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52
152
71.모교(3)
“후···. 진짜 간만이네······.”
나는 오랜만에 모교인 ‘군포 공업 고등학교’에 발걸음했다.
한데.
“이름이 바뀌었네.”
군포 공업 고등학교에서, 군포 하이텍 고등학교로 학교명이 변경되어 있었다.
[경축! 군포 하이텍 고등학교 최초 한국대 수석 입학! 43회 졸업생 이준혁!] [본교 최초 수능 전국 1등! 올 만점자 이준혁!] [자랑스러운 선배 이준혁!]“아, 존나 오글거리네···. 누가 저런 걸 걸어놨지?”
학교로 올라가는 입구에 걸린 플랜카드들.
거기엔 ‘무슨무슨 학생 한전 취업’ ‘무슨무슨 과 누구 공무원 합격’ 등이 걸려 있었고, 그와 함께 나에 대한 플랜카드로 도배가 되어 있었다.
개꼴통 모교에서 한국대 수석 입학, 전국 1등이 나온 게 처음 있는 일이다 보니, 오바가 너무 심했다.
“거는 건 딴 사람이 걸었는데, 쪽팔림은 왜 내 몫이어야 하냐고?”
이럴 줄 알았으면 절대 안 왔다.
‘임창용 선생님만 뵙고 빨리 도망쳐야겠다.’
솔직히 오늘 목적이 바로 그거였기 때문에, 나는 등교하는 학생들 틈 사이에 껴서 있는 듯 없는 듯 교정문 사이를 지나쳤다.
“야 오늘 졸업식 몇 시에 끝나냐?”
“아 몰라. 점심 먹기 전엔 끝나겠지.”
“어후~! 일찍 좀 마쳐주면 좋겠다. 빨리 집에 가서 롤이나 하게.”
“크크크. 요즘 누가 고전겜 하냐?”
“지랄. 조강지처가 좋더라~! 썬 연료가 좋더라~! 라는 말도 모르냐?”
“미친 틀딱 새끼.”
나는 등교하는 학생들의 대화를 우연히 엿듣다, ‘졸업식’이란 단어에 흠칫했다.
‘그러고 보니, 방학 기간인데 애들이 교복 입고 등교하길래 이상하다고 생각하긴 했었는데, 오늘이 바로 졸업식이구나······.’
솔직히 고등학교 졸업식은 한 번도 안 겪어봐서 어떤 느낌일지 잘 몰랐다.
‘어차피, 나랑은 뭐 상관없는 일이니까······.’
나는 이 학교의 자퇴생이었고, 고졸 학력도 검정고시로 땄기 때문에 사실상 군포 공고가 내 모교라고 하기엔 너무 애매모호했다.
‘다닌 기간도 반년 정도밖엔 안 됐으니까······.’
그래도 그 인연으로 여기까지 온 걸 보면, 나도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한데, 임창용 선생님을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모르겠네······.’
마법으로 임창용 선생님이 아직 이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 건 확인했다.
하지만, 너무 오랜만에 생뚱맞게 찾아와서 만나는 거라,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될지 매우 난감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보고 싶었습니다?
선생님, 은혜 갚으러 왔습니다?
선생님···.
센세······.
‘흠······.’
만나서 마땅히 해야 할 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냥 자연스러운 게 최고지.’
가식을 부리거나, 굳이 하고 싶지도 않은 말을 억지로 하고 싶지도 않았다.
저벅저벅.
나는 교무실에 올라가기 전에, 1층 행정실에 들어갔다.
“안녕하세요. 제가 이 학교에 2006년도에 재학했던 학생인데요. 뵙고 싶은 선생님이 계셔서 찾아왔거든요.”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는 행정실 직원에게 그렇게 말을 건넸다.
“아, 네. 만나시려는 선생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임창용 선생님이요.”
“아, 네. 잠시만요.”
행정실 직원은 졸업식 문제로 정신없이 일 처리를 하는 와중에, 내 부탁을 받고 교무실로 전화를 걸었다.
“아, 네. 임창용 선생님. 어떤 제자분께서 선생님을 찾아왔는데요···. 이름이요? 잠시만요···.”
직원은 수화기를 놓고, 다시 나를 돌아보았다.
“저기, 성함이 어떻게 되시죠?”
“이준혁이라고 합니다.”
“아, 네.”
그리곤, 다시 수화기를 들어 통화를 재개했다.
“이준혁님이라고 하네요.”
그러자, 수화기 너머로 놀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누구요?
“이준혁님이라고······ 아······!”
직원은 설마를 외치며 나를 돌아보았다.
-지금 올라오라고 하세요. 기다리고 있을 테니까요.
“아, 네. 올려보내겠습니다.”
뚝.
“저기 혹시······ 43회 졸업생 맞으신가요?”
“졸업요? 졸업 안 했는데요?”
“······.”
졸업생이 아니라 자퇴생이겠지.
17년 만에 모교를 찾아오니, 갑자기 자퇴생에서 졸업생으로 둔갑되어 있어서 많이 당황했다.
‘1학년 2학기 도중 실종되었는데, 내가 뭐가 이뻐서 갑자기 졸업생으로 바꿔줬지?’
아까 플랜카드에서도 졸업생이라고 적혀있어서 의아해하긴 했다.
‘분명 수능 치기 전까지만 해도 자퇴생이었는데······.’
그래서 검정고시 성적으로 수능시험 자격을 인정받았다. 내가 진작에 졸업생이었으면, 검정고시를 따는 그런 뻘짓은 안 해도 됐다.
‘이거 뭐, 내가 전국 1등하고, 한국대에 들어갔다고 갑자기 빨대 꽂고 뭐 그런 건가······?’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세상 돌아가는 게 뭐 다 그렇지.’
못 나갈 때는 개무시하고 얕잡아보다가, 갑자기 그 녀석이 잘 나가면 어떻게든 다시 친해져보려고, 도움받아보려고 이중적인 작태를 보이는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한데, 내가 다녔던 모교까지 그런 모습을 보일 줄이야······.
나는 고개를 휘휘 내젓고는 바로 교무실로 올라갔다.
아까 임창용 선생님께 전화를 걸어줬던 여직원은 얼굴이 벌게진 채 얼굴을 들지 못했다.
아마 행정 직원으로, 그녀도 지금 이 상황이 어떤 상황인지 아주 잘 알고 있을 터였다.
“흠······.”
나는 양손 가득 무겁게 짐을 챙겨서 3학년 교무실 앞에 도착했다.
맨 꼭대기 층인 3학년 층.
반 곳곳엔 졸업으로 들뜬 학생들이 씩둑깍둑하며 마구 떠들고 있었다.
‘음료수는 너무 무난했나···?’
뭘 사야 될지 몰라서 오는 길에 선물용 음료수를 두 박스 사 왔다. 마트에서 제일 비싼 거로.
똑똑···.
조심스럽게 교무실 문을 두드리니.
“들어와!”
교무실 안에서 걸걸하누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 목소리는 설마······?’
흐릿한 기억 속에서도 또렷이 남아 있는 몇 안 되는 목소리.
‘강필용인가······?’
내가 재학하던 당시, 학생부장이자 컴퓨터 응용 기계 선생이었던 강필용의 목소리 같았다.
‘맞네······.’
천리안의 권능으로 문 너머를 투시하니, 역시나 강필용이 교무실 문 가까운 곳에서 다른 선생들과 커피를 마시며 잡담을 하고 있었다.
‘저런 쓰레기가 아직도 학교에 남아 있다니···’
저놈은 우리 학교에서 질 나쁜 선생들 중에 첫손에 꼽힐 만큼 무능력하고 재수 없는 녀석이었다.
‘교과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맨날 수업도 대충대충 시간이나 떼우고 월급 루팡짓이나 하던 녀석···.’
그래놓고 내가 수업 내용 중 틀린 것을 지적하자, 그 이후로 나에 대한 앙심을 품고 보복을 해왔었다.
‘국가 자격증을 따기 위해 타지역으로 출타했을 때 결석을 그은 미친놈이었지.’
다행히 담임인 임창용 선생님이 그 부분을 정정해주셔서, 학교 다니는 기간 내내 계근을 했었다.
‘저런 인간 쓰레기가 아직 학교에 남아 있는 걸 보면, 이 학교도 참 여전한가 보네···.’
학교가 변하려면, 학생들의 질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그들을 가르치는 선생들의 질 또한 매우 중요했다.
한데, 강필용 저놈은 실력은 쥐뿔도 없으면서, 늘 자신의 무지함을 가리기 위해 학생들을 억압하며 폭행이나 욕설로 자신의 자리를 지켜왔다.
‘솔직히 학생보다 무식한 양반이, 아무런 발전도 없이 20년째 똑같은··· 아니, 오히려 퇴보한 수업 내용으로 공교육의 질을 저하시키고 있으니 저런 인간이 바로 이 학교를 좀먹는 암세포렸다···.’
나는 걸음을 옮겨 조심스럽게 교무실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어?”
그러자 커피를 들고 홀짝이고 있던 강필용이 내 얼굴을 쳐다보다, 깜짝 놀라 후다닥 커피를 모두 들이켰다.
그리고,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대충 집어 던지고는, 애제자라도 만나는 것마냥 반가운 표정으로 다가왔다.
“야, 이준···.”
휙.
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네오는 핵폐기물을 지나쳐, 임창용 선생님에게로 다가갔다.
선생님은 내가 온 지도 모른 채, 일에 열중이셨다.
“안녕하세요. 선생님.”
“응?”
선생님은 내가 온 지도 모른 채, 일에 집중하고 있다가 깜짝 놀라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아, 너 설마?”
“네. 17년 전에 이 학교에 재학했던 이준혁입니다.”
“아···. 준혁아, 정말 오랜만이다.”
그러곤,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시더니 나를 덥석 끌어안으셨다.
“그동안 어디 있었느냐? 네 부모님께서 너 실종됐다고 걱정 많이 하시던데···.”
“개인적인 사정이 있었어요. 나중에 차근차근 말씀드릴게요.”
“그래. 나 이것만 마무리 짓고. 이따 조용한 곳에서 다시 얘기하자.”
“네, 선생님.”
그러더니, 다시 책상에 앉아서 일에 열중이신 임창용 선생님.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시네······.’
다른 선생들은 상급자들 눈치나 보면서 설렁설렁 시간만 때운다면, 오직 임창용 선생님만 자기가 맡은 일에··· 아니, 자기에게 주어진 직분보다 더 많은 일 처리를 하고 있었다.
-이 학생을 귀 대학에 추천합니다. 평소 성실하고 학습 의욕 능력이 있는··· 상향심이 있는···
-이 학생을 귀하의 회사에 추천합니다.
매사에 적극적이고, 성실하고, 남들과 타협할 줄 아는···.
선생님은 졸업하는 학생들을 위해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해주시고 있었다.
다른 선생들 같으면, 대충 생활기록부에 전에 쓰던 내용을 복붙해서 별 의미도 없는 매크로 생활기록부만 학생들에게 넘겨준다면.
임창용 선생님은 졸업 후에도, 학생들이 남이라 생각하지 않고 평생 제자로 생각하며 이렇게 성실히 학들의 미래까지 생각하시고 있었다.
‘고맙습니다.’
솔직히 일반적인 교사들이라면, 정년이 무조건 보장되는 안정적인 부분과 성과에 상관없이 똑같은 월급을 받는다는 점 때문에 대충대충 일하기 일쑤였다.
남보다 더 잘한다고 누가 알아 봐주거나, 월급을 더 주는 것도 아닌데다, 오히려 일을 열심히 하면 그 사람에게 모든 일을 몰빵시켜버리는 부조리가 있었다.
그래서 공무원 사회는 최대한 폭탄 돌리기 위주로 남에게 패스하는 일 처리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하지만 임창용 선생님은 다르지···.’
똑같은 월급임에도 불구하고, 저렇게 성심성의껏 최선을 다하는 것은 교육자로서의 ‘사명감’ 때문이 아닐까?
애초에 안정적인 일자리를 노리고 교사가 된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꿈과 철학을 가지고 진정으로 학생들을 올바른 길로 인도하려고, 사회에서 제 역할을 할 수 있게끔 지도하기 위해 교사가 된 분이셨다.
그러니, 월급이 적든 많든 언제나 최선의 자세로 학생들을 위해 헌신하는 것이었다.
‘대부분 학생들은 잘해줘도 그것을 알아 봐주지도 않고, 되려 배은망덕하게 구는 제자들도 많으셨을 텐데······.’
성심성의껏 도와주면 고마운 줄 모르고, 그것이 권리인 줄 알고 오히려 더 많은 것을 요구하거나 은혜도 모르고 되려 등 뒤에 칼을 꽂는 녀석들이 많았다.
‘그래도 실망하지 않으시고, 이렇게 변치 않는 모습으로 남아주시니까 정말 대단하신 분이다.’
나는 임창용 선생님이 일하시는 동안, 예전에 수업받았던 다른 선생님들께 음료수를 돌리며 인사를 건넸다.
“이야, 준혁이. 출세했네. 전국 1등도 하고.”
“에이, 뭘요.”
“야 준혁아. 나는 네가 성공할 줄 알았다.”
“흐흐흐. 고맙습니다.”
선생님들은 대체로 내게 호의적이셨고, 나도 과거의 앙금보다는 좋은 기억으로 선생님들을 대했다.
“······.”
“···.”
하지만 강필용만큼은 도저히 용서할 수 없었기 때문에, 조금 쪼잔하긴 하지만 녀석에겐 음료수도 건네지 않았고, 당연히 인사도 그냥 생략했다.
“준혁아. 이제 밖으로 나가자. 일 다 마무리했다.”
“네, 선생님.”
나는 그렇게 임창용 선생님과 함께 따로 밖으로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