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03
103
54.월북
“준혁 씨, 이게 대체ㅡ.”
“아리 씨, 하늘을 나는 기분이 어때요?”
“······!”
아리와 나는 서울시 봉원교 쪽의 한강 공원에서 두둥실 몸을 띄워 밤섬 쪽으로 이동 중이었다.
물론 사람들의 시야에는 보이지 않도록, 광왜곡 마법을 휘둘러쳤다.
“준혁 씨가 정말 마법사라고요?”
아리는 이제 의문이 아닌, 희열이 가득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그렇다니까요. 도대체 어떻게 해야 제 말을 믿겠어요?”
“믿어요, 믿는데······. 지금 너무 무서워요······.”
아리는 숫제 오줌 마려운 강아지처럼, 몸을 웅크린 채 원피스 치맛단을 붙잡고 있었다.
나는 그런 아리를 쳐다보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아리의 얼굴은 놀람 반, 기쁨 반이었다.
우리는 상공 200미터 위에서 한눈에 서울시의 광경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사실 제가 항상 차를 안 끌고 다니는 이유는 운전이 미숙해서가 아니에요. 다 텔레포트가 더 편해서죠.”
“사실 운전도 별로 못하잖아요!”
“······.”
아리는 어느새 긴장이 풀렸던지, 그렇게 농담을 하며 나를 꾸짖었다. 그녀는 자신의 양팔과 다리를 꼼지락거리며 서서히 활짝 폈다.
마치 스카이 라이딩을 하는 것처럼.
하지만, 추락하지 않고 서서히 떠오를 뿐이었다. 그녀의 신체에 중력계수를 서서히 낮췄기 때문에, 그녀는 한정 없이 떠올랐다.
“준혁 씨, 이제 그만. 그만 올려줘요.”
“왜요? 더 높은 데서 내려다보면 좋지 않아요?”
“안 그래요. 너무 높으면 작아서 잘 안 보여요.”
“그렇겠네요.”
우리는 좀 더 낮은 지점에서 밤섬을 지나쳐 서울을 비롯한 경기도, 충청도, 전라도, 경상도를 두루두루 날아다녔다.
“와, 말도 안 돼. 이런 게 정말 가능하다니······.”
“왜 말이 안 돼요? 나는 이계에서도 그랬고, 지구에 귀환해서도 맨날 이러고 다녔는데.”
“그런데 왜 이제야 말해주는 거예요? 진작 말해주지······.”
“그냥요. 사람이 반전이 있어야 더 재밌잖아요? 저도 숨겨둔 패가 하나쯤은 있어야 지금처럼 의기양양할 수 있고요.”
“치~ 유치해!”
아리는 눈을 흘기며 타박했으나, 나는 너털웃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원래 남자들은 예쁜 여자들 앞에서 한없이 유치해진다. 어쩔 수가 없었다.
“이대로 세계 일주를 시켜 줄 수도 있는데.”
“그건 오바마에요! 이만 내려줘요.”
“그럼 독도 즈음에서 착륙할까요?”
“좋죠.”
어느새 강원도까지 둘러보다 보니, 동해에 가까워졌다. 본래 독도는 울릉도를 거쳐야만 갈 수 있는 섬이다.
지금까지 다녀간 내국인만 해도 무려 20만 명, 그리고 매해 2만 명 이상 찾는 관광명소 독도!
보통 울릉도에 있는 도동항에서 배를 타서, 서도·동도로 나누어져 있는 독도로 항해한다.
그 후, 동도에 위치한 선착장인 동도 나루에서 내리면 그때부터 본격적인 독도 관광이 시작되는 것이다.
하지만, 나와 아리는 그 과정을 모두 생략하고 곧바로 ‘날아서’ 동도에 도착했다.
“평일인데도 사람이 많네요.”
선착장에서도 으슥한 곳에서, 우리는 투명 마법을 풀었다. 아리는 땅에 내려서자마자 잠시 뒤뚱뒤뚱거리며 발을 달싹거렸다.
아무래도 오랫동안 허공에 떠 있어서, 몸이 적응하는 데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나는 그런 아리를 향해,
“혹시 독도 와본 적 있어요?”
라고 당당히 물어보았다.
나는 이미 여러 차례 텔레포트를 통해 우리나라 관광 명승지는 다 돌아보았다.
틈날 때마다, 회사 출근해서도 심심하면 순간이동을 해서 국내 이곳저곳의 명승지를 돌아다녔다.
가끔 이름 모를 해외도 돌아다녔으나, 주로 국내 위주로 돌았다.
그래서 아리에게 해줄 말이 아주 많았다.
“아뇨, 처음인데요.”
그리고 다행히도, 아리의 입에서 내가 원하는 대답이 나왔다.
“그렇군요. 그럼 제가 오늘 아리 씨의 일일 가이드를 해 드릴게요.”
“흐흥~ 좋아요.”
아리는 기분 좋게 콧소리를 내며 내 손을 잡았다. 나와 아리는 연인처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구름다리를 걸었다.
“독도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해가 뜨는 섬이에요.”
“와우, 정말요?”
“네. 현재 독도에 거주 중인 사람은 총 39명인데, 김성도 씨 부부하고 독도경비대원 35명, 등대 관리원 2명, 그리고 울릉군청 독도관리 사무소 직원 2명 등이 거주 중이에요.”
“정말 상세히도 아시네요.”
“가이드인데 당연히 이 정도는 알고 있어야죠.”
사실 나도 저번 주에 독도에 놀러 왔을 때 거기서 나눠주는 팜플렛을 보고 알았다.
딱히 열심히 조사하거나 하지 않아도, 신문이나 여러 자료를 통해 독도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었다.
“1145년에 편찬되었던 《삼국사기》 에 의하면, 512년에 우산국은 신라 하슬라주의 군주인 이사부의 군대가 우산국을 정벌하면서 신라에 복속되었다고 나와 있어요. 나중의 문헌에 있는 우산도는 이 우산국의 일부이고, 그 우산도는 독도에 해당한다고요. 따라서 독도는 512년부터 한국의 영토에요.”
“그렇군요. 근데 왜 일본이 자꾸 다케시마라고 하면서 자기 땅이라고 하는 거죠?”
“일본은, ‘한국이 옛날부터 독도를 인식하고 있었다는 근거는 없다’라고 주장하는 데 순 억지죠.”
나는 삼국사기뿐만 아니라, 1454년에 편찬되었던 《세종실록》과 여러 역사기록들을 토대로 아리에게 팩트만 전해줬다.
일본은 현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필리핀이나 중국 같은 국가들과도 영토 분쟁을 이어나가고 있었다.
물론 일본만 그런 게 아니라, 중국도 지금 북한이 자기네 영토라고 주장하고 있었고.
‘나라가 힘이 없으니 이 모양 이 꼴이 난 거다······.’
한국 국민으로서,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국제사회에서 한국에 대한 위신은 처참했다.
세계 경제력은 이미 10위권 후반대로 추락했고, 이제 곧 20대로 밀려날 가능성이 높았다.
그리고, 군사력도 미국의 원조가 없으면 북한이나 중국에 먹힐 공산도 다분했다.
정치는 혼란의 연속이었고, 서민과 재벌들 간의 양극화는 계속해서 벌어졌다.
최근 마탑 그룹이 한국을 캐리하면서, 관광지수도 나아지고 그에 따른 파생 효과도 엄청났지만, 아직 멀었다.
‘이제 시작이지······.’
일단 70년이 넘어가는 분단 상황과 북한의 도발, 그리고 세계 경제에서의 추락에서 한국을 끌어올릴 때가 됐다.
예쁜 여자와 데이트하면서 할 생각들은 아니었지만, 곧 북한으로 넘어가서 해결해야 할 일을 떠올리니 저절로 주먹이 꽉 쥐어졌다.
“준혁 씨, 여기 갈매기들은 사람이 가까이 다가가도 피하지 않네요?”
아리는 목조다리 한 켠에 앉아 있는 괭이갈매기에게 다가가더니 조심스럽게 손을 뻗어 머리를 쓰다듬었다.
“독도엔 사람이 거의 살지 않으니까, 여기 사는 동물들도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아요.”
“와, 신기하다.”
아리와 나는 구름다리를 건너, 동도의 정상까지 올라왔다.
동도의 정상에는 멋진 전망대와 함께, 조업하는 어민들을 돕는 등대가 서 있었다.
“정말 경치가 끝내주네요.”
아리는 전망대에 팔을 기대면서, 드넓은 서해를 바라보았다. 바닷바람이 그녀의 머릿결을 스치며, 풀어헤치고 지나갔다.
아리는 금발을 귀 뒤로 쓸어넘기며, 계속 생글거렸다.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물었다.
“독도 오니까 그렇게나 기분이 좋아요?”
“독도 온 것도 좋고요, 다른 것도······.”
“다른 거 뭐요?”
“음······. 그동안 몰랐던 준혁 씨의 비밀을 안 것?”
“제가 마법사인 게 그렇게나 좋아요?”
“네. 저도 예전에 소설 속에서 봤던 마법사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었거든요.”
“그럼 매일 소원성취하고 있네요. 부러워라~”
“호호호, 그동안은 안 알려주셔서 모르고 있었잖아요. 근데 준혁 씨는 빗자루 없이도 잘 날아다니니 신기해요.”
“그런 마법사는 옛날 쌍팔년도 마법사고요, 요즘 마법사들은 그런 거 없어도 잘 날아다닙니다.”
“하하하~”
아리는 내 드립에 쾌활하게 웃으며, 바다 경치를 구경했다. 마법사인 것도 공개했으니, 이렇게 아리랑 단둘이 한 번씩 색다른 곳으로 여행 다녀와도 좋을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물론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서.
“근데 정말 북한 가실 거에요?”
마침 내 생각을 읽기라도 한 것마냥 아리가 그렇게 물었다.
“가야죠. 이제 제가 어떤 사람인지 아셨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그치만······.”
“공격마법도 보여줘요?”
나는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팔을 앞으로 뻗었다. 망망대해가 뻗어진 바다를 향해 거대한 바람의 폭풍을 생성했다.
“윈드 퍼니쉬먼트(Wind Punishment)!”
굳이 손을 뻗지 않아도, 쪽팔리게 큰 목소리로 외치지 않아도 언제든 쓸 수 있는 9서클 마법이었으나.
“우와아아ㅡ!”
아리에게 더 극적인 생동감을 주기 위해 일부러 오바를 했다.
바람의 징벌이라 불리는, 매서운 바람이 칼날이 폭풍을 만들어 횡으로 용오름처럼 뻗어 나갔다.
쏴아아아아ㅡ!
그러자 바다가 반으로 갈라지며, 거대한 해벽(海壁)이 양쪽으로 솟아올라 크게 출렁거렸다.
“우아아아아, 저게 뭐야?”
“설마 태풍이라도 부는 건가?”
선착장에서 그 광경을 본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치며 도망쳤다. 몇몇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꺼내 촬영까지 했다.
아마 오늘, ‘독도에서 일어난 기이한 현상’이라며 유튜브에 올려서 조회수를 끌어모을지도 몰랐다.
“준혁 씨, 이제 그만 해요.”
“알았어요.”
나는 윈드 퍼니쉬먼트를 해제하고, 곧바로 아무 일도 없다는 듯 그녀를 쳐다보았다.
“이제 믿을 수 있죠?”
“응······.”
아리는 수줍게 고개를 끄덕이며 얼굴을 붉혔다.
“이제 북한으로 넘어가면 당분간은 못 볼 거에요.”
“순간이동해서 잠깐잠깐 씩이라도 보면 되잖아요?”
“음······.”
마법을 한 번 알려주니, 그쪽 방면으로 아리가 나보다 더 응용을 잘하는 거 같았다.
물론, 그래도 되지. 하지만.
“그래도 일이 다 끝나기 전까진 북한에 머물러야 할 것 같아요. 정신 사납게 왔다 갔다 하는 거 보다, 한 번에 다 끝내고 돌아오는 게 제 스타일이라.”
“알겠어요. 그럼, 돌아오기 전에 텔레파시 같은 건 해줄 수 있죠?”
“텔레파시?”
“대마법사라면서 그것도 못 해요?”
“······.”
마법사라고 밝힌 후로, 의외로 이 여자가 바라는 게 많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녀의 새끼손가락에 손을 걸었다.
“알았어요. 정 그리 원한다면 해주죠.”
“으흥~”
아리는 내 약속에 기분이 좋은 듯 콧소리를 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기다릴게요. 꼭 몸조심하면서 다녀야 해요.”
“내가 아니라, 걔들이 조심해야죠.”
“아이, 그래두~”
“알았어요.”
뭐 예쁜 여자가 조심하라는데, 말 들어야지.
나는 그렇게 대충 고개를 끄덕인 후, 아리와 함께 추가로 여러 섬들을 돌아다녔다.
동도와 서도를 잇는 출렁다리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서도로 이동해서 사람이 없는 조용한 산을 단둘이 오르기도 했다.
그렇게 나는 북한으로 넘어가기 전, 아리와 함께 마지막 데이트를 원없이 즐겼다.
그리고, 북한으로 넘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