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254)
레필리아 레소드-255화(254/398)
레필리아 레소드 255화
EP1 요리왕 유이(2)
“여기 소고기들은 핏기를 닦아주시고, 크기는 한입에 넣을 수 있도록 큐브 형태로 썰어주세요. 준비된 고기는 소금과 후추로 먼저 간을 해줍니다.”
리즈는 익숙한 손으로 큐브 형태로 썬 고기에 조미료를 넣고 버무리기 시작했다.
“유이 양 거기 있는 팬에 불 온도를 올려 주시겠어요?”
“응.”
불꽃을 점화시키는 장치인 버너의 스위치를 켜자 확, 하는 소리와 함께 불꽃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평소 음식을 하려면 불을 붙이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손가락 하나만으로 쉽사리 불이 켜지는 것을 보니 새삼 세상이 좋아졌다는 생각이 들었다.
“핏물이 빠지는 동안 채소를 다듬습니다. 채소의 크기는 고기를 썬 크기와 맞춰 주시면 먹기가 좋죠. 요리란 상대를 배려하는 행복한 작업이니까요.”
“그런가?”
유이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 피를 토하며 쓰러지는 리에르, 그리고 잠든 척하는 유트를 떠올리며 눈에 힘을 주며 굳게 다짐했다.
사람이 쓰러지지 않는 음식을 만든다. 일단은 소박한 꿈이지만 유이 그녀에게서는 최고의 난제였다.
“달궈진 팬 위에 먼저 버터를 발라주세요.”
유이는 갑작스러운 지시에 잠시 당황하더니 눈을 열심히 굴렸다. 버터를 주걱으로 살짝 펴내며 리즈의 눈치를 한 번 보니까 그는 고개를 끄덕이고만 있었다.
“용기를 내세요.”
유이는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버터를 팬 위에 발랐다.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팬 위에 발라진 버터가 기포를 흘린다. 리즈는 미리 썰어 놓은 신선한 채소들을 팬 위에 부었다.
“하나하나 구워준다는 생각으로 살짝 데쳐주세요.”
치익, 치지직!
팬에 몸을 던진 당근과 감자들은 버터의 매끈한 옷감을 뒤집어쓴 채로 유이의 주걱에 맞춰 미끄러지듯이 움직였다.
“데친 채소는 쟁반 위로!”
리즈가 보기에 유이의 손놀림이 딱히 나쁜 것은 아니었다. 아니, 오히려 동년배의 여성들에 비해서 요리에는 익숙한 움직임이었다.
하지만 그녀의 치명적인 약점이 보였다.
조금만 시간이 지체되어도 음식에 검은 기운이 도사렸다. 리즈는 자신이 본 것을 믿지 못했다.
데쳐진 채소들을 유심히 살펴본 리즈는 후우,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채소를 볶았다면 이것 역시 맹독의 음식으로 바뀌었을지도 모른다.
리즈는 신이 있다면 매우 공평한 존재라고 생각하고 말았다.
유이는 빼어난 아름다움을 가지고 여전사로서의 실력도 지녔다. 하지만 음식의 신에게만은 유독 저주를 받았다. 그녀가 조금만 손을 놀려도 음식이 최악의 맛이 된다.
‘그녀에게 걸린 저주를 내 풀어 주리라.’
갑자기 이상한 사명감이 생겨난 리즈는 유이에게 다음 지시를 내렸다.
“팬 위에 버터를! 밀가루 옷을 입은 고기 전사를 데치는 겁니다!”
“넵!”
유이는 또랑또랑한 두 눈을 번쩍 뜨며 리즈의 지시에 따랐다. 갑작스러운 사명감에 빠진 리즈와 마찬가지로 유이도 타지 않는 음식을 만들겠노라 다짐했다.
“브라운 루는 버터와 밀가루 1:1. 물은 두 컵 이상 넣지 않습니다! 진한 갈색이 될 때까지 저어주는 겁니다!”
“넵!”
유이가 마무리한 소고기는 말랑말랑하게 알맞게 데쳐졌다.
리즈는 씨익, 웃으면서 속으로 뇌까렸다.
‘유이 양의 손놀림은 나쁘지 않아. 내가 옆에서 지켜보는 한 저주받은 음식이 나올 수는 없다.’
소스도 만들어지고 채소와 고기는 준비가 끝났다. 유이는 솥에다 소스와 재료를 붓고서 버너의 불을 지펴 올렸다.
“이, 이러면 된 걸까……?”
유이는 다시 자신감이 떨어진 듯이 큰 눈망울을 굴리며 리즈를 바라보았다.
리즈는 솥에서 흘러나오는 향기로운 음식 냄새를 맡은 뒤에 자신감이 넘치는 듯이 픽, 웃어 보였다.
“문제없습니다.”
“하지만…….”
지금껏 수많은 사람을 기절시켰던 악몽이 있던지라 유이는 리즈의 호언장담에도 불길함을 감추지 못하고 있었다.
“아니요, 당신에게 부족했던 것은 타이밍입니다. 타이밍의 부족으로 식 재료를 상하게 해서 맹독을 가진 음식들이 나왔을 뿐, 이제 유이 양은 요리왕으로서 다시 태어나는 겁니다!”
“선생님……!”
어느새 리즈 아저씨에서 선생님으로 바뀐 호칭에 리즈는 한껏 의기양양하게 어깨를 펴 올렸다. 보글보글 기분 좋게 끊어오르는 요리와 모락모락 향기로운 김을 피워 올리는 솥.
그녀가 만든 맛있는 요리는 자신을 먹어줄 사람을 기다리는 듯 보였다.
긴장되는 시간이 흘러가기 시작했다. 유이는 안절부절못하고 있었다. 리즈는 지금까지의 요리 과정엔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고 다시 한번 점검했다.
뜸이 다 들었을 즈음에 리즈는 조심스럽게 솥의 뚜껑을 열었다. 뿌연 김 사이로 갈색의 소스가 부글거린다.
먹음직스러운 고기 조각이 듬뿍 담긴 비프 스튜가 형체를 드러냈다.
긴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 유이에게 안심하라는 듯 리즈는 웃어 보였다. 스튜를 떠서 종지 그릇에 뜬 뒤에 맛을 보았다.
리즈는 갑자기 머리가 어지러워졌다.
“리즈.”
누군가가 부르는 소리. 힘겹게 눈가를 열었을 때, 진녹색의 여성이 사랑스러운 미소를 지으면서 이마를 어루만져 주었다.
“하여간 잠꾸러기라니까.”
“여, 여기는……, 그리고 당신이 이곳에 왜…….”
잠이 덜 깬 듯한 리즈의 목소리에 진녹색 머리칼을 가진 아름다운 여성은 부드러운 입술로 웃음 지어 보였다.
“저기…… 선생님?”
맛을 보고 나서 눈을 감고 미동도 하지 않는 리즈를 보고 유이는 불안한 듯이 그를 불러보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던 리즈는 눈을 번쩍 떠올리더니 눈물을 흘리면서 소리쳤다.
“이 맛! 처음으로 누군가를 생각하며 만든 이 달콤하고 향기로운 음식은 첫사랑을 떠올리게 합니다! 이 기가 막힌 맛과 향! 유이 양, 당신은 요리의 천재로서 다시 태어난 겁니다!”
“저, 정말로……!”
유이는 자신이 만든 음식을 먹고도 리즈가 쓰러지지 않자 감격스러워했다.
“당신에게 드릴 것은 이것밖에 없군요.”
리즈는 스튜와 함께 나갈 예정이었던 갓 구운 호밀 빵을 유이에게 들려주었다.
“이건…….”
“그에게 가세요. 어깨를 당당히 펴고 당신이 만든 맛있는 요리로 당신을 비웃던 자들을 매혹하는 겁니다.”
“선생님…….”
유이는 그동안 리즈를 싸움 좋아하는 호모 새끼로 생각했었다. 이제는 조금 생각이 달라지게 되었다.
드래곤의 알을 파먹고도 살아남은 남자, 오크에게 돼지 바비큐를 먹이는 남자, 미노타우르스에게 사골을 퍼먹이는 전설의 남자, 미스터 쿠킹.
리즈는 그런 남자에게 인정받은 천재였다. 유이는 그가 인정해 준 것이 기뻐서 자신도 모르게 리즈를 덥석 끌어안았다.
품에 안겨진 그녀의 머리를 쓰담 쓰담 하면서 리즈는 빙긋 웃었다.
“당신은 당신의 길을 가세요.”
“고마워요…….”
유이는 갓 만들어진 호밀 빵 파이와 자신이 만들어 낸 비프스튜를 들고 길을 떠났다.
그런 그녀의 당당한 뒷모습을 보면서 리즈는 새끼 새가 처음으로 날갯짓을 하는 광경이 떠올라 한쪽 가슴이 뭉클해졌다.
“자, 우리도 맛있는 식사를 해보죠. 어차피 오늘 영업은 종 친 것 같으니.”
기분이 한껏 고양된 리즈가 웃으면서 종업원들에게 말하자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리즈는 이상한 분위기를 느끼고 고개를 갸웃거릴 때 종업원 하나가 용기를 내어 입을 열었다.
“저 호밀 빵……. 괜찮을까요?”
“무슨 말인가요?”
“아까……. 저분이 호밀 빵도 도와주셨는데…….”
“…….”
종업원의 말을 들은 리즈의 안색이 창백해지기 시작했다. 정적이 찾아온 식당 안을 둘러본 리즈는 이내 침착하게 입을 열었다.
“그녀가 손을 댄 음식물은 전부 소거합니다.”
리즈의 사정을 전혀 모르는 유이는 콧노래까지 흥얼거리며 리에르를 찾았다.
항상 퉁명스러운 표정으로 툭툭 쏘는 듯한 말투를 사용하던 그녀가 오늘은 살갑게 말을 걸어대는 걸 보고 성 내부의 사람들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리에르와 유트는 동쪽 성문에 순찰을 돌고 있다는 제보를 받고 음식이 식을세라 걸음을 더욱 빨리하였다.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아 유트와 리에르가 보였다.
“오빠!”
유이의 부름에 유트는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반기려다가 음식 냄새가 풍겨오는 것을 보고 표정을 굳혔다.
“리엘, 나 잠시만 도망, 아니, 북 내성 시찰 다녀올게.”
“어?”
유트가 갑자기 사색이 되어 도망가는 것을 보고 리에르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곧 유이가 무언가를 들고서 휴, 하는 숨을 내뱉더니 리에르를 노려보았다.
“오빠는 갑자기 어디 가는 거야?”
“글쎄. 녀석이야 관리하느라 바쁘니까.”
시큰둥한 리에르의 반응을 보고 유이는 대번 눈썹을 찌푸렸다.
성안의 사람들은 유이를 대하는 것이 옥구슬을 대하듯, 공주님을 대하듯이 하는데 리에르는 관심 없다는 말투였다.
유이는 그런데도 리에르가 신경 쓰였다.
어렸을 적부터 하도 토닥거리고 싸워서 미운 정이라도 들은 것일지도 몰랐다.
아니, 다른 이유는 없었다. 그저 오늘 꿈에서 느낀 수치를 씻어내고 싶었다.
‘그래, 그냥 수치스러운 기억을 남기지 않기 위한 거야.’
그렇게 스스로를 설득했다. 유이는 눈망울을 굴리고선 조심스럽게 말했다.
“먹을 것 좀 가져왔는데……. 안 먹어도 상관은 없지만.”
유이의 말에 리에르는 대번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제야 유트가 도망을 간 이유를 깨닫게 된 리에르는 도망칠 궁리를 찾기 시작했다.
성벽에서 그냥 뛰어내리자니 크게 다칠 것이 뻔했고, 이대로 줄행랑을 치자니 추격을 해올 것 같았다.
‘그냥 들이 받아버려서 기절시킬까?’
눈빛을 번쩍거리는 리에르를 앞에 두고 유이는 시큰둥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머, 먹기 싫으면 다른 병사들에게 주면 되니까!”
리에르가 유이의 음식을 먹고 졸도했던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기에, 쉽게 결정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리에르가 노골적으로 싫어할 것은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자신도 모르게 서운함이 물밀 듯이 몰려 들어왔다.
생각 같아선 평소처럼 때려눕힌 뒤에 기절시키고 먹여 버리고 싶었지만, 그런 것마저 자존심이 상했다.
리에르는 뒤돌아선 유이의 손안에 무거워 보이는 짐이 보였다.
일부러 먹을 것을 주기 위해서 찾아온 것이 유이답지 않아서 리에르는 피식 실소하고 말았다.
“뭐야!”
리에르가 뒤에서 웃음을 터뜨리자 유이는 고개를 홱 돌아다보았다.
신경질적으로 치켜 올라간 눈매는 여전했지만, 홍채가 젖은 듯이 축축해 보이는 것을 보고 리에르는 의아하게 느껴졌다.
항상 독한 모습만 보여 왔던 그녀치곤 좀 색다른 분위기.
“아니, 그게 아니라 기왕 가져왔으니 먹자고.”
리에르는 가져온 정성을 생각해서 안 먹을 수는 없고, 그렇다고 그 고통을 생각하니 몸서리가 쳐졌지만 먹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리에르의 말을 듣고 유이는 눈을 동그랗게 만들고서 입술을 우물거렸다.
“정말?”
“어차피 힘들게 가져온 건데 도로 가져갈 거야?”
리에르는 아하, 한숨을 내쉬면서 아예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러고는 넋 놓고 있는 유이를 올려다보며 뭐하냐는 듯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저, 정말로 먹으려고?”
“뭐야, 너. 어차피 먹어보라고 가져온 거 아니었어?”
유트나 나나 그런 것은 원치도 않겠지만…….
유이에겐 들리지 않을 정도로 조그맣게 중얼거린 리에르는 이상할 정도로 얌전한 유이의 모습에 다시 한번 고개를 갸웃거렸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건방진 얼굴이긴 하지만 묘하게 기분이 좋은 듯 보이는 것은 착각일까?
유이는 가져온 스튜를 그릇에 따라 보인 뒤 수저와 함께 리에르에게 넘겨주었다.
식당에서만큼 따뜻한 스튜는 아니지만 잘 닫혀 있던 뚜껑 덕분에 온기는 그대로 남아 있어 여전히 먹음직스러운 향기가 주변에 감돌았다.
“걱정되면 안 먹어도 되고!”
상황이 이렇게까지 되었으니 안 먹고는 못 배길 상황이 되어 버렸다.
리에르는 후우, 한숨을 내쉬고는 받아 들은 스튜를 들여다보았다.
먹음직스러운 향기, 그리고 잘 익어 보이는 고기와 채소의 향연.
예전의 유이가 한 요리와는 많이 달라 보였다. 냄비에서 빨판을 꿈틀거리는 그 무언가는 보이지 않았으니까.
우연인지는 모르지만, 리에르가 좋아하는 비프 스튜가 손안에 들렸다. 게다가 유이는 쭈그리고 앉아서 무릎을 팔로 감싼 채 뚫어지라 쳐다보고 있었다.
리에르는 큰소리를 이미 쳐 두었으니 눈을 질끈 감고 먹는 수밖에 없었다.
수저를 들어 스튜에 들은 고기를 입안에 넣고 리에르는 곧 찾아올 고통에 대비하였다.
“어, 어때?”
어째서인지 모르지만, 유이가 더 긴장한 듯이 큰 눈망울을 굴리며 물어보았다.
부드럽게 씹히는 고기의 식감, 입안에 착착 감기는 맛은 이전의 ‘그것’들과는 분명히 달랐다.
혹시 유이 음식에 대해서 내가 내성이 생긴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몇 번 더 떠먹어본 리에르는 인정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맛있어.”
리에르의 말에 유이는 얼굴이 확 달아올랐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들어보지 못한 말을 리에르의 입에서 듣게 되었다.
리에르는 유이가 만든 스튜 한 그릇을 비워내었다. 안 그래도 쌀쌀해진 날씨에 맛있고 따뜻한 스튜를 먹으니 리에르는 속이 든든해졌다.
“……더 줄까?”
“응, 더 먹을래.”
리에르에게 그릇을 넘겨받은 유이는 고기와 야채가 듬뿍 담긴 스튜를 부어서 넘겨주었다.
자신이 만든 음식을 리에르가 맛있게 먹고 있으니 유이는 왠지 모를 설렘마저 느껴졌다.
후루룩, 후룩. 리에르는 스튜의 맛을 음미할 새도 없이 먹어치웠다.
새삼 그녀가 만든 요리에 놀란 리에르는 유이에게 칭찬이라도 해야 하나 하고 쳐다봤다가 잠시 멍해지게 되었다.
항상 눈을 치켜뜨고서 표독스러운 말만 내뱉던 밉살스러운 꼬마가 어느새 여성이 되어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었다.
게다가 뚱한 표정만 짓고 있던 그녀가 배시시 웃고 있는 모습이 너무 예뻐 보여서 리에르는 가슴이 뛰는 것을 느꼈다.
“아 참, 호밀 빵도 있는데 먹어볼래?”
“어, 먹을래.”
리에르는 넘겨준 호밀 빵을 받고서 반으로 쪼개보았다. 보드라운 속살을 드러낸 빵의 부드러운 향기가 코를 자극하자 리에르는 한 입, 앙 깨물어 보았다.
리에르가 식사를 맛있게 하는 모습을 보고 유이는 묘하게 기분이 좋아 자꾸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처음에는 자신을 무시하는 리에르에게 복수를 하고 싶은 생각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좋아하면서 먹고 있는 모습을 보니 신기할 정도로 그럴 마음이 사라졌다.
‘뭐 아무래도 상관없겠지.’
그렇게 모든 것이 순조롭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리에르는 스튜를 먹었을 때까진 좋았으나 호밀 빵을 입안에 넣고 씹어 삼키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지었다.
“하하…….”
갑자기 리에르가 앞으로 풀썩 쓰러져 버리자 유이는 깜짝 놀랐다.
“야, 너 왜 그래!”
이미 리에르는 의식이 끊어진 듯 팔을 축 늘어뜨렸다.
“뭐야, 맛있다며……! 이번엔 또 뭐야!”
세상을 지배하는 것은 영웅이고, 그 영웅을 지배하는 것은 여자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유이 페브리안은 음식만으로 대륙에서 손가락 안에 드는 강자를 해치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