걸 피해낸다고요!?]이 미래를 보여준다.
날아드는 공격을 피한 은하는 즉각 미래가 보여준 세상을 쫓아서 검을 휘둘렀다.
그러자 놈이 측면에서 가한 공격이 실패하고 말았다.
이제야 알겠어.
은하는 세 번째 기프트로 전환하며 자신의 기프트가 무엇인지 마침내 정의할 수 있게 됐다.
놈의 공격을 피한 은하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세 가지 기프트를 아우를 이름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기프트
과거도, 현재도, 미래도.
모든 것을 아울러서 자신이다.
인간의 한계는 끝이 없으며.
따라서 무엇이든 될 수 있다.
, , .
자신에게서 파생된 세 개의 힘이 그 사실을 일깨워주었다.
자신의 기프트는 그야말로 인간의 인생 그 자체다.
그렇기에 포기하지 않는다.
자신의 인생에 포기란 없다.
오직 승리만이 있을 뿐.
기프트
이 미래를 보여준다.
가 공격에 대응한다.
가 힘을 실어준다.
은하는 신화와 기프트를 조율해, 마침내 놈에게 닿았다.
이걸로, 끝이다.
붉은 눈을 향해 날아든다.
여명검이 이때를 기다렸다는 듯이 맹렬한 빛을 발한다.
이윽고 그의 검이 놈을 꿰뚫는다.
[소용없다니까요. 몇 번을 말해도, 당신은 저희를…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어!!!!!!!!???????]여명검
이중 문장, 기프트
새하얀 빛이.
마침내 우주를 몰아낸다.
내가, 이겼다.
백색으로 물들어가는 세계에서.
은하는 시원하게 웃었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921(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