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326)
레필리아 레소드-327화(326/398)
레필리아 레소드 327화
검은 동화 이야기(6)
두 수호신장의 눈은 각각 노란색과 초록색으로 탈바꿈했다.
리에르는 여유롭게 홀 블레이드의 숫자를 늘렸다. 그와 동시에 그의 등 뒤로 시커먼 안개들이 꿈틀거리며 거대한 늑대의 모습을 갖췄다.
두 마리의 늑대가 두 수호신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우리엘의 사방에서 날아다니는 석판들은 리에르의 홀 블레이드를 전부 튕겨냈다. 그리고는 거대한 석벽을 세워 칠흑의 늑대들을 막아 세웠다.
그걸로 끝나지 않고 우리엘은 바닥에서 돌기둥을 송곳처럼 세우며 늑대를 꿰뚫었다.
우리엘의 절대적인 방어막 속에서 라파엘은 리에르에게 돌진했다.
리에르는 달려드는 라파엘을 보고 아르카를 고쳐 잡으며 자신도 돌격했다.
칠흑과 진녹이 맞부딪혔다.
마치 낙화가 흩날리듯이 서로가 서로의 자리를 바꾸며 검격을 교차했다.
라파엘의 양손에 든 잭나이프가 리에르의 팔과 다리를 노려왔다.
리에르는 그런 라파엘의 공격을 회피와 흘리기를 반복하며 역습을 먹였다.
덕분에 라파엘은 연신 몸에 구멍이 뚫렸다. 하지만 순식간에 그 상처는 메워졌다.
라파엘 등 뒤에서 수인의 날개가 갈퀴처럼 긁어내렸다. 회피하면 잭나이프에 베이고, 막으면 육중한 무게에 데미지를 입었다.
라파엘의 노도와도 같은 공격에 리에르가 밀리기 시작했다. 두 장의 날개와 두 개의 잭나이프.
리에르가 카운터를 쳐도, 어느새 라파엘은 사라진 상태였다.
점점 속도가 붙기 시작한 마차처럼, 라파엘의 몸놀림은 바람 그 자체가 되어가고 있었다.
가까스로 리에르는 얼굴을 베어드는 칼날을 피해냈다.
뜨거운 느낌과 함께 이마 언저리가 찢겨 액체가 흘러내렸다.
피는 시야를 가렸다. 전투에는 매우 불리한 조건이었다. 하지만 리에르는 상처 부위를 닦아낼 겨를이 없었다.
“하하!”
라파엘의 유쾌한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리에르는 이제 카운터도 하질 못했다. 그저 라파엘의 쏟아지는 공격을 막아내기에만 급급했다.
“어떻게 된 거야, 도련님?”
라파엘이 세로줄 눈을 꿈틀거리며 도발했다.
리에르는 뒤로 한 번에 물러서서 이마 언저리를 손등으로 훑어내렸다.
“엘.”
리에르가 호흡을 가다듬으며 입을 열었다.
라파엘은 자신을 상대하다 말고 엘 파실드를 찾는 리에르의 모습을 의아해했다.
문득 라파엘과 우리엘은 엘이 뭘 하고 있었는지 잊어버리고 있었다.
아니, 그들의 전투 공간 내에 순백의 마도사는 존재하지 않았다. 그 순간 리에르의 뒤편에서 차원 문이 그려졌다. 그 안에서 걸어 나온 엘은 온화한 미소를 머금었다.
“부르셨나요.”
“시간은 다 끌은 것 같은데 말이지.”
리에르의 말에 엘은 빙긋 웃으면서 화답했다.
“네, 충분합니다. 아르미안에게 무구를 받아왔습니다.”
엘의 말에 우리엘이 콧잔등을 일그러뜨리며 으르렁거렸다.
“아르미안 고 깜찍한 암캐도 그럴 줄 알았지. 다시 한번 어비스로 떨어져 봐야 정신 차릴 더러운 암캐년!”
우리엘은 그렇게 포효하며 엘을 향해 달려들었다.
라파엘도 뭔가 상황이 이상한 것을 깨닫고서 리에르를 완벽하게 제압하기 위해 잭나이프에 검기를 가득 세운 채로 돌진하였다.
“그래, 보고 싶었다.”
리에르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수호신장을 기습해서 죽이는 것까진 좋았다.
그들의 존재는 매우 강력했다. 한때 테헤라자드가 만들어낸 신들을 상대로 전투를 벌여서 승리했던 그들이었다.
말하자면 이 세상에서 테헤라자드가 없다면 가장 강한 존재는 수호신장이었다.
그래서 리에르는 자신의 힘이 어느 정도까지 통용될지, 수호신장을 상대로 얼마나 강력함을 발휘할 수 있을지 궁금했다.
“라파엘, 최종 단계까지 돌입해 봐.”
리에르는 자신을 향해 맹렬하게 돌진하는 라파엘을 보면서 천천히 눈가를 여미었다.
“능멸해 주마.”
그랜드 크로스 강림(降臨).
리에르의 열린 눈가 사이로 붉은 이체가 그리워졌다. 그리고 그의 동공이 십자가가 서려졌다.
라파엘은 한 번에 다섯 번의 공격이 가능했다.
양손에 가진 잭나이프. 등 뒤로 펼쳐지는 수인의 날개. 그리고 기다란 혀는 연검처럼 기하학적인 방향으로 상대를 찔러 들어갔다.
그러므로 리에르는 공격을 피하고, 막으면서도 계속 상처를 입었었다.
하지만 지금의 리에르는 잔상을 흩뿌리며 한 번에 다섯 번의 회피를 했다.
그리고는 오히려 검을 들어 라파엘의 다리까지 베어냈다.
라파엘은 가까스로 리에르의 검격을 회피했다. 하지만 갑자기 기세가 바뀐 리에르의 모습에 얼굴이 일그러지고 있었다.
“전 수호신장을 상대로 싸울 수가 없다니까요.”
엘은 우리엘이 코앞까지 와서 데스 사이즈를 높이 들은 것을 올려다보며 중얼거렸다.
“아직은 동맹이니까.”
어느새 엘의 곁으로 다가온 리에르는 가볍게 대답했다.
리에르는 엘을 향해 내려찍는 우리엘의 데스 사이즈를 쳐냈다. 그리고는 몸을 반 회전하며 뒤돌려 차기를 휘둘렀다.
우리엘은 석벽 갑주를 들어 리에르의 발차기를 막아냈다.
웬만한 마법도 막아내는 그녀의 방패는 발차기 한 방에 산산조각이 나서 부서졌다.
리에르는 회수된 발로 튕기듯이 스텝을 밟았다.
리에르의 강렬한 미들킥이 들어오자 우리엘은 각벽을 끌어모아 막아냈다.
다시 한번 그녀의 각벽은 산산조각 났다.
리에르는 그대로 상대와의 간격을 주먹 한 개가 들어갈 정도로 좁혔다.
초근접 보디 블로우가 좌우로 난타했다.
근접한 곳에서 무력과 마법력이 합쳐진 펀치가 날아드니 우리엘의 입장에서도 난감해졌다.
우리엘은 큰 기술을 사용하기 위해 뒤로 길게 점프 회피를 시도했다.
리에르는 마치 그것을 기다렸다는 듯이 아르카를 비껴들었다. 포스의 기운이 아르카에 서려지기 시작했다.
칠흑의 도신이 포스의 기운을 흡수하고 한껏 늘어났다.
창보다도 더 긴 칠흑의 장도가 우리엘을 향해서 베어 들어갔다.
우리엘은 다급하게 긴급 방어벽을 생성해냈다.
그녀는 충격에 대비하기 위해서 여러 겹의 방어벽을 둘러쌌다.
방어력에 있어서 최고의 강도를 가진 것은 우리엘이었다.
포스 유저 중에서 가장 강력한 공격력은 리에르 아르빈트가 갖고 있었다.
최강의 창과 최강의 방패가 서로의 자존심을 위해 대립했다.
서걱.
우리엘의 방어벽에 검은 선이 대각으로 새겨졌다.
치이익!
우리엘의 동공이 크게 열렸다. 그녀의 어깨가 아주 깔끔한 단면으로 도려졌다.
허공에 회전하며 날아가는 우리엘의 왼팔이 힘없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그리고 간헐적으로 피를 내뿜었다.
발락시아 개방(開放).
순수한 광선이 사방으로 열선을 그어 내렸다.
우리엘의 사지가 잘려 나갔다. 잘려 나간 부위들은 전부 재가 되어 사라지고 있었다.
라파엘은 뒤를 볼 것 없이 최종 5단계에 들어섰다.
더는 그의 입가에는 웃음이 베어져 나오지 않았다. 지금껏 존재하지 않았던 최대의 위협.
누구도 감히 수호신장을 상대로 도전하지 않았다. 하지만 명백한 소멸을 말하며 다가오는 이가 존재했다.
백색과 흑색의 검광이 어지럽게 베어졌다.
수북이 쏟아지는 검광을 맞이해서 녹색 괴물은 피막을 펼쳐 들고서 파공음을 쏟아냈다.
이제는 완전히 녹색으로 형체가 바꾼 라파엘은 바람 그 자체가 되었다.
닿는 모든 것을 찢어버렸다.
날아드는 모든 것을 무효화시켰다.
황성 외벽이 부서져 내렸다.
그 무너진 잔해 사이로 녹색의 괴물은 유유히 빠져나왔다.
칠흑으로 그려진 빛의 날개를 펼치며 리에르가 뒤따랐다.
괴물이 포효하자 피부의 모공이 확대되었다.
그 사이로 녹색의 체액들이 실처럼 쏟아져 나왔다.
그것들은 스스로 살아 있는 의지인 양, 리에르를 옮아 내리기 위해 펼쳐졌다.
언뜻 봐도 수백 개는 될듯한 실선들이 날아들었다.
리에르는 그것을 옆으로 선회하며 라파엘에게 접근했다.
피해낸 실선들은 리에르의 등 뒤를 추격하며 날아들었다.
피해도 끝없이 쫓아오는 실선들을 보며 리에르는 아르카를 단단히 붙잡았다.
그리고는 긴 도신에 발락시아의 빛을 각성시키며 횡으로 베어냈다.
콰과광!
광활한 빛과 폭발이 동시에 벌어졌다. 그 빛의 파열음을 뚫고 들어오는 실선들이 존재했다.
리에르는 손을 뻗었다.
그의 앞으로 칠흑의 장막이 펼쳐졌다.
하지만 라파엘의 몸에서는 끝없는 실선들이 쏟아져 나왔다.
그 실선들은 리에르 주변의 모든 것을 감싸 안으며 어지럽게 날아들었다.
보통의 상태였다면 보이지도 않을 숫자였다.
지금의 리에르는 그랜드 크로스가 각성 된 눈동자를 지녔기에 회피가 가능한 상태였다.
칠흑의 커튼 안으로 빛발 치는 실선들은 멈추지 않았다. 그것들을 흡수하고 소화해도 끝은 존재하지 않았다.
괴물은 자신이 만들어낸 실선들을 조종하며 강력한 쇠사슬의 창을 구현해내고 있었다.
문 리버 각성(覺醒).
리에르가 서 있는 곳을 중심으로 달빛으로 도려진 강이 넘실거렸다.
모든 공간은 얼어붙고, 모든 것은 정화되기 시작했다.
실선들이 그대로 경직되어 멈추자 괴물은 쇠사슬로 만들어진 거창을 쏘아냈다.
리에르는 발락시아의 빛을 품으며 아르카로 공간을 도려냈다.
쇠사슬들은 부서지면서 갈라지고, 또 갈라지며 리에르를 감싸 안았다.
붙잡히면 그대로 끝난다.
리에르는 전심전력을 끌어모아 모든 공격을 베어내고, 도려내었다.
그사이 라파엘이었던 녹색 괴물은 다른 열선들을 뽑아내어 우리엘을 끌어당겼다.
리에르는 그 모습을 보고 눈가를 찌푸렸다.
우리엘을 분명히 베었다고 생각했으나, 아직 생존하고 있었다.
그 순간 라파엘은 재생에 애를 먹고 있던 우리엘을 향해 입을 벌렸다.
입은 갈라지고, 또 갈라지며 거대하게 바뀌었다.
그것을 본 우리엘이 경악하며 몸부림쳤지만, 발락시아의 빛에 베인 그녀로선 부질없는 저항이었다.
우두둑. 꿀꺽.
무시무시한 식사 소리가 허공에 울려 퍼졌다.
“실패입니다, 리에르.”
엘이 천천히 입을 열어 중얼거렸다.
시간 내에 수호신장을 제거하지 못했다.
리에르는 자신의 힘을 한계까지 끌어모으면 충분히 수호신장을 제거하리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들이 끝없이 변화하도록 구경했다.
그 오만함의 대가는 매우 컸다.
퍽, 펑!
리에르는 사방에서 날아드는 실선들에 공격받기 시작했다.
베어내고 막아내도 그것은 끝이 없었다.
우리엘을 흡수함으로써 그 실선들은 이제 말도 안 되는 강도를 지니고 있었다.
무엇보다 칠흑의 커튼으로 흡수해도, 실선들은 그것을 관통하고서 리에르를 타격했다.
리에르가 피로 엉켜져 추락하기 시작했다. 낙하하는 그를 붙잡기 위해 실선들은 끝없이 날아들었다.
“테헤라자드의 수호신장도 이기지 못할 거라면 손도 잡지 않았어요.”
엘이 손을 들어 마력을 사용했다.
“Detect of wish, Dot of heal.”
리에르의 몸이 점멸하는 빛으로 둘러싸였다.
리에르는 천천히 체력이 회복되자 공중에 다시 부양하며 날아드는 실선들을 베어냈다.
그리고는 튕기듯이 솟아올라 녹색의 괴물의 코앞까지 당도했다.
펑!
리에르의 왼쪽 손목이 실선에 묶였다. 그 순간 폭발음과 함께 그의 핏물로 변하며 사라졌다.
리에르는 사라진 자신의 손목을 바라보는 대신에 발락시아의 빛을 품은 아르카를 횡으로 베어냈다.
날카로운 실선들이 발락시아의 빛을 견뎠다. 그 위에 얹어지는 칠흑의 도신이 약해진 실선을 베어냈다.
하지만 리에르의 검은 괴물의 몸에 닿지 못했다.
그 찰나의 순간에 괴물의 배가 갈라졌다.
그 안에서 수북한 실선의 촉수들이 쏟아지며 리에르를 붙들었다.
리에르는 다급하게 적에게 아르카를 찔렀다.
하지만 힘이 실리지 못한 무기는 실선에 감겨 무용지물이 되어버렸다.
리에르의 등 뒤로 칠흑의 날개가 한 쌍 더 생성되기 시작했다.
마멸하는 칠흑의 기류 속으로 폭풍우처럼 몰아치는 빛의 깃털.
붉게 물든 적안으로 선명하게 새겨진 그랜드 크로스가 이채를 그렸다.
리에르는 억지로 힘으로 모든 사슬을 끊어냈다.
다른 열선들이 몸 곳곳에 박혀 들어가 핏물을 뽑아내도 검을 쥔 손을 놓지 않았다.
일섬(一殲).
칠흑과 순백의 조합이 나선처럼 뒤엉켜서 앞을 가로막는 것들을 베어냈다.
리에르의 주변으로 진법들이 새겨지며 뒤엉켰다. 그 안에서 베어내는 검식.
검격이 지나간 잔상 사이로 0과 1로 이루어진 형상들이 가득 메워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