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37
137
66.망명정부
“우리 부모님을?”
“예, 각하.”
감찰부 장관 최한구가 보고하는 내용에 리한봉은 눈을 큼지막하게 뜨며, 손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동안 청진에 망명정부를 세우면서, 한낮 한시도 잊지 못했던 것이 바로 부모님의 안위였다.
‘어머님은 이미 남한에 계셔서 별로 걱정할 게 없지만, 아버지는 다르니까······.’
리한봉은 자신이 사라진 후, 아버지가 보위성의 탄압을 받아 다른 정치범 수용소로 끌려갔을까 봐 그동안 내내 걱정했다.
그래서 청진 수용소의 결계가 해제되자마자, 감찰부 장관 최한구를 시켜서 부모님을 찾아보게 했다.
“부모님은 지금 어디에 있소?”
“귀빈 접대실에 일단 모셔놨습니다.”
“당장 가야겠소.”
“잠시.”
최한구는 급하게 이동하려던 리한봉을 제지하고선, 귓가에다 대고 남들이 못 듣게 조용히 소곤거렸다.
“각하께서 사라지신 동안, 북한 내부에서 심각한 반란 사태가 몇 번이나 터졌다고 합니다. 그래서 각하의 아버님께선 별 탈 없이 지내다가 다행히 저희에게 구출되었습니다.”
“반란?”
“그것에 대해선 제가 다시 정리해서 보고 올리겠습니다.”
“알겠소.”
북한 내에 정변 사태가 연이어 터졌다는 사실도 놀라운 사실이었지만, 지금 당장 리한봉에게 제일 급한 건 아버지를 만나는 것이었다.
“한봉아! 나도 같이 가자!”
“누리야······.”
“아버님께 가서 같이 인사드리자.”
“···그래.”
리한봉은 자신에게 살갑게 다가와 먼저 손을 건네는 누리의 모습을 멍하니 쳐다보았다.
그동안 신분의 장벽에 막혀서 부모님께 누리를 인사시킬 생각도 못 했다.
하지만 이제는 달랐다.
‘북한··· 아니, 마도 공화국 내에서 앞으로 신분의 장벽에 부딪혀 서로 이어지지 못하는 연인은 없을 것이다.’
리한봉은 그렇게 결심하며 누리의 손을 맞잡고 귀빈 접객실로 이동했다.
수용소 내부는 그동안 여러 번의 내부 공사 끝에 많은 변화를 겪었다.
인민들을 가두어 놓던, 다닥다닥 붙어 있던 좁은 방은 모조리 부숴버리고 거기에 새로 칸막이를 세워서 크게 크게 사용했다.
그게 다 코인을 통해 건축 기술을 습득한 신민들이 해낸 성과였다.
신민들은 코인으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다는 걸 깨닫고 열심히 코인을 모았다.
굳이 몬스터를 잡지 않아도, 스스로 익힌 기술들을 활용해 창조적인 일을 해내어도 코인이 쌓였다.
이준혁은 사냥에 특화된 사람과, 일반 기술에 특화된 사람들이 공평하게 코인을 얻어갈 수 있도록 최대한 신경을 썼다.
끼익.
붉은색 삼족오로 장식으로 호화롭게 치장된 접객실의 문을 조심스럽게 열어 재낀 리한봉.
“아버지······.”
“한봉아······.”
“아버지!!!”
리한봉은 그동안 많이 수척해진 아버지를 향해 큰 목소리로 외치며 와락 달려가 안겼다.
“이 녀석아, 그동안 어디 있었어?”
리한봉의 아버지 리강훈은 40대 초반의 작지만 다부진 체격을 지닌 중년인이었다.
그는 그동안 고생으로 인해 벌써 흰머리가 곳곳에 듬성듬성했다. 리강훈은 죽은 줄만 알았던 아들을 다시 보게 되어, 작은 눈에서 닭똥 같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아버지. 제가 누리네 부모님을 구하기 위해 청진 수용소로 쳐들어갔었습니다.”
“뭐?”
리강훈은 아까 전 감찰부 장관에게서 설핏 들었던 정보를 리한봉으로부터 자세히 듣게 되었다.
“제가 너무 자만한 나머지 스스로의 혈기만 믿고 무작정 그곳으로 쳐들어갔습니다. 한데······.”
“갑자기 이상한 힘을 얻게 됐단 말은 들었다.”
“네. 저희 신민들을 가엾게 여긴 신께서 저희들에게 엄청난 힘을 선물해주셨습니다.”
리한봉은 그동안 신에게서 받은 힘을 활용해 수용소 내부를 지배하던 보위관들과 간수들을 모조리 처단하고, 새로운 망명정부를 세웠다고 설명해줬다.
“김 돼지의 일인 치하의 독재가 아닌, 진정한 평등을 위해 제가 청진에 세운 망명정부입니다. 나라 이름은 마도 공화국이고요.”
“얘야, 그러면 안 된다.”
리강훈은 고개를 홱홱 돌리며 누가 혹시나 들었을까 봐 불안한 표정으로 리한봉의 입을 막으려고 했다.
“아버지. 이곳에선 누가 신고할까 봐 눈치 보거나 걱정하지 않으셔도 돼요. 이곳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제 통제를 받습니다.”
“뭐?”
놀라는 아버지를 향해 리한봉은 자신의 오른 손목을 걷어서 당당히 내밀었다.
“이곳에 VVV라는 계급 표식이 보이죠? 이게 바로 상급 부관이란 표식입니다.”
“상급부관?”
리강훈은 아들이 자신에게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이해할 수가 없었다.
리한봉은 그런 아버지를 답답해하지 않고, 미소 띤 얼굴로 찬찬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마도공화국에서 계급은 곧 그 사람의 위치입니다. 계급이 높을수록 지휘할 수 있는 사람의 수도 늘어납니다.”
“군대의 계급과 비슷한 거냐?”
“비슷하지만 조금 다릅니다. 일반 군대의 계급은 그냥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규칙일 뿐이죠. 언제든지 마음만 먹으면 허물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하극상 같은 것 말이죠.”
“허······.”
리한봉은 백 번 말로 설명하는 거 보다, 행동으로 보여주는 게 낫겠다 싶어서 아버지의 손을 잡았다.
“아버지. 지금부터 제 권속으로 들어오십시오. 제가 앞으로 아버지를 지켜드리겠습니다.”
“네가 나를?”
리한봉은 놀라서 토끼 눈을 뜬 아버지의 몸에 마력을 주입하며, 아버지를 자신의 권속에 집어넣었다.
-하급병사 리강훈을 권속에 포함시켰습니다.
-권속 인원 : 88/130
리한봉은 이준혁이 내려준 계급의 이능인 ‘권속’을 통해 자기 사람을 만들어 나갔다.
권속에 포함된 사람들은 리한봉의 통제를 벗어날 수 없었고, 당연히 배신도 할 수 없었다.
공화국 신민들을 전부 권속에 넣을 순 없었기 때문에, 각 기관의 각료들과 주요 인물들을 권속에 넣고 피라미드식 구조를 완성했다.
권속에 넣은 자들이 다시 그 밑의 병사들을 권속에 넣는 식으로 해서 개미집단처럼 권속으로 연결된 세밀하고 촘촘한 신경망을 구성한 것이다.
-아버지. 들리십니까?
“아아······!”
리한봉은 계급의 두 번째 이능인 ‘전언’을 통해 아버지에게 텔레파시를 보냈다.
그러자, 리강훈 또한 바로 아들의 말을 믿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네가 정녕 큰 힘을 얻게 되었구나.”
처음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에서, 이제는 무언가 자랑스러워하는 눈빛이 리강훈의 눈에서 뿜어져 나왔다.
“크게 자랑할만한 힘은 아닙니다.”
“네가 여기서 왕이 됐다는 얘기를 들었다.”
“잠시 사람들을 관리하기 위해 임시로 무거운 중책을 맡은 거지, 다른 욕심은 없습니다.”
리강훈은 아까 전 감찰부 장관으로부터 들었던 말들을 하나씩 되새기며 알 수 없는 표정을 지었다.
“너는 앞으로 이곳을 어떻게 만들 작정이냐?”
결국 리강훈 또한 이곳으로 건너온 이상, 아들의 말을 들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다. 그는 아들이 땅을 파라면 땅을 파고, 노역을 하라면 노역을 할 생각까지 가지고 있었다.
권속의 강력한 이능으로 인해, 마음속 깊은 곳에서 리한봉에 대한 깊은 존경심까지 내비치고 있었다.
리한봉은 그런 아버지의 눈빛이 너무 부담스러워 시선을 회피하며 중얼거렸다.
“일단 이곳에 거주하는 신민들의 힘을 키운 후에, 북한 내 수용소에 갇힌 사람들부터 구출해낼 생각입니다.”
“허···.”
“가장 밑바닥에서 인권을 유린당하며 고통받는 그들을 구출해내서, 제가 가진 힘을 그들에게 나눠줄 것입니다.”
“나누면 너는 어찌하고?”
아버지의 걱정스러운 말투에 리한봉은 피식 미소를 터뜨렸다.
“저는 지금도 강하지만, 앞으로는 더 강해질 겁니다. 제 힘을 조금 나눠준다고 해서 제가 약해지는 일은 없을 겁니다.”
“너는 혼자서 장사정포의 군단을 상대할 수 있느냐?”
이미 과거 20년 이상 군 생활을 했던 리강훈은 지금 아들이 하는 일이 얼마나 허황되고 말이 안 되는 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어차피 우리가 상대해야 할 적들은 그런 화기들이 아니라, 사람입니다.”
“뭐?”
“우리는 국가 대 국가처럼 정면으로 싸울 필요가 없습니다.”
“아···!”
그제야 리강훈 또한 아들의 말을 이해했다.
“그럼 초인적인 힘을 활용해서 수뇌부들을 암살하겠단 심사이냐?”
“일단 처음 계획은 그러했습니다. 한데··· 지금은 좀 바뀌었습니다.”
“어떻게 말이냐?”
리한봉은 아까 지었던 여유로운 표정 그대로, 잠시 천장을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정은이를 이용할 수 있으면 최대한 이용해보기로요.”
“뭐?”
리강훈뿐만 아니라 김누리까지 놀란 표정을 지었지만, 리한봉은 아무렇지 않은 표정이었다.
‘내게는 계급의 권능이 있다. 이 힘을 온전히 활용하면 김정은을 제압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닐 것이다.’
일단 신민들의 힘을 키우느라 이곳에 얽매여 있다뿐이지,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북한의 수뇌부 정도는 가볍게 암살해낼 수 있었다.
하지만.
‘내가 가진 힘으로 최대한의 효율을 끌어내려면 어떤 방법이 좋을지 계속해서 고민해야 한다.’
리한봉은 매일 밤, 각 관료들과 함께 정책 회의를 가지며, 망명 정부 내에 필요한 규칙들을 정하기도 하고, 앞으로 북한을 흡수하게 될 시 어떤 방법으로 흡수할지도 계속해서 논의 중이었다.
‘그 와중에 계속해서 강해지는 바람에 계획이 자꾸만 틀어지고 변경되고 있지만··· 어차피 다 좋은 방향으로 가는 거니까 상관없겠지.’
처음엔 다 같이 강해져서 평양으로 쳐들어가, 속전속결로 김정은과 노동당 간부들을 깨끗이 제거하려고 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하면 혼란한 상황이 더욱더 가중될 뿐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으로 나왔다.
‘나 혼자 독단적으로 선택하는 것보단 한 사람이라도 더 많은 의견을 받아들여서 최선의 선택을 해야 한다.’
이준혁으로부터 초월적인 힘을 받은 리한봉은, 어느새 생각도 이준혁을 따라가고 있었다.
이준혁 또한 1차원 적으로 적을 상대하기보단, 어떻게 해야 적을 나에게 유리하게 활용할까를 가장 먼저 생각했다.
“아버님······.”
리한봉과 리강훈의 대화가 잠시 멈추자, 그 틈을 타서 김누리가 조심스럽게 인사를 건네왔다.
“오, 누리야. 오랜만이다.”
“네······.”
리강훈은 활짝 핀 얼굴로 양손을 내밀어서 김누리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그러자 곱디고운 부드러운 살결이 손안 가득 만져졌다.
“부모님은 잘 구출해냈느냐?”
“한봉이 덕분에 잘 해결됐슴다. 지금 마도 공화국 내에서 장관 직을 역임하며, 신민들을 위해 많은 애를 쓰고 계셔요.”
“좋은 일을 하고 계시는구나······.”
“아버님도 조만간 좋은 직책을 받으셔서, 이 나라에 큰 쓰임이 되실 수 있으실 거예요.”
“나이도 어린데, 벌써부터 철이 들어서 말도 참 예쁘장하게 하는구나.”
리강훈은 마치 참한 며느릿감을 보는 눈빛으로 김누리를 쳐다보며 입가에 웃음이 떠나가질 못했다.
리한봉 또한 아버지가 누리를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마음속으로 흡족한 생각이 들었다.
‘누리의 말대로 아버지에게도 공화국 내 요직을 맡겨서, 나라를 위해 큰 힘을 내실 수 있도록 내가 힘써봐야겠다.’
리한봉은 그날 아버지를 되찾은 기념으로 ‘금돼지’를 잡아 마을에 성대한 잔치를 열게 했다.
금돼지는 백두대간에 퍼진 마력의 정기에 의해 변이된 요괴였다. 이준혁은 마력의 힘으로 한국의 신화에서나 등장했던 전통 요괴들을 만들어내서 북한 신민들이 사냥하도록 만들었다.
개중에 금돼지는 금빛 털을 가진 돼지였는데, 살이 야들야들하고 맛도 좋아서 신민들이 잡지 못해 안달인 요괴였다.
그렇게 잔치가 한창인 그날, 이준혁은 때가 왔음을 느끼고 페이즈2단계를 풀고 3단계를 개방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