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29
129
64.암흑계 평정
“안녕하세요, 혜은 씨. 오랜만이에요.”
“네, 언니. 정말 오랜만이에요. 예전보다 더 예뻐지셨네.”
서울에 위치한 어느 카페 안에서 오랜만에 아리와 이혜은이 만났다.
두 사람은 지금껏 의심하면서도 확실하지 못했던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이 자리에 모였다.
“이모~!”
“어? 응???”
이혜은은 아리의 뒤편에서 옷자락을 붙잡고 졸졸 따라오는 금발의 소녀를 뒤늦게 확인했다.
그리고 깜짝 놀란 표정으로 아리를 쳐다보았다.
“언니, 얘는 누구예요?”
“아, 응······. 말하자면 긴데, 일단 앉아요.”
“···네.”
이혜은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아리와 실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아리는 여전히 무덤덤한 표정이었고, 실프는 늘 그렇듯 싱글벙글 해맑은 표정이었다.
아리는 실프에 대해 설명하기 전에, 아직 이준혁의 능력에 대해 모르고 있을 이혜은에게 사전 설명부터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혜은 씨. 아직 준혁 씨에게 무슨 특별한 얘기 못 들었죠?”
“네······. 딱히···. 근데, 예전부터 오빠에게 특별한 능력이 있을 거라곤 짐작하고 있었어요.”
“그렇군요······.”
“오빠가 예전에 저희한테 사기 치려던 보석방 사장도 혼내줬고, 쫓아오는 조폭들도 저 모르게 깔끔히 해결했죠. 아버지 말기 암도 치료해주고······.”
“그러셨군요.”
“하지만, 저도 생각보다 둔해서 그냥 긴가민가했었어요. 하지만, 오빠가 저를 전신성형을 해줬을 때부터, 아. 우리 오빠가 특별한 능력을 지닌 사람이구나 하는 걸 깨달았어요.”
“어떤 특별한 능력이요?”
아리는 이혜은에게 사실을 말하기 전에, 그녀가 어떤 식으로 추측하고 있었는지 매우 궁금했다.
이준혁도 아리에게 사실을 말하기 전, 이혜은이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는 식으로 말을 했었다.
“음······. 이를테면 마법?”
“아!”
“저는 오빠가 마법 쓰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었어요. 하지만 물증이 없었죠. 흐흐흐······.”
“그런가요? 저도 사실 물증이 없어서 늘 장난식으로 준혁 씨에게 대마법사다! 라고 놀렸었죠.”
“흐흐흐. 사실 마법을 못 쓴다 해도 오빠는 대마법사예요.”
“맞아요, 호호호······.”
두 여자는 이준혁이 안 본다고 생각했던지, 몰래 뒷담화를 열심히 했다. 아까 전화상으로 미리 예고한 대로 아주 신랄한 비판이었다.
“아니,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마법사란 사실을 동생한테까지 숨기는 게 어디 있담? 내가 아무리 입이 싸도 그렇지······.”
“혜은 씨 앞으로 정말 조심하셔야 돼요. 오늘 한 얘기도 어디 가서 하시면 안 돼요.”
“아, 당연하죠. 절 뭘로 보시고······.”
이혜은은 겉으론 당당한 척했지만, 사실 속으로 뜨끔하는 바가 없잖아 있었다.
‘그동안 내가 입이 싸긴 했었지······.’
이혜은은 항상 사람들 앞에서 오빠가 마법사라고, 마법 쓰고 다닌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고 다니곤 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철이 들었다고······.’
이러한 사실을 나불나불하고 다니면 어떻게 된다는 것쯤은 이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아까 블랙엔터 사장처럼 나에게 오빠에 대한 정보를 알아내려고 접근하겠지···.’
하지만 어림도 없는 소리였다.
오늘 아리가 자신에게 이런 비밀스러운 이야기를 해준 것도 다 자기를 믿어서 해준 이야기인데, 그러한 믿음을 배신할 순 없었다.
‘좋아, 오늘 들은 이야기는 죽을 때 무덤까지 싸들고 들어간다.’
이혜은은 그렇게 결심하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모, 이모~!”
그때 아리의 옆에 앉아 있던 실프가 이혜은을 부르면서, 자리에서 들썩들썩했다.
“언니, 근데 얘는 도대체 누구예요? 되게 귀엽게 생겼다.”
이혜은은 손을 뻗어 보들보들한 실프의 볼살을 쓰다듬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응···. 사실 내 딸이야.”
“네에!????”
딸이라는 말에 이혜은의 손이 멈칫하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딸이라니? 자신의 오빠와 사귀고 있는 줄 철썩같이 믿고 있었는데, 그단새에 다른 남자와 배가 맞았나?
아니면 자신이 알기 전에 두 사람이 배가 맞은 건?
그것도 아니라면, 애초에 아리는 미혼모였나?
별의별 생각이 다 들었다.
“많이 놀랐죠?”
“···네.”
그런 이혜은을 향해 아리는 배시시 웃어 보였다. 이제는 사람들의 이런 반응도 당황스럽지 않았다.
모두가 이런 비슷한 반응을 보여주니, 오히려 면역력이 생겨버렸다.
“아까 준혁 씨가 마법사라는 얘기는 제가 했었죠?”
“그랬죠.”
“준혁 씨가 이계로 넘어간 상황부터 다시 자세히 얘기해드릴게요.”
아리는 아버지에게 했던 이야기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이혜은에게 해주었다.
이준혁이 이계로 넘어가서 고생한 거랑, 결국 높은 서클의 경지를 이루어서 마신을 무찌른 것.
그 세계의 최강자가 되어 지구로 귀환한 것 등등······.
장장 1시간짜리 대 서사시를 간략하게 요약해서 혜은에게 들려주었다.
“아무튼, 귀환 후부턴 혜은 씨가 아시는 것처럼 그런 식으로 흘러갔어요. 금괴를 통해 우리가 인연을 맺었고, 저는 준혁 씨에게 하나의 선물을 받았어요.”
아리는 그 말이 끝나자마자 자신의 왼손을 이혜은에게 내밀어, 약지에 껴 있는 반지를 보여줬다.
“이 금색 링 위에는 원래 핑크 다이아가 박혀 있었어요. 한데, 제가 얼마 전 납치당할 위기가 생겼을 때 이 핑크 다이아에서 실프가 태어났어요.”
“실프?”
“이 꼬맹이의 이름이에요.”
아리가 그 말을 하면서,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실프의 머리를 한번 쓰다듬었다.
“헤헤헤······.”
실프는 자신의 옷자락을 만지작만지작하며 장난을 치다가, 아리의 쓰다듬음이 기분이 좋던지 헤실헤실 웃었다.
“그럼 설마···?”
“실프는 태어나자마자 납치범들로부터 저를 구해줬어요. 그리고 저에게 엄마라고 했죠.”
“아······!”
이혜은은 숫제 넋 나간 표정으로 멍하니 아리와 실프를 번갈아 쳐다봤다. 말이 안 되는 소리여야 하는데, 방금 전 아리가 이준혁이 마법사라는 밑밥을 깔아 놓고 한 얘기기 때문에 말이 ‘되게’ 됐다.
“그럼 언니는 그렇다 치고 오빠도 이 반지와 모종의 상관이 있는 건가요?”
“저에게 이 반지를 준 사람이 준혁 씨니까, 아무래도 관련이··· 있겠죠?”
“······!”
아직 사귀는 사이도 아니라고 들었는데, 벌써 결혼반지까지 주고받았다니?
기가 막히고 코가 막히는 사연이었다.
‘이게 말이 되는 소리인가?’
이혜은은 여기서 어떻게 대꾸해야 될지 몰라서 어버버했다.
“아무튼 실프는 내 아이예요. 이제 저는 실프가 창피하지 않아요. 오히려 자랑스러워요.”
아리는 실프를 보호하듯, 양손으로 실프를 감싸 안은 채 그렇게 말했다.
“···네.”
이혜은이 할 수 있는 대답은 그것밖엔 없었다.
*
고급 가죽으로 만든, 수억 원짜리 쇼파에 앉은 한 남자가 좌우편에 앉은 사람들을 쭈욱 둘러보았다.
“다 왔나?”
다크서클이 짙게 내려온,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듯한 얼굴에서 묵직한 중저음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회장님.”
흡수 영화 ‘대부’에서 나왔던 유럽 마피아의 수장을 맡았던 ‘돈 꼴리오네’처럼 다리를 꼬고 있는 남자.
그는 바로 흑천회 회장 장천수였다.
“최근 마탑과 이준혁을 견제하는 일에 대해 중대한 문제가 생겨서 너희들을 불렀다.”
장천수의 말에 좌우의 쇼파에 앉은 간부들이 순간 몸을 움찔했다.
“부산에서 마탑 건설의 일을 방해하던 이승재가 마탑에 붙었다.”
“예에?”
“그게 정말입니까?”
“내 이놈들을 당장!”
“조용히 해라. 내 말 아직 다 안 끝났다.”
“예, 회장님.”
장천수의 4명의 아들과 21세기파, 강은이파, 조선족파, 야쿠자 파의 수장들이 분기해서 떠들다가 일제히 입을 다물었다.
본래 흑천회, 그리고 K-BLACK이 조직폭력배들이 만든 회사다 보니 일반 회사와는 다르게 위계질서가 확실했다.
거의 중세시대의 계급사회처럼, 대부라는 절대 권력 아래로 피라미드 식의 서열 구도가 쫘르륵 내려오고 있었다.
“마탑 쪽에서 이준혁 말고 새로운 인물들이 합류됐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너희들은 알고 있었나······?”
“···처음 듣는 얘기입니다.”
“아마 그렇겠지.”
장천수는 화내지 않고 묵묵히 고개를 끄덕거렸다. 확실히 흑천회라는 조직으로 전국의 조직들이 묶여 있었지만, 부산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른 조직들이 알기란 매우 요원한 일이었다.
조직 전체를 틀어쥐고 있는 장천수 쯤 되어야 알 수 있는 사안.
그래서 장천수는 그들의 대답에 실망하지 않고 계속 얘기했다.
“얼마 전 마탑에서 나온 조폭 몇 명이 이승재를 제압하고 부산 전체를 먹었다.”
“이승재 그 멍청한 놈이······!”
“이승재 그놈은 아직 부인하고 있지만, 뭐 뻔하지. 그래서 일단 이승재, 그리고 마탑의 ‘그놈들’도 이번에 같이 제거하기로 했다.”
“그놈들이라면 설마 마탑에서 파견 나온 녀석들 말입니까?”
“그래. 어떤 녀석인지는 모르겠다만, 우리 흑천회에 정면으로 도전장을 내던진 녀석들인데 가만 놔둘 수는 없지 않겠느냐?”
“맞습니다, 보스.”
“당장이라도 족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간부들은 경쟁자 한 명을 더 재낄 수 있을 기회와 함께 회장의 신임을 받을 수 있는 절호의 찬스라 생각하고 너나 할 것 없이 이승재 포함 마탑 세력을 조지겠다고 떠들어댔다.
“그런데 진 사장은 왜 오늘 안 온 겁니까?”
저번에 사장단 모임 때 그녀를 픽업하러 갔던, 장천수의 셋째 아들 장혁락이 그렇게 물었다.
장형락은 평소 진서윤에게 군침을 흘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어떻게 한번 작업을 걸어 보려고 여러 번 시도해보았으나, 너무 철벽이라 모두 실패했다.
“진서윤은 이제 우리 패밀리에서 제외시킨다.”
“예?”
장천수의 선언에 장형락을 비롯한 모든 사람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장천수를 쳐다보았다.
“진서윤은 원래 짭새들이 심어 놓은 짜바리다.”
“헉! 정말입니까?”
“아놔, 고 씨발년이 내 그럴 줄 알았당께.”
“확 씨바 빨가뱃겨서 광화문 광장에 춤추게 만들어야 할 년입니다.”
대장들은 진서윤의 정체가 짜바리라는 게 드러나자, 미친 듯이 분개하며 이승재 때보다 더욱 들고 일어섰다.
이승재가 다른 조직에게 패해서 먹힌 상황이라면, 진서윤은 애초에 흑천회의 뒤통수를 치기 위해 접근한 꽃뱀같은 여자로 생각한 것이다.
그들 입장에서는 단순한 변절자가 아닌, 애초에 배신을 목적으로 접근한 셈이나 마찬가지였다.
“이번 기회에 이승재와 진서윤, 그리고 마탑을 한꺼번에 조진다.”
“그래서 오늘 섬으로 부르신 거군요.”
“그렇다.”
장천수는 그 말을 끝으로 담배를 입에 물며 침묵을 지켰다. 그러자 그 다음부터는 간부들끼리 토론을 시작했다.
“이승재는 나한테 넘겨라. 그 새끼 대가리에 피도 안 마른 게, 회장님께 신임 좀 받았다고 눈깔에 힘주고 다니는 꼴 보고 그동안 존나 벼르고 있었다.”
마약과 유흥 쪽을 담당하고 있는 21세기파 두목 윤남기가 그렇게 이를 갈며 가장 먼저 나서자.
“그럼 진서윤은 나한테 넘기세요. 제가 그년을 확실히 단도리하겠습니다. 쓰벌년, 주제도 모르고 감히 우리 흑천회를 노리고 여우처럼 꼬리를 치고 다녔겠다? 흐흐흐······.”
평소 진서윤에게 지대한 관심이 있었던 장형락은 다른 사람이 먼저 채가기 전에 진서윤의 이름에 침을 발라 놓으며 음흉한 미소를 흘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