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life Player RAW novel - Chapter 97
“왜 내가 도와줘야 하는 거야.”
민지가 빗자루로 바닥을 쓸며 투덜거렸다.
아무래도 하루 종일 안경을 쓰는 건 답답했는지, 평소와 다름없는 모습으로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일해라. 먹민지. 먹지도 않는 자, 일하지도 말라는 말 몰라?”
“죽을래? 나 진짜 안 한다?” “조금만 도와주세요.”
은하의 태세는 재빨랐다.
셋이서 교실을 청소할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민지는 흥 소리를 내고는 교실 구석을 마저 쓸기 시작했다.
“얘들아, 대걸레 빨아왔어~”
청소를 도와주는 건 민지만이 아니었다.
하양이 역시 청소를 도와주겠다며 대걸레를 빨아온 것이다.
“청소 도와줘서 고마워, 하양아.”
“헤헤, 빨리 끝나야 병원에 갈 수있잖아?”
“야, 노은하! 왜 나한테는 고맙다고 안 하면서, 하양이한테는 고맙다고 하는 거야?”
“어, 고마워.”
“너 정말 안 도와준다!?” “너희는 왜 맨날 싸우니.”
“”미안.””
하양이 대걸레를 든 채 짐짓 엄한 표정으로 두 사람을 혼냈다.
하양은 두 사람의 사과가 만족스러웠는지, 콧노래를 부르며 교실 앞부터 대걸레를 밀기 시작했다.
다만 아이들은 교실 뒤편에서부터 청소를 하고 있던 중이었다.
“정….”
정하양, 거기 아직 안 쓸었어.
은혁이 말하려다 은하의 눈치를 살피고는 입을 다물었다.
“나는 몰라. 모르는 일이야.”
서나는 짐짓 딴청을 피웠다.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는 않고,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면서 제자리만 쓰는 그녀였다.
은하나 민지도 마찬가지.
결국 은혁도 콧노래를 흥얼거리던 하양이 대걸레를 밀 때까지 적당히 청소하는 시늉을 내기로 했다.
덕분에 교실청소는 예정보다 일찍 끝났다.
임도훈이 의심 어린 눈초리로 아이들이 청소한 교실을 둘러보기는 했으나, 별 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하고 아이들을 해방시켜주었다.
“대장! 이제 우리 병원 가는 거지?” “응, 시간도 조금 늦었으니까 얼른 가자.”
친구들이 학교를 떠나지 않고 반에 남아 교실청소를 도와준 이유는 따로 있었다.
다 같이 줄리에타의 문병을 가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제 거의 2주가 지난 일이었다.
줄리에타는 무사히 아이를 출산했다.
친구들은 그녀가 아이를 출산한 날에 문병을 가고 싶었지만, 줄리에타와 아기의 안정을 위한다는 이유로 오늘이 되기까지 기다려야 했다.
“너희 뭘 타야 하는지는 잘 알고 있지?” “우리가 네 병문안을 얼마나 갔는데 그래. 당연히 잘 알고 있지. 그치 하양아?”
“여기서 초록색 버스 타면 금방 갈 수 있어!” “마을버스라서 요금도 비싸지 않더라.”
은하는 친구들이 가리킨 버스에 올라탔다.
조그마한 마을버스였다.
버스에는 친구들 외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래서 이들은 저마다 창가자리에 앉아 도시의 풍경을 내다보았다.
버스를 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앨리스병원이 눈에 들어왔다.
줄리에타는 은하가 작년에 입원했던 병동에 있었다.
병실에 있던 줄리에타는 옷매무새가 흐트러져 있었다.
바로 조금 전까지만 하더라도 아이에게 젖을 먹이고 있던 모양이었다.
“모두 Ciao!”
“”””챠오!””””
“안녕하세요.”
줄리에타가 단추를 마저 채우고는 아이들을 반겼다.
사전에 복도 화장실에서 손을 깨끗이 씻은 아이들은 침대로 몰려들었다.
“쉿! 너무 시끄럽게 굴면 안 돼.”
줄리에타가 입가에 검지를 대며 주의했다.
그녀의 침대 옆에는 바로 조그마한 침대가 하나 더 있었다.
그녀는 안고 있던 아기가 트림을 할 때까지 등을 토닥인 뒤, 아기용 침대에 눕혔다.
침대에 누운 아기가 조그마한 손과 발을 이리저리 버둥거렸다.
“와, 귀엽다!”
“민지야, 서나야, 얘 손 봐. 너무 쪼그매.” “귀여워~”
여자아이들이 아기가 누워 있는 침대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버둥거리던 아기가 침대 위로 들어온 얼굴을 빤히 쳐다보았다.
그러더니 뭐가 좋은지 까르르 웃음을 터뜨렸다.
“낯을 안 가리네요?” “응, 엄마가 누군데.”
줄리에타가 은하의 물음에 어깨를 으쓱였다.
그녀가 말하는 것처럼 아기는 외양은 줄리에타를 닮은 것 같았다. 노란 머리칼이며, 녹색 눈이 그녀를 빼다 닮았다.
브루노 아저씨를 닮은 건…, 몸집밖에 없으려나.
아기는 우량아였다.
브루노를 닮았다는 말이 나올 것처럼 우람했다.
“이건 엄마가 만든 티라미스에요.” “와, 은아 엄마한테 고맙다고 전해줘. 안 그래도 이거 먹고 싶었는데!”
“아, 줄리에타 누나. 이건 아까 오면서 사온 거예요.” “오, 초콜릿! 고마워, 은혁!”
은하가 가방에서 꺼낸 것은 어머니의 수제 티라미스였다.
줄리에타는 티라미스를 좋아했다.
우연히 어머니의 수제 티라미스를 맛보고는 흠뻑 빠진 그녀였다.
임신을 해서 당기는 음식이 어머니의 티라미스라고 했을 정도로.
“줄리에타 누나, 줄리에타 누나. 쟤는 남자아이에요, 여자아이에요?”
은혁이 침대에 몸을 기울여 물었다.
초콜릿과 티라미스를 한입씩 먹고 있던 그녀가 씩 하고 웃으며 답했다.
“Bambino! 건강한 남자아이야.”
“밤비노? 음, 남자아이구나.”
은혁은 줄리에타의 아이가 궁금한지 여자아이들 사이에 끼어들었다.
“야, 최은혁. 너 절로 가. 좁잖아.” “왜~ 남자아이라잖아. 너희보다 날 더 좋아할걸?” “그런 게 어디 있니? 넌 조금 차례를 기다려.” “은혁아, 너무 시끄럽게 하면 안 돼. 아기가 놀랄 수 있잖아.”
저편에서 아이들이 토닥이는 소리가 들렸다.
은하도 내심 아이가 궁금하기는 했으나, 서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머리를 들이밀며 낑낑거리고 싶지는 않았다.
“그럼 은애가 누나가 되겠네요.”
“오늘 벌써 다녀갔지. 은애가 정말 좋아하더라.”
아무래도 오전 중에 어머니가 은애를 데리고 다녀간 모양이리라.
은애는 줄리에타의 배가 눈에 띄게 부풀어 오를 때부터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그녀를 만날 때면 자신이 언니가 되는지 누나가 되는지 물어보았을 정도였다.
은애가 오늘 줄리에타의 아이를 보고 새된 기쁨의 소리를 질렀을 모습이 상상이 갔다.
“이름은요? 아직 안 정했어요?”
“이름은…,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브루노랑 정해둔 게 있어.” “응? 뭔데요?”
줄리에타가 머리칼을 쓸어 넘겼다.
그녀는 입안에 있던 티라미스를 삼키고는 쑥스러운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Avvenire. 꿈, 희망, 미래, 장래라는 뜻이야.”
“어베니어…. 그렇군요.”
“응. 이 아이는 우리의 미래이자, 희망이니까.”
어베니어.
은하는 아기의 이름을 중얼거렸다.
그는 줄리에타와 브루노가 어떤 마음으로 저 아기의 이름을 지었을지 짐작이 갈 것만 같았다.
그래서 그런지 어베니어라는 이름을 가진 아이에게 관심이 갔다.
그러다가,
잠깐, 어베니어라고?
다시금 아이의 이름을 중얼거리다 멈칫했다.
어베니어.
그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었다.
회귀 전, 그가 공략일지를 파헤치는데 몰두했을 때였다.
그때 공략자 명단에는 어베니어라는 이름이 올라와 있었다.
Avvenire Mairon
그는 공략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았던 플레이어였다.
이명은 .
은하가 알기로 강력한 주먹을 날리던 딜러였다.
어쩌면 바로 그가 여기 있는 아이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베니어. 그러네요. 은애한테도 동생이면, 저한테도 동생이 되겠어요.”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어쩌면 줄리에타가 비참한 상황 속에서도 죽음을 결단하지 않았던 이유에는 저 아기가 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어디까지나 추측에 불과했다.
은하는 아이들에게 손을 뻗는 어베니어를 보고 생각했다.
“그치. 은하 보스한테는 남동생이 되는 셈이니 예쁘게 봐줘.
나랑 브루가 전력을 다해서, 우리 아이를 은하 보스에게 도움이 되는 전속으로 만들 테니까.”
“됐거든요.”
미래에 라고 불릴 아이가 자신의 전속이 된다니.
브루노 같은 이가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옆에 붙어 있을 생각을 하니 결단코 사양하고 싶었다.
“어? 그럼 어베니어의 성도 노씨인 거네요?”
그때, 어베니어를 보고 있던 은혁이 고개를 홱 돌렸다.
이윽고 은하에게 손가락으로 만든 V를 보이는 줄리에타.
“응! 노 어베니어라고 해.”
“No─!!”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
아카데미에 비상이 떨어졌다.
처음 그 소식을 접한 이는 기숙사로 돌아가려던 고등아카데미의 학생이었다.
그는 외부인인 데에도 아카데미 내부를 당당히 둘러보는 이를 보고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십이좌야!
그는 주변을 걸어가던 사람들을 붙잡고 중등아카데미로 향하는 여성을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십이좌가 이 시기에 아카데미를 방문할 이유가 없다.
학생들은 처음에는 그의 호들갑을 농담으로 여겼다.
그러다 플랫구두를 신고 걸어가는 원피스차림의 여성을 확인하고는 소란을 떨 수밖에 없었다.
그녀의 트레이드마크라 할 수 있는 석장을 보고는 더더욱.
십이좌야.
십이좌 박혜림이잖아?
박혜림이면 22세에 십이좌로 선발된 박혜림을 말하는 거지?
그래, 그 박혜림이라고! 레귤러스 클랜의 일원이자, 십이좌 박혜림!
“… 아니라니까.”
한편, 박혜림은 간간이 들려오는 소리를 듣고는 미간에 주름을 만들었다.
아직 20대이건만, 벌서부터 가 웬 일이란 말인가.
그녀는 처음 자신을 라는 이명으로 대서특필을 했던 기자를 욕하고 싶었다.
그 전에, 해야 할 일부터 해야지.
그녀는 중등아카데미 학술동으로 걸어갔다.
아카데미는 몇 년이 지나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
물론, 그녀가 아카데미를 다니던 시기에는 학교 건물에 저런 문구가 적힌 현수막은 걸려 있지 않았다.
“그 아이가 몇 반이더라.”
십이좌 박혜림.
그녀가 사전에 연락도 없이 이 시기에 중등아카데미를 방문한 이유는 하나였다.
걸음을 멈추고 스마트폰으로 중등아카데미 신입생들의 명부를 살폈다.
아카데미 졸업생이자, 십이좌인 그녀가 신입생의 명부를 얻지 못할 것도 없었다.
“아, 노은아. 5반이었네.”
[중등아카데미 1학년 5반 출석번호 3번 노은아]혜림은 은아의 이름을 입에 담고는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 날을 얼마나 기다렸던가.
4년이다. 무려 4년을 기다렸다.
그녀는 4년 전, 제3위계 몬스터 크라켄이 한강에 출몰했던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했다.
절체절명의 순간.
모든 절망을 뒤엎듯이 하늘로 솟구친 빛의 기둥.
빛의 기둥에 닿은 크라켄은 다리가 소멸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열 종류가 넘는 디버프를 저항도 하지 못하고 얻어맞고 말았다.
그것은 .
전세계에서 다음으로 희소하다고 알려진 기프트이자, 현재까지 그 존재가 해명되지 않은 기프트였다.
그런데 그 을 당시 10살에 불과한 여자아이가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국내 최고의 서포터인 그녀로서는 여자아이의 기프트에 관심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
연구하고 싶다. 그 아이의 기프트를.
플레이어로 만들고 싶다.
정확히 말하면 자신의 로 삼고 싶었다.
그 아이는 서포터로서 재능이 있어!
혜림은 그때 그 여자아이, 노은아가 일으켰던 이 크라켄을 약체화시킨 것을 떠올렸다.
필시 그 아이는 서포터로서 장래가 기대되는 자질을 갖추고 있을 터.
그래서 그녀는 호국을 위해서라도, 사심을 채워 넣어 자신의 연구를 위해서라도 은아에게 접근하고 싶었다.
제동만 걸리지 않았다면.
첫 번째는 강현철이었다.
‘야, 넌 아직 나이도 어린 애들한테 그러고 싶냐?’
‘왜요, 왜요! 그러는 당신도 그 아이한테 흥미를 가지고 있잖아요!’
‘그래도 나는 참을 줄을 알지. 너도 좀만 기다려. 뭘 안달 내고 그래?’
‘…저기, 그거 좀 깨는 거 알아요? 저 지금 소름 돋은 거 아세요?’
‘아, 몰라, 몰라. 됐고, 이왕 만난 것도 연인데 밥이나 먹으러 가자. 갑자기 육개장이 확 끌리네.’
‘하아, 맨날 한식이에요? 가끔은 피자나 파스타처럼 양식도….’
‘고맙다. 잘 먹을게.’
‘또! 또! 또! 또 저한테 사라고 하는 거예요? 제가 지금까지 몇 번이나 당신한테 밥을 산 줄….’
‘거 참, 시끄럽네. 나만 아는 맛집을 소개시켜줄 테니까 그걸로 참아라 좀.’
두 번째는 레귤러스 클랜이었다.
이 통보는 재작년 돌연 떨어졌다.
‘요즘 누구를 조사하러 다닌다던 모양인데.’
‘…그걸 어떻게 아신 거예요?’
‘손 떼.’
‘네? 클랜 로드, 그게 무슨 소리인지….’
‘누군지는 몰라도 손 떼. 위에서 지시 떨어졌다.’
‘위라뇨? 정부요? 제가 십이좌인데 대체 누가….’
‘앨리스그룹.’
‘아….’
레귤러스를 후원하는 앨리스그룹은 소중했다.
혜림은 어쩔 수 없이 은아를 대략적으로 조사하는 선에서 그쳐야 했다.
접근도 하지 못했다.
그러다 4년이란 시간이 훌쩍 지나간 것이다.
“역시 플레이어가 될 줄 알았어.”
대신 한 가지 확신한 것이 있었다.
그만한 재능을 가진 아이가 플레이어가 되지 않을 리가 없다는 것을.
그래서 그녀는 은아가 초등학교를 졸업하는 시기를 가늠해, 중등아카데미를 응시한 아이들의 명부를 기다리고 있었다.
역시 그녀가 있었다.
그리고 그녀는 전체 성적 23위로 합격한 것이다.
역시, 역시.
인재였다. 이만한 재능이 따로 없었다.
은아가 중등아카데미에 입학했으니 더는 강현철도, 레귤러스 클랜도, 앨리스그룹도 간섭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은아에게도 좋은 일이었다.
국내 최고의 서포터로 손꼽히는 그녀가 가르침을 전수하겠다는데 마다하지 않을 이유가 없었다.
“…럭키.”
때마침 혜림은 학술동에서 나온 은아를 발견했다.
그녀가 조사했던 사진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게다가 어릴 때의 얼굴이 남아 있었다.
“마침 사람도 없네.”
은아가 향하는 길은 인적이 드문 길이었다.
은아 옆에 연푸른 머리칼의 소녀가 있었지만, 혜림은 주저하지 않고 그녀를 불렀다.
“얘, 얘.”
“네?”
은아와 함께 있던 여자아이도 고개를 돌렸다.
이제 보니 신비한 색을 품은 머리칼의 여자아이도 범상치 않은 마나를 품고 있는 것 같았다.
자세히 보니 머리를 염색한 것이 아니라 천연이었다.
체내 마나가 육체에 영향을 줄 정도로 진하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혜림은 그녀보다는 은아에게 더 관심이 갔다.
고작 4년인데.
몇 년 사이에 그녀는 체내 마나를 파악할 수도 없을 정도로 갈무리하고 있었다.
시험 삼아 그녀의 체내 마나를 살피려 하자, 은아가 재빨리 방어 자세를 취하기까지 했다.
전개한 술식도 보통이 아니었다.
쉽게 파훼할 수 없는 구조였다.
“누구세요?”
은아가 경계심을 드러냈다.
아, 실수했다.
혜림은 뒤늦게 자신의 실수를 깨달았다.
친근하게 다가가도 모자를 판에, 괜히 경계심을 부추긴 것이다.
“미, 미안. 그래도 나는 나쁜 사람이 아니야.
내가 누군지는 말하지 않아도 알겠지?
내가 정말 네가 여기 오기를 얼마나 기다리고 있었는데.
얘, 나한테 배워볼 생각 없니? 언니가 아주 잘 가르쳐줄 자신 있는데.”
혜림은 그만 당황해서는 허둥지둥 본론을 꺼냈다.
어서! 어서!
그녀는 확신했다.
은아가 넘어오리라는 것을.
자신이 누구인지를 모르지 않는 이상, 넘어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그런데 은아의 대답은,
“괜찮아요! 이미 훌륭한 선생님이 있으니까요!”
하고 대답을 하는 것이 아닌가.
혜림은 그녀의 대답을 의심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녀가 거절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지 못한 전개였다.
“얘, 얘, 기다려봐!”
도대체 그 선생님이 누군데!
혜림은 아카데미를 나서는 은아를 불렀다.
나이는 어려도, 국내 최고의 서포터라 자부하는 그녀였다.
그녀보다 방대한 마나를 제어하는데 탁월한 인재는 대한민국에서도 손에 꼽힐 정도로 드물었다.
기껏해야 나 정도이리라.
그리고 그녀와 같은 십이좌에 속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캐스터 신서영까지.
혜림은 그들을 제외하고 자신보다 잘 가르칠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거라고 자신할 수 있었다.
“…이상한 사람이야. 가자, 연화야.” “어? 어어…. 은아야, 근데 저 분….” “응? 아는 사람이야?”
“아는 사람은 아닌데…, 혹시 몰라?”
은아는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았다.
오히려 뒤에서부터 쫓아올세라, 연화를 데리고 속보로 걷기까지 했다.
연화는 자신들을 불러 세우는 혜림을 힐끗 쳐다보고는 난처한 모습을 감추지 못했다.
“누군데? 누군데?” “…음, 아니야.”
그때 은아가 팔짱을 끼며 물었다.
연화는 기분 좋은 미소로 다가오는 그녀를 보니 괜한 고민이 사라졌다.
“그런데 은아 너한테 마나제어를 가르친 선생님은…, 누구셔?” “너한테만 말하는 비밀이야.”
도대체 누구길래?
연화는 까치발을 들면서 소곤거리는 그녀의 행동에 눈을 깜빡였다.
“신서영 언니라고, 있어.”
“…설마 ?”
“응.”
“대단하다.”
“연화 너는?”
은아가 눈을 반짝였다.
연화가 난처한 시선으로 대답을 망설였다.
굳이 비밀이라 할 것도 없었다.
아마 아카데미의 교관들은 모두 알고 있을 것이다.
정보가 빠른 학생들도 알고 있으리라.
다만, 뭔가 자랑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웬만해서는 꺼내고 싶지 않았다.
그래도 은아가 저리도 바라보니 답하지 않기도 미안했다.
결국 연화가 고민 끝에 입을 열었다.
“….”
“? 작년에 레비아탄을 토벌하신 그분?”
“응.”
“와, 대박.”
“너도. 대박.”
전혀 예상치 못한 전개였다.
은아는 연화의 손을 잡고 호들갑을 떨었다.
멀리서부터 자신을 부르는 소리는 하나도 들리지 않았다.
리라이프 플레이어 0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