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343)
레필리아 레소드-344화(343/398)
레필리아 레소드 344화
어둠 속으로(6)
리에르의 말에 테헤라자드는 눈썹을 찌푸렸다.
그녀의 눈동자에 분노가 서려졌다. 그 분노 속에 감춰진 연민들을 감추지 않았다. 그것을 리에르가 알아차리든, 못 알아차리든 상관하지 않았다.
그런 세세한 감정을 컨트롤 할 수 있을 정도로 정상인 상태가 아니었다.
“넌 나를 이길 수 없어.”
“유일하게 신이 설득하러 오는 인간이지.”
테헤라자드는 리에르의 말에 입술을 깨물었다.
전지전능한 신이 리에르가 하려는 반역 행위를 두려워하고 있었다. 그냥 마음에 들지 않으면 죽이면 될 일이었다.
하지만 테헤라자드는 리에르를 설득하고 있었다.
“애초에 테헤라자드 네가 시작한 일이 아니던가?”
자신의 유흥을 위해서 살아 있는 모든 생명을 능멸했다. 생명은 생명이 아니었다. 그것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고 자각하는 고급진 장난감이었다.
리에르 자신도 하와라는 소녀로서 테헤라자드와 함께했다. 그리고 안타까운 인간들을 위해서 이 모든 비극의 시작을 하게 되었다.
지상에 내려온 아리아로서 인간을 구원했다. 그저 만들어진 벌레 따위인 그것들을 위해 구원의 길을 행했다.
“빌어먹을 하와의 기억을, 아리아의 기억을 되살린 것도 네놈의 유흥을 위한 것 아니던가?”
리에르는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고독이 싫다는 이유만으로 힘을 깨우치게 만든 아르미안이 미웠다.
자신이 원하는 일을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엘을 저주했다.
하지만 무엇보다 미운 존재는 이 모든 일을 방관하고, 유도하고, 즐겁게 감상하고 있는 테헤라자드였다.
“뭐?”
테헤라자드는 리에르의 말을 듣고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리고는 잠시 후 입가가 균열이라도 일어난 것처럼 미소를 흉내 냈다.
“뭐어~?”
테헤라자드의 두 눈동자가 초승달처럼 일그러졌다. 귀 끝까지 미소가 걸리며 광기를 표출해 보였다.
“너 지금 무슨 착각을 하는 거야?”
테헤라자드는 진심으로 유쾌한지 배를 붙잡고 웃고 있었다.
리에르는 테헤라자드의 광대 같은 행동을 지켜보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저주의 단검 효과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나 보네. 기억의 혼동을 일으키는 것을 보니.”
“글쎄? 시간을 끌기 위한 문답은 이제 의미가 없어.”
리에르는 그대로 아르카를 들어 올렸다. 칠흑의 기운이 꽃처럼 피워 올라 검 끝에 맺혀 들었다.
“후회할 거야. 나의 자드.”
테헤라자드는 고개를 숙이며 나직이 중얼거렸다.
리에르는 그대로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칠흑으로 물든 빛의 기둥이 하늘 위로 솟아올랐다. 그 빛의 끝이 아스러질 때, 빛의 날개를 흩날리는 리에르가 아르카를 고쳐 잡았다.
블루드래곤은 이제 셋밖에 남지 않은 상태였다.
폭룡은 블루드래곤에게 에워싸여 공격받아도 아직 힘이 건재한 상태였다. 아니, 오히려 블루드래곤이 폭룡에게 일방적인 반격을 당하고 있었다.
리에르는 그대로 허공에 튕기듯이 일직선으로 날아갔다.
마치 포탄처럼 쏘아지는 리에르의 행동에 폭룡은 미처 별다른 반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랜드 크로스 강림(降臨).
리에르의 두 눈동자에 붉은 십자가가 서려졌다.
발락시아 개방(開放).
순수한 빛의 광선이 어둠으로 잠식되어 검의 날을 번뜩였다.
문 리버 각성(覺醒).
리에르의 주변 공간이 얼어붙은 듯 정적으로 둘러싸였다.
일도양단(一刀兩斷).
리에르의 마력을 듬뿍 빨아 마신 아르카의 도신은 하늘을 베어버릴 것처럼 길어졌다.
폭룡은 가까스로 리에르의 존재를 확인하고서 몸을 비틀어 선회하려 했다.
그의 양손에서 꿈틀거리는 시커먼 검날은 폭룡에게 조차 위협적이었다.
서걱.
검은 번개가 번뜩였다.
붉고 푸르게 번뜩이던 창공은 더 이상 움직이지 않았다. 모든 것은 순간적으로 정지된 것처럼 보였다.
하늘에 검은 선이 그려졌다. 그것을 중심으로 하늘은 쪼개지듯이 나누어지고 있었다.
무구의 빛이 사라지자 폭룡은 움직이지 않는 몸을 움직이려 노력했다. 하지만 그의 의지와는 다르게 육중한 몸은 균형을 잃고 있었다.
모든 몬스터들의 제왕이자, 산 주인이었던 폭룡의 추락.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뒤엎어버릴 것 같이 거대했던 날개가 접혀 들었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공포로 떨게 만들 것 같았던 포효는 나오지 않았다.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불태울 수 있는 숨결은 뱉어지지 않았다.
폭룡 네버 에이지는 힘을 잃고 땅바닥에 추락했다.
하늘을 날던 제왕이 대지에 떨어질 때의 진동은 마치 지진을 연상시켰다.
무수한 흙먼지가 사방을 뒤엎었고, 진동과 충격음을 전달시켰다.
지금 이 순간 연합군은 누구라고 할 것 없이 환호성을 내지르고 있었다.
절대로 쓰러뜨리지 못할 거라 생각했던 마수들의 왕이 추락했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연합의 승리함을 의미했다.
몬스터는 유사인종을 제외하고는 세력을 형성하지 않았다. 그들이 군단을 형성할 수 있었던 것은 굉장히 강력한 군주가 존재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 유일무이한 군주가 너무도 허망하게 패하여 추락하는 것을 목격하였다.
애초에 충성심 따위가 존재하지 않았던 몬스터들은 더 이상은 단단한 연합군대와의 싸움을 회피했다.
연합군은 후퇴하는 몬스터들을 추격하며 일방적인 공격을 퍼부으며 일망타진을 하고 있었다. 유일하게 폭룡을 지키기 위해 움직이는 것은 용기사들 뿐이었다.
하지만 용기사들만으로는 전황을 바꿀 수 있는 것이 없었다.
용기사들과 불멸의 기사들은 용맹하게 창을 휘저으며 군주를 향해 다가갔다. 하지만 이미 방벽처럼 에워싼 인간 연합군들에 의해 하나하나 소멸하고 있었다.
하지만 용기사와 불멸의 기사들은 단 한기도 물러서지 않았다. 마지막으로 남았던 용기사는 자신의 몸에 창과 화살이 박혀 들어가도 군주를 향해 한 걸음, 한 걸음 걷는데에 집중하다 눈을 감았다.
각 군단과 부대들은 사상자와 부상자를 추리는데 바빴다. 현재 남아 있는 몬스터들의 시체 중에 목숨이 붙어 있는 것들은 다시 한번 사후처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중앙에선 모두가 로이스타의 선언을 기다리고 있었다.
로이스타는 폭룡이 쓰러진 곳으로 부대를 이끌고 이동 중이었다. 그 곁에는 리에르도 흑기사들을 이끌고 호위에 나섰다.
폭룡의 곁에는 블루드래곤 하나가 대기 중에 있었다. 인간에게 우호적인 드래곤, 블루드래곤의 여왕, 엘의 맹약자인 카르샤였다.
카르샤는 로이스타 일행이 오는 것을 보고 현신했던 드래곤의 모습을 지워냈다.
푸른 머리카락과 흰색의 예복. 옆구리에 보석으로 세공된 레이피어를 착용한 늘씬한 소녀가 갑자기 나타나자 기사들은 당혹감을 지워내지 못했다.
“폭룡 네버 에이지는 확실히 죽음을 맞이했어요.”
카르샤의 말처럼 네버 에이지는 어떠한 미동도 하지 않고 있었다.
아무리 치명적인 일격을 먹었어도, 인간을 바퀴벌레보다 더 싫어하는 네버 에이지라면 몸을 비틀어서라도 일어섰을 터였다.
하지만 이전에 폭룡이었던 존재는 거대한 바위처럼 차갑고 딱딱하게 굳어진 채였다.
“예상치 못한 용족의 도움에 감사를 표하오.”
로이스타는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경의가 담긴 예를 갖추었다. 카르샤는 로이스타의 예를 받아 손을 들어 보였다.
블루드래곤도 소중한 동료를 둘이나 잃었다. 종족이 소수인 용족에게는 뼈아픈 피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카르샤가 폭룡을 치는 것에 원조한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엘 파실드.
이제 그에게 있어 마지막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종족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목숨도 바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카르샤는 엘에게 큰 걸림돌이었던 네버 에이지를 죽였어도 불편한 심경이었다.
‘엘, 당신 생각은 과연 어떤 거야…….’
네버 에이지는 리에르에게 일격을 당하고서 추락했다. 추락한 그는 미약하게 숨을 거두지 않고 있었다.
“평화의 수호자이자 창공의 감시자인 블루 드래곤에게 감사를 표합니다. 오늘의 도움이 아니었다면 인류는 큰 위기에 처했을 겁니다.”
로이스타는 진심을 담아 그녀에게 경의가 담긴 예를 갖추었다. 카르샤는 로이스타의 예를 받아 손을 들어 보였다.
“검제 아르빈트에 대한 명성은 우리 감시자들에게도 전달되었답니다. 순백의 마법사와 한 맹약이 깨지지 않는 이상, 우리는 영원한 동반자일 겁니다.”
블루 드래곤도 소중한 동료를 둘이나 잃었다.
종족이 소수인 용족에게는 뼈아픈 피해였다.
그런데도 카르샤가 폭룡을 치는 것에 원조한 것은 단 하나의 이유 때문이었다.
엘 파실드.
이제 그에게 있어 마지막 싸움이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위해서라면 종족은 물론이거니와 자신의 목숨도 바칠 수가 있었다.
하지만 카르샤는 엘에게 큰 걸림돌이었던 네버 에이지를 죽였어도 불편한 심경이었다.
‘엘…….’
카르샤는 네버 에이지가 죽기 전에 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카르샤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폭룡 네버 에이지는 엘 파실드에 의해 태어난 존재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폭룡은 네버 에이지라는 이름에 걸맞게 인류를 극도로 혐오했다. 하지만 유일하게 엘에게는 순종했다. 아니, 순종을 떠나 네버 에이지는 열렬한 엘의 신자였다.
그가 하는 말이라면 무슨 일이든 의심하질 않았다. 그런 그가 갑자기 엘을 배신하고, 엘을 적대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래서 카르샤는 네버 에이지에게 물었다.
‘배신한……. 이유?’
폭룡은 죽음이 눈을 가리고 있어도 편안해 보였다. 그는 카르샤의 질문이 어리석다는 듯이 조소하고 있었다.
‘아버지 엘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창조주가 되는 것.’
네버 에이지는 엘이 원하고자 하는 신세계를 알고 있었다.
항상 엘은 즐거운 듯이 자신이 바라는 세상에 대해 노래하듯이 속삭였다.
하지만 그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네버 에이지에게는 의문만이 찾아들었다.
‘아버지 엘이 원하는 세상에는 우리가 없다.’
네버 에이지는 그리 말하며 삭히지 않는 분노를 나타냈다.
‘아버지 엘이 만들려는 세상은 오로지 인간만을 위한 세상이다. 인간 이외의 생명은 도태되는 세상에서 살아가라고 하는 것은 차가운 죽음만 못하다.’
카르샤 역시 의문이었던 것이었다.
‘어머니 카르샤 역시 이용당할 뿐. 아버지 엘이 원하는 세상에 당신이 존재할 필요는 없다.’
네버 에이지는 그렇게 말하며 마지막 숨을 거뒀다.
카르샤는 방금 전만 해도 목숨을 걸고 싸웠던 폭룡에게 깊은 연민을 느꼈다. 지금 그녀는 흔들리고 있었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되었던 모든 것이, 현실이라는 장벽 앞에서 무너져내리기 시작했다.
신세계가 시작된다면 몬스터는 존재하지 않았다. 아니, 이종족부터가 불필요해졌다.
오로지 인류만이 존재하는 세상. 오로지 인류를 중심으로 움직이는 세상. 그 세상을 위해서 몇 안 되는 용족이 죽음을 맞이하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엘, 당신 생각은 과연 어떤 거야…….’
카르샤는 네버 에이지와 대화한 이후 마음이 몹시 불편했다.
“지금 이 순간 우리 인류가 위대한 승리를 했노라!”
로이스타 아르빈트의 선언 이후 사방에서 환호의 함성이 쏟아졌다.
각자의 왕국에 대한 만세를, 연합의 이름에 만세를, 창공의 수호자인 블루드래곤에 만세를 외쳤다.
카르샤는 인류의 승리를 보면서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껴야 했다. 이 불편함과 괴리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하지만, 답이 나오지 않았다.
문득 카르샤는 의아함을 느꼈다.
이렇게 결정적인 순간에, 이렇게 중요한 순간에 가장 먼저 보여야 할 인물이 없었다.
“엘……?”
엘이 보이지 않았다. 카르샤는 엘의 마력을 쫓아 행방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 어디에도 그의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다.
카르샤는 엘의 마력이 전혀 느껴지지 않자 가슴이 철렁하는 기분이 들었다. 왠지 모를 불안함이 솟구쳤다.
조금 전만 해도 엘에 대한 의문을 품었던 그녀였다. 하지만 사랑하는 남자에 대한 믿음은 굉장히 맹목적인 것이었다.
카르샤는 급하게 리에르를 찾았다. 분명 엘은 리에르와 같이 있었을 터였다.
리에르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엘, 엘은 어디에 있어?”
리에르는 갑자기 카르샤가 날 듯이 뛰어오더니 울부짖는 것을 보고 이상함을 느꼈다.
“그 녀석은 지금 막사에…….”
리에르는 말을 하다가 입을 닫았다.
엘의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엘의 기운 대신에 굉장히 불길한 마력들이 길길이 날뛰고 있었다.
리에르는 그대로 마력을 터트리며 뛰쳐나갔다.
승리의 기쁨에 도취된 연합군 사이에서 리에르의 행동을 눈여겨보는 사람들은 없었다.
아니, 누가 본다 해도 상관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