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280)
레필리아 레소드-281화(280/398)
레필리아 레소드 281화
아리아(6)
챙, 채엥!
검과 검의 굉음. 그로 인해 파생되는 불꽃의 파편이 사방으로 튀어나간다.
대검을 가진 남성은 위압적으로 검을 그어 내렸다.
그것을 막아내면 옆에서 쌍수 단검을 들은 소인이 하단에서부터 검광을 흩뿌렸다.
리에르는 대검을 아르카로 흘리듯이 막아내고 그와 동시에 쌍수를 휘두르는 날렵한 소인을 향해 발차기했다.
뻐엉!
소인은 리에르의 발차기를 맞고서 그대로 나가떨어지듯 보였다.
하지만 허공에서 빙글빙글 회전하며 착지한 소인은 상처 하나 없이 멀쩡했다.
‘이거 봐라.’
리에르는 소인의 안구가 십자가의 광채를 발휘하는 것을 보았다.
교단에 잠재되어 있던 아티팩트, 그랜드 크로스를 사용하는 자의 성스러운 흔적이었다.
두 사람 다 보통 실력이 아니었다.
일대일이라면 모를까 이 대 일이라면 불리한 싸움이 될 수도 있었다.
리에르는 본격적으로 아르카를 감아쥐면서 자세를 갖췄다.
“후우, 하아.”
리에르의 눈동자가 푸른색 광채를 흩뿌리기 시작했다.
주변에 모든 사물은 광채를 가진 것과 가지지 못한 것으로 나뉘어서 각자의 파장을 흩뿌렸다.
포스를 사용한다면 레필리아 레소드나 신검술을 사용할 필요도 없었다.
단지 한 합의 휘두름마저 태산을 으깰 정도로 바뀌기 때문에.
하지만 스스로 내뱉은 말은 지켜야만 했다. 그리고 겨우 이 정도의 무력도 보여주지 못해서는 교단 사람들의 신뢰를 끌어낼 수 없었다.
대검을 감아쥔 자와 소인은 거의 동시에 몸을 움직였다.
두 사람은 서로 합을 자주 맞춰온 사이처럼 보였고, 호흡은 틈이 없어 보였다.
-레필리아 1식 제로.
리에르는 아르카를 들어 가볍게 거대한 대검을 희롱하듯이 굴렸다.
마치 접착제라도 붙인 듯 당기면 따라오고, 뻗으면 같이 멀어졌다.
상대에게 호흡을 빼앗긴 이상 대검의 힐트를 빠르게 고쳐 잡아야만 했다.
하지만 그 틈을 주지 않고 리에르는 아르카를 빠르게 움직였다.
챙!
결국, 계속 힘이 실리지 못한 대검은 리에르의 강격을 이기지 못하고 떨궈졌다.
하지만 이미 리에르의 목젖 끝까지 소인의 검날이 날아들고 있었다.
굉장히 빠른 움직임에 리에르도 눈에 불을 켜고 막아야만 했다.
‘잠시라도 호흡이 늦으면 당한다.’
리에르는 체이서를 응용해서 상대의 공격을 받자마자 튕기듯이 카운터를 펼쳐 보였다.
하지만 소인은 유트에 버금갈 만큼 쌍수를 잘 다뤄내고 있었다. 들어오는 카운터는 적당히 흘리고 다시 빈 곳을 향해 찔러대는 검격은 절대 우습게 볼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리에르에게 상대하기에는 아직 무리였다.
-리에르 식 신검술 퀀거러(Conqueror).-
말 그대로 신속의 검. 공간 자체를 정복하는 듯한 검술은 오로지 방어만을 강요하게 했다.
챙, 챙! 채쟁챙!
소인은 스스로 검을 막는 것인지, 아니면 유인되는 것인지조차 알지 못했다.
그저 양옆, 정면으로 쏟아지는 검기들을 따라가기에도 벅찼다.
겨우 정신을 수습할 때쯤엔 어느새 차가운 검날이 목을 조이고 있을 때였다.
소인은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으로 리에르를 올려다보았다.
“이름은?”
리에르는 솔직히 소인의 실력도 놀라웠다. 자세히 보니 아직 앳된 주근깨 소년이었지만 실력만은 놀라웠다.
천부적이라고 할 만큼 검과 하나가 되어 움직이는 모습. 무엇보다 처음에 암살 공격을 해올 때도 전혀 기척을 읽지 못했었다.
“이프리타.”
“역시 최강이란 이름에 걸맞은 무력입니다. 제 이름은 테리슈아입니다.”
대검을 휘두르던 남성도 예를 취해 보이며 미소를 머금었다. 리에르는 두 사람에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가를 열었다.
“둘 다 정진하면 능히 최강을 칭할 수 있겠군.”
“이 친구가 본 교단의 세 번째 적혈의 악마외다.”
침묵을 지키고 있던 대주교가 입을 열었다. 리에르는 대검을 가진 테리슈아를 바라보았다.
그는 자신은 아니라는 듯이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리에르의 시야에 닿는 조그만 소년은 합장하며 낭랑하게 입을 열었다.
“선대의 명성에 누가 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적혈의 악마라고 불린 것은 포스 사용자들뿐이었다.
하지만 이프리타라는 꼬마에게선 그런 기운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우리도 너무 강한 적혈의 악마에서 욕심을 버리게 되었소. 그런데 귀하는 교단을 이끄는 것은 단순 무력만 필요하다 생각하시오?”
대주교는 노쇠한 몸을 이끌고도 당당하게 말했다.
그의 찌그러진 눈동자는 나약한 빛을 뿜지만, 리에르를 향해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리에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무력으로 많은 것을 이룩할 수 있겠지만 모든 것을 이룩할 수 없지.”
“당신은 왜 다시 돌아온 것입니까?”
1년 전 교단을 공격해 올 정도로 분노에 휩싸였던 인물이었다.
장로들에게 있어서 그를 다시 받아들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나 다름없었다.
“신탁을 받았고, 그 신탁이 나에겐 마음에 들거든.”
“성전은 힘으로만 가능한 것이 아니오.”
그저 사람만을 죽이던 인형에게 전쟁놀이란 매우 위험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리에르는 대장로의 힐난에 어깨를 으쓱하면서 응답했다.
“애초에 전쟁은 생각이 다른 이들이 서로 다른 지붕을 쓰고 있으므로 발생하는 거다. 그 연대를 끊으려면 단 하나뿐이지. 난 강력한 무력을 앞세워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철저하게 학살할 거다. 용서를 비는 이들에겐 봉사할 기회를 주겠지. 대장로 헬, 당신의 말처럼 난 만능이 아니다. 내가 할 수 없는 것은 그대들이 하면 될 터다.”
리에르는 걸음을 옮기며 코스모스 교단의 정예들을 바라보았다.
비록 장로들에게 그는 매우 위험하고 적대적인 인물일지 모르나, 다른 젊은 전사들이 보았을 때는 그렇지 않았다.
그들의 눈으로 본 리에르는 대륙 최강자.
매우 위험하고 매우 매혹적인 존재로서 동경심마저 불러일으키고 있었다.
“난 아침 미사에서 신도들을 재우는 일은 영 못하겠거든. 내가 먼저 잠들어 버리고 마니까.”
“하하.”
리에르의 말에 대검의 테리슈아는 웃음을 터뜨렸다.
하지만 대장로는 여전히 얼굴을 찡그린 채 그를 노려다 보고 있었다.
“신탁은 이미 떨어졌다. 나는 너희들의 왕이 되겠다.”
대주교에게 그를 막을 힘 따위는 없었다.
이미 교단 내에선 신탁으로 인해 리에르 아르빈트가 마왕으로 군림할 것을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선지자마저 그의 뒤에서 버팀목이 되어주고 있었다.
무엇보다 그의 무력과 전투력은 앞으로 있을 정복 전쟁에서 큰 위력을 발휘할 것이 분명했다.
결국, 코스모스 교단은 리에르 아르빈트를 교단에 받아들였다.
그리고 교단은 대대적인 인사체계 변경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그 결과 리에르는 코스모스의 집정관이 되어 빠르게 통제권을 장악해 나가기 시작했다.
교단의 새로운 집정관이 등극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멀리서도 눈에 확 띄는 순백의 마법사는 숲을 거닐고 있었다.
사각, 사각. 스르륵.
낙엽이 밟힐 때마다 소리를 남긴다. 소리는 파문을 남기고 길을 남겼다.
이미 죽어버린 트린트들은 시들어서 낙엽토만 무수히 남겨놓고 있었다.
아치형으로 넓게 만들어진 신비로운 나무 넝쿨은 이미 갈색빛만 그려냈다.
사각, 사각.
순백의 마법사, 엘 파실드는 엘프들의 천국. 님 바르시아에 들어서면서 거대한 생명수를 올려다보았다.
일명 엄마 나무라고 불리는 거대한 나무는 이미 생기를 잃고 시들어져 있었다.
이전에 보여줬던 그 화려함은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그 아래 뛰놀던 숲의 엘프들은 누구 하나 남지 않게 되었다.
“만나자고 하는 장소치고는 취향이 좋지 않은걸요.”
엘은 나지막하게 입가를 벌려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부드러운 눈동자로 고개를 돌려 만나기로 한 상대를 바라보았다.
“리에르, 오랜만이에요.”
“그래, 정말 만나고 싶었다.”
칠흑의 마왕. 오로지 칠흑으로만 칠해진 듯한 붉은 눈의 남성이 차갑게 조소를 해 보였다.
“엘프들을 학살했더군.”
“그랬지요.”
엘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 왜 묻느냐는 듯이 대답했다.
하지만 부드럽게 미소 짓는 얼굴은 단 하나도 지워지지 않았다.
“그중에 운디라와 가이라도 있었겠지.”
“그들도 엘프였다면 그랬을 겁니다.”
겨우 한 번 스쳐 지나간 인연에 불과했다.
리에르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아직 포스의 기운을 끌어내지 않지만, 압도적인 위압감이 쏟아져 내렸다.
엘은 그것을 느끼며 싱긋, 미소를 짙게 그려냈다.
“더 강해졌군요. 리에르.”
“에레사의 부모님을 죽이고, 속이고, 이용한 것도 너였지.”
리에르의 등 뒤로 칠흑의 깃털들이 하나하나 피어나기 시작했다.
엘은 그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고개를 갸웃해 보였다.
“재판장 놀이라도 하고 싶은 것은 아니겠지요? 리에르.”
“아, 그럴 거라면 순순히 목을 내줄래?”
리에르의 직선적인 화법에 엘은 다소 난감하다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아직은 할 일이 많아서 그러긴 어렵네요. 아르미, 설마 리에르가 날 죽이는 걸 보기 위해서 여기까지 불러낸 것은 아니겠지?”
엘의 말에 리에르의 뒤편에서 말없이 서 있던 아르미안이 걸어 나왔다.
그녀는 긴 진녹색 머리카락을 위로 올려 단정하게 고정해 두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한 여자는 인생을 망가뜨린 사람. 또 한 남자는 인생을 희롱한 사람. 리에르 오늘 저희 두 사람을 부른 것은 회개를 바란 건가요?”
엘의 말에 리에르는 차가운 눈동자를 들어 올렸다.
“회개할 생각은 있나?”
“아니요, 아직은 할 수 없습니다. 이후에도 아직은 예정이 없습니다.”
“사과라는 것이 스케줄을 잡아야만 가능한 거였나?”
리에르의 빈정거림에 엘은 가볍게 어깨를 으쓱해 보였다.
“아, 죄송합니다. 예의상 해본 말이었네요. 솔직히 말해서 사과할 생각 따윈 없습니다.”
엘은 부드럽게 말하며 웃어 보였다. 리에르의 모습은 그 순간 사라졌다.
“리엘, 잠깐!”
아르미안의 외침이 끝나기도 전에 리에르는 그대로 엘에게 달려들어 주먹을 휘둘렀다.
엘은 리에르가 공격할 것을 예상했기에 가볍게 옆으로 목을 회피했다.
그와 동시에 손을 들어 리에르의 팔을 붙잡아서 허공에 회전시켰다.
그대로 리에르의 몸은 회전하며 땅바닥으로 내동댕이쳐졌다.
하지만 그대로 곤두박질치지 않고 리에르는 오른손으로 땅을 디디고 엘의 안면을 향해 발차기했다.
펑!
엘이 팔을 들어 안면을 막자 리에르의 둔탁한 차기가 전달되었다.
육중한 공격에 엘은 뒤로 한걸음 물러섰다.
엘은 안면을 보호한 팔 사이로 리에르가 그대로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와 동시에 리에르의 양 주먹이 연타를 치는 것이 보였다.
펑, 펑!
엘은 복부에 리에르의 주먹을 연타로 맞았다.
다시 그는 한걸음 뒤로 물러나게 되었다.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리에르는 왼 주먹으로 엘에게 잽을 날렸다.
펑!
엘은 당연히 자신의 안면을 가드 하며 무위로 돌렸다.
리에르는 엘의 가드를 힘으로 뚫어줄 생각으로 오른손 스트레이트를 날렸다.
하지만 이번엔 엘이 수비를 하지 않았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엘의 스트레이트를 피함과 동시에 손목을 낚아챘다.
리에르는 뒤로 한발 물러섰지만 이미 엘은 빠른 연계 동작으로 그를 엎어 쳐버렸다.
넘어가면서 리에르는 내동댕이쳐지지 않기 위해 낙법을 밟아서 피해를 무위로 돌리려 했다.
그 순간 리에르는 자신의 얼굴을 향해 날아드는 차기를 보고 낙법 대신 안면 가드를 했다.
퍽!
그대로 리에르는 바닥으로 나동그라졌다. 엘은 고개를 까딱거리며 미소를 지어 보였다.
“설마 방구석에서 책만 읽고 있던 마법사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한 번 공격 성공했다고 말이 많아지네?”
리에르는 입안에 고인 핏물을 뱉으며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