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59
159
75.최종환
“죄송합니다···.”
나는 최종환 대통령의 물음에 고개를 푹 수그리며 그렇게 대답했다.
사실 입이 백 개라도 별로 할 말이 없었다.
‘이제 아리는 내가 책임져야지.’
실프라는 결실이 생겨버린 이상, 이제 더 이상 비즈니스 관계니 뭐니 하며 발뺌할 수가 없다.
“하하하. 아닐세. 농담이야, 농담.”
대통령은 위축되어 있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며, 친근하게 어깨동무까지 하며 나를 데리고 관저로 들어갔다.
관저는 대통령의 사적인 공간이자, 가까운 친인척을 초대하는 곳이었다.
나는 관저에 차려진 뷔폐식 식당에 도착해서 최종환 대통령과 함께 나란히 마주 앉아 식사를 시작했다.
“한데, 자네 북한에 가 있었다던데, 갔던 일은 잘 해결됐나?”
“아, 저 그게······.”
나는 대통령의 물음에 뭐라고 대답할지 잠시 망설였다.
‘사람들의 기억을 조정했으니, 수룡에 대한 일도 사람들이 모르겠지······.’
게다가, 각성한 리한봉의 반란 세력에 대해 아는 사람은 더더욱 없었다.
일단 초인 각성 프로젝트를 폐기하면서, 그와 관련된 모든 것을 지구에서 지워버렸다.
“아직 완전히 해결된 건 아닙니다.”
“그렇군.”
최종환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다시 식사에 열중했다.
무언가 기대했다가 살짝 실망한 느낌 같았다.
“하지만.”
“···?”
“올해 안에 좋은 소식을 들려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소식?”
그러자, 다시 최종환의 눈빛이 반짝반짝 변했다.
“네. 확정드릴 순 없지만, 일단 그렇게만 알아주십시오.”
“그렇군.”
대통령의 임기가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뀌면서, 대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내년이 바로 대선인 것이다.
그럼 사실상 올해 안에 최종환 대통령은 자신의 진로를 결정해야 됐다.
차기 대선에 도전할 것인지, 아니면 당내 다음 주자에게 바톤을 넘기던지.
만약 전자라면 올해 안에 무조건 성과를 내야 했고, 후자라면 지금처럼만 하다가 임기를 만료하면 되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보기엔 최종환 대통령은 야망이 있는 사람으로 보인다.’
솔직히 누가 생각해도 4년이란 임기는 너무 짧았다.
5년 단임제에서 4년 연임제로 바꾼 의도는, 정치를 잘하는 사람이 한번으로 그치지 않고, 3번까지 연속으로 할 수 있도록 밀어주기 위한 장치였다.
그러니, 최종환도 4년으로 끝마치긴 많이 아쉬울 것이다.
‘마탑이 흥하기 전에는 여·야당의 비협조적인 태도 때문에 계속 발목을 잡혀 레임덕에 빠져 있었으니까······.’
솔직히 능력은 출중한데, 뒤에서 받쳐 줄 사람이 없는 나머지 빛을 보지 못한 케이스가 바로 최종환 대통령이었다.
‘보수와 진보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최초의 대통령이니까.’
그래서 좀 애매하다는 평가도 있었지만, 그래도 좋게 평가하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대통령께서 자신이 원하는 개혁을 시행하기 위해선 정치적인 힘이 필요하다. 안 그럼, 과거처럼 국회의원들이 계속 발목을 잡을 테니까······.’
결국 내가 힘이 되어주는 수밖에 없었다.
아무튼 북한 문제에 관해 긍정적인 내 대답이 마음에 들었던지, 최종환은 다시 흡족한 미소를 머금으며 식사에 열중했다.
“자네도 어서 들게나.”
“네, 각하.”
“어허.”
“······?”
나는 최종환의 꾸짖음에 의문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단둘이 있을 땐, 그냥 장인어른이라 부르게.”
“······!?”
“비록 신호 위반이긴 하지만, 실프도 있고 한데 어찌 남남처럼 대하는 겐가?”
“아, 예······.”
장인···어른이라······.
‘아, 이거 너무 당황스러운데······.’
차마 입에서 장인어른의 ㅈ자도 발음하기가 어려웠다. 그만큼 내게 부담스러운 용어였다.
“뭐 당장 그렇게 부르라는 건 아니네. 하지만, 다음에 볼 때는 좀 더 친근하게···.”
“예,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 두 사람은 진짜 장인·사위처럼 돈독하게 대화를 나눴다.
“아리가 말이야, 원체 장난꾸러기여야지. 요즘도 옛날이랑 똑같아.”
“하하하. 맞습니다. 같이 얘기하다 보면, 재밌어요.”
“재밌긴 개뿔. 자네가 콩깍지가 씌어도 단단히 씌웠구먼.”
“예쁜 여자가 치는 장난이라면 언제든지 환영입니다.”
“하하하, 그건 그래.”
한데, 나와 함께 박장대소를 터뜨리던 최종환은 갑자기 근엄한 표정을 짓더니.
“하지만, 우리 아리를 두고 다른 여자에게 한눈 팔면 절대 안 되네.”
“명심··· 하겠습니다.”
나는 훅, 치고 들어오는 최종환의 말에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무거운 주제에서 다시 삼천포로 빠져서 잡다한 얘기를 신나게 나눴다.
“아, 근데 실프는 도대체 어떻게 생겨난 건가? 벌써 5살은 되어 보이던데, 할애비인 나는 여태 모르고 있었는데 말일세.”
“아, 저 그게······.”
나는 최종환에게 아리와 있었던 일을 얘기하며, 자세하게 설명해줬다.
처음 금괴를 팔던 일부터 시작해, 고마운 마음에 마법 반지를 준 것.
그리고, 그 마법 반지가 사실은 특별한 반지라서 그 안에서 아기가 태어난 것 등등···.
“아하, 그랬구만. 그랬어.”
마법사라는 것은 참 신기한 것이구만.
최종환은 그렇게 중얼거리며, 국을 후루룩 들이켰다. 내가 마법사라는 사실을 알고도, 벌써 적응이 됐던지 마치 운동선수를 대하는 것마냥 여상하게 나를 대했다.
“그럼 자네가 만든 제품들도 모두 마법적 기능이 들어간 게가?”
“네. 대부분 그렇습니다.”
“오호······.”
그거참 대박이군.
최종환은 내 마법적 능력에 대해 호기심을 가지며 이것저것 캐물었다.
“이번에 마탑 그룹에서 전자 업종에 진출한다던데, 진행은 잘 되고 있는가?”
“네. 마탑 전자라고, 새로운 계열사가 생겼는데 이번에 신제품 양산까지 모두 끝마치고 출시할 날만 기다리고 있습니다.”
“아니, 벌써 출시까지!”
“하하하. 운이 좋았습니다.”
최종환은 내 겸양엔 아랑곳하지 않고, 곧바로 계산기를 두드렸다.
“이번 건 얼마나 준비하고 착수한 겐가? 최소 20년 이상은 연구하고 개발한 것이겠지?”
“네? 20년요?”
뭘 그렇게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순간 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생각은 저러했다.
하지만.
‘아, 일반적인 상식으로 생각해보면 저게 맞는 거지······.’
내가 너무 상식 밖으로만 놀아서 그런지, 남들에겐 평범한 상식이 내겐 좀 모자란 얘기로 받아들여졌다.
한 나라의 최고 엘리트라는 사람의 상식도 그러할 진데, 다른 사람은 오죽하랴.
하지만.
‘내가 세상에 맞추는 게 중요하지, 나 혼자 잘 나가서는 아무런 의미도 없다.’
솔직히 최종환이 나보다 더 잘하는 분야도 있고, 정치적인 면에서는 나보다 더 연륜과 경험이 있었다.
나는 그저 마법적인 분야만 주야장천 판 사람이고, 이제 슬슬 세상에 대한 공부를 해 나가면서 저변을 넓혀나가는 중이었다.
“자네가 만드는 전자제품이라니, 기대가 되는 군.”
“하하. 별로 기대할 건 못 됩니다. 그저 시중에 나온 전자 제품들이 조금 답답해서, 그걸 지금보다 편리하게 개선할 제품을 양산할 생각입니다.”
“편리하게 바꾼다?”
최종환은 날카로운 정치 감각으로, 내가 흘린 정보 중에서 민감한 단어들을 건드리며 그렇게 물었다.
“네. 최근 인공지능이 대세가 됐고, 많은 기업들이 적용하고 있잖아요?”
“그렇지.”
구블, 페북, 야마존, IBN, 맥플 등등···.
전 세계 IT기업들은 지금 ‘인공지능’을 차세대 IT 기술의 화두로 놓고 너나 할 것 없이 인공지능 기술 개발에 수천억, 수조 원을 쏟아붓고 있었다.
“시중에 나온 인공지능들은 정해진 알고리즘 내에서 제한적인 기능만 보여주거나, 아니면 제대로 된 필터링을 거치지 못하고 수집한 자료 내에서 돌발적인 행동을 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그렇지.”
내가 언급한 인공지능은 단순 컴퓨터 프로그래밍에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한 인공지능이거나, 아니면 통제가 안 돼서 사람들에게 피해를 끼치는 불필요한 인공지능이었다.
“하지만, 우리가 만드는 인공지능은 다를 겁니다.”
“어떻게 다르단 말인가?”
최종환은 IT에 관련된 것은 잘 모르는 것 같았지만, 한 분야에서 정점에 오른 감각으로 내 얘기가 지금껏 없었던 새로운 기술을 말하는 것이라는 걸 감각적으로 잘 알아들었다.
“시중에 나온 약인공지능도 아니고, 통제가 안 되는 강인공지능도 아닌, 인간을 완벽히 보조할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iA)입니다.”
“인텔리전트 어시스턴트···.”
인공지능 기술이 점점 더 발달할수록, 인간의 일자리를 모두 빼앗을 거란 인식이 많다.
설문 조사를 해보면, 거의 70~80%에 해당하는 노동자들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 생각은 조금 다르지.’
나는 인공지능이 인간을 대체할 수 있는 분야가 있고, 없는 분야가 있다고 생각했다.
‘크게 사고할 필요가 없는, 단순 반복적인 에는 인공지능으로 대체되겠지만, 아직 고도의 전문적인 분야까지 대체되긴 힘들지.’
일단 운전 관련 업종이나 배달 업종은 거의 대체될 게 틀림없다.
‘운전은 자율주행 자동차로 대체되고, 배달은 드론으로 해결이 될 테니까······.’
그런 단순 반복적인 일은 당연히 인공지능으로 대체되는 게 당연했다. 피할 수 없는 숙명이었다.
하지만.
‘전문적인 기술을 요하는 분야는 다르지······.’
현재 각 병원에 인공지능 의사를 도입한 병원도 있고, 법무법인 회사에도 인공지능 변호사 등을 도입한 곳이 있었다.
하지만.
‘판단은 온전히 인간이 하는 거니까······.’
인공지능은 지금까지 컴퓨터가 해왔던 정보 분류를, 지금의 컴퓨터보다 더 인간이 원하는 방식으로 도와줄 뿐이다.
10년, 20년 넘게 그 분야만 전문적으로 공부한 전문가들의 사고판단을 인공지능이 완전히 대체하기란 아직 불가능했다.
‘그런 건 암묵지(暗默知:암묵적 지식)에서 나오는 거니깐.’
인간의 머릿속에는 인간조차 정확히 알지 못하는 미지의 판도라 상자가 있다.
그것은 인간이 인공지능 기술력으로 구현하기 어려운, 생물학적인 뇌과학 영역의 분야였다.
아직 인간은 뇌에 대한 메커니즘을 10%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구조학적인 부분은 많은 연구가 이루어졌지만, 구동적인 부분은 아직 걸음마 단계였다.
‘확정되지 않은 정보들만이 나돌 뿐이지.’
아무튼 결론적으로 나는 일반 대중들이 오해하는 것처럼 인간을 대체할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아니라, 인간을 보조할 인공지능을 만드는 게 목적이었다.
만약, 인간에게 피해를 주는 인공지능을 만들게 된다면 무조건 폐기할 작정이었다.
“어시스턴트라······. 어시스턴트······.”
최종한은 내가 만드려는 인공지능에 대한 이름을 중얼거리며 고심에 빠졌다.
“자네의 뜻이 대충 무엇인지는 잘 알겠네. 앞으로 마탑의 건승을 기원하겠네.”
“감사합니다, 각하.”
“그리고, 차후 내게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연락할 일이 있다면 언제든지 이쪽으로 전화를 주게.”
“네, 알겠습니다.”
최종환 대통령은 내게 개인 휴대폰 번호가 적힌 명함을 건네며 그렇게 말했다.
‘사적이든 공적이든······.’
나는 최종환의 그 말을 곱씹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럼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오늘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하하하. 오히려 내 쪽에서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현재 대한민국··· 아니, 전 세계에서 제일 바쁜 사람을 2시간 넘게 붙들고 있었으니 말이야.”
최종환은 정문 입구까지 나를 마중해주며, 오늘 시간을 내준 것에 대해 두 번 세 번 감사 인사를 보냈다.
“빨리 실프나 보러 가야겠다.”
나는 최종화 대통령과 헤어진 후, 곧바로 은신스킬과 함께 텔레포트를 사용하여 아리네 집으로 ‘날아’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