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philia Lesode RAW novel - Chapter (387)
레필리아 레소드-387화(387/398)
레필리아 레소드 387화
순백의 리에르(3)
-완전히 미쳐 있네.
아르미안의 담백한 감상평이었다. 리에르는 다시 달려드는 천사들을 막아내며 베어내고, 쳐내고를 반복했다. 다시 레벨 3의 천사가 세 마리 죽었다.
이를 본 티미가 가세했다. 자신의 몸이 찢겨 나가든 말든 티미는 황금의 검을 위에서 아래로 내려찍었다.
어찌나 무식하게 공격을 했는지, 그것을 막아낸 리에르는 허공에서 튕기듯이 추락했다.
콰앙!
그대로 지상으로 추락한 리에르는 흙먼지를 잔뜩 뒤집어쓰며 쿨럭거렸다.
“자아아아! 에레사는 나의 것?”
티미는 그대로 다이빙을 하듯이 리에르에게 칼을 찔러 들어갔다.
리에르는 그대로 옆으로 한 번 구르면서 회축을 넣었다. 제대로 얻어맞은 티미는 그대로 건물 벽을 몇 개나 뚫고서 나가떨어졌다.
-잠시 도와드리죠, 저건 어디까지나 저 때문에 폭주하게 된 것 같으니까요.
리에르의 머릿속으로 리즈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티미 아크우드는 리즈의 초월기에 당하고서 죽어갔다. 다른 포스들과 천사들은 죽음을 피하지 못했다.
하지만, 티미는 살아남았다. 정신을 끝까지 잃지 않고서 자신의 몸을 뜯어먹으며 목숨을 부지했다.
그렇게, 겨우 초월기의 여파에서 벗어난 티미는 제정신을 잃은 상태에서 아군을 닥치는 대로 먹어치웠다.
남은 고기를 먹어치운 티미는 말 그대로 최강이었다.
리에르는 검을 쥔 채로 수인을 맺기 시작했다.
“내 눈 안의 진자여. 내 눈앞에, 내 품 안에 감도는 존재를 부정하지 마소서.”
리에르의 등 뒤로 룬 문자들이 새겨졌다. 그대로 순백의 칼날들이 생성되었다.
리즈와 리에르. 두 사람의 합동 초월기가 날아드는 천사들을 향해 쏟아졌다.
콰아앙!
빛의 폭발음이 사방에서 터져 나갔다. 날아드는 검격을 맞을 때마다 천사들의 몸이었던 살점 파편들이 사방으로 튀었다.
“에레사와 나는 부부 놀이!”
티미의 눈동자가 연신 뒤집혔다. 그는 자신이 만들어낸 벽의 구멍으로 쏘아지듯 날아들었다.
리에르는 갑자기 날아든 티미의 박치기에 옆구리를 맞고서 건물에 처박혔다. 리에르가 박혀 들어간 건물은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위에서부터 우르르 무너져 내렸다.
잔뜩 일어난 흙먼지를 보면서 티미가 머리를 180도로 뒤틀며 혀를 내밀었다.
“그러니까 우리는 구멍 동서?”
티미가 신난다는 듯이 부르짖었다. 그사이 리에르는 건물 잔해을 뚫고 나왔다. 그러고는 티미의 비어 있는 옆구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티미는 반사적으로 칼라드볼그의 옆면으로 공격을 막았다.
그그극!
검과 검이 긁히며 불똥이 튀었다. 베듯이 검을 빼낸 리에르는 위에서 아래로 곡선을 그리며 베어냈다.
칼라드볼그가 다시 한번 앞을 가로막았다.
티미는 고개를 옆으로 비틀면서 동공을 크게 부풀렸다.
“우리는 형제?”
리에르의 호쾌한 로우킥이 티미의 정강이를 부숴 버렸다. 뒤이어 내지른 찌르기가 티미의 목을 꿰뚫었다.
피가 분수와 같이 튀었다. 연분홍으로 점철된 살들이 드러났다. 그 안에 박힌 흰 뼈가 도드라져 보였다.
“과인은 황제로소이다!”
티미는 하하하, 웃어젖히면서 칼라드볼그를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리에르는 상당한 마력들이 계속 엄습해 오자 어쩔 수 없이 수비 형태로 바꿔서 뒤로 물러섰다.
뒤쪽도 자유롭지는 않았다. 천사들이 창을 고쳐 잡고서 동귀어진할 듯이 달려들었다.
리에르는 그대로 제자리에서 솟아올랐다. 그러고는 검에 잔뜩 마력을 주입하며 아래로 검무를 쏟아냈다.
일섬. 월광 참수 베기.
달빛이 서린 듯한 검기가 사방을 폭발시켰다. 그와 동시에 리에르는 리즈의 전매특허인 핏빛 창을 비처럼 쏟아냈다.
천사들은 회피하지 않고 곧이곧대로 공격을 받았다. 놈들은 창에 꿰뚫리면서도 리에르를 향해 뛰어올랐다.
천사들의 창을 피하며 리에르는 미들킥을 날렸다. 얻어맞은 천사는 우두둑, 소리와 함께 건물에 처박혔다.
다시 가슴을 향해 날아드는 창.
리에르는 그 창날 목 부분을 손등으로 밀었다. 그러고는 자연스럽게 팔 끝을 튕겼다.
천사는 창날과 하나가 되어 동료들에게 던져졌다.
“내가아아아! 오늘은 요리사아아아!”
티미의 검격이 날아들었다. 리에르는 그것을 막아내며 마력을 끌어모았다.
두 사람 사이에서 빛의 폭발이 일어났다. 티미는 물수제비 튕기듯이 대지 위에 형편없이 나동그라졌다.
하지만 리에르도 충격의 여파로 똑같이 땅바닥을 나뒹굴었다. 짙은 흙먼지가 두 사람 사이에서 일어났다.
“잔반은 남기지 말도록!”
티미는 깔깔깔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리에르에게 당한 상처는 이미 삽시간에 나은 상태였다.
리에르는 잠시도 앉아 있을 시간 없이 몸을 회피했다. 그가 있던 자리로 창이 박혀 들어갔다.
천사들은 먹잇감을 향해 끝없이 턱을 벌리고 날아들었다.
쳐내고, 베어냈다. 하지만 천사들은 끊임없이 덮쳐들었다. 리에르는 점점 그들에게 눌려갔다. 놈들은 마치 아귀처럼, 메뚜기처럼 껑충거리며 덮쳐들었다.
사각, 사각.
아삭, 아삭.
놈들의 곤충 턱 같은 입이 마력을 갉아먹고 있었다.
-기껏 부활했는데 이대로 당하면 억울하지 않겠니?
“하지만 이 녀석들이 너무 터프한 걸.”
리에르는 여유롭게 중얼거렸다. 놈들에게 잡아먹혀도 고통 같은 것은 없었다. 오히려 간지럽다고 느낄 정도였다.
-무엇을 위해 다시 일어난 거니?
아르미안이 묻는다. 주변이 온통 광기로 범벅이 된 아귀들로 가득했다.
“글쎄…….”
이미 유트에게 모든 짐을 멋대로 지워버렸다. 그래놓고는 자기만 달콤한 죽음의 늪으로 도피했다. 하지만, 망자들은 용서치 않았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부서지고, 망가졌어도 용서하지 않았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세상이었다. 불합리한 힘 따위가 지배하지 않는 세상. 불합리함이 세상을 지배하는 논리가 아닌 세상.
천사들의 틈으로 바람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 바람은 점차 거세지더니 삭풍이 되어 모든 것을 베어냈다.
천사들은 갑작스러운 돌풍으로 인해서 밀려났다.
-한심하군.
로빈타의 강철, 이실렌의 음성이었다. 리에르의 주변으로 삭풍이 회오리가 되어 방벽을 이루고 있었다.
리에르의 몸 곳곳에 벌레가 베어먹은 것 같은 구멍이 생겼다. 하지만 곧 순백의 빛이 그것들을 메워냈다.
[Master에게 보고. 현재 동기화 진행 중.]리에르는 자신의 왼손에 어느새 아르카가 쥐어져 있는 것을 보았다. 칠흑의 큐브 조각들은 어지럽게 날아다니면서 빛을 발했다.
[System Set-up 완료. 이제 사용하셔도 좋습니다.]“너, 언제 왔냐.”
리에르가 허탈하게 웃어 보였다. 불과 며칠 되지 않았는데도 굉장히 오랜만에 보는 듯한 착각이 일었다.
[Master로 확인되는 에너지를 확인. 혼자 공간을 찢고 나왔습니다.]“유트는?”
[은발 수컷은 자신의 전투를 하고 있습니다. 남 걱정하지 않습니다.]아르카의 건방진 말에 리에르는 어이없어하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 없는 동안에 사용했던 검이구나?
[암컷 검이 있습니다?]아르카는 아르미안의 목소리를 듣고 흠칫 놀라는 듯 보였다.
-어머, 암컷이라니…….
[우리 서로를 속이지 않습니다. 같은 검으로 만나, 같은 기생체에 붙어 있습니다. 단둘이 칼날에 기름칠이라도 하면서 대화를 약속합니다?]-…….
아르카의 작업질에 아르미안은 잠시 할 말을 잊었다. 뻔뻔한 모습을 보고 리에르는 자신도 모르게 웃음을 터뜨렸다.
-이제 시간이 없네, 그렇게 시시덕거릴 시간에 칼 한 번이라도 더 휘두르게!
이실렌의 불만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리에르의 몸을 지켜주었던 삭풍의 회오리가 꺼져갔다. 그 틈을 타고서 천사들이 동시에 창을 찔러 들어왔다.
리에르는 제자리에서 뛰어올라 공격을 회피했다.
리에르가 있던 곳을 노리던 공격은 전부 피했지만, 다른 천사들은 그대로 날아오르며 리에르를 뒤쫓았다.
[사복검 변경.]아르카는 번뜩이는 빛과 함께 자신의 몸에 균열을 일으켰다. 그리고 삽시간에 모습을 바꿨다.
리에르는 사복검을 밑으로 찔렀다.
점에서 선으로, 선에서 호로.
검격이 늘어나면서 원을 그렸다. 그 원은 다시 원을 파생시키며 찔러 들어갔다.
리에르는 마치 상모놀이라도 하는 듯이 칼날을 가지고 놀았다.
사사삭!
리에르를 중심으로 사방에서 핏물이 쏟아졌다.
[그레이트 소드 변경.]거대한 칼날은 양손이 아니면 잡을 수가 없었다. 그것을 움켜쥐자 리에르의 입가에서 저절로 크큭거리는 웃음이 흘러나왔다.
살점이 찢겨 나간 천사들이 괴성을 지르며 쏟아져 나왔다. 날아드는 창격들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피한다. 그와 동시에 적의 품으로 파고들어 거대한 칼날로 후려쳐 버린다.
빠각!
천사의 몸이 깔끔하게 둘로 갈라졌다. 갈라진 살이 거미줄처럼 서로에게 달라붙어 떨어지려 하지 않았다. 그것을 가볍게 걷어차며 다음 타깃을 바라본다.
“좋은 사람 있으면 소개해 줘!”
티미가 광소를 터뜨리며 박치기를 해왔다. 이번에는 리에르도 같은 공격에 당하지 않았다.
옆으로 반회전한 리에르는 그대로 참격을 넣었다.
화르륵!
프레이야의 화영검법이 불꽃의 잔영을 일으키며 티미의 몸을 도려냈다. 잘려 나간 살점은 삽시간에 재생하려 했다.
하지만 옮겨붙은 불꽃이 살점을 태우며 재생을 방해했다.
-본녀의 검은 유효하군.
“확실히.”
프레이야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리에르는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재생을 막고 있는 프레이야의 검법이 좋은 상성임을 인정해야 했다.
“내 얼굴이 어때서?”
티미는 파묻혔던 건물에서 튀어나오며 부르짖었다. 그는 자신의 얼굴을 양손으로 마구 뜯기 시작했다. 손톱에 걸린 살가죽을 마치 뜯듯이 긁어내며 티미는 화를 냈다.
“봐, 우윳빛 피부!”
“세상 우유가 그런 색이라면 아무도 우유를 먹지 않겠지.”
리에르는 나지막하게 조소했다. 이미 붉은 피가 할퀴고 지나간 티미의 얼굴은 흉측하게 꿈틀거렸다.
자꾸 긁어대고 있으니 그 대단한 재생능력도 잠시 주춤한 것 같았다.
천사들은 지치지도 않고 메뚜기처럼 튀어 올라 덮쳤다.
리에르는 호흡을 가다듬으며, 사방으로 핏빛 창을 쏘아냈다. 놈들은 창에 관통돼서도 뚫고 들어왔다.
-여긴 내가.
그리운 목소리였다. 형과 동생의 합격이 서로 죽은 뒤에나 벌어질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다.
파에트의 쌍수 검술이 시작되었다. 마치 사과를 깎아내듯이 천사들을 베어낸다.
미처 핏물이 왈칵 쏟아지기 전에 다음 타깃을 향해 걸어나가는 몸놀림은 군더더기가 하나도 없었다.
“형, 쌍수를 더 잘 쓰는 것 같은데 왜…….”
리에르는 쌍수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지 못했다. 검 하나를 사용하며 육탄전으로 유도를 하는 것이 더 익숙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파에트의 쌍수 검술은 유트의 쌍수 저리 가라 할 정도로 번득이는 검광을 일으키며 천사들을 도륙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물 흐르듯 앞으로 걸어나갔다.
-원래 검은 한 자루만 쥐는 것이 더 있어 보이거든. 무엇보다 말 고삐를 잡아야 하기도 하고, 시민들에게 손을 흔들어줘야 하기도 하고, 선물을 받아야 할 손도 필요한 법이고.
“…….”
리에르는 다소 어이가 없어서 웃었다. 파에트도 낭랑하게 웃어 보였다.
천사들이 큐브 조각처럼 썰리면서 리에르가 앞으로 나갔다. 티미는 머리를 기하학적으로 비틀면서 광소했다.
“아빠 잘못했어요! 용돈 더 주세요!”
티미가 검을 머리 위로 들어 올렸다. 황금빛 검이 찬란하게 길게 뻗어졌다. 엄청난 기운들이 굵은 광선으로 뭉치고 있었다.
티미는 그것을 그대로 리에르에게 수직으로 내려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