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set Life of Regression Police RAW novel - Chapter (1039)
에필로그
부우웅! 빵빵!
이른 아침의 출근길.
지옥 같던 새벽 근무를 마치고, 경찰서로 복귀하던 경찰차 한 대가 한 커피숍 앞에 멈춰 선다.
“으으으!”
기지개를 켜자마자 몰아치는 강추위에 운전석에서 내린 젊은 경찰이 몸을 움츠린다.
“어후으, 박 경위님. 이번 겨울은 유독 추운 것 같지 않습니까?”
“같지 않은 게 아니라 추운 거야. 뭐 마실래? 뜨아?”
“앗?! 제, 제가 사겠습니다!”
“어이구, 됐습니다요.”
어차피 빵빵한 부식비로 사는 건데 누가 사든 문제일까.
“너님은 반창고나 제대로 붙이세요.”
오늘 하루는 무사히 넘기는가 싶더니, 결국 막판에 취객과 싸우다 코를 얻어맞아 응급실에 들러야 했던 후배.
“그럼 아아로 부탁드리겠습니다.”
“얼죽아인가 뭔가가 하는 게 너였냐?”
“경위님 연세가 오십대…….”
“뭐, 이 새끼야. 뭐. 나 같은 늙은이는 요즘 젊은 애들이 쓰는 말을 알면 안 된다는 거냐?”
“죄, 죄송합니다!”
“쯧. 히터나 더 세게 틀어 놔.”
“옙!”
콧방귀를 뀐 오십대 경위는 카페로 향했고, 젊은 경찰은 히터를 더 세게 돌리며 도로를 가득 채운 출근길 차량들을 멍하니 바라봤다.
“나도 바쁘고, 저 사람들도 바쁘고…….”
다른 점이 있다면 자신의 일이 더 힘들고 더럽다는 것일까.
맨날 취객들만 상대하려다 보니 자신이 왜 경찰이 됐나 의구심이 들기 시작한다.
“어이구. 배부른 소리 하고 자빠졌네.”
“헉?! 죄, 죄송합니다!”
“이거나 처먹어.”
젊은 경찰은 우물쭈물 받아 들며 눈치를 봤고, 경위는 이따 올 걸 하며 후회했다.
하지만 이대로 어색하게 지낼 순 없었다.
“김 순경.”
“죄송합니다, 경위님.”
“죄송할 건 무슨. 경찰 일 험하고 더러운 건 세상 사람들이 다 아는데……. 근데 이거 아냐? 나도 라떼는 이 지랄 하기 싫은데, 나 때는 정말 말도 못했다는 거?”
“……그랬습니까?”
“그랬지.”
생각해 보면 참 헛웃음만 나왔던 90년대와 2000년대 초.
“그땐 공권력이 좋았을 때 아닙니까?”
“그놈의 공권력. 형사들에게만 있었지.”
그런데 그마저도 온전한 공권력이 아니었다.
“지금처럼 CCTV가 빼곡하게 있길 하나, SNS가 있길 하나.”
그렇다 보니 범인 잡는 데도 한 세월이었고, 언론은 맨날 경찰의 무능함만 노래했다.
거기다 겨우 이백여 명 있는 작은 경찰서 내에 파벌은 어쩜 그리 많고, 돈 받아 처먹는 견찰은 왜 그리 많은지.
“경찰 인권이 또 뭐야? 씨발, 근무 중 상해를 입어도 내 돈으로 처리해야 했고, 순찰차라도 박살 나면 적금을 깨야 했지. 순직? 에라이. 살인범쯤 잡다 뒈져야 순직이었어.”
식사도, 간식도 모두 십시일반 모아야 했다.
공무원 중 소방관과 더불어 가장 험한 일을 하는데도 대우는 어림도 없었다.
“일개 경찰 나부랭이가 이렇게 거리에서 커피를 마시고, 담배를 피우는 게 가능했을 거 같아?”
어림도 없다. 걸렸다간 바로 징계에 감봉이었다.
“이런데 일할 맛 나겠냐?”
있던 사명감도 덧없이 사라지는 게 바로 그 당시의 경찰이었다.
그럼에도 상부는 그걸 모르는지 계속 쪼아 댔다.
“실적을 내라고 쪼아 대면서도 절대 민원인을 다치게 해선 안 됐어.”
취객들에게 맞아 장애인 되고, 정신병 얻고, 범죄자 쫓다 사망하고.
그때는 그게 일상다반사였다.
“아침에 인사한 동료를 저녁에 영안실에서 봐도 아무렇지도 않던 시기였지.”
“지, 진짜요?”
“그럼 내가 거짓말하리?”
눈을 흘긴 경위가 담배 연기를 길게 내뿜는다.
“그런데 지금은 어때?”
“……아무래도 제가 투정을 부린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고작 이십여 년 전의 이야기임에도 끔찍하기 짝이 없는 이야기.
선배들의 희생에 절로 숙연해진 젊은 경찰이 이내 의아해한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바뀌게 된 겁니까?”
“그 더러웠던 우리 조직에 한 경찰이 나타났으니까.”
“아, 그분! 주, 중경에서 들었습니다! 전설이셨다고…….”
“그래. 아주 전설이었지. 경위 임관하신 후 처음 내가 있던 파출소에 발령받았을 때부터 범상치 않았던 분이시니까.”
“오오. 어떻게요?”
“풉!”
아직도 그때의 기억이 떠오른다.
“첫 출근을 하는 애송이 경위가 범죄자 멱살 잡고 들어오는데…….”
꽈아앙!
순간 터지는 굉음에 그들의 고개가 반사적으로 돌아간다.
십여 미터 밖, 추돌해 있는 두 대의 차량. 그중 뒤에서 앞차를 들이박은 차량의 바퀴가 계속 돈다.
“박 경위님!”
“잡아! 상황 발생, 상황 발생! 농협 사거리에서 교통사고 발생!”
후다다닥!
본능적으로 달려 나간 그들이 뒤차의 문을 두드린다.
쿵쿵쿵!
“멈추세요! 이봐요, 멈추세요!”
“비켜! 비키라고, 씨발!”
끼기기기기!
문을 두드리고 있음에도 이쪽을 보지 않고 계속 액셀만 밟고 있는 운전자.
뭔가를 눈치챈 경위가 삼단봉을 꺼내 든다.
“순 32가 전파한다. 농협 사거리에서 발생한 교통사고가 음주운전으로 추측된다. 제압하겠다.”
-알겠다. 다치지 마라.
“접수.”
파바박!
삼단봉을 꺼내 든 경위의 눈이 서늘히 가라앉는다.
“현재 선생님께서 경찰의 인도에 불응하신바, 현 시간부로 발생하는 상황은 저희 경찰의 잘못이 아님을 알려 드리며 강제 진압에 들어가도록 하겠습니다. 운전자께선 머리를 보호해 주시길 바랍니다. 흐읍!”
꽝!
“으악!”
삼단봉이 창문을 후려치고 나서야 공회전을 멈춘 바퀴.
그러나 경위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속 창문을 후려친다.
콰작!
결국 깨져 버린 창문.
경위와 젊은 경찰이 재빨리 운전석 문을 열고 운전자를 끄집어낸다.
“크으. 술 냄새.”
“방금까지 퍼마신 것 같은데요? 선생님, 선생님은 현재 음주운전 및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현장 체포…….”
“놔아아-!”
“으헉?!”
경찰들을 뿌리친 사내가 벌떡 일어나 씩씩거린다.
“이 개짭새 새끼들이 감히! 너희 내가 누군지 알아?! 어?! 내 아버지가 박천명 의원이야, 이 개새끼들아-!”
쿵!
야당의 4선 의원 박천명.
그제야 사내의 고급 외제차와 고급 양복이 눈에 들어온 두 경찰의 낯빛이 하얗게 질리고, 사내의 얼굴이 의기양양해진다.
“하. 이리 와, 씨발 새끼들아.”
짜아악!
고개가 돌아가는 경위.
주먹을 꽉 쥐면서도 반항을 못하는 경위의 모습에 사내의 미소가 더 흉폭 해진다.
“방금 한 말 다시 지껄여 봐. 경찰이 뭐? 다시 지껄여 보라고, 이 새끼들아-!”
사내가 다시 뺨을 후리기 위해 손을 든 순간이었다.
부아아앙! 꽈앙!
“악?!”
깜짝 놀라 고개를 돌린 사내가 순간 멍해진다.
“어? 내 차……. 이런 개새끼가!”
범퍼가 아작이 나다 못해 트렁크까지 모두 잡아먹히자 눈이 뒤집힌 사내가 자신의 차를 들이박은 차량을 향해 달려간다.
아니, 달려가려고 했다.
탁!
문을 닫으며 내리는 거대한 체구의 경찰, 경찰 정복을 입은 종혁만 아니었다면 말이다.
“여보!”
“어, 여보. 정말 괜찮지? 다치지 않았지?”
“얼른 끝내요! 오늘 여보 임명식이잖아요!”
“오케이.”
고개를 빼꼼 내민 아내와 아들을 향해 싱긋 웃어 준 종혁이 굳어 있는 사내에게 다가가 왼손을 높이 쳐든다.
“씨, 씨발! 어디 쳐 봐! 내가 내 모든 걸 걸고…….”
“아, 결혼반지.”
왼손을 내리고 오른손을 든 종혁이 사내를 그대로 후려친다.
쩌어억!
“컥?!”
단숨에 엎어진 사내.
종혁이 딱딱하게 굳어 있는 경찰들을 본다.
“오우. 오랜만입니다, 선배님? 근데 뭡니까, 이 새끼.”
“추, 충성-! 근무 중 이상 무!”
“이상 있잖아요. 이 새끼 누구냐니까요.”
“야, 야당 박천명 의원의 아들이랍니다.”
“아, 그 양반.”
“너, 너 이 새끼! 우, 우리 아버지가 나 맞은 걸 알면…….”
쩌억!
턱을 발로 까 버린 종혁이 핸드폰을 든다.
“어디 보자…… 아, 여기 있네. 예, 의원님. 나 최종혁입니다. 예, 그 짭새 새끼요.”
쿵!
“의원님 아드님께서 음주운전에 교통사고를 내다 못해 우리 직원들까지 때리고 협박을 하네요? 아니, 변명하실 건 없고. 어떡할래요. 아드님 깜빵 보낼래요. 아님…… 나랑 붙을래?”
쿵!
종혁은 수화기 너머에서 들리는 말에 싱긋 웃었다.
“그래요. 그럼 다음에 웃는 얼굴로 봅시다.”
“너, 너…….”
콰직!
아예 얼굴을 밟아 버린 종혁이 경찰들을 바라본다.
“박 경위님. 김 순경?”
“추, 충성!”
“다음부터는 정치인 아들이고 나발이고, 눈치 보지 말고 그냥 잡아 처넣으세요. 뒤는 내가 봐줄 거라는 말을 몇 번이나 더 해야 하는 겁니까?”
“……충성. 충성-!”
“오케이. 그럼 수고해요.”
손을 든 종혁은 차로 향했고, 남겨진 두 경찰은 멍하니 멀어지는 차를 바라봤다.
저분이다.
부정부패와 비리가 가득했던 경찰 조직에 혜성처럼 나타나 모든 걸 뒤엎어 버리고 바꾼 전설.
“저도 열심히 하면…… 저렇게 될 수 있겠죠?”
“지금의 경찰이라면 충분히.”
치솟는 전율에 주먹을 꽉 쥔 그들은 기절한 사내를 구속하며 미란다 원칙을 외웠다.
* * *
웅성웅성.
-그럼 최종혁 경찰청장님의 인사말이 있겠습니다-!
순간 조용해지는 경찰 본청의 대강당.
단상에 선 종혁이 대강당을 가득 채운 사람들을 둘러본다.
그러다 한 곳에 시선을 고정시키며 미간을 좁힌다.
‘최기룡 청장님.’
몇 년 전 사망해 사진만 자리를 차지하게 된 최기룡 전 청장과 그 영정 사진을 품에 꽉 쥐고 있는 이택문 전 청장.
그 옆에는 뿌듯이 웃고 있는 김종두 경무관과 오택수 경무관, 강현석 총경과 최재수 경정, 정용진 치안감.
강철선 검찰총장과 그 가족들.
“사랑해요, 최종혁! 우윳빛깔 최종혁!”
오늘 같은 날에도 미쳐 날뛰는 임세라 경무관을 비롯한 동기들.
수호와 소영, 준형이 형들도 그 사이에 껴서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이제 은퇴를 앞둔 박영일 등 기자들은 마지막으로 카메라를 잡았고, 맨 뒤에 권회수와 김단향의 영정 사진을 끌어안은 채 앉은 권아영과 박태수가 어린 자식의 손을 잡고 흔들었으며, 현몽준 전 대통령과 홍정필 전 대통령이 나탈리아, 헨리와 그리고 빅토르, 김미진과 함께 앉아 푸근히 응시해 온다.
‘참 많구나.’
사망한 김희건 회장과 새로이 삼전그룹의 회장이 된 김용재 회장, 캘리 그레이스 FBI 국장을 비롯한 교수님들 등 차마 시간이 안 되어 참석을 하지 못한 사람들까지 합하면 이 대강당도 부족하리.
종혁의 시선이 마지막으로 아내 홍시연과 아들, 그리고 그 사이에서 푸근히 웃고 있는 어머니 고정숙에게로 향한다.
그냥 보고만 있어도 웃음이 나오는 가족들.
“반갑습니다. 최종혁입니다. 다들 제 성격을 아실 테니 짧게 말하겠습니다.”
종혁이 정면의 카메라를 응시한다.
“지금 여기 계시는 경찰 여러분, 그리고 이 방송을 보고 계시는 경찰 여러분. 여러분은 이 대한민국의 자랑스러운 경찰입니다.”
쿵!
둔중하게 경찰들의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
“제가 여러분의 뒤에 있다는 것을 알아주십시오.”
그러니 움츠리지 마라.
모든 외압과 걸림돌을 치워 줄 테니 사명감을 품고, 소신을 세우며, 보다 나은 대한민국을 만들어 가라.
“대한민국 모든 국민이 범죄 걱정 없이 살게 하십시오.”
그게 우리들 경찰의 소명이기에.
민중의 지팡이가 가져야 할 천명이기에.
“그를 위한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겁니다.”
쿵!
경찰들의 피가 들끓는다. 지금 당장 입을 열라고 목구멍이 외친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에도 범죄를 저지르고 있을 범죄자 여러분.”
쿵!
종혁의 온몸에서 일어난 끔찍한 살의가 카메라 너머 온 국민들에게 전달된다.
종혁은 사납게 웃었다.
“나대지 마. 죽는다.”
쿠우웅!
“이상, 취임사 끝.”
“전체 차려엇-! 경례-!”
“충성-!”
“우와아아아아아!”
역대 최연소 경찰청장의 취임사가 그렇게 끝났다.
(회귀 경찰의 리셋 라이프 완결)
작가의 말
안녕하십니까, 한길입니다.
2021년 7월에 시작된 가 어느덧 1039화를 마지막으로 연재를 종료하게 됐습니다.
그동안 를 사랑해 주셔서 정말 감사드리며, 다음엔 더 재밌는 글로 찾아뵙겠습니다.
한길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