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69
169
80.인공지능
“후······.”
나는 나들문을 지나칠 필요 없이, 곧바로 오늘 강의가 있는 공학관으로 순간이동했다.
‘오랜만에 책 가방을 매려니 참으로 느낌이 이상하네.’
백팩을 등에 메고 있는 내 모습이 그렇게나 어색할 수가 없었다.
‘다른 학생들은 백에다 이것저것 많이 싸 들고 다니던데······.’
나는 오늘 제출할 레포트와 전공 서적 정도만 들고 왔다.
원래 수업도 그냥 안 들으려고 했다.
하지만, 예의상 그건 아닌 거 같아서 수업 끝나고 레포트를 제출할 생각이었다.
웅성웅성웅성.
한데, 내가 공학관으로 걸어갈 때, 주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났다.
“쟤, 이번에 들어온 나이 많은 신입생 아니야? 34살이라던데?”
“응. 어제 신입생 환영회에서 ‘마약개’ 때려 눕힌 얘잖아.”
어제 일 때문인지, 나를 알아보는 학생들이 꽤 많았다.
나는 그들의 대화를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며, 오늘 수업이 있는 강의실로 들어갔다.
“어, 오빠!”
“그래, 지수야.”
지수는 어제 내 연락을 받고, 경호원들의 24시간 밀착 보호를 받고 있었다.
“오빠, 고마워요.”
“뭘.”
내가 옆자리에 앉자, 지수가 고개를 꾸벅 숙이더니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당연히 내가 해 줘야 할 일이지.’
지수가 어제 나를 도와주느라 위험에 처했는데, 그걸 나몰라라 하는 건 사람의 도리가 아니었다.
“어, 오빠······.”
내가 강의실에 들어선 후, 많은 학생들의 시선이 꽂혔다.
개중엔 먼저 용기를 내서 가까이 다가온 학생도 있었다.
“어제 잘 들어갔어?”
“네, 오빠. 어젠 정말 고마웠어요······.”
“뭘 그 정도 가지고.”
내게 감사의 인사를 건넨 사람은 차수연이었다. 어제 강범훈에게 직접적으로 피해를 받은 학생이었다.
‘굳이 얘 때문이 아니더라도, 언젠가 한번은 손봐주려고 했었지···.’
그때 기내에서 너무 약하게 제압해서 그런가, 놈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에 제대로 응징을 했고, 결과론적으로 잘 마무리가 된 거 같았다.
“오빠, 오빠! 오늘 그 영상 봤어요?”
“무슨 영상?”
나는 지수가 무슨 영상을 말하는지 알고 있었지만, 모른 척 그렇게 물었다.
“이거 봐요. 오늘 아침에 마약개네 아빠가 경찰에 붙잡혀 갔어요.”
“마약개?”
아까 전에 학생들이 수군거릴 때 들었던 단어를 여기서 또 듣게 되다니?
“마약개가 설마 강범훈 말하는 거니?”
“네, 오빠.”
지수는 결연하게 고개를 끄덕거리면서, ‘마약개’가 무슨 뜻인지 찬찬히 설명해줬다.
“걔가 이상한 짓을 벌일 땐 꼭 마약에 중독된 상태더라고요. 한두 번 마약한 게 아니었어요. 게다가, 꼭 발정난 개처럼 여자들한테 여기저기 추근되니까 ‘개’ 소리를 들어도 싸죠.”
“하하하, 그렇긴 하네.”
풀이해준 설명을 들어보니, 정말 녀석에게 딱 들어맞는 별명이었다.
“아무튼, 이 영상 좀 보세요.”
지수가 틀어준 영상은 나도 처음 보는 영상이었다. 강범훈에 대한 영상은 봤어도, 그 아비인 강태완에 대한 영상이라니?
-이거 놔, 이 개새끼야!
-노라고 씨발! 내가 누군지 알아? 나 강태완이야. 너네 경찰 서장 누구야? 너네 이러고도 무사할 거 같애? 옷 벗고 싶어?
“크크크······.”
아직도 자기가 뭐라도 된 것마냥 경찰들을 윽박지르는 걸 보니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린 거 같았다.
‘참으로 기가 막히는군···.’
생각해 보면, 그 녀석이 다른 사람들보다 잘 생긴 것도 아니고 신체적 스펙이 우월한 것도 아니다.
그저 남들보다 돈을 많이 가지고 있을 뿐.
결국 돈이라는 매개체가 사라져버리면, 그 녀석도 결국 보잘 것 없는 노인네1이었다.
‘자기 무덤을 자기가 파다니······.’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카메라 앞에서 그동안 열심히 포장해왔던 자신의 이미지를 스스로 짓뭉개고 있었다.
지수는 영상이 끝나자마자, 영상에 달린 댓글들도 펼쳐서 나에게 보여줬다.
-씨발 진짜 가지가지 하네 ㅉㅉㅉ. 추하다 추해.
-돈이면 다 되는 줄 아나 보네. 어디 한번 두고 보자. 이번에도 기소유예 떨어질지.
-장부 조작하고 불성실 탈세만 해도 추징금 왕창 떨어질 거 같은데··· 아 벌써 비자금은 마늘밭에 숨겨놨나? 새끼덜 이런 데선 또 준비성 철저하지.
-요샌 마늘밭 유행 지났고, 스위스 비밀 은행이 대세임. 아니면 해외 자금 도피처에다 꽁꽁 숨겨 놓거나.
사람들의 댓글을 보다가, 나는 다시 막막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고 보니, 돈을 죄다 해외에다 숨겨 놓고 빵에 2-3년 살다 오면 땡 아닌가······?’
기소유예만 아니면 된다고 생각했었는데, 결국 이놈들에겐 차선책도 있었다.
‘빼돌려놓은 자금으로 회사 부도 후에 떵떵거리면서 오히려 행복한 노후 라이프를 즐길 수 있겠군.’
그런 재벌들이 지금까지 없었던 것도 아니었다.
imf 때도 장부 조작으로 수조 원대의 비자금을 챙겨서 해외로 나른 후, 지금까지도 떵떵거리며 잘살고 있는 재벌들이 한둘이 아니었다.
‘어차피 나라가 망하든 말든, 서민들이 죽어 나가든 말든 그 녀석들에겐 알 바 아니니까······.’
극한의 이기주의.
사실 재벌들이 번 돈은 자기 돈이 아니다.
국민들이 빌려준 것이다. 사회를 위해 옳은 방향으로 쓰라고, 인플레를 감수하고 빌려주고 있는 건데 재벌들은 그것을 오히려 다르게 생각했다.
‘온전히 자신의 능력으로 벌었다고 생각하고, 법인 돈도 전부 자기 돈이라 생각하지···.’
그 밑에서 갈려 나간 직원들의 노고나, 아니면 소비자들이 자신들의 물건을 선택해준 고마움 따윈 없었다.
‘사회가 올바르게 돌아가려면, 그러한 사람들 하나하나의 노력이 모여서 결실이 맺어지는 것이련만······.’
재벌들은 자기 스스로를 너무 큰 사람으로 착각해서, 돈이 많으면 무슨 대단한 위인이라도 된 것마냥 으스대고, 돈 없는 사람들을 깔보고 무시했다.
그들은 일부러 그런 게 아닐 수도 있지만, 은연중에 자기도 모르게 가난한 사람들을 차별하고 무시했다.
‘아무튼 나라 꼬라지 잘 돌아간다.’
이번 사건으로 알파케로스는 물론이고, 죄가 중하다는 것을 알고도 기소유예를 때린 판·검사들도 전부 모가지가 날아갈 것이다.
‘빨리 강인공지능을 등장시켜서 판사들도 전부 대체해야 하나······.’
많은 사람들이 의외로 전문 직종인 의사·판검사 쪽에 인공지능 도입을 절실히 원하고 있었다.
‘한순간의 판단 미스가 환자나, 피해자들에게 막대한 피해로 돌아가게 되니까, 더 그럴 수밖에 없지······.’
일반 사람들보다, 전문 분야에 대해 더 많이 공부한 전문 직종인들도 결국 사람이다.
컴퓨터가 아닌 이상, 개개인별로 모든 사람마다 판단의 차이가 있었다.
컴퓨터도 성능별·소프트웨어별로 다양한 차이가 있지만, 인간처럼 개별로 모두가 다르지 않다.
‘컴퓨터는 대부분 규격이 정해져 있으니까.’
하드웨어 같은 건 성능별로 쉽게 구분이 가능했고, 소프트웨어는 최적화가 잘 된 일부 제품이 시장의 98%를 독점하고 있다.
그러니, 우수한 제품이 70억 인구에게 독점적으로 제공되고 있었다.
같은 제품인데 편차가 있을 리가 없다.
그러니, 사람보다 변수도 적다.
‘사람들도 스펙 별로 규격을 나누어 놓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불분명하지.’
대개 스펙이 좋은 사람이 일을 더 잘 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었다.
확률상 높다고 해도, 생물학적으로 같은 그룹 내에서도 모든 사람이 편차가 있다. 그러니, 컴퓨터에 비하면 사람의 스펙은 개개별로 천차만별로 다 다르다.
‘게다가 돈이라는 요소도 개입하고 말이지.······.’
대분의 판·검사들이 비리에 연류되어 있었다.
뇌물의 유혹을 떠나서 조직의 방향에 의해 자신도 모르게 비리에 가담하게 되고, 결국 나중엔 스스로 이득을 챙겨 나간다.
안 챙기면 자기만 바보 되고, 아무런 이득이 없는데 누가 계속 참고만 있는단 말인가?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지.’
인공지능이 도입되면, 비리나 이런 게 끼어들 소지가 대폭 줄어든다. 완벽히 100%라고 말하긴 어렵지만, 정말 공권력이 개입이 없고 시스템상으로만 판정을 한다면 99.9%로 올바른 판단을 내릴 수 있다.
‘물론 사람들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미지수이지만.’
결국 그때부터 인공지능이 사람을 판단하게 되는 것이다.
사람의 질병을 판단하고, 사람의 죄를 판단하고······.
‘결국 나중엔 대통령도 인공지능 대통령이 나올 수도 있는 것이고···.’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고?
되돌아보면, 자기가 봐왔던 대통령들 중에 실망스럽지 않은 대통령이 있었던가?
아마 없었을 것이다.
‘대선에서 뽑기 전과, 뽑힌 후는 많이 다르니까······.’
대선을 치를 때만 해도, 정말 엄청난 비전과 대한민국을 바꿀 혁신적인 사람처럼 보여도 결국 당선되면 다 똑같았다.
별 융통성도 없이 자기 고집대로 이상한 정책을 밀어붙이거나, 아니면 너무 정치 성향이 한쪽으로 치우쳐서 좌·우의 분열을 야기하거나.
‘뽑아 놓고 보면 다들 시원찮지···.’
국회의원은 뭐 더 말할 것도 없고,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도 한국뿐만 아니라, 전 세계 사람들이 뽑아 놓고 다들 실망을 한다.
이건, 지금 인류가 모두 겪고 있는 고질적인 난제였다.
‘그걸 만약 인공지능이 해결할 날이 오게 된다면······?’
정말 아무런 주관 없이, 정말 객관적이고 사실 판단만 하는 인공지능이 대통령을 하고, 국회의원을 한다면?
‘사람은 그 이후엔 어떻게 되는 걸까······?’
극도의 효율을 추구하기 위해 정치도 경제도 법률도 인공지능에 맡겨버린다면, 그 이후에 인간의 존재는 과연 어떻게 되는 걸까?
‘인간이 앞으로도 지구에서 주도적인 위치를 계속 유지할 수 있을까···?’
인간 이후에 어떤 종(種)이 지구를 지배할지 많은 이들이 궁금해했다.
‘과거엔 공룡이었고, 지금은 인류, 그 다음엔······.’
아마 확신할 수 있는 건,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난 그 무언가가 지구를 지배할 게 분명했다.
드르륵.
그렇게 심오한 생각에 빠져든 그때.
“안녕하세요, 여러분. 좋은 아침!”
“안녕하세요. 교수님”
인공지능공학 교수인 유하은 교수가 들어왔다.
“저번에 개론 수업하고, 이번이 처음이죠?”
“네.”
유하은 교수는 하늘하늘한 흰색 원피스에, 갈색으로 웨이브를 넣은 머리 스타일을 하고 출근했다.
“그럼 오늘부터는 본격적으로 ‘인공지능’에 대해 수업해보도록 할게요.”
“······.”
꿀꺽.
유하은 교수의 말에 학생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개론 수업 때부터 다가올 미래에 대한 ‘팩트폭행’으로 시작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엘리트만 모아 놓은 이곳에서, 1년 걸릴 공부를 0.12초 만에 해낸다고 했으니, 학생들이 무서워할 만도 하지.’
어쩌면, 그때 학생들을 공포로 몰아간 것은 유하은 교수뿐만이 아니었다.
나도 한몫했을지도 몰랐다.
“저번에 인공지능에 대해 설명해줬으니 대략 인공지능이 뭔지는 다들 알죠?”
“네!”
“그럼 인공지능이란 대체 뭘까요?”
“······!”
하지만, 유하은 교수의 공격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