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17
제17화
17화
“먼 길 다녀오느라 수고가 많구나. 어디 다친 곳은 없느냐?”
하르칸 가문의 본가로 돌아온 하밀 하르칸은 집무실에서 가문의 가주이자 자신의 아버지인 카밀 하르칸을 만나고 있었다.
카밀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먼 곳을 다녀온 하밀의 노고를 위로했다.
그에 하밀은 작게 미소 지으며, 손가락 끝으로 드레스를 잡고는 우아하게 인사를 했다.
“다녀왔습니다, 아버지. 그리고 다친 곳은 없어요.”
“그래, 그거 다행이구나.”
“오늘도 일이 많으시군요.”
“그렇단다.”
카밀은 처음 인사할 때 하밀의 얼굴을 보고 웃은 것을 빼고는 다시 고개를 숙여 책상 위에 있는 서류만 바라보고 있었다.
한 손은 빠르게 펜을 놀리고 있었다.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다.
최근 들어서 재정 상태도 좋지 않아, 한시라도 일을 쉴 수가 없었다.
그 때문인지 카밀의 안색은 날이 갈수록 안 좋아지고 있었다.
“아버지, 좀 쉬었다 하시는 것이 어떤가요?”
“괜찮단다. 이건 내 일이니까 쉬면 안 되지.”
쉬고 싶어도 쉴 수 없었다.
만약 그가 일을 조금이라도 쉬면, 가문은 재정적으로 휘청일 수 있었다.
후작가 해서 당연히 돈이 많을 거라 생각하겠지만, 귀족 중에서는 가난한 사람도 제법 있었다.
하르칸 가문이 딱 그러했다.
돈 나올 구석이 없었다.
예전에는 광산을 가지고 있었지만 매장량이 얼마 되지 않아 곧 바닥났고, 상단을 운영해서 돈을 벌려고 해도 이미 그쪽 인맥은 단단하게 잡혀 있어서 파고드는 것도 힘들었다.
지금 그나마 버틸 수 있는 이유는 근처에 있는 숲에서 몬스터의 사체를 얻어서 팔고 있기 때문이다.
다행인 건, 이 영지 근처에서만 서식하는 몬스터가 있는데 그게 비싸게 팔렸다.
그 외에 귀중한 약초도 어느 정도 채집할 수 있었기에 간신히 입에 풀칠하면서 살 수 있었다.
“그나저나, 그 아이는 잘 있더냐?”
“그냥 얼굴만 보고 왔어요.”
“그래, 상태는?”
“……잘 모르겠어요.”
순간 펜을 놀리던 카밀의 손이 우뚝, 멈췄다.
이 질문은 연례행사 같은 것.
하밀은 매년 한 번씩 바르커 가문을 찾아가고 있었고, 이 질문을 할 때면 불쾌한 얼굴로.
‘똑같았어요.’
라고 앵무새처럼 대답할 뿐이었다.
한데, 오늘 대답이 달랐다.
“모르겠다고?”
“네. 이번엔 뭐가…… 좀 이상했어요.”
허크에게 맞고 있던 로크가 갑자기 돌변해서 허크를 제압한 일이 떠올랐다.
그때 보여 줬던 움직임은 하밀조차 따라 할 수 없을 정도로 부드러우면서도 자연스러웠다.
‘만약 나라면 피할 수 있었을까?’
마차를 타고 오며 몇 번이나 상상했다.
그녀는 상상력이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한 번 본 것이라고 해도 머릿속으로 완벽에 가까울 정도로 재현하는 것이 가능했다.
하밀은 로크의 움직임을 떠올리며 허크를 대신해서 자신을 대입했다.
그런 다음 로크의 카운터를 피하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몇 번을 해도 결과는 똑같았다.
‘피할 수 없어.’
익히 아는 사실이었지만, 역시나 그 자연스러운 흐름에는 거스를 수 없을 것 같았다.
그건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기술이 아니었다.
수백, 수천 번의 전투 경험이 있어야만 만들 수 있으며, 피, 땀, 노력 거기에다 재능이 합쳐져야만 비로소 만들 수 있었다.
‘그런데 로크에게 그런 움직임이 가능한 건가? 솔직히 말이 되지 않잖아.’
작년까지만 해도 허크에게 허수아비처럼 맞고 다니던 로크였다.
그때도 맥없이 맞고 있던 도중, 갑자기 사람이 달라진 것처럼 움직였다.
생각할 수 있는 건 하나였다.
‘머리를 너무 세게 맞아서 잠시 정신이 이상해져서 그런가? 음…….’
풀리지 않는 의문.
이럴 줄 알았다면 그때 그냥 자리를 피하지 말고 붙잡아서 몇 마디 대화라도 나눠 보는 건데…….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다.
“응?”
카밀은 말없이 조용히 생각에 잠긴 하밀을 쳐다봤다.
‘뭔가 좋은 일이라도 있었나?’
평소에 감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하밀이다.
그래서 세간에는 얼음의 마녀, 표정 없는 천사라고 불리고 있었다.
그런 소문이 돌 정도로 감정 변화가 그다지 없던 하밀인데, 그런 그녀의 입가에 작은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 *
“부르셨습니까.”
로크는 토르의 부름을 받고, 알현하고 있었다.
근엄한 자세로 앉아, 토르는 로크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토르는 잠시 로크를 말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제법 쓸 만한 물건을 관찰하는 듯한 그 눈은 절대로 아비가 자식을 바라보는 그런 종류의 눈빛은 아니었다.
전신을 훑고 지나가는 싸늘한 눈길.
그리고 약간의 시간이 지나, 감정이 끝났는지 토르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어떻게 한 것이냐?”
두서없는 질문.
옆에 있던 칸트라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저런 식으로 물어보면 듣는 사람은 도대체 뭘 물어보는 건지 알 수 없기 때문에 대답할 수 없었다.
그에 칸트라가 옆에서 질문에 보충 설명을 하려고 했다.
하지만.
“검술을 말씀하시는 거죠?”
로크는 용케 그의 질문의 의도를 눈치챘다.
예전의 로크라면 모르겠지만, 이미 저쪽 세계에서 먹은 짬밥이 있었다.
EX급 헌터가 되기 전에 길드에서 제법 눈칫밥을 먹고 지냈던 그였고, 그의 상사는 틀딱에 진상이었다.
그 덕분에 눈치가 빨랐다.
어, 하면, 아! 하면서 알아들을 수 있었다.
‘개 같은 말도 찰떡처럼 알아들을 수 있지.’
토르는 무심하게 눈짓했다.
그게 맞으니 이어서 계속 말하라는 뜻이다.
아마 궁금할 것이다.
바르커식 : 번개의 호흡은 가문의 일원에게만 전해 내려오는 비전 검술로 단 한 번도 로크에게 알려 준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랬던 그가 하이 오크를 상대할 때 바르커 식 2장, 피뢰침을 사용했다.
교관에게 제대로 배우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는 검술이다.
“가끔 허크 형님께서 찾아와서 저에게 바르커 식 검술은 이런 것이라고 보여 주셨습니다. 그걸 보고 배웠습니다.”
“…….”
칸트라는 검술 교관에게 들은 적이 있었다.
허크가 검술을 익히면 그것을 사용해 보기 위해서 로크를 찾아가 시험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알려 주지 않고, 봤을 뿐인데, 그걸 따라 할 수 있다고?’
말이 되지 않았다.
만약 두 눈으로 보지 않았다면 헛소리라고 일축했을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토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침묵은 부정이 아닌 긍정.
그 말은 하이 오크를 상대로 로크가 바르커 식 : 번개의 호흡을 사용했다는 말이 된다.
‘바르커 식 : 번개의 호흡은 본다고 해서 따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만약…… 만약 정말로 보는 것만으로도 따라 할 수 있다면…….’
나름 재능을 가지고 있는 허크가 1장을 배우는 데 1년이 넘게 걸렸고, 2장을 배우는 데도 그 정도의 시간이 걸렸다.
바르커식 : 번개의 호흡은 검술 교관의 지도 아래 배운다고 해도, 배우기 어려울 정도로 난해하며 신묘한 검술이다.
습득 난이도에 굳이 등급을 먹이자면 S급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걸 보고 배웠다고?
토르의 재능을 강하게 이어받은 타르조차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이 말이 사실이라면, 로크에게는 지금까지 알 수 없었던 엄청난 재능이 숨겨져 있다는 말이 된다.
‘지금까지 감추어져 있던 재능을 개화했다는 것인가? 아니면…….’
그러한 재능이 하루아침에 개화하는 것이 가능할 일일까?
설사 가능하다고 해도, 그것을 하루아침에 자기 것으로 만드는 건 완전히 다른 이야기였다.
거기에다 로크는 실전에서 피뢰침을 사용했다.
연습과 실전은 엄연히 다른 법.
실전에서 검술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피나는 훈련과 그에 걸맞은 경험을 쌓아야만 비로소 제대로 사용할 수 있다.
갑자기 개화한 재능으로 사용할 수 있을 정도로 바르커식 검술은 절대로 쉽지 않았다.
‘감춰 왔다는 건가? 자신의 재능을?’
오랜 시간 그가 자기 재능을 숨겨 왔다는 말이 된다.
그게 가능한가?
로크의 나이는 15살밖에 되지 않았다.
아직 어린 나이에 어둠 속에서 숨을 죽이며 날카로운 검을 숨기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그 모멸감과 멸시 속에서.
‘드래곤의 자식은 그래도 드래곤이라는건가…….’
“재미있군.”
토르는 작게 중얼거렸다.
작은 목소리였지만, 그 소리는 확실하게 들렸다.
그의 눈에 작은 이채가 서려 있었다.
“몇 장까지 사용할 수 있지?”
“…….”
몇 장까지 익혔느냐가 아니라 사용할 수 있냐고 질문했다.
그 말인즉, ‘너의 재능으로 그 검술을 몇 장까지 사용할 수 있을 것 같냐?’라고 물어보는 것이다.
재능을 파악하려는 것이다.
바르커식 : 번개의 호흡은 재능에 따라 사용할 수 있는 단계도 나누어져 있다.
가문의 일원이라면 2장까지는 여유롭게 사용할 수 있지만, 그 위 단계부터는 그 이상의 재능이 필요했다.
‘타르 형님이 6장까지 사용할 수 있었지?’
현재 허크는 3장의 벽에 가로막혔고, 그 위의 다른 형제들도 5장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었다.
그 빛이 세상을 뒤덮기 전에, 둘째 형님이 5장의 벽을 깨고 6장까지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건 확인하지 못했다.
아무튼, 현재 바르커 가문에서 7장까지 사용할 수 있는 건 아직 토르뿐이었다.
그리고.
‘나도 가능하지.’
그도 원래 6장까지밖에 사용할 수 없었지만, EX급 게이트 보스를 죽일 때 그 벽을 깨고 7장까지 사용할 수 있게 되었다.
가는 길은 이미 개척되어 있다.
이제 닦아 놓은 길을 따라가기만 하면 되는 일.
하지만.
‘솔직하게 대답할 순 없잖아.’
적에게 전력을 드러내는 건 바보 같은 짓이었다.
때로는 드러난 검보다는 보이지 않는 단검이 더 무서운 법이다.
토르는 바르커 가문을 가질 때 방해가 될 인물.
언젠가는 처리해야 할 적이므로, 그에게 모든 것을 알려 줄 순 없었다.
“2장까지입니다.”
“2장이라…….”
토르의 눈빛이 묘하게 가늘어졌다
하지만 이건 진짜였다.
아직 육체적인 단련이 부족해서 3장의 검술을 펼치는 건 다소 무리가 있었다.
몸이 따라 주지 않았다.
몸이 감당할 수 없기에, 무리해서 펼쳤다가는 부작용으로 큰 내상을 입든가 혹은 돌이킬 수 없는 사고가 일어날 수도 있었다.
‘펼치려면 할 수는 있지만 각오는 해야겠지.’
지금은 무리.
굳이 위험한 다리를 건널 필요는 없었다.
이건 루시드 드림으로 꾸준히 단련하면 극복할 수 있으니, 걱정할 필요는 없었다.
“그렇군.”
토르는 대충 넘겼다.
그가 무엇을 숨기고 있다는 건 알지만, 굳이 캐물을 생각은 없었다.
“좋다. 아무튼 너는 시련을 통과했으니 그에 걸맞은 대우를 해 줘야겠지.”
“그럼.”
“치료실에 있는 재료는 가문의 일원이라면 누구든 사용할 수 있다. 그건 시련을 통과한 너도 마찬가지다.”
허락이 떨어졌다.
이로써 엄마의 병을 고치는 데 거리낌 없이 재료를 사용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강자가 누려야 할 것을 당연히 누리게 하는 것이다. 감사할 건 없다.”
“…….”
무미건조한 대답이다.
하지만 기분이 묘했다.
회귀 전에 저 말을 얼마나 듣고 싶었는지, 아마 토르는 모를 것이다.
‘그때는 저 한마디를 듣고 싶어서 그 난리를 피웠었지만, 턱없이 부족했지.’
드디어 원하는 말을 들었는데, 왜일까?
딱히 기쁘거나 그러진 않았다.
그냥 ‘인정받았네?’라는 것 정도.
그 이상, 이하도 아닌 기분이다.
‘아, 그러고 보니…….’
“아버지,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
“네, 제 전속 집사에 관한 것입니다.”
“무슨 문제라도 있는 것이냐?”
“제 전속 집사는 지금까지 다른 이들과 다르게 적은 월급을 받아 왔습니다. 그건 전부 제가 약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지금은 다르지 않습니까.”
“그렇군.”
토르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곁눈질로 칸트라를 쳐다봤다.
말하지 않아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대충 알아차린 칸트라는 고개를 숙였다.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됐네.’
평소 월급이 적다고 징징거리던 알프레도였다.
물론, 전속 집사의 월급이 다른 직업보다는 많지만 그에게는 고정적으로 나가는 지출이 있으니 적다면 적다고 할 수 있었다.
‘좋아하겠구나.’
월급이 오른 것을 보고 알프레도가 기뻐할 것을 생각하니, 로크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그려졌다.
* * *
“로크 님!!”
그날.
알프레도는 로크를 찾아왔다.
그는 함박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저! 월급 올랐어요!”
노동자의 꿈.
월급 인상을 이루어 낸 알프레도의 미소는 태양을 바라보고 있는 해바라기보다 활짝 펴져 있었다.
역시 돈이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