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73
173
81.프레젠테이션(2)
“마쨩! 오랜만이야!”
“하와와와ㅡ!”
유진광은 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여고생을 향해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
그러자.
“유진광, 충성충성!”
갈색머리에 이등신의 귀여운 소녀가 유진광을 향해 오른손을 들어 경례를 올려붙였다.
“하하하······.”
“귀여워.”
사람들은 이모티콘처럼 생긴, 마탑의 마스코트 ‘마쨩’을 보고 환호했다.
“호에에에···.”
마쨩은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관중들을 보며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유진광은 그런 마쨩을 향해 입을 열었다.
“마쨩, 오늘 내가 마탑 전자 계열사를 출범시키는 날이야!”
“와아, 유진광 출세했네. 프레젠테이션도 하고.”
“하하하······.”
유진광은 스크린 영상에 뜬 인공지능과 사람처럼 자연스럽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철컹철컹철컹.
그러는 동안, 강당 곳곳에 불빛이 켜졌다.
펄럭!
그리고 베일에 싸여 있던 마탑 전자의 제품들이 하나둘씩 공개되기 시작했다.
일체형 홀로그램 컴퓨터와 노트북.
인공지능 청소기와 세탁기.
건조기·에어컨·가스렌지·TV·스마트폰 등등······.
마탑 전자에서 만든, 무수히 많은 혁신 제품들이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말도 안 돼······. 홀로그램 디스플레이가 진짜였어?”
“마···마쨩. 갖고 싶어 마쨩······!”
“인공지능 청소기에도 그럼 마쨩이 탑재되는 건가?”
사람들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유진광의 프레젠테이션을 감상했다.
늘 출범할 때마다 화제를 일으켰던 마탑 계열사들.
한데, 이번엔 화제를 일으키는 정도를 넘었다. 이젠 세상을 바꿀 태풍을 몰고 오고 있었다.
“마쨩! 튀어나온 김에, 새로 나온 우리 전자제품들도 좀 소개해줘.”
“아이, 귀찮아.”
마쨩은 볼을 빵빵 부풀리며 그렇게 툴툴거렸다.
하지만, 곧 활발한 리액션과 함께 열심히 제품 소개를 시작했다.
마치, 진짜 생기발랄한 여고생이 유진광과 대화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여러분 이 냉장고는 말이죠······.”
마쨩은 그동안 출시되기 전부터, 수없이 많은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을 해왔다.
그것을 통해 학습한, 제품 소개 매뉴얼을 재치 있게 소개해나갔다.
“흐흐흐······.”
유진광은 대형 스크린을 주시하며 만족스러운 웃음을 머금었다.
마쨩은 대형 스크린을 종횡무진하며, 영상 속에 들어가기도 하면서 제품 설명에 열을 올렸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인공지능이다, 짜식들아.’
유지광은 속으로, 시중에 나온.
말도 잘 안 통하는 조잡한 인공지능들을 통쾌하게 비웃었다.
뻑스비, 순시리, 알렉스······.
모두가 정해진 알고리즘 내에서, 유아 수준의 대답이나 내놓는 허접한 인공지능들.
그와는 다르게, 마탑의 마쨩은 진짜 감정을 가진 사람처럼 유진광과 거침없이 대화를 했다.
지능도 상당히 높았고, 받아치는 센스도 장난이 아니었다.
“마쨩! 제품 소개 끝났어?”
“응!”
“그럼 내가 너를 이리로 좀 소환할게?”
“그게 무슨··· 으아아아······!”
갑자기 대형 스크린 속 마쨩의 모습이 사라진 후.
띠용!
유진광이 쥐고 있던 스마트폰에서 홀로그램 영상이 떠오르더니.
“호에에엥ㅡ!”
마쨩의 모습이 다시 나타났다.
“자, 이거 보십시오. 앞으로 마탑의 스마트폰 하나만 있으면 이렇게 큰 화면으로 인공지능과 대화할 수 있습니다.”
유진광은 자랑스러운 얼굴로 씨익 웃으며, 사람들을 돌아보았다.
사람들은 유진광의 손에 쥐어진 스마트폰과, 거기서 영사된 허공의 홀로그램에 입을 쩌억 벌렸다.
“진짜 영화 속 일이 현실에서 구현된 거 같아······.”
“저거 주작 아닐까? 진짜 실사용 가능한 건가?”
사람들의 얼굴엔 반신반의하는 표정이 떠올라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아무리 마탑이 대단하다고 해도, 고작 출범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은 그룹이 이런 일을 해내다니?
정말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우리 마탑에게 불가능이란 없다.’
유진광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관객석에서 올라오는 사람들의 선망 어린 시선을 느꼈다.
‘이제 마탑 전자로 전 세계 전자 시장을 통폐합한다.’
구블, 야마존, 맥플, 페북 등등······.
수십 년 넘게 IT업계의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해왔던 대규모 플랫폼들.
나중엔 기업을 넘어, 국가 단위까지 발전 가능성이 거론되는 전 세계 슈퍼 괴물 기업들.
유진광은 그런 기업들을 떠올리며, 가슴 속에서 알 수 없는 욕구를 느꼈다.
‘모두 짓밟아주겠어······.’
이제 진성그룹 따윈 눈에 차지도 않았다.
유진광은 좀 더 멀리, 좀 더 넓게 세상을 바라다봤다. 그게 바로 이준혁이 보는 세상이었다.
“유진광! 나를 불렀으면 말을 해야지. 내가 계속 뻘줌하게 서 있잖아!”
“아하하, 이거 미안.”
마쨩은 귀엽게 볼을 빵빵하게 부풀리더니 삐진 표정을 한 채,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마쨩, 화 풀어.”
“됐어.”
유진광과 마쨩이 대화하는 것을 보고 관객석에서 다시 폭소가 터졌다.
마치 개글콘서트 현장을 보고 있는 듯한 유쾌한 프레젠테이션.
“마쨩 사실 네게 부탁할 게 있어.”
“응? 무슨 부탁인데?”
유진광의 말에 삐져 있던 마쨩이 다시 고개를 돌렸다.
“내가 요새 돈이 없어. 그래서 전기세를 아껴야 돼.”
“에에에에? 우소(うそ:거짓말)~!”
“진짜야, 마쨩. 이걸 보라구.”
그러면서 유진광은 속이 텅텅 빈 주머니를 뒤집어 보였다.
“나 요새 힘들어.”
“저런······.”
약간 멍한 표정으로 유진광을 올려다보던 마쨩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 내가 진광이를 위해 전기세를 아끼도록 해볼게.”
위이이잉ㅡ!
그와 동시에 주변에 있던 에어컨과 온풍기가 절전에 들어갔고, 컴퓨터나 노트북 또한 마찬가지였다.
“안 쓰는 전자제품은 앞으로 절전이야.”
“나 추운데?”
“추워도 참아!”
“으아아앙ㅡ! 나 춥다고 마쨩!”
그러면서 유진광이 울상을 지으며 발을 동동 굴리기 시작했다.
“어머, 얘가 미쳤나 봐.”
마쨩은 깜짝 놀라며, 홀로그램 안에서 몸을 뒤로 물렸다.
“푸하하하ㅡ!”
“존나 웃기네.”
사람들은 마치 프레젠테이션을 보는 게 아니라, 개그 콩트를 보는 느낌으로 시연회를 감상했다.
*
-마탑 전자 공식 출범!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혁명의 바람!
-마탑 그룹, 쥬얼리·제약을 넘어 이제는 전자·IT업계까지 점령?
-마탑 전자에서 출시한 인공지능 ‘마쨩’ 사실상 ‘강인공지능’
-사람처럼 똑같이 대화하고, 자연스럽게 농담을 주고받는 인공지능의 탄생!
유진광의 프레젠테이션이 있은 후, 세상은 말 그대로 난리가 났다.
대격변이 일어났다.
-마탑에서 출시한 홀로그램 폰 실화임?
ㄴ실화. 제품 이름은 미스릴 노트S라고 함. 프리미엄 스마트 폰인 거 같음.
-마쨩 진짜 갖고 싶더라. 너무 귀엽. 마쨩만 있으면 나 평생 결혼 안 해도 될 듯.
ㄴㅇㅈ. 마쨩 얼마면 살 수 있지? 나도 하나 갖고 싶다.
ㄴ맥플의 순시리나 사라. 두 번 사라.
ㄴㄲㅈ.
네티즌들 또한 마탑전자의 기사에 수천, 수만 개의 댓글을 달며 엄청난 호응을 보냈다.
마탑전자는 유진광의 프레젠테이션 이후, 본격적으로 마탑 전자 제품들을 시중에 공개했다.
대규모 프로모션을 통해 예약주문을 받았고, 이미 수천만 건의 예약이 줄을 이었다.
제품 한개당 수십만 원에서 수백만 원을 호가하는 걸 생각하면 예약판매로만 이미 수십조 원 단위의 매출을 올려버린 셈이었다.
*
“흠···.”
나는 휴강일에 맞춰 오랜만에 회사에 출근했다.
촤르륵!
그리고, 이지연이 갖다 준 경제신문을 읽으며 오랜만에 여유 있는 티타임을 가졌다.
“마탑 전자로 또 한번 홈런을 터뜨리겠네······.”
그동안 쥬얼리·제약 부문에서도 계속 매출 성장세가 있었다.
그리고, 동종업계와 돌팔이 의사들을 싸그리 몰살시켰다. 마탑 제약에서 출시한 영양제가 워낙 효과가 좋아서 일어난 나비효과였다.
‘이번엔 과연 어떨지······.’
벌써 프레젠테이션 이전부터 유진광에게 찾아와 애걸복걸하던 IT기업 회장들.
개중에선 국내 재벌 1위인 진성그룹 회장도 있었고, 전자부문 한국 2위인 헬디전자 사장도 있었다.
유진광은 헬디 사장이 자신과 급이 안 맞는다고 만나주지도 않았다.
그 후, 구블이나 야마존, 맥플에서도 사람이 몇 번 왔다 갔으나 모두 문전박대 당했다.
-너네 회장보고 직접 찾아오라고 해.
유진광은 그렇게 말하며, 찾아온 IT기업 사장들을 모조리 쫓아냈다.
“흐흐흐······.”
나는 그런 유진광을 뒤에서 지켜보며 흐뭇한 마음이 들었다.
‘이게 바로 대리만족이라는 건가?’
자신이 하지 못 하는 일을, 누군가가 시원하게 해주는 느낌. 그래서 직접 하지 않아도 같이 만족을 느끼는 기분.
나는 유진광과 박태진 등을 통해서 그러한 고양감을 만끽하고 있었다.
‘아무튼 마탑 전자의 제품들이 출시되면 후폭풍이 장난이 아닐 텐데······.’
이번엔 불필요한 고위층들만 쓸려나가는 게 아니라, 밑에 있는 서민들도 피해를 봤다.
‘하청업체들은 물론, 그곳에서 일하는 노동자들까지 피해를 보겠지.’
그래서 나는 유진광을 통해, 망해서 공장을 넘기는 회사들을 적극적으로 매입하게 했다.
‘물론 제값은 못 쳐주지만······.’
어차피 마탑 전자와 업종이 겹치는 회사들은 전부 망하게 되어 있다.
그것이, 빠르냐 늦느냐의 차이지 망하는 건 확실했다.
‘그것도 올해 내에······.’
이미 우리들은 완제품까지 모두 양산한 후에, 프레젠테이션을 했다.
때문에 당장 공급이 달릴 일은 없었다.
게다가, 다른 전자제품들과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클래스 차이가 있었다.
그걸 소비자들이 더 잘 알기 때문에, 곧 70억 인구수 전체가 마탑 전자의 예비 고객이나 마찬가지였다.
‘우리가 조급해 할 필요는 전혀 없지.’
나는 그들에게 마지막 선택지를 줬다.
공장을 헐값에라도 싸게 넘기던지, 아니면 도산하던지.
둘 중 하나를 선택하라고.
‘우리도 무한정 퍼줄 수는 없으니까······.’
이미 회사 유보금이 15조 이상 쌓여 있고, 내 개인 자산만 해도 20조가 넘었다.
주식 가치를 뺀, 순수 현금만 말한 것이다.
회사 가치까지 더하면 내 개인 자산은 수천조가 넘는다. 그것은 앞으로도 계속 불어날 것이고.
‘앞으로 노동자들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결국 내 손에 달린 건가······.’
언젠가는 등장할 ‘강인공지능’을 좀 더 앞당겨서 출시했다.
‘아직 우리가 파는 전자제품에만 그것을 적용시켰지만, 나중엔 과연 어떻게 할지 고민이네······.’
사람들은 우리 미스릴 노트S에 내장된 ‘마쨩’을 통해 다양한 방식으로 써먹을 수 있었다.
가령, 마쨩에게 책을 읽어줄 수도 있었고, 다양한 정보를 주입시켜서 마쨩에게 ‘인공지능 강화학습’을 시킬 수도 있었다.
그것은 온전히 개개인의 자유에 달린 것이다.
‘아무튼, 나는 또 다른 미래를 준비해야겠지.’
현재는 전자인간이 홀로그램 속에서만 존재했다.
하지만, 그 다음은?
그 다음은 바로, 신체를 가지고 사람처럼 행동하고 말하는 진짜 ‘전자인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