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341)
레필리아 레소드-342화(341/398)
레필리아 레소드 342화
어둠 속으로(4)
아울러 적들의 공격을 일부러 유도해서 시선을 빼앗고, 자신의 병사들이 최대한 피해를 줄이고서 진군할 수 있도록 하기도 했다.
‘정말로 저것을 쓰러뜨릴 수 있을까.’
로이스타는 옆구리에 찬 검을 움켜잡았다.
처음으로 로이스타는 네버 에이지라는 괴물의 진정한 힘을 보는 기분이 들었다.
하지만 폭룡의 악랄함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용기사다!”
갑자기 사령부 쪽에서 거대한 용기사들이 핼버드를 들고서 포효하기 시작했다.
몰래 마법으로 숨어들어온 그들이 사령부를 마비시키기 위해서 침투한 것이었다.
여기까지 상황이 몰리자 로이스타는 어이없어서 웃음을 머금었다. 로이스타를 지키기 위해 기사들이 무기를 뽑아들었다.
주변을 지키는 병사들은 순식간에 용기사가 휘두른 검은 헬버드에 목이 달아났다.
숫자는 적어도 열 기 이상.
용기사 한 기만 있어도 백여 명은 우습게 죽일 정도로 막강한 존재였다.
“결국, 내게 맞는 것은 이것이군.”
로이스타는 검을 뽑아들었다.
살아 있는 전설이 직접 검을 뽑아드는 것만으로도 기사들의 눈빛에서 불똥이 튀기 시작했다.
전설적인 우상이 자신들과 함께 싸워준다면 누구도 용기가 솟아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때 로이스타의 그림자에서 용기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용기사는 자긍심이 대단한 몬스터였다. 그런 용기사가 겨우 인간 하나를 죽이기 위해서 암살을 시도하는 것은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죽어라, 미천한 인간.]용기사는 그대로 거대한 헬버드를 들어 로이스타를 향해 휘둘렀다.
미처 주변의 기사들이 반응하기도 전에 벌어진 일이었다.
횡으로 그어 내린 용기사의 헬버드는 아무것도 닿지 않았다.
용기사는 자신의 손아귀에 아무 감각이 느껴지지 않아 세로줄 눈을 깜박거렸다.
서걱.
용기사의 근력은 거인과 같았다. 용기사의 피부는 강철과도 같았다.
아무리 강력한 마법이 서린 무기라 해도 용기사의 몸을 도려내는 행위는 불가능에 가까웠다. 하지만 용기사의 두꺼운 양 손목은 깨끗하게 잘려 나가 녹색 체액을 흩뿌렸다.
용기사는 어느새 자신의 옆에 서 있는 중년인을 바라보며 위기를 느꼈다.
용기사는 다급하게 거리를 벌리며 발차기를 했다.
헬버드가 없어도 용기사의 신체는 하나하나가 살인 무기였다. 하지만 용기사의 발차기는 로이스타에게 닿지 못했다.
로이스타는 용기사와 더욱 근접한 상태에서 검을 찔러 들어갔다.
용기사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세로줄 눈을 깜박였다.
상대가 가진 무기는 어떠한 마법도 서리지 않은 일반적인 강철검이었다. 그런 무기인 주제에 용기사인 자신의 신체를 도려내고 있었다.
용기사는 하나뿐이 아니었다.
열댓 마리의 용기사들이 나타난 것은 하나같이 노리는 표적이 따로 있었다.
그것들은 주변의 기사들을 정리하면서 로이스타를 덮쳤다.
“사령관님!”
기사들이 최선을 다해 용기사를 막고 있지만, 다섯 마리의 용기사가 로이스타를 에워싸고 공격에 들어갔다.
굳이 로이스타는 회피하지 않고서 검을 들어 자세를 갖췄다.
검만 들었다뿐이지 그냥 편안히 서 있는 것과 같은 자세였다.
용기사는 어리석은 인간을 향해 핼버드를 배어들었다. 공기를 어지럽게 찢어내는 날카로운 기류.
로이스타는 다시 번개처럼 검을 그어 내렸다.
초록색 체액이 사방으로 튀었다. 로이스타의 검광이 어지럽게 번뜩였다.
가장 먼저 달려들었던 용기사는 깨끗하게 몸의 단면이 잘려 나가며 쓰러졌다. 하지만 로이스타의 검도 더 버티지 못하고 부러져 나가고 말았다.
일반적인 강철검으로는 그것이 한계였다. 로이스타같은 검성이 다뤘기에 그 정도였다. 다른 이가 다뤘다면 진작에 용기사의 몸에 생채기 하나 내지 못하고 파괴되고도 남았다.
용기사들은 로이스타가 무기를 잃자 서로 무훈을 차지하기 위해 앞뒤 다투며 덤벼들었다.
로이스타는 뒤로 물러섰다. 거대한 헬버드가 공지를 찢어내며 로이스타가 있던 자리를 지나갔다.
로이스타는 다시 한 걸음 뒤로 물러나 땅바닥의 헬버드 자루를 차올렸다. 그대로 로이스타는 헬버드를 낚아챈 상태에서 반회전했다.
퍼걱!
헬버드에 맞은 용기사의 머리는 수박 깨지듯이 뇌수를 흩뿌리며 박살 났다. 사방에서 날아드는 헬버드는 마치 느린 영상처럼 천천히 움직였다.
로이스타는 빗발치는 적의 무기를 유영하듯 움직이며 반격했다.
짚었던 헬버드를 그대로 던져 용기사 하나의 몸을 꼬치로 만들었다.
용기사의 무기는 핼버드뿐이 아니었다. 그들의 손톱은 대거만큼이나 길고 날카로웠다.
그들은 자신들의 강력한 무기로 로이스타를 낚아채기 위해 움직였다.
하지만 로이스타는 옆으로 반회전하여 회피했다. 그리고 뒤이어 공격해 오는 용기사의 손톱을 쳐내는 것과 동시에 로우킥을 가격했다.
용기사는 허공을 돌며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로이스타는 바닥에 떨어진 기사들의 검을 짚기도 하고, 용기사들의 핼버드를 빼앗아 가며 달려드는 적을 제압했다.
하지만 용기사들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다.
그것들은 서로 대화하지 않아도 로이스타의 강력함을 몸소 체험하고서 생각을 달리했다.
아직 생존해 있는 용기사의 숫자는 일곱이었다. 그들은 순식간에 자신들을 무력화시킨 인간 괴물에 대해서 어떤 방심도 하지 않았다.
용기사들은 주 무장인 핼버드를 강력하고 빠르게 찌르고 베어냈다. 하지만 일정 거리 이상 들어가지 않고 치고 빠지기를 반복하며 에워쌌다.
실력으로는 로이스타가 압도적이었다.
하지만 범상치 않은 용기사들이 인간 이상의 괴력과 속도로 로이스타를 집요하게 괴롭혔다. 더군다나 자신들은 절대 치명상을 입지 않도록 최대한 몸을 사리며 행동했다.
로이스타는 용기사들이 원하는 바를 알고 있었다.
자신은 지금 시간이 부족했다. 연합군의 사령부가 정리되어야 모든 흐름과 대열을 정리할 수 있었다.
지금 이러고 있을 때, 전장에서 큰 변화가 벌어진다면 통제할 수가 없었다.
물론 각국의 영웅들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제어할 수 있었다. 허나 아주 작은 차이와 아주 작은 판단 실수는 곧 전장의 패배로 이어질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폭룡 네버 에이지가 나타난 이후로 전투는 연합군이 불리해지기 시작했다.
서걱.
갑자기 용기사들이 반토막으로 잘려 나갔다.
용기사의 상반신과 하반신을 깔끔하게 도려낼 만한 인물은 연합군내에서도 극소수였다.
서걱, 서걱.
용기사들이 어떤 반응을 하기도 전에 다시 두 마리가 몸이 절단되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후퇴한다.
용기사의 수장격은 동료들에게 퇴각 명령을 내리며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갑자기 전투에 난입한 상대는 그럴 생각은 단 하나도 품지 않았다는 듯이 추격해 왔다.
시커먼 섬광처럼 움직이며 칠흑의 긴 도신이 기류를 찢어냈다. 용기사는 자신에게 일직선으로 날아드는 검을 핼버드로 막아냈다.
“소용없어.”
교착상태가 진행될 줄 알았지만, 칠흑의 남성은 도를 비틀며 찔러 들어갔다.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을 관통당한 용기사가 녹색 체액을 흩뿌리며 비틀거렸다.
“성검의 대여료는 충분히 되겠죠.”
칠흑의 남성, 리에르는 순식간에 용기사들을 정리하고서 중얼거렸다.
기사들은 갑작스러운 용기사의 기습에 큰 피해를 입었다. 더군다나 하마터면 중요한 총사령관을 잃을 뻔했다.
하지만 신검이라는 이름답게, 로이스타는 무방비 상태에서도 오히려 용기사 열 마리를 도륙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절제되고 검기가 충만한 그의 검은 극치 그 자체였다.
오죽하면 기사들은 자신들도 모르게 위급한 상황에서 순간적으로 정신이 멍해지는 기분이 찾아들었었다.
자신의 아버지, 로이스타를 돕기 위해 나타난 칠흑의 마왕이 보여준 실력도 대단했다.
로이스타를 에워싼 용기사들을 삽시간에 다섯을 베어 넘긴 모습은 신검의 아들이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았다.
아렌의 기사들은 순간적으로 상황에 맞지도 않는 생각을 떠올렸다.
만약 파에트 아르빈트가 죽지 않고, 리에르 아르빈트가 칠흑의 마왕 따위가 아닌, 아렌 왕국의 기사였다면 어떨 것인가.
그것은 생각만으로도 든든한 일이었다.
“전용 무기가 있었다면 세 놈이나 놓치지 않았을 거다.”
“장비 탓하는 것은 대륙 최강 기사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은데요.”
로이스타는 리에르가 용기사 세 마리를 놓친 것을 지적했다. 덕분에 리에르는 입술을 삐쭉이며 항의 아닌 항의를 보였다.
“갖고 놀던 장난감이 없으니 흥이 나지 않는 것은 별수 없다.”
“정말 무시무시한 장난감이군요.”
성검 발락시아. 지상 최강의 검이자 무엇이든 베어낼 수 있는 강력한 무기를 장난감 취급하는 건 너무한 일이었다.
“제대로 된 이자를 내고 싶다면 저 빌어먹을 도마뱀 정도는 토막 내야 할 거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폭룡의 군대가 밀어닥치고 있었다.
압도적인 승기를 갖고 있었지만, 폭룡의 존재 하나만으로 상황이 많이 불리해지고 있었다.
사방이 애시드 브레스와 파이어 브레스로 지옥을 연상시키고 있었다.
몬스터들을 상대하기 위해서는 밀집대형을 유지하며 힘을 합쳐야 했다. 하지만 공중에서 폭격을 해오는 존재는 밀집대형에 있어서 극상성일 수밖에 없었다.
“곧 지원군이 올 테니 걱정 마요.”
폭룡 네버 에이지를 잡기 위해서 이미 만반의 준비를 해둔 상태였다.
그를 완벽하게 끌어들이기 위해서, 그가 이 전쟁에서 의심의 불을 조금이라도 꺼뜨리는 그 순간이 전투의 시작이었다.
“역시나.”
로이스타는 단상의 위에서 다시 전투 상황을 굽어살폈다. 비교적 높은 지대였기에 전투의 양상이 대략 들어오고 있었다.
물론 공중에 있는 몬스터들에게도 가장 잘 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자신의 수하들이 기습에 성공해도 좋고, 실패해도 좋았다.
네버 에이지는 사령부를 끝장내기 위해서 모든 화력을 집중시킬 준비를 하고 있었다.
거대한 붉은 고성이 거대한 날개를 펼쳐 들며 로이스타가 있는 방향으로 선회하였다. 네버 에이지의 뒤를 따르는 와이번들은 마치 함대를 호위하는 것처럼 똑같이 선회하며 브레스 어택을 준비했다.
“약해지고 있느냐.”
로이스타의 갑작스러운 말에 리에르는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했다.
로이스타는 고개를 돌리며 아무것도 모른다는 표정을 하는 리에르에게 다시 입을 열어 보였다.
“더는 예전의 힘을 발휘할 수 없게 된 것이냐.”
“…….”
리에르는 로이스타의 말에 입을 닫았다.
보통 때의 리에르였다면 직접 네버 에이지를 상대하고, 직접 죽였을 터였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태를 관망하고 있었다.
물론 전략적인 방식을 위해 그럴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람의 기운을 읽어내는 로이스타의 앞에서는 아무것도 속일 수가 없었다.
로이스타는 리에르가 굉장히 쇠락해지고 있는 것이 보였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이전과 달리 포스를 사용할 수 있으니 무력 면에선 압도적일지도 몰랐다.
하지만 잘못된 포스의 운용으로 리에르는 신장이 전부 망가진 상태였다. 그리고 얼마 전에 막무가내식으로 수호신장과 전투를 치른 덕분에 많은 마력이 소실된 상태였다.
리에르는 자신의 힘이 회복이 더딘 것을 느끼고는 더는 자신에게 여유가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제는 정말로 얼마 남지 않은 상태였다.
금방이라도 시들어버릴 것 같은 생명력을 쥐어짜 내고서 지금 서 있었다. 무한의 마력은 이제 더 이상 없었다.
포스를 잃고, 다시 포스를 되찾고.
비정상적인 힘을 균형 있게 다루지 못한 결과는 아주 짧은 기간만 최강이라는 이름으로 빛나게 할 수 있었다.
“아직은 충분해요.”
리에르는 로이스타를 속여봤자 의미가 없다는 것을 알았다.
“네가 아는 충분과 내가 아는 충분이 서로 다른 것 같구나.”
로이스타의 뼈있는 말에 리에르는 상황에 맞지도 않는 실소가 머금어졌다. 하지만 지금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는 싸워야 했다.
최종 전투를 위해서는 지금은 최대한 힘을 비축하고 있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네버 에이지가 오늘 꼭 쓰러져야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