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Hunter becomes the youngest son of a duke RAW novel - Chapter 318
제318화
30화
“그렇게 경계할 필요는 없어. 나는 네 몸에 관심 없으니까.”
“관심 없다고?”
“그래.”
가아라는 느긋하게 차를 마시면서 태평하게 말하고 있었다.
이쯤 되니, 계속 경계하며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던 로크는 스스로가 우습게 느껴질 정도였다.
상대는 아무 생각도 없는데 혼자서 호들갑 떠는 거 같았다.
“그걸 내가 어떻게 믿지?”
“의심은 좋지. 하지만 내 말은 믿어도 돼.”
“이유는?”
“결과가 말해 주고 있으니까. 내가 너의 몸을 뺏으려고 했다면, 얼마든지 뺏을 수 있었어. 하지만 그러지 않고 있잖아?”
“혹시 모르지, 시간 차를 두고 그러는 것일 수도.”
“그럴 수야 있겠지만, 솔직히 말해서 나는 딱히 흥미가 없거든.”
그 말에 로크는 더 설명해 보라는 듯 게슴츠레한 눈으로 그를 바라봤다.
“훗, 좋아, 더 설명해 주지. 말 그대로야. 나는 다시 부활하는 것에 흥미가 없어. 이유야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럴 이유가 없기 때문이야.”
가아라는 로크가 알아들을 수 있는 수준으로 설명했다.
“나는 하고 싶은 건 다 하고 끝을 맞이했지. 마무리가 좀 좋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만족했다고 할까? 더는 뭔가 하고 싶지 않아.”
그의 시선은 한없이 깊고, 고요했다.
거기에다 초연한 듯한 표정에선 그 어떠한 욕심도 느껴지지 않았다.
모든 것을 이룬 후에 모든 것에 흥미를 잃은 듯.
더는 재미있는 장난감이 없어서 가지고 놀지 않는 어린아이처럼, 그는 이제 이쪽 세계에 아무런 흥미도 느끼지 못하고 있었다.
“그럼 7대 죄악 그놈들이 한 짓은…….”
그 말에 가아라는 훗, 하고 쓴웃음을 머금었다.
“엔비가 나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고생한 모양인데, 그 아이는 처음부터 맹목적이었거든. 질투도 많고…… 어휴, 그 아이 때문에 얼마나 고생을 많이 했는지.”
과거를 회상하듯, 그의 눈은 현재가 아닌 먼 이전을 보고 있었다.
힘들었던 과거는 시간이 지나, 추억이 되었다.
그때는 힘들었지만, 나중에 생각하면서 ‘그때가 좋았지…….’라고 하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왜 그러지 않나?
군대 처음 입대할 때는 정말 X같은 곳이라고 온종일 욕해도 부족하지만, 막상 제대할 때쯤 되면 ‘그래도 다닐 만은 했어.’라고 하는 것처럼.
원래 화장실 들어갈 때와 나올 때 다른 것처럼.
가아라는 힘들었던 과거를 추억으로 보고 있었다.
“그러니 나를 부활시키기 위해서 그 노력을 했겠지. 정작 당사자의 의사는 신경 쓰지 않고 말이야.”
가아라는 다시 차를 마셨다.
입에 맞는지, 차를 마시는 그의 표정이 밝아졌다.
“아무튼 그런 이유로 나는 부활은 생각 없고, 그냥 있을 생각이야.”
“그럼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네 힘은?”
“마음대로.”
그는 별 상관없다는 듯 어깨를 으쓱였다.
이 힘만 있다면 로크는 신에 필적하는 권능을 발휘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그 이상을 넘볼 수 있었다.
하지만 가아라의 태도는 마치 쓸모없는 쓰레기 같은 무언가를 넘기는 듯한 태도였다.
“아, 혹시 말이야, 그 아이들이 나를 배신한 이유, 거기에다 배신자의 후예라고 불리는 그들에 대해서 알고 싶나?”
가아라는 혹시나 하고 물었다.
그건 2,000년 전에 벌어진 역사의 진실.
그날 무슨 일이 있었고, 드래곤은 어찌 되었으며, 세상은 어떻게 만들어지고, 7대 죄악이 어째서 주선으로 활동했는지.
모든 진실을 그는 알고 있었다.
만약 로크가 원한다면, 그러한 진실을 빠짐없이 말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아, 그건 관심 없어.”
로크는 관심 없었다.
7대 죄악이 왜 주선이 되었는지, 역사의 진실은 로크의 관심 밖의 것이었다.
알고 싶지 않았다.
“하하하, 그런가? 하긴, 그럴 거 같더군.”
가아라는 호쾌하게 웃었다.
“아무튼 이걸로 나의 힘은 전부 너의 것이 되었다. 참고로 말해서 지금 나의 권한으로는 그 힘을 다시 뺏는 건 불가능해. 네가 나눠 주면 몰라도.”
“그렇군.”
“그런데…… 저…….”
그때, 지금까지 무거운 침묵을 지키며 이리저리 눈치만 보고 있던 에리아가 긴장한 기색 가득한 눈빛으로 조심스럽게 손을 들었다.
“무슨 일이지?”
“그, 그럼 저는 어떻게 되는 건가요? 혹시…… 저 소멸되는 건가요……?”
에리아의 눈에 작은 공포가 서렸다.
그녀는 가아라의 분신체.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얼마든지 소멸시킬 수 있었다. 거센 바람이 나오는 선풍기 앞의 작은 촛불이나 다름없는 신세였으니까.
가아라 ‘후우~’ 하고 입바람만 살짝 불어도 꺼질 생명.
“응? 아니, 딱히 소멸시킬 생각도 없고, 이제 나한테는 권한이 없어.”
가아라는 여유롭게 다리를 꼬며, 차를 마셨다.
“너를 만든 이유는 그 아이들의 계획을 막을 생각으로 해 둔 것이거든. 그래서 일부러 내 기억도 심어 놨고, 거기에다 내 능력에 대한 사용법까지 넣어 놔서 저 아이를 도울 수 있게 했지.”
“아하.”
로크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쩐지.
에리아가 아는 게 많은 것이 이상했었다.
솔직히 그녀가 분신체가 아니라 가아라 본인이고, 봉인이 풀릴수록 그녀가 변하는 그런 것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아니었다.
그녀는 말 그대로.
“가이드였네.”
“저, 저는 정말 그러려고 만들어진 건가요?”
“맞아.”
가아라는 확인 사살을 하듯 말했다.
“그런…….”
“아무튼,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잘 부탁한다.”
“에?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원래 이렇게 표면적으로 나올 생각은 없었는데, 봉인이 풀려서 나오게 되었거든. 어디 갈 곳도 없으니까.”
가아라는 씩- 웃으며 말을 이었다.
“여기서 지내야 하지 않겠니.”
“…….”
순간, 에리아의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불편한 동거의 시작이었다.
그에 로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알아볼 건 다 알아봤고.
이제 여기서 해야 할 일도 없었다.
“로, 로크 님, 가시려는 거예요!?”
에리아가 화들짝 놀라며 그를 붙잡았다.
‘저를 두고 가지 마세요. 여기에 있으면 어색해서 죽어요!’
라는 눈빛으로 가지 말 것을 열심히 애원하고 있었다.
물론, 로크는 그런 애원에 무너질 위인이 아니었다.
“갈 거야.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가는 건가?”
“가야지.”
“흠, 일단 말해 두지.”
가아라는 찻잔을 내려놓으며 로크에게 묘한 눈빛을 보냈다.
“너의 몸은 지금 내 힘에 적응하고 있는 중이야.”
“적응?”
가아라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까지 네가 사용하던 힘은 내 전체의 일부밖에 되지 않았지. 그런데 내가 이번에 새로이 건넨 힘은 전체거든. 아무리 단련된 네 육체라고 해도 적응하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거야.”
“얼마나?”
“아마, 나가면 적응은 완료되어 있을걸?”
“뭐? 이렇게 빨리?”
“흠, 빠르다는 말에 조금 어폐가 있군. 너는 모르겠지만, 여기와 바깥의 시간은 다르거든.”
“다르다고……?”
“힘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루시드 드림 속의 시간과 바깥의 시간 축이 어그러졌거든. 여기서의 1초가 바깥에서는 얼마나 될지 알 수 없어.”
“…….”
로크는 날카롭게 가아라를 노려봤다.
그걸 왜 이제 말하냐는 책망 섞인 눈빛에, 그는 태연하게 어깨를 으쓱일 뿐이었다.
“똑딱똑딱.”
“뭐 하냐……?”
“지금도 시간이 흐르고 있지. 이렇게 잡담할 시간에 바깥은 얼마나 지났을까?”
“……너 두고 보자.”
로크는 빠르게 꿈에서 빠져나갔다.
두 눈을 떴을 때 보이는 건, 익숙한 천장이었다.
자신의 방이었다.
“로크 님! 드디어 깨어나셨군요!!!”
그다음 보인 건, 알프레도였다.
때마침 로크의 방을 정리하고 있었던 모양인지, 먼지떨이를 들고 수건으로 입을 가리고 있던 알프레도는 로크가 신음을 흘리며 눈을 뜨자, 들고 있던 것을 던지고 그에게 달려왔다.
“로크 님!”
“……시끄러워…….”
“로크 님! 정말…… 정말 깨어나셨군요! 믿고 있었어요!!”
“됐고…… 내가 잠들고 얼마나 지났지?”
“……로크 님.”
알프레도는 뭔가 감정이 북받친 듯 큼지막한 눈물을 뚜욱, 뚜욱 흘렸다.
“로크 님, 5년 만에 깨어나셨어요.”
그의 목소리는 물기에 젖어 있었다.
그에 로크는 자신도 모르게 한마디 했다.
“구라 까지 마.”
* * *
솔직히 말해서 알프레도가 처음에 5년이라고 했을 때.
거짓말인 줄 알았다.
이놈은 툭하면 그러니까.
몇 번이나 정신을 잃고 일어나면 몇 년이 지났네, 몇 달이 지났네, 하면서 장난을 쳐 왔으니까.
이번에도 당연히 그럴 거라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진짜…… 5년이 지났다고?”
창밖을 보고 있던 로크는 어이없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이미 검증은 끝났다.
아이린은 깨어난 로크를 보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으며 눈물을 흘렸고, 번트와 샤트룩스 그리고 에레나까지.
모두가 5년이 지났다고 말했다.
“……그 빌어먹을 놈.”
로크는 일단 상황을 정리하고 다시 꿈속으로 들어가서 놈의 멱살을 잡고 흔들었다.
그는 너털웃음을 흘리며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해는 할 수 있지만, 납득은 어려웠다.
“하아…… 5년…… 그래도…….”
로크는 손을 저었다.
그가 가볍게 손짓하자, 성마력이 움직였다.
태평양을 담은 듯 퍼도 퍼도 끝이 보이지 않는 성마력이 그의 의지에 따라서 움직이고 있었다.
완벽한 전능감.
심지어 5년이라는 시간이 헛된 것이 아니라는 듯, 그 힘은 로크의 제어 아래 완벽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5년…….’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지금이라면 할 수 있다.
남은 복수를.
솔직히 말해서 이제 이쪽 세계에서의 복수는 대부분 끝냈다.
아벨도 없고, 허크도 없고, 리안과 헬라에게도 충분히 복수했다.
이제 남은 건, 저쪽 세계에 있는 놈들뿐.
“후우…….”
로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 그의 얼굴에는 짙은 미소가 그려졌다.
“지건 딱 대라.”
* * *
공백의 5년.
로크는 할 수 있다면 당장 저쪽 세계로 넘어가서 복수하고 싶었지만, 해야 할 일이 많았다.
가장 먼저 한 건, 타르의 회복.
그는 한쪽 팔을 잃은 상태였기에 왼손으로 검을 잡고 있었다.
그렇기에 로크는 그에게 의수를 달아 줬다.
처음에 조금 어색해하던 타르는 금방 강철 팔에 익숙해져서, 새로 단 팔을 이용해 검술을 펼칠 수 있었다.
그때 잠깐이었지만, 눈물을 흘리는 것까지 봤다.
‘뭐, 힘들었겠지.’
충분히 그럴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다음 아이린을 최대한 진정시켰다.
5년 동안 깨어나지 않는 자신 때문에 아이린이 얼마나 걱정했을지, 감히 짐작도 할 수 없었다.
그래도 그녀는 강했다.
로크가 깨어날 것을 믿고 있었고, 실제로 그렇게 되었으니까.
“걱정 끼쳐 드려서 죄송해요.”
“아니란다. 너에게도 뭔가 사정이 있었던 거지?”
“네…….”
“괜찮단다. 엄마는 네가 깨어난 것만으로도 충분하니까.”
“감사해요. 그리고 죄송해요.”
아이린은 봄과도 같은 미소를 지으며, 부드럽게 로크를 끌어안았다.
포근한 엄마의 품에 안기자, 로크는 편안함과 동시에 안락함을 느꼈다.
평생 이러고 있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그답지 않게 어리광을 부리고 싶었다.
하지만.
“엄마, 저 아직 해야 할 일이 있어요.”
“해야 할 일?”
“네.”
“……그렇구나.”
아이린은 말리지 않았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이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계획해 왔던 일.
엄마로서 말리고 싶기는 하지만, 이건 막고 싶다고 해서 막을 수 있는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건 로크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
그 누구도 그를 막을 권리는 없었다.
부모라도.
“갔다가 다시 돌아올 거니?”
아련한 눈빛으로 자신을 걱정하며 바라보는 그녀를 보며, 로크는 큼지막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당연하죠.”
* * *
로크는 굳이 시간을 끌지 않았다.
하기로 했다면 곧바로 움직인다.
하지만 그 전에 로크는 알프레도에게 놀라운 소식을 들었다.
“그러니까…… 나를 데리고 온 사람이 멀린이라고?”
“네, 그랬습니다. 그분이 상황까지 전부 설명해 주셨습니다.”
“허.”
“왜 그러십니까?”
“멀린은 내 눈앞에서 죽었는데, 어떻게 살아 있는 거지?”
“에? 죽었다뇨? 그럴 리가요! 제 눈으로 확실히 보고, 만져도 봤습니다. 그분은…….”
멀린은 후마니타스에게 확실하게 죽었다.
도대체 어떻게 살아 있는 건지.
‘뭐, 멀린이니까 뭔가 방법을 쓴 거겠지.’
그는 그때의 전투에 상당히 준비를 많이 해 온 눈치였다.
아마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도 미리 강구해 놓고 왔을 것이다.
‘뭐, 상관없나?’
살아 있다면 좋은 일이지.
어떻게 살아남았는지 물어보는 것도 나중에 만나 보면 알 수 있는 일.
“로크 님.”
“왜?”
“그런데 저희 어디로 가는 겁니까?”
“어디로 가는 거 같아?”
“글쎄요?”
알프레도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당연히 알 리가 없었다.
알려 주지 않았으니까.
“내가 예전에 말했지, 내 최종 목표가 뭔지.”
“네, 그러셨죠. 저쪽 세계에 있는 배신자 놈들을 죽이는 것이 목표라고 하셨잖아요.”
“그렇지.”
“그런데 왜 갑자기 그걸…….”
순간, 알프레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지난 5년 동안 그의 눈치는 나날이 늘어 갔고, 지금 이 순간 로크가 뭘 하려고 하는지 눈치챌 수 있었다.
“설마!”
그런 그를 보며, 로크는 이를 보이며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이래서 눈치 빠른 놈은 좋다니까. 설명을 하지 않아도 되잖아.”
순간 로크를 중심으로 찬란한 빛이 뿜어져 나왔고, 그 빛은 알프레도가 반응도 할 수 없는 속도로 두 사람을 감쌌다.
주변을 뒤덮었던 빛이 사라지자.
그곳에는 이미 로크와 알프레도가 종적을 감추고 없었다.
이 차원에서.
* * *
“후우…….”
한여울은 고뇌가 가득 찬 얼굴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대한민국은 엄청난 인력난에 시달리고 있었다.
“중국 놈들…… 이제는 대놓고 빼 가는구나.”
예전에는 이러지 않았다.
강민이 있을 때는 중국은 감히 대한민국을 넘보지 못하고, 항상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기만 했었다.
하지만 강민이 사라진 지 5년이 지난 지금, 그놈들은 본색을 드러냈다.
감춰 왔던 이빨을 들이밀기 시작했다.
거대한 자본력을 이용해서 이쪽 헌터를 지속적으로 빼 가고 있었다.
한여울이 어떻게든 막으려고 하고 있지만, 아쉽게도 한국은 중국의 자본력에 대항할 수 없었다.
압도적인 자본의 차이.
처음엔 완고하게 버티던 헌터들도 점차 불어 가는 몸값에 혹해서 넘어가고 있었다.
‘이대로는 안 돼……. 이대로 간다면 한국은 망한다…….’
어떻게든 막아야 했다.
방법을 찾아보곤 있지만, 뾰족한 수가 없었다.
‘도대체 어떻게 해야…….’
그때.
그가 고뇌에 찬 채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협회장실의 문을 열고 비서가 뛰어 들어왔다.
“협회장님!!”
“하아…… 무슨 일인가요? 갑자기 이렇게…….”
“지, 지금 큰일 났습니다!”
“큰일? 뭐죠?”
“서울 한복판에 게이트가 발생했습니다.”
“하아…… 게이트는 알아서 처리…….”
“츠, 측정 등급이 EX급입니다.”
“…….”
한여울의 눈이 커졌다.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미친 소리냐는 식으로 비서를 바라봤다.
혹시 장난?
만우절은 지나지 않았나? 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것도 아니었다.
비서는 지극히 정상이며, 그는 이런 일을 가지고 장난칠 위인이 아니었다.
그 말은.
“……진짜 EX급 게이트가 발생했다는 겁니까?”
“그, 그렇습니다! 얼른 상황실로 가셔야겠습니다!!”
“……당장 가죠.”
* * *
상황실에서 보고를 받은 한여울은 서울 한복판에 나타난 EX급 게이트를 확인.
바로 조치를 취했다.
“강철민과 한예슬을 부르세요. 그리고 대한민국의 모든 헌터를 집합시켜야 합니다.”
한여울은 빠르게 명령을 내렸다.
다섯 시간 만에 EX급 게이트 앞에 수많은 헌터가 모였다.
헌터 무리의 맨 앞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명의 헌터, 강철민과 한예슬이 자리하고 있었다.
5년 만에 나타난 EX급 게이트의 발생으로 하늘에는 수십 대의 헬기가 날아다니고 있었으며, 주변 건물 옥상에는 수백 대의 카메라가 이쪽을 찍고 있었다.
소란스러운 상황.
뒤에서 헌터들의 웅성거리는 소리가 크게 들려왔지만, 강철민과 한예슬의 귀에는 들어오지 않았다.
둘은 심각했다.
“왜…… EX급 게이트가 나타난 걸까요?”
“……나도 모른다.”
“왜!! 어째서!! 우리가 강민 오빠를 배신하고, 왜 죽였는데!! 그 여자의 말을 믿고, 다음부터는 EX급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잖아요! 그런데 왜!!”
“…….”
한예슬은 마법 헌터지만, 이성을 잃은 듯 격양된 모습을 내보였다.
평소라면 강철민이 진정하라며 따끔하게 일침을 가했겠지만, 지금은 그럴 여유가 그에게도 없었다.
머리가 복잡한 건 그 또한 마찬가지였기 때문이다.
EX급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믿었던 형이자 친구이자, 가족이자 동료였던 강민을 배신했다.
그를 죽였다.
이로써 더는 EX급 게이트가 나타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이게 뭐란 말인가?
5년 만에 EX급 게이트가 다시 나타났다.
끔찍했다.
“……우리가 막을 수 있을까요……?”
한예슬이 불안한 듯 말했다.
뒤에 ‘강민 오빠 없이……?’라는 말이 생략되었지만, 전달은 확실하게 되었다.
강철민은 무거운 표정으로 주먹을 말아 쥐었다.
긴장한 기색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막아야 한다.”
막지 못하면 모든 것이 끝나니까.
어떻게든.
그러지 않으면 인류는 끝나니까.
“우리가 반드시 막아야 한다.”
“그래야겠죠…….”
5년 만에 나타난 EX급 게이트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쏟아졌고, 평소라면 무시했을 지원 요청은 쉽게 받아들여졌다.
중국도, 일본도, 미국도.
EX급 게이트가 터지면 다음은 자신들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게 모인 헌터만 수천 명.
그리고 모두가 모인 순간, EX급 게이트 공략이 시작되었다.
* * *
EX급 게이트 공략은 쉽지 않았다.
5년 전에 공략했던 게이트보다 아주 약간 쉽기는 했지만, 그 난도가 어디 가는 건 아니었다.
마지막 보스가 있는 곳 앞에 설 자격이 주어진 건 단 두 명.
강철민과 한예슬이었다.
“…….”
“…….”
모두가 죽었다.
수천 명의 헌터가 게이트를 하나 공략하는 데 다 죽은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참상.
끔찍할 따름이었다.
5년 전에는 이 정도는 아니었다.
헌터의 질도 그때보다 훨씬 높아졌고, 아이템도 더 좋아졌으며, 좋은 특성을 가진 이들도 많았다.
그럼에도 5년 전과는 확연히 차이가 났다.
그리고 그 차이를 낳게 만든 건, 단 한 명의 부재.
“오빠가 있었다면…….”
“……여기서 없는 사람을 찾지 말아라.”
강민이 없다는 것만으로 수천 명의 헌터가 죽어야만 했다.
그가 있었다면 살릴 수 있었던 생명이, 그가 없는 것으로 죽을 운명을 받아들이게 되었다.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내가 말했을 텐데……? 해야 한다고.”
“그렇죠.”
뒤로 물러설 수는 없다.
강철민과 한예슬은 보스가 있는 방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둘은 어디서든 공격이 날아와도 대응할 수 있도록 전신에 힘을 준 상태로 입장했다.
칠흑같이 어두운 공간.
둘이 발을 들이밀자, 천장에 달려 있던 야명등이 반짝이며 공간의 어둠을 빠르게 몰아냈다.
둘은 잔뜩 긴장했다.
EX급 게이트의 보스.
강민이 있을 때도 그토록 힘들게 죽였던 보스다.
아무리 그때보다 강해졌다고는 하지만 과연 잡을 수 있을까?
해야 한다, 라고 말했지만 가능할지는 미지수.
최선을 다해 보겠지만, 그 최선의 결과가 항상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저놈이 보스인가……?”
공동 한가운데에 가면을 쓰고 있는 한 남자.
분위기를 봐서는 저 남자가 EX급 게이트의 보스처럼 보였다.
‘인간형 보스인가?’
‘인간형…… EX급 게이트의 보스이니…… 당연히 강하겠지.’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EX급 게이트에서는 보스가 설사 작은 벌레라고 해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
EX급 게이트의 보스라면 그에 걸맞은 능력과 힘을 지니고 있을 테니까.
5년 전에 만났던 놈은 하늘에 닿을 정도로 거대했지만, 가면을 쓰고 있는 남자의 몸에서는 그때 봤던 보스와 비슷한…… 아니, 그것을 훨씬 압도하는 위압감이 느껴졌다.
그때였다.
EX급 게이트의 보스가 천천히 움직였다.
그리고 천천히 얼굴을 가리고 있던 가면을 치우는 순간, 드러난 얼굴은 강철민과 한예슬을 경악시키기에 충분했다.
“가, 강민…….”
“강민…… 오빠……? 어, 어떻게 여기에…… 분명히 죽였는데……?”
둘의 반응에 로크는 서운하다는 듯이 입을 열었다.
“이야, 너무한데? 죽은 사람이 돌아왔으면 좋아해야 하는 것이 정상 아니야?”
“……아니…… 강민은 죽었다.”
“마, 맞아요, 강민 오빠는 죽었어요! 분명히…….”
“그래, 죽었지.”
로크는 둘의 반응을 이해했다.
분명히 죽었을 터인 사람이 돌아왔으니, 저리 경악하는 것도 너무나도 당연했다.
“하지만 난 이렇게 돌아왔지.”
로크는 과감히 자신을 보이며 존재감을 드러냈다.
그 존재감은 실로 위압적이며, 그가 진짜라는 것을 의심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둘은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분명 그를 죽였는데.
시체를 확인하지 못했지만, 그 상황에서 그가 살아남을 가능성은 현격히 0에 가까웠다.
살아남으면 기적에 가까운 확률.
한데 그런 그가 진짜 살아 있었다는 건가……?
믿기지는 않지만 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위압감, 저 장난스러운 표정하며…… 그 모든 것이 그가 진짜라는 것을 알려 주고 있었다.
만약 그가 진짜라면.
둘은 그에게 묻지 않으면 안 될 것이 있었다.
“……돌아왔다라……. 그럼 뭘 하러 돌아온 거지……? 강민……?”
강철민의 무거우면서도 어색한 질문에 로크는 뭘 그런 걸 묻느냐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곤 곧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복수하러 왔지.”
그는 천천히 검을 뽑았다.
여기까지 오는 데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한시도 잊은 적이 없었다.
자신을 배신한 두 놈.
한여울이 없는 것이 조금 아쉽긴 하지만, 그놈은 나중에 조지면 그만.
지금은 일단 눈앞에 있는 두 명에게 집중할 생각이다.
검을 뽑은 로크는 자신을 보며 잔뜩 긴장한 두 사람을 무심하게 바라봤다.
“복수의 시작이다.”
로크는 이를 드러냈다.
“일단 좀 맞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