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
1
프롤로그
붉은 먼지와 검은 연기가 항시 떠다니는 곳.
물을 포함해 모든 것이 오염된 땅.
바로 죽음의 땅 라우페르를 일컫는 말이었다.
마신 아르고스가 지배하는 땅이자, 테르카스 대륙에서 가장 북쪽에 위치한 헤르펜 평원.
그곳에 어둠의 군단과 빛의 연합군이 대치했다.
“쿠오오오오ㅡ!”
7개의 어둠의 군단을 총지휘하는 마룡 카라고스.
그가 길게 늘어선 마군단의 중심부에서 포효했다.
하지만.
“크아아아아아ㅡ!”
그들의 정면에 있는 빛의 연합군.
그곳에서도 마룡과 비슷한 용의 포효가 터져 나왔다.
이번 전쟁은 이족보행을 하는 종족들만 참가한 것이 아니었다.
드래곤.
규격 외의 강력함을 자랑하는 그들 또한, 데모스 행성의 운명을 위해 총집결했다.
“마신의 부활을 저지하고, 데모스 행성의 평화를 되찾자! 우리 힘으로 평화를 되찾자!”
테르카스 대륙을 통일한 펠리노르 군주, 베네포르가 큰 함성으로 외쳤다. 그는 이번 임시 연합군의 총사령관을 맡은 종족들의 대표였다.
찰그락, 찰그락.
은색으로 도금한 그의 풀플레이트 아머가 그의 동작에 맞춰 철렁거렸다.
베네포르 외에도, 엘프 군주 라페즈, 드워프의 왕 칼린, 동부의 야만용사 카르덴, 금색의 마탑주 에오기스, 에인션트 드래곤 바라곤드까지.
마신의 부활을 막기 위해 이제껏 단 한 번도 없었던 최초의 종족동맹이 체결되었다.
텅, 텅, 텅!
롱소드와 스피어, 배틀 엑스, 워해머 등을 꼬나쥔 연합군의 전진에 마물들이 긴장했다.
체인메일과 플레이트 아머가 햇빛에 반사되며, 쩔그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쾅, 쾅, 쾅!
오크들이 최전선에서 연합군을 막았다.
빛의 연합군 70만 군세를 완벽하게 둘러싼 200만의 어둠의 군단.
회색 늑대에 올라탄 오크 라이더들이 배틀 엑스를 치켜 들고 연합군의 모가지를 썰어댔다.
그리고 트롤과 오우거들이 거대한 몽둥이를 들고 전장을 휩쓸었다.
화살의 비가 전장에 쏟아졌다.
양측의 군대가 팽팽하게 맞섰다.
마군의 최정예인 불꽃의 주인 발록, 블랙나이트 카란키, 데미리치 가룬바, 오우거왕 카르틴, 다크엘프왕 첸니르, 트롤왕 야나그, 오크왕 텔사르까지.
7명의 암흑 군단장이 총출동해 일당만의 무위를 뽐냈다.
브레스와 마법을 난사하며 초월적인 무위를 내뿜던 드래곤들이 군단장들의 공격에 무참히 찢겨져 나갔다.
쩌저저적.
그리고.
어둠의 라우그스, 그 최심장부에 위치한 흑색탑.
흑색탑 위에 우뚝 선 마신의 석상이 쩌저적 금이 가기 시작했다.
높이만 100미터가 넘고, 펼쳐진 날개가 가로로 200미터가 넘을 정도로 거대한 석상이었다.
그 안에 무언가 생명체가 있다고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하리라.
하지만.
“쿠오오오오ㅡ!”
터엉ㅡ!
석상처럼 보였던 표면이 부서지며, 거무튀튀한 피부가 드러났다. 머리 위엔 용처럼 기다란 뿔이 3개나 솟아 있었다.
가죽 안으로는 군살이 전혀 없는, 완벽한 근육으로 똘똘 뭉친 압축된 몸체가 잠재되어 있었다.
마신(魔神).
태초에 반신들에 의해 봉인되었던.
데모스 행성 전체를 두려움에 떨게 만들었던.
마신 아르고스가 모습을 드러냈다.
쾅ㅡ!
콰과과과······.
“······.”
돌가루가 비산하며 먼지구름이 피어났다.
모두가 전쟁을 멈추고 그 광경을 멀뚱히 쳐다보았다. 입을 크게 벌린 채, 마신의 위용을 구경했다.
수만 년 만에 등장한 아르고스.
그가 깨어났다.
꽈악.
아르고스는 오랜만에 되찾은 육신이 어색한지 주먹을 쥐었다, 폈다를 반복했다.
그리고 양다리를 굽혀 몸을 깊숙이 압축시켰다.
금방이라도 튀어 오를 듯한 자세였다.
“······!”
“···저런!”
마신의 등장에 모두가 동작을 멈췄다.
마물이건 인간이건, 모두를 압살하는 절대자 앞에서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었다.
“으하하하! 가소로운 녀석들.”
마신이 뱉은 첫 마디는 그러했다.
아르고스의 오만한 말에 그 누구도 반박하지 못했다.
심지어 모든 종족들 중 최강으로 불리는 드래곤들 까지도.
‘최악이군······.’
아르고스가 힘을 되찾았다.
마신의 힘이 봉인되었던 아르닐. 그것을 들고 세외의 공허로 이동하던 원정대가 실패했다는 소리였다.
에인션트(Ancient) 드래곤 바라곤드는 절망어린 눈동자로 아르고스를 주시했다. 에인션트의 경지는 1만 년 이상 살아온 고룡들에게 칭해지는 명예로운 경지였다.
오직 나이만 먹는다고 오를 수 있는 경지는 절대 아니었다. 인간들이 말하는 9서클의 경지에 다다른 자.
그 경지에 오른 자만이 에인션트라는 칭호를 얻을 수 있었다.
‘마신 또한 아직은 9서클······.’
같은 9서클이라고 해도 하위와 중위, 상위급으로 경지가 세분화된다. 9서클이 워낙 고난도의 경지여서 그렇다.
일반 클래스와는 비교를 불허했다.
절대자의 경지.
그것이 바로 9서클 마법의 경지였다.
하지만 고룡 바라곤드는 9서클의 하위급 경지였고, 아르고스는 9서클 최상급 경지였다.
오랫동안 육신이 봉인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전력은 전혀 깎이지 않았다. 아직 몸이 덜 풀려서 망정이지, 당장 전력을 뿜어낸다면 이곳은 초토화가 된다.
이미 초토화가 되었지만, 당장 그의 손에서 살아나갈 자는 없었다.
“후후후······.”
하찮은 피조물들을 훑던 마신.
그의 눈동자가 한 군데에서 딱 멎었다.
“바라곤드? 네 까짓게 아직도 살아 있었느냐?”
마신 아르고스의 비웃음이 바라곤드에게로 꽂혔다. 아직 공격도 하기 전에, 말로서 그를 찍어 눌렀다.
“······.”
바라곤드는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수만 년을 살아오는 동안, 이런 위기가 있었던가?
결단코 단 한 번도 없었다.
촤악.
바라곤드가 고민하든 말든, 아라고스는 지체하지 않았다.
슈웅.
곧바로 9서클 순간이동 마법인 하이 블링크를 시도해 바라곤드의 면전에 도착했고.
퍼억!
“으억ㅡ!”
바라곤드의 면상을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리고 시작된 육탄전.
퍼버퍽퍽퍽!
퍽퍽퍽!
바라곤드 또한 있는 힘껏 꼬리를 쳐올리고 마법을 난사했다. 하지만, 같은 9서클 내에서 두 단계의 차이는 하늘과 땅 차이만큼 컸다.
퍼억!
“쿨럭!”
주먹으로 얼굴과 몸통을 사정없이 두들겨 맞은 바라곤드. 합치되지 못하고 따로따로 흩어져 있던 드래곤들을 이끌고 이곳까지 끌고 온 바라곤드.
그가 처참한 모습으로 바닥에 뉘었다.
그가 누운 곳은 꽃과 풀들이 만발한 아름다운 대지가 아닌, 풀 한 포기 자라지 않는, 모든 것이 오염된 썩은 대지였다.
“허억, 헉······.”
내장과 함께 피를 함께 토하며 바라곤드가 헐떡거렸다. 그의 눈빛에서 차츰차츰 생명력이 꺼져갔다.
“한심하군.”
마신의 중얼거림에 빛의 연합군은 다시 한 번 더 절망에 빠졌다. 결국 테르카스 대륙의 모든 종족들이 연합했음에도 어둠의 군단을 이길 수 없었다.
연합군의 최강 전력인 고룡 바라곤드가 쓰러졌을 때, 그것은 기정사실화됐다.
“으하하하. 으하하하하ㅡ!”
“쿠헬헬ㅡ!”
“꾸히히히ㅡ!”
마신의 웃음에 모든 마물들이 기쁨의 함성을 내질렀다.
아직 전쟁은 끝나지 않았지만, 끝난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마물들은 다시 창칼과 도끼를 들어 올렸다.
드래곤들 때문에 잠시 멎었던 무자비한 학살의 시간이 다시 도래한 것이다.
웅성웅성웅성.
그때, 연합군의 뒤편에서 소란스러운 웅성거림이 터져 나왔다. 소리뿐만이 아니다.
저벅, 저벅.
모세의 기적처럼 연합군의 뒤편이 서서히 양옆으로 갈라지기 시작했다.
그 중앙으로 한 사람이 천천히 걸어들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