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turn of 10th Circle mage RAW novel - Chapter 184
184
85.매직 통신망(2)
“흐흐흐흐. 마탑 전자가 요즘 고전을 면치 못한다지요?”
“우리가 개통 안 해주면, 제까짓 것들이 별수 있겠소?”
진성그룹 회장 차대훈은, 모 한정식 집에서 통신 3사 회장들과 다시 만나 승리의 축배를 나눠마셨다.
“그러게, 나한테 회사를 400조에 팔았으면, 이런 일도 없었을 것을 쯧쯧쯧.”
“400조요? 차대훈 회장님 이거 실수하시네······. 고작 40조 짜리도 안 할 거품 회사를 10배나 주고 사다니요?”
“그러게나 말입니다. 제가 그때 콩깍지가 단단히 쓰였나 봅니다. 하하하.”
SC텔레콤 최기훈 회장의 농담에 차대훈이 뒤통수를 긁적거리며 쾌활하게 웃었다.
장난으로 놀리는 말이었지만, 차대훈은 전혀 기분 나쁘지 않았다.
‘마탑 네 이놈들, 결국 이렇게 될 줄 알았다.’
한정식에 모인 회장들이 비웃는 대로 마탑이 폭삭 망하진 않았지만, 개통 불가로 인해 판매 매출이 대폭 저하된 것이 사실이었다.
‘하루 2조1000억 원씩 팔리던 제품들이, 순식간에 8천억 단위로 떨어졌으니까 그놈들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겠지.’
망해도 진성전자의 일일 매출인 1521억보다 5.2배 더 많았지만 차대훈에게 중요한 건 그런 게 아니었다.
2.1조 원의 매출을 찍던 마탑이, 62%나 매출이 하락한 게 그에겐 더 중요했다.
뱀심(蛇心)이랄까?
남이 잘 되면 배가 아프고, 남이 잘 안 되면 고소한······.
아주 고소한······.
이곳에 모인 회장들은 아주 고소한 깨소금을 나눠 먹으며 만담을 나누고 있었다.
“이렇게 된 이상 앞으로 마탑이 통신 시장에 진출한다 해도 또다시 전자 꼬라지 날 게 분명합니다.”
“맞습니다. 그러니 아무 걱정 안 해도 돼요.”
“주파수는커녕, 기지국 하나 없는 거지 같은 놈들이 무슨 통신사를 차린단 말입니까? 종이컵 두 개 들고 모시모시 할 생각인가?”
“하하하하.”
“하하하하하!”
최기민 회장을 필두로 한 다른 통신사 사장들은, 이번 마탑 그룹의 통신업 진출을 통렬하게 비판했다.
그들 입장에서는 30년 이상 공고히 카르텔을 다져온 이동통신 분야.
그러니, 감히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덤벼드는 마탑 그룹을 괘씸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뭐? 3대 통신사들 게 섯거라? 지금이라도 백기 들고 항복 안 하면 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하하하. 완전 미친 X끼지요. 그 X끼.”
그들은 유진광이 언론해서 했던 말을 안주 삼으며 열심히 양주를 퍼마셨다.
“사실 유진광은 마탑 그룹의 바지 회장일 뿐이고, 실세는 따로 있지요.”
“실세요? 나도 얼핏 듣긴 했는데··· 이준··· 뭐랬더라?”
SC그룹 최기민 회장이 고개를 갸웃하자.
“이준혁입니다.”
차대훈 회장이 술잔을 마저 따르며, 그렇게 덧붙였다.
“아, 이준혁. 녀석이 유진광 뒤에서 꼭두각시처럼 막 조종한다던데 사실이오?”
“사실입니다.”
그러면서, 차대훈은 자기 잔을 직접 채우며 짜증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유진광뿐만 아니라, 박태진이나 정남룡 같은 똘마니들도 모두 이준혁 패거리지요.”
“하, 나 참네······. 결국 그 젊은 놈팽이 때문에 우리가 그동안 귀신 노릇을 했구만, 그려. 허허허.”
차대훈과 최기민의 대화에 다른 두 회장들도 너나 할 것 없이 거들었다.
“이준혁 그놈을 직접 찾아 내서 조져버리면 좋을 텐데······.”
KC텔레콤 회장 양만복의 중얼거림에 차대훈이 고개를 저었다.
“그놈을 직접적으로 건드려서 골로 간 인간들이 한둘이 아니오.”
그동안 마탑 그룹을 예의주시하며 면밀히 조사해온 차대훈.
그는 마탑이 반도체 분야에 뛰어든다고 했을 때부터, 산업 스파이까지 심어가며 면밀히 뒷조사를 했다.
-마탑 제약 공장을 불지른 마석호를 감방에서 죽게 만든 이가 이준혁입니다.
-이준혁의 주변엔 그를 호위하는 킬러들이 있습니다. 흑천회에서도 이준혁의 여자를 잘못 건드렸다가, 조직이 통째로 날아간 적도 있습니다.
그리고 그에 대한 별 해괴한 소문들을 다 돌았다.
대마법사라느니, 신이라느니······.
“하하하. 차 회장님은 그런 낭설을 믿소이까?”
“완전히 믿진 않지만, 안비제약과 흑천회가 이준혁의 세력에 당한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면 이번에도 설마 녀석이 같은 방식으로 우릴 노리겠소?”
SC그룹 회장 최민기는 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그렇게 물었다.
그 또한 과거 흑천회의 위명을 들었기 때문에, 흑천회가 갑자기 사라졌을 때 많이 놀랐었다.
“녀석의 스타일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이라 먼저 물리적인 방법을 행사하지 않는 한, 녀석들도 신사적으로 나올 것이오.”
“신사적이라······ 신사적······.”
통신 3사 회장은 조폭이라도 동원해서 손쉽게 이준혁만 해치우고 싶었는데, 그게 안 된다고 하자 약간 아쉬운 표정이었다.
하지만.
‘괜히 그런 방법으로 이준혁을 건드는 건 오히려 이준혁을 도와주는 꼴이 된다.’
무슨 방법을 썼는지는 몰라도, 녀석은 대한민국 암흑계를 꽉 주름잡고 있던 흑천회를 무너뜨렸다.
‘녀석을 물리적으로 충돌하려고 해선 안 돼.’
그냥 일반인이라면 모르되, 차대훈이 느끼기로는 이준혁은 이런 방면으로 남다른 점이 있었다.
‘차라리 우리가 잘하는 방식으로 녀석을 조지는 게 훨씬 낫지.’
녀석이 아무리 날고기는 재주가 있다 하더라도, 몇 달 만에 기간통신사업 허가를 따낸다는 건 말도 안 됐다.
‘녀석들이 당장 무얼한다고 해도, 아무것도 할 수 있는 게 없을 테니까······.’
애초에 기지국 하나 설치하는 데만 해도 몇 달이 걸린다. 그러니, 녀석들이 아무리 날고 기는 재주가 있어도 최소한 내년은 돼야··· 아니, 10년을 잡는다 해도 일렀다.
‘이준혁··· 이번엔 네 뜻대로는 절대 안 될 거다. 으하하하!’
차대훈은 드디어 이준혁을 찍어누를 기회가 온 것 같아서 속으로 통쾌하게 웃어 재꼈다.
한데.
“저, 차 회장님.”
SC그룹 회장 최기민이 방긋거리고 있는 차대훈에게 말을 걸어왔다.
“예? 무슨 일입니까?”
아무 근심이 없어 보이는 차대훈을 향해, 최기민이 약간 어처구니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방금 부하직원에게 전화가 왔는데······.”
“예?”
잠시 취해서 딴 생각을 하느라, 최기민이 전화 받는 줄도 모르고 있었던 차대훈.
그가 불콰하게 벌개진 얼굴로 최기민에게 물었다.
“무슨 큰일이라도 생겼답니까?”
“해외의 모 투자회사들이 공매도를 하기 위해 연기금 등으로부터 저희 주식을 대량으로 빌리고 있다고 합니다.”
“예? 공매도요?”
웬 공매도?
차대훈은 술이 확 깨는듯한 기분을 받으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건 다른 두 통신사 회장들도 마찬가지였다.
“어, 그러고 보니까 나도 오늘 아침에 그 소리를 들었던 거 같은데······ 별 시답잖은 놈들이라 생각하고 넘겼지요.”
“저도 아침에 보고받았을 땐,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거 같아서 그냥 내버려 뒀습니다. 까짓, 검머외(검은 머리 외국인) 녀석들이 까불어 봤자 얼마나 까불겠습니까?”
“개미들 코뭍은 돈이나 좀 훔치다가 나르겠죠.”
다른 두 통신사들 회장들 또한, 공매도 소식을 들었던지 서로 고개를 까딱하며 의견을 공유했다.
공매도.
공매도란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하는 행위를 말한다.
자신이 보유하지 않은 특정 주식의 가격이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그 주식을 가상으로 매도한 뒤, 주가가 떨어졌을 때 매수를 함으로써 주식을 채워넣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 나라에서는 완전 가상으로 공매도를 하는 ‘무차입공매도’는 금지되어 있고, 주식을 보유한 다른 기관으로부터 주식을 차입해 공매도를 하는 ‘차입 공매도’만 허락하고 있었다.
‘음······.’
차대훈 또한 본인이 소유한 지주회사를 통해 여러 자회사들을 거느리고 있었기 때문에, 그러한 투자 세력의 공매도 공격을 여러 번 맞아봤었다.
“어떤 미친 놈들이 잘나가는 3대 통신사를 공격한답니까? 완전 X아이들이 아닌 이상에야······.”
차대훈이 보기에도 이해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현재 4차 산업혁명 관련해서, IOT(사물인터넷)이 주목받으면서 5G통신을 이끌어갈 3대 통신사 주가가 계속 올라가고 있는 판국인데······.’
한데, 성난 불기둥처럼 솟구치는 통신 3사의 주식을 공매도하기 위해 주식을 빌리고 있다니?
KC나 LC도 원래 3만 원대 아래에서 놀고 있다가, 최근 IOT가 대두되면서 7~9만 원까지 치솟았다.
게다가, 통신 대장주인 SC 텔레콤은 랏데·야모레와 함께 증권계의 대표적인 황제주로 손꼽히고 있었다.
현재 SC 텔레콤 종가 31만 6,500원.
액면가가 500원이니까 5,000원을 기준으로 보면, 주당 316만 5,000원이라는 어마어마한 가격인 셈이다.
액면을 통일해, 동일한 조건으로 우리나라 주식시장의 모든 종목 주가를 비교할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격이 비싼 종목이다. 시가가 액면가의 6320배에 이른다.
아무튼 공매도가 성공해서 주가가 내리면 그것을 싸게 되사서 빌린 주식을 갚으면 크게 이득이지만, 만약 실패해서 반대매매를 당하게 되면, 그야말로 파탄에 가까운 피해를 입는단 소리였다.
‘완전 미친 놈들이로군······.’
돈X랄하고 싶어서 환장한 놈들이 아닌 이상에야, 저런 종목에다 그럴 수는 없었다.
결국, 생각을 정리한 차대훈이 술잔을 건네며 외쳤다.
“웬 미친놈들이 일찍 죽고 싶어서 환장한 거 같은데, 그냥 내버려두고 우리 짠이나 합시다. 자자, 간빠이!”
“간빠이!”
결국 통신사 회장들은 차대훈의 말마따나 검머외의 장난질에 별로 신경을 쓰지 않고, 그날 진탕으로 술을 퍼마셨다.
*
“우와아ㅡ”
“크··· 크당!”
대한민국에서 제일 집값이 비싼, 부자들만 산다는 한남동.
그곳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싼 곳이 있었으니.
“여기가 바로 펜트하우스라는 곳인가······.”
나는 (전)치타대부 사장인 석창익에게 아리와 함께 살 신혼집을 알아봐달라고 했다.
그랬더니, 그레이트 힐이라 불리는 한국 최고가 펜트하우스를 150억에 주고 사버렸다.
‘내 재산에 비하면 그리 큰 돈은 아니지만, 그래도 이런 비싼 집은 처음 살아보네.’
사실 나는 어디 누울 데만 있으면, 마구간이라도 상관없었다. 이계에선 늘 길에서 노숙하는 게 일상이었고, 지구에서의 시간보다 이계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래서 내가 아직도 긴장을 못 늦추는 것일지도 모르지······.’
이곳에서는 내 생명을 위협할 그 어떠한 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아니, 이 세상에 나를 위협할만한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지만······.
‘그냥 습관이지.’
한번 몸에 베인 습관처럼, 나는 늘 최악의 상황을 대비했고 공격을 받으면 그 수십 배로 보복을 해야 속이 풀렸다.
“준혁 씨. 제가 정말 이곳에 같이 살아도 되나요?”
그때, 나와 아리를 뒤따라 온 안지민이 그렇게 물었다.
안지민은 과거와 다르게, 나와 아리가 사준 명품 옷으로 어색하게 치장한 채 초율이를 데리고 다녔다.
“네, 물론이죠. 이 넓은 집에 어떻게 우리 세 사람만 살아요?”
사실 부모님이나 혜은이도 데려오려고 했지만, 한사코 신혼 산림에 눈치 주기 싫다고 안 따라왔다.
한데, 아리가 안지민의 딱한 사정을 듣고 같이 살고 싶다고 해서 나도 그러고마, 하고 선선히 허락했다.
‘그러고 보면 안지민과 나의 인연도 보통 인연이 아니네······.’
내가 과거 지구에 처음 돌아와서 금괴 사기를 당했을 때, 주한보석방 녀석을 응징하면서 녀석의 금고를 모두 털어 안지민을 도와줬었다.
‘그때 누굴 도와줄까 하다가, 초율이의 기도를 듣고 안지민 모녀를 도왔었지.’
마법을 통해 모녀의 사정을 알아채고, 나는 보석방에서 턴 현금을 안지민에게 안겨줬다.
하지만, 그때 하필 안지민이 지병이 있어서 ,내가 준 돈도 다 까먹고 방황하다가 유치원에서 아리랑 친해지게 된 것이다.
아리는 그런 안지민을 바라보며 간절한 목소리로 말했다.
“지민 씨. 저도 요즘 너무 외롭고 우울해요. 지민 씨가 제 옆에 있어 주면 정말 기분이 안정될 거 같아요. 실프도 초율이와 함께 살고 싶어하고요.”
아리는 최근 산후우울증(?) 같은 걸 겪고 있었다.
얘도 안 낳은 사람이 무슨 그런 걸(?) 겪나 싶었지만, 내가 워낙 일이 바쁘고 신경을 쓰지 못한 탓인지, 최근 기분 상태가 말이 아니었다.
그리고 배아파 안 낳았다뿐이지 실프는 사실상 아리의 딸이었다.
그러니, 갑작스럽게 엄마가 된 아리의 심정을 이해 못 할 바는 아니었다.
‘복층으로 워낙 집이 넓으니까, 2층은 초율이네를 주고 1층은 우리가 쓰면 되겠다.’
나는 실프와 초율이가 손을 잡고 뛰어가는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거렸다.