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138)
레필리아 레소드-138화(138/398)
레필리아 레소드 138화
광전사 사냥(6)
“페브리안 님, 부탁드립니다.”
백병전에서 유일하게 광전사와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유트였다.
리안은 유트에게 부탁했고, 자경단들의 시선이 모두 모여들었다.
유트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두 자루의 검을 꺼내 들었다.
유트는 평소 쓰던 무기가 아닌지라 불편함을 느꼈다.
전투하면서 숙련도를 쌓을 수는 있지만, 상대가 호락호락하진 않았다. 유트는 그런 것들보단 유이의 상황이 걱정되고 있었다.
유이를 찾으러 간 리에르도 조용했다. 정보를 알 수 없기에 유트는 불안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는 믿고 있었다.
자신의 친구 리에르는 설원에서 수많은 강자를 쓰러뜨렸다. 포스가 없어도 그는 강했다.
“내가 페브리안 님을 지원하겠소!”
유트를 지원하기 위해 자경단 한 명이 나섰다. 그는 긴 창(Spear)을 든 인물이었는데 자경단 내에서 꽤 강한 축에 속했다.
광전사는 검은 살기를 피워 올리며 달려들었다. 유트는 그를 상대로 두 자루의 검을 교차하며 대치하였다.
채엥!
긴 쇠의 마찰음이 울려 퍼진다. 그와 함께 허공중에 불꽃이 일어났다.
유트의 검은 광전사의 검과 맞섰다. 유트는 무기가 바뀌었어도 광전사에게 전혀 밀리지 않았다.
광전사는 유트의 목을 베기 위해 검을 곡선으로 찔러 들어갔다. 유트는 그대로 반 회전 하면서 상대의 허리를 향해 카운터 공격을 날렸다.
텅!
유트의 검은 두꺼운 갑주에 막혀 치명상을 주진 못했다. 하지만 충분히 움직임을 둔하게 만들었다. 그 타이밍을 놓치지 않고 유트는 사정없이 광전사를 공격했다.
검과 검의 비명이 연속해서 울려 퍼졌다.
유트의 옆에서 교묘하게 찔러 들어오는 창날은 광전사의 진격을 막아섰다.
유트와 함께 나선 남자는 확실히 뛰어난 실력을 갖고 있었다.
광전사의 검은 막아내는 것만으로도 힘들다. 상대의 공격을 막을 때마다 체력도 조금씩 빼앗긴다. 당연히 전투가 지속할수록 피로도가 쌓이게 된다.
하지만 적절하게 지원하는 자경단 덕분에 유트는 공수 전환을 자유롭게 하면서 공격을 퍼부었다.
유트는 광전사가 처음 싸웠을 때 비해서 움직임이 둔하다고 생각되었다. 자경단은 장전을 끝마치고서 크로스 보우를 어깨 위로 들어 올렸다.
유트는 타이밍 맞게 물러서려 했다. 하지만 자경단은 유트가 피하기 전에 발사했다.
유트는 다급하게 몸을 움직였다. 하지만 이미 쿼렐이 코앞에 있었다.
탕, 탱!
유트는 쌍검으로 쿼렐을 적당히 쳐내면서 피했다. 자신의 옆에 있던 장창 남자는 이미 몸을 피한 지 오래였다.
유트는 바닥을 뒹굴면서 공격 범위에서 피했다. 그 순간 그의 발목에서 통증이 찾아들었다.
쿼렐 한 발이 유트의 발목 윗부분에 박혔다. 상처 주변으로 선명한 핏빛이 바지 끝단을 물들였다.
마을의 자경단이 질이 좋지 않을 거란 것은 예상하였다.
하지만 설마하니 이런 식으로 뒤통수를 치리라곤 생각하지 못했다.
‘적어도 광전사를 처치하고 나서 공격할 줄 알았는데.’
광전사도 쿼렐에 타격을 입어 갑옷 여기저기가 부서졌다.
덕분에 썩어가는 피부가 훤히 드러났다.
아무리 검술이 뛰어나도 힘의 중심이 되는 다리를 다쳤다면 제 실력을 발휘할 수 없었다. 더군다나 크로스 보우를 쏘는 쪽에선 멈춰 있는 표적을 맞추지 못할 일은 없었다.
유트로서는 생각지도 못한 위기였다. 앞으로 아버지의 업적을 뒤따르기 위해선 할 일이 너무도 많았다.
많은 전장을 넘어야 하고, 많은 미래를 생각해야 했다.
정체를 숨기고 있던 도적들 따위에 당하는 미래 따위는 상상해 본 적이 없었다.
유트는 이를 사리물면서 검을 땅에 박고 일어섰다.
출혈로 인해 신발 안창이 잔뜩 젖어 축축함과 고통이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하지만 멈춰 있을 수는 없다. 뒤로는 광전사가 무기를 들고 있고, 앞으로는 자경단이 크로스 보우 재장전을 하고 있었다.
유트는 일단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재장전을 하는데 시간이 걸리는 자경단보다 급한 것은 광전사 쪽이었다.
일단은 그들의 공격 범위에서 조금이라도 벗어나야만 희망을 품을 수 있었다.
불행 중 다행인지 광전사는 더 이상 유트에게 덤벼들지 않았다. 오히려 크로스 보우를 장전하는 자경단들을 향해 검의 방향을 돌리고 있었다.
유트는 발목의 고통을 참아가며 검을 지팡이 삼아 움직였다. 이마와 얼굴에는 비 오듯이 땀이 달라붙었다.
유트의 녹색 눈동자 안으로 자경단원들이 장창을 세우는 것이 보였다.
“북의 태자도 어쩔 수 없는 사람이구려. 하하!”
조금 전만 해도 든든한 아군이었던 사내. 그는 덩치도 좋고 힘과 완급조절이 좋은 실력자였다. 허투루 장창을 휘두르는 상대가 아니었기에 유트도 쌍검을 들고서 상대와 시선을 마주하였다.
유트는 상처 덕분에 앞 머리카락이 땀에 젖어 이마에 달라붙었다.
유트가 부상을 입었어도 장창의 사내는 방심하지 않았다. 비아냥거림을 품어도 오히려 장창을 든 손에는 진땀을 흘리고 있었다.
장창 사내가 신중한 모습을 보이자 유트로서는 상황이 더욱 어렵게 되었다.
상대는 유트를 극도로 경계하며 창끝을 서서히 흔들면서 거리를 재기 시작했다.
“하앗!”
사내가 기합성을 지르며 창을 찌르고 들어왔다. 유트는 검을 교차해서 공격을 틀어막았다.
그 순간 유트의 시야 안으로 무언가가 보였다.
상대의 손에 작은 단검이 쥐어져 있었다. 칼날의 방향은 방심한 유트의 옆구리를 향해 날아들었다.
유트는 재빨리 몸을 회피하려 했다.
그런데 그 순간 발목에서 뜨끔한 통증이 전달되었다.
“큽……!”
유트는 허리춤을 뜨겁게 스치고 지나가는 통증을 느꼈다. 운 좋게도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나, 전투는 점점 힘들어지게 되었다.
“헤헤, 북의 태자를 죽였단 것이 알려지면 내 명성이 조금은 올라가겠지?”
사내는 입술을 혀로 핥으며 중얼거렸다. 유트는 미간을 찌푸리며 상대의 창과 단검을 바라보았다.
사내는 유트의 허리를 찌른 단검에 힘을 주며 비틀었다.
사내는 승리를 예감했다. 쌍검을 들은 손은 자신의 창에 봉인되어 있었다. 차려준 밥상을 못 먹는다면 그것은 전사로서의 수치였다.
사내는 유트의 얼굴 앞까지 얼굴을 들이대며 히히, 웃어 보였다. 천재라고 불리는 북의 태자를 자신의 손으로 죽일 수 있다는 우월감이 느껴졌다.
그에게 있어 그것은 굉장히 고양을 일으켰다.
사내는 유트의 고통스러운 얼굴을 자세히 보기 위해, 더 확실하게 자신의 모습을 각인시켜 주기 위해서 유트의 매끄러운 얼굴에 숨결을 불어 넣었다.
“고맙군.”
고통스러운 비음을 내뱉을 줄 알았던 유트는 갑자기 웃음을 지었다.
그의 묘한 태도에 사내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비아냥했다.
“이름도 모르는 녀석에게 죽을 생각을 하니 갑자기 미치기라도?”
“아니.”
유트의 양손이 움직였다. 끼기긱, 하는 철을 긁는 소리가 동시에 들려온다.
유트는 몸을 낮추며 상대의 창을 쌍검으로 내리눌렀다. 사내는 유트의 빠른 움직임을 보고 급하게 몸을 뒤로 뺐다.
하지만 다른 한 손에 잡고 있던 창이 나무에 걸렸다.
그 순간 사내의 시야 안으로 은발이 출렁이는 것을 보았다.
사내는 유트를 찔렀던 단검을 급하게 들어 막았다.
막기만 해도 손목이 저릿한 충격이 단검을 통해 전해졌다. 사내는 고통을 느낄 사이도 없이 기분 나쁜 소리를 들었다.
푸쉭!
장검은 사내의 배를 가르며 피를 뽑아냈다.
사내는 큰 실수를 했다.
만약 사내가 발목을 다친 유트를 상대로 장창의 이점만 이용했다면 결과는 달라질 수 있었다.
지금의 유트에게 있어서 거리를 벌리고 싸우는 상대는 껄끄러웠다.
하지만 사내는 유트의 미끼를 덥석 물었다. 그 결과 승리를 가져갈 수 있었다.
또 하나 다행인 것은 사내에게 입은 상처는 심각한 부상은 아니었다. 사내는 단검을 사용하는 데 익숙지 않았는지 깊게 박아 넣지 못했다.
깊은 상처가 아니라 해서 낙관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었다. 고통은 끝없이 찾아올 것이고, 적들은 아직 수가 많았다.
유트는 잠시 고민하였다. 그에게는 두 가지 선택문이 있었다.
이대로 안전한 곳으로 도망치는가, 아니면 전투를 속행하면서 리에르를 기다리는가.
유트는 전투 상황을 지켜보기 위해서 수풀 바깥을 살며시 내다보았다. 그리고 의외에 상황이 시야에 들어왔다.
분명 광전사를 상대하기 위해선 한 명이라도 많은 인원을 필요로 해야 했다.
하지만 자경단은 유트의 예상과는 달리 너무나 빠른 배신을 했다. 그는 그 부분이 내심 걸렸는데 지금 눈앞에 있는 상황은 의외였다.
자경단은 큰 피해 없이 광전사를 제압하고 있었다.
“쏴라!”
불길을 머금은 쿼렐은 광전사를 향해 날아들지 않았다. 오히려 그의 뒤편에 있는 작은 집을 향해 쏟아지고 있었다.
광전사는 집으로 향하는 쿼렐을 막기 위해 몸을 움직였다. 검으로 쳐내고, 몸으로 대신 막았다.
어느새 광전사는 불길에 휩싸이고 있었다. 이미 다 떨어져 가는 광전사의 갑옷 안으로 역한 냄새와 함께 썩은 살이 타들어 간다.
[Stasis Field 한계점 돌입. 생명 유지 부하율 초과. 회피할 것을 권고합니다.]칠흑의 검에서 웅웅, 거리는 음성이 흘러나왔다.
이미 죽어버린 시체는 더 이상 말을 알아들을 수도, 반응할 수도 없었다.
썩어가는 살덩어리 속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것은 오직 단 하나.
언제 죽어도 아쉽지 않을 길고 길었던 천년의 생. 그 생의 한 끄트머리에 자신을 붙잡는 아내와 곧 태어날 아이. 이미 시간이 흐르고 아이가 성장했어도 광전사는 싸움을 멈추지 않았다.
자신의 가족을 볼 수 있는 눈은 멀었다. 가족을 안을 수 있는 심장은 사라졌다.
자경단은 재사격을 위해 쿼렐을 장전했다. 광전사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칠흑의 검을 들어 올렸다.
칠흑의 검은 위이잉, 하는 소음과 함께 검은 빛 자장을 흩뿌렸다. 이내 칠흑의 검은 작은 큐브로 분자화했다. 그것들은 검에서 총신으로 바뀌며 적들을 향해 불꽃을 내뿜었다.
광활한 빛이 전방을 향해 부채꼴로 퍼져 나갔다. 자경단은 순식간에 빛에 휘말려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리안은 그 모습을 보고는 다음 명령을 내리지도 못하고 얼어붙었다. 생각지도 못한 광전사의 또 다른 공격 능력이었다.
광전사는 뿌연 연기를 피워 올리는 총신을 거둬들였다. 다시 검의 형태로 바뀐 칠흑은 웅웅 하는 울림을 내면서 경고했다.
[변형 불가. Stasis Field 유지 불가. 회피할 것을 권고합니다.]리안은 광전사가 재차 공격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다급하게 손을 들어 자경단을 움직였다. 그제야 정신을 수습한 자경단들은 다시 크로스 보우를 장전하였다.
휘리릭, 쉬릭.
기름을 얹은 쿼렐이 불꽃을 머금고 허공을 갈랐다.
[부하율 초과. 형태 유지가 어려움을 알립니다. 회피할 것을 권고합니다.]반복되는 경고음.
광전사는 그 말을 알아들을 의식이 없었다. 또한, 알아듣는다 해도 그가 물러설 일은 없었다.
광전사는 다시 빗발치는 쿼렐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막아내지 못한 쿼렐은 광전사의 몸에 박혀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