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57
157
74.포식자(2)
“젠장······.”
차대훈은 마탑그룹으로 향하는 차에 올라타면서, 짜증스러운 목소리를 내뱉었다.
‘내가 유진광 새끼한테 머리를 숙이는 날이 오다니······.’
사실 바지 회장인 유진광을 생략하고, 바로 다이렉트로 이준혁과 만나려고 했다.
하지만.
-그분은 마탑그룹에서 일하는 일개 직원일 뿐입니다. 사적으로 다른 회사의 그 누구를 만날 일이 없습니다.
이준혁의 개인 비서라는 이지연으로부터, 저러한 답신만 받았다. 결국 이준혁은 자신을 만나려면 최소 유진광을 거치거나, 아니면 유진광을 통해 하고 싶은 말을 하란 뜻이었다.
‘건방진······.’
제까짓 게 얼마나 좋은 기술을 가지고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성공화국이라 일컬어지는 대한민국에서 감히 자신을 무시하고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는 게 참으로 오만하고 가소로웠다.
‘두고 보자 이준혁. 오늘 이 굴욕은 반드시 되갚아 줄 테니까······.’
차대훈은 그렇게 이를 악물며, 반전을 노렸다.
지금은 많은 불리한 상황에 처해 있지만, 결국 참고 또 참아서 역전의 기회가 찾아오기를.
지금 당한 이 굴욕을 100배 1000배로 되갚는 날이 오기를.
‘우리는 언제나 그래왔다.’
일본 전자업계에게 기술력이 뒤질 때도, 스마트폰 디자인 표절로 맥플이 소송을 걸어 왔을 때도.
진성은 참고 또 참아서 반전의 카운터 펀치를 날려서 늘 승리해왔다.
끼익.
그렇게 상념에 빠진 지 30분 정도 됐을 때.
“회장님. 도착했습니다.”
차대훈이 탄 차가 서울시 종로구에 위치한 마탑 타운에 도착했다.
저벅저벅.
쾅!
차대훈은 먼저 차에서 내려 문을 쾅, 하고 닫고선 포부도 당당히 마탑 타운 로비로 걸어 들어갔다.
그의 주변엔 경호원 4명과 수행비서 3명이 졸졸 뒤따르고 있었다.
띵!
“흠···.”
차대훈은 볼 것도 없이 곧바로 엘리베이터를 타고 30층으로 이동했다.
바로 유진광이 거하고 있는 회장실이었다.
띵동!
드르륵!
“어떻게 오셨습니까?”
30층 복도에서 대기하고 있던 입구 직원이 차대훈을 향해 용건을 묻자.
“마탑 회장을 만나러 왔다.”
“아, 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당연스러운 하대에 여직원은 눈을 끔뻑하며 곧바로 회장실로 전화를 걸었고.
“아, 네. 차대훈 회장님 맞으시죠? 들어오시랍니다.”
차대훈은 대답 없이 곧바로 유진광이 거하는 마탑그룹 회장실로 이동했다.
*
‘왔군···.’
유진광은 회장실 책상에 앉은 채, 문을 벌컥 열고 들어오는 차대훈을 물끄러미 쳐다보았다.
“오랜만이군. 유진광. 아니, 이제 유 회장님이신가?”
“뭐, 그렇게 됐습니다. 허허허······.”
“···축하하네.”
“고오-맙습니다.”
“······.”
차대훈의 떨떠름한 축하에 유진광 또한 개구장스럽게 받아치며 곧바로 자리에서 일어났다.
“거기 중앙 쇼파에 앉으시죠.”
그리곤 접대용으로 쓰는 자리로 차대훈을 안내했다.
“어쩐 일로 직접 여기까지 찾아오신 겁니까?”
“이런 말 하긴 좀 뭣하지만, 자네에게 긴히 부탁할 말이 있어 직접 찾아왔네.”
자리에 앉기가 무섭게 차대훈은 유진광에게 아쉬운 소리를 했다. 방금 전까지 유진광이 회장 자리에 오른 걸 못마땅하게 여기던 얼굴이 아니었다.
“부탁이요? 무슨 부탁 말입니까?”
유진광은 비서가 타준 커피를 느긋하게 한입 마시며 그렇게 되물었다.
“마탑이 이번에 전자 업계에 진출한다는 소문을 들었네. 사실인가?”
차대훈은 가타부타 돌려 말하지 않고, 곧바로 돌직구부터 날렸다. 괜히 은유적으로 물었다간, 말장난을 좋아하는 유진광에게 오히려 놀아날 가능성이 있었다.
“사실입니다.”
후루룩.
하지만, 유진광은 전혀 급할 게 없다는 듯, 여유로운··· 아니, 가소롭다는 표정을 지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이제 아쉬운 쪽은 이쪽이 아니라 저쪽이니까······.’
예전엔 어떻게든 진성이 운영하는 회사에 하청이라도 들어가 보려고 발버둥 쳤었다.
1차 하청이 안 된다면, 2차나 3차··· 4차 하청 업체라도 돼 보려고.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됐다.
“진출한다면 무얼 만들 생각인가?”
차대훈도 유진광이 믿는 구석이 있다고 느꼈던지, 아까 전의 거만한 태도는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오직 긴장한 표정만이 얼굴 가득 남아 있을 뿐이었다.
“다 만들어야죠. 티비, 컴퓨터, 세탁기, 휴대폰, 냉장고··· 아, 나중엔 자동차도 만들 겁니다. 자율주행 전기 자동차 말이죠. 현재 시중에 나와 있는, 고속도로에서나 간신히 구동하는 어설픈 인공지능이 탑재된 게 아닌, 진짜 ‘인공지능’을 탑재한 자율주행 자동차 말입니다.”
“······.”
꿀꺽.
차대훈은 유진광의 포부에 침을 꿀꺽 삼켰다.
‘다 만든다’라는 뜻은, 뭐든지 만들 수 있다는 말과 동일했다. 차대훈은 그동안 아무런 원천 기술이 없었던 마탑이, 갑자기 어디서 그런 기술력이 뚝딱 생겨났는지 궁금해 미칠 지경이었다.
‘이게 다 이준혁 그놈 머리에서 나온 것이겠지······.’
그게 아니라면, 지금 이 상황이 설명이 안 됐다.
‘진작에 그놈을 매수 했어야 됐는데······.’
최소한 마탑 전자가 태동하기 전에··· 아니, 마탑 제약이 한창 유행하던 그때 수십·수백 조를 줘서라도 진성으로 데려와야 했다.
하지만, 지금 그렇게 딜을 넣어도 이준혁 쪽에선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마탑 그룹 자체가 아예 이준혁 소유인가······?’
현재 마탑 그룹의 지분은 유진광이 40% 그리고 해외의 익명 L투자회사가 59% 그리고 나머지 투자 지분이 1% 정도 됐다.
마탑그룹이 본래 있던 대동그룹을 통합하면서, 기존 대동그룹의 지분을 싸게 매입했다.
결국 해외의 익명 투자회사가 이준혁 것이라 생각하면, 아다리가 딱딱 맞아 떨어진다.
“전자 계열사를 출범하려면 많은 특허가 필요할 텐데, 특허 문제는 해결했나?”
차대훈은 결국 곱게 말해선 유진광이 말을 안 들을 것이라 생각했던지, 다시 강공으로 나갔다.
“디자인 관련 특허는 모두 냈습니다. 외형은 일반 스마트폰이랑 비슷해요. 하지만 베젤이 전혀 없죠.”
“제로 베젤이라···.”
그건 진성도 이미 하고 있었기 때문에 별로 놀라울 게 없었다. 진성뿐만 아니라, 맥플이나 다른 중국 스마트폰 업체들도 제로 베젤로 스마트폰을 만드는 추세였다.
하지만, 중요한 건 디자인이 아니었다.
“각종 통신 특허나 반도체 특허는 어떻게······?”
“그건 다른 회사의 특허 필요 없이, 오직 우리 마탑 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제품을 만들 겁니다. 그러니 그런 걱정은 넣어 두십시오.”
“······.”
어허.
그런 오지랖은 넣어둬.
차대훈에게 대답하는 유진광의 말투는 마치 그러했다.
‘우리 마탑 걱정하지 말고, 너희 앞날이나 걱정해라. 발등에 불 떨어진 건 너희들이니까······.’
유진광은 승리의 미소를 지으며 의기양양하게 팔짱을 꼈다. 자 여기서 너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지금처럼 계속 배짱을 부리며 모가지 뻣뻣하게 펴고, 자존심을 세워서 이 자리를 박차고 나갈 것인가?
아니면, 무릎이라도 꿇고 살려달라고 빌 것인가?
“자네, 혹시 전자 계열사를 우리에게 매각할 생각은 없나? 금액은 원하는 대로 다 주겠네.”
차대훈은 전자도, 후자도 아닌 애매한 자세를 취했다.
너무 뻣뻣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비굴한 것도 아닌.
애매한 태도로 유진광을 설득했다.
그래서 유진광은 확 짜증이 났다.
“아직 시작도 안 한 전자 계열사를 저희가 왜 매각합니까? 저번에도 그런 제안을 해서 저희가 거절하지 않았습니까?”
“······.”
유진광의 말처럼 진성의 인수 제안은 이번이 처음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마탑전자 계열사를 우리에게 매각해라. 300조를 주겠다. 원한다면 가격 조정도 가능하다.
300조 원!
그것은 진성그룹이 지금까지 쌓아온 유보금 전체와 시가총액 절반을 마탑에 갖다 바친다는 소리나 마찬가지였다.
대한민국 5대 재벌그룹의 시가총액 절반, 그리고 우리나라 연간 예산 금액인 430조의 69.7%에 해당하는 금액이었다.
말 그대로 국가 예산 단위의 빅딜.
하지만.
-꺼져.
유진광은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비서에게 진짜로 저렇게 전달하도록 지시했다.
그만큼 유진광은 분노했기 때문이다.
-감히 우리 마탑 전자의 지분 가치가 고작 300조밖에 안 한다고? 앞으로 수천 조는 더 벌 회사인데?
유진광은 그렇게 생각하며, 진성그룹의 제안을 아주 괘씸하게 생각했다.
“이번엔 그때와 다르네.”
차대훈은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궁지에 몰린 사람처럼 불안한 눈빛을 하며 입을 열었다.
“자네가 원하는 우리 진성 계열사 중 하나를 같이 떼어주겠네. 어떤가?”
“전자를 제외하고 말이죠?”
“그렇다네.”
사실상 진성전자는 진성그룹 그 자체였기 때문에 안 되고, 가장 큰 덩어리인 진성생명이나 진성물산, 진성디스플레이 중에서 하나를 고르라는 뜻이었다.
“음······.”
유진광은 턱을 쓰다듬으며 약간 고민을 했다.
“······.”
차대훈은 초조한 눈빛으로 유지광의 대답을 기다렸다.
연 매출 30조를 올리는 진성물산을 달라고 하면 진성물산을 줄 것이요, 연 매출 27조의 진성생명을 달라고 한다면 그것도 줄 용의가 있었다.
한데.
“잘 모르겠습니다. 진성그룹 계열사가 과연 우리 마탑 전자와 바꿀만한 메리트가 있는지.”
“······.”
유진광이 고심 끝에 뱉어낸 말은 그러했다.
“제가 보기엔 진성그룹은 우리에게 빅딜을 제안할 게 아니라, 저희 마탑에게 바짓가랑이라도 살려달라고 빌어야 하는 게 맞는 거 아닙니까?”
“······.”
이미 신생업체인 마탑 쥬얼리, 마탑제약조차 진성의 저 두 개 계열사만큼이나 돈을 벌고 있었다.
작년부터 6달 동안 주문예약 포함, 매출이 20조 원이 넘었고, 올해엔 그 20배에서 많게는 40~50배까지 올릴 것이라고 전망되고 있었다.
게다가, 전자분야는 매출이 얼마나 나올지 추정하는 게 무의미할 정도였다.
지금까지 진성이 80년 넘게 쌓아온 철옹성을, 마탑은 반년 만에 이룬 것이었다.
“아직도 진성그룹이 한국 최고라고 생각하십니까?”
“······.”
유진광은 차대훈의 면전에다 대고, 마구 찍어누르고 그동안 마음속으로만 담아왔던 하고 싶은 말을 모두 내뱉어낼 수 있어서 신이 났다.
그동안 망상 속에서만 해왔던 이상이었다.
언젠가는 차대훈에게 당했던 개망신을 100배 1000배로 되돌려 주고 말 것이라는 상상.
‘박태진이 파핏에게 투자제안을 거절하면서 왕솥 도시락으로 점심 대접을 했을 때, 나도 한번 그렇게 해보고 싶었는데, 드디어 소원 성취하는구나······.’
유진광은 박태진과 자주 술자리를 가지면서, 방송 출연도 같이하고 서로 형·동생하는 사이가 됐다.
그때 박태진이 그와 술을 마시면서, 파핏의 투자제의를 통쾌하게 거절하는 장면을 재현했는데 유진광은 그게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다.
“······.”
그런 유진광의 개무시에 차대훈의 고개가 드디어 바닥으로 떨구어졌다.
“내가 어떻게 하면 되겠나?”
그러면서 쇼파에서 천천히 일어났다.
유진광은 대답 없이 묵묵히 차대훈을 쳐다보았다.
“내가 무릎이라도 꿇으면 되겠나?”
“······.”
털썩.
“제발 우리 그룹을 살려주게. 자네 그룹이 전자 쪽으로만 진출하지 않는다면, 우리가 그룹 차원에서 자네 그룹을 지원해주겠네. 그러니···.”
위이잉~!
차대훈의 말이 채 다 끝나기도 전에, 저 멀리서 4개의 프로펠러가 달린 드론이 두 사람에게로 다가왔다.
“차···차대훈, 이 유진광보다 덜떨어진 놈!”
“······!?”
드론은 프로펠러를 움직여 차대훈의 가까이 오더니, 버벅거리는 말투로 그렇게 내뱉었다.
“저리 가 이놈아!”
탁!
유진광은 귀찮다는 듯, 파리채를 집어 들더니 날아온 드론을 파리채로 내리쳐서 멀리 내쫓았다.
“저희 회사에서 이번에 새로 개발한 인공지능 로봇입니다. 이름은 팩봇.”
“······?”
“팩트폭행을 전문적으로 하는 귀여운 로봇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인데··· 아무튼 이거 실례했습니다. 그냥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리십시오.”
유진광은 씨익 미소를 지으며, 쑥스러운 듯 뒤통수를 긁적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