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68
168
79.정의구현(3)
퍽, 퍽, 퍼억!
“쿨럭!”
철푸덕!
나는 외딴 곳으로 강범훈을 유인해서, 오랜만에 샌드백을 두드리듯 녀석의 육신을 마구 두드렸다.
“허억···. 제바 살려줘···.”
“후······.”
나는 입에 머금은 담배 연기를 훅, 뱉어내며 피떡이 된 녀석을 내려다보았다.
“···.”
“으으···.”
녀석은 흙바닥에서 벌레처럼 몸을 꿈틀거리며 바닥에 침을 질질 흘렸다.
어젯밤 환영회에서 흘리던 침과는 다른, 피가래가 섞인 침이었다.
“어이, 선배님. 후배가 전신 마사지 좀 해줬다고 그렇게 엄살하기입니까?”
“으······.”
이번 일을 마왕들에게 시킬 수도 있었지만, 오늘만큼은 내가 직접 움직였다.
“흠······.”
나는 무릎을 굽히고 쪼그려 앉아, 개미굴을 들여다보듯 녀석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살려줘······.”
녀석은 갑자기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지자, 몸을 움찔거리며 눈물을 질질 짰다.
“아까 전에는 나에게 복수하겠다고 이를 바득바득 갈더니만, 결국 이꼬라지 나네······.”
“······.”
나는 천리안의 권능으로 녀석이 집에서 뭐를 하고 있었는지 빠짐없이 확인하고 있었다.
‘조폭을 동원하니 뭐니··· 진짜 웃기지도 않은 놈이었지.’
재벌 2~3세들은 왜들 이렇게 생각이 똑같은지 모르겠다.
‘유진광도 뭐 처음엔 이랬으니까···.’
하지만 이놈은 왠지 유진광보다 더 쓰레기 놈 같았다.
‘갱생이 힘들 거 같아······.’
박태진도 처음엔 그렇긴 했지만, 아무튼 이놈까지 갱생시키고 싶은 마음은 없었다.
“네가 한 가지 실수한 게 있는데 말이야···.”
“······?”
“나는 나를 건드는 놈들에겐 자비란 게 없는 사람이야. 지금까지 나를 건들면 보복으로 녀석들이 가진 모든 것을 빼앗았거든.”
“······!”
여태껏 나에게 털린 녀석들만 벌써 한두 명이 아니었다. 최소 5명 이상은 넘는다.
‘금은방 사장, 백석파, 박태진, 치타대부, 대동그룹, 안비제약······’
나는 머릿속을 스쳐 지나가는 인연들을 떠올리며, 다시 입을 열었다.
“한데, 나는 내 주변 사람을 건드는 걸 제일 싫어하거든.”
“······?”
“차수연. 걔 나랑 같은 과 동기야.”
“···다신 건들지 않겠습니다.”
“이미 늦었어.”
콰직!
“끄아아악ㅡ!”
나는 용서를 구하는 녀석의 주둥아리를 거침없이 짓밟았다.
“너 같은 쓰레기를 갱생하는 것도 이젠 지쳤다고.”
“커허헉ㅡ!”
내가 밟고 있는 녀석의 주둥아리 사이로 부서진 강냉이들이 침과 함께 섞여 나왔다.
“이번에야 말로 제대로 된 죗값을 치르자. 피해자들에게 적합한 사과와 보상도 하고.”
“흐으······.”
나는 곧바로 전화기를 들어 내 담당 변호사인 최진우에게 전화를 걸었다.
-어, 형님. 오랜만에 웬일이세요?
“웬일은. 일이 있으니까 전화하지.”
-에이, 그래도 어떻게 사적으로 한번을 연락 안 합니까? 섭섭합니다. 형님.
“그래, 언제 한번 마탑 식구들끼리 다 같이 한번 모이자.”
그러고 보니, 최진우의 얼굴을 본지도 벌써 반년이 넘은 거 같다. 그동안 너무 사업과 북한 일에 매진하느라 주변 사람들을 챙길 여유가 없었다.
-근데 무슨 일로 전화하신 겁니까?
“응. 거 왜 있잖아. 내가 맨날 하는 거.”
-이번에도 또 누구 하나 조지고, 그룹을 빼앗는 겁니까?
“아니, 이번엔 그룹까진 아니고 재벌 3세 망나니 하나만 조져달라고.”
-망나니요?
나는 최진우에게 그간의 사정과, 녀석이 지금까지 저지른 만행들일 세세하게 빠짐없이 알려주었다.
-형님. 이번에도 벌레 같은 거 심어서 걔를 조종할 거죠? 사람들 앞에서 죄를 다 실토하도록.
“응. 그래야지. 안 그럼 통제하기가 귀찮잖아.”
최진우 또한 나와 가까운 지인이었기 때문에, 내가 대마법사라는 걸 알려준 상태였다.
-그럼 일이 쉽겠네요. 제가 녀석 데리고 취조 한번 한 다음, 자료 정리해서 바로 기자회견 열게요.
“오케이. 너만 믿는다.”
-예, 형님.
뚝.
“김 기사.”
“네, 실장님.”
나는 강범훈의 뇌에 벌레 한 마리를 심어준 후, 미리 매수한 김 기사를 불렀다.
“이 녀석 데리고 제가 일러준 곳으로 데려가세요. 그럼 그쪽에서 알아서 처리해 줄 겁니다.”
“알겠습니다.”
나는 최진우 변호사 사무실이 있는 곳으로 주소를 알려주곤, 이번 일에서 손을 털었다.
‘나머진 진우가 다 알아서 하겠지.’
어차피 최진우의 뒤는 마탑이 돌봐주고 있었기 때문에, 아무리 알파케로스가 끝발 날리는 중소기업이라 해도 별 소용이 없을 것이다.
‘게다가 이번엔 자수까지 하는 거니까.’
저번엔 그냥 죄송하다고만 하고, 자수는 안 했다. 그저 빙빙 말을 돌려가며 ‘잘 모르겠다’ ‘생각이 잘 안 난다’라고 하며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기소유예로 풀려났다.
‘하지만 이번엔 그렇게 안 될 거다.’
나는 강범훈이 지금까지 저지른 모든 만행들을 기자 회견장에서 낱낱이 자수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녀석에게 성폭행 당해 인생 망친 여자들과, 피해받은 사람들을 위해서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 녀석은 처벌을 받고 피해자들에게 보상을 해야 한다.’
나는 이번에 단단히 결심하고 정의구현의 판을 짰다. 이번에 알파케로스가 섣불리 나서서 아들을 빼돌리려고 한 정황까지 포착한 이상, 이 판을 주도하는 패는 내가 쥐고 있는 셈이었다.
“후, 시발. 학교도 가야 하는데 이 새끼 때문에 지각하겠네.”
나는 시간을 확인한 후, 다시 가방을 들쳐메고 한국대학교로 순간이동했다.
*
강범훈은 김기사를 따라 최진우 변호사실에 도착했고, 그의 취조를 받았다.
-당신이 말한 사실이 모두 사실입니까?
-예. 모두 사실입니다.
강범훈은 26년 넘게 살아온 자신의 더러운 인생을 하나도 빠짐없이 최진우에게 설토했다.
그리고, 지금 이 기자회견 자리에 섰다.
찰칵찰칵, 찰칵찰칵!
“여러분 안녕하세요. 한국대학교 4학년에 재학중인 강범훈이라고 합니다.”
강범훈이 기자들에게 90도로 허리를 접으며 인사를 하자마자.
“강범훈씨. 어젯밤 신입생 환영식 때 새로 들어온 같은 과 여학생에게 성폭행한 게 사실입니까?”
기자들은 마련된 좌석에서 벌떡 일어나, 마이크를 들곤 곧바로 민감한 질문들을 시작했다.
“네, 모두 사실입니다. 제가 다 그랬습니다.”
강범훈은 자신의 범행 사실을 전혀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얘기했다.
“새로 들어온 신입생들 중에 차수연이란 얘가 예쁘다고 해서 제가 해볼려고 했습니다.”
“······.”
필터링을 전혀 거치지 않고 ‘해볼려고 했다’고 솔직히 시인하는 말에, 질문을 하려던 기자들은 순간 얼어붙었다.
“마약까지하고 쾌락을 극대화하려고 했었죠?”
결국 선배 기자들이 먼저 빠르게 멘탈을 되찾고, 가십성 질문을 마구 던졌다.
“예, 맞습니다. 그리고 차수연에겐 미약 먹이려고 했습니다.”
미약!
“······.”
미약이란 충격적인 말에 기자들은 다시 한번 멘붕을 했다. 아무리 재벌 3세들이 막장이라고 하지만, 이건 너무 기형적이지 않은가?
‘사람을 동물로 보지 않는 이상 어떻게 이럴 수가······.’
마치 동물들끼리 짝짓기를 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싸우는 것처럼.
기자들이 보기에 강범훈 또한 그런 짝짓기에 미쳐 있는 야생동물처럼 느껴졌다.
“이전에 기내 난동사건 땐 어떻게 기소유예로 풀려난 거죠? ‘항항공기운항 폭행죄’ 항목에 연류된 거로 알고 있었는데요.”
기자들은 강범훈이 자신의 죄를 빙빙 돌려 말하지 않고, 빠르게 시인하자 곧바로 이전 죄목들도 질문하기 시작했다.
“네, 그건 저희 아버지가 판사들과 검사들에게 뒷돈을 건네서 ‘음주성 심신미약’으로 기소유예를 받고 풀려날 수 있었습니다.”
“···그게 정말 사실입니까?”
“네. 사실입니다. 그때 제 판정을 맡으셨던 박형달 판사님과 김형곤 검사님을 조사해보시면 바로 나오실 겁니다.”
“헉······.”
기자들은 비리에 연류된 판검사의 이름까지 튀어나오자 놀라서 입을 쩍 벌렸다.
‘이놈 설마 지금도 마약에 취해 있는 상태 아닌가?’
대답하는 건 멀쩡해 보였는데, 그 내용은 전혀 멀쩡하지가 않았다.
‘자신의 죄를 발뺌해도 모자랄 판국에 비리에 연관된 인사들까지 물귀신 작전으로 죄다 끌고 가다니···!’
드르륵, 드르륵!
기자들이 걱정하는 것처럼, 강범훈의 스마트폰에선 미친듯이 진동이 울리고 있었다.
스윽.
강범훈은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발신자 이름을 확인하고 전화를 받았다.
-야이, 새끼야 너 지금 뭐하는 짓이야?
강범훈의 아버지인 강태완이었다.
“지금 기자회견 중입니다.”
-너 지금 당장 집으로 튀어오지 못해?
“지금 인터뷰 중입니다. 끝나고 돌아가겠습니다. 얼마 안 남았습니다.”
강범훈은 마치 아무 잃을 것 없는 사람처럼, 여상하게 아버지에게 대답한 후 통화를 끝냈다.
“이거 실례했습니다. 아버지에게 잠시 전화가 와서.”
그런 후, 곧바로 다시 입을 열었다.
“더 질문하실 거 없으십니까?”
*
-한국대학교 신입생 성폭행 가해자 강범훈. 알고 보니 상남자?
-자신이 저지른 죄목을 기자회견장에서 모두 말해···. 자신의 비리를 도와준 판검사들까지 모두 시인해 물귀신 작전 펼쳐······.
-강범훈의 아버지 강태완. 강범훈의 죄를 덮기 위해 판검사 매수, 언론엔 다른 연예인 찌라시를 터뜨려주는 대가로 수억 원의 뇌물 건네······. 흉대차 협력업체들, 이대로 괜찮은가?
-흉대차 금색노조, ‘알파케로스 사태 좌시하지 않겠다.’ 대규모 파업 예고.
-알파케로스 노동자들, ‘그동안 사장 x끼가 계속 월급 미루고 야근수당도 안 줘··· 이참에 아예 오너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고 전해 파문···.
이준혁이 깔아 놓은 판에 점점 숟가락을 얹는 세력들이 늘어났다.
게다가, 알파케로스는 그동안 흉대차 귀족노조들과 파워게임을 하고 있던 1차 하청업체였다.
때문에 약점이 드러나자마자 물어뜯으려고 달려드는 적들이 많았다.
“제기랄, 젠장, 씨발!”
알파케로스 사장 강태완은 자신의 사무실에서 머리를 쥐어뜯으며 오열했다.
‘왜 그 새끼는 해외로 안 튀고, 내 속을 이렇게나 뒤집어놓는 걸까······.’
연예인 만큼이나 이미지가 중요한 게 바로 기업이었다. 기업은 언제나 깨끗한 길만 걸을 수 없었다.
세금을 탈세하기 위해 장부도 조작해야 했으며, 직원들에게 돌아갈 돈을 법인으로, 거기서 다시 오너의 주머니로 빼돌리기 위해 갖은 악랄한 짓을 해야 했다.
또한, 기업이 안전하고 편하게 생존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경쟁업체들의 기술을 빼돌리고 죽이는 것은 여사였다.
그렇게 살아왔기 때문에, 기업은 이미지가 망가져서는 안 됐다. 그러면, 그동안 감춰왔던 치부를 모조리 공격당하게 되는 것이다.
“으아악, 씨발!”
게다가, 가장 치명적인 적은 언제나 내부에 있었다.
-아버지는 탈세를 하기 위해, 저를 이용해 해외의 많은 지사들에 회사 명의를 조작하게 했고, 국내에도 갖은 탈세를 위한 편법을···.
방 안에 틀어 놓은 TV에선, 달관한 표정의 아들이 지금껏 자신들이 해왔던 온갖 비리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낱낱이 자백하고 있었다.
“야이 개 같은 새끼야!”
퍼억, 쨍그랑!
화가 난 강태완이 티비 화면에 리모컨을 집어 던졌다. 그러자 티비는 화면이 산산조각 난 채 뒤로 넘어갔다.
“후, 후······.”
후다다닥, 우당탕탕!
‘일단 도망치자.’
강태완은 지금 이 순간 아무런 생각도 할 수가 없었다.
오직 그의 본능은 ‘무조건 도망쳐야 한다’는 신호만 보내고 있었다.
삐용, 삐용, 삐용!
한데, 강태완이 화를 추스르고 짐을 싸서 어떻게든 해외로 잠적하려던 그때.
“강태완 씨! 경찰입니다.”
강태완의 집 대문으로 경찰들의 문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