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310)
레필리아 레소드-311화(310/398)
레필리아 레소드 311화
아르빈트의 남자들(1)
“꼬마 유이 양은 크게 걱정 안 해도 될 겁니다. 베리타스 혈족은 대대로 여성이 압도적으로 능력을 타고나니까요. 아울러 지금 그녀 옆에는 제법 강한 호위 기사도 있습니다.”
리즈는 빙긋 웃으며 검지로 붉은 입술을 훑었다.
“유이는 여자애입니다.”
유트는 걱정스러움에 인상이 펴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와는 반대로 리즈는 여유롭기만 했다.
“지금은 북방의 기사가 된 레이루나가 유이 양과 함께 갔으니 괜찮을 겁니다.”
레이루나는 한때 페리안의 적이었다. 하지만 빅스터는 유트에게 반하고, 레이루나는 유이에게 반해 교단에 등을 돌렸다.
비록 정식 교단 소속은 아니었으나, 객장으로 있던 레이루나의 실력은 막강했다.
인재가 많은 교단에서도 레이루나의 능력은 탑 나이트급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유트의 입장에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하지 마세요. 유이 양에겐 제 나름의 준비를 해둔 것이 있으니 그 어떤 놈팡이들도 함부로 건드리지 못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리즈의 말에 그제야 유트의 안색이 풀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신성 제국 코스모스에게 페리안이 사절을 보낸다는 정도는 크게 문제 될 것은 없겠죠.”
“그 사절이란 존재가 반 코스모스라는 것이 분명한데도요?”
코스모스는 이제 유일무이한 종교 세력이 되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은 제국 선포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기존의 관습 모두를 타파하기 위해서는 오트리아 제국을 완벽하게 멸할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코스모스도 마왕 리에르를 앞세워서 총공격을 감행하고 있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이든 간에 사신을 죽이는 행위는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무엇보다 스스로를 신성이라 선언한 존재가 사신을 죽이는 행위를 해서는 우습기 그지없겠지요. 무엇보다.”
리즈는 검지로 붉은 입술을 두드리며 미소했다.
“리에르 군은 교단의 집정관으로서 너무나 훌륭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처음에는 적혈의 악마이기에, 혹은 굴러온 돌로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겠지요. 하지만 포스란 존재는 그런 겁니다. 일반인은 상상할 수도 없는 무력. 절대로 범접할 수 없는 힘을 본 이들은 그것에 대항하기보단 순응을 해버리게 마련이죠. 더군다나 리에르 군은 현존하는 네 명의 포스 중 최강의 무력을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미 그는 교단에 꽤 많은 지지자를 얻었을 겁니다.”
리즈의 말처럼 리에르는 교단에서 압도적인 지지를 받는 집정관이었다.
처음에는 그에 대한 반감 일색이었다. 하지만 전장에서 보여주는 카리스마.
압도적인 무위를 본 이들은 리에르를 찬양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적재적소에 인재를 등용하고 있었다.
오로지 싸움밖에 모르는 리에르는 자신이 못하는 모든 것을 주변 인물들에게 떠넘겼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 행위는 옳은 일이었다.
“세뇌라도 당한 것일까요.”
유트는 리에르를 떠올렸다.
황실에서 벌어진 대학살. 그 이후 유트는 리에르를 미친 듯이 찾았지만, 행방을 알 수 없었다.
다만 그가 치명상을 입고서 목숨이 위험하단 사실만을 알았다.
“세뇌를 당했다면 적혈의 악마 같은 단편적인 캐릭터로 남았겠지요. 이건 근본적인 무언가가 달라진 겁니다. 지금의 리에르 군은 스스로의 위치를 아주 잘 파악하고 있어요.”
“그래도 여전히 멍청하겠죠.”
“리에르 군의 천적은 유이 양이었죠.”
리즈의 말에 유트는 씁쓸하게 웃어 보였다.
유트는 다시 한번 리에르를 맞이하러 가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앉아 있는 옥좌가 그를 붙들었다.
그 위치를 대신하는 것은 유트의 동생 유이였다.
결국, 어떻게 보면 유이가 가는 것은 최고의 방법일 수도 있었다.
유트는 결심을 굳힌 듯 리즈를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
“리즈 부탁이 있어요.”
“네.”
달빛을 등진 붉은 남자 리즈.
전설적인 학살자 지센라이드. 광기에 지배되었던 밤의 일족.
“투 헤븐을 연마하는 법을 알려주세요.”
유트는 인간으로서의 신체 능력과 무술 실력이 매우 뛰어났다. 하지만 이제는 한계점에 부딪히고 있었다.
그 벽을 넘기 위해서는 많은 경험과 감을 익혀야만 했다.
즉 시간이 필요했다.
최대한 단기간에 강해질 방법이라면 현재로선 무기를 갖추는 것이었다.
유트는 투 헤븐의 주인이었다.
하지만 무기를 사용할 때 자신도 알 수 없는 무언가를 간혹 느끼곤 했다.
그 이질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모르나, 유트는 짐작하고 있었다.
현재 가진 무기는 아직 탈피하지 않은 상태였다.
“테헤라자드의 인형 따위에게 당하면 제 제자가 아니겠지요.”
“방심으로 인한 실패는 이제 충분합니다. 모든 것에 만전을 기하기 위해서는 저는 더 강해져야 합니다.”
유트의 굳은 얼굴을 보면서 리즈는 매혹적인 미소를 머금어 보였다.
정말이지 뛰어난 원석이었다.
갈고 닦을수록 더욱 환한 광채를 머금는 영웅.
리즈는 가끔 위험한 생각이 찾아 들었다.
아니, 그것은 포스에게 있어 목마름이라고 표현되는 살인 충동이었다.
너무나 빛나는 존재인 유트가 부러웠다.
혹은 질투가 나서 부숴 버리고 싶었다.
그 위험한 충동은 그저 충동으로만 끝났다.
유트는 이미 리즈에게도 항상 시야 안에 깃드는 존재였다.
“어차피 부상으로 훈련도 어렵고, 잠시간은 전쟁터에 나갈 일도 없을 테니 무기 각성을 도와드리죠.”
리즈는 되도록 유트를 휴식시키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은 큰 싸움을 앞두고 있었다.
대륙이 두 개로 갈라져서 전쟁을 벌인다면 그 피해는 막대할 것이 분명했다.
그뿐만 아니라 신급의 존재가 참여하는 전쟁은 역사상 유례를 찾아볼 수 없을 만큼 위험했다.
이럴 때 유트 같은 전력은 필수적일 수밖에 없었다.
* * *
유트와 리즈가 앞으로의 일을 위해 힘을 준비할 때, 다른 곳에선 또 다른 준비가 시작되고 있었다.
곧 페리안과 하나가 될 아렌의 지도자인 제이미는 충격적인 전보를 듣고 있었다.
“제가 지금 잘못 들었나요……?”
제이미의 질문에 고개를 숙인 파발병은 몸을 떨고 있었다.
하지만 있을 수 없었다.
여왕의 질문에 파발병이 답을 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그것이 아무리 절망적인 소식이라 할지라도.
“지금 수도를 향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그것’은 분명 지금 제국에서 전쟁을 지휘하고 있어야 했다.
“마왕 리에르 아르빈트가 진격해 오고 있습니다……!”
페리안은 북에서 남으로 진출하고 있었다.
남정길에 이른 페리안은 친 교단의 도시 국가를 전부 정복했다.
아울러 아군 세력으로 교화시키는 과정을 하고 있었다.
페리안이 남정길을 하는 이유는 단 하나였다.
연합 동맹인 아렌과 힘을 하나로 합칠 수 있는 교두보를 만들기 위함이었다.
그들의 교두보가 될 곳은 로빈타였다.
대륙의 중앙은 오트리아 제국 체제였으나 이제 그 존재는 곧 사라질 운명이었다.
현재 북은 페리안이 차지하고 있었고, 동남쪽은 아렌이 지배하고 있었다. 아렌의 인근에는 동북 로빈타가 있었다.
군사를 결집한 로빈타는 교단의 세력들과 게릴라전을 펼치고 있었다.
해방전쟁.
그 이름으로 시작된 로빈타의 저력은 강철의 대공에 손녀, 마리엔느가 중심이 되어 있었다.
한때 순백의 기사단 부대장이었지만 강철의 대공을 배신한 전적이 있던 맥크웰 리버레스.
그는 지금 다시 한번 충정의 결과를 만들어 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이미 로빈타를 점령한 교단은 교리를 따르지 않는 이들에 대한 박해를 가하고 있었다.
대낮에도 살인을 자행하는 그들을 향해 맥크웰은 과격파들의 행동대장으로 움직였다.
그의 공격적인 행보에 교단의 요인들이 수도 없이 살해당했다. 대낮에도 거리를 피로 흥건했다.
그들은 순혈의 기사단이란 이름에 걸맞게 살인에 특화되어 가고 있었다.
이때 마리엔느의 오른팔인 순혈의 기사단과 대두되는 새로운 기사단이 태동했다.
샬렛 찬 크리네스.
얼마 전에 마리엔느의 설득으로 아군이 된 피오렛 후작의 장남이었다.
그는 마탄기병을 조직해 교단에게 정면으로 전쟁을 선포했다.
처음에는 무모하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시작이었다.
아무리 순혈 기사단에 의해 피해가 누적되고 있다곤 하나, 교단의 군세는 아직도 막강했다.
마탄기병들은 수도 탈환 작전을 시행했다.
고작 300명의 기병대와 1천 이상이 상주하고 있는 수도에서의 격전이 벌어졌다.
칼과 창이 널브러지는 살의를 채운 소음.
누군가의 단말마. 피로 칠이 되어 있는 거리.
시민들은 두려움에 떨어 집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
정면으로 무작정 덤벼들었던 샬렛 후작의 첫 전투는 대승으로 끝났다.
순혈의 기사단은 단 백 명의 인원으로 수도에 숨어들어 교단의 요인 암살을 시작했다.
밖에서는 마탄기병이 마총의 압도적인 화력으로 성기사를 제압하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로빈타는 수도 탈환에 성공했다.
하지만 반란을 예상이라도 했다는 듯이 교단의 군대가 순식간에 몰려왔다.
교단의 군대는 자그마치 2만이었다.
그들은 어리석은 우민들에게 다시는 용서가 없음을 알리며 진군을 시작했다.
긴급하게 끌어모은 로빈타의 전력은 고작 3천이었다.
압도적인 열세 속에서 로빈타 해방전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단 하루도 버티기 힘들 거라는 예측에도 불구하고 로빈타는 잘 버텨냈다.
아니, 그들은 하루가 아닌 보름의 시간 동안 치열하게 전투했다.
예상외의 항쟁에 교단은 다소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교단군에게도 나름의 사정이란 것이 있었다.
지금 현재의 리에르 집정관이 대두되고 나서 나머지 고위 장군들은 있으나 마나한 인물들로 평가받아지고 있었다.
교단에 들어오기 이전부터 각 도시의, 각 나라의 뛰어난 지휘관이었던 그들이 이런 평가에 기뻐할 리가 없었다.
교단은 물러설 생각도, 봐줄 생각도 없었다.
본격적으로 공성 무기까지 들고 온 그들의 최종 공격에 로빈타는 극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성을 네 방향으로 둘러싸서 벌어지는 전투는 수적인 차이를 더욱 극심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그때 페리안의 지원군이 도착했다.
왕명을 받들어 움직인 상급 근위 기사 레온, 텟사, 프세는 하위 근위 기사들과 군단을 이끌고 진격했다.
로빈타는 성을 비집고 들어오던 교단의 군대가 페리안의 군대에게 짓밟히는 것을 보고 환호했다.
교단은 다급하게 후퇴를 했지만 이미 페리안에게 궤멸적인 피해를 본 상태였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교단의 후퇴를 페리안이 집요하게 쫓지 않았다는 것이었다.
페리안도 우방인 로빈타의 위기 소식을 듣고서 다급하게 행군을 했다.
그로 인해 페리안 군대도 지쳐 있는 상태였다. 그렇기에 장기전을 피했는데 허를 찔린 교단은 생각하지 못했다.
페리안과 로빈타 연합군도 오랜 전투의 피로를 씻고 총공격을 위한 재정비를 했다.
교단군은 이제 자신들로만 싸우기는 불가능해졌고, 페리안은 휴식의 시간이 필요했다.
너무 긴 시간을 주었다간 또다시 교단의 지원군대가 속속 도착할 것이 분명했다.
이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전략 사령관 빅스터는 만반의 전체 밑그림에 색을 입히기 시작했다.
페리안의 이번 조합은 최고로 준비되어 있었다. 총사령관은 아로운이었고, 군사는 빅스터였다.
다른 군단장도 전투를 많이 경험한 정예들이었다.
페리안의 이번 전략안은 단 하나였다.
앞으로의 전쟁을 위한 교두보가 될 로빈타를 해방. 그리고 이 길로 몬스터 연합과 난전을 벌이고 있는 아렌을 지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