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281)
레필리아 레소드-282화(281/398)
레필리아 레소드 282화
아리아(7)
아르미안은 더 이상 두 사람을 말리지 않고 지켜보기만 했다.
어차피 자신이 말린다고 해서 들을 두 사람이 아니었다.
무엇보다 저 사람들이 일부러 체술만 가지고 싸우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정말로 상대를 이 자리서 죽일 생각이라면 이미 포스를 흩뿌리고 마술과 검광이 번뜩였을 터였다.
리에르는 그대로 더킹 스텝을 밟으며 엘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그리고 숏 블로우 연타를 해서 엘의 가드를 둔하게 만들었다.
엘도 가만히 당하고만 있지 않았다.
기회를 포착하여 리에르의 손목을 낚아챘다.
하지만 붙잡는 것과 동시에 리에르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아래에서 위로 강한 발차기가 엘의 턱을 강타했다.
제대로 얻어맞은 엘의 입가가 찢어져서 핏물이 허공에 튀기 시작했다.
리에르는 그대로 멈추지 않았다.
엘은 사정없이 날아드는 리에르의 콤비네이션 블로우를 맞으며 피투성이가 되어갔다.
“왜, 왜 그랬어!”
리에르의 손등은 엘의 피로 적셔지기 시작했다.
“에레사는 왜!”
엘의 순백이 붉은빛으로 적셔졌다.
“다른 방법은 얼마든지 있었어!”
리에르의 스트레이트가 엘을 아주 끝장낼 듯이 뻗어져 나갔다. 엘은 단번에 리에르의 팔을 몸으로 감싸면서 낚아챘다.
쾅!
리에르는 엘에 의해서 바닥을 나뒹굴게 되었다.
“하아, 하아.”
엘은 입가와 볼에 이겨 붙은 핏물을 닦아냈다.
리에르도 찢어진 이마에서 흘러나오는 핏물 때문에 시야가 가려지기 시작했다.
“미안합니다.”
예상치 못한 엘의 말에 리에르는 입을 닫았다.
“라는 단순한 말을 듣고 싶다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시 그 상황이 되어도 전 똑같이 할 겁니다.”
엘에게 후회 같은 건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애초에 그런 것을 생각하면 테헤라자드와 싸울 방법이 없었다. 모든 것을 망가뜨리고, 모든 것을 잃어서라도 해야만 하는 길이었다.
“아니, 사과는 나도 해야겠지.”
리에르는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며 중얼거렸다.
그러고는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잠시 생각을 정리했다.
“영웅왕 아리아.”
리에르의 첫 한마디는 인류 최초의 영웅왕이었다.
그의 이름이 리에르에게서 나오자 아르미안의 어깨가 움찔했다.
“검은 사제 잉그리드.”
코스모스 교가 성행하기 이전에 가장 많은 믿음을 뿌리던 종교. 그 종교를 가장 널리 포교했던 이의 이름이었다.
많은 기적을 선보인 그는 아직도 믿음의 대상으로 경배 되는 예도 있었다.
“질 루드비히 오트리아.”
오트리아라는 이름이 가르치듯 그는 제국의 황제였다.
하지만 그는 피의 군주라고 표현할 만큼 불필요한 전쟁과 학살을 일삼았던 인물이었다.
“칠흑의 늑대 펜릴.”
거대한 늑대로서 많은 대량 학살을 벌였던 몬스터였다.
그것을 따르는 몬스터 개체 수도 많았고, 워낙 강력한 괴물이었다. 이것을 잡기 위해 희생된 생명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붉은 달의 헤임달.”
과거 매우 지혜롭고 강력한 마법사로서 이름 높았던 그는 대륙에 상아탑을 세웠던 위대한 인물이었다.
아울러 역사서에선 리즈를 격파한 인물로도 알려져 있었다.
하지만 실상은 리즈의 동료였지만 그를 배신하고, 그를 나락으로 빠뜨린 장본인이었다.
“칠흑 검의 오딘.”
그 이름이 나오자 이번엔 엘의 동공이 확장되기 시작했다.
수십 자루의 검을 한꺼번에 사용하던 검술의 극에 다른 자. 엘 파실드의 둘도 없는 동료이자 친구였던 인물이었다.
하지만 그는 잔인하게 엘의 앞에서 연인을 깍두기 썰어버린 원수였다.
“지금까지 나열한 인물들은 전부 나다.”
리에르의 말에 아르미안과 엘은 경직되어 아무런 말도 하지 못했다.
“그래, 아르미안 네가 타락하고 인간으로서 목을 쳤던 것이 바로 나다. 그리고 엘 당신의 연인 신진영을 갈기갈기 잘라낸 것도 나다.”
엘의 눈빛에 더 이상의 온화함은 없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서 그 이름과 단어들이 나온 이상 엘에게는 극심한 분노만이 찾아들었다.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걸까요?”
엘은 빙긋 웃으면서 비아냥거렸다.
리에르는 그의 말에 차가운 조소를 뿌리며 속삭였다.
“헛소리 같다면 그 당시 있었던 사람들만 알 수 있는 이야기들을 해줄까? 네가 사랑했던 그 아이가 어떤 얼굴이었는지, 어떤 원망을 했는지. 손톱부터 손가락, 발끝까지 전부 찢었을 때 어떤 비명을 토했는지부터 하나하나 읊어줄까?”
세월이 흘렀어도 아직 엘에게 강한 트라우마를 남겼던 존재.
그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피눈물을 흘릴 것만 같았다.
그런데 그런 철천지원수 같은 존재를 지칭하는 사람이 앞에 있었다.
엘에게 있어서 당연히 살욕이 흘러나왔다.
아르미안은 이미 예상하던 내용이기 때문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분명히 리에르는 예전의 리에르와는 달라져 있었다.
“그렇게 철천지원수 보듯이 하지 마라. 나 역시 당신이 원수이니까.”
리에르는 엘의 눈빛을 보고 조소했다.
처음으로 그의 얼굴에서 웃음이 사라진다. 리에르는 비밀을 밝히는 보람을 느끼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을 이 자리에 모은 것은 겨우 도발을 위해서가 아니었다.
“이렇게 보잔 것은 한판 붙어보잔 건 아닐 건데요?”
엘의 말처럼 이 세 사람은 같은 자리에서 얼굴을 마주할 만한 관계는 되지 못했다.
엘프들의 숲, 님 바르시아. 이곳은 엘 파실드의 학살 덕분에 더 이상 테헤라자드의 영역이 아니게 되었다.
즉 그의 시야를 피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공간이었다.
“본론을 말하지.”
리에르는 아직 입가에 남은 비릿한 피 맛을 느끼며 인상을 살짝 찌푸렸다.
“삼두 동맹을 제안하려 한다.”
“뭐?”
“뭐라고요?”
리에르의 말에 아르미안과 엘은 다시 예상치 못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지금까지 너희들이 테헤라자드를 이기지 못하고 이용만 당했던 이유를 알려줄까?”
“상대가 신이기 때문이겠지요. 당연한 것을 어째서 묻는 건가요?”
엘의 말에 리에르는 빙긋 웃어 보였다.
그러고는 고개를 저어 보이며 말을 시작했다.
“테헤라자드는 정확히 말하자면 신이 아니다. 단순히 시스템을 장악한 사용자에 불과하다. 너희들은 무조건 테헤라자드가 만능이라고 판단하고, 착각하니 도저히 당할 도리가 없던 거지. 그저 아주 작은 운 하나만 기도하며 상대했었다. 그 결과는 항상 너희들의 패배였지. 하지만 녀석에게 공략법이 없는 건 아니다. 아니, 어떻게 보면 생각했던 것보다 쉽다고 말해야겠지.”
“그 공략법이란 건 뭔가요?”
당연히 엘은 그 방법의 사실 여부에 따라 들어서 나쁠 것 없었다.
“적어도 네가 만든 마약보다는 확실한 방법이다.”
리에르는 그렇게 힐난하면서 품에서 조그만 병을 꺼내 들었다.
이전에 엘에게서 받은 리테 엘 파티시아였다.
리에르는 그것들을 엘의 눈앞에서 흔들어 보이더니 그대로 손을 펼쳐 보였다.
자연스럽게 시약병은 그대로 중력의 법칙을 지키기 위해 바닥으로 떨어졌다.
리에르는 깨져 나간 시약병을 발로 짓이겼다.
“아까운 앰플을 왜 버리시나요.”
“난 더 이상 사용할 필요가 없거든. 포스를 잃었던 내게 생명력을 깎아 먹으면서 힘을 되찾게 해준 이 약품. 내게 테스트해서 확률적인 것에 기대는 것은 의미 없다. 그래서 넌 테헤라자드에게 이길 수 없는 거야.”
엘은 리에르의 말에 눈가를 좁혀 보였다.
“무엇보다 너무 몸에 안 좋지 않나? 수명 줄어드는 게 팍팍 느껴지니 말이야.”
“하지만 성과는 충분합니다. 그것을 복용하면 일시적으로 자신이 가진 힘을 크게 증폭해 주니까요. 중복 복용 시 다시 그 배가 되고요.”
이미 사실이 드러난 이상 엘은 서투른 거짓말 따윈 말하지 않았다.
그렇게 해봐야 서로에게 있어 시간 낭비나 다름없었다.
실제로 사람의 차이는 있지만 엘 파실드의 리테 엘 파티시아는 매우 강력한 각성제였다.
단, 그것을 복용한 이는 점차 죽음에 이르게 되었다.
하지만 그래도 엘은 상관없었다. 자신이 죽더라도 그것을 전부 복용하고서 아주 강한 단 한 방만 성공하면 만족할 수 있었다.
“그래서 힘들다는 거야. 말해두지만 지금의 테헤라자드는 무적 정책에 보호받고 있고, 초과도 스텟 상태. 아울러 운영자의 권능과 혜택들을 전부 한 몸에 받고 있어. 당신의 계획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확률이 너무 낮아.”
“무슨 의미인가요?”
리에르의 말에 엘이 되물었다.
리에르는 천천히 고개를 들어 상대를 바라보았다.
정말이지 너무나 밉고, 너무나 죽여 버리고 싶은 상대였다.
옆에서 조용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 진녹색 머리카락의 여성도 마찬가지였다.
“인간이란 족속은 자신의 힘으로 어떻게 해볼 수 없는 너무나 거대한 시련을 겪을 때 이렇게 말하지.”
리에르의 입가에 차가운 조소가 머문다.
“오, 신이시여.”
엘은 리에르의 말에 설마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실제 엘은 신과 대전을 벌였을 때 그 어떤 공격을 해도 무위로 끝나버렸었다.
“가장 힘들고 괴로울 때 인간은 무언가에 기대고, 무언가에 지탱되고 싶어 한다. 그 존재가 신이라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존재고. 테헤라자드는 운영권을 가진 보통의 인간이지만, 그 신의 권능을 사용할 수 있는 운영권은 점유율에 따라 달라진다.”
리에르는 잠시 말을 끊고서 엘을 보며 차갑게 웃어 보였다.
“즉 그 지지율의 하락은 곧 권위가 사라지게 된다. 즉 운영권은 주기적으로 바뀌는 시기고, 곧 그 시기가 다가오겠지. 운영권을 소유한 이상 포스 셋이 아니라 포스 할아버지라도 안 되는 건 안 되는 거다.”
아르미안 리에르의 말에 무언가 짐작되는 것이 있었다.
테헤라자드에게서 그런 비슷한 말들이 있을 때도 있었다. 혹은 그의 힘이 갑자기 약화된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하지만 절대자인 신이니만큼 그녀는 테헤라자드를 의심해 볼 생각 따윈 없었다.
“운영권이 사라지면 그 녀석은 아주 평범한 보통의 인간과 다를 바가 없어.”
리에르는 그렇게 말은 하고 있지만 쉽지 않음은 알고 있었다. 실제 평범한 인간이라 해도 신의 권능을 사용하는 이상은 그것은 신이라 칭할 수 있었다.
말 그대로 절대자에 불과했다.
“그 말을 바꿔 말하자면.”
엘은 리에르를 향해 온화하게 웃어 보였다.
“그 권능을 갖게 된다면 누구나 신이 될 수 있다고 들리는군요.”
리에르는 비릿한 조소를 지어 보였다. 역시나 이런 결론에 이르는 것은 누구나 마찬가지였다.
“가능할 거다. 그건 일단 테헤라자드 놈의 가죽을 벗기고서 생각해 볼 문제겠지.”
아무리 이런 내용을 알고 있다 해도 리에르 혼자서 할 수 있는 계획은 아니었다.
엘이나 아르미안조차 전혀 알지 못했던 내용이고, 믿기 쉽지 않은 내용이었다.
그렇기에 아르미안은 리에르에게 너무나 당연한 질문을 했다.
“그런데 과거 신이었던 나조차 모르는 정보를 어떻게 알고 있니?”
“그 정보는 신뢰할 수 있는 정보란 증거가 있나요?”
당연한 두 사람의 질문에 리에르는 잠시 눈을 여미었다.
항상 함께하던 친구. 이 세상에 덩그러니 단둘만 있었고, 둘만 등을 기댈 수 있었다.
항상 서로가 서로에게 모든 것이었고, 꿈과 희망을 같이 영위하고 싶었다.
그러던 어느 날 두 사람은 기적을 보았다.
그리고 두 사람은 맹세했다. 죽어서도, 다시 태어나서도 절대로 깨어지지 않을 맹약을.
“글쎄, 그냥 알고 있었다.”
“전생이란 것도 또 뭡니까? 그리고 당신이 어떻게 나의 이야길 알고 있나요?”
엘의 말에 리에르는 고개를 저어 보이며 간단하게 대답했다.
“그런 것을 서로 떠들어 댈 정도로 우리 사이가 친숙하진 않을 거다. 무엇보다 그렇게 시간 여유가 있지도 않을 테고.”
리에르는 그렇게 중얼거리며 귀 끝까지 입꼬리를 올리며 광기 어린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그의 반응이 거짓을 의미하는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하지만 지금 그들에게 있어서는 다양한 선택권이 주어진 것은 아니었다.
두 사람 다 리에르 아르빈트의 존재가 필요했기에.
“좋습니다. 서로 같은 목표를 위해서 잠시간 손을 잡기로 하지요.”
“나 역시.”
“나도 이의는 없다.”
결국, 한배를 탈 수 없을 세 사람은 이날을 기점으로 손을 잡게 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유대는 깊지 않았기에 언제든 끊어질 수 있는 아슬아슬한 동맹이었다.
무엇보다 칠흑의 마왕은 엘과 아르미안에 대한 분노가 컸다.
그는 두 사람을 목적에 맞게 사용하고 버릴 생각이었다. 그것도 비참한 죽음을.
하지만 마찬가지로 순백의 마법사도 리에르를 이용할 대로 이용하려는 생각이었다.
엘에게 있어 정말 소중하고 정말 사랑했던 사람. 그 사람을 마치 닭고기처럼 잘게 찢어내며 웃던 사람을 잊을 리 없었다.
“그런데 차라리 말하지 마시지 그랬나요.”
“왜?”
엘의 말에 리에르가 물끄러미 바라보며 답했다.
엘은 부드럽고도 온화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겉은 그래 보여도 속은 큰 분노로 인해 불길이 일어나는 듯 뜨거워져 있었다.
“왜, 혹은 어떻게, 아니면 어째서와 같은 질문을 던져도 답하지 않겠죠.”
“아마도.”
엘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동맹 이후에는 기대하시는 것이 좋을 겁니다.”
“걱정하지 마. 나도 빨리 오길 바라고 있으니까.”
리에르와 엘이 서로를 마주하면서 포스의 기운을 뿜어냈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면서 아르미안은 아직도 큰 혼란을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리에르는 예전과는 또 다른 사람이었다.
그가 갑자기 이런 말을 하는 것 자체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또한, 지금 리에르는 무언가 숨기는 것이 많게 느껴지기만 했다.
아르미안도 궁금했다. 왜 아리아가 자신을 죽였는지.
어째서 자신을 그렇게 비참하게 버렸는지를.
“역시, 이건 당신이 받는 것이 좋겠어요.”
“그딴 건 이제 필요 없다.”
리에르는 엘이 꺼내든 앰플을 보면서 비웃었다.
“당신이 오해하고 있는 것이 있어요.”
엘은 어깨를 으쓱하면서 대답을 이었다.
“앰플은 분명히 생명을 깎습니다. 대신 힘을 증폭시켜 주죠. 그 성분은 당신이 아는 대로 엘프의 피와 마약 성분이 주를 이룹니다.”
“이제 그 잘난 물건은 필요 없어.”
“아니, 왜 필요 없다고 생각해요?”
엘이 웃어 보였다.
“이미 죽은 사람이.”
리에르의 눈빛이 차갑게 식는다.
“살아 있는 척해서 얻고 싶은 것이 무엇인지는 모르겠군요.”
“엘, 당신은!”
“아니, 아르미. 가엾잖아. 아무리 원수라고는 하지만 저건 더 이상 원수라고 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도 모르는 상태잖나?”
엘의 조소. 다분히 상대에 대한 증오가 드러났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당신은 누구입니까?”
리에르는 예전에 있던 일을 떠올렸다.
자신의 가족을 지키기 위해 아르카이제에 의해서 죽은 채 움직이던 광전사.
“당신은 이미 에레사에게 죽지 않았습니까?”
자신의 신념을 위해 죽음에 불복하고 마지막까지 검을 휘두르던 검객. 그를 보면서 자신의 말로가 느껴졌다.
“당신의 아물지 않는 상처에선 아직도 썩은 피가 흐르는군요.”
에레사에 의해 관통당한 상처는 아물지 않았다. 지금도 핏물이 흘러나온다. 이제 더 이상 나올 것이 없어 말라붙을 정도로.
“끝없는 고통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날 수 있길 바랍니다.”
엘은 차가운 비웃음을 지으며 앰플을 넘겼다.
잠들 때마다 죽을 만큼 고통스러웠다. 아니, 차라리 완벽한 안식을 꿈꾸고 싶을 정도였다.
“동맹의 선물이라고 생각하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