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18
118
60.그룹 통합
“하······.”
유진광.
그는 종로구에 위치한 30층의 대동 타운의 맨 꼭대기 층에 앉아, 찬란하게 떠오르는 일출을 관람했다.
“내가 드디어 정식으로 회장 자리에 오르는 날이구나······.”
그동안 이준혁 뒤치다꺼리나 하며, 마탑이라는 이름의 새로운 사업들을 시도했다.
그리고 그것들은 모조리 홈런을 쳤다.
그냥 홈런도 아니고, 만루 홈런 수준이었다.
한국이라는 동네 야구장이 아닌, 전 세계 메이저리그 결승전에서 날린 만루 홈런이랄까?
아무튼, 그 정도로 자화자찬해도 손색이 없을 만큼 대동그룹··· 아니, 마탑그룹은 엄청나게 성장했다.
“이제 대동이라는 이름은 완전히 지워버리고, 마탑으로 시작하는 첫 번째 날이다.”
오늘을 마지막으로, 이제 아버지 얼굴도 볼 일이 없을 것이다. 그동안 세금 문제 때문에 주식 증여를 안 받고 있었는데, 그냥 세금 다 내고 회사를 하나로 합쳐도 된다는 이준혁의 허가가 떨어졌다.
그동안 회사가 분립된 상태에서, 두 명의 회장이 존속하는 모습이 영 어중간했었는데 드디어 유진광 일인 체제로 바뀌는 것이다.
‘이제 내가 진짜로 회장이 되는 거야······. 회장······.’
정말 꿈만 같았다.
현실이라고 느껴지지가 않았다.
그동안 아버지와 동생에게 맨날 쿠사리만 먹고, 개 쪽팔리고 더러운 일만 도맡아 하면서 제대로 인정도 받지 못하고 살았다.
아버지는 자신에게 ‘원래 너는 그런 일이나 하는 병신이다. 제대로 된 일은 맡겨도 못한다’라는 소릴 들었고, 동생에겐 ‘그러니까 아버지에게 병신 소리나 듣지.’라는 굴욕적인 말을 들었다.
군대로 치면, 선임에게도 짬밥대우 못 받고, 후임에게 먹힌 비굴하고 암울한 상황이었다.
그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어떻게든 아리를 납치하고, 이준혁을 없애려고 발버둥쳤다.
그렇게 되면서 상황은 반전됐다.
아리에게 눈이 돌아간 아버지는 아름다운 꽃 뒤에 장수말벌이 숨어 있는 지도 모르고 덤비다가 대차게 쏘여버렸다.
‘이제 아버지 신세도 거의 호흡기만 꽂아 놓은 상태지······.’
평소 자신이 취하고 싶은 여자는 마음껏 취해왔기 때문일까? 유진광은 과거를 돌이켜보며, 그동안 아버지가 너무 오만했다는 걸 깨달았다.
‘사람은 항상 겸손해야 하는 법이다.’
유진광은 최근 그룹의 승계권이 확정된 후, 마음의 안정을 되찾아서 공부도 많이 했다.
예전엔 동생에게 밀려 받지 못했던 경영수업이나 각종 회사 오너에게 필요한 공부들.
그렇게 노력해서 어떻게든 이준혁의 신뢰를 잃지 않기 위해 발버둥쳤다.
예전의 무시당했던 암울한 기억 때문에, 노이제로에 걸린 유진광이었다.
그래서 이런 날이 오기만을 기다려왔는지도 몰랐다.
자신을 알아주고, 챙겨주는 사람을 위해선 잠까지 줄여가며 저절로 노력하고 싶어졌다.
이준혁에 대한 총애가 자신에게 쏠리자, 눈치 빠른 아버지는 경영수업이다 뭐다 갑자기 자신에게 친한 척을 하며 다가왔지만, 유진광은 오히려 멀리 쫓아냈다.
‘온갖 치졸한 권모술수로 남들이 피땀 흘려 이루어놓은 과실을 빼앗는 공부 따윈 필요 없다.’
아버지가 그에게 가르칠 수 있는 공부란 그런 하찮은 내용들 밖엔 없었다. 한 마디로 유진광에게 전혀 도움도 안 되고 필요도 없는 수업이었다.
유진광은 이준혁에게 총애받기 위해 어떻게 행동해야 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았다.
바로 ‘정직’
좀 돌아가는 한이 있어도, 오롯이 원천기술로 정직하게 승부 보는 스타일이 바로 이준혁이 원하는 스타일이었다.
그래서 주변 적대 회사에게 견제를 당해서, 적대 회사를 모조리 강탈해도 당당한 것이다.
한점 부끄럽 없게 행동한 후에야, 나올 수 있는 당당함. 그건 단순한 허세가 아니었다.
진짜 ‘실력’을 밑바탕에 둔 자신감이었다.
끼익.
“저, 회장님······.”
“뭐냐?”
유진광은 유리로 된 회장실 창문에 서서 아침 일출을 감상하던 중, 고개만 빼꼼히 뒤로 돌렸다.
“주주총회 준비가 모두 끝났습니다.”
“그래?”
유진광은 비서의 보고에 입꼬리를 씨익 말아올리며, 기꺼운 웃음을 지었다.
“지금 바로 간다고 알릴까요?”
“아니, 잠깐 기다려. 확인할 사항이 있으니까.”
“······.”
유진광은 그 말을 끝으로 더 말하지 않고, 은근한 눈빛으로 비서를 쳐다보았다.
“······.”
비서는 여자가 아니라 남자였다.
물론 남자 비서가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어느 기업이든 비서는 여자를 쓴다.
특히나 대기업일수록 더더욱.
대기업 회장일수록 다 늙어빠진 할망구인 본처에겐 홀대하고, 20대 초반의 풋내나는 쌔끈하고 쭉쭉빵빵한 오피스 걸에게 더 성적 매력을 느끼는 법이다.
그런 탱글탱글한 과실을 위해서라도, 20대 초반의 그것도 미녀를 비서로 뽑는 게 보통인데 유진광은 예외였다.
물론 유진광이 여자를 멀리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었다
“너 근데 말이다. 중간에 고속도로 낸 거, 머리가 까슬까슬하게 자랐는데 다시 똑바로 안 미냐?”
“···오늘 퇴근 후에 당장 깨끗이 밀겠습니다.”
“그래야지. 너 자꾸 그런 식으로 나오면······ 알지?”
“···예.”
유진광이 뽑은 남자 비서.
그는 바로 유진광의 동생 유백현이었다.
유백현은 원래 아버지와 함께 그룹의 각종 비리에 연류되어 기업가로서는 드물게 ‘무기징역’을 받았다.
다 유진광이 뒤에서 돈을 쓴 덕택이었다. 유진광은 어떻게든 자신을 무시했던 동생이 자신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늘어지게 만들어 결국 자신의 노예로 만들었다.
사실 유백현은 태어날 때부터, 아버지가 제일 예뻐하는 3첩의 아들이었다.
본처, 그리고 2명의 첩, 그리고 유백현의 어머니인 3번째 첩.
유백현의 어머니는 원래 10대 시절부터 하이틴 스타로 유명한 여자 연예인이었다.
아무런 성형도 하지 않고, 자연미인 소리를 들으며 10대 시절부터 제2의 김태희, 한가인급 외모로 브라운관과 충무로의 아역으로 끝발을 날렸다.
얼굴만 예쁜 게 아니라, 연기도 잘해서 앞으로 한국뿐만 아니라 헐리우드 시장에 진출할 수도 있다는 설이 파다했다.
하지만.
변태 같은 유필준이 그런 그녀를 눈독들이지 않을 리 만무했다. 유필준은 자신이 부리는 조폭들을 시켜 촬영을 끝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그녀의 벤을 덮쳐서 그녀를 납치했다.
결국 그녀는 임신까지 하는 바람에 결국 유필준의 아이를 낳았고, 대동그룹의 사람이 될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본처의 자식이 아니더라도, 엄마를 닮아 예쁘장한 얼굴에 어릴 때부터 부모로부터 오냐오냐 사랑만 받아온 녀석이라 그런지 싸가지가 더럽게 없었다.
‘유아기 시절부터 싹수가 노랬지······.’
동생이랑 10살 차이가 나는 유진광은, 어린 시절 유백현의 싸가지 없는 성격을 누구보다 더 잘 알았다.
엄마를 닮아 얼굴도 잘생겼고, 머리도 좋은 유백현은 유치원 때부터 유진광을 무시하며, 말을 안 들었다.
유진광도 처음엔 장남으로 아버지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공부와는 적성이 안 맞아서 점점 나쁜 길로 빠졌다.
공부를 못하니, 아버지의 관심도 멀어졌고 그러면 그럴수록 유진광도 엇나갔다.
술담배도 일찍 배웠고, 어머니가 주는 용돈으로 흥청망청 친구들과 놀러다녔다.
하지만 잔머리가 잘 돌아가는 동생 유백현은 아버지의 신임을 받기 위해 타고난 머리를 잘 굴려서 시험도 늘 100점을 맞고, 고등학교도 민사고에, 대학도 한국대 경영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그래서 유진광은 언제나 동생 앞에 서면 초라해졌다. 동생은 늘 자신을 무시했고, 언젠가부터는 아버지와 같이 있는 자리에서도 개무시했다.
하지만, 이제는 바뀌었다.
“너 그 헤어스타일 정말 잘 어울려. 꼭 철군 같다니까?”
“······.”
어린시절, 유흥거리로 무튜브나 파프리카tv를 통해 인터넷방송 BJ인 철군의 영상을 자주 애청했던 유진광.
동생이 공부에 열중할 때, 유진광은 그런 영상들을 보며 드립감을 키웠다. 그래서 항상 친구들과 말빨 싸움을 하면 그가 늘 이겼다.
아무튼 철군은 인터넷 방송에서 별풍선을 받으면, 머리 정 중앙을 바리깡으로 밀어서 고속도로를 내는 미션을 수행했다.
그게 다 돈을 벌기 위한 발악이었다.
우스꽝스러운 머리를 하고, 재미있고 가학적인 미션을 수행하면 많은 별풍선을 받을 수 있었고, 별풍선은 개당 100원(수수료 제하고 66원)씩 돈으로 환전할 수 있었다.
유진광도 그런 철군에게 1000개씩 별풍선을 선물한 적이 있었다.
아무튼 유진광은 그때의 기억으로 그동안 유백현에게 당해온 굴욕을 모조리 갚아나가고 있었다.
유백현은 형의 명령 때문에 2000년도에 유행했던 귀두컷과, 머리의 이마부터 시작해 정수리, 뒤통수까지 일자로 바리깡으로 쭉 밀어서 고속도로를 낸 상태에서 출퇴근을 하고 있었다.
출퇴근 때는 양복을 입은 채 어찌저찌 모자를 쓰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할 수 잇었으나, 회사에서는 그게 안 됐다.
유진광은 스트레스를 받을 때마다 ‘너의 머리가 보고 싶다’라고 하며 사내에선 모자를 쓰지 못하게 했다.
다 보고 웃으라고 만든 머리인데 가리면 쓰나? 하는 생각이 유진광의 지론이었다.
“오늘은 대동이란 이름이 사라지고, 마탑이름으로 그룹이 통합되는 역사적인 날이야. 너도 알고 있지?”
“예.”
“오늘 주주총회를 통해, 아버지의 지분은 다 내게 넘어온다. 불만 있냐, 없냐?”
“······없습니다.”
유백현은 이를 악 물고 간신히 형의 말에 대답했다. 원래 자신의 것이어야 했지만, 이미 늦어버렸다. 한데, 형의 말빨 고문은 그게 끝이 아니었다.
“그럼 아버지도 지금쯤 주주 총회에 와 있겠네?”
“저··· 그게······.”
“왜? 안 왔어?”
“······.”
“아놔, 진짜 이 양반이······.”
“···회장님께서 제게 주권 행사를 할 권리를 위임하겠다고 하셨습니다. 제가 이번에 참석해서······.”
“아가리 닥쳐!”
쫘악!
“으악!”
유백현의 말이 다 끝나기도 전에, 그의 볼에서 불이 번쩍했다. 바로 유진광이 풀스윙으로 유백현의 싸대기를 갈겨버린 것이었다.
“내가 멱살을 붙잡고서라도 끌고 오라고 했지? 내 명령이 우습냐?”
“···아닙니다.”
사실 유백현도 어떻게든 아버지를 끌고 오고 싶었으나, 유진광에게 뒤늦게 아부질하다가 거절당한 후 자존심이 상한 아버지가 ‘내 눈에 흙이 들어가기 전까진 그새끼가 회장 자리에 오르는 꼴 못 본다.’라고 뻣대는 바람이 자신이 대신 권리를 행사하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되려 유진광의 화를 돋구게 되었다.
“당장 그새끼 잡아와!”
“네, 회장님.”
유진광은 가짜비서(유백현)대신, 회장실 한켠에 있는 진짜비서(여자)에게 명령을 내린후 무릎 꿇은 유백현을 내려다보았다.
“원래 아침드라마 같았으면, 여기서 김치 싸대기 날아갔다. 내 사무실에 김치 냉장고 없는 걸 다행으로 여겨라.”
“······.”
“아놔, 진짜 사무실에 김치냉장고 하나 갖다 놔야겠네······.”
“······!”
유진광의 중얼거림에 유백현의 인상이 급격하게 구겨지며, 고개가 푹 수그려졌다.
이제 김치냉장고까지 들어오면, 그냥 얻어맞는 걸로 끝나는 게 아니라 고춧가루 양념이 범벅된 배춧잎을 싸대기에 얻어맞을 수도 있었다.
그럼 아침부터 김치 냄새를 폴폴 풍기며, 근무시간 내내 남들의 무시하는 시선을 견뎌낼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